제목처럼 세상의 모든 지도를 보여주면 더 좋았겠지만, 그러려면 분량이 어마어마하게 많아야 하겠지. 아니 말 그대로 모든 지도를 보여주는 건 불가능하겠지. 저자가 모든 지도를 다 알 수도 없을테니.

실제로 이 책에서 아쉬운 점은 서양의 지도에 비해 동양의 지도는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과 일본은 그래도 몇점을 다루는데, 우리나라는 단 한점 그것도 일본 지도를 베낀 것만 다루었다. 동남아시아나, 인도, 중동 지역은 거의 다루지 않았다.

재미있는 건 고대인들의 상상력이었다. 저 지평선 너머, 저 바다 너머의 세상을 상상만으로 그렸던 걸 보면서 이렇게 생각했구나 알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이런것도 지도인가 싶은 것도 많았다. 단순한 그림인 것 같은데 지도라고 소개하고 있었다.

매머드의 상아에 그렸다는 구석기 인이 만든 지도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지도라고 한다. (만약 이걸 지도라고 인정한다면) 또 구석기 시대 사람들이 수세기에 걸쳐 기록한 이탈리아의 벽화 지도도 흥미로웠다. 문자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그 옛날에도 지도를 만들어 남겨두었구나 싶었다.

중세 이탈리아인이 그린 지도에는 일부러 사람을 그려 이슬람 전사들이 군사용으로 정보를 취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저자가 소개했다. 이슬람 교리에는 인간의 형상물을 보지 못하게 규정했다고 한다. 정말로 당시 이슬람 군인이 이 지도에 그려진 사람 형상 때문에 보지 못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요런 역사적 사실들은 재미있다.

중반 정도까지는 그야말로 다양한 지도를 볼 수 있어서 진짜 푹 빠져서 봤는데, 뒤로 갈수록 좀 지루해기도 했다. 어딘지도 모르는 어느 곳을 소개한 지도가 계속 반복 되는 것은 지겨웠다. 세부지도의 경우가 특히 그랬다.

다양한 세계지도는 한창 지겨울만한 때에 딱 등장해서 다시 흥미를 되살려주었다. 중국은 역시 자기 땅을 딱 중심에 두고 전 세계가 다 작고 길게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걸로 그렸고, 유럽인들은 항상 지중해를 중심으로 지도를 그렸고, 아프리카 북부와 서아시아 일부까지만 세상의 전부라고 여겼다.

유럽 국가들이 식민지를 만들기 위해 혈안이 되었던 소위 말하는 대항해시대에 해안선을 보다 정확하게 그려서 침략을 돕기 위해 지도가 사용되고 지도를 그리는 기술이 더욱 발전했다.

유럽 중심의 시각이 아닌 좀 다양한 지도를 담은 다른 책도 보고 싶다. 특히 아시아 여러 지역의 지도 라던가, 유목민들의 지도라던가 이런거 소개한 책은 없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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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1-22 14: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도는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져요. 한번은 동· 서양 지도를 모으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

samadhi(眞我) 2017-01-22 17: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런 지도를 보려면 저자가 아시아 출신이어야겠지요.
 
이창근의 해고일기 - 쌍용차 투쟁 기록 2009-2014 대한민국을 생각한다 22
이창근 지음 / 오월의봄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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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에 민낯을 그대로 만나볼 수 있는 책.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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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날 데려가놓고 방치해


요즘 애들을 데리고 여러 행사에 가는 것에 대해 조금 고민이 된다. 데리고 가면 분명 난 뭔가 바쁠 것이고, 아이들은 제대로 놀 공간도 없는 곳에 방치되기 때문이다. 놀 공간이 있어도 방치되는 건 똑같다. 어제는 작은 행사의 사회를 맡았다. 여는 인사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건 사회를 맡았을 때 늘 고민이다. 어제는 좀 상태가 안 좋았다. 유난히 비염이 심한 날이어서 하루종일 힘들었다. 비염 때문에 못 하겠다고 말할까 말까 좀 고민했다. 그런데 급하게 부탁했던 것을 당일 몇 시간 앞두고 취소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었다. 행사 시작할 때 짧게 진행하는 것 외에는 사회자의 역할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하기로 했다. 확실히 몸이 안 좋으니 말도 잘 안 나왔다. 평소보다 발음도 부정확했고, 머리속에서 문장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간단한 말도 쉽게 나오지 않았다. 머리 속으로 '어! 이거 왜이러지? 왜 자꾸 말이 떠오르지 않지?' 그러다보면 또 다음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한참 떠들고 있는데, 안쪽 방에서 작은 아이가 나와서 내 다리에 매달렸다. 아이들과 놀라고 방에 들여보냈는데, 아는 아이가 없어서 혼자 심심했던 모양이다. 큰 아이는 학습만화를 보느라 동생은 안중에도 없었다. 암튼 뭔가 이야기를 하는 중에 작은 아이가 다리에, 허리에 매달리고 내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는데, 난 말을 이어가면서 마이크를 왼손으로 바꿔쥐고 오른손으로 아이 손을 잡았다. 아이는 곧바로 손을 빼고는 다시 장난을 쳤다. 보는 사람들이 웃기 시작했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었다. 조금 당황했다가 아이를 보고 사람들이 웃으니까 나도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어차피 동네 사람들 모아놓고 하는 건데, 좀 못하면 어떻고, 실수 좀 하면 어때 싶었다.


지난 번에 텃밭에 따라가지 않겠다고 버티던 큰 아이의 태도를 보고, 앞으로 저녁마다 주말마다 아이들을 어떻게 데리고 다녀야 하나 걱정이 되었다. 당장 이번주만해도 어제와 오늘 연이어 저녁에 행사가 있고, 나는 꼭 참석해야 하지만, 아이들도 돌봐야 하는 날이다. 내가 단순 참가자라면 적당히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뭔가를 맡아서 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이들은 결국 방치된다. 모든 행사에 아이 돌봄 서비스가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이것도 다 비용의 문제다.


◇ 건강 민주주의를 고민할 때


지난 토요일 녹색당 정책대회에 가지 못했다. 일터 워크숍이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오전까지 1박2일이었고, 오후엔 아이들을 돌봐야 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갈 생각도 안 한건 아닌데, 거기 데려가면 난 여러 시간 계속 토론회에 참여해야 하는데, 아이들이 그 긴 시간동안 뭘 할 지 답이 나오지 않았다. 거기까지 가서 애들하고 시간을 보낸다면 그것도 의미없다. 못 가는 걸로 마음 먹고 있었는데, 결국 당일 아침 집으로 돌아와 뻗어버렸기 때문에 정책대회에도 못가고, 아이들과도 제대로 놀지 못했다.


그날 참여했던 여러 당원들의 이야기를 통해 정책대회 소식을 접하고 있다. 그중에 흥미로운 이야기가 하나 있다. 바로 건강 분야의 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다. 김창엽 교수님이 물신화 되어 있는 건강이라는 주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녹색당이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하셨다. 마침 한 당원이 김창엽 교수님의 한겨레 신문 칼럼을 링크 걸어 놓았길래, 읽어봤더니 정말 가장 중요한 주제임에도 그동안 놓치고 있던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 읽기] 더 많은 ‘건강 민주주의’를 위하여 / 김창엽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709142.html


작년 말 담배값 인상은 어마어마한 뉴스였다. 많은 흡연자들은 둘로 나뉘었다. 담배를 사재기하거나, 끊겠다고 마음 먹거나. 나는 평소 담배를 많이 피우지는 않기 때문에, 값이 올라도 평소처럼 조금씩 피울 수 밖에 없다는 생각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주위 흡연자들은 대부분 둘 중 하나였다. 시간 날때마다 두갑씩 사두는(한 번에 두 갑 밖에 안 팔았다고 하던데) 소극적인 사재기부터, 면세점 같은데서 몇 보루씩 사두는 사람들도 있었고, 담배값이 오르는 순간부터 끊겠다는 사람들도 있었고, 어차피 값이 오르면 열 받아서 사지 않을 생각이니 당장 끊겠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 그 두 부류는 대부분 아무것도 안했던 나처럼 담배를 비싼 값에 사서 피우고 있다. 사재기를 했던 이들은 이미 쟁여놓았던 담배가 동이나, 사서 피울수 밖에 없고, 끊었거나, 끊을 예정이던 이들은 짧은 기간 금연에 성공했겠지만, 결국 흡연으로 돌아왔다. (물론 아예 끊어버린 예외도 분명 있겠지만) 그리고 세금 수입은 어마어마하게 늘어났다.


애초에 담배값을 올려서 국민들의 건강을 챙기겠다는 주장은 틀렸음이 결과로 드러났다. 술값을 아무리 올린다고 술 소비가 줄어들까? 쌀값을 팍 올리면 국민들이 밥을 안 먹을까? 마찬가지다. 솔직하게 국민 건강을 생각했다면 다른 방법을 먼저 떠올려야 했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 문제, 구제역 파동, 조류 독감 파동, 일본산 방사능 오염 수산물 수입 문제, 인조잔디 발암물질 문제, GMO(유전자 조작 식품) 문제 등 나와 내 가족과 이웃의 건강 문제에 대해 나는 과연 얼마나 권리를 갖고 있을까? 당장 내 아이의 입으로 방사능 오염 식품이나, GMO 함유 식품이 들어가도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것이 과연 민주주의인가? 이 가장 중요한 문제에 대해 그동안 정치권은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았다.


당장 돈을 좀 못 벌더라도, 공장식 축산이 아닌, 생명의 권리를 존중해 가축을 길러서 팔면, 구제역이나 조류독감은 큰 피해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생겼다가 소멸하기를 반복하겠지만, 모든 가축을 살처분하는 무자비한 지옥 같은 광경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근본 원인인 공장식 축산을 내버려둔채, 늘 전염병이 돌고 나서 해당지역 모든 가축을 죽여버리는 무자비하고, 멍청한 짓을 계속 반복한다. 소를 잃어버렸다면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할텐데, 외양간은 그대로 두고 계속 소를 잃어버리면서, 소를 탓하는 꼴이다.



◇ 내 척추는 건강할까?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어떤 때는 외근이 많아, 많이 걷고 움직이지만, 또 어떤 때는 서류 작업이 밀려 아침부터 밤까지 꼬박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때도 있다. 그런 날엔 손목, 어깨, 허리 안 아픈 곳이 없다. 휘어진 등허리와 거북이 목 때문이다.


요새 오마이뉴스 특별기획 "사무실을 살려줘 쫌!" 시리즈를 유심히 읽고 있다. 정말 오랜 시간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었다. 읽다보면 늘 겁이 난다. 나도 곧 디스크에 오십견에 손목터널증후군에 걸리는 건 아닐까? 아니 이미 걸린 건 아닐까? 건강하려면 당장 컴퓨터 앞에 앉지 않는 일로 직업을 바꿔야 할까? 별의 별 생각을 다 해본다.


오마이뉴스 특별기획 사무실을 살려줘 쫌!

http://www.ohmynews.com/NWS_Web/Issue/special_pg.aspx?srscd=0000011421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일하는 분들은 꼭 시간내서 읽어보시길 권하며 편집자의 말을 옮겨본다.


앉아서 일하는 사람을 보면 '편하게 일한다'는 말이 나오던 시대가 있었지요. 아닙니다. 장시간 앉아 일하면 땀은 나지 않을지언정 몸은 망가집니다. 3, 4번 디스크가 터지고 목은 거북이가 됩니다. 근골격계 질환에 노출됩니다. 장시간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은 건강하게 일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제 그 권리를 찾고자 합니다. 관련 기사를 10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페이스북에서 앉아서 일하는 사무직 직원의 허리 건강에 대한 영상을 보고, 이 글 마지막에 그 영상을 넣으면 딱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찾아보려니 검색 기능이 없는 페이스북에서는 도저히 찾을 수가 없다. 괜히 한 십여분 시간만 낭비했다.



◇ 책 찜
















음, 제목만 봐도 꼭 읽어야 할 것 같은 책이다. 일단 찜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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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5-09-17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엊그제 회식중에 광우병 이야기를 했더니,
저더러 `세뇌`당했다고 그러더군요.
광우병은 노무현이 만든거라구요.
하아...직장 자체가 워낙에 보수적인 곳이긴 하지만,
이럴땐 정말 피가 거꾸로 솟아서
어른이고 뭐고 한판 붙자 하고 싶어요....


감은빛 2015-09-18 10:35   좋아요 0 | URL
애초에 한미FTA를 추진하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받아들인 사람이 노무현인데,
광우병을 노무현이 만들었다니 참 웃기네요.

사실관계를 따져보거나, 더 정보를 찾아볼 생각을 하지 않고,
무조건 언론의 보도나 한 쪽의 일방적인 내용만을 믿는 것은 답답하죠.
저 역시 물론 어느 한 쪽에 치우친 사람이겠지만,
되도록 반대 의견도 두루 살펴보고 최대한 올바른 판단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자신이 우월하다는 듯이 대하거나,
직위가 높다는 이유로 자신의 의견이 무조건 옳다는 듯이 하는 건 잘못이죠.
물론 일터에서 그런 상급자아게 바로 대들기는 어렵죠.
저는 그래서 평범한 직장생활이란 걸 못하겠더라구요.

cyrus 2015-09-17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척추가 한쪽으로 휘어지면, 얼굴이 비대칭으로 된다고 하더군요. 그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 의자나 소파에 마음 편하게 앉을 수가 없어요. 스트레칭을 하면 좋다는데, 제가 몸을 움직이는 것 자체를 귀찮아해서 안 하게 됩니다. ^^;;

감은빛 2015-09-18 10:39   좋아요 0 | URL
저도 아주 오랫동안 자세가 나빠서
허리도 아프고, 골반도 아프고 그랬어요.
최근에는 되도록 허리를 펴고 앉으려고 노력 중입니다만,
컴퓨터 앞에 앉아서 작은 글씨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늘 허리가 굽고, 거북이 목이 되더라구요.
허리 건강을 위해서는 컴퓨터 앞에 장시간 앉아서 일하지 말아야 하겠지만,
현실은 먹고 살기 위해 12시간 이상 앉아서 컴퓨터를 들여다보지요. ㅠㅠ
 


딴 짓


꼭 해야할 일이 코 앞에 닥쳤을 때, 오히려 딴 짓이 하고 싶어진다. 이미 마감을 하루 넘긴 원고를 쓰다 말고 지금 이 글을 쓰는 것처럼 말이다.


생각해보면 늘 그래왔다. 시험을 앞두고 오히려 더 가열차게 놀러다닌 기억은 중학교때부터 늘 당연한 것처럼 굳어졌다. 시험기간에 놀아야지. 평소엔 놀 시간이 없다는 말은 중학교때부터 대학 졸업할 때까지 입버릇이었다. 그러고도 장학금을 받았고, 데모 때문에 출석이 부족했던 때를 제외하면 성적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는 건 신기한 일이다. 지난 여름 휴가 때 고향 집에 갔을 때, 책을 찾다가 우연히 대학시절 성적표를 발견했는데, 생각보다 학점이 나쁘지 않아서 깜짝 놀랐다. 나에겐 쌍권총을 받아았던 기억만 남아있었는데, 그 다음 학기부터는 성적이 많이 올랐더라. 신기하다.


암튼 이 나쁜 버릇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그래서 여유있게 할일을 마무리 짓는 것은 늘 어려운 일이다. 가끔 일을 하다보면 머리 속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아니, 아직 며칠이 더 남았는데, 왜 그걸 지금 고민해? 조금 더 지나면 훨씬 더 명확한 생각이 떠오를 거야. 지금 1시간 써야할 거라면, 그땐 30분도 안 걸릴걸" 뭐 이런 목소리가 머리 속에서 들린다.


문제는 이게 맞을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는 것이다. 뭔가가 막혔을 때, 평소 계속 고민하다가 마감 시한에 쫓겨 쓰다보면 번쩍 어떤 실마리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아무리 고민을 거듭해도 딱히 좋은 내용을 떠올리지 못할 때도 있다.



탈의실이 불안해

 

작년 가을 이후로 약 10개월 이상 그만뒀던 운동을 본격적으로 다시 시작했다. 일터 근처 핏니스센터를 끊었다. 겨울과 봄에는 거의 운동을 안했지만, 여름부터는 집에서 케틀벨 스윙 및 데드리프트를 중심으로 자주 운동을 했다. 맨몸 운동도 타바타 인터벌 스퀏이라던가, 타바타 인터벌 버피를 종종 했다. 그래서 생각보다 몸매가 많이 무너지지 않았고, 힘도 어느 정도 수준을 유지했다.


여기 핏니스센터는 여러가지 조건을 놓고 고민하다가 일터에서 가깝다는 가장 현실적인 이유만으로 선택했다. 밖에서 보면 썩 그렇게 나빠보이지 않았기에 일단 결제를 했는데, 이용하면서 보니 생각보다 부족한 점이 많다.


1. 프리웨이트를 위한 공간 및 바벨 부족


예전에도 여러번 언급했는데, 운동은 시간이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근육의 집중도와 협응력인다. 하지만 헬스클럽 머신 운동으로 집중력과 협응력을 키우긴 어렵다. 대부분 고립운동이라 협응력은 애초에 기대할 수 없고, 저중량 고반복을 위주로 하기 때문에 집중력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럼 고중량 저반복으로 운동한다면? 그땐 적어도 집중력은 챙길 수 있을텐데, 머신 운동은 인체의 동작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에 무거운 무게를 들면 근육과 관절에 무리가 갈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스미스 머신이다. 스퀏 운동을 할 수 있는 머신인데, 안전을 위해 바벨을 고정시켜 놓았다. 바벨은 앞뒤나, 좌우로 움직이지 못하고, 오로지 위아래로만 움직인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우리가 스퀏을 하면서 바벨을 올리고 내릴때, 바벨이 완전이 수직으로만 움직이지는 않는다. 우리 몸의 동작은 그렇게 설계되어 있지 않다. 몸의 동작에 따라 자연스럽게 바벨이 움직여야 하는데, 스미스 머신의 경우 바벨의 수직 움직임에 우리 몸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고중량을 들었을 경우, 무릎과 척추기립근에 무리가 갈 수 있다.


그런 이유는 나는 운동할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어쩔수없이 핏니스 센터를 다니지만, 머신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그저 거울과 바벨과 케틀벨만 있으면 되는데, 대부분의 핏니스클럽엔 머신들만 꽉 채워져 있을 뿐 거울과 빈 공간이 많지 않다. 거울이 있어도 그 앞은 대개 벤치들이 차지하고 있다.


여기는 거울 앞에 케이블 크로스오버 머신이 놓여 있고, 그 앞에 빈 공간이 조금 있으며, 그 뒤로 벤치가 서너개 놓여있다. 스미스 머신과 케이블 크로스오버 머신 사이에 빈 바가 하나 있어서 그걸로 프리웨이트 운동을 하는데, 가끔 케이블 크로스오버 머신을 쓰는 사람이 있거나, 벤치에서 운동하는 사람이 있으면 공간 이용이 쉽지 않다. 난 다른 머신 운동을 아예 하지 않기 때문에, 그 좁은 공간 밖에 운동할 곳이 없는데, 거기를 누가 쓰고 있으면 곤란하다.


게다가 여분의 바벨이 하나 밖에 없는 것도 문제다. 물론 스미스 머신과 벤치에는 바가 하나씩 걸려 있어서, 나처럼 아예 프리웨이트를 하는 사람이 아닌 경우 거의 쓸 일이 없지만, 혹 누군가 그 바를 써버리면 난감하다.


게다가 케틀벨이 없다. 본 운동은 바벨로 하더라도, 정리운동은 케틀벨 스윙이 가장 좋은데, 케틀벨이 아예 없다. 요즘은 따로 정리운동을 안 하고 나올 때가 많다.


2. 운동복과 수건 문제


예전에 다녔던 핏니스 센터는 모두 통풍이 잘되는 얇은 운동복을 나눠줬다. 사이즈도 서너단계로 구분해서 체격에 맞게 잘 골라 입을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는 운동복이 무척 두텁다. 분명 반팔과 반바지인데, 무척 두터워서 입기만 해도 땀이 난다. 혹시 땀을 많이 흘리라고 이런 옷을 주는 건가? 게다가 사이즈가 딱 두 종류 밖에 없다. 이틀동안 작은 사이즈와 큰 사이즈를 입어봤는데, 내 몸에 딱 맞는 사이즈가 없어서 황당했다.


한편 예전 운동복 바지는 얇아도 이중으로 되어 있어서 안감이 있어서 움직이기 편했는데, 여기 바지는 두텁지만 안감이 따로 없다. 나는 운동할 때 속옷을 입지 않는데, 땀에 다 젖기 때문이다. 아침에 나올 때마다 매일 속옷을 따로 챙기는 것은 번거롭기도 하고, 매일 두 개씩 속옷을 입어도 될만큼 많지도 않다. 그리고 샤워하고 나서 땀에 완전히 젖은 속옷을 다시 입는 건 찝찝하다. 그래서 속옷을 벗고 바지를 입는데, 예전에 다니던 곳 바지는 아까 말했듯이 그물처럼 되어 있는 안감이 성기를 받쳐줘서 편했지만, 지금은 그런게 전혀 없어서 좀 불편하다.


수건은 예전에 다녔던 곳들처럼 2장씩 준다. 한 장은 운동할 때 땀을 닦고, 한 장은 샤워한 후 몸을 닦는다. 문제는 수건이 너무 낡았다는 점이다. 너덜너덜한 것은 뭐 그렇다 쳐도, 너무 얇아서 물기 흡수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두 장을 모두 샤워 후 써야 간신히 몸을 다 닦는다. 땀은 그냥 운동복으로 닦을 수밖에.


3. 탈의실


아, 이건 솔직히 진짜 황당하다. 아직도 잘 적응이 안된다. 탈의실과 샤워실은 지하에 있다. 운동공간을 보면 그리 낡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데, 지하로 내려가는 순간 이 건물과 시설이 낡았다는 느낌이 확 든다. 습기찬 지하의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찌른다. 계단을 내려가면 먼저 남자 탈의실이 있고, 더 들어가면 여자 탈의실이 있다.


대개 탈의실은 문을 열고 들어가면 입구가 나오고 거기에 문이 하나 더 있다거나, 아니면 벽이 나오고 한번 꺽어서 들어가야 탈의 공간이 나오도록 되어 있다. 문을 열었는데, 바로 사람들이 옷을 벗는 공간이 나오면 복도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는 탈의실 문을 열면 바로 탈의 공간이 나온다. 넓지도 않아서 딱 한눈에 다 들어온다. 아, 문 위에 봉을 달아서 있으나 마나 한 천 조각을 걸어두긴 했으나, 늘 한 쪽으로 치워져 있다.


첫날 옷을 벗고 있는데, 한 사람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남성이었지만, 꽤나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며칠 후에는 샤워를 마치고 물기를 닦은 후 옷을 입으려고 락커 문을 열고 있는데, 한 사람이 출입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리고 그가 아직 문을 닫기 전에 한 여성이 지나가는 모습이 열린 문 틈으로 보였다. 방금 들어온 남성 바로 뒤이어 계단을 내려온 여성일 것이다. 만약 그 여성이 살짝 고개를 돌려 왼쪽을 쳐다봤다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좀 많이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며칠동안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지 봤다. 그냥 개의치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가끔 샤워장을 들어갈 때 수건과 함께 속옷도 챙겨가서, 샤워장 바로 앞, 저 안쪽 공간에서 속옷을 입고 나오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탈의 공간이 워낙 작고 좁기 때문에 그 앞에 서있어도 뭔가 허전하고 불안한 느낌이 들기는 마찬가지다. 누군가 문을 열고 하필 바로 그때 앞을 지나가는 여성이 무심코 시선을 돌려도 다 보일것이다.


물론 여자 탈의실도 마찬가지 구조일테니, 그 앞을 오가는 여성들도 그 사실을 잘 알것이다. 그래서 일부러라도 열린 문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으려 애쓰겠지. 아마도 그럴거라고 믿어도 뭔가 허전하고 불안한 느낌은 마찬가지다. 이건 참 쉽게 적응되지 않는 문제다.


아무리 일터에서 가까워도 오래 다닐 곳은 못된다. 딱 3달만, 아니 이제 3주 지났으니 두 달만 참자. 다음에는 좀 더 꼼꼼히 따져보고 운동할 곳을 골라야겠다.
















예전에 읽었던 책인데, 요즘 가끔 뒤져본다. 괜히 운동하다가 다치면 억울하니까 되도록 초기부터 운동 습관을 잘 들여야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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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08-31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운동 정지 상태였다가 어제 오랜만에 케틀벨 했는데 자세가 엉망이었는지 어제 하고나서부터 그리고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허리가 너무 아프더라고요 ㅜㅜ
지금은 다행히 나아졌지만 아 ㅜㅜ 너무 무서웠어요 ㅠㅠㅠ
제가 오래전에 다녔던 탈의실도 말씀하신 구조라, 누가 문을 열 때마다 당황하곤 했어요. 저는 이 헬스장은 가격이 저렴하니 이걸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다닌 것 같아요 ㅜㅜ
여튼 운동 다시 해야지 마음은 먹지만 오늘도 저는 소주를 ㅜㅜ

감은빛 2015-09-07 14:20   좋아요 0 | URL
한참 바빠서 답글이 늦었네요.

다락방님 다녔던 곳도 같은 구조였다니!
여성분들은 훨씬 더 민감한 사안일텐데요.
그나마 여기 여성들이 다니는 이유는
여성 탈의실이 더 안쪽이라
남성이 거기까지 들어갈 이유가 없기 때문인 것 같아요.

덕분에 남성인 저는 반투명 유리 너머로 여성이 지나갈 때마다
흠칫 놀라게 되지만요.

저는 탈의실 구조도 문제지만,
너무 낡고 곰팡이 냄새가 심해서
처음 등록한 3달 후엔 옮길 생각입니다.

저는 요새 거의 매일 술을 마셔요.
회의나 토론회 등의 일정이 있는 날엔 대개 짧게라도 뒤풀이를 하구요.
그런 일정이 없이 야근을 한 날에는 스트레스 해소 차원에서 혼자 한 잔.
금요일 저녁이나 주말에는 책 읽으면서 맥주 한 두 캔.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저녁에는 반찬 만들다가 입맛 없어져서,
만들어놓은 메인 반찬을 안주 삼아 반주를 또 한 잔 해요.

데이트폭력으로 유명해진 한윤형씨가 [다이어트 진화론]을 쓴 코치 D에게
요구한 것이 `매일 술과 안주를 먹어도 몸매 유지가 가능한 운동`이었다고 해요.
저도 매일 술과 안주를 먹지만,
몸이 바빠서 그런지 몸매 유지가 가능하네요.

transient-guest 2015-09-09 0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free weight이 많은 곳이 좋은 곳이라는 글을 많이 봤는데 맞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예전에 이곳에서 가장 큰 브랜드인 24 hour fitness다녔었는데, 잘 되어있지만, 2013년부터 다닌 gold`s gym브랜드가 훨씬 제대로 되어 있습니다. 수영장이 없는건 좀 아쉽지만, 다른건 다 있어요.ㅎㅎ
2. 운동복/수건을 이곳에서는 각자 자기가 준비합니다. 아주 비싼 일부 회원제 gym의 경우 수건을 준비해주는 걸로 아는데요, 솔직히 옷도 수건도 남이 쓰던걸 쓰기는 싫어서요.ㅎㅎ
3. 탈의실은 별로 문제 없구요.

저도 술만 끊으면 몸짱이 될텐데 말이죠.ㅎㅎ 요즘 cardio를 늘리긴 했는데, 운동이 아무래도 관성이 생긴 듯, 초기의 임팩트가 많이 아쉽네요.ㅎ

감은빛 2015-09-14 16:06   좋아요 0 | URL
1.
여기(한국 그리고 서울) 핏니스 센터는 거의 머신으로 도배되어 있어서요.
빈 공간을 찾기가 너무 어려워요.
집과 일터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한 곳들을
대략 10군데 이상 살펴봤는데,
그중 아예 빈 운동공간이 없는 곳이 절반에 가까웠습니다.
그나마 아주 좁은 공간이 있는 나머지 절반이구요.

2.
크로스핏 체육관에서는 운동복과 수건을 제공하지 않더군요.
보통 핏니스센터 3배 이상 비싼데도 운동복과 수건을 안 주다니!
(조금 저렴한 곳을 기준으로 하면 5배 이상!)

물론 제공해주는 운동복과 수건에서는 냄새가 나기도 하고,
여러모로 찝찝한 기분이 들지만,
그래도 매일 운동복과 수건을 챙겨 다니고,
운동 후에는 젖은 옷과 수건을 갖고 다녀야 하는 건 또 귀찮더라구요.

3.
탈의실은 여기가 워낙 충격적이라,
당연히 문제가 없어야 하는 곳인데 말이죠.
 


건망증


#1

아이들 튜브를 어디다 뒀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고향집 부모님께 혹시 창고에 있는지 여쭤봤다. 없다고 답이 왔다. 해마다 휴가를 고향에서 보내기 때문에 늘 두고 왔었는데, 작년에는 갖고 왔었던가? 그렇다면 집 어딘가에 숨어 있다는 건데, 대체 어디 있는지 찾을 수가 없다. 여기저기 구석구석 잡동사니가 쌓여있는 곳들을 다 뒤졌는데 없다.


포기할 때 즈음 책장 위에 놓인 비닐봉투가 뭔지 살펴봤다. 이런! 튜브 두 개가 그 봉투 안에 들어 있었다. 왜 나는 작년에 튜브를 가져온 사실을 기억하지 못했을까? 분명 잘 놓아둔다고 책장 위에 뒀을텐데, 왜 기억하지 못했을까?


#2

스마트폰을 2년 반 넘게 썼더니, 속도가 엄청 느려지고, 발열이 심하다. 뭐 별걸 한 것도 아니고, 그저 메일 확인하고, 페이스북 조금 들여다봤는데, 열이 47도를 넘어선다. 뜨거워서 쥐고 있기도 힘들다. 아무것도 안하고 주머니에 넣고 다닐때도 갑자기 뜨거워지곤 한다. 게다가 배터리도 엄청 빨리 닳는다.


중요한 문자나 이메일을 보내려고 하면 꼭 엄청 느려지고, 가끔 키패드가 아예 눌러지지 않는다.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다. 중요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빠르게 카톡을 주고 받고 있는데, 갑자기 느려지더니, 아무리 눌러도 글자가 써지지 않는다.


그래도 약정한 2년이 지난 후로는 전화요금이 1만원 가량 내려가서, 웬만하면 좀 더 버텨보려고 했는데, 키패드가 먹지 않는 스마트폰은 무용지물이란 생각에 결국 새 폰으로 바꿨다. 다시 전화요금이 1만원 이상 비싸졌다.


공인인증서를 새 폰으로 옮기려는데, 자꾸 인증서 비밀번호가 틀렸다고 나온다. 이상하다! 분명 이 번호가 맞는데, 왜 안되지? 몇 번이고 계속 비번을 눌렀는데, 끈질기게 비번은 자꾸 틀렸다고 나온다. 젠장! 그러다 결국 인증서가 폐기되었다. ㅠㅠ


인증서를 새로 받으려면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있어야 한다. 헐!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이젠 어떻게 해야하나?


#3

어느날부터 나는 더이상 나 자신을 믿지 못하게 되었다. 그래서 꼼꼼하게 메모를 하고, 휴대폰에 알람을 걸어둔다. 그러고도 바쁜 일정에 쫓기다보면 뭔가 놓치는 일이 꼭 생긴다. 왜 꼭 그런 일은 퇴근하려고 컴퓨터를 끄고나면 생각나는걸까? 왜 꼭 사무실을 나와 몇 발 걷다가 생각나는 걸까? 왜 꼭 버스를 타고나면 생각이 나는 걸까? 다시 돌아가서 컴퓨터를 켜고 처리하고 나와야할까 아니면 내일 할까를 고민하게 만들고, 오늘 하루도 참 바쁘게 열심히 일했구나 생각하며 나름 성취감을 느끼다가 곧 절망감을 느끼게 만든다.



우리나라 대표과일의 미래


어르신들을 모셔놓고 기후변화 강의를 했다. 아이들 대상으로는 몇 번 해봤는데, 어르신들은 처음이다. 어쩌면 더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어려운 개념을 쉽게 풀어서 설명하는 건 생각보다 어려웠지만, 그래도 재밌고 적절한 예를 잘 찾으면 반응이 무척 좋았다. 올해 초 동네 작은도서관에서 연속 강의를 들었던 아이들의 경우, 첫 강의 이후 집에가서 나름대로 많은 실천들을 했다. 한 아이의 부모는 아이가 자발적으로 에너지 절약을 위해 변기위 물통에 1.8리터 물병에 물을 채워 집어넣고, 대기전력 차단을 위해 안 쓰는 콘센트를 빼는 걸 보고, 훌륭한 강의를 만들어준 도서관 후원회비를 대폭 늘려 내기 시작했다고 들었다.


이번에 어르신들께는 어떻게 흥미를 끌어낼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 평범한 강의자료를 만들었다가 다시 지우기를 반복하다가 강의 당일까지 자료를 완성하지 못했다. 강의 시간은 다가오고, 머리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검색하다가 농촌진흥촌에서 발표한 기후변화 예상 시나리오를 접했다. 우리나라 6가지 대표과일의 재배가능 지역이 기후변화가 진행됨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예측한 것이었다. 결과는 생각보다 훨씬 더 놀라웠다.


모두 다 넣기에는 방대하기 때문에 가장 대표적인 과일이라 할 수 있는 사과와 배의 시나리오만 자료에 집어넣었다. 간신히 강의 시간에 맞춰 도착해서 설명을 시작했다. 생각보다 어르신들의 반응이 좋았다. 자신감을 얻은 나는 질문도 던지고, 여유있게 차근차근 설명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나중에 깜짝 놀랄만한 내용이 있다고 기대를 갖게 만들었다. 내가 정말 깜짝 놀랐기 때문에 어르신들도 분명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드디어 강의 막바지에 사과와 배 재배가능지역 시나리오를 설명했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기후변화가 계속 진행한다면, 불과 30년 후인 2030년이 되었을 때 사과 재배가능 지역은 크게 줄어들 것이며 대표적인 사과 재배지역인 대구 경북에서는 재배는 가능하겠지만, 지금처럼 맛있는 사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거라고 했다. 그리고 다시 30년이 지나 2060년이 되면 우리나라에서 사과를 재배할 수 있는 지역이 거의 남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어르신들 돌아가시고 나면 제사상에 사과와 배를 기대하시면 안된다고 했다. 손주 손녀가 사과, 배를 구하지 못해 제사상에 올리지 못해도 이해해주셔야 한다고 설명했다.


어르신들도 제법 충격을 받으셨는지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주셨고, 마침 그때 소장님도 들어와서 강의를 듣다가 매우 집중하는 모습을 봤다. 강의를 마치고, 소장님께서 신분증과 통장을 복사하면서 보통 어르신들이 집중력이 떨어져서 강의를 제대로 듣지 못하는데, 참 재밌게 잘 하셔서 어르신들도 집중하시더라고 고맙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두어달 후에 또 강의를 잡을 예정인데, 다시 와달라고 했다.


비록 강의료가 많지 않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어려운 상황에 보탬이 되고, 또 다양한 사람들에게 이 절박한 문제를 설명하는 건 꼭 필요한 일이다. 게다가 난 누군가에게 뭔가를 설명하는 일을 좋아하고 또 잘한다. 오래전 학원 강사 시절이 생각났다. 그땐 사교육 시스템에 복무하며, 재미도 없는 학교 교과를 가르쳐야 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늘 아이들과 만나는 일은 즐거웠다. 아이들이 최대한 재밌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했던 기억이 났다. 이번에도 어르신들이 관심 가질만한 포인트를 잘 잡은 것 같아서 뿌듯했다.


책 이야기











가지 출판사에서 나온 이 두 책은 일단 귀엽다. 작은 판형에 책의 디자인과 일러스트가 정말 귀엽다. 하지만 내용은 다소 무겁다. 세계적인 환경잡지 [더 에콜로지스트]에 연재했던 내용 중에 음식과 패션에 대한 내용을 각각 책으로 엮었다. 잘 알지 못했던 수많은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열심히 읽고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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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7-25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마트폰 사용 2년 반이라면 상당히 오래 쓰신 겁니다. 폰의 성능이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새 걸로 바꾸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제가 지금 쓰는 폰도 30분 이상 잡으면 열이 생겨서 요즘같이 더운 날에는 오랫동안 쓰지 않으려고 합니다.

감은빛 2015-08-03 15:20   좋아요 0 | URL
시루스님, 안녕하세요. 휴가 다녀오느라 답이 좀 늦었네요.
저도 지난 폰은 제법 오래 썼다고 생각해요.
그 전에 쓰던 폰은 채 1년을 버티지 못하고 액정이 깨져버렸거든요.
여름이 되니 이상하게 발열이 심하더라구요.
한 5분 이상 쓰면 뜨거워지고, 경고 메시지가 떠요.
근데 메신저 한번 켜면 10분 이상은 들여다보게 되니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