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책 나누기 행복 더하기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어제 대구 낮 온도가 27도까지 오를 정도로 더웠습니다. 벌써 여름이 성큼 다가온 것 같았습니다. 행사는 1시 30분부터 시작했습니다. 행사가 시작되는 시간에 맞춰서 10분 일찍 행사장에 도착했는데, 너무 일찍 와버렸습니다. 도서 교환전이 2시 40분부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한 시간 동안 공원 벤치에 앉아서 기다리기는 시간이 아까웠습니다. 알라딘 서점에 가서 책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정말 책 구경만 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좋은 책이 보이는데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지갑을 엽니다. 

 

 

 

 

 

 


한 달 전 마립간님의 서재 블로그에서 봤던 책을 샀습니다. 폴 나먼의 《허수 이야기》라는 책입니다. 마립간님이 알라딘에 검색하면 나오지 않는 책으로 이 《허수 이야기》를 소개한 적이 있었습니다. 네이버도 마찬가지입니다. 《허수 이야기》가 없는 책으로 나옵니다. 책 상태가 좋았고, 가격이 반값이라서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그런데 책 내용이 무척 어려워 보였습니다. 고등학생 때 배운 수학 내용을 다 잊은 상태라서 허수의 개념 자체를 몰랐습니다. 책을 펼치면 눈이 어질합니다. 화려하면서도 난해한 수학 공식이 많습니다. 목차를 보면서 《허수 이야기》가 쉬운 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목차의 부제가 마치 수학 논문 제목과 비슷한 느낌이 듭니다.

 

 

 

 

 

2시 40분에 맞춰서 다시 행사장으로 향했습니다. 교환전 시작하기 10분 전에 행사장에 도착했는데, 벌써 사람들이 천막이 세워진 곳에 모여 있었습니다. 일반도서, 아동도서, 원서, 과월호 잡지, 사전류 등의 책들이 기다란 탁자 위에 놓여있습니다. 책의 절반은 남산 다락골 작은 도서관에 보관되었던 책입니다. 책에 도서관 직인과 분류번호 스티커가 그대로 있습니다. 나머지 책은 사람들이 집에서 가져온 것들입니다. 집에 있던 책(권수 무제한)을 가져오기만 하면 행사 관계자가 도서 교환권을 줍니다. 이 교환권만 있으면 3권을 무료로 가져갈 수 있습니다. 역시 일반도서가 있는 탁자 주변에 사람들이 많이 서 있었습니다. 저는 정신 바짝 차리고 눈에 힘을 주면서 책 제목을 유심히 살펴봤습니다. 책 내부 상태도 꼼꼼하게 확인했습니다. 교환권을 접수하는 곳에서 이미 불량 상태의 책이 있는지 확인했을 겁니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파손되거나 낙서가 있는 책이 간혹 있습니다. 내년에 있을 도서 교환전에 가고 싶은 분이라면 이 점을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무료로 가져갈 수 있는 책이 세 권이라는 점이 너무 아쉬웠습니다. 가져가고 싶은 책이 일곱, 여덟 권 있었어요. 어떤 책을 가져가야 할지 고민을 빨리했습니다. 너무 생각이 많아지면 마음속에 콕 찍어둔 책을 다른 사람이 가져갑니다. ‘뿌리깊은나무’에서 나온 《한국의 발견》 시리즈를 만났습니다. 어제 처음 봤습니다. 11권 모두 탁자 위에 놓여 있었습니다. 헌책방에 가면 낱권만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완질을 보는 기회가 잘 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귀한 책을 다 가져갈 수 없습니다. 아쉬운 마음에 잠시 책 고르는 일을 멈추어 사진만 봤습니다. 출간연도가 오래된 도서관 장서치고는 보존 상태가 훌륭했습니다.

 

 

 

 

 

 

천막 아래서 책을 열심히 고르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행사장 중앙에는 독서골든벨 같은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행사 진행자의 목소리가 얼마나 크고 우렁찬지 책 고르는 데 방해가 되었습니다. 눈으로 책을 고르고 있을 때 귀가 독서골든벨 문제를 들을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부모와 자녀들을 위한 레크리에이션 행사도 있었습니다. 땡볕이 뜨거웠을 만한데 아이들의 표정은 밝았습니다.

 

세 권의 책을 고르는 데 한 시간 남짓 소요했습니다. 조용한 헌책방에서 책 찾을 때보다 더 피로감이 몰렸습니다. 책을 다 고르면 행사 자원봉사자들에게 교환권을 주고 천막 밖으로 나가면 됩니다. 그런데 교환권을 받는 일을 맡은 자원봉사자가 사람들이 가져가는 책 권수를 확인하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그러니까 못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책 세 권 이상은 가져갔습니다. 솔직히 어제 저도 책 욕심이 생겨서 꼼수를 써볼 생각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마음을 고쳐 비양심적인 행동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교환전에 책을 더 많이 가져올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교환전에 갈 때 가족이나 친구를 동행하세요.

 

 

 

 

 

 

행사 참여를 위해 접수하면, 도서 교환권뿐만 아니라 상품과 기념품으로 교환하는 응모권도 받을 수 있습니다. ‘행운의 다트게임’이라는 소소한 이벤트도 열렸습니다. 다트판에 비누, 치약, 초콜릿, 여행용품 등 상품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갖고 싶은 상품이 적힌 곳에 다트를 던지면 됩니다. 저는 치약을 받았습니다. 상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던질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상품을 받으려고 행사에 온 것이 아니라서 결과를 번복하지 않았습니다.

 

 

 

 

 

김영하 작가 사인회가 4시부터 시작했습니다. 30여 분 정도 기다렸습니다. 레크리에이션 행사를 구경하다가 김영하 씨가 사인회가 진행하는 곳으로 천천히 걸어오는 모습을 봤습니다. 저는 직감적으로 사인회가 곧 시작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저도 얼른 사인회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저는 2등으로 사인을 받았습니다. 행사 진행자가 작가 사인회 시작을 알리니까 아이들이 우르르 사인회 장소로 달려갔습니다. 한 줄로 서서 기다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정말 귀여웠습니다.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제 뒤쪽에 인기척이 느껴 져서 살짝 뒤를 돌아봤습니다. 유치원생 혹은 초등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서 있더군요. 이 아이들은 김영하 씨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을까요?

 

 

 

 

 

 

어제 제가 가져온 책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소피스트적 논박》, 앙리 마스페로의 《불사의 추구》, 아이작 아시모프의 《바이센테이널맨》입니다. 《소피스트적 논박》은 도서관에 있던 책입니다. 완전 새 책 같았습니다. 돈 한 푼 안 내고 정가 2만 원의 책을 얻었습니다. 앙리 마스페로는 프랑스의 동양사학자입니다. 그의 아버지는 이집트 고고학자입니다. 앙리 마스페로는 고대 중국사, 베트남사, 중국 도교 연구 등에 뛰어난 업적을 남겼습니다. 우리나라에 《고대 중국》, 《도교》라는 제목의 저서도 소개되었으나 《불사의 추구》와 함께 모두 절판되었습니다. 《불사의 추구》는 다양한 중국 도교 수련법을 소개하고 정리한 책입니다. 무협소설에서 볼 법한 수련법이 언급됩니다. 신선술(神仙術), 장생술(長生術), 연단술(鍊丹術), 그리고 방중술(房中術)도 나옵니다. 《바이센테이널맨》은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영화로 더 많이 알려졌습니다. 원제는 ‘이백 살을 산 사람’입니다. 1976년에 발표된 중편소설입니다. 이 소설로 그해 아시모프는 SF 작가의 노벨상 격인 휴고 상을 받았습니다. 1992년에 로버트 실버버그와 함께 중편소설을 개작하여 장편소설로 다시 만들었습니다. 장편소설 제목은 ‘양전자 인간’입니다. 안타깝게도 이 작품은 아시모프의 유작이 되고 말았습니다. 《바이센테이널맨》은 1995년에 《양자인간》이라는 제목으로 첫 선을 보인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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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4-23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보력이 만만치 않으시네요. 이게 다 책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할 테죠 ? 후후..

cyrus 2016-04-25 14:45   좋아요 0 | URL
저보다 책 좋아하는 분들이 남긴 서평이나 블로그 글을 읽는 일이 좋다 보니 관심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

stella.K 2016-04-23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도 오늘 청계광장에서 행사를 한다고 하는데
하필 날씨가 안 도와주는 것 같다.
미세먼지에 황사라니. 왜 오늘 같은 날 그런 최악의...
물론 난 날씨가 좋았어도 안 갔겠지만...

김영하는 계속 한국에 있는가 보다. 몇년 간 독일인가 어디에 있을 거라고 했던 것 같은데.ㅋ

cyrus 2016-04-25 14:50   좋아요 0 | URL
여기 행사장 바로 옆에 공공도서관이 있어요. 사인회가 끝난 뒤에 작가 강연이 도서관 강당에 열렸어요. 강연까지 듣고 싶었는데 오후에 약속이 있어서 사인 받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

yureka01 2016-04-23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기회가 와도 업무시간이니 못가니 아쉬웠어요..^^...

cyrus 2016-04-25 14:51   좋아요 0 | URL
행사장에 아이들이 많이 왔습니다. ^^

yamoo 2016-04-23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구에서도 이런 행사를 하는군요! 작년에 서서울공원에서 비슷한 행사를 한 적이 있지요. 서울 쪽은 권수 제한이 없고, 있더라도 5권 정도가 책바꿔가기 장터의 제한 권수지요. 지난 주에는 제가 자주가는 도서관에서 도서관 책을 나눔하는 행사를 했습니다. 권당 5권씩 받아갈 수 있는 행사였죠. 알바생이 휴대폰에 정신줄을 놓고 있어 사람들이 6-7권씩 마구 가저가더이다. 저도 7권 가지고 왔지요..ㅋㅋ

근데, 소피스트 논박은 제대로 건지셨네요!ㅎㅎ

cyrus 2016-04-25 14:56   좋아요 0 | URL
그 날 책 욕심을 부렸어야했군요. 지금도 생각하면 몇 권 더 챙기지 않은 게 후회됩니다. 도서관에 오래된 책들을 따로 보관하는 장소가 있어요. 안 그래도 보관 공간도 마땅치 않을 텐데 시민들을 위해서 책을 나눠주는 행사를 열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사는 곳에 거리가 가까운 도서관은 몇 년째 과월호 잡지만 주고 있습니다. ^^

페크pek0501 2016-04-25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세 권을 고르는 데 한 시간이나 걸리셨다니 신중하셨군요. 저도 구입할 책을 고를 때면 무척 신중해지더군요. 다 구입할 순 없는데, 몇 권만 사야 하는데 살 게 많을 때 정말 고민이 됩니다.

중고서점이나 도서 교환 행사를 활성화하는 것에 찬성합니다. 저도 가까이에 그런 행사가 있다면 가 보고 싶군요. 책 구경은 늘 즐거우니까요...

cyrus 2016-04-25 14:59   좋아요 0 | URL
책값이 부담스러워서 중고 서점을 찾는 손님들이 늘어났어요. 도서 교환전이 많아지면 알뜰하게 책을 사려는 사람들이 매우 좋아할거예요. ^^
 
역사란 무엇인가 - 독점계약 번역 개정판
E.H. 카 지음, 김택현 옮김 / 까치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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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폄(褒貶)이란 잘한 일은 칭찬하되 못한 일은 나무라는 것이다. 역사를 배움으로써 다시는 시행착오를 거듭하지 않도록 나아갈 바를 제시해 준다. 시간의 변화에 따른 역사의 내용을 바탕으로 현재의 의미를 파악하고, 미래를 예견하는데 기본 토대가 되는 역사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데 역사학에 대한 편견이 역사학의 포폄 정신을 가로막고 있다. 역사학은 ‘과거 지향적’이라는 믿음이다. 인류가 살아온 모든 삶의 활동을 연구하는 학문이 역사학으로 보는 것이다. 이런 믿음이 강화되면 역사는 이미 완료된 고정불변의 실체가 된다. 기록으로 완성된 역사의 내용은 정설로 남게 되고, 이후 지속적인 연구 가능성의 여지가 없어진다.

 

역사교과서에 정리된 역사는 이미 그것을 저술한 학자들이 연구한 것이니 그것을 그냥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이건 역사학을 죽이는 일이다. 이러다 보니 역사학은 ‘죽은 학문’이 되었다. 정부와 여당은 국정교과서 논리를 강행하려고 현행 교과서가 패배주의를 가르친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역사학 위기’ 담론의 정치적 배경이다. 역설적으로 역사에 간섭하는 지배집단이 역사학을 죽이고 있다. 그들은 ‘과거의 영광’을 다시 찾으면서 힘을 잃어버린 역사를 자기들의 입맛에 맞게 재창조해 권력을 강화한다.

 

뉴라이트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들려고 시도한다. 그들이 갑자기 역사를 이용하는 목적은 세계 불황으로 인해 잔뜩 움츠러든 시장경제체제의 기를 펴기 위해서다. 뉴라이트도 시장경제의 약점을 목격했다. 그래서 국정교과서를 통해 시장경제의 약점을 은폐하고, 성장발전의 긍정성을 강조하고 싶어 한다. 자신에게 친숙한 과거를 고정불변한 소유물로 보는 자유경제원의 반쪽짜리 역사관은 현실에 대한 실천적·비판적 개입이 사라져버린 역사학의 죽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역사학의 임무를 모르는 사람은 에드워드 카가 반대하는 인간의 부류다. 집단세력은 자신들이 사랑하는 위인을 역사 밖으로 놓아두려고 한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이승만, 박정희다. 이승만과 박정희의 유령을 소환함으로써 국민에게 그들을 찬양하고 사랑하자고 전도한다. 카의 표현을 빌리자면 ‘수상한 명령’이다. 역사 밖의 위인은 역사가의 비판적 개입을 피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위인을 ‘최고 존엄’으로 격상시킨다. 북한에 있는 일이 실제로 남한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시장경제에 대한 간섭을 반대하던 뉴라이트는 위대한 권력자의 힘을 빌려 역사를 간섭한다. 그리고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입장을 반 정권세력으로 규정한다. 뉴라이트가 논하는 역사는 그들만을 위한 헛된 로맨스에 불과하다. 자유경제원은 자유주의를 가장한 엘리트 집단일 뿐이다. 그들의 역사 남용을 내버려둘수록 ‘저항적 지식인(intellectual dissident)’의 존재가 희미해진다.

 

카는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유명한 명제를 남겼다. 카는 나아가 “역사는 하나의 과학이며 동시에 진보의 과정이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렇지만 카의 명제는 우리나라에서만 힘을 크게 뻗치지 못하고 있다. 애석하게도 우리나라 역사학은 카가 지향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과거에 대한 해석이 수정되고 발전되기는커녕 여러 집단의 이해관계가 역사를 둘러싸고 끊임없이 충돌하고 있다. 역사를 남용하는 정부와 엘리트 집단은 현재와 과거의 대화를 끊고 있다. 국정교과서 논리를 밀어붙이면서 역사학의 숨통마저 끊으려고 한다. 정부와 뉴라이트는 ‘이승만, 박정희, 국정교과서’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역사학뿐만 사회 전체가 아주 불행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과거를 너무 사랑할수록 미래에 대한 믿음과 미래에 한 발 내딛는 추진력을 잃어버린다.

 

 

 

 

 

역사는 지배세력을 만족시켜주는 박제품이 아니다. 과거에 벌어졌던 상황이 후대에 의해 끊임없이 재평가되어야지 역사학이 살아 숨 쉴 수 있다. 지배세력 이데올로기와 손잡은 역사는 ‘사실’과 거리가 멀다. 즉, 올바른 사실을 가지지 못하고 일부러 눈 감는 지식인은 ‘뿌리가 없는 쓸모없는 존재’다. 그들이 생각하는 역사학은 죽은 거나 다름없다. 카는 ‘과거의 죽은 손’에서 자신을 해방하자고 강조했다. 역사 또한 마찬가지다. 현재를 비춰야 할 역사의 거울이 과거의 죽은 자들에게 빼앗길 위기에 처해 있다. 과연 우리 사회와 역사학은 언제 이승만과 박정희의 죽은 손에서 해방될 것인가. 가까스로 과거에 해방되더라도 앞으로 펼쳐지게 될 상황이 너무 어둡다. 국정교과서라는 책의 감옥이 우릴 기다리고 있다. 역사 밖으로 나온 이승만과 박정희의 살아있는 유령이 책의 감옥 내부를 떠돌아다닌다. 그들은 빅 브라더처럼 역사와 그 역사를 바라보는 국민의 눈을 감시한다. 현재와 과거의 진정한 대화가 점점 불가능해진다.

 

 

 

※ 서평대회 이벤트에 응모하기 위해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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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4-21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번 공감!~

cyrus 2016-04-23 11:23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북다이제스터 2016-04-21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지만 별점 만점이 아니라서 섭섭합니다. 흑 ㅠ
제 인생 최고의 책인데요. ㅎㅎ

cyrus 2016-04-23 11:24   좋아요 0 | URL
문체가 조금 더 매끄러웠으면 별 다섯 개였습니다. ^^

페크pek0501 2016-04-22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전으로 유명한 책에 대한 서평을 쓰셨군요. 제가 존경하는 책입니다.
저도 이런 책은 별점에 만점을 주셔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시절에 꽤 충격을 받았던 책이었어요.
앞으로 신간에 갖는 관심을 줄이고 고전과 현대 책의 비율이 고칠현삼은 아니더라도 5대 5가 되도록 읽어야겠습니다.

cyrus 2016-04-23 11:27   좋아요 0 | URL
제가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그냥 ‘카가 말한 역사란 이런 거구나’하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최근에 개정판으로 다시 읽어보니까 전에 읽은 느낌과 완전히 달랐어요. 역사의 기본 개념을 잊고 있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yamoo 2016-04-23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의 이 책을 저는 3번 정도 읽었는데, 지금까지 리뷰를 쓸 생각을 못했네요. 언젠가는 리뷰를 써야 할 거 같습니다~

서평대회 열심히 응모하시는 군요~ 좋은 결과 있기를 바라겠습니다..ㅎㅎ

cyrus 2016-04-25 15:00   좋아요 0 | URL
서평대회는 복불복이죠. ㅎㅎㅎ
 

 

 

 

 

 

대구에서 개최하는 행사입니다. 대구에 거주하시는 분이라면 내일 한 번 들려보셨으면 합니다. 김영하 작가의 친필 사인을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저는 알뜰도서 교환전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합니다. 참여 방법은 간단합니다. 집에 있는 책을 가져오면 1인당 3권까지 원하는 책을 교환해준답니다. 저는 알라딘 서점에 매입 불가능한 책을 처리할 생각입니다.

 

교환전에 비치될 책이 공무원, 기관 단체 등에서 기증받은 것입니다. 그 권수가 삼천여 권이라고 하더군요. 저는 이 행사를 이번에 처음 알게 돼서 교환전에 비치되는 책의 상태와 종류가 어느 정도인지 잘 모릅니다. 운이 좋으면 알짜배기 책을 찾을 수 있겠죠.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감 또한 더욱 큽니다. 왠지 어린이, 청소년용 책이 가장 많이 있을 것 같습니다. 알짜배기 책이 없으면 헌책방에 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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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4-21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뿔싸..근무시간이니 ㄷㄷㄷㄷㄷ

cyrus 2016-04-21 16:41   좋아요 1 | URL
저는 야간 근무라서 오전에 교보문고에 들리고, 행사에 가보려고 합니다. 주말에 행사를 진행하지 않은 점이 아쉬워요. 주말에 행사하면 사람이 많이 올 텐데 말이죠.

alummii 2016-04-21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구에서 좋은 행사를 하는 구요!^^ 도서교환전 이런 거 우리동네에선 본적없어요 ㅋ

cyrus 2016-04-21 16:42   좋아요 0 | URL
제가 사는 동네도 마찬가지입니다. 공공도서관이 보존서고를 개방해서 책을 무료로 주는 행사를 열었으면 좋겠습니다. 보존서고에 상태가 멀쩡한 책이 꽤 있거든요. ^^

yureka01 2016-04-21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주말이라면 당장..ㅎㅎㅎㅎ맞습니다..아쉽네요..주중이라서 ㄷㄷㄷㄷ

레삭매냐 2016-04-21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행사 마음에 듭니다 :> 저희 동네에서도 주말마다 헌책마당을 연다고 하는데 주말마다 비가 계속 와서 취소되고 있네요. 참가해 보고 싶네요.

cyrus 2016-04-21 16:50   좋아요 0 | URL
레삭매냐님! 그 동네가 어딥니까? 부럽습니다. ^^

레삭매냐 2016-04-21 16:53   좋아요 0 | URL
책나라 군포입니다. 올재 클래식 생각나서 교보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이미 다 팔렸네요. 아쉽네요.

cyrus 2016-04-21 16:58   좋아요 0 | URL
벌써 팔렸군요... 저는 내일 교보문고 개장하자마자 들어가서 살려고요.

붉은돼지 2016-04-21 17:00   좋아요 1 | URL
저는 11시에 교보사이트에서 구입했어요. ㅎㅎㅎㅎ

페크pek0501 2016-04-22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까지군요. 대구 친구에게 알려 줘야겠어요.

cyrus 2016-04-23 11:28   좋아요 0 | URL
오늘 같은 책의 날, 특히 주말에 행사를 열었으면 사람이 많이 왔을 거예요. ^^
 

 

 

 

 

 

 

 

 

 

 

 

 

 

 

 

 

 

 

 

이 도서목록은 《보는 눈의 여덟 가지 얼굴》(글항아리, 2015)의 참고 문헌들을 정리한 것입니다.

 

 

 

 

 

 

 ... 책과 관련없는 이야기

 

원래는 ‘마이리스트’ 형식으로 목록을 작성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작성된 마이리스트가 북플에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앞으로는 참고 문헌 목록을 ‘마이페이퍼’ 형식으로 쓰려고 합니다. 마이리스트는 독자가 읽고 싶거나 관심 있는 책을 골라서 목록으로 만들 수 있는 기능입니다. 어떤 특정 주제를 정해서 주제와 관련된 책들을 모아놓을 수 있다는 점이 마이리스트의 매력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마이리스트 서비스의 존재가 예전만큼이나 못한 상태입니다. 북플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마이리스트’ 작성을 하지 않아도 언제든지 관심 있는 책을 고를 수 있게 됐어요. ‘읽고 싶어요’ 하나만 누르면 끝이에요. 새롭고 간편한 서비스 기능이 등장할수록 기존의 서비스를 사용하는 빈도가 줄어들기 마련입니다. 지금도 마이리스트를 작성하는 회원이 많습니다. 그러나 북플 이용자들은 마이리스트를 보지 못합니다. 북플로 가입한 초보 회원은 마이리스트 기능이 무엇인지 잘 모를 겁니다. 몇 년 지나고 나면 마이리스트 기능이 사라지는 예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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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6-04-21 16: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토머스 핀천 책을 다룬 논문을 읽다가 발터 벤야민의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을 샀는데 고이 모셔 두고 있습니다.

cyrus 2016-04-21 16:55   좋아요 1 | URL
혹시 래삭매냐님도 핀천의 소설을 읽으려다가 관련 논문을 읽으신 거예요? 이번 달 달궁 독서모임 책이 어떤 건지 봤습니다. 저는 <브이를 찾아서> 1장만 읽은 상태입니다. 채널예스 ‘출판사 탐방’ 민음사 특집 글에서 본 건데 올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출간 예정작으로 <브이를 찾아서>가 언급되었더군요. 올해는 꼭 나오겠지요? ^^;;

http://ch.yes24.com/Article/View/30077

레삭매냐 2016-04-21 17:03   좋아요 1 | URL
하하하 당근입니다. 일단 책을 읽긴 했는데 도통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더라구요. 논문도 읽긴 했는데 아리까리합니다. <브이>가 나온다고 하니 또 사서 소장해야겠네요 :>

syo 2016-04-21 18: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었는데, 읽을 때는 좋다좋다 읽었는데, 두 달도 채 안됐는데, 왜 아무 기억도 안나는 걸까요.......ㅠ

cyrus 2016-04-21 21:16   좋아요 1 | URL
어떤 챕터는 이해하기 쉬웠는데, 라캉이 언급되는 챕터는 조금 어려웠어요. 챕터마다 난이도가 달랐어요. ^^
 
마네의 회화 파레시아 총서 1
마리본 세종 엮음, 미셸 푸코 외 지음, 오트르망.심세광.전혜리 옮김 / 그린비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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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양쪽에 하늘로 껑충 솟은 가로수가 쭉 늘어서 있다. 길 중앙에 개를 데리고 유유히 걸어가는 남자가 보인다. 나무 뒤에선 두 남녀가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가로수를 따라 눈길을 옮겨 본다. 점점 작아지더니 결국 길의 끝에서 지평선과 만나 사라진다. 두 줄로 나란히 늘어선 나무가 수평선 위의 한 점에서 서로 만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 점은 실제로 불가능한 점이다. 이 그림을 그린 호베마는 멀고 가까운 풍경의 느낌이 잘 드러나도록 원근법을 사용했다. 실제로 기찻길을 바라볼 때나 양쪽으로 늘어선 나무들을 볼 때면 나란한 두 선(평행선)이 만날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화가들은 일찍부터 이런 사실을 알고서 그림을 그렸다. 그림 속에 나타난 17세기 북유럽의 전원 풍경은 조용한 시골 마을의 가로수 길과 별다르지 않다. 시선이 자꾸 소실점에 머무르면 이 길을 직접 걷고 싶은 느낌이 피어난다.

 

실제처럼 보이고 깊이감이 느껴지지만, 사실은 만질 수 없는 평평한 종이일 뿐이다. 소실점과 원근법은 평면을 실제와 같이 똑같이 보이게 하는 일종의 눈속임이다. 원근법은 대상을 표현하는 효과적인 기술이기도 하지만 세상을 보는 눈인 동시에 그것을 인식하는 방법이다. 원근법이 본격적으로 발전되기 시작하면서 인간의 시각은 주체가 되어 유한한 시간과 공간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화가들은 산, 나무 같은 자연이 그림의 주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신이 자연을 창조하듯 그림 속 세상을 창조한다. 신과 종교의 영역에서 탈피해 자연의 모습을 닮은 풍경화를 만들어 내게 된다.

 

그러나 세상을 좀 더 사실적으로 바라보자며 화가와 감상자가 맺은 하나의 약속에 불과하다. 이 회화의 약속을 인상주의 화가들이 과감하게 파기했다. 대상을 똑같이 모방하는 사실주의의 전통에 벗어나기 시작했다. 서양미술사를 논할 때 인상주의를 설명하는 대목에 으레 ‘빛의 과학적 분석’이 자리하고 있다. 인상주의 화가들은 빛에 따라 변하는 물체의 색을 추구했다. 더 나아가서는 원근법에 근거한 오랜 회화의 약속을 뒤엎은 ‘평면성’의 자기반성이라는 개념의 덧칠을 하기도 한다. 이것은 전통적 미술의 근간을 바꾸어놓은 혁명이었다. 이 미술 혁명의 선두주자가 에두아르 마네다. 마네는 명암법과 원근법이 사라진 평평한 평면 세계를 표현했다. 그가 작품을 선보일 때마다 관객들의 비난과 모욕이 쏟아졌다. 어떤 때는 관람객이 휘두르는 채찍질로부터 그림을 보호해야 할 정도였다.

 

 

 

 

 

마네는 1866년 『피리 부는 소년』을 살롱 전에 출품했으나 낙선하고 만다. 소년은 완벽한 구도로 화폭 한가운데 서 있다. 자세가 안정되었고, 좌우 균형 또한 문제없어 보인다. 그런데 살롱 심사위원들은 마네의 출품작을 기본이 부족한 그림으로 판단했다. 그 이유는 마네의 그림은 기존의 초상화와 다른 방식으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마네는 배경을 완전히 없애버리고 인물만 강조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림자 또한 생략했다. 인물만 남은 그림이 마치 사방이 하얀 스튜디오에서 찍은 사진처럼 느껴진다. 살롱 심사위원들은 마네의 의도적인 표현을 낯설어했다. 마네의 든든한 후원자였던 소설가 에밀 졸라는 그를 변호하기 위한 글을 신문에 기고한다. 그러나 마네를 향한 자신의 호감만 잔뜩 드러냈을 뿐, 마네 회화의 본질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했다.

 

마네에 대한 애정을 고작 신문지에 쏟아 부은 졸라의 변호가 소극적으로 느껴진다. 만일 졸라가 미셸 푸코만큼이나 그림 보는 눈이 조금만 더 예리했었더라면, 마네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한 권의 책이 탄생하였을 것이다. 생전에 졸라가 시도하지 못한 것을 푸코는 해냈다. 푸코는 튀니지에서 마네를 주제로 한 강연을 열었고, 죽기 전에 강연 내용을 정리한 원고를 준비하고 있었다. 비록 푸코 최후의 저서가 될 뻔했던 원고는 파기되어 사라졌지만, 강연 녹취록과 녹음테이프가 다행히 보존되었다.

 

 

 

 

 

푸코는 마네가 그림 그리는 방식이 ‘고약하고 신랄하며 짓궂다’고 말한다. 푸코의 설명에 따르면 마네는 원근법 없이도 감상자의 시선을 움직이게끔 하였다는 것이다. 『카페-콩세르의 구석』이라는 그림을 보자. 언뜻 보면 시끌벅적한 카페 내부 장면을 묘사한 그림이다. 이 그림에 감상자의 눈을 안심하게 하는 소실점이 없다. 즉 원근법이 무시된 그림이다. 인물의 구도가 산만하다. 손님이 주문한 맥주를 든 여종업원은 전방을 바라본다. 그 옆에 파이프 담배를 피우는 손님의 시선은 후방으로 향해 있다. 이들은 무엇을 향해 뚫어지라 쳐다보는 것일까. 마네는 감상자가 절대로 볼 수 없는 무엇인가를 숨겼다.

 

 

 

 

 

『카페-콩세르의 구석』보다 먼저 그려진 『화실에서의 점심식사』라는 그림도 오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세 명의 등장인물들은 하나의 상황을 설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이들 사이에는 어떠한 대화도 진행되고 있지 않다. 네 명의 시선은 서로 어긋나 있으며 각자 생각에 빠져 있다. 식사 분위기가 썩 즐겁지 않아 보인다. 감상자는 탁자에 기대어 앉아 정면에서 얼굴을 살짝 돌리면서 주시하는 남자의 눈빛을 잊지 못한다. 그러면서 저 남자가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마네는 감상자가 궁금한 광경을 잘라내 버렸다. 그다음에 광경의 조각을 태연하게 감추었다. 감상자의 시선을 그림 속 장면 안으로 끌어들이면서 공간의 깊이를 만들어낸다. 감상자는 그림 속 인물이 향하는 시선을 쭉 따라가면서 그림에 드러나지 못한 비가시적인 대상이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이렇듯 마네는 의도적인 연출을 통해 감상자가 보고 싶은 방향으로 유도하는 데 성공한다. 반면 화가의 유희에 속아 넘어간 감상자는 화가가 감춘 것을 보려고 캔버스 주변이라도 돌고 싶은 심정이다. 철학 박사 다비드 마리는 푸코가 마네의 그림에서 감상자의 자유를 발견하여 감상자에게 되돌려 주는 데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마네는 감상자의 눈과 정서를 고정하는 원근법을 거부함으로써 감상자가 능동적으로 작품을 바라보는 운동성을 부여했다. 그 대신 마네는 감상자가 어떤 방식이든지 간에 그림을 자유롭게 볼 수 있도록 배려한다. 카롤 탈롱-위공은 감상자에게 그림의 해석을 요구하는 과거의 전략을 폐기한 마네가 ‘회화의 침묵’을 원한다고 말했다.

 

푸코는 강연을 시작하기에 앞서 자신은 미술사 지식이 부족하다고 고백했다. 그가 솔직하게 고백하길 잘했다. 사실 비가시적인 광경을 잘라내는 표현 방식은 마네를 비롯한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들이 즐겨 사용했다. 이들은 일본의 채색목판화인 우키요에의 평면성에 영감을 얻어 사물을 보는 방식에 변화를 주었다. 푸코의 평가는 이미 미술 연구가들이 분석한 내용과 유사한 면이 있다. 그래서 마네를 중심으로 한 인상주의 회화를 심도 있게 공부한 독자라면 푸코의 강연 내용이 어렵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말과 사물》에서 보여준 박학다식한 논의가 펼쳐지는 푸코의 분석을 원했던 독자라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겠다. 원고가 없는 강연 녹취록의 한계다. 푸코는 독자가 더 알고 싶은 내용 모두 삭제해버렸다. 그 점이 무척 아쉽지만, 독자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텍스트(혹은 그 속에 있는 마네의 그림)를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도록 푸코 스스로 ‘침묵’을 선택한 것이라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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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0 2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4-21 15:23   좋아요 1 | URL
예전에 님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에게 관심을 주지 않은 세테를 지적한 글을 썼던 날 기억합니다. 에밀 졸라, 보들레르는 정말 대단한 사람입니다. 동시대 화가들의 재능을 눈여겨보면서 항상 그들의 편에 서서 전통과 맞서 싸웠으니까요.

페크pek0501 2016-04-22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원근법이 느껴지는 풍경이 좋던데요.
역시 예술가는 기존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걸 싫어하는군요...

cyrus 2016-04-23 11:30   좋아요 0 | URL
원근법이 사람의 심리를 안정시켜줍니다. 그래서 원근법을 무시한 그림이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 과거에 익숙한 사람들이 크게 놀랐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