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탑 속의 악마 (《우몽》 : 종루 속의 악마)

 

 

Blunderbuzzard “De Derivationibus,” pp. 27 to 5010, Folio Gothic edit., Red and Black character, Catch-word and No Cypher (원문)

 

➡ 블룬더부차드가 지은, 붉은색과 검은색 문자, 표제어와 암호가 금지된 2절 고딕판 <파생어에 대하여> 중 27쪽부터 1050쪽까지 참조하는 것도 좋겠다. (코너스톤 120쪽)

 

➡ 붉은색과 검은색의 글씨로 씌어진 고딕 판 폴리오, <전기 분류에 대하여>의 27페이지부터 5,010페이지까지를 살펴보라. (《우몽》 199쪽)

 

 

코너스톤 판에는 ‘27쪽부터 1050쪽까지’라고 잘못 적혀 있다. 숫자가 틀렸다.

 

 

 

* 아른하임의 영토

 

The negative merit suggested appertains to that hobbling criticism which, in letters, would elevate Addison into apotheosis. (원문)

 

➡ 자연 방식에 대해 제시한 소극적인 장점들은 문자 그대로 애디슨을 떠받들어 신격화하는 어색한 평론에 속한다고 할 수 있네. (코너스톤 166~167쪽)

 

➡ 내가 말한 부정적인 특성은, 문자 그대로 에디슨을 떠받들어 신격화할 수 있을 절름발이 비평에 해당하는 것이지. (《우몽》 167쪽)

 

 

 

‘Addison’은 영국의 수필가 조지프 애디슨(Joseph Addison, 1672~1719)을 가리킨다. 《우몽》은 ‘에디슨’으로 잘못 썼다. 에디슨은 미국의 발명왕(T. A. Edison, 1847~1931)이다. 포가 살아 있을 때 발명왕은 아직 태어나지 않았다.

 

 

 

* 랜더의 별장

 

It is not the purpose of this paper to do more than give, in detail, a picture of Mr. Landor’s residence — as I found it. How he made it what it was — and why, with some particulars of Mr. Landon himself — may, possibly form the subject of another article. (원문)

 

➡ 나는 우연히 찾게 된 랜더 씨의 별장을 어떻게든 전달하고 싶어 이 글을 썼고 독자들이 별장의 전경을 생생하게 느꼈다면 목적을 다 이룬 셈이다. 랜더 씨가 어떻게 별장을 짓게 되었으며 랜더 씨에게 별장이 얼마나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는 아마도 다른 글에서 다룰 수 있을 것이다. (코너스톤 197쪽)

 

➡ 랜더 씨의 별장을 내가 보았던 그대로 독자들에게 상세히 그림처럼 보여주었다면, 나는 이제 이 글의 목적을 다 이룬 것이다. (《우몽》 124쪽)

 

 

소설 마지막 부분. 《우몽》에 소설 마지막 문장 한 줄이 누락되었다.

 

 

 

* 말의 힘

 

Its brilliant flowers are the dearest of all unfulfilled dreams, and its raging volcanoes are the passions of the most turbulent and unhallowed of hearts.

 

➡ 이 별의 아름다운 꽃들은 이루어지지 못한 소중한 꿈들이며, 성난 화산들은 난폭하고 부정한 열정이다. (코너스톤 240쪽)

 

➡ 저 아름다운 꽃들은 이루어지지 못한 가장 소중한 꿈들이며, 저 격렬한 화산은 더없이 격정적이고 순수한 마음의 열정이다. (《우몽》 170쪽)

 

 

《우몽》 번역자의 영어 실력이 의심된다. ‘hallowed’‘소중한’, ‘신성한’을 의미한다. 형용사 앞에 접두사 ‘un-’을 붙이면 형용사의 반대 의미가 된다. ‘unhallowed’가 ‘순수한’으로 해석하면 안 된다.

 

 

 

* 폰 켐펠렌과 그의 발견

 

After the very minute and elaborate paper by Arago, to say nothing of the summary in ‘Silliman’s Journal,’ with the detailed statement just published by Lieutenant Maury, it will not be supposed, of course, that in offering a few hurried remarks in reference to Von Kempelen’s discovery, I have any design to look at the subject in a scientific point of view. (원문)

 

➡ 모리 경위가 발표한 세부 성명은 <실리만의 잡지>에 요약본이 실린 것은 물론이고 아라고가 매우 정확하고 상세한 논문으로 발표한 터라, 폰 켐펠렌의 발견에 관한 짧은 언급에서까지 그 주제를 과학적 관점으로 살펴보지는 않을 것이다. (코너스톤 191쪽)

 

 

소설이 시작되는 첫 문장.《우몽》에는 첫 문장이 삭제되었다.


 

 

I am pleased in being able to state positively, since I have it from his own lips, that he was born in Utica, in the State of New York, although both his parents, I believe, are of Presburg descent. The family is connected, in some way, with Mäelzel, of Automaton-chess-player memory. [If we are not mistaken, the name of the inventor of the chess-player was either Kempelen, Von Kempelen, or something like it. — ED.] In person, he is short and stout, with large, fat, blue eyes, sandy hair and whiskers, a wide but pleasing mouth, fine teeth, and I think a Roman nose.

 

➡ 기쁘게도 폰 켐펠렌의 입으로 직접 들어 분명히 말하는데 부모님은 모두 프레스부르크 태생이지만, 폰 켐펠렌은 뉴욕 주 유티카에서 태어났다. 집안사람 중에는 자동 체스 게임기에 쓰이는 메모리를 개발한 멜첼이 있다. 폰 켐펠렌은 작은 키에 다부진 체구를 가졌으며, 크고 두툼한 파란 눈에 엷은 갈색 머리와 구레나룻, 크지만 매력적인 입과 고른 치아, 오뚝한 콧날을 지녔다. (코너스톤 265쪽)

 

➡ 나는 그의 입으로 직접 들었기 때문에, 그의 부모는 프레스부르크 출신이지만 자신은 뉴욕 주 유티카에서 태어났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어 기쁘다. 그는 키가 작고 땅딸막했다. 커다랗게 튀어나온 푸른 눈, 모래색 머리카락, 구레나룻, 웃는 듯한 넓은 입, 하얀 치아, 그리고 매부리코였던 것 같다. (《우몽》 193쪽)

 

 

멜첼(Mäelzel, 1772~1838)은 메트로놈을 고안한 독일의 발명가다. 《우몽》에 멜첼이 언급되는 문장이 삭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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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6-03-25 0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은 전집세트로 가야하는 것이군요..`우몽`도 꽤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에러가 엄청나게 많은 듯 합니다. 포를 숭배(?)하는 저는 전집을 보관함에 담아버렸습니다...-_-: 이담에 잠잘 방, 부엌, 화장실 빼고는 책으로 꽉 찬 집에서 살게 될 것 같습니다.

cyrus 2016-03-25 17:59   좋아요 0 | URL
코너스톤 포 전집도 오류가 몇 개 있지만, 그래도 <우몽>보다 낫습니다. 포의 작품을 제대로 읽으려면 포 전집을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우몽>을 중고로 샀지만, 지금 생각하면 후회됩니다. ^^;;
 

 

 

따뜻한 봄기운이 오지 않았는데도 안방은 벌써 후끈하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 신드롬이 대단하다. 드라마가 잘 되니까 국방부가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인터넷이나 SNS상에서 ‘~말입니다’ 말투를 쓰는 글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국방부는 병영 언어를 바로잡기 위해 말투 개선 지침을 내놓았다. 그동안 병영 내에서는 어떤 군법이나 규칙에도 ‘다나까’를 쓰라는 내용이 없었음에도 공식적인 높임말로 지정되어 있었다. 억지로 ‘다나까’를 쓰게 되면서 뒤에 ‘~말입니다’라는 어법에 맞지 않는 어미를 남발하는 등 심각한 언어 파괴 현상도 발생했다. 올해부터 군인은 ‘다나까’ 대신에 ‘~요’로 끝내는 해요체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여자들은 ‘~말입니다’를 쓰는 드라마 속 송중기의 매력에 빠져 그 말투를 따라한다. 그런데 군대 밖에서 구시대적 군대식 말투를 남발하는 현상이 좋게 느껴지지 않는다. <태양의 후예>와 <일밤-진짜 사나이> 같은 군인 소재로 한 방송이 나오기 전까지 군대식 말투가 군대라는 집단 내의 특별한 언어였다. 군대를 가본 남자들만이 ‘다나까’와 ‘~말입니다’를 기억했다. 그들은 군복을 벗어 사회에 나가서도 군대에 보고 들은 것들을 잊지 못한다. 남자들만 있는 술자리에 군대 이야기가 절대로 빠지지 않는다. 대부분 우리나라 남자들은 군 복무의 향수를 대화의 화제로 삼아 자신의 남성성을 과시한다. 군 복무한 남자들은 자신의 군 생활을 영웅담처럼 자랑한다. 이를테면 사격 실력이 좋아서 포상 휴가를 많이 받은 군인 시절을 뿌듯하게 여기면서 말한다. 또 어떤 사람은 실제 축구 실력이 형편없으면서도 자신이 ‘군대스리가 메시’로 이름을 날렸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이 ‘근거 없는 자신감’을 직접 확인할 방법이 없다. 청자들은 허풍이 팔 할인 영웅담을 진짜라고 믿는 척한다. 군대에 자부심이 넘치는 사람들은 입대를 앞둔 미필자 남자들에게 자신의 군대 지식을 전수하기도 한다.

 

대한민국 남자는 군인이 되어야 진정한 남자로 인정받는다. 미필자, 공익근무요원 출신 또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이 여전히 따갑다. 특히 군필자 가산점제 부활 문제를 둘러싸고 병역과 관련해 남녀가 이토록 싸우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군대 자부심이 많고, 여성을 혐오하는 남자의 눈에는 군대에 가지 않은 여성들이 군대식 말투를 쓰는 모습이 괘씸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여성 혐오자들은 여성들의 사소한 행동과 말투에 조롱하고 멸시한다. 여성에 대한 부정적 기류를 형성하여 남성 우월성을 표방한다.

 

요즘 여성 혐오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먹잇감이 바로 <진짜 사나이-여군특집>이다. 여자 연예인들이 군복을 입고 눈물을 흘리며 땀범벅이 되어 땅을 구르는 장면은 그 자체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잡아끌 수밖에 없다. 이 특집이 주는 특별한 재미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지금의 4기는 구설수만 많아져 시청자들의 반응이 냉담하다. 새로운 인물로 채워져도 방송 속 캐릭터는 새롭지도 흥미롭지도 않다. 제작진은 리얼리티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연예인들이 생활관에서 방귀를 트고, 트림하면서 서로 친해지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공개했다. 이건 제작진의 무리수다. 아무리 가볍게 웃고 넘기는 예능이라고 하지만, 군인으로서의 품위가 손상될 우려가 있다. 또한 먹잇감을 호시탐탐 노리던 여성 혐오자들을 더욱 자극하게 한다. 여성 혐오자들은 이 방송 장면을 보면서 대한민국 여성의 무식함을 마음껏 조롱한다. “여자가 군대 망신 다 시킨다”, “여자들은 뇌가 없어” <진사-여군특집> 관련 기사에 입에 담지 못한 표현으로 여자들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악성 댓글들이 많이 있다. 심지어 여자 연예인의 노 메이크업을 가지고 외모를 비하한 댓글도 있다.

 

 

 

 

 

지난 주 일요일 인터넷에서는 김성은의 양심 고백을 놓고 누리꾼들 사이에서 설전이 일어났다. 김성은은 중대장에게 자신의 옆에 앉은 하사가 시험 문제의 답을 알려줬다고 고백한 장면이 문제가 되었다. 이후 답을 알려준 하사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은 이기적인 행동이라는 의견이 번졌다. 여기에 또 여성 혐오자들이 익명성의 가면을 쓰고 등장한다. 컴퓨터 키보드를 열심히 두드리기 시작한다. ‘미친년’, ‘방송에 나오지 말고 그냥 애나 키우라’ 등 온갖 악성 댓글 행렬이 이어진다. 여성 혐오자들은 남성 하사에 대한 동정심을 유발한다. 이렇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남성의 도움을 받고도 뒤통수치는 김치년’ 프레임이 생긴다. 여성 혐오자들은 여성 연예인의 행동 문제만 가지고 대한민국 여성 전체의 문제로 확대한다. 그들의 논리는 늘 한결같다. 기승전‘김치년’. 이러면 남성 하사가 문제의 답을 몰래 알려준 잘못된 행동과 편집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제작진의 실수가 논란의 중심에서 살짝 벗어나게 된다. 결국 김성은과 가만히 있는 대한민국 여자들이 여성 혐오자들이 던진 돌에 맞고 있다.

 

군대를 소재로 한 예능과 드라마 방송의 등장으로 여성들은 군대 문화를 간접적으로 알아가게 된다. 군대를 바라보는 대중의 관심이 점점 뜨거워지면 여성 혐오자들의 ‘혐오 지수’ 또한 올라갈 것이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여성 혐오를 유발하는 요인이 하나씩 생겨나고 있으며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 그런데 우린 여성 혐오의 기운이 언제 어디서 꿈틀대기 시작하는지 잘 모른다. 크게 터지고 나서야 문제의 심각성을 알아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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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불곰 2016-03-22 21: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저글도 들려주세요^^

cyrus 2016-03-23 09:37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방금 부풀님의 글을 보고 왔어요. 그런데 어떤 댓글을 달아야할 지 난감하군요.

솔불곰 2016-03-23 10:44   좋아요 0 | URL
부담 없이 달아주시면됩니다

솔불곰 2016-03-23 14:05   좋아요 0 | URL
집에서 할거 없으신가요?
책만 읽으시는듯;;

cyrus 2016-03-23 15:04   좋아요 0 | URL
집에 있으면 TV를 덜 보고, 스마트폰 사용을 안 하는 편입니다. 게임도 안 해요. 그래서 책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생긴 것 같습니다.

솔불곰 2016-03-23 15:14   좋아요 0 | URL
저랑 싸우시자는거예요?
저는 그냥 그러가싶어서 이아기랬는데 왜 열폭하세요;;

cyrus 2016-03-23 15:16   좋아요 0 | URL
부풀님, 무슨 말입니까? 저는 솔직하게 얘기한 건데요.

솔불곰 2016-03-23 15:24   좋아요 0 | URL
저도 솔직히 이야기한겁니다;;

솔불곰 2016-03-23 15:25   좋아요 0 | URL
저안테 오ㅐ그러신가요?
저는 그냥 제글에 댓만달아달라고했는데말이죠..

cyrus 2016-03-23 15:27   좋아요 0 | URL
제가 부풀님에게 잘못한 것 있습니까?

솔불곰 2016-03-23 15:30   좋아요 0 | URL
솔직히 저는 같이 친해지자는마음으로 제 글 봐달라고허는건데 제글 비하하니 마음이 ㅈㄴ 아프네요
제가 책안읽는다고 무시하는것도아니고;;

cyrus 2016-03-23 15:32   좋아요 0 | URL
부풀님, 저는 부풀님이 쓴 글을 비하하는 의미가 있는 말을 한 적도 없어요. 그리고 책 안 읽는다고 무시하지 않았어요.

솔불곰 2016-03-23 15:34   좋아요 0 | URL
그럼 어떤 닷글을 써야되는지 난감하다는 말은뭐죠?제가 찐따로 보여요?제가 님 따까리로 보여요?
와 화나네
지금 손에들고있던 `총균쇠`집어 던졌습니다 제가 가장 애장하는책이죠

cyrus 2016-03-23 15:41   좋아요 0 | URL
저는 그런 의미로 말한 것이 아니에요. 댓글을 달아야 할 말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는 의미였어요. 사실 제가 <총균쇠>를 읽지 않았어요. 만일 제가 그 책을 읽었으면 책 내용에 관한 댓글을 달았겠죠. 부풀님을 절대로 무시하지 않았습니다.

솔불곰 2016-03-23 15:42   좋아요 0 | URL
그럼 더 화내기전에 내 글에 댓글달아주세요^^
빨리요

cyrus 2016-03-23 15:44   좋아요 0 | URL
지금 장난하는 겁니까?

솔불곰 2016-03-23 15:47   좋아요 0 | URL
장남이니라 막내입니다;;
제글에 댓글 다는거가지고 장난하냐고 물으시는건 무슨뜻입니까?
너무 하시네요 아재님

솔불곰 2016-03-23 16:06   좋아요 0 | URL
많이 화났셨나요?

cyrus 2016-03-23 16:11   좋아요 0 | URL

솔불곰 2016-03-23 16:12   좋아요 0 | URL
아 죄송합니다
삐치시거보니 나이가 어리시군요^^

2016-03-22 2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3-23 09:40   좋아요 0 | URL
저도 안 봅니다. 처음에는 재미있어서 봤는데 가면 갈수록 식상했어요. 방송에 나오는 군인 및 간부들은 촬영 전에 미리 섭외한 겁니다. 그래서 `진짜 사나이`를 `가짜 사나이`라고도 하죠.

곰곰생각하는발 2016-03-23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저런 반응을 보면 남자로서 쪽팔립니다..

cyrus 2016-03-23 09:49   좋아요 0 | URL
`진짜 사나이` 관련 댓글들을 보면 군부심을 드러내요. `내가 군(간부) 생활을 해봐서 아는데...`로 시작해서 `여자들은 군대 가면 망한다`로 끝납니다.

양철나무꾼 2016-03-23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 프로그램은 직접 안봐서 모르고,
이 글만 읽고는 아직도 `옆자리 하사가 답을 알려줬다`고 한 김성은의 양심선언이 왜 문제가 되는지 전혀 파악을 못하고 있습니다. 이건 제가 여느 여자들처럼 군대의 관행을 몰라서 그런 것일수도 있지만,
백번 양보하여 그렇다 하더라도,
군대의 관행을 잘 아는 남자 하사가 몰래 답을 알려준 자체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것 아닌가요?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건 자유지만,
저 정도가 되면 의견표현이 아니라, 댓글 테러이고 폭력이지 싶습니다~ㅠ.ㅠ

cyrus 2016-03-23 10:22   좋아요 0 | URL
상세하게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김성은에게 문제의 정답을 알려준 남자 하사는 장기적으로 근무해야하는 직업 군인입니다. 그런데 시험 부정 행위가 적발된 군인은 벌점을 받습니다. 적발 횟수가 많으면 강제 퇴소당합니다. 이 부정 행위가 시험 감독관에게 들키지 않았지만, 카메라에는 찍혔어요. 중대장이 시험 결과에 이의 제기를 하라고 말하자 김성은이 자신의 행동에 마음이 편치 않았는지 부정 행위를 한 사실을 밝힙니다.

시청자들은 여기에 분노합니다. 김성은의 행동이 경솔하게 보였는 것이죠. 얘기해도 되지 않은 걸 알리는 바람에 남자 하사도 부정 행위에 대한 처벌을 받게 됩니다. 시청자들은 답을 알려준 군인이 계급 진급 시에 불이익 받을 수 있다고 걱정했습니다. 문제의 장면이 TV에 전파되었을 때 남자 하사 얼굴이 모자이크 없이 공개되었는데요, 시청자들은 며칠 동안 부대에서 촬영하는 여자 연예인 때문에 장기 복무해야 할 군인이 피해 입는 상황을 못마땅하게 여깁니다.

김성은 소속사 측은 남자 하사에게 불이익이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이 문제의 장면 하나 때문에 김성은은 여성 혐오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어요. 그런데 남자 하사의 행동이 방송을 위한 각본의 일부일 수 있습니다. <진짜 사나이>에 나오는 병사나 간부는 촬영 전에 미리 섭외한 사람들입니다. 제 생각에는 시험 부정 행위 장면은 제작진이 방송 분량을 위해서 연출한 것 같아요. 실제 일어난 일이라면 절대로 방송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지만 연출된 장면이라도 남자 하사의 행동은 잘못되었습니다. 그리고 논란을 부를 수 있는 장면을 편집하지 않은 제작진도 비난을 받아야 합니다. 김성은 논란 때문에 여군뿐만 아니라 여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늘어났습니다.

transient-guest 2016-03-23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묘한 병영국가시절이 떠오르네요. 간접적인 프로파간다 같아요

cyrus 2016-03-23 15:07   좋아요 0 | URL
태국 총리가 <태양의 후예>를 최고의 드라마로 극찬했습니다. 그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드라마에 국민의 애국심과 희생정신 같은 시민의식이 담겨 있다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태국 국민들이 <태양의 후예>를 시청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stella.K 2016-03-23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짐작은 하고 있었다.
다나까는 솔직히 교도소에서도 쓰는 말 아닌가?
그 드라마 보면서 여기가 군대야, 교도소야 하다가도 군대도 저런 말투 안 쓰는데
아무래도 그 라임이 독특하긴 해서 드라마나 예능에서 소재로
써 먹기 좋은 거 아니겠니? 근데 실제 그럴 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지.
드라마와 현실을 구분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질 것 같아.
예능에서 또 베껴 먹잖아.ㅋ

cyrus 2016-03-23 15:10   좋아요 0 | URL
저는 지금도 생각하면 ‘~말입니다’ 같은 어색한 말투를 쓰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어요. 드라마가 잘 되니까 기자들이 인터넷 기사 제목을 선정할 때 ‘~말입니다’를 쓰더군요. 손발이 오그라드는 줄 알았어요.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3-23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 달아달라는 알라딘 댓글 거지가 있다고 하던데 진짜인가 보네...
하여튼 ㅅㅂ.. 댓글 구걸하는 놈은 답이 없다.

transient-guest 2016-03-23 16: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플이 등장하고 여러 좋은 분들을 만나는 등 순기능이 많이 있지만, 솔직히 bulk-up하고 거품이 낀 느낌도 있어요. 그런데, 이젠 일베초딩도 등장하나 봅니다. 서재활동 초기에 가끔 들려서 이상한 트집을 잡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 이상이네요.

2016-03-23 16: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23 16: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 - 결정적 1%, 사소하지만 치명적 허점을 공략하라
리처드 H. 탈러 지음, 박세연 옮김 / 리더스북 / 201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칠흑 같은 밤, 철수와 영희는 전봇대 밑에서 마주쳤다. 두 사람 다 쓰레기를 몰래 버리다가 들키고 만 것이다. 서로 뻘쭘한 상황.

 

철수 : "영희야, 뭐 하니?"

영희 : (싱긋 웃으면서) "신경 꺼!"

 

멋쩍은 미소와 함께 둘은 황급히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이들은 관청에서 다시 마주쳤다. 어느 사람이 두 사람이 전봇대에 쓰레기를 몰래 버리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제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목격자의 제보만으로 철수와 영희의 소행을 확증할 수 없었다.

 

철수와 영희는 각자 다른 방에서 심문을 받았다. 관청 직원이 두 사람에게 다음과 같은 동일한 제안을 한다. “둘 다 자백하면 벌금을 처한다. 만일 당신이 스스로 죄상을 고백하고, 상대 쪽이 버티면 당신은 포상금을 받고, 상대 쪽은 벌금의 두 배를 내야 한다. 당신이 버티고 상대 쪽만 자백하면 당연히 상벌은 반대다. 둘 다 자백하지 않으면 별수 없이 무죄 방면이다.” 

 

두 사람 다 손해 받지 않기 위한 최상의 전략은 자백이다. 영희가 버틴다면 철수는 자백하는 것이 유리하다. 왜냐하면, 같이 버티면 그냥 벌금을 면할 수 있지만, 자백하면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니 자백하는 게 유리하다. 영희가 자백할 때도 철수는 버티기보다는 자백하는 것이 낫다. 자백하면 기본 벌금만 내면 되지만, 버텼다간 철수 혼자 벌금 폭탄을 맞는다. 바보가 아닌 이상 영희도 철수와 같은 선택을 한다. 따라서 두 사람 모두 자백하고, 벌금을 낸다. 철수와 영희에게 가장 좋은 선택은 둘 다 끝까지 침묵하여 벌금을 피하는 것이지만, 결국 죄형을 고백하고 만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죄수의 딜레마'다. 최선의 개인적 선택들이 최악의 집단적 결과를 빚은 것이다. 철수와 영희의 행동은 지극히 합리적이다. 그러나 바로 그 ‘합리성’ 때문에 공멸에 이른다. 생각할수록 참 아이러니한 일 아닌가.

 

주류 경제학의 기본 전제가 합리적 인간(Econ)이다. 하지만 실제로도 앞의 사례에서 보듯이 현실은 이를 사정없이 배반한다. 과연 이 합리성은 전제될 만한 가정인가. 경제학은 이 같은 도전을 수없이 받아왔다. 이러한 인간의 실제적 경제 행위를 설명하려고 노력한 심리학자들이 있다. 허버트 사이먼이 선구적으로 시작한 이후 아모스 트버스키와 대니얼 카너먼이 이를 크게 발전시켰다. 허버트 사이먼에 의하면 인간은 효용의 극대화를 추구하려고 노력하지만, 선택에 필요한 정보의 제한성과 분석 역량의 한계 때문에 완벽한 선택과 판단을 하지 못한다. 신이 아닌 보통 인간은 제한된 합리성을 추구할 뿐이다. 경제학에서 전제하는 것처럼 이론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주먹구구 방식으로 판단한다. 경제의 선택이론에 심리학을 접목한 행동경제학은 주류경제학의 허점을 강력히 파고들었다.

 

《넛지》의 공동 저자이자 경제학자인 로버트 탈러는 자신의 삶 절반을 행동경제학과 함께 지냈다. 자신이 똑똑하다고 믿는 어른(주류경제학의 ‘Econ’)들에게 무시 받았던 꼬마(행동경제학)가 어엿한 ‘인간’으로 성장해서 마침내 인정받기까지의 과정을 한 편의 자서전처럼 기록했다.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원제: Misbehaving)은 《넛지》의 프리퀄(prequel)이라고 보면 된다. 만일 행동경제학이 구축되지 않았으면 《넛지》의 ‘자유주의적 개입주의’도 이 세상에 나오지 못했다. 저자는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전하는 서문에서 이 책이 자서전이 아니라고 힘주면서 말하고 있다. 그렇지만 저자가 소개하는 학자들의 삶이 다 재미있는 건 아니다. 저자가 행동경제학과 관련된 재미있는 사연들을 언급하려고 노력했지만, 어떤 내용은 좀 지루하다. 독자들은 바쁘다. 책을 끝까지 읽을 시간이 부족하다. 행동경제학 이론에 관한 간략한 설명만 듣고 싶은 독자들은 학문의 담벼락 안에서 살아가는 학자들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의미심장한 충고를 한다. 책을 읽다가 더 이상 재미있지 않으면 책을 덮으시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것 또한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잘못된 행동’이 된다.

 

 

‘잘못된 행동’의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 우리의 멍청한 철수를 다시 소환해 보자.

여러분 우리 큰 목소리로 철수를 불러볼까요?

 

(철수야!)

 

잘 안 들려요. 다시 한 번 더 크게!

 

(철수야!)

 

철수 있다!

 

 

철수가 자신이 구입한 책을 자랑한다. 그 책은 바로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이다.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의 정가는 2만 2천 원이다. 적지 않은 금액이다. 독서광으로 알려진 철수는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책이 생각보다 재미가 없었다. 철수는 이 책을 다 읽고 싶었다. 왜냐하면 이런 책 한 권쯤 읽어줘야 사람들이 자신을 똑똑한 사람으로 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철수는 자비로 구입한 책을 안 읽는 것은 낭비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철수의 생각>은 어리석었다.

 

 

이미 지불한 후 되찾을 수 없게 된 비용을 ‘매몰비용(sunk cost)’이라고 한다. 철수의 매몰 비용은 책의 구입비다. 주류 경제학은 의사 결정을 할 때 미래의 비용과 편익만을 고려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가르친다. 매몰비용은 의사 결정 시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쉽게 말해 ‘과거를 후회해도 신경 쓰지 말라’는 뜻이다. 이런 뒤틀린 인식은 합리적 인간(Econ)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욕구와 관련되어 있다. 따라서 명백한 오류가 눈앞에 드러나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반증으로 굳어질 때까지 계속된다. 아무리 철수가 자신을 ‘상식파’라고 말해도 중요한 선택 앞에서는 바보가 된다. 이 책을 끝까지 안 읽고, 알라딘 중고서점에 파는 일이 상식적으로 이해되는 선택이다.

 

경제이론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설명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가정과 추상화의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론은 태생적으로 불완전하다. 그걸 또 완전하다고 믿는 인간은 합리성에 만든 함정에 쉽게 빠져버린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바보 같은 선택을 하면서 살아왔고 그것을 느낀 다음에야 뒷북을 친다. 경제학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이성을 통한 의식적 견제와 관찰이 중요하다. 내가 믿고 있던 지식에 발등 찍힐 수 있다. 자만심과 고집에 빠지지 말고 현재까지의 손실과 장래의 승산을 냉정히 저울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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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21 1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3-22 18:41   좋아요 0 | URL
‘국민의당’이라는 이름이 부끄러워진 어제였어요. 당(糖)이 많으면 몸에 해로워요. 국민의 당이 아니라 국민의 암(癌)입니다.

나와같다면 2016-03-21 21: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가 생각하는 걸 나도 생각한다고 그가 생각하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존내쉬 교수의 균형이론..

cyrus 2016-03-22 18:42   좋아요 0 | URL
내쉬 이론도 이 책에 나옵니다.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로 중고서점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한다. 가장 큰 이유가 할인 폭이 없는 책값에 있다. 사람들은 새 책보다는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중고 책을 더 선호한다. 여기에 맞춰 인터넷 서점들이 중고서점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예스24는 다음 달에 중고서점을 개장한다. 출판계는 표정이 어둡다. 중고서점의 확장세가 커질수록 새 책이 잘 팔리지 않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신간 유통이 정체되면 출판사의 수익이 저조해진다. 실적 부진으로 인해 새 책을 만들려는 투자 심리가 위축된다.

 

중고서점의 등장에 출판사 직원들은 깊은 한숨을 내쉬지만, 헌책방 주인들은 울상을 짓는다. 손님들이 찾는 책들은 거의 중고서점에 몰려 있다. 중고서점은 하루에 엄청난 양의 책을 확보해도 재고 문제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왜냐하면, 중고서점에 책을 구매하는 손님들이 많기 때문이다. 반면에 헌책방은 재고가 많아도 너무 많다. 헌책방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어진 지 오래다. 헌책을 사는 손님은 팍 줄어들고 있고, 손님이 파는 책들만 계속 많아진다. 판매되지 않은 책들이 점점 쌓일수록 책방 공간이 협소해진다. 헌책들을 애지중지하게 여기던 책방 주인들도 너무 많아진 책들을 혼자 관리하지 못한다. 책방에 오래 방치되어 있고, 판매 가치가 떨어진 책들은 폐품으로 처분한다.

 

요즘 젊은 층을 중심으로 ‘술 마시는 책방’ 유행이 불기 시작했다. 손님들이 책방에 맥주를 마시면서 책을 읽는 광경들 볼 수 있다. 책방이 직접 유명 작가를 초빙해서 강연이나 사인회를 열기도 한다. 그러면 책방을 널리 알릴 수 있고, 책을 구매하는 손님들을 많이 확보할 수 있다. 이처럼 중소 책방들은 손님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책만 보는 서점’ 이미지를 탈피하고 있다. 서점도 ‘투 잡(Two job)’을 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그러나 ‘투 잡’하는 헌책방의 현실은 초라하다. 책방 운영하면서 얻는 수입만으로 근근이 살아가기가 어렵다. 내가 자주 찾는 헌책방은 담배도 판다. 담배 사러 오는 손님이 책 찾는 손님보다 더 많다. 책과 골동품을 같이 파는 헌책방도 있다. 그런데 말은 골동품이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낡은 잡동사니다. 가끔 알람시계, 소형 라디오 같은 물건도 있다. 이 중에 하나만 팔아도 감지덕지하다.

 

허름한 헌책방은 세련된 분위기를 유지하는 중고서점을 절대로 따라가지 못한다. 씁쓸하지만 이게 현실이다. 이로 인해 헌책방에 대한 편견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헌책방에는 아무도 사지 않는 책들만 잔뜩 있고, 퀴퀴한 냄새가 풍기는 곳으로 생각한다. 중고서점은 ‘젊은 헌책방’이라는 이미지를 내세워서 책을 멀리하는 젊은 층들을 끌어모은다. 그렇지만 중고서점이 헌책방보다 더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고서점과 헌책방 모두 애용하면서 확실하게 느낀 것이 딱 하나 있다. 점점 늘어나기만 하는 중고서점은 ‘레몬 마켓(lemon market)’으로 전락한다. 영어에서 레몬은 속어로 ‘불량품’이라는 뜻이다. 레몬 마켓에 가격은 저렴하지만 시고 맛없는 레몬만 널려 있다. 그래서 레몬 마켓은 구입해서 직접 써보기 전까지는 품질을 제대로 알기 어려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거래되는 불량한 시장을 의미한다.

 

중고서점에는 불량 레몬 같은 책들이 너무 많다. 팔지 못해서 출판사 창고에 썩혀 있던 책들이 대량으로 중고서점으로 들어온다. 대부분 출간 연도가 좀 지난 구간 도서다. 책 상태만 좋은 헌책이다. 책 보는 눈이 남다른 독자는 오랫동안 읽고 보관할 수 있는 좋은 책들을 잘 골라낸다. 반면에 좋은 책을 고를 줄 모르는 독자들은 책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그래서 겉은 멀쩡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문제가 많은 책을 고를 가능성이 커진다. 중고서점의 등장은 독자들이 즐거워해야 할 일이 아니다. 중고서점이 많아진다고 해서 값싸고 좋은 책들을 더 많이 살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착각이다. 우리가 원하는 책들은 다른 독자들도 갖고 싶어 한다. 그러면서 좋은 책을 가지게 되면 팔지 않고 소유하려는 심리가 강해진다. 이렇게 되면 중고서점에 품질이 더욱 떨어지는 책만 넘쳐날 수밖에 없다. 중고서점을 ‘헌책방의 진화’, ‘책의 보고’라는 수식어를 붙이면서 과하게 소개하는 뉴스를 발견하면 일단 의심하자. 중고서점을 취재한 기자가 무식하거나 중고서점 확장에 대한 야심이 큰 온라인 서점의 언론 플레이일 수 있다. 중고서점을 애용하는 것도 좋지만, 화려한 내부 분위기에 현혹되지 마시라. 그러다가 호구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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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불욕물시어인 2016-03-19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비싼게 아니고 우리들의 실질 소득이 줄어들어서 그래요!
한가족 통신비를 반만 줄일 수 있다면 쫌 여유가 생길텐데...

cyrus 2016-03-21 09:50   좋아요 0 | URL
가계소득이 넉넉하지 않다 보니, 물가가 조금만 상승해도 비싸게 느껴집니다.

stella.K 2016-03-19 18: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짜 책을 사려면 헌책방을 가야지.
중고서점이 등장하면 이런 문제가 파생될 줄 알았지.
출판사가 타격이지. 독자는 그나마 좋긴 하지만...
나도 최근까지 가끔 중고서점에 들러보곤 하는데
내가 원하는 책은 별로 없더군.
그래도 옛날 서점가는 기분이 들기도 해.
암튼 이 출판사와 서점간의 문제는 참 풀기가 어려운 것 같아.

cyrus 2016-03-21 09:56   좋아요 0 | URL
`내가 원하는 책`을 찾겠다는 마음으로 헌책방, 중고서점에 가면 못 찾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책을 사러 가면 아무 생각하지 않아요. 이러저리 확인해보고,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면 그게 `내가 원하는 책`이 되더라고요. ^^

2016-03-19 19: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3-21 09:58   좋아요 0 | URL
헌책방에는 사진집이 좀 많이 있는 편인데, 대부분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낸 것들이 많아요. 유명 사진작가의 사진집은 희귀성 때문에 가격이 높아요.

단발머리 2016-03-19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배도 판다... 에서 정겹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하네요. 저부터도 헌책방보다 중고서점 가게 되더라구요.
편하고 깨끗하고... 에구...

cyrus 2016-03-21 10:02   좋아요 0 | URL
헌책방도 책을 가지런하게 정리하지만, 청결함에 있어서는 중고서점 못 따라갑니다.

레삭매냐 2016-03-19 21: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헌책방에 저도 예전에 줄곧 찾아 다니곤 했습니다.
문제점 중의 하나가 주인장도 고객이 원하는 책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는 점입니다. 검색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지
않아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립니다.

시간이 많던 시절에는 한나절도 문제가 없었지만 중고서점
에 들러서 후딱 책 사들고 튀어야 하는 입장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네요.

그리고 배다리에 있는 중고서점에도 자주 가곤 했었는데
절대 책이 싸지 않고 네고가 불가능합니다. 책 바닥에
적혀 있는 가격 그대로 받습니다. 램프의 요정에서 제공
하는 유혹적인 할인 서비스 받다 보면 도저히 새 책 살
엄두가 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cyrus 2016-03-21 10:25   좋아요 0 | URL
헌책방에 대한 잘못된 생각 중 하나가 헌책방 사장님이 손님이 원하는 책을 다 찾아낼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그분들의 오랜 경험만 보면 충분히 가능하지만, 세월 앞에 능력이 무뎌집니다. 책을 못 찾을 때가 있고, 가끔 가게에 파는 책이 뭐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재고를 컴퓨터에 입력해서 기록으로 남기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혼자서 엄청난 양의 책 한 권 한 권 정리하는 일은 쉽지 않아요.  이렇다 보니 헌책방 홈페이지에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책이 헌책방에 가면 찾을 수 있습니다.

방랑 2016-03-19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신촌에 헌책방 투어를 좋아해요.

동네에도 헌책방을 발견했는데 시집이 많아서 다시 가봐야될듯싶어요.

며칠전 친구를 기다리다가 약속장소를 헌책방으로 잡았는데 먼저 가서 책을 보는 재미가 있어서 좋았어요.

cyrus 2016-03-21 10:35   좋아요 0 | URL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약속 장소로 많이 정하는 곳이 바로 서점 아니면 도서관 근처입니다. ^^

:Dora 2016-03-20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프서점중고매장 역시 거대자본주의의 독식의 시작인가요 소비자들은 참 편리하고 좋지만 헌책방을 살리는 게 우선이죠

cyrus 2016-03-21 10:36   좋아요 0 | URL
헌책방을 애용하고, 책 좋아하는 분들 만나면 항상 헌책방의 장점을 많이 알리려고 합니다. 그렇지만 헌책방이 부활할 가능성은 없다고 봅니다. 지금 남아있는 헌책방 사장님들의 평균 연세가 50, 60대 이상입니다. 이분들이 세상을 떠나고, 헌책방 운영을 다른 사람에게 물려주지 않으면 가게는 영원히 문을 닫아요. 비관적인 전망이지만, 십 년 안에 헌책방이 거의 폐점되면서 사라질 겁니다.

파트라슈 2016-03-20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도 논의 논리를 벗어나지 못하겠죠. 중고서점이든 동네 헌책방이든 자본과 돈의 논리에 따라
정리되어 갈겁니다. 헌책방이 사라지는 건 시간문제고요. 사실 헌책방 가봤자 살만한 책이 없지 않습니까. 가격은 비싸게 받고 신간서적 유입이 거의 안되니 가봤자 건질만한 책도 없죠. 사람들이 책을 보지 않고 신간도 거의 구입하지 않으니까 헌책방에 나올 물건도 없음. 저도 책을 좋아하지만 헌책방 사라지는 건 별로 아쉽지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중전화나 카세트 테이프처럼 세상이 변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것 중에 하나라고 생각되요. 과거 한때 헌책방이 어마어마한 호황을 누렸죠. 이제는 돈이 헌책방같은 낡은 시스템으론 흘러가지 않지요. 헌책방 사라진다고 책이 사라지는건 아니지 않겠습니까^^

cyrus 2016-03-21 10:46   좋아요 0 | URL
그렇죠. 헌책방이 예전 명성을 되찾는 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헌책방과 중고서점 간의 격차가 너무 크게 벌어졌어요. 헌책방도 고객을 만족시켜주기 위해서 재고 관리를 전산화하려고 시도해보지만, 소수의 헌책방만 가능한 일입니다. 연세가 많은 분들이 헌책방을 운영하고 있어서 중고서점의 장점을 벤치마킹할 수 없어요.

transient-guest 2016-03-23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저 헌책방을 높여 부른 이름인 줄 알았는데 이런 문제가 있었네요 다시 헌책방으로 부르고 한국가면 사랑하는 아벨서점에서 헌책을 왕창 사들여야겠습니다

cyrus 2016-03-23 15:11   좋아요 0 | URL
인천에 있는 유명한 헌책방이죠. 저는 아직 그곳에 한 번도 가보지 못했습니다. 서울을 포함해서 전국에 있는 헌책방 모두 한 번씩 가보는 게 소원입니다. ^^

심성 2016-03-25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중고서점을 이용하면서 질 낮은 책들이 너무 많아 놀랐습니다. 자신이 목적독서를 하고 독서력이 상당하다면 좋은책을 옥고르듯 고를 수 있겠지만 제목에 현혹되어 아님 상투적인 내용으로 가득찬 찍어내기식 잡서를 구입하게 되는 독자를 많이 보았습니다. 마찬가지로 이북 시장도 비슷하더군요. 값싼 이북들은 말그대로 종이책으로 찍어낼 가치조차 없는 아무개의 졸작들이 많고 또 그런 아무개들을 작가랍시고 출판시켜 현물이 없는 전자책으로 권당 천원 천오백원씩 받아서 싼맛에 독서물을 흐리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레몬 마켓이란것을 알게 되어 흥미롭네요. 레몬마켓의 향과 겉모습에 속아 시어빠진 못먹는 과일을 사지 않도록 조심해야겠습니다.

cyrus 2016-03-25 18:28   좋아요 0 | URL
알라딘에 전자책을 검색해보면 종이책에 소개된 적이 없고, 널리 알려지지 않은 유명 작가들의 문학작품들이 있습니다. 가격이 1,000원에서 3,000원 사이입니다. 가끔 공공도서관으로 전자책을 대출해서 읽거나 아니면 적립금으로 구입합니다. 이런 시도는 좋긴 한데, 문제는 번역이죠. 전자책의 단점 중 하나가 번역자 소개가 생략된 경우가 많다는 사실입니다. 그게 좀 아쉽습니다. 그 외에는 정말 읽을 만한 가치가 없는 전자책입니다.
 

 

 

오늘 오전에 중고 품질판정 고객위원회 투표에 참여했다. 투표 기간은 4월 30일까지다. 그런데 ‘선착순 1만 명’이 투표를 완료하면 그 이후로 투표를 해도 적립금을 받지 못한다. 알라딘 홈페이지로 접속해서 온라인 중고샵을 클릭하면 해당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다. 얼른 투표하시라.

 

투표 실시간 결과가 나와 있다. 이걸 확인하면서 헌책에 대한 내 생각과 사람들의 생각이 크게 다르다는 점을 알았다.

 

 

 

 

 

 

헌책방에 가면 대여점 스티커 혹은 도서관 스티커가 있는 책을 많이 발견한다. 경북대학교 북문으로 향하는 도로 근처에 있는 헌책방 합동북에는 경북대학교 도서관 스티커가 붙여진 책들이 널려 있다. 아마도 학부생들이 학교 도서관 책을 반납하지 않고 책방에 팔았을 것이다. 공공도서관에 소장되어 있었던 연도가 많은 책 또한 책방에 온다. 대구 수성도서관의 옛 이름은 효목도서관이었다. 2008년에 현재의 이름으로 변경되었다. 가끔 책방에 효목도서관 스티커나 직인이 있는 책을 만나기도 한다. 출간연도가 오래되지 않았는데도 도서관 스티커가 있는 책이 책방에 있다면, 책을 빌린 사람이 반납하지 않고 책방에 팔았던 것일 수도 있다. 멀쩡한 도서관 책이 손님을 잘못 만나면 나이 많은 책들이 사는 곳에서 살아야 한다. 이곳에서 진심으로 책을 좋아하는 주인을 만날 확률은 희박하다. 스티커와 도장 자국은 책방 손님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낙인이다. 새것을 선호하는 손님들은 스티커와 도장 자국 하나라도 용납하지 않는다. 나는 스티커와 도장이 있는 책을 너그럽게 받아들인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런 책을 ‘판매 불가’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하긴 도서관에 있어야 할 책이 알라딘 중고매장에 있으면 책을 고르는 손님 입장에서는 께름칙하다. 도서관용 흔적이 남아있는 책을 가지고 있으면 도서관에서 훔쳐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책을 인간의 노화 과정으로 비유하자면, 종이가 누렇게 된 상태는 흑발이 백발로 변하는 과정이다. 책배에 남아있는 얼룩은 주근깨 또는 기미와 같다. 종이는 물과 습기에 엄청나게 약하다. 주근깨와 기미가 햇빛에 많이 노출되면 생기는 반점이라면 책배의 얼룩은 습기를 너무 많이 먹어서 생기는 자연 현상이다. 물에 젖은 종이를 제대로 건조하지 않으면 물기 자국이 그대로 남는다. 물과 습기에 심하게 노출되면 종이에 곰팡이가 생긴다. 이건 책과 책 주인 모두가 원하지 않는 종이의 질병이다. 책 곰팡이는 무좀 같은 녀석이다. 곰팡이로 인해 하얗던 종이 표면이 보기 흉해진다. 책 주인은 곰팡이가 있는 부분에 손을 대기가 꺼려진다. 책 곰팡이를 완벽하게 제거하는 방법은 없다.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를 믿고 약품을 사용했다간 종이 상태가 더 안 좋아질 수 있다. 얼룩 흔적, 곰팡이가 생기기 시작한 책은 서점에서는 늙고 병든 사람처럼 취급받는다. 젊고 파릇파릇하고 깨끗한 새 책들 사이에 도저히 낄 수가 없다. ‘젊은 헌책방’을 표방하는 알라딘 중고매장 또한 얼룩과 곰팡이가 있는 책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결국, 병든 책들이 향하는 안식처가 바로 어두컴컴한 지하실의 헌책방이다. 이들은 주인을 기다리면서 편안히 잠든다. 운 좋은 녀석은 주인을 잘 만나서 따뜻한 서재 안에서 편안하게 시간을 보낸다. 

 

 

 

 

 

 

나이가 많은 책은 서럽다. 젊었던 시절의 순백 피부는 누렇게 변했고, 온몸에 난 얼룩과 곰팡이가 세월의 변화를 말해준다. 또한, 냄새가 많이 난다. 헌책방 내부로 들어서면서 이상한 냄새가 코를 확 건드린다. 눅눅한 이불에서 나는 것 같은 냄새. 이 냄새는 지하실의 습기에 숙성된 늙은 책들에서 난다. 그러나 오래 맡아도 속이 매슥거리는 일이 없다. 헌책방 방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헌책 냄새가 낯설게 느껴지지만, 이 냄새를 많이 맡는다고 해서 신체나 코 감각 기관에 이상이 생기지 않는다. 헌책 수백 권이 쌓여 있고, 폐쇄된 공간인 책방에서는 헌책 냄새가 유독 강하게 날 뿐이지, 헌책 한 권이 서재에 있으면 냄새가 나지 않는다. 코를 책에 가까이 가서 맡아보면 희미한 냄새의 흔적이 느껴진다.

 

 

 

 

 

 

책을 샀으면 인간적으로 자신의 서명을 크게 쓰지 말자. 분실하기 쉬운 대학 강의 교재나 교과서에 서명을 남기는 것은 이해한다. 그런데 에고(ego)와 소유욕이 과다 분비하는 사람들은 책에 글씨체를 크게 서명한다. 다. 책이 아주 귀한 상품으로 대우받았던 시절에 책 소유자는 책에 장서인(藏書印)을 찍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이제 책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 그리고 내 손에 있던 책이 언젠가는 다른 사람의 손으로 갈 수 있다. 쓸데없이 서명이 많은 책은 다른 책 주인에게 이양하는 데 불리하다. 그 책을 원하는 사람들은 뚜렷하게 남아 있는 전 책 주인의 흔적을 부담스러워 한다. 전 책 주인의 잘못된 행동 때문에 책의 운명이 꼬여버린다.

 

당연한 말이지만, 책은 종이로 만들어진 상품이다. 요즘 세상에 책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은 없지만, 책을 만드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종이는 쉽게 구하기 힘든 귀한 자원이다. 사람이 자신의 몸을 함부로 쓰면 질병에 쉽게 노출되고 건강이 나빠진다. 책도 마찬가지다. 책을 험하게 다루면 아무리 튼튼하게 만들었어도 끝내 파손되고 만다. 책의 운명은 책 주인의 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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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6-03-18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 전, 최윤필 기자가 자기 책에서 절판된 책에 대해,
권력을 찬탈당한 어린 임금의 눈빛 같다는 표현을 썼는데
마음이 아리더군.

알라딘이 그런 기특한 행사를 한단 말야?
나도 참여해 봐야겠군.

cyrus 2016-03-19 12:22   좋아요 0 | URL
작가가 헌책방에서 자신이 쓴 절판본이나 자신의 친필 사인이 있는 책을 발견하면 기분이 안 좋죠.

곰곰생각하는발 2016-03-18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 홍길동...
옛날에는 진짜 교과서하고 참고서 애새끼들이 자주 훔쳐서 저렇게 쓰고 다녔었씁니다...
아, 반가운데요... ㅎㅎㅎㅎㅎㅎ

요즘도 그리하나요 ? 요즘은 참고서가 하도 흔해서....

cyrus 2016-03-19 12:29   좋아요 0 | URL
참고서가 흔해도 자기 돈으로 사기 싫어하는 사람들은 이름 적힌 것도 훔칩니다. 대학교 강의 교재를 훔치는 놈들도 있어요. 책배에 있는 서명을 사포 조각으로 긁어서 제거하는 놈을 봤습니다.

북다이제스터 2016-03-18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투표했습니다.
중고책이 시장에 많이 나오길 바라는 욕심에,
형편없는 책을 중고서점에 많이 파는 상황에
마구 최상, 상 눌렀습니다. ㅎㅎ

cyrus 2016-03-19 12:31   좋아요 0 | URL
책값이 부담스러워서 사람들이 싼 가격의 중고책을 많이 찾는다고 하더군요. 저도 새책을 사는 횟수가 적은 편입니다. 그런데 이게 장기화되면 출판 시장이 더 암울해질 겁니다.

레삭매냐 2016-03-18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의 경험을 반추해 본다면, 알라딘에서는 공식적으로
책배에 증정으로 보이는 부분을 매직을 죽죽 긋고 그런
책들은 매입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언젠가 그런
책이 도착해서 당황했던 기억이 나네요.

최근의 예로는 소포클레스 비극집을 샀는데 너무 많은
밑줄이 그어져 있어 적잖이 놀랐습니다. 아마 검수하시는
분들의 업무과다로 책판정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절판되서 꼭 구하고 싶은 책이라면 서명이고 낙서고 다
필요 없이 무조건 사야겠지요. 어쩌겠습니까 그래. 없는걸.

cyrus 2016-03-19 12:35   좋아요 0 | URL
맞아요. 판매 불가 판정받아야 할 책이 엉뚱하게 중고매장에 있는 경우가 있어요. 책 표지에 낙서가 남아있는데도 팔고 있더군요.

저도 쉽게 구할 수 없는 책은 낙서나 서명이 있어도 무조겁 삽니다. ^^

꿈꾸는섬 2016-03-18 23: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알라딘 중고서적에서 학번과 이름이 적힌걸 받아들고 짜증이 좀 나더라구요. 그리고 도서관책을 파는것도 이해불가요. 그건 도둑질 아닌가요?

cyrus 2016-03-19 12:40   좋아요 0 | URL
그렇죠. 예전에 책을 훔쳐서 헌책방이나 중고매장에 파는 절도범이 잡힌 적이 있었어요. 책 판매자 입장에서는 매입할지 안 해야할지 결정하기가 힘들 겁니다. 도서관 직인이 있는 책이 보존서고에 있던 것일 수 있으니까요. 책 상태가 비교적 깨끗하고 도서관 직인이 선명하면 일단 의심해봐야 합니다.

eL 2016-03-19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시절인가.. 책 옆에 학번이랑 이름적힌 중고책을 가져가면 제본집에서 한번 깎아서 없애줬던 것 같은데.. 요즘엔 그런게 없나요..?

cyrus 2016-03-19 13:46   좋아요 0 | URL
네. 그 방법도 있습니다. 제가 대학 신입생 시절에 선배한테 처음 들었습니다. 선배가 대학 생활 잘 하기 위한 팁이라고 알려줬어요. 그걸 진짜 실행하는 동기들이 있었어요. 그때부터 책에 이름을 써도 훔칠 놈은 훔친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

eL 2016-03-19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나이가 많은 책은 서럽다 라는 구절이 왠지 콕 박히네요.ㅜ 나이가 많은건 사람이든 나무빼고 다 서러운건가.. 흑흑

cyrus 2016-03-19 13:50   좋아요 0 | URL
출간연도가 지난 책은 폐품으로 처리되죠. 헌책방에 있는 책들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책방 공간이 좁아지면 책을 처분해야 하거든요.

뽈쥐의 독서일기 2016-03-19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서 알라딘에, 개인에 중고책을 사고 팔아봤는데요, 이거 최상 상 중 하 기준이 넘 주관적이어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하지요. 개인적으론 시간의 흔적보다도 전주인의 흔적이 더 견디기 힘드네요. 저도 요즘엔 새책 사는 일이 많이 없어요. 싼 가격에 질 좋은 상품을 얻고 싶은게 인간의 심리이니 중고시장도 은근 복잡하지요.
그나저나 예전에 봉사활동하던 도서관에서 어떤 변호사가 취미로 쓴 게 뻔한 저자 사인책이 무더기로 기부되서 버리느라 혼났네요. 제목이 `고삐리~` 머시기였는데 받고 난감한 사람 심정도 이해가 가고 저자도 쫌 불쌍하고..뭣보다 나무한테 미안했어요ㅋㅋ

cyrus 2016-03-19 17:16   좋아요 0 | URL
누구나 다 깨끗한 책을 찾으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책 상태가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들면 무조건 환불해달라고 요구합니다. 재수 없으면 일부러 책을 파손해놓고선 뻔뻔스럽게 환불을 요구하는 악질 손님도 있어요. 이런 갑질 손님 만나면 책 팔기가 싫어져요. 그래서 헌책방을 오랫동안 운영하는 분들이 대단해요.

요즘 신간은 안 사고, 중고서점만 찾는 고객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저도 그런 고객 중의 한 사람인데, 이 상황이 좋지 않게 보입니다.

transient-guest 2016-03-23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책을 팔지 않습니다. 사실 팔 수 없는 책도 많구요. 밑줄을 긋는 습관이 있어 특히 non-fiction은 파는 건 고사하고 남한테 빌려주는 것도 싫어합니다. 서재를 개방하는 것이 자신의 속살을 보여주는 것 같다는 말을 누군가 했었는데, 밑줄 그은 책을 남에게 보여주는 건 그 이상이란 생각을 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cyrus 2016-03-23 16:44   좋아요 0 | URL
t-guest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저도 밑줄 그은 책을 남한테 준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