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다의 엄지 - 자연의 역사 속에 감춰진 진화의 비밀 사이언스 클래식 29
스티븐 제이 굴드 지음, 김동광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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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기독교와 끊임없는 갈등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 과정에서 인간의 시초를 규명하는 이론이 진화론과 창조론으로 양분되었다. 창조론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진화론이 전혀 근거 없는 억측이라고 주장한다. 그 비판 근거 가운데 하나가 ‘잃어버린 고리(Missing Link)’다. 생물의 진화 경로에서 아직 발견되지 않은 화석 증거물을 일컫는다. 복잡한 진화과정에 비하면 발굴된 화석의 수가 많지 않다. 진화학자와 고생물학자 들은 진화의 흐름에서 중간을 이어주는 생물들을 찾아내기 위해 애를 써왔다. ‘잃어버린 고리’는 다윈(Darwin)의 《종의 기원》에서 시작된 진화론을 완성해주기 위한 필요조건이었다.

 

다윈은 ‘잃어버린 고리’에 대한 약점을 극복하지 못한 채 ‘점진론’을 내세웠다. 모든 진화는 오랜 세월 자연선택과 도태를 거쳐 점진적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복잡한 생물계를 이루게 됐다는 것이다. 그 후로도 다윈주의자들은 화석 기록의 불연속성을 대충 얼버무리며 “자연은 결코 비약하지 않는다.”(naturanon facit saltum)라고 확신했다.

 

그렇지만 화석 기록이 없는 ‘진화론’은 고생물학자들을 당혹스럽게 한다. 그래서 ‘잃어버린 고리’를 꼬집으며 창조론이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하지만 진화론자들이 먼저 싸움을 걸지 않는다. 진화론자들은 ‘잃어버린 고리’가 진화론의 약점이라는 사실을 당연히 알고 있다. 그들이 해야 하는 일은 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ay Gould)처럼 진화론의 약점을 보완해줄 과학적 근거를 찾아내는 것이다. 굴드의 《판다의 엄지》는 ‘잃어버린 고리’ 때문에 궁지에 몰린 고생물학자들을 구원한 책이다.

 

굴드는 다윈이 생각한 것처럼 자연이 항상 점진적으로 발전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순간적 도약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굴드는 닐스 엘드리지(Niles Eldredge)와 함께 단속평형이론을 주장한다. 생물이 오랫동안 거의 변하지 않다가, 환경이 변화하면 갑작스럽게 형태의 변이나 종의 분화가 일어난다. 즉 생물은 생태계가 안정된 평형 상태에서는 거의 진화하지 않다가 빙하기, 운석 충돌 등으로 평형 상태가 깨지면서 순식간에 진화하거나 소멸하는 것이다. 실제로 진화의 역사에서 그런 사건이 자주 있었다. 4, 5억 년 전부터 지구에는 엄청나게 다양한 생물 종이 폭발적으로 생겨났다. ‘캄브리아기 폭발’이라고 불리는 시기이다. 비교적 짧은 기간에 매우 다양한 주요 동물 군(群)이 대거 출현했다는 점에서 캄브리아기는 혁명적인 지질시대로 구분된다.

 

다윈은 필요 때문에 진화한다는 라마르크(Lamarck)의 용불용설을 반박하면서 종의 다양성을 ‘우연’으로 설명했다. 진화는 목적성을 가진 것이 아니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일 뿐이다. 그래서 판다(panda)는 사시사철 푸른 잎을 먹을 수 있는 대나무를 쉽게 먹을 수 있도록 손목뼈를 변형하여 다섯 개 손가락과 별개인 가짜 엄지를 만들었다. 환경에 따라 진화의 방향은 역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종의 능력을 퇴화시키기도 하고, 종을 더욱 연약하게 만들 수도 있다. 결국, 인류의 출현은 적자생존과 자연선택이라는 진보를 상징하는 승리의 과정이 아니라 위험과 우연한 성공의 연속이다. 생명의 진화는 인간의 출현으로 완성되지도 끝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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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생태환경사
김동진 지음 / 푸른역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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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전통마을은 산을 뒤로하고 하천을 바라보는 배산임수(背山臨水)의 가파르지 않은 남향 산기슭에 발달했다. 마을 앞의 논은 오랜 세월 산에서 흘러내린 유기질 토양이 쌓인 문전옥답(門前沃沓)이었다. 마을 뒤 경사면은 연결되었다. 이런 공간 배치는 풍부한 샘물로 취수가 편리하고, 일조량이 많고, 북서 계절풍을 피할 수 있으며 연료 채취에 유리했다. 산업사회로 진입하기 전에는 우리 조상들은 자연의 이치를 절로 체득했다.

 

역사학자인 저자가 펴낸 《조선의 생태환경사》는 우리 선조의 삶에 깊이 뿌리내린 생태학적 관점을 찾아내 우리에게 새로운 삶의 길을 열어준다. 생물은 주위 환경과 밀접한 관계를 맺을 뿐만 아니라, 생물 상호 간에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이처럼 생물과 환경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하나의 계를 이루는 것을 생태계라고 한다. 생태학(ecology)은 자연 존재가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서로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각종 지구 생명체를 부양하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인간과 인간 문화도 그런 자연의 순환에 편입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생태주의 시각으로 보면, 15세기 조선 건국 초기에 이미 생태주의에 반하는 문명이 시작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땅은 삶의 터전이자, 귀중한 목숨과도 같다. 농부들은 자연이 일으키는 핍박을 받으면서도 땅을 지키고 가꾸며 수확했다. 자연의 대지를 농지로 개간하는 과정에서 그곳에서 서식하던 호랑이들이 사람들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호랑이는 가죽이 비싼 값에 팔리는 털가죽 때문에 조선 시대 중기부터 마구잡이로 포획되었다. 일반적으로 일제강점기에 한반도에 온 일본인 사냥꾼들이 호랑이 가죽을 얻을 겸 민족정신 말살 목적으로 호랑이를 사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그때부터 호랑이 개체 수가 줄어들었다고 보기 어렵다. 조선 초기부터 호랑이 사냥 정책이 전국적으로 시행되면서 호랑이 개체 수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소나무가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나무가 된 것은 농경문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화전을 일구면서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바람에 활엽수는 줄고, 침엽수인 소나무가 늘어났다. 전염병은 역사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전염병의 유행을 일종의 재난으로 치부해 위정자의 허물을 물어 권력 교체가 이뤄진 적도 있다. 이런 전염병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저자는 농지를 소중히 여기는 농경문화에 혐의를 두고 있다. 조선의 전염병은 콜레라나 장티푸스, 이질, 홍역 등이 있었다. 누구나 한번은 걸린다고 하는 홍역은 전염성도 강해 일단 발생하면 삼천리 금수강산은 온통 죽음의 강토로 변하곤 했다. 그래서 ‘홍역을 치렀다’는 표현은 비참의 극을 형용하는 말이 되었다. 선조들은 전염병을 하늘이 내린 재앙으로 생각했지만, 사실은 땅이 내린 재앙이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선조들이 소중히 가꾼 농지에 전염성 세균이 득실거렸다.

 

안정된 생태계는 어떤 원인에 의해 평형이 부분적으로 깨지더라도 그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다시 원상태로 회복된다. 그러나 자기 조절 능력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어떤 충격이 가해지면 생태계는 균형을 잃게 되어 평형은 깨어지고, 결국 생태계 전체가 파괴되기도 한다. 그리고 한 번 파괴된 생태계는 원상태로 회복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 만약, 생태계가 파괴되면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의 생존에 뜻하지 않은 중대한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농지를 만들기 위해 무너미(범람원의 순우리말)를 개간하면서 그곳에 서식하는 동물이 사라졌다. 선조들은 풍족한 쌀 수확량을 확보했으나 홍수와 전염병의 공포를 안고 살아야 했다.

 

자연에 대한 15~19세기 한국인의 태도는 기존에 생각한 것과 다르게 ‘자연 친화’와 거리가 멀다. 자연을 섬겼어도 생존과 직결된 상황이 생길 때마다 자연을 이용했다. 그 시절 한국인들도 자신을 한반도의 주인으로 자처하면서 자연 정복을 정당화했을 수도 있다. 이 책의 전체를 관류하고 있는 조선 시대의 생태환경에 대한 치밀한 관찰과 분석을 끝까지 따라가기만 한다면, 누구든지 자연에 대해 전과는 다른 시선을 가지게 될 것이다. 

 

 

 

 

 

※ 딴지 걸기

 

“일찍이 찰스 다윈(1809~1882)《동물학》(Zoonomia, 1794)에서 생명체를 개체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강조한 바 있다.” (프롤로그 10쪽)

 

→ 《동물학》의 저자는 찰스 다윈이 아니라 그의 할아버지 이래즈머스 다윈(Erasmus Darwin, 1731~1802)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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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모마일 2017-04-06 1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덕분에 잘 모르는 양서를 소개받고 갑니다. 저도 베스트셀러, 신간류가 아니라 스스로 양서를 발굴해서 읽는 수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좋은 글 읽고 갑니다.^^

cyrus 2017-04-06 16:04   좋아요 0 | URL
알라딘이 잘 알려지지 않은 책을 읽으면서 리뷰를 쓰는 분들이 아주 많습니다. 저도 그분들이 쓴 리뷰 덕분에 관심 분야를 넓힙니다. ^^

낭만인생 2017-04-06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 꼭 읽고 싶네요.

cyrus 2017-04-06 16:05   좋아요 0 | URL
내용이 어렵지 않습니다. 미시사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
 

 

 

 

 

 

 

 

 

 

 

 

 

 

 

 

 

 

 

 

*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노르베르토 보비오, 문학과지성사 (1992년)

* 《헌법의 상상력》 심용환, 사계절 (2017년)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두 개의 이념 중 어느 한쪽을 맹신하면 심각한 갈등이 발생한다. 민주주의를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는 사람들은 국민 다수의 지지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 다수가 원하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 정의와 민주주의이며 여기에 저항하는 사람들은 불의와 권위주의 세력이다. 그 결과 지지자의 수가 힘이고 힘이 정의가 된다. 이것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경계해야 하는 ‘다수의 횡포’이다. 다수의 횡포를 부리는 자들이 내세우는 다수결 원칙은 사실상 중과부적(衆寡不敵)의 논리를 민주주의적인 것처럼 그럴 듯하게 포장해 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다수의 독재’로 둔갑한 민주주의는 자유주의의 본래 의미를 잃게 만든다. 자유주의는 인간의 기본권과 개인적 자유의 보장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다. 국가나 사회공동체가 개인의 자유를 침범하는 행위에 강력히 반대한다. 인간은 자신의 의사에 따라 자신의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개인에게 이러한 자유가 최대한 허용될 때 개인적으로나 사회 전체적으로 행복이 극대화된다.

 

자유주의자들은 시장경제 질서가 개인과 국가의 부를 함께 증대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더욱이 개인의 기본권과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도 시장경제 질서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자칭’ 자유주의자라고 하는 사람들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자의 권리를 무시한다. 자칭 자유주의자와 손을 맞잡은 우파 정치권과 극우 언론은 노조 결성을 ‘빨갱이’, ‘체제 전복 세력’으로 매도하기에 바쁘다.

 

민주주의의 반대말은 전체주의다. 그렇지만 민주주의는 전체주의와도 결합할 수 있다. 특정 정당이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서 이념과 신념을 쉽게 조종할 수 있다. 원칙 없는 민주주의는 전체주의로 변질한다. 법치주의가 실현되는 자유주의의 토양이 부실하면, 성숙한 민주주의가 꽃필 수 없다. 우리나라 경우 좌우간 갈등, 분단 시대로 넘어가는 격동기를 겪었기에 정치 상황은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였다. 당연히 이 시기 국회의 정치적 성숙도는 낮았다.

 

우리나라 헌법은 기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제헌의회부터 헌법 굴절의 역사는 시작됐다. 헌법기초위원회가 의원내각제를 기초로 한 헌법 원안을 통과시켰으나 이승만 대통령의 고집 때문에 이는 하루아침에 대통령 중심제로 바뀌었다. 그가 대통령제를 택하면서 초대 대통령이라는 이유로 확실한 권력자로 자리매김했다. 1952년 7월 ‘발췌개헌’을 통해 직선제 대통령제로 헌법을 개정했고, 1954년에는 대통령 중임 제한 규정에 부딪히자 ‘사사오입(반올림)’이라는 억지스러운 근거를 가져오면서 부결됐던 헌법개정안을 하루 만에 번복했다. 이승만과 자유당이 독재정치를 위해 대통령중심제를 택했던 것이 그 후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독재, 장기 집권, 정통성 문제 등에 대한 시비가 끊임없이 제기된 원인이 됐다.

 

조국 분단이 더욱 고착되면서 반공 이데올로기가 자유민주주의의 본질을 훼손하기 시작했다. 자유민주주의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의 기본권이 정통성 없는 권력 아래서 체계적으로 훼손되었다. 그러나 이 시기에 기득권을 누려왔던 국회의원들은 이승만을 옹호하고, 미화했다.

 

 

여러분이 다 아시는 바와 같이 우리 대통령께서는 그의 거의 전 생애를 민주주의의 발상지이고 가장 모범국인 미주에서 지내셨습니다. 미주에서 공부를 해서 최고 학위를 받으시고 또 미주에서 거의 일생을 혁명운동 독립운동에 공헌한 어른이십니다. 그 어른은 철두철미한 민주주의자입니다. 그 어른이 헌법에 의지해서 국회에서 당선이 되었고 또 헌법을 수호하겠다고 맹세한 어른입니다. 그 어른은 헌법에 의지해서 앞으로도 행동할 것입니다. [1]

 

이 발언을 한 사람은 4·19 혁명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외무부 장관 허정이다. 정치적 격변기 속에서 이승만을 하와이로 망명시킨 뒤 새로 발족한 제2공화국의 내각에 권한을 넘겨줬다. 기분 탓인가. 이승만 하야 이후에 나타난 허정 권한대행 체제를 바라보면서 박근혜와 황교안의 관계와 비슷하다는 것을 느꼈다. 허정은 비밀리에 이승만의 망명을 도운 사람이다. 황교안은 초대 법무부 장관 이후 국무총리에 이르기까지 대통령의 정치적 동반자의 역할을 해왔고, 제기되었던 각종 문제에 대해서 통상 박근혜를 옹호하기에 바빴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의 정책들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놀랍게도 50년대 국회의 수준과 지금의 국회 수준이 거의 비슷하다. 반세기동안 자유민주주의 헌법의 가치가 정치권력 아래서 훼손되었음에도 여전히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외면한 구체제를 그리워하고, 오랫동안 기득권을 누려왔던 수구세력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박근혜 탄핵 표결을 반대하는 장문의 글을 남겼다. 그 글에서 김 의원은 박근혜가 ‘1원 한 푼 안 받은 지도자’라고 했다.[2] 전 새누리당 대표 이정현은 2012년 대선경선 후보 시절 박근혜의 5·16 역사관 문제를 적극 옹호했다.[3] 박근혜는 5·16 군사 쿠데타를 ‘구국의 혁명’,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라면서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녀의 과거 발언은 5·16 군사 쿠데타를 헌법 전문에 넣어 ‘혁명’으로 정당화한 박정희 대통령의 헌법 개헌 시도를 인정하는 것이다.

 

“뭐든지 싸우려고 하고, 상생이 아니라 상쟁하려는 대통령이 어떻게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고 또 국민을 어떻게 편안하게 할 수 있느냐.” [4]

 

이 발언을 누가 했는지 아는가. ‘수인번호 503번’으로 구치소에 생활하고 있는 사람이 말했다. 이 사람은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헌법 수호 의지가 없다면서 일갈했다. 그리고 수인번호 503번은 십여 년 지난 후에 자신의 말을 행동으로 옮겼다. 수인번호 503번은 ‘상쟁하려는 대통령’이 되어 국정 운영을 하다가 임기를 1년여 앞두고 헌법재판소에 의해 파면당했다. 파면을 만장일치로 결정한 헌재는 ‘상쟁하려는 대통령’이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행위를 저질렀다고 봤다. 뭐든지 모르쇠로 일관하고, 상생이 아니라 상쟁하려는 대통령은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자유와 민주라는 두 개의 가치 중에서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다. 다만, 국민을 상대로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모두 이해시켜 나가는 데 있어 이념적 편협성을 극복해야 한다. 헌법의 가치를 무시한 정치권력을 비판할 수 있는 용기와 신념이 이 땅에서 자유민주주의를 활짝 꽃피우게 하는 좋은 영양분이다.

 

 

 

 

[1] 《헌법의 상상력》 118쪽

 

[2] [김진태, 박근혜 탄핵 표결 앞두고 “1원도 챙긴 적 없는 지도자”]

스포츠동아, 2016년 12월 19일

 

[3] [이정현 “역사 평가는 다양, 김일성 찬양하듯 한군데로 몰수 없어”]

매일경제, 2012년 7월 25일

 

[4] [박 대표 “대통령 헌법수호 원칙 의심”] 연합뉴스, 2004년 7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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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04-05 16: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자유‘만 강조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고, ‘평등‘만 강조하는 나라가 북조선인민공화국이라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현실적으로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지만, 한 가지 이념만 강조하는 사회가 정상으로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cyrus 2017-04-05 16:13   좋아요 2 | URL
그동안 반공 이데올로기의 영향 때문에 자유와 평등의 의미를 잘못 배웠고, 심각할 정도로 왜곡되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사회주의가 ‘평등’을 지향하는 건데, ‘사회주의는 악의 이념’, ‘사회주의=북한식 공산주의’라는 편견 때문에 ‘평등’을 언급하면 ‘빨갱이’ 소리 듣게 됩니다. 민주주의의 반대말이 전체주의라는 사실을 모르는 대학생들도 많이 있을 겁니다. 학부생 시절에 교수님이 학생들에게 민주주의의 반대말이 뭐냐고 물어봤어요. 그때 어떤 학생이 공산주의라고 대답했어요. 정말 웃픈 일이었습니다. 그 질문을 한 교수님이 보수주의자인데, 그 학생의 대답을 듣고 어이없어 하더군요.

겨울호랑이 2017-04-05 16:20   좋아요 3 | URL
^^: 교수님께서 공산주의는 자본주의의 반대말이라고 설명하셨겠네요.. 현실에서는 양 극단 사이에 모호하게 수많은 체제들이 있고 이들의 정치, 경제체제가 복잡하게 얽혀서 명확하게 정의내리기는 어렵다는 생각도 들어요. 체제가 어떤 이름으로 불리우건 구성원들 다수가 동의하고, 행복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캐모마일 2017-04-06 10: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요즘 존 스튜어트 밀에 대한 책을 읽어서 그런지 글의 의미가 더 와닿습니다. 밀은 민주주의 하에서 다수의 횡포를 걱정하면서도 노동자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를 주장하는 급진주의 운동을 실천했다고 하는데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란 책도 밀의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는 것 같습니다. 좋은 책 소개 감사드립니다.^^

cyrus 2017-04-06 16:09   좋아요 1 | URL
예전부터 밀의 <자유론>을 읽으려는 마음만 여러 번 했지, 정작 제대로 읽어보지 못했어요. 저는 밀의 자유주의를 좋아해서 공부해보고 싶습니다. ^^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을까?’ 1971년 미술사가 린다 노클린(Linda Nochlin)이 쓴 글의 제목이다. 그녀는 예술이란 오로지 천재적 재능을 지닌 한 개인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조 속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위대한 여성 미술가가 탄생할 수 없었던 근본적인 원인은 여성에게 불리한 사회 환경과 교육제도 때문이다.

 

 

 

 

 

 

 

 

 

 

 

 

 

 

 

* 《게릴라걸스의 서양미술사》 게릴라걸스, 마음산책 (2010년)

 

 

미국에서 고릴라 가면을 쓴 채 활동하고 있는 페미니스트 그룹 ‘게릴라 걸스(Guerrilla Girls)’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소장된 누드화의 85%가 여성’이라고 지적했다.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 중 여성 미술가들이 제작한 작품은 불과 5%에 불과했다.

 

 

 

 

 

게릴라 걸스는 이를 비꼬기 위해 “여성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들어가려면 벌거벗어야 하는가?(Do women have to be naked to get into the Met. Museum?)”라는 문구가 있는 포스터를 내걸었다.

 

예술은 남성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여성 미술가들은 눈부신 재능으로 명성을 떨치기도 하고, 연인이거나 라이벌격인 남성 예술가들의 그늘에 가려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기도 한다. 여성이 직업 화가가 되는 게 사회적 분위기상 거의 불가능했던 시절에 여성은 남성 화가들을 위한 ‘재현’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여성은 예술로 대상을 재현하는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19세기까지 여성은 누드를 그리는 법을 배울 수 없었다.

 

 

 

 

 

 

 

 

 

 

 

 

 

 

* 《인상주의자 연인들》 제프리 마이어스, 마음산책 (2007년)

* 《그림이 들려주는 이야기》 제임스 H. 루빈, 마로니에북스 (2017년)

 

 

메리 커샛(Mary Cassatt)은 인상주의 화가들도 인정한 화가이다. 미국 출신인 커샛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 프랑스 파리로 유학했다. 그녀는 오랜 전통이 있는 미술교육기관 에콜 데 보자르(Ecole des Beaux-Arts) 입학을 시도했으나 거부당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보수적인 아카데미 회화와 거리를 둔 커샛은 자연스럽게 인상주의 화가들과 어울렸다. 이때 ‘남사친(남자 사람 친구의 줄임말)’으로 지내게 되는 에드가 드가(Edgar De Gas)를 만나게 됐다. 두 사람은 부유한 은행가 집안에서 자라났고, 비혼(非婚)주의자였다. 드가는 커샛의 그림 실력을 인정했고, 그녀를 인상주의 화가들의 모임에 초대했다. 드가가 커샛에게 화가들의 모임 참석을 제안했을 때 그녀는 그 순간에 “황홀경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드가는 예술에 목말라하고 있었던 커샛에게 시원한 단비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남성 중심의 시대는 커샛의 적극적인 성격을 곱게 바라보지 않았다. 평론가들은 그녀를 ‘남자 같은 미국인’으로 부르면서 조롱했다. 심지어 그녀의 그림을 향해 말도 안 되는 혹평을 내리기까지 했다.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는 커샛의 지인들이 차를 마시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어떤 평론가는 그림에 있는 찻잔 세트에 시비를 걸었다. 그는 찻잔 세트가 ‘형편없이 그려진 흉한 물건’이며 그림의 격을 떨어뜨린다고 비난했다. 아마도 이 평론가는 전시회에 ‘벌거벗은 비너스’가 그려진 그림을 볼 수 없어서 불만이 많았던 것 같다. 그는 ‘옷 입는 여성’이 차를 마시고 있는 평범한 일상을 묘사한 그림을 ‘예술 작품’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 《여자, 그림으로 읽기》 시모나 바르톨레나 외, 예경 (2012년)

 

 

커샛과 드가는 연인이라고 봐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친분을 유지했다. 그렇지만 두 사람이 서로 주고받은 비밀스러운 연애편지 같은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서 서로 사랑하는 연인 관계라고 명확히 규정하기 어렵다. 커셋은 드가의 괴팍한 성격을 이해해주는 절친한 친구였지만, 드가의 지독한 남성우월주의는 싫어했다. 커셋은 남성 화가들이 가득한 보수적인 화단의 분위기에 여러 차례 염증을 느낀 적이 있었고, 드가의 여성 혐오를 절대로 모를 리가 없었다.

 

 

 

 

이상하게도 드가는 커셋이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화폭에 담지 않았다. 그림을 배울 기회가 없었던 카셋은 직접 루브르 미술관에 가서 거장들의 그림들을 꾸준히 모사했다. 그런데 드가는 카셋의 진짜 모습을 그리지 않았다. 그는 카셋을 전시장 내부를 유유히 구경하는 한가한 여성의 모습으로 그렸다.

 

 

 

 

 

카드를 쥐고 있는 카셋의 모습을 그린 초상화는 커셋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커셋이 드가가 그린 초상화에 불만을 드러낸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드가의 여성관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그 이유를 추측할 수 있다.

 

 

 

 

카셋이 쥐고 있는 카드는 점을 볼 때 쓰는 것이다. 그림 속 그녀는 카드 점을 보는 집시(Gypsy) 여인의 자세와 같다. 오래전부터 ‘점쟁이’에 대한 평판이 좋지 않았다. 사람들은 점쟁이를 거짓과 사기를 일삼는 사기꾼으로 생각했고, 조르주 라 투르(Georges de la Tour)와 그 밖의 남성 화가들이 ‘상대방을 유혹하고 기만하는 여성’의 악덕을 묘사하기 위해 선택한 도상학적 이미지가 바로 점쟁이였다. 정말로 카셋이 드가가 그린 초상화에서 여성의 부정적인 면을 강조하는 도상학적 이미지를 발견했다면 당연히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드가는 여성 모델을 일부러 못생기게 그리기로 악명이 높았다. 드가는 커셋을 ‘턱주가리’로 그렸다. 드가는 골상학에 심취했고, 골상학적 관점을 토대로 인물의 얼굴을 묘사했다. 골상학자들은 큰 턱을 가진 얼굴이 진화가 덜 된 범죄형 얼굴이라고 주장했다. 드가는 자신의 친구를 ‘남을 속이는 범죄자’, ‘사악한 여성’의 모습으로 그렸다. 이 그림에서 드가의 고집스러운 여성 혐오를 읽을 수 있다.

 

드가는 카셋을 ‘그림 그리는 일에 관심 많은 여성’으로 대했을 뿐이다. 그는 카셋이 ‘위대한 화가’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그녀의 그림이 루브르 미술관에 전시되는 영광을 누릴 거라고 예상하지도 않았다. 드가가 카셋의 그림을 인정했어도 그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미술에 여성은 없다.’ 라는 궤변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의 궤변은 1970년대까지 여성 미술가들의 존재를 은폐한 ‘유리 천장’이 되었다. 이 유리 천장이 완전히 부서져야 ‘여성 화가’는 ‘화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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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04-04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상 느끼는 거지만 넌 참 글 주제를 잘 잡는 것 같아.
어디가 물어 오는 것도 잘 물어오고.ㅋ
난 이렇게 못 쓴다.ㅠ

cyrus 2017-04-04 20:52   좋아요 0 | URL
솔직히 이렇게 글을 쓰려면 시간이 오래 걸려요. 잘 쓰고 싶은 욕심 때문에 안 봐도 되는 책을 더 보게 되니까 글 한 편 쓰는 데 적어도 1주 정도 걸려요.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글은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질리는 스타일이에요. 나쁘게 말하면 보는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글이죠. 후애님처럼 알라딘 책소개만 인용해서 글 쓰고 싶은 생각도 한 적 있었어요.

yureka01 2017-04-05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계의 종횡무진....이런글에 당선작으로 촉구합니다.

cyrus 2017-04-05 10:05   좋아요 0 | URL
당선작 선정은 독자위원회의 선택입니다. 선정작에 대한 기준이 모호해도 그분들의 선택을 존중해야 합니다. 언급을 안해서 그렇지 선정작을 고르는 일이 쉬운 게 아닙니다. 선정되든 안 되든 구애받지 않으면서 글을 쓸 겁니다. ^^

세실 2017-04-05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당선작으로 한표 던집니다^^
글 한 편 쓰는데 1주일이나.....역시 내공이 느껴집니다.
전 우리나라 여성화가중 나혜석이 찡합니다.

cyrus 2017-04-06 09:47   좋아요 0 | URL
글을 열심히 썼다고 해서 당선작이 되는 건 아닙니다. ^^;;

우리나라에 나혜석 이외에 여성 화가들이 더 있을 겁니다. 갑자기 알아보고 싶어집니다.
 
- 똑똑하고 기발하고 예술적인
노아 스트리커 지음, 박미경 옮김, 윤무부 감수 / 니케북스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어느 시대,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과거에는 화가에게 최고의 찬사를 보낼 때 ‘실물처럼 생생한’이라는 표현을 써 왔다. 신라의 화가 솔거(率居)가 황룡사(皇龍寺)의 벽에 소나무를 그리자 새들이 소나무에 앉으려다 벽에 부딪혀 죽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지만 실상 그림은 존재하지 않는다. 동물이든 사람이든 간에 관객의 눈을 속일 만큼 사실적으로 재현해 내는 화가나 조각가의 놀라운 기술을 강조하는 이러한 일화들은 동 · 서양 미술사에서 자주 발견된다.

 

새들을 감쪽같이 속일 수 있는 인간의 그림 솜씨는 최고의 수준이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렇다 보니 우리는 새들이 실재(實在)와 감쪽같은 실재의 모방을 구분할 수 있는 인지 능력이 뒤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솔거의 일화만 보고서 새들이 똑똑하지 않는 동물이라고 단정 짓지 말자. 새를 자세히 관찰해보면 그들이 인간보다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노아 스트리커(Noah Strycker)의 《새》에 소개된 동물 행동에 관한 놀라운 연구 결과들은 전체의 일부에 불과하다. 인간은 지금까지 만물의 영장임을 자부해왔으나 이 같은 연구 결과들은 인간이 정해놓은 조류 두뇌의 한계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한다.

 

오랫동안 사람만이 거울 표면에 비친 자기 이미지를 파악한다고 믿어왔다. 우리는 거울을 보고 자기 자신을 안다. ‘거울 이미지 인지 클럽’에 가입된 정회원은 오랑우탄과 침팬지, 돌고래, 코끼리 등이 있다. 오랫동안 특별한 동물 단체의 회원 명단에 조류는 없었다. 최근에 까치가 신규 정회원으로 가입됐다. 과학자들은 까치의 턱에 거울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색색의 점을 찍었다. 까치는 점을 긁어내 떼 냈다. 까치의 깃털과 구별되지 않는 검은 색 점을 붙였더니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말하자면 까치는 인간처럼 거울을 보면서 몸단장을 했던 셈이다. 까치가 인간 수준의 자의식을 가졌다고 볼 수는 없더라도 자기 인식의 필요조건을 갖추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닭은 기억력이 모자라기로 유명한 새이다. 고작 몇십 초만 지나면 다 잊는단다. 그래서 기억력이 나쁜 사람들에게 ‘닭대가리’라는 별명을 부여하기도 한다. 그러나 각종 연구에 따르면 닭은 꽤 똑똑한 동물이다. 닭은 서열의식이 분명해 집단으로 좁은 공간에 사육하면 서로 주도권 싸움을 하게 된다. 우두머리 닭은 자신보다 서열이 낮은 닭이 누군지 잘 안다. 게다가 닭이 색채를 식별하는 감각이 있어서 붉은색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닭은 붉은 피가 나는 다른 닭의 상처 부위를 부리로 쪼아댄다.

 

 

 

 

 

조류의 생태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풀지 못한 수수께끼가 있다. 그것이 바로 조류의 귀소 본능이다. 과학자들은 새들이 어떤 원리로 집을 찾아 다시 날아오는 것인지 명확히 밝혀내지 못했다. 여러 가지 과학적 증거들만 나왔을 뿐이다. 흔히 비둘기를 우스갯소리로 ‘닭둘기’라고 말한다. 인간의 음식을 먹고 뒤룩뒤룩 살찐 비둘기는 뒤뚱거리며 날지도 못한다. 마치 날지 못하는 닭과 흡사하다는 이유로 ‘닭둘기’라는 오명을 얻었다. 과거 우편배달 임무를 맡았던 비둘기는 거리가 멀고 낯선 출발 지점에서 반드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 만큼 길에 밝았다. 강한 귀소 본능과 빠른 비행 능력은 비둘기를 뛰어난 메신저(messenger)로 만들었다.

 

이처럼 사람만큼 유용한 능력을 지닌 동물들이 많지만 위축될 필요는 없다. 대부분의 생물학자가 여전히 인간은 자연계의 어떤 존재보다 발전된 비범한 지적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앨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의 고전 스릴러 영화 『새』에 나오는 장면들처럼 특별한 원인 없이 그저 새들이 갑자기 사람들을 공격하는 일은 없다. 흔히 볼 수 있는 새들을 공포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더욱 섬뜩한 느낌을 받는다. 그렇지만 이보다 더 섬뜩한 사실이 있다. 인간은 크고 작은 자연재해를 받아들이며 스스로 길을 찾아온 존재다. 문제는, 길 찾기를 할 수 없을 지경으로 자연을 망쳐버린 오만의 극점에 지금 우리가 서 있다는 점이다. 인간은 다른 종들에 대해 얼마나 오만했는가를 깊게 반성할 줄 모르는 동물이다. 조류학자들의 새 탐구는 결국 ‘인간 탐구’였다. 새도 사람처럼 사랑하고, 분노한다. 그리고 기억력도 뛰어나다. 인간만이 만물의 영장 운운하며 동물을 그저 이용과 도구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오만을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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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04-04 12: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비둘기의 귀소본능만 해도 대단하지요... 낯선 곳에서 돌아오는 능력을 본능이라고만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 같아요..처음 가는 곳에서 집에 가는 교통편을 찾아야하는 저에 비한다면 비둘기가 낫지요 ㅋㅋ

AgalmA 2017-04-04 14:56   좋아요 2 | URL
물고기들, 곤충들의 귀소본능도 정말 대단하죠. 바다를 횡단하는 나비나 수천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곳인데도 산란 장소였던 곳으로 죽을 힘을 다해 돌아오는 물고기들 보면 찡하기도 하고... 사람이 인류의 처음을 알고 싶어하는 것도 그 비슷한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일종의 귀소본능.
처음 간 곳에서 술까지 만취면 헬이겠어요ㅎㅋㅎ;;

겨울호랑이 2017-04-04 16:45   좋아요 1 | URL
^^; Agalma님 말씀을 들으니 제가 술취한 사람의 귀소본능을 고려하지 못했군요. ㅋㅋ 술을 마시면 어떻게든 집에 오는 그 미스터리란..

cyrus 2017-04-04 17:08   좋아요 2 | URL
이 책에 재미있는 연구 결과들이 많습니다. 비둘기도 박쥐처럼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초저주파를 감지해서 방향을 설정한다고 합니다. 산갈가마귀라는 새는 먹이를 이곳저곳 여러 장소에 저장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그 새는 먹이를 저장한 장소의 위치를 기억합니다. 정말 똑똑한 새들이 많습니다. ^^

cyrus 2017-04-04 17:13   좋아요 2 | URL
술 취한 상태에서 알아서 귀가했던 1인입니다.. ㅎㅎㅎ
몸은 안 따라주는데도 마음은 벌써 집으로 향해 있습니다.

겨울호랑이 2017-04-04 17:17   좋아요 2 | URL
ㅋㅋ 그렇게 할 수 있는 것도 한때인듯합니다 ㅋㅋ

cyrus 2017-04-04 17:26   좋아요 2 | URL
그... 그런가요? ㅎㅎㅎ 술 마실 때 방심하지 말아야겠어요. ^^;;

북프리쿠키 2017-04-04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까치..멋지네요.
거울을 인식하는 능력이라..평소에 늘 궁금했던 의문점이었는데
재미있네요^^;

cyrus 2017-04-04 17:14   좋아요 0 | URL
사람들이 싫어하는 새들은 생각보다 아주 똑똑합니다. ^^

yureka01 2017-04-04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나네요..히치콕 감독의 버드`~~~~

cyrus 2017-04-04 17:15   좋아요 0 | URL
그 유명한 영화를 아직 보지 못했어요. ^^;;

jeje 2017-04-04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ㅎㅎ

cyrus 2017-04-04 17:16   좋아요 0 | URL
책 속에 흥미로운 연구 결과들이 많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