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것들이 밀렸다. 구몬도 밀리고 시사인도 밀렸는데, 강의때마다 나눠주는 한겨레21도 밀렸다. 지난 일요일, 밀린 시사인과 한겨레를 쌓아두고는 자, 읽어볼까, 하고는 한겨레 하나를 펼쳤다. 신문을 읽을 때도 그렇듯이, 이런 간행물을 읽을 때도 나는 뒤에서부터 읽는다. 그간 시사인을 몇 년간 정기구독 했지만 한겨레는 아주 오랜만에 보는 터라, 뒤에서부터 열면 뭐가 나올지 몰랐지만, 그래도 칼럼이나 책에 관련된 얘기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누군가의 칼럼에서, 나는 '찰스 디킨스'의 《어려운 시절》에 관련된 글을 읽는다. 정확히는 인용문을 넣고 이야기를 펼친 거였는데, 그 인용문이 너무 좋은 거다. 그래서 읽어봐야지! 하고는 장바구니에 잽싸게 담았다.
그렇지만 내게는 당장 호기롭게 결제할 만큼의 경제적 여유가 없었다. 그러니까...아이폰 7플러스를 직구로 질러둔 상태고, 그 돈을 갚아내려면.... 나는 돈을 내가 쓰고싶은 대로 써서는 안돼. 그래서 장바구니에 읽고 싶은 책을 차곡차곡 담으면서, 이 책들을 살 돈은 어떻게 마련할까, 하고서는 책장 앞에 서서, 금세 한 박스, 중고로 내놓을 책을 꺼낸다. 그간 전집이란 이유로 민음사와 문학동네 전집은 읽고서도 판매하지 않았었는데, 이제는 '전집에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하면서, 문동과 민음사 전집에서도 각각 책을 빼냈다. 내 마음을 너무 아프게 했던 '필립 로스'의 휴먼 스테인도 팔자, 재미 없었던 '나나'도 팔자. 민음사에서는 뭐 팔았더라... 그리고 최근에 읽은 것들까지, 읽은 책들을 추려내어 14권으로 한 박스를 만들어 후다닥, 편의점에 갖다 내놓았다. 몇 만원 들어오겠지만, 그걸로 내가 사고 싶은 책을 다 살 수는 없다. 왜냐하면,
장바구니에 책들은 오늘도 쌓이고 있으니까... 오늘만해도 책을 또 장바구니에 넣었지. 나는 구경만 한다. 아름다운 리스트..
11만원 어치가 넘는 책들이 담겨 있는데, 이대로라면 이렇게 중고를 두 번 이상 더 팔아야 하는데.... 아아, 조금 더 냉정하게 중고들을 골라내야 겠구나. 장바구니에 담긴 책들은 현재까지 이렇다.
어차피 책장에 한계는 있고 어차피 새로운 책을 담으려면 읽은 책을 내보내야 하는 것. 전집이라 미련두지 말고 팔자, 팔아버리자...읽은 책들은 팔아버리자..... 사실 조카 생각해서 갖고 있으려고 했는데...그 때 새로 사주면 된다.....팔자, 팔자, 팔아버리자..... 한 두 번쯤 더 팔면, 그러면 장바구니에 넣은 책들 살 만큼의 돈이 되겠지. 그렇지만 그 때는 장바구니에 들어있는 책이 늘어나겠지, 그러면 더 팔아야겠지...인생.... 책 팔아서 부자 되기는 커녕 또 마이너스가 되는 것인가.....
투잡이...답인 것인가........... 투잡................. 책................
사실 저 책들 안사도 집에 읽을 책 투성인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요즘 책읽는 속도도 안나서 아직까지 '그것' 1권 읽으면서 뭘 또 책을 사고 싶다고 징징대는 것이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독서인이 아니라 책 소비자라는 말이 나를 두고 하는 말이구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늘 아침엔 엄마가 소고기를 구워주셨다. *^^*
엄마의 사랑을 아주 뜨겁게 느꼈어. *^^*
엄마, 나 완전 사랑하나봐 *^^*
밥을 한 숟가락 크게 떠서는 그 위에 소금장 바른 소고기를 얹고 한 입 가득 넣으면 세상 천국... 회사 가기 싫은 그런 천국...아아, 하루 온종일 밥만 먹고 살았으면..... 그리고 떠먹은 동태찌개....... 통통한 동태의 살.......
오늘 아침 나의 밥상은
잡곡밥, 소고기, 동태찌개...
럭셔리....
엄마의 사랑......
큰 사랑........
빅 럽......
트루 럽............
구몬도 밀리고, 시사인도 밀리고, 한겨레도 밀리고, 독서도 밀리고..
밀리지 않는 건 매 끼니 뿐인가 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