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휴 요즘에 회사 너무 일 많아서 정신이 없다. 하루에 알라딘 한 번도 못들어오기도 하고 그런다. 세상에, 나에게 그런 일이 ㅠㅠ

어제도 늦게까지 일하고 집에 갔다. 집에서는 그래도 이렇게 노동자모드인 채로 잠들 수 없어, 책 읽는 나로 잠들겠다! 하고 샤워한 후 책을 펼쳤는데 잠이 쏟아져버렸습니다. 네...


월요일 책탑을 못올리는 월요일을 보내다니 흑흑 슬픔의 새드니스 ㅠㅠ


자, 책탑 올려보자.



ㅋㅋㅋㅋ 너무 약소한가요?

아니 내가 그러니까 지난달에도 이번달에도 리뷰를 한 편도 못써가지고 이달의 당선작에 대한 기대나 가능성이 전무하단 말야? 그래서 돈 쓰느라 몸 사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기 보다는 진짜 읽지도 못하는데 너무 사대가지고 양심에 찔리기도 하고.. 인생 뭘까염?


















츠바이크의 [타 버린 비밀]은 사실 존재도 몰랐던 소설이다.

그러나 사람이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잖아?

나에게 페미니즘을 알려달라던 남자사람은 배우고자 하는 의지도 뛰어났지만 학습능력도 어마어마해서 나랑 메일 주고받은지 얼마 되지도 않아 극 꼴페미가 되었고, 내가 추천한 책들을 종이에 적어 읽으면서 하나씩 지워나간 사진도 내게 보내주었다. 그렇게 무럭무럭 자라서 심지어 이제 내게 소설책을 추천하는 사람이 되었는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타 버린 비밀을 그렇게 이메일 꼴페미남으로 부터 추천받은 책이라 읽었다. 우체국 아가씨 너무 좋다고 했더니 읽고 너무 좋다고 츠바이크의 다른 소설도 내게 추천해준 것. 재미있게 읽었다. 그런데 역시 나에게 츠바이크 1위는 우체국 아가씨, 2위는 초조한 마음 되시겠다.


[한밤의 도박]은 ㅈㅈㄴ 님의 서재에서 도박과 사랑... 하는 글을 보고 어머 이건 사야해! 하고 샀는데(언젠 안그랬니?) 나는 도박 싫어합니다. 도박하는 사람들하고도 별로 친해지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도박해서 2억 벌어들인 사람보다 성실히 일해서 한 달에 이백만원 월급 꼬박꼬박 받는 사람을 더 좋아합니다. 


그러고보니 생각난다. 오래전에 여동생 결혼식에 남동생의 친구가 하객으로 왔었는데, 밥을 먹다가 남동생 친구에게 내가 그런 얘기를 했었다.


"결혼하자. 너 백만원 벌고 나 백만원 버는데 우리 둘이 합치면 이백이잖아."


남동생 친구는 내게 누나 진지한 거 아니죠? 그냥 하는 말이죠? 했는데 남동생이 '우리 누나는 진지해 도망가" 이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친구 지금은 당연히 다른 여자사람과 결혼해 아이 낳고 잘 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남동생 친구들과도 자주 어울려 술을 마셨고 남동생도 내 친구들 자주 만나고 그랬는데, 내가 없는 자리에서 남동생 친구들이 "너네 큰누나는 자기가 혼자 살고 돈도 벌고 여행도 다니고 그래서 남자한테 완전 관심 없겠네" 했더랜다. 그 때 남동생이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아니야. 우리 누나 남자 졸라 좋아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 옛날 얘기다. 지금은 안 좋아한다.


어제였나 인스타 피드 보다가 3초 눈감고 떠서 숫자가 안보이는 색깔의 것이 부족하다 뭐 이런 거 있었는데, 그래서 3초 눈감았다 떼니까 다른 건 다 네모박스 안에 숫자가 있는데 회색 네모칸은 숫자가 안보이더라고요? 그게 내게 없는 것이라던데 그게 뭔가 봤더니 연애세포였다. 내 안의 연애 세포 다 말라버림... 나는 내 연애 세포 예순 넘어서도 팔팔할줄 알았지? 사람일은 모르는 거다.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아니, 그런데 누가 책 산 페이퍼를 이렇게 재미지게 쓰지요? 

계속해보자.



[삶을 위한 혁명].. 을 내가 샀네? 사려고 담아둔 책이긴 한데 나는 내가 지금 이 페이퍼 쓰기 전까지 이렇게 책탑 사진 찍었음에도 알랭 드 보통 책 산 줄 알았네? ㅈㅈㄴ 님 서재에서 보고 두 권 산 것 같은데 보통 산 줄 알았더니 아니었어? 보통 책이 아니네? 이름도 어려움 '에바 폰 레데커' 책이다.



[명탐정의 창자]는 [명탐정의 제물] 이 딱히 재미있지 않아서 안 사고 있었는데... 뭔가 어떤 글을 보고 이건 좀 재미있겠는데? 하고 샀단 말야? 그런데 여러분 보이십니까. 책 띠지 갈기갈기 찢어져서 옴. 하아- 그렇지만 띠지니까 내가 참는다. 띠지 저게 무슨 일이야. 알라딘, 정신 차려! 나 다락방이야!! 잘해라. 내가 한 번 좋아하면 오래 좋아하고 좀처럼 배신 안하지만, 그건 무슨 말이겠니? 한 번 돌아서면 얄짤없다. 나 이랬다저랬다 막 그런 사람 아니야. 책 띠지 찢어진 거 넣지 마라 증맬루..


어제 오늘 간식으로 단(sweet) 과자를 많이 먹었더니 이제 짠 과자 먹고 싶네? 흐음..



흐음, 이미 읽은 책에 대해 언급하고 넘어가야겠다.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가 없어서.















추천 받아 읽은 책인데 사실 사두고도 한참을 읽지 않았더랬다. 주인공이 운전을 잘하는 남자로 나오는데, 책으로 읽는 운전 잘하는 남자..같은게 어떻게 재미있단 말인가 싶었던 것. 다른 사람들에게 책에 대해 얘기할 때면, '간단한 줄거리로 판단하지마', '제목으로 판단하지마' 라고 말하면서, 그런 내가 운전하는 남자가 나오는 소설이라니.. 그게 어떻게 재미있을 수 있단 말인가! 했단 말이지. 그러나 몇 장 넘기지도 않고 나는 이야기속으로 빠져들었고 무엇보다 가슴이 아팠다.


주인공은 자동차 정비소를 차려두고 일하는 흑인 남자인데 운전에 있어서는 너무나 월등하다. 그런 그에게 얍쌉한 범죄자놈이 다가와 이번에 한 탕 크게 해보자 라고 하는 것. 주인공은 자신이 다짐한 것도 있고 또 아내와 자식들에게 걱정하게 하지 않으려면 그 일을 거절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그러니까 그에게 조금만 여유가 있었어도 단칼에 거절했을 테지만, 그러나 그에겐 지금 당장 돈이 절실했다. 딸은 돈이 없어 대학 등록을 포기하려고 생각중이고 당장 생활비도 어려운 형편. 이번 한 번만, 이번 한 번만, 하면서 아내의 걱정에도 그 일을 하기로 하는 것. 그러나 얍쌉한 놈은 얍쌉한 놈이라, 이 모든 일은 주인공의 게획대로 풀려가질 않는다.


결코 가볍지 않게 풀어나가기 때문에 읽는 내내 덩달아 마음이 묵직해진다. 얼마나 많이 한숨을 쉬었는지 모른다. 악인으로 태어나는 사람이 있을까?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악인들은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렇게 가난하지 않았어도, 이렇게 어렵지 않았어도 그가 범죄의 길로 들어가진 않았을텐데. 게다가 그걸로 끝이 아니다. 주인공은 자신의 큰아들 역시 자신이 기대하는 대로 자라지 않는 것으로 인해 절망한다. 돈이 없어서 아빠가 괴롭고 엄마가 울고, 그런데 저 가게만 없으면 우리도 돈을 좀 더 벌 수 있고... 하는 생각은 큰아들로 하여금 어리석은 결정을 하게 한다. 읽는 내내 악이 찾아와 노크하면 문을 열어줄 수밖에 없었던 '그레이엄 그린'의 [브라이턴 록] 생각이 났다. 나는 그 때 그 책의 백자평에 이렇게 썼었다.


<빈곤하고 불우한 사람에겐 도처가 늪이고 악이 찾아와 문을 두드리면 맞서 싸울 힘이 없다.>



물론 빈곤하고 불우한 사람들에게만 늪이 놓인건 아니다. 충분히 많이 가진 사람도 늪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그 늪이 자신이 찾아가는 늪이라면, 검은 황무지의 '보러가드'에게는 늪이 찾아와 닫힌 문을 기어코 열고야 마는 것이다. 

굉장히 남성적이지만 가슴을 아주 깊이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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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2-27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연애세포 다 죽어버린 한때 ˝아니야. 우리 누나 남자 졸라 좋아해.˝님-
에미랑 레오처럼 그 남자분하고는 메일 주고받기가 안 되는 것인가요? ㅋㅋㅋ

명탐정의 창자 제목 보니까 다부장님 점심으로 대창덮밥 이런 거.....

그나저나 <타 버린 비밀>은 예전에 <일급비밀>(2003)이라는 제목으로 나왔던 적이 있군요. 역자도 똑같고.
아아- 아무튼 츠바이크 책은 사기 전에 검색해야 함... (이상 <일급비밀>로 읽었던 자 올림)

다락방 2024-02-27 14:00   좋아요 1 | URL
아 제가 대창 덮밥 좋아하는데 이 동네에는 대창덮밥 파는 곳이 없습니다. 잠심 롯백 지하에 대창덮밥 파는 식당이 있거든요? 저는 가끔 퇴근하다 거기가서 대창덮밥 사먹고 들어가요 ㅋㅋㅋㅋㅋ 대창덮밥 먹고싶네요. 흑흑 ㅜㅜ

햇살과함께 2024-02-27 15:16   좋아요 0 | URL
저요 저 점심 대창덮밥 먹었어요!
덮밥은 대창덮밥입니다!

저 띠지 너무 하네요 차라리 벗기고 보내지...

건수하 2024-02-27 16:44   좋아요 1 | URL
대창덮밥이란 게 있다니... (처음 들어봄)

잠자냥 2024-02-27 17:32   좋아요 1 | URL
일명 호르몬동~

햇살과함께 2024-02-27 18:04   좋아요 0 | URL
수하님 곱창을 안좋아하는 게 분명합니다.
대창덮밥을 모르시다니... 호르몬동이라는 요상한 이름도 있는데...

건수하 2024-02-27 18:09   좋아요 1 | URL
곱창 좋은데 주변에 좋아하는 사람이 없어서.. 못 먹은지 한 5년은 된 것 같네요 ^^ 호르몬동이라는 말도 오늘 처음 봤어요.

새파랑 2024-02-27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작가님의 점심은 당연히 돼지국밥에 수육(소) 아니신가요? ㅋㅋ

잠자냥 2024-02-27 13:19   좋아요 1 | URL
삐익~!! 수육(중)입니다~!!

다락방 2024-02-27 14:01   좋아요 1 | URL
오늘은 육개장 먹었습니다. 이 집 육개장 처음인데 그냥 그랬어요. 저는 육개장에 들어간 고기가 싫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4-02-27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연애세포 다 죽은 분이 작년말에 그런 공약을 하셨던 겁니까.. 이럴수가.
남동생분 오늘도 웃음을 주시는군요 ㅋㅋㅋㅋ 등장할 때마다 큰 웃음 ㅋㅋㅋ
안 그래도 어제 왜 책탑 안 올리시지 했는데.. 많이 바쁘시군요. ㅜㅜ 여유를 찾으시길 빕니다. 건강 잘 챙기셔야 해요!!

다락방 2024-02-27 14:47   좋아요 1 | URL
제가 없는 건 연애세포, 작년 공약은 섹스 세포... 킁.

제 남동생은 존재 자체로 제게 큰 기쁨입니다. ㅎㅎ
오늘은 일을 하는 틈틈이 짬을 내어 이렇게 알라딘에 들어와 놀고 있습니다. 어제는 진짜 짬 낼 시간도 없었어요 ㅠㅠ
내일은 또 어떨지...
아무튼 우리 모두 화이팅!!

감은빛 2024-02-27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점심은 뭐 드셨는지 여쭤보려고 했더니, 요 위 댓글에 육개장 드셨다고 알려주셨군요.
저는 오늘은 점심을 안 먹고 건너뛰었어요. 새벽에 일찍 깼더니 아침에 배가 고파서 애매한 시간에 샌드위치를 먹었거든요.
6시가 넘어가니 이제 슬슬 배가 고프네요. 친한 이에게서 홍어를 먹자고 연락이 왔는데, 도착 시간이 8시 이후라고 하네요.
아직 두 시간이 남았네요. 맛있는 홍어를 생각하며 두 시간을 버텨야겠어요.

다락방 2024-02-29 10:31   좋아요 0 | URL
네 육개장 먹었는데 별로였어요.
감은빛 님은 정말 식사에 관심이 없으시네요. 저는 언제나 다음 끼니 메뉴 생각만 하는데 말입니다.
지금도 주말 저녁에 뭐 먹을지 생각하고 있어요. 하하.

홍어는 맛있게 드셨습니까?

단발머리 2024-02-27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버린 비밀.... 작은 책이라 도전할 맘이 생기네요. 근데 오늘의 문장은.....

그런데 역시 나에게 츠바이크 1위는 우체국 아가씨, 2위는 초조한 마음 되시겠다.

입니다. 우체국 아가씨가 그렇게 좋단 말입니까? 저에게 츠바이크 1위는 마리 앙투아네트, 2위 초조한 마음 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2-29 10:32   좋아요 1 | URL
저는 마리 앙투아네트를 아직 안읽었어요. 만약 읽게 된다면 순위가 바뀔지도 모르지요. 마침 제게는 또 그 책이 있지 않겠습니까. 물론, 제가 샀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호시우행 2024-02-28 0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곱창은 역시 곱창전골이 재미 맛있어요.ㅎㅎ 누군가는 깨끗하게 세척하지 않은 재료이므로 먹지 말라는 얘기도 있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 내 뱃속이 세상에서 제일 불결하다고. ㅎㅎ 아무튼 오늘도 좋은 책들을 소개해 줘 감사합니다. 꾸벅.

다락방 2024-02-29 10:33   좋아요 0 | URL
저는 돼지곱창은 잘 못먹겠고요 소곱창은 맛있더라고요. 대창덮밥은 참 좋아라 합니다. 계란 노란자와 와사비와 환상 궁합이죠. 후훗. 언제나 맛있는 식사 하시기를 바랍니다!

호시우행 2024-02-29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거운 시간되세요.
 














몸에 대한 회고록들을 끊임없이 가져오며 몸과 환경의 관계에 대해 스테이시 앨러이모는 말한다.


그중 '스테인그래버'의 부분이 아마 가장 잘 다가오는 예시가 아닐까 싶은데, 스테인그래버의 책 『믿음을 갖기:한 생태학자의 모성으로의 여정』에서는 임신을 한 스테인그래버가 "내 몸안의 생태계를 보호하는 것은 몸 바깥의 생태계를 보호하는 것을 필요로 했다" 고 한 부분을 재인용한다. 자신이 '서식지'가 되었다는 것. 스테인그래버는 안전한 임신에 대한 욕망을 가지고 환경주의 입장으로 변하며 의사들과 소아마비 구제 모금운동들을 포함 수많은 환경 위협들을 경시하거나 무시하는 것들에 대해 고발한다.



잘 읽어오다가 254페이지에서 치명적인 오타를 보게 됐다.


<한 예로 수많은 감시 시스템들은 "살아서 태어난 유아들 중에서 발생한 출생기형들만을 셈할"뿐이다. 28개월 이전에 혹은 20개월 이전에 유산되거나 또는 사산아로 태어난 기형아들은 계산하지 않는다. -p.254>


아이고 깜짝이야. 28개월이라뇨, 20개월 이라뇨. 스테이시 앨러이모가 이렇게 썼을 것 같진 않고, 번역이나 편집의 오타가 아닐까 싶다. 28주, 20주가 되어야 맞는 표현일 듯. 잠깐 혼란스러웠잖아. 28개월????????? 인간의 임신, 10개월 아닙니까??????? 28개월간 사람이 아이를 품고 있을 수 없지 않겠습니까. 어떻게 그럽니까. (라고 쓰면서, 우부메의 여름이야 뭐야, 라고 생각했다.)


개월수에 대해 쓰다보니, 유산과는 다르지만 낙태에 대해 다룬 영화 《4개월, 3주 그리고 2일》 이라는 루마니아 영화가 생각난다. 낙태가 불법이었던 루마니아에서 자신의 임신 개월수를 속이고 낙태를 받으려고 했던 여자가 나오는 영화. 역시나 씨네큐브에서 보았었는데 극장을 나오면서 꽤 우울했었던 기억이 남아있다.




각설하고, 

아직 이 책을 완독하기 전인데, 좋은 사람(단체)인 척하기는 얼마나 쉬운가에 대해 생각한다. 그렇게 보이고 싶어서 그런 척하기는 쉽지만, 그러나 정말 좋은 사람이 되기는 어렵다. 핑크리본을 달고 나 리본 달았어요 드러내긴 쉽지만, 그러나 핑크리본을 달고 핑크리본의 뜻과 가장 먼 일을 하고 있다면?



미국암협회 웹사이트는 암에 대한 환경요인들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환경‘과 ‘예방‘으로 검색하면, 방사능과 화학물질들, 유해 폐기물에 대해 "증명되지 않은 위험요인들"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글 하나가 뜬다. 사이트는 "살충제는 안정적인 식품 공급을 위해 귀중한 역할을 한다"며, 살충제의 사용을 칭송하기까지 한다("The Environment and Cancer Risks" ). 매우 상반되게, 유방암행동단체, "유방암을 가진 나쁜 소녀들“은 "예방 먼저"와 "사적 이윤에 앞서는 공중보건"을 강조한다. 이 단체는 ‘핑크리본 달기 전 생각해 볼 것‘(Think before You Pink) 캠페인에서 유방암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핑크리본을 달고 자신들의 제품을 판매하는 화장품 회사들은 실제로는 그 제품들 안에 수많은 암 유발 화학물질들을 함유한다고 고발한다. -p.212



크리스테바 가 아니었다면 이 책 읽기 어려웠을 것 같다. 읽어내기 결코 쉬운 책은 아니다. 그렇지만 열심히 읽고 있다. 지구상에서 아주 많은 사람들의 자신의 몸이 얼마나 환경과 연결되어 있는지 자신의 몸으로 드러내 보이는 일들을 스테이시 앨러이모를 통해 읽어나간다. 



임신을 하고 그녀는 "놀라워하면서" 자신이 서식지가 되었으며, 그녀의 자궁은 "한 명의 인구가 거주하는 내륙 해양"이 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발달 단계의 태아에게 잠재적으로 손상을 가할 수 있는 수많은 물질들에 대한 그녀의 조사는 안전한 임신에 대한 욕망으로부터 시작된다. 이것은 "내 몸 안의 생태계를 보호하는 것은 몸 바깥의 생태계를 보호하는 것을 필요로 했다"는 더 광범위한 환경주의 입장으로 변화한다. 스테인그래버는 의사들, 임신·출산 안내서들, 그리고 출생기형의 예방에 기여하고자 하는 소아마비 구제 모금운동조차 어떻게 태아와 유아들에게 가해지는 수많은 환경 위협들을 경시하거나 무시하는지 강력하게 고발한다. 적은 양의 음주가 위협을 야기한다는 증거가 부족함에도 여성들은 여기저기서 임신 기간에 술을 끊으라는 강력한 권고를 받는다. 하지만 "임신에 대한 환경 위협에 대해서는 어떤 공적인 대화도 존재하지 않는다". - P253

예를 들면, 소아마비 구제 모금운동의 발행물은 "용매제, 살충제 또는 유해물 매립지, 미나마타 또는 베트남을 언급하지 않는다." 이렇게 조작된 무지에 대항해 스테인그래버는 기형발생물질teratogen 이라고 알려진 주변의 수많은 가정용품들을 폭로한다. 더욱더 불안하게 출생기형의 유행 또는 원인들에 대해 우리가 거의 아무것도 모른다고 설명한다. 한 예로 수많은 감시 시스템들은 "살아서 태어난 유아들 중에서 발생한 출생기형들만 셈할"뿐이다. -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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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2-27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8개월 동안 임산 상태면 으아............. ㅋㅋㅋㅋ 끔찍하네요;;
저는 저 영화 안 봤어요. 보면 너무 우울할 거 같아서;
아무튼. 이런저런 이유로 저는 액세서리 달고 다니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핑크리본이든 무지개배지든 뭐든... 그냥 조용히 행동하라구....주의.

다락방 2024-02-27 11:12   좋아요 1 | URL
말과 행동을 요란하게 하는 건 너무 쉽죠. 그러나 그 사람을 설명하는 건 그 사람의 말이 아니라 행동입니다. 저는 그래서 자기 입으로 ‘나는 어떤 사람이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그 사람을 지켜보면 알 수 있는거죠. 그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고 사느냐, 하는 걸로.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저에게 어느 정도 신뢰를 주는 사람들입니다. 잠자냥 님처럼... 샤라라랑~

다락방 2024-02-27 1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쁘다 월요일 책탑 페이퍼도 써야 되는데.. 쓰러가야지. 슝슝=3=3

독서괭 2024-02-27 14: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8개월 ㅋㅋㅋㅋㅋ 어이쿠.. 나오자마자 뛰어다니겠군요 ㅋㅋ
힘든 책 읽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다락방 2024-02-27 14:47   좋아요 1 | URL
저 아직 뒤에 조금 남았어요. 어휴 이 책 진도 너무 안나가네요. 어려워.. 이 책 누가 골랐게요? 내가 골랐다... 어흥- ㅋㅋㅋㅋㅋ

햇살과함께 2024-02-27 18: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8개월!!!! 읽으면서 전혀 인지하지 못함요 ㅋㅋㅋㅋ
물론 배 속에 있는 게 더 편하긴....

다락방 2024-03-03 21:17   좋아요 0 | URL
저는 읽다가 탁, 걸리더라고요. 읭? 하고 말이지요. 어휴 끔찍합니다. 28개월 이라니!

단발머리 2024-02-27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생각 많이 했어요. 이번달의 독서는 크리스테바에게 빚지고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금 어렵기는 한데 저도 부지런히 읽고 있어요. 어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3-03 21:17   좋아요 0 | URL
자, 단발머리 님, 우리가 여성주의 책 읽기를 같이 하면서는 항상 힘을 내야 한다는 말씀만 드리게 되는데요, 힘냅시다!!
 

한 때 나에겐 <새벽 세시> 라는 이름의 모임이 있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그 모임의 멤버는 모두 '다니엘 글라타우어'의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를 너무너무 좋아했다. 그 구성원은 여자 셋과 남자 하나였는데 우린 서로 각기 다른 지역에 살면서 순전히 그 책이 좋아 멀리까지 가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지금은 한 명이 아예 외국으로 가 버리고 각자의 삶에 충실하다보니 그 모임으로 다시 만나는 일은 사라졌지만, 그 멤버중 하나인 J 는 여전히 내게 크리스마스면 멀리서 카드를 보내온다.


'즐거운 크리스마스와 복된 새해가 되시기를 빌어드립니다.'


그 한줄은 새벽 세시를 읽은 사람들이라면 절로 웃을 수 있는 그런 한 줄이다.















A 는 그 멤버중의 유일한 남자사람이었는데, 아마 내 주변에서 그 책을 읽고 좋아한 유일한 남자 사람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아 그건 아닌가? 그러고보니 좋아한 남자사람 또 잇었던듯).  우리가 멀리 가야할 때면 기차를 타야했고 서울에 사는 A 와 나는 같은 기차를 탔지만, 각자 예약하고 각자 앉아서 갔다. 같은 길을 가는데 같이 앉진 않았다. 처음 '그냥 각자 알아서 따로 가서 거기서 만나자' 라고 내가 말했을 때 혹여라도 상대가 서운해하진 않을까 했는데 그는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그러자고 했다. 그 일에 대해서도 훗날까지 그는 내게 서운하다고 말하지 않았고 그 일에 대해서도 어떤 식으로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런 그를 만나는 게 편했다. 그리고 그가 내게 그 일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 서운하다 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그 역시도 나 같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어제 비로소 확실히 알았다. 


어제, 오랜만에 A 를 만났다.



쿠알라룸푸르에서 올린 인스타 그램에 며칠 뒤 A 로부터 댓글이 달렸다. 너 쿠알라룸푸르냐, 한국에 언제 오냐는 댓글이었다. 이미 한국에 와있던 나는 나 한국이야, 라고 답했는데 그의 댓글에선 어쩐지 나를 기다리는, 나를 보고싶어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아니나다를까, 내 댓글을 읽은 A 는 내게 연락해왔다. 보고싶은데 볼 수 있니? 하고. 우리가 그간 살갑게 자주 연락하는 사이는 아니었지만(둘다 그런 사람들이 아님) 서로의 인스타를 통해 대략 어디에서 뭐 하고 있구나 알고는 있었기에 나는 그에게 최근에 좋지 않은 일이 있었다는 것을 짐작했고, 그래, 만나야겠다, 만나서 힘을 줘야지, 그리고 글을 쓰라고 말해야지, 라고 다짐하고 나갔다. 그는 내가 있는 곳으로 오겠다고 했고 나는 나의 단골 레스토랑에 예약을 했다. 글을 쓰라고 말해야지, 글은 자신을 위해 쓰는 거라고, 너는 이전에 글을 썼던 사람이니까 다시 쓸 수 있을 거라고 말해야지, 라는 마음으로 나는 레스토랑에 먼저 도착해 그를 기다렸다.


그는 알라디너였다. 그와 우리 새벽세시 모임이 한창 알라딘을 하던 그 때, 그는 이미 꽃미남으로 알라딘에서 유명했다. 알라딘의 꽃미남 이라고 하면 다들 누구를 말하는지 알 정도였다. 그가 사진을 공개한 적이 있었는데 그 사진으로 소문이 나기도 했고, 그를 오프에서 만났던 사람들이 얘기하기도 했다. 나는 어제 레스토랑에서 그를 기다리면서, 그러나 시간이 흘렀고 그러니 그도 영락없이 아저씨가 되어 내 앞에 나타날 거라고 생각했다.  


레스토랑의 문이 열리고 나는 그에게 손을 들어 내가 여기 있음을 알렸고 그는 내게로 와 채 인사를 나누기도 전에 자신이 들고 온 책 두 권을 내게 선물했다. 그리고는 마주한 자리에 앉아 서로의 안부를 묻고 반갑다고 인사를 나누었는데, 와, 안늙은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 안늙었다 ㅋㅋㅋㅋㅋㅋ 내가 너무 놀라서, 아니 너 뭐냐, 왜 그렇게 안변했어 안늙었어? 나는 아저씨를 만날 줄 알았는데! 했더니 아니라고 늙었다고, 배도 조금 나왔다고 그는 내게 말했다. ㅋㅋㅋ 아니 완전 젊고 잘생겼는데? 꽃미남 그대로인데? 마주앉아서 잘생겼다는 생각 오천번은 한듯 ㅋㅋ 그래, 이러니까 알라딘 꽃미남으로 이름 날렸었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그게 젊고 잘생긴 모습 그대로 와서 기분이 좋았던 게 아니라, 나는 자신이 처한 상황 때문에 우울해있을 그에게 용기와 격려를 주고 싶었는데, 아니, 그는 이미 잘 헤쳐나가고 있는게 아닌가! 그는 자신이 맞닥뜨린 상황의 부당함과 그로 인한 절망에 대해서도 얘기했지만, 그래서 바닥으로 가라앉는 시간들이 있었음도 인정했지만, 그러나 이렇게는 안되겠다 싶어서 다시 움직이고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 그리고 미래를 다시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어떤 시도를 했는지 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 나를 만나러 나오기까지 어떤 일들을 새로이 맞이하고 또 해결했는지에 대해 얘기했다. 나는 그를 만나러 나오면서 그는 똑똑하고 야무지니까 힘든 상황이라고 해도 결코 무너지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정도로 잘해냈다는 것이 너무 기뻤다. 너무너무 좋았다. 나는 그에게 너에게 그런 사람이 있고 또 네가 그런 상황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끊임없이 그간 네가 무언가를 해왔기 때문이라고, 네가 한 일이라고 얘기했다. 잘했네, 고생했네 한껏 얘기해주었다. 그가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잘 살고 있어서,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똑똑하고 적극적이고 능동적이고 따뜻한 사람이어서 너무너무 기분이 좋았다. 그를 위로해줘야지 마음 먹고 나갔다가 오히려 내가 힘을 얻고 돌아왔다. 나는 알아서 잘 사는 모습을 보는게 왜그렇게나 좋은지 모르겠다.


우리는 그렇게 닥친 어려움에 대해서도 얘기했지만 연애와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얘기했고 과거의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들을 얘기했고 무엇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가 얘기를 졸라 많이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는 남자로써 요가를 하기에 어려운 지점에 대해 얘기했는데, 수련하러 갔는데 자기 혼자만 남자면 맨 앞에 서야 하지 않을까 괜히 뒤에 서면 여성 회원들이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부터 요가복을 사는 어려움까지 얘기했다. 그리고 사바아사나와 음악 그리고 자세들에 대해서 얘기하고 나는 얘기 도중 그에게 추천 영상을 링크 보내주고 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한참 웃으면서 요가에 대해 얘기했다. 와 내가 널 만나 요가 얘기를 할 줄은 몰랐네? 어제도 그런 얘기를 했는데, 우리는 알라딘에서 책으로 만났는데 시간이 흐르니 요가를 얘기한다. 와 내가 이렇게 요가 얘기를 할 수 있는 남자사람이라니! 칠봉이 이후로 두번째다 ㅋㅋ 너무 씐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가인들이여, 복받으시라! (뜬금)



헤어지면서 반가웠다 잘가라 또보자 인사하는데 친구는 악수하느라 잡은 손을 놓지 않은채 내게 '널 만나길 잘했어' 라고 말해주었다. 그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너무너무 기분이 좋았다. 내가 워낙 사람을 만나 에너지를 받는 편이긴 하지만, 친구가, 힘든 상황에 있을 것 같았던 친구가, 그 상황을 스스로 극복해나가고 그렇게 좋은 미래를 다시 스스로 획득했다는 걸 들으니까 진짜 너무 좋은거다. 내가 막 힘이 나는 거다. 아, 나는 역시 잘 지내고 있다는, 잘 살고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그게 너무 좋아. 나는 나의 행복도 바라지만 인간 누구다 저마다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삶을 충실히 살면서 저마다의 기쁨과 보람을 찾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게 나는 너무너무 좋다. 그래서 만나길 잘했다는 생각을 천 번쯤 했다. 집으로 가면서도 그리고 집에 도착해서도 내내 기분이 너무너무 좋았다. 흑흑 ㅠㅠ 내 친구가 잘 살고 있어 ㅠㅠ 너무 좋아 ㅠㅠㅠ



여러분, 잘 삽시다. 잘 지냅시다. 여러분이 잘 지내면 그것은 여러분에게도 기쁨이요 여러분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해줄 수 있는 최선이며, 그리고 또 그것은 여기, 멀리 떨어진 다락방에게도 큰 기쁨이 됩니다. 



그러고보니 알라딘에서 정말 좋은 사람들 많이 만났네. 지금 내 옆에 내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며 인연을 이어나가는 사람들 대부분을 알라딘에서 만났다. 3주전이었나, 같이 족발 먹었던 여자1, 남자1도 알라디너들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마 다음에 내가 새로이 만나게 될 친구도 알라딘을 통해서가 아닐까?(저격)  내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도 알라딘에서 만났고 지금 좋아하는 친구들도 알라딘에서 만났다. 친구를 만나려고 연인을 만들려고 알라딘을 한 건 아니었지만, 알라딘을 하다보니 좋은 사람들과 관계 맺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책을 통해 만나게 됐지만 우리가 계속 이어지는 건 책 때문은 아니었다. 


아, 너무 기분 좋은 만남이었다. 여운이 길게 남는다.

만나서는 친구가 잘 살고 있음에도 원래 준비했던 말을 했다. 글을 쓰라고. 원래 너를 만나서 하려고 했던 말이라고, 글을 쓰라고 했다. 너는 썼던 사람이니까 다시 쓸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그리고 깨알같이 투비 얘기해줬다. 거기 글 쓰면 돈 들어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한 달에 몇만원씩 들어와. 써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요즘 너무 일에 치어서 글을 못쓰고 있긴 하지만, 그래서 들어오는 돈이 확 줄어들겠지만, 짬을 내어 또 써보도록 하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넌 글을 돈 때문에 쓰니? 응 나는 내 자신을 위해서 쓰는데 돈도 내 자신을 위해 필요해! 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기쁨주고 사랑주는 알라딘, 친구 주고 애인 주고 결혼할 상대도 주는(또 저격) 알라딘,

이쁘다.


책 사야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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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2-25 20:31   좋아요 1 | URL
하하 저는 1010235 만 알았습니다!! 몰랐어요 1052.. 는요. 잠자냥 님이 그냥 아무 숫자나 쓰신 거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껄껄껄.

2024-02-24 15: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2-25 2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2-26 1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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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알라룸푸르에 갔을 때 카야토스트를 맛보고 싶어 열심히 걸었더랬다. 처음 찾아간 곳에서 실패하고(가게 사라짐) 거기서 다시 찾아가느라, 내가 식당에 자리잡고 앉았을 때에는 이미 그 날의 6,500 보를 걸어버리고 난 후였다. 그래서 더 맛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돈 주고 사먹는 카야토스트, 달고 진한 커피와 함께 극강의 맛을 선사했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투비에 자세히 적어두었다.


https://tobe.aladin.co.kr/n/155001


이거, 어렵지 않을 것 같아, 집에서도 한 번 만들어 먹어야지! 하고는 쿠알라룸푸르의 큰 마트에 가서 카야쨈을 샀다. 사실 카야쨈은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살 수 있고, 나는 기존에도 카야쨈을 사서 마치 싱가폴에서 먹는듯, 말레이시아에서 먹는듯 버터까지 넣어 만들어 먹어본 적이 있다. 그러나 오리지널을 먹어보기 전이라 이 맛이 과연 그 맛인가 했던 터. 좋아, 이제 오리지널 먹었으니 내가 한 번 그대로 재현해보마!! 쨈까지도 말레이시아에서 가져가겠어! 그렇게 카야쨈을 사가지고 온거다.


그리고 어제. 드디어 만들어 보았다. 일단 식빵을 굽고 카야쨈과 버터를 듬뿍 발랐다. 문제는 수란 이었는데 그간 한 번도 수란을 만들어본 적이 없어 인터넷을 검색해 그중 가장 쉬운 방법으로 만들어보았다. 쿠알라룸푸르의 까페에서는 껍질째 접시에 담아주어 내가 깨 먹어야 했는데 검색해보니 다들 이미 계란 껍질을 깐 뒤 조심스레 뜨거운 물에 넣더라. 그런데 뜨거운 물에 막 소금도 식초도 넣고 그래야 돼? 세상 귀찮네. 그러다가 아주 쉬운 방법의 블로그를 발견했다. 물 팔팔 끓이고 그 끓는 물에 계란 넣었다가 1~2분 후에 빼라는 거다. 좋았어! 그렇게 수란을 완성했다.


자, 그래서 내가 만들어낸 카야토스트 한상 차림.



오리지널의 사진도 한 번 보고 가도록 하자.




내가 만든거 엄마랑 먹는데 엄마가 어떠냐고, 여전히 맛있냐고 물으셨다. 나는 맛있긴한데 말레이시아에서의 그 맛있음이 아니네? 했다. 그리고 왜 버터에서 버터의 비린 맛이 느껴지는걸까? 내가 버터를 너무 많이 넣었나? 여동생에게도 사진 찍어 보내주니 '이거 여기서 먹으면 거기 그 맛이 안나' 라고 하더라. 흐음. 이 카야토스트+수란+달디단커피 의 조합은 뜨거운 날씨와 습기가 함께 작용해야 극강의 맛을 내는 것인가? 아무튼 초큼 아쉬운 맛이었다. 그런 한편, 버터를 다른 걸 사봐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맛있는 걸 만들기 위한 노력은 오늘도 계속됩니다. 두둥-



책을 샀다.



















이번호 정희진 오디오 매거진에 소개된 책이라 당연하게도 발터 벤야민의 책을 샀다. 과연 나는 읽을 수 있을 것인가. 첫번째 테제, 두번째 테제, 하면서 선생님은 설명해 주셨는데, 선생님의 설명을 들었으니 어쩌면 페이지를 넘길 수 있을지도..


[철학의 위안]은 ㅈㅈㄴ 님의 서재에서 알게 되어 산 책인데, 사실 나는 보통이 너무 유명해서, 그리고 좋아한다는 사람들도 많아서 여러권 읽었지만 끝내 어떤 점이 좋다는 건지 찾을 수는 없었다. 그래도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면 내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뭔가가 있겠지 하고 한 권 두 권 세 권 네 권.. 하고 몇 권 읽었더라? 여튼 읽었는데 흐음, 역시 난 모르겠어.. 이렇게 됐단 말이지. 그러다가 이젠 철학의 위안이라니, 좋아, 내가 너를 다시 한 번 읽어보마. 이번엔 읽고 역시 보통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가 있구나! 하게 될지 모르겠다. 알 수 음슴.


[문]은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 역시 ㅈㅈㄴ 님의 서재에서 알게 되어 산 책인데, '사랑'과 '죄책감'이라는 소재는 재미없을 수가 없다. 사실 '사랑'과 '죄책감'을 한 번에 가지고 가보지 않은 사람들이 있기는 할까? 나는 나의 어떤 사랑에 죄책감을 함께 느꼈었고 그대로 진행한 적이 있으며, 어떤 사랑은 끝난 후에 죄책감을 가졌던 적도 있다. 사실 그런 사랑을 하기 전에 그런 감정을 느끼기 전에도 이미 알고 있었지만, 더 확실해진 점은, '죄책감을 갖게 만드는 사랑은 안하는 것이 옳다' 이다. 하면서도 알고 있긴 했지만 하고 나서는 더 진해진 다짐이랄까. 좋은 사람 그리고 좋은 사랑은 나로 하여금 죄책감 느끼게 하지 않는다. 나쓰메 소세키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는 이 이야기를 읽어보면 알 수 있겠지.


[세상 끝의 살인] 은 추리/미스테리 라 샀다.

















인스타그램에 소개된 책을 한 번 샀더니 그 뒤로 내 인스타 들어가면 책 광고가 넘쳐버린다. 하아- 어떤 건 이미 읽은 것이기도 하고 어떤 건 읽다가 만 것이 나오기도 하는데, 어휴, 그래서 내가 인스타의 책 광고에 혹하지 말자! 했지만, 또 혹해가지고 이 책 사버렸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우리 엄마는 내게 인스타 삭제하라 하셨는데 그것이 인생에 있어서 더 좋은 방향으로 가는 길일지도 모르겠다. 아, 엄마는 내가 책을 사서 삭제하라는게 아니라 인스타 보고 자꾸 요리한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안합니다.


어제도 인스타그램 보고 요리할라고 아보카도 샀다가 망한 사연이 있지만, 그런 거 쓰기 이제 지친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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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4-02-19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니까요. 저도 엊그제 들었는데 말만 어렵지 첫번째 테제,... 등등 철학인데 안어려울 수가 있나 싶어 혼자 샘 말에 속지말자 이랬잖아요.. 그래도 벤야민은 도전해보고 싶네요. 그리고 정찬도 별로.. 희진샘이랑 역시 책 취향은 안맞는구나 실감했죠.
보통도 별로고...ㅎㅎ 어쩌죠~~~^^
나쓰메 소세키는 저도 좋아요.

다락방 2024-02-20 07:39   좋아요 1 | URL
저는 정찬보다는 이승우 쪽입니다. 후훗. 정희진 쌤이 하도 칭찬하셔서 정찬 읽어봤는데 저는 정찬을 좋아하게 되지는 않더라고요. 벤야민에 대한 방송 들으면서 벤야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주 많은 사전 지식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막상 책을 사긴 했지만 펼치면 제가 넘길 수나 있을지.. 그래서 정희진 쌤의 벤야민 방송을 여러번 들어보자 생각중입니다.

나쓰메 소세키 의 문에 대해서라면 저도 기대하고있어요. 후훗.

그레이스 2024-02-19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터 베냐민 몇 부분만 참고로 읽었습니다.
이게 필요할 땐 읽히더라구요^^
필요한 부분 넘어가니, 또 고생!
ㅎㅎ 나중에 보려고 덮었습니다.

다락방 2024-02-20 07:40   좋아요 1 | URL
저도 다 읽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역사철학테제 부분만 좀 도전해볼까 싶어 사봤습니다. 읽어두면 피가 되고 살이 되겠지 하고는 있는데 과연 쌤의 방송을 들었어도 읽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하핫.
덮어두었더라도 어쨌든 가지고 있으니 언젠가는 볼 수도 있겠지요. 앞날의 독서에 건배!! ㅎㅎ

자목련 2024-02-19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접 카야토스트를 만들어 드시는 다락방 님.
여행지의 맛은 안 나겠지만 맛있어 보입니다.

제가 읽은 책도 있어 ([문])반가운 책탑!


다락방 2024-02-20 07:41   좋아요 0 | URL
카야토스트는 제가 기대한 맛이 아니었지만 궁극의 맛을 찾아 버터를 새로 바꿔보는 걸로... ㅋㅋㅋㅋ 그보다는 말레이시아 가는게 나을 것 같아요. 아니면 싱가폴이나. 그런데 싱가폴은 물가가 너무 비싸다고 하니 말레이시아를 가는게 낫겠어요(의식의 흐름)

역시 자목련 님은 소세키 읽으셨군요! 저도 곧 읽어보겠습니다!1

잠자냥 2024-02-21 0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니?


바쁘니?

살망이다!!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2-22 07:53   좋아요 0 | URL
아오 저 진짜 일에 치어 살고 있어요. ㅎㅎ 책도 못읽고 알라딘도 잘 못들어오고 아오. 오늘은 좀 짬을 내 알라딘에서 놀아야겠어요. ㅎㅎ

잠자냥 2024-02-22 08:44   좋아요 0 | URL
바쁜 너 정말 대실망!!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2-22 09:10   좋아요 1 | URL
ㅋㅋㅋ 내가 잘할게 실망하지마요 ㅋㅋㅋㅋㅋㅋ 내가 잘할게 진짜 잘할게 노력할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2-22 09:31   좋아요 0 | URL
방금 짬을 내어 글도 썼어요....

잠자냥 2024-02-22 09:47   좋아요 0 | URL
한 번만 용서한다….. 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4-02-23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카야토스트 싱가폴에서 먹어보고 한국에서는 커피베이에서ㅋㅋㅋㅋ카야토스트를 팔아요. 그래서 가끔 싱가폴 생각날 때면 한 번씩 사먹어 보았습니다. 만들어볼 생각은 1도 안 했는데 다락방님 페이퍼 보니 관심이 생기네요. 하지만 수란은...... 반사하고 싶어요. 전 차라리 완숙을 선택합니다.

벤야민 책, 결제할 때마다 넣다 뺏다를 반복하고 있어요. 올해 안에는 살듯한데, 딱 봐도 너무 어려워보여서요. 무슨 책이든 절판 가능성이 있으니 미리 사두어야 하는데... 아, 어려워보여요. 어렵겠죠?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2-25 20:38   좋아요 1 | URL
예전에 카야토스트에 대한 글을 썼을 때(왜 썼는지는 기억이 안남) 그 때도 단발머리 님이 커피베이 말씀 하셨던 것 같은데요(역시 정확하지 않음) 저 지금 커피베이 카야토스트 검색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일단 제가 있는 곳 근처에 커피베이는 없고, 커피베이는 흐음.. 수란을 주지는 않네요? 수란이 신의 한 수 라고 저는 생각하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후기들 찾아보니 커피 베이 카야토스트 맛있다고.. 어느날 그나마 가볼 수 있는 지점에 가서 카야토스트 먹어봐야겠어요. 후훗. 정보 감사합니다!!

저는 수란 너무 좋았습니다, 단발머리 님 ㅋㅋㅋ 완숙하면.. 찍어먹지는 못하고 넣어 먹어야겠네요?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계란과 버터와 빵의 조합이니까요. 훗.

그리고 제 생각에 벤야민 책 물론 어렵겠지만, 단발머리 님이라면 충분히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단단하게 그동안 어려운 독서로 다져지신 분이시니까요!!
 

말레이시아에서는 영어를 쓰지만 모든 사람들이 영어를 쓰는 건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영어를 하지 못하고 중국어만 하기도 한다. 이건 싱가폴에 갔을 때도 경험한 일이었다. 나는 싱가폴이 영어권 국가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길을 물을 때 영어로 물었었는데, 상대는 영어를 전혀 하지 못하기도 했다. 중국어로만 답해서 그제서야 아, 이곳에 산다고 다 영어를 하는건 아니구나! 했더랬다.

방통대 다니던 짧은 시절(반학기 다니고 자퇴함 ㅋㅋㅋㅋㅋ) 캐나다의 이쪽은 영어를 쓰고 저쪽은 불어를 쓴다는 걸 교재를 통해 알게 됐는데, 흔히 영어권 국가라고 알고 있지만 그건 잘못된 상식이라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앞의 페이퍼에서 타이완 친구 만들었다고 하니까 모두들 내가 영어를 엄청 잘한다고 오해할 것 같아서 영어에 대한 얘기를 좀 해보고자 한다. 음, 영어를 잘하느냐? 아니요. 그런데 내가 숱하게 외국으로 여행을 다니며 깨달은 게 있다면, 여행지에서 영어를 말하는 사람은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단 말하는' 사람이 영어를 한다는 거다. 내 경우가 바로 이렇다. 이건 나의 성향 혹은 성격이라 볼 수 있을텐데, 한국에서도 나는 낯선 사람에게 말거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고, 가끔 주체하지 못한채 말을 하기도 한다. 외국에서도 이런 나의 성격이 그대로 튀어나와서, 알고 있는 단어를 총동원해 사람들에게 말을 거는 거다 ㅋㅋㅋㅋ 말레이시아에서도 누가 신호등이 색이 바뀌길 기다리며 횡단보도 앞의 버튼을 누르는 걸 보았다. 아니, 내가 네덜란드 갔을 때 저 버튼 누르면 색 바뀌는 건 알았지만, 말레이시아도 그래? 나는 궁금했다. 다음 신호에서 그 사람은 또 누르더라. 으윽, 하지마, 말걸지마, 참아... 라고 내가 내게 말했지만 내 육체는 이미 나보다 앞서 나가 그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실례해. 혹시 그 버튼 누르면 색깔이 바뀌니?"


그러자 그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런데 이어지는 답은 '잠시 후에 바뀐다'는 건지 '잠깐동안' 바뀐다는 건지 잘 모르겠더라. 들리는 말은 for a while 이 다여서, 아마도 바뀌지만 잠깐동안 바뀐다는 건가 싶었다. 


택시를 타고 미술관에 갈 때 (역시 혼자였다) 택시 기사는 내게 혼자 왔냐 물었고 아니 친구랑 왔는데 그녀는 호텔에 있다고 말했다. 기사는 내게 무척 덥지? 물었다. 나는 '응 매우 덥고 땀도 많이 나' 라고 말했다. 이러니까 대화 겁나 잘한거 같쥬? 실제 내가 한 말은 이거였다.


very hot.

very sweat.


이게 다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나 나는 여행객. 상대는 찰떡같이 알아듣는다. 사람들은 여행객에게는 친절하다니까?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바쿠테집의 대만 젊은이와 친구가 되었다고 해서, 내가 그러면 영어를 잘했을까? 

내가 그 젊은이와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까닭은, 그 친구가 비영어권 생활자였기 때문이다. 즉, 나만큼 영어를 하는 젊은이였기 때문. 만약 상대가 영어권 국가에서 왔다면 대화는 더 어려웠을 것이다. 대만 젊은이와 나는 상대가 알아들을 수 있는, 그러나 그것이 내가 말할 수 있는 쉬운 단어들로 구성된 쉬운 문장들을 만들어 대화했다. 이건 우리가 둘다 비영어권 국가에 살며 영어를 학교에서 배운게 영어 공부의 전부였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가능한것이었다. 너 영어 어디서 공부했어 물으니 대만 젊은이는 학교에서 배웠다고 했다. 나 역시 학교에서 배웠다고 했다. 대만 젊은이는 내게 '내가 만나본 코리안 중에 니가 영어 제일 잘해' 라고 하길래 전혀 그렇지 않다고 나는 대응하며 '너랑 나랑 대화 되잖아 너도 잘하는거지' 이랬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전에 남동생이 회사의 해외영업부에 재직하던 시절, 미국에서 온 바이어보다 독일에서 온 바이어랑 대화하는게 더 쉽다고 한게 무슨 말인지 진짜 너무 잘 안다. 독일인과 내 남동생은 서로 영어가 외국어였던 터라 짧은 대화로 뜻이 다 통했던 것 ㅋ 나도 대만 젊은이와 그러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이번에 여행하면서 '흐음, 나 영어가 좀 늘은건가, 아니면 깡이 좀 더 생긴건가' 생각하긴 했는데, 어쩌면 그건 최근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듀오링고> 덕이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전에 창원에 친구들 만나러 갔다가 친구들 하는 거 보고 따라 설치했던 앱인데 하루에 5분만 공부하는 것. 그조차도 내가 답을 빨리한다면 2분 내로 끝낼 수 있다. 얼마간 써보다가 나는 유료 결제해 사용하고 있는데, 이 앱은 내가 하루라도 영어 공부를 빠뜨릴새라, 알림을 보내준다. 너 연속 학습 놓지마! 하면서. 나는 이걸 말레이시아에서도, 여행지에서도 했다. 하루는 잊고 지냈는데, 미술관에서 그림을 보던 터에 알림이 왔고 뭐지, 하고 보니 듀오링고! 우엇, 나 오늘 빼먹었네?


마침 미술관에 사람이 별로 없었고 나는 미술관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짧게 듀오링고를 했다.

듀오링고는 나의 루틴에도 포함되어 있는데, 매일 아침 출근길, 버스 안에서 그리고 지하철 도착을 기다리면서 하는 거다. 그리고 지하철을 타면 책을 펼치고. 그래서 평일엔 듀오링고를 잘 해낼 수 있는데 주말엔 좀 루틴이 흐트러져서 알림을 보고서야 비로소 앱을 켜게 되는 것이다.

어쨌든 말레이시아에서도 하루도 놓지 않고 나는 듀오링고를 했고, 그렇게 연속학습을 두달 이상 이어가고 있다.



위는 어제 캡쳐한 것. 후훗.



이번 여행에서 혼자한 시간이 많았다.

체력 저하의 친구는 반나절 이상을 호텔에 머물렀고 나는 아침에 나가서 밥 먹고 친구를 위해 밥을 포장해 가 친구를 먹이고 다시 나가 돌아다니고 다시 돌아와 친구를 데리고 저녁 먹으러 나가곤 했다.

혼자 다니는 시간 동안 구글맵이 나를 도와주었다. 구글맵과 돈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지.

영어를 못해 상대의 말을 알아듣기까지 오만년 걸리기도 했고, 어떤 때에는 알아듣지 못한 채로 그냥 넘기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혼자 여행하는 것에 더 최적화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름 휴가는 좀 길게 갈 수 있는데, 일단 로테르담의 숙소를 예약해둔 상태다. 나 그 숙소 너무 좋아서 네덜란드 간다면 거기 또 묵고 싶거든. 누가 가져갈새라 얼른 예약해두긴 했는데, 사실 어디에 가고 싶은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작년만 해도 두번 생각할 것 없이 네덜란드였는데, 올해 자꾸 핀란드가 생각나서. 그런 한편, 유럽에 혼자? 를 생각하면 살짝 쫄리기도 하고, 그러나 작년에 네덜란드 여행을 마치면서 '흐음, 이제 유럽도 혼자 가능하겠어' 마음 먹었던 생각도 난다. 


더 좋은 여행을 위해서는 계속 건강을 유지해야 하고 영어 공부도 열심히 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번에 친구의 체력저하를 보면서 궁극적 여행은 결국 혼자인 것이구나 했던 까닭이다. 가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가고 싶은 때, 먹고 싶은 때, 가능한 체력 이 모든걸 다 맞출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타인으로서는 존재 가능하지 않다. 내가 원하는대로 흘러가려면 나 혼자여야 하는데, 휴 유럽은 사실 아직 좀 쫄리긴 해? 여하튼 여름이 올 때까지 아니, 그 후에도 계속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 종국에는 영어책 읽는 것이 어렵지 않기를 바라지만, 외국에서 여행자로서 영어를 하는 것과 영어책 읽는 것은 또 아주 다른 문제이기에...


아 모르겠다. 영어 도대체 뭔지.

영어 못해서 계속 영어를 공부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것이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자의 숙명인가 생각하지만, 사실,

나는 영어를 싫어하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내 실력보다 더

영어를 좋아했다. 그리고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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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4-02-16 09: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듀오링고 65일!!!! 정말 대단하세요!
전 듀오링고로 일본어를 하는데 연속은 30일이 제 한계더라고요. 자꾸 빼먹어요. ㅎㅎ
다락방님의 영어 공부, 영어 애정에 감탄과 응원!
더해서 여름 여행 이야기 벌써 기대되잖아요. 이쯤되면 여행기 로맨스 나와야함.

다락방 2024-02-16 10:07   좋아요 3 | URL
제 친구들은 75일째 연속학습 중이더라고요. 저는 그 친구들 덕분에 하게 됐고요. 연속학습 1천일쯤 하면 영어 확 잘하게 되어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ㅎㅎ
여행기 로맨스 한 번 나올 때가 됐지요? ㅋㅋㅋ 저도 여름 여행지에서의 로맨스 기대합니다. ㅋㅋㅋㅋㅋ 이국에서의 로맨스여, 컴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4-02-16 1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아무리 관광객에게 친절하다 해도, 이 글을 다 읽은 저의 결론은 다락방님이 영어를 잘한다~~~ 와 더불어 혼자 여행을 다녀도 될만큼 능숙하게 잘한다~~ 입니다.
전, 말하는 거 좋아하고 쉬지 않고 말할수 있고 모르는 사람과의 대화도 두렵지 않지만....... 영어가 입 밖으로 나오지를 않아요.
저도 듀오링고 시작했는데, 7일만에 전사..... 듀오링고가 알림 보내다 지쳤더라구요.
이국에서의 로맨스 응원합니다. 개봉박두!!

다락방 2024-02-20 07:46   좋아요 1 | URL
제가 해보니까 말이죠, 제 단어나 문장이 엉망이면 사람들이 다 고쳐주더라고요? 이를테면 제가 ‘너무‘를 ‘too‘ 로 쓴 적이 있는데 상대가 ‘so‘ 로 바꿔줬어요. 이게 뭔가 뱉어야 고칠 수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일단 뱉고보자.. 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제가 잘한다는 것보다는 여행객들에게 친절한 사람들에게 한 표 던집니다. 이해하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제 말을 이해해줍니다. 하하하하하. 제가 그동안 모든 여행을 통틀어서 가장 영어 편하게 한 시간은 말레이시아에서 대만 사람 만났을 때였어요.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역시 마음이 편해야 말도 잘 나오는 것 같아요.

전 오늘로써 듀오링고 연속학습 70일 입니다!! 이렇게 700일 하면 뭔가 돼도 되지 않겠습니까? 저의 영어공부 화이팅 입니다!! 빠샤!!

이국에서의 로맨스 가 생긴다면 반드시 알라딘에 먼저 보고하겠습니다!! 꺅 >.< ㅋㅋㅋㅋㅋ

치니 2024-02-16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글맵과 돈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지.˝ - 이거 책 제목으로 써요, 다락방님! ㅎㅎㅎㅎㅎ 다음 책은 여행 에세이!

저도 듀오링고로 불어 하는데 이러다 1년 채우겠다 싶을 정도로 꾸준히 하게 되어서, 정말 대단한 앱이라고 생각합니당. ㅎㅎ 지난 번 여행에서 정말 실력이 늘었구나 실감해서 공짜 앱인데 이 정도라면 짱이다 싶었어요. (아직도 유료화 안했음 ㅋㅋ)

아 글고, 핀란드, 혼자 가셔도 충분히 좋을 거 같아요!!!

다락방 2024-02-20 07:52   좋아요 0 | URL
ㅋㅋㅋ 정말 그렇습니다. 저는 정말 길치에 방향치에 지도 못보는 사람이었는데 하도 구글맵 봐버릇 하니 이제 구글맵 보며 찾아다니는 건 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리고 이게 유럽 같은 데에서는 트램이나 이런것도 어디서 몇번을 타야하는지도 알려주니까 좀 쫄리더라도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구글맵 만세입니다!!

저는 귀찮아서 유료로 바꿔버렸는데요 유료로 했기 때문에 매일 하는게 가능해지는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돈 버리기 싫어서 말이지요. 제가 학원 같은데 돈 쓰면 잘 안나가서 돈 버리는데 그나마 듀오링고는 아직 잘 하고 있습니다. 오늘로써 70일 했어요! 이렇게 300일이 되고 700일이 되면 아무래도 처음보다 나은 영어실력을 갖제 않을까 합니다. 듀오링고 앱 좋아요!! ㅋㅋㅋㅋㅋ

핀란드는 혼자 가고 싶긴한데 초큼 쫄리긴 합니다. 계속 생각중이에요. 후훗.

2024-02-16 1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2-20 07: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거리의화가 2024-02-16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락방님 혼자 유럽 여행 충분히 하실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혼자 여행의 단점은 그저 사진을 찍기 불편하다는 것, 먹을 때 제한적인 것 말고는 없다 생각해요. 그리고 그동안 여러 곳을 여행하셨으니까!ㅎㅎ
듀오링고 65일차! 앞으로도 꾸준히 하셔서 능숙자가 되는 그날까지 아자!

잠자냥 2024-02-16 10:56   좋아요 0 | URL
다락방 님은 먹을 때도 제한 없을 거 같기는 합니다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2-20 07:58   좋아요 0 | URL
저는 혼자라서 적게 시키는 사람은 아니고 ㅋㅋ 혼자지만 먹고 싶은 걸 다 먹어보자 는 쪽의 사람이기 땜시롱 문제는 돈입니다. 그래서 돈이 필요하고 제가 참 회사를 그만둘 수가 없네요. 요즘 너무 바빠서 ㅠㅠ 정신이 없는데 ㅠㅠ 관두고 싶다고 오천번 생각하다가도 여행 다니려면 구글맵과 함께 돈도 필요하므로 ㅠㅠ 아무튼 알라딘에 쓰니까 여러분들의 여행을 응원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기쁘고 힘이 되고 그렇습니다. 역시 쓰는게 답입니다!! (생뚱 결론 ㅋ)

잠자냥 2024-02-16 10: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국에서도 나는 낯선 사람에게 말거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고, 가끔 주체하지 못한채 말을 하기도 한다. ˝
아 나 진짜 궁금한데요,
대체 왜 말을 걸고 싶어서 주체를 못할 지경이 되는 거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행지에서도 듀오링고 하다니 진짜 멋집니다.

오늘도 차오르는 결혼 아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칭찬욕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4-02-16 11:06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 방에서도 차오르는 은오 생각 욕구 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2-16 11:24   좋아요 1 | URL
제가 요즘 그 말을 하도 많이 들어서 ㅋㅋㅋㅋㅋ 세뇌당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2-20 08:01   좋아요 1 | URL
그걸 그러니까 저도 잘 모르겠어요? 뭔가 대화를 막 하고 싶고 웃게 하고 싶고 막 그래요? 저는 요즘 생각하는건데 제가 가장 다정할 때는 낯선사람, 친하지 않은 사람과 대화할 때인듯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기본적으로 친절한 사람이 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위 아 더 월드.. 니까 다 대화도 하고 그러고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요즘 낯선이에게 말 걸때마다 ‘아 잠자냥 님이 알면 기절할텐데‘ 합니다 ㅋㅋㅋ 그러면서도 기어코 말을 걸고야 마는... 하아- 이런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ㅋㅋㅋㅋ푼수다 푼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렇지만 지적으로 생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2-20 08:40   좋아요 0 | URL
ㅇㅇ 난 기절… ㅋㅋㅋㅋ 아니 옆에 그런 친구 있으면 슬며시 다른 데로 갑니다. 일행 아닌 척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2-20 09:43   좋아요 1 | URL
ㅋㅋㅋ 제가 손 꼭 붙들고 어디 못가게 할겁니다. 왜, 내가 부끄러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2-20 09:56   좋아요 0 | URL
ㅇㅇ……🙄

망고 2024-02-16 11: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낯선 사람이랑 말 잘하는 다락방님 같은 성격이 외국어 빨리 배워요 제가 부러워하는 성격^^ 꾸준히 영어앱 하시는 모습 존경스럽습니당 저는 1월달만 ebs교재 읽고 끝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2-20 08:03   좋아요 0 | URL
제가 여행 다니다보니까요 저보다 영어 훨씬 잘하는 사람들이 자기가 못하는 줄 알더라고요. 걍 말을 안해서 그런것 같아요. 저랑 같이 다니는 친구도 알아들으면서 한마디도 안해요. 그러면서 ‘너는 영어가 되니까‘ 라고 하는데, 걍 말을 안해서 영어가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냥 좀 단어 던지고 문장 던지고 일단 생각나는 거 던져버리는 사람이라서... 그러다보니 제가 놓치는 것들도 너무 많은것 같아서 일단 영어는 공부하는 게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빠샤!! 오늘도 듀오링고를!!

독서괭 2024-02-16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은 장기 체류 하시면 영어실력 어마어마하게 느실 것 같아요!! 저도 이번에 여행 가서 조금이라도 영어 써보려고 노력은 했습니다 ㅎㅎ
듀오링고 찾아봐야겠어요!!

다락방 2024-02-20 08:05   좋아요 1 | URL
저는 오늘도 듀오링고를 했습니다. 오늘로써 70일 연속학습입니다. 만세! 이렇게 하고나면 아무래도 하기 전보다 나아지지 않겠습니까? 학교때 공부 좀 열심히 할 걸 그랬어요 ㅠㅠ 저는 영어 좋아했지만 문법 공부는 하나도 안해서 성문 기초 이런 거 본 적이 없어가지고 ㅠㅠ 그때나 지금이나 사놓기만 하고 보지는 않는 ㅠㅠㅠㅠㅠㅠㅠㅠ 아무튼 영어공부는 놓지 않아야겠습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