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휴 요즘에 회사 너무 일 많아서 정신이 없다. 하루에 알라딘 한 번도 못들어오기도 하고 그런다. 세상에, 나에게 그런 일이 ㅠㅠ
어제도 늦게까지 일하고 집에 갔다. 집에서는 그래도 이렇게 노동자모드인 채로 잠들 수 없어, 책 읽는 나로 잠들겠다! 하고 샤워한 후 책을 펼쳤는데 잠이 쏟아져버렸습니다. 네...
월요일 책탑을 못올리는 월요일을 보내다니 흑흑 슬픔의 새드니스 ㅠㅠ
자, 책탑 올려보자.
ㅋㅋㅋㅋ 너무 약소한가요?
아니 내가 그러니까 지난달에도 이번달에도 리뷰를 한 편도 못써가지고 이달의 당선작에 대한 기대나 가능성이 전무하단 말야? 그래서 돈 쓰느라 몸 사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기 보다는 진짜 읽지도 못하는데 너무 사대가지고 양심에 찔리기도 하고.. 인생 뭘까염?
츠바이크의 [타 버린 비밀]은 사실 존재도 몰랐던 소설이다.
그러나 사람이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잖아?
나에게 페미니즘을 알려달라던 남자사람은 배우고자 하는 의지도 뛰어났지만 학습능력도 어마어마해서 나랑 메일 주고받은지 얼마 되지도 않아 극 꼴페미가 되었고, 내가 추천한 책들을 종이에 적어 읽으면서 하나씩 지워나간 사진도 내게 보내주었다. 그렇게 무럭무럭 자라서 심지어 이제 내게 소설책을 추천하는 사람이 되었는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타 버린 비밀을 그렇게 이메일 꼴페미남으로 부터 추천받은 책이라 읽었다. 우체국 아가씨 너무 좋다고 했더니 읽고 너무 좋다고 츠바이크의 다른 소설도 내게 추천해준 것. 재미있게 읽었다. 그런데 역시 나에게 츠바이크 1위는 우체국 아가씨, 2위는 초조한 마음 되시겠다.
[한밤의 도박]은 ㅈㅈㄴ 님의 서재에서 도박과 사랑... 하는 글을 보고 어머 이건 사야해! 하고 샀는데(언젠 안그랬니?) 나는 도박 싫어합니다. 도박하는 사람들하고도 별로 친해지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도박해서 2억 벌어들인 사람보다 성실히 일해서 한 달에 이백만원 월급 꼬박꼬박 받는 사람을 더 좋아합니다.
그러고보니 생각난다. 오래전에 여동생 결혼식에 남동생의 친구가 하객으로 왔었는데, 밥을 먹다가 남동생 친구에게 내가 그런 얘기를 했었다.
"결혼하자. 너 백만원 벌고 나 백만원 버는데 우리 둘이 합치면 이백이잖아."
남동생 친구는 내게 누나 진지한 거 아니죠? 그냥 하는 말이죠? 했는데 남동생이 '우리 누나는 진지해 도망가" 이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친구 지금은 당연히 다른 여자사람과 결혼해 아이 낳고 잘 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남동생 친구들과도 자주 어울려 술을 마셨고 남동생도 내 친구들 자주 만나고 그랬는데, 내가 없는 자리에서 남동생 친구들이 "너네 큰누나는 자기가 혼자 살고 돈도 벌고 여행도 다니고 그래서 남자한테 완전 관심 없겠네" 했더랜다. 그 때 남동생이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아니야. 우리 누나 남자 졸라 좋아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 옛날 얘기다. 지금은 안 좋아한다.
어제였나 인스타 피드 보다가 3초 눈감고 떠서 숫자가 안보이는 색깔의 것이 부족하다 뭐 이런 거 있었는데, 그래서 3초 눈감았다 떼니까 다른 건 다 네모박스 안에 숫자가 있는데 회색 네모칸은 숫자가 안보이더라고요? 그게 내게 없는 것이라던데 그게 뭔가 봤더니 연애세포였다. 내 안의 연애 세포 다 말라버림... 나는 내 연애 세포 예순 넘어서도 팔팔할줄 알았지? 사람일은 모르는 거다.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아니, 그런데 누가 책 산 페이퍼를 이렇게 재미지게 쓰지요?
계속해보자.
[삶을 위한 혁명].. 을 내가 샀네? 사려고 담아둔 책이긴 한데 나는 내가 지금 이 페이퍼 쓰기 전까지 이렇게 책탑 사진 찍었음에도 알랭 드 보통 책 산 줄 알았네? ㅈㅈㄴ 님 서재에서 보고 두 권 산 것 같은데 보통 산 줄 알았더니 아니었어? 보통 책이 아니네? 이름도 어려움 '에바 폰 레데커' 책이다.
[명탐정의 창자]는 [명탐정의 제물] 이 딱히 재미있지 않아서 안 사고 있었는데... 뭔가 어떤 글을 보고 이건 좀 재미있겠는데? 하고 샀단 말야? 그런데 여러분 보이십니까. 책 띠지 갈기갈기 찢어져서 옴. 하아- 그렇지만 띠지니까 내가 참는다. 띠지 저게 무슨 일이야. 알라딘, 정신 차려! 나 다락방이야!! 잘해라. 내가 한 번 좋아하면 오래 좋아하고 좀처럼 배신 안하지만, 그건 무슨 말이겠니? 한 번 돌아서면 얄짤없다. 나 이랬다저랬다 막 그런 사람 아니야. 책 띠지 찢어진 거 넣지 마라 증맬루..
어제 오늘 간식으로 단(sweet) 과자를 많이 먹었더니 이제 짠 과자 먹고 싶네? 흐음..
흐음, 이미 읽은 책에 대해 언급하고 넘어가야겠다.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가 없어서.
추천 받아 읽은 책인데 사실 사두고도 한참을 읽지 않았더랬다. 주인공이 운전을 잘하는 남자로 나오는데, 책으로 읽는 운전 잘하는 남자..같은게 어떻게 재미있단 말인가 싶었던 것. 다른 사람들에게 책에 대해 얘기할 때면, '간단한 줄거리로 판단하지마', '제목으로 판단하지마' 라고 말하면서, 그런 내가 운전하는 남자가 나오는 소설이라니.. 그게 어떻게 재미있을 수 있단 말인가! 했단 말이지. 그러나 몇 장 넘기지도 않고 나는 이야기속으로 빠져들었고 무엇보다 가슴이 아팠다.
주인공은 자동차 정비소를 차려두고 일하는 흑인 남자인데 운전에 있어서는 너무나 월등하다. 그런 그에게 얍쌉한 범죄자놈이 다가와 이번에 한 탕 크게 해보자 라고 하는 것. 주인공은 자신이 다짐한 것도 있고 또 아내와 자식들에게 걱정하게 하지 않으려면 그 일을 거절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그러니까 그에게 조금만 여유가 있었어도 단칼에 거절했을 테지만, 그러나 그에겐 지금 당장 돈이 절실했다. 딸은 돈이 없어 대학 등록을 포기하려고 생각중이고 당장 생활비도 어려운 형편. 이번 한 번만, 이번 한 번만, 하면서 아내의 걱정에도 그 일을 하기로 하는 것. 그러나 얍쌉한 놈은 얍쌉한 놈이라, 이 모든 일은 주인공의 게획대로 풀려가질 않는다.
결코 가볍지 않게 풀어나가기 때문에 읽는 내내 덩달아 마음이 묵직해진다. 얼마나 많이 한숨을 쉬었는지 모른다. 악인으로 태어나는 사람이 있을까?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악인들은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렇게 가난하지 않았어도, 이렇게 어렵지 않았어도 그가 범죄의 길로 들어가진 않았을텐데. 게다가 그걸로 끝이 아니다. 주인공은 자신의 큰아들 역시 자신이 기대하는 대로 자라지 않는 것으로 인해 절망한다. 돈이 없어서 아빠가 괴롭고 엄마가 울고, 그런데 저 가게만 없으면 우리도 돈을 좀 더 벌 수 있고... 하는 생각은 큰아들로 하여금 어리석은 결정을 하게 한다. 읽는 내내 악이 찾아와 노크하면 문을 열어줄 수밖에 없었던 '그레이엄 그린'의 [브라이턴 록] 생각이 났다. 나는 그 때 그 책의 백자평에 이렇게 썼었다.
<빈곤하고 불우한 사람에겐 도처가 늪이고 악이 찾아와 문을 두드리면 맞서 싸울 힘이 없다.>
물론 빈곤하고 불우한 사람들에게만 늪이 놓인건 아니다. 충분히 많이 가진 사람도 늪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그 늪이 자신이 찾아가는 늪이라면, 검은 황무지의 '보러가드'에게는 늪이 찾아와 닫힌 문을 기어코 열고야 마는 것이다.
굉장히 남성적이지만 가슴을 아주 깊이 찌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