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알라룸푸르에 갔을 때 카야토스트를 맛보고 싶어 열심히 걸었더랬다. 처음 찾아간 곳에서 실패하고(가게 사라짐) 거기서 다시 찾아가느라, 내가 식당에 자리잡고 앉았을 때에는 이미 그 날의 6,500 보를 걸어버리고 난 후였다. 그래서 더 맛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돈 주고 사먹는 카야토스트, 달고 진한 커피와 함께 극강의 맛을 선사했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투비에 자세히 적어두었다.
https://tobe.aladin.co.kr/n/155001
이거, 어렵지 않을 것 같아, 집에서도 한 번 만들어 먹어야지! 하고는 쿠알라룸푸르의 큰 마트에 가서 카야쨈을 샀다. 사실 카야쨈은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살 수 있고, 나는 기존에도 카야쨈을 사서 마치 싱가폴에서 먹는듯, 말레이시아에서 먹는듯 버터까지 넣어 만들어 먹어본 적이 있다. 그러나 오리지널을 먹어보기 전이라 이 맛이 과연 그 맛인가 했던 터. 좋아, 이제 오리지널 먹었으니 내가 한 번 그대로 재현해보마!! 쨈까지도 말레이시아에서 가져가겠어! 그렇게 카야쨈을 사가지고 온거다.
그리고 어제. 드디어 만들어 보았다. 일단 식빵을 굽고 카야쨈과 버터를 듬뿍 발랐다. 문제는 수란 이었는데 그간 한 번도 수란을 만들어본 적이 없어 인터넷을 검색해 그중 가장 쉬운 방법으로 만들어보았다. 쿠알라룸푸르의 까페에서는 껍질째 접시에 담아주어 내가 깨 먹어야 했는데 검색해보니 다들 이미 계란 껍질을 깐 뒤 조심스레 뜨거운 물에 넣더라. 그런데 뜨거운 물에 막 소금도 식초도 넣고 그래야 돼? 세상 귀찮네. 그러다가 아주 쉬운 방법의 블로그를 발견했다. 물 팔팔 끓이고 그 끓는 물에 계란 넣었다가 1~2분 후에 빼라는 거다. 좋았어! 그렇게 수란을 완성했다.
자, 그래서 내가 만들어낸 카야토스트 한상 차림.
오리지널의 사진도 한 번 보고 가도록 하자.
내가 만든거 엄마랑 먹는데 엄마가 어떠냐고, 여전히 맛있냐고 물으셨다. 나는 맛있긴한데 말레이시아에서의 그 맛있음이 아니네? 했다. 그리고 왜 버터에서 버터의 비린 맛이 느껴지는걸까? 내가 버터를 너무 많이 넣었나? 여동생에게도 사진 찍어 보내주니 '이거 여기서 먹으면 거기 그 맛이 안나' 라고 하더라. 흐음. 이 카야토스트+수란+달디단커피 의 조합은 뜨거운 날씨와 습기가 함께 작용해야 극강의 맛을 내는 것인가? 아무튼 초큼 아쉬운 맛이었다. 그런 한편, 버터를 다른 걸 사봐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맛있는 걸 만들기 위한 노력은 오늘도 계속됩니다. 두둥-
책을 샀다.
이번호 정희진 오디오 매거진에 소개된 책이라 당연하게도 발터 벤야민의 책을 샀다. 과연 나는 읽을 수 있을 것인가. 첫번째 테제, 두번째 테제, 하면서 선생님은 설명해 주셨는데, 선생님의 설명을 들었으니 어쩌면 페이지를 넘길 수 있을지도..
[철학의 위안]은 ㅈㅈㄴ 님의 서재에서 알게 되어 산 책인데, 사실 나는 보통이 너무 유명해서, 그리고 좋아한다는 사람들도 많아서 여러권 읽었지만 끝내 어떤 점이 좋다는 건지 찾을 수는 없었다. 그래도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면 내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뭔가가 있겠지 하고 한 권 두 권 세 권 네 권.. 하고 몇 권 읽었더라? 여튼 읽었는데 흐음, 역시 난 모르겠어.. 이렇게 됐단 말이지. 그러다가 이젠 철학의 위안이라니, 좋아, 내가 너를 다시 한 번 읽어보마. 이번엔 읽고 역시 보통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가 있구나! 하게 될지 모르겠다. 알 수 음슴.
[문]은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 역시 ㅈㅈㄴ 님의 서재에서 알게 되어 산 책인데, '사랑'과 '죄책감'이라는 소재는 재미없을 수가 없다. 사실 '사랑'과 '죄책감'을 한 번에 가지고 가보지 않은 사람들이 있기는 할까? 나는 나의 어떤 사랑에 죄책감을 함께 느꼈었고 그대로 진행한 적이 있으며, 어떤 사랑은 끝난 후에 죄책감을 가졌던 적도 있다. 사실 그런 사랑을 하기 전에 그런 감정을 느끼기 전에도 이미 알고 있었지만, 더 확실해진 점은, '죄책감을 갖게 만드는 사랑은 안하는 것이 옳다' 이다. 하면서도 알고 있긴 했지만 하고 나서는 더 진해진 다짐이랄까. 좋은 사람 그리고 좋은 사랑은 나로 하여금 죄책감 느끼게 하지 않는다. 나쓰메 소세키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는 이 이야기를 읽어보면 알 수 있겠지.
[세상 끝의 살인] 은 추리/미스테리 라 샀다.
인스타그램에 소개된 책을 한 번 샀더니 그 뒤로 내 인스타 들어가면 책 광고가 넘쳐버린다. 하아- 어떤 건 이미 읽은 것이기도 하고 어떤 건 읽다가 만 것이 나오기도 하는데, 어휴, 그래서 내가 인스타의 책 광고에 혹하지 말자! 했지만, 또 혹해가지고 이 책 사버렸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우리 엄마는 내게 인스타 삭제하라 하셨는데 그것이 인생에 있어서 더 좋은 방향으로 가는 길일지도 모르겠다. 아, 엄마는 내가 책을 사서 삭제하라는게 아니라 인스타 보고 자꾸 요리한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안합니다.
어제도 인스타그램 보고 요리할라고 아보카도 샀다가 망한 사연이 있지만, 그런 거 쓰기 이제 지친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