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문구점에 갑니다 - 꼭 가야 하는 도쿄 문구점 80곳
하야테노 고지 지음, 김다미 옮김 / 비채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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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문구류와 얽힌 추억은 하나씩 갖고 있을 것이고 어린 시절 부모님이 주신 용돈으로 스스로 '현금' 거래를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문구점으로 그곳에 발을 들여 놓는 순간 부터 시간의 마법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린다.

문구류는 누군가에게 선물 받기 보다 내 눈으로 직접 보며 시간을 들여 고른 제품들이여야 언제 어디서든지 사용하게 될 정도로 사람에게 가장 밀착된 애착 아이템들이다.

아이패드, 노트북, 그리고 스마트 폰에 다양한 쓰기 와 그리기 기능은 정교함을 뛰어 넘어 자유자재로 이미지를 넣고 파일을 첨부 시키고 영상을 재생 하며 입체적인 필기 노트를 장착한 정교하면서 영리한 기기들로 인해 점점 손으로 쥐는 펜과 연필 그리고 종이 노트와 각종 메모지들과 멀어지게 된 시대에 오로지 한 도시에서 문구점만 순례 하는 문구 덕후가 있다.


여행 일기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하야테노 고지는 '문구 없이 삶도 없다'라는 모토로 살아가는 문구 덕후로 웹 매거진 <매일, 문방구>에 정기적으로 일러스트를 그리고 칼럼을 쓰고 있다.



자신의 일 때문에 문구점 주인들과 사적인 교류는 물론 개인 주문까지 할 정도로 일상의 모든 것을 문구점에서 찾는 문구 덕후 하야테노 고지가 알려주는 독특한 개성이 넘치는 도쿄 문구점을 따라가 보자.


가장 먼저 문구점에 들어 가면 보이는 상품 진열과 가게 분위기를 잘 살펴서 어떤 테마를 중심으로 문구류를 팔고 있는지 체크해야 한다.


문구점 가게 마다 각기 다른 콘셉트가 있어서 눈길이 가는 상품 뿐만 아니라 테스트용 샘플 제품, 신상품, 어디에서도 구하기 힘든 희귀 아이템을 찾아 볼 수 있는 곳인지 확인해야 한다.

일반적인 문구점은 필기구, 사무용품 코너와 카테고리별 코너 이렇게 세 가지로 구역을 정해 놓고 각각 자신들의 가게에서 판매 되고 있는 상품 중에 집중적으로 팔고 있는 제품들, 학기 시즌 별 제품, 한정 상품, 계절 아이템 그리고 세일 상품들이 판매 되고 있다.

일본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브랜드의 로드숍과 백화점이 몰려 있는 긴자 지구에는 건물 전체가 문구류만 팔고 있는 대형 문구점이 많은 곳으로 어느 문구점에서 시간을 보낼지 정해야 할 정도로 빠른 시간 안에 구경하고 구입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긴자 이토야 > 본점 같은 경우에는 1904년에 창업한 역사가 오래된 문구점으로 1층에는 드링크 바가 2층에는 편지 코너가 있는데 이곳에서는 고급 만년필을 대여 해주고 편지 엽서를 보낼 수 있는 우체통까지 설치 되어 있다.

3층에는 고급 필기구 4층에는 각양 각색의 수첩들로 가득차 있고 5층에는 각종 샘플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맨 꼭대기 층은 카페 레스토랑으로 여기서 직접 재배한 채소들로 만든 샐러드와 샌드위치, 쥬스를 판매 하고 있다. 그야말로 문구를 좋아해서 들어간 공간에서 하루 종일 먹고, 마시고, 사진 찍고 편지를 쓸 수 있는 곳이다.

긴자 구역 문구점은 직접 자신들이 제작한 자사 종이를 판매 하거나 기능과 디자인을 직접 도안한 제품들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곳이 많다.


1663년 교토에서 문구점을 개업한 <도쿄 규쿄도>는 에도시대 도쿄로 수도를 옮긴 후 이곳에 분점을 차리고 1982년 그 자리에 건물을 세워서 오로지 서예와 관련된 도구와 제품들 그리고 향도를 판매 하고 계절 별로 다양한 옛 편지지와 봉투 그리고 만년 붓, 족자를 제작해서 사람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오테마치 지역에는 일찌감치 문호를 개방하고 해외 문물을 받아 들이면서 문을 열기 시작한 문구점들이 여전히 대를 이어서 영업하는 곳이 몇 군데 남아 있는 곳으로 유럽에서 생산된 제품은 물론 일본의 오래된 철도 역사를 담고 있는 독특한 문구점도 있다.


지하철 역마다 자리 잡은 문구점은 서적까지 판매해서 교통 수단을 이용하는 이들의 발길을 머물게 하고 오로지 여행과 관련된 문구류와 기타 물품만 파는 실용적인 가게도 있다.

신주쿠 지역으로 넘어가면 젊은 시절 문구점 회사 직원으로 일하다가 일찌감치 회사를 나와 자신이 직접 개발하고 제작 주문한 문구류를 판매 하는 곳이 있다.

신주쿠에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문화 학원 대학' 일명 문화 복장 학원이 있어서 의상 디자인과 미술 디자인에 관련된 문구류와 기타 제품을 전문적으로 판매 하는 곳이 많다.

패션업이나 미술 갤러리 큐레이터 출신들이 차린 문구점은 다양한 잡화까지 판매 하면서 고객들이 직접 써보고 그리고 채색할 수 있는 체험 공간 까지 마련 되어 있다.


도쿄에서 가장 유명한 '책의 거리'가 있는 JR야마노테 선이 지나가는 구역은 와세다 대학으로 가는 방향과 메이지 대학이 있는 유명한 헌책 방 밀집 지역인 진보초를 지나 갈 수 있는 곳으로 최초로 서양 종이를 판매했던 문구점과 유럽과 처음 문호 개방을 했을 때 유럽인이 직접 문을 연 문구점까지 있는 곳이다.

문구 디자이너 장인들은 물론 과거의 공산국가 시절에서 판매 되었던 유럽산 제품 그리고 작가들이 가장 자주 찾는 문구점 까지 있고 카페와 다양한 식당들이 즐비 한 곳이여서 이 지역은 하루 일정으로 둘러 보기에 부족할 정도로 볼거리 먹을 거리가 많은 곳이다.


에도 시대 부터 전문 기술자들이 모여 살았던 구라마에와 아사쿠사 지역은 일명'제작의 거리'로 알려 질 정도로 이곳에 있는 문구점은 고객들이 직접 제작 할 수 있는 실용적인 아이템들을 팔고 있다. 자신만의 취향을 담은 노트를 만들 수 있고 그림책도 만들 수 있어서 아이의 손을 잡고 이곳을 찾는 부모들이 많다고 한다.


도쿄의 각 지역의 문구점 주인들은 제각기 다른 이유로 문구점을 열었는데 가업을 이어서 10대째 오로지 문구류만 팔고 있는 노포들 부터 예술직에 종사했다가 창업한 이들, 10대 시절 부터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사 모은 문구류를 끌어 안고 살다가 결국엔 문구점을 열게 된 이들 그리고 더 이상 영업 하지 않은 폐가가 된 옛 문구점을 인수 해서 직접 제작한 문구류를 판매하는 곳까지 문구점 주인 마다 각양각색의 사연을 품고 있다.


조상 대대로 종이를 제작한 집안의 손녀는 오로지 장인이 제작하는 명품 종이만 판매해서 유럽에서도 주문이 들어 올 정도로 전 세계 종이 컬렉터들이 반드시 한 번은 들리는 문구점도 있다.


2010년에 들어선 문구점들은 카페와 휴식 공간, 편지 쓰는 공간, 사진 찍는 공간을 갖춰 놓고 다양한 아이템을 판매 하면서 고객의 발길을 최대한 오래 머물 수 있는 판매 전략을 내세우고 있지만 도쿄에는 여전히 문구점 주인들의 개성과 취향이 담긴 다양한 문구점들이 즐비 하다.


학생 시절 가방 속에 가장 중요한 것은 아마 필기 도구와 노트들로 어떤 필기류와 노트를 만나는지에 따라서 학습의 집중력이 달라질 정도로 문구류마다 각기 다른 기능과 독특한 매력이 있다.


나는 문구 덕후, 마니아는 아니지만 여전히 다양한 펜촉과 그립감을 갖춘 만년필만 보면 눈을 떼지 못하면서도 서랍에 쟁여 둔 잉크들 중 상당수는   열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만년필이나 기타 펜으로로 무언가 끄적이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그럼에도 문구점에 들어서는 순간 코 끝에서 느껴지는 나무 향기, 연필심의 흙 향기 그리고 고급스럽고 단정한 색으로 펼쳐진 그 공간에 오래도록 구경하는 걸 좋아 한다.

이 책을 읽기 전엔 도쿄에 이토록 개성이 넘치는 문구점이 있었는지 몰랐다.

진보초 거리를 걸을 때도 문구점보다 책방 그리고 다양한 먹거리를 파는 가게로 발 길을 돌렸었다.

문구류 주문도 앱으로 하는 시대지만 가끔씩 문구점에 들려서 자신이 좋아하는 문구들을 발견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일본 도쿄에 간다면 오로지 문구점만 순례 해도 재밌는 추억을 쌓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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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2-15 23: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도쿄에만 꼭 가야하는 문구점이 80곳이라면 그것만 다 돌아봐도 엄청난 시간이 들겠네요. 거의 오타쿠급의 매니아가 아니라면 그정도는 힘들듯요. 그래서 어딘가를 지나다가 예쁘고 독특한 문구점이 있으면 꼭 들러보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다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저도 그렇고요. ^^

scott 2023-02-16 00:18   좋아요 3 | URL
다들 어쩌다 들려서 기념으로 사는데
실제로 도쿄 문구점에는 한국에서 수입하지 않는 것들이 많아서
건축가나 예술가들은 한달에 꼭 한 번은 간다고 합니다.

희선 2023-02-16 01: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본은 문구점도 오래된 곳 많군요 대를 이어서 하다니... 문구점에서 여러 가지를 할 수 있게 했다니 그런 곳은 한번 가면 쉽게 나오기 어렵겠습니다 도쿄에 있는 문구점 여든 곳을 소개하는군요 문구점 좋아하는 사람은 일본에 갈 때 이 책 가지고 가면 좋겠네요


희선

scott 2023-02-16 10:39   좋아요 1 | URL
백년 가업을 이어가는 것도 대단하지만 일본인들은 여전히 앱주문하지 않고 직접 찾아가서 구매 하는 이들이 아주 많다고 합니다

문구 덕후가 아닌데 막상 일본 가면 사고 싶은 문구가 많아서 갈 때 마다 주섬 주섬 ^^

책먼지 2023-02-16 09: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콧님 이 생산성 뭐예요!! 어려운 책만 올리면 힘들어할까봐 난이도 조절까지 해주심!!! 저도 쓰지도 않으면서 만년필, 잉크, 연필 모으는 타입이라 써주신 글 무척 즐겁게 읽었습니다!! 여행 가고 싶네요.. 문구 테마 아니라도.. 도쿄 아니라도.. 어디든! 당장!! ㅠㅠ (책장 공개 전에 차근차근 문구 공개부터 하시는 건가요?!!)

2023-02-16 1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16 1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16 15: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oolcat329 2023-02-16 09: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일본 가고 싶어지네요. 문구점 순례 여행이라니 생각만해도 기분좋아집니다.

scott 2023-02-16 10:42   좋아요 0 | URL
그쵸! 문구 덕후 아니더라도 도쿄 문구점에 가면 포스트 잇 한팩이라도 살것 같습니다 ^ㅎ^

새파랑 2023-02-16 13: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새 동네 문방구는 많이 없어지고 오피스 디포만 많던데 ㅋ 일본은 이런 아기자기한게 좋더라구요~!! 알라딘 우주점에도 문구류 많던데 ㅋ

연필시리즈 예쁘네요 ^^

scott 2023-02-16 16:02   좋아요 1 | URL
알라딘 우주점 문구류가 이제 커피 마시는 곳 까지 점령해 버렸습니다
저는 언제나 그곳은 패쑤^^

거리의화가 2023-02-16 15: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구 덕후인데 처음이자 마지막인 도쿄 여행은 너무 짧은 일정이라 문구 순례는 하지를 못했어서 아쉬워요ㅠㅠ 가면 문구보며 눈이 저절로 돌아갈 듯합니다. 이 책 그림체도 귀엽고 너무 좋네요!ㅎㅎㅎ 저도 만년필 몇 자루 갖고 있어요. 라미도 한 2~3자루 갖고 있는 것 같고 만년필도 욕심 가지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더군요ㅠㅠ

2023-02-16 16: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즐라탄이즐라탄탄 2023-02-19 16: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쿄에 가본적은 없지만 스콧님의 글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scott 2023-02-19 18:47   좋아요 1 | URL
일본인들이 이토록 문구류를 애정하는지 몰랐습니다
아마도 한국보다 앱마켓이나 스마트폰(여전히 2쥐폰 쓰는 이들도 많은) 보급율이 낮아서인지도 ㅎㅎㅎ

이 책으로 저도 도쿄 문구점을 눈구경 했습니다 ^^
 

미국의 주요 아이비리그 대학의 창작 수업이 대략 90여개 정도로 1학년 생들의 필수 과목인 기초 라이팅 수업을 들으면 2학년으로 올라 가서는  각종 연구 보고서 쓰는 법, 기업 지원 이력서 작성법, 신문, 잡지 기사 작성법, 각종 메뉴얼 쓰기 수업까지  세부적이면서  전문적인 글쓰기 훈련을 집중적으로 배울 수 있다.

 각 대학 마다 분야 별 전문가 급 실무진 교수들과 초빙 강사들에게 수업 진행을 맡기는데 이들 대부분은 주요 문학상을 수상한 이력을 갖춘 작가들, 언론계 종사자들, 유명 저널리스트, 방송 진행자들로 일단 이들의 이름으로 개설된   수업은 단연 학생들에게 인기다.

특히 프린스턴 대학은 시러큐스 대학 재학 시절 부터 타고난 글쟁이로 이름을 날리며 세계적인 작가가 된 조이스 캐롤 오츠가 학부생을 대상으로 한 창작 수업을 시작 하면서 여러 명의 유명 작가들을 배출 했다.

그 중 한 명인 조너선 사프런 포어는 조이스 캐롤 오츠가 강력 추천해서 첫 장편 <모든 것이 밝혀졌다> 출간과 함께 그가 출간하는 작품들이 전 세계로 번역 출간 되었고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현재 조너선 샤프런 포어도 자신의 모교 프린스턴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고 퓰리처 상을 수상한 줌파 라히리는 코로나 발발 시기에 문예창작 학부(루이스 센터 아트스쿨) 학과장이 되었다.

현재 프린스턴 대학은 중국계 작가 이윤 리까지 영입해서 막강한 교수진을 구성했다.

미국 대학 역사에서 가장 먼저 창작 클래스를 설립해서 창작 워크샵을 시작한 아이오와 대학은 100년이 훌쩍 넘는 기간 동안 이곳 창작 교육 프로그램을 거쳐간 작가들 중 상당수가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다.

중국계 이윤 리 작가도 이곳에서 글쓰기 수업을 받으면서 썼던 단편이 '뉴요커'에 실리면서 작가 생활을 시작했다.


미국 대학들이 글쓰기 수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이유는 '쓰기'는 생각의 힘을 길러주는 최고의 도구이자 자신의 생각을 완성 할 수 있는  최고의 지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요 아이비리그 대학들은 문예창작을 석사(MFA in Creative Writing) 과정으로  개설해서 '글쓰기'를 전문적으로 집중 교육하고 있다. 

글쓰기  수업에서 가장 강조하고 중점을 두는 건 어떻게 쓰는 법이 아닌 어떻게 읽고 분석해서 단어들을 문장의 어떤 매커니즘으로 연결 시켜 나가는지를  중점으로 세세하게 분석하는 글쓰기 훈련을 한다.

여러 인물들의 인과 관계를 엮어서 스토리의 구조를 짜려면 각각의 이야기에 맞는 배경지식을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창작 수업에서는 어떤 수업 보다도 집중적으로 '읽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프린스턴 대학에서 철학을 선택한 조너선 사프란 포어가 그저 재미있을 것 같아 선택했던 창작 수업에서 조이스 캐롤 오츠는 학생들을 돌아가면서 지목한 후 각자의 이야기를 큰 소리로 이야기 해보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조이스 캐롤 오츠가 이런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던 이유는 단어들이 특정 단어들과 만났을 때 어떤 음조와 음률로 이어지는지 스스로 써 놓고 알지 못하기에 제 3자인 다른 이들이 듣고 어떤 이야기로 받아 들이는지, 스토리의 구조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파악해서 첨삭 조언을 하기 위해서 였다.

조너선은 이 과정을 여러 차례 하는 동안 처음에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지껄였다가 수업 마지막에는 제대로 된 이야기를 써 보겠다고 작정하고 종이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기말 시험으로 제출한 그의 이야기에 캐롤 오츠는 흥미롭다며 다음 이야기를 써보라고 격려했고 그 결과 그는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다.

아마도 조너선은 수업 내내 이야기가 작동하는 방식을 학습해 나가면서 결국엔 스토리의 구조 속에 담긴 특정 사건과 인물의 시작과 끝 맺음을 어떻게 다듬어 나가는지 배웠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이들에게 이렇게 단기간 안에 글쓰기를 학습하고 훈련해서 누구에게나 읽혀지는 완성된 이야기를 뚝딱 창작 하기 힘들고 어떤 수업을 들었어도 글쓰기에 진전이 없을지도 모른다.

여기, 또 다른 한 명의 창작 클래스를 이끌고 있는 작가가 있다.


<바르도의 링컨>으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작가 조지 손더스(George Saunders1958-)는 미 대학 문예 창작 학부에서 가장 유명한 학교 중에 하나인 시러큐스 대학에서 글쓰기 수업을 이끌고 있다.

그는 장편 <바르도의 링컨>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전  오 헨리 단편상을 수상하며 단편을 잘 쓰는 작가로 알려져 있었다.

시러큐스 대학의 창작 학부는  단  여섯 명의 신입생만 받기 때문에 이곳의 입학 관문을 뚫고 들어간 학생들은 이미 전문 작가의 궤도에 올랐을 정도로 미국 내 각종 글쓰기 대회에 이름을 수차례 올렸던 이들이다.(입학 평균 경쟁률이 7-800:1 정도라고 함)

이들은 입학과 함께 교수진들과 1;1 수업을 받으며 매 학기 마다 제출하는 과제물이 주요 문예지에 실리거나 문학상 수상 후보에 올라 갈 수 있을 정도로  강도 높은 글쓰기 훈련을 한다.

조지 손더스는 20여 년 동안 자신의 창작 수업에서 19세기 러시아 단편 소설을 중심으로 가르쳤는데 그 중심에는 <안톤 체홉>의 작품들로 기타 작가들 중에는 투르게네프, 톨스토이, 고골 뿐이다.

조지 손더스 뿐 만 아니라 미국의 거의 모든 대학의 창작 클래스에서 안톤 체홉의 주요 단편들은 항상 교재로 쓰이고 있다.

조지 손더스가 선택한 러시아 단편들의 공통점은 단순하면서 명료한 언어로 구성된 이야기로 가장 기본적인 글쓰기 형식이 이 단편들 속에 모두 들어 있다.

안톤 체홉의 대부분의 단편들은 대단한 사건이나 인물이 나오지 않고 역사적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영웅의 대서사시도 없다.

별 볼일 없는 인물들, 우리 주변에서 한 번 쯤 스쳐 지나갔던 이들의 모습에서 선한 삶을 살거나 그렇지 못한 인간들의 모습 속에서 참된 인간애를 느끼게 만드는 이야기의 힘이 담겨져 있다.

조지 손더스는 여기, 이 책에서' 19세기 러시아 단편 소설을 읽는 것은 '마치 젊은 작곡가가 바흐를 공부 하는 것과 비슷하다.'라고 언급하며 책 전반에 걸쳐 읽는 방식, 즉 우리 자신의 읽기를 지켜 보고 어떤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생각 해볼 기회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 한다.


그가 글을 쓰고 싶어서 이 책을 펼친 독자들을 위해 선택한 작품들은

-마차에서(안톤 체홉)

-기수들(이반 투르게네프)

-사랑스러운 사람(안톤 체홉)

-주인과 하인(레프 톨스토이)

-코(니콜라이 고골)

-구스베리(안톤 체홉)

-단지 알료샤(레프 톨스토이)


총 7개 단편들을 통해 각자 읽기 상태를 점검하고 저자가 던지는 질문에 대한 답을 에세이 형식으로 써보기를 제안한다.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읽거나 들었을 때 그 이야기를 통해서 어떤 느낌, 즉, 무엇 때문에 끝까지 읽게 되었는지 어떤 내용에서 마음이 움직였는지 글로 써봐야 각각의 단편 전체 구조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작가 손더스는 문학적 언어가 아닌 가장 기본적인 방법으로 서술 하면서 특정 이야기에서 저항심이나 혼란을 느꼈거나 짜증을 불러 일으켰던 것 까지 모조리 써본 후 도대체 이 이야기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차분하게 생각해 보는 법을 시도 해 볼 것을 조언한다.


그는 첫 번째 스토리 안톤 체홉의 <마차에서>를 한 장씩 보여 주면서 각각의 이야기 속에서 독자들이 무엇에 중점을 두고 한 문장에서 다음 문장으로 이어질 때 중심 인물의 감정의 선을 자르고 붙이며 시 공간을 뛰어넘는 작업을 한다.

맨 마지막 전체 스토리를 단 한 줄로 만드는 작업을 하는데 이 방식은 실제 시러큐스 대학 수업에서 훈련 하는 방식과 똑같다고 한다.


우선, 손더스는 독자들이 작품을 읽고, 어떤 부분에서 주인공이 무엇을 했는지, 이전 스토리에서 알아 차리지 못했던 그 무엇을 알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다음에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단계 별로 읽기 작업을 시도한 후 이런 질문을 던진다.


  1. 책장에서 눈을 들고 지금까지 알게 된 것을 요약하라. 한두 문장으로 해보라.

  2. 무엇에 호기심을 느끼는가?

  3. 이야기가 어디로 간다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맨 마지막 질문은 다음과 같다.


-당신이 작가라면 다음에 어떻게 하겠는가?

-한 사람의 독자로서 당신은 다른 무엇을 알고 싶은가?


우리는 쓰기가 아닌 읽기의 독자의 시선으로 각각의 이야기를 분석 할 때 테마-플롯-인물 발전-구조 같은 용어를 사용 하지 않는다.

쓰기를 할 때도 이런 용어에 집착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단 글을 쓰게 되면 설득력 있는 이야기, 읽고 싶은 이야기를 쓰려면 서사 구조를 제대로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시러큐스 대학의 창작 워크샵 프로그램에서 소설 쓰기 방식은 일주일에 한 번 씩 학생 여섯 명이 서로 두 명씩 팀을 짜서 각자 쓴 작품을 읽고 토론 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이런 수업 방식은 다른 대학에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진행 되는데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읽고 분석하고 토론하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교정을 한 후 , 담당 교수가 논평을 하는 걸로 마무리한다.

콜로라도 광업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한 후 건설 현장에서 뛰어 다니다가 뒤늦게 글쓰기를 시작한 조지 손더스는 전형적인 글쓰기 수업 방식과는 다른 방법으로 학생들을 자극한다.

별것 아닌 사건이 발생하는 지점의 문단을 뽑아내서 거기서 추출해 낸 특정 단어로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하는 동안 학생들, 또는 독자들이  위대한 작가의 불멸의 작품에서 버려도 되는 부분을 가져다 완전히 다른 이야기로 완성해서 자신만의 글쓰기 스타일로 발전 시켜 나가게 이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이야기를 쓰는 동안 19세기 러시아 농노 사회가 아닌 21세기 현대 사회의 노동자들의 삶으로 깊숙이 개입해서 나날이 축적 되고 있는 고통, 삶의 고단함, 과거 속의 그들의 삶을 역 추적해 볼 수 있다.


[그들은 아침 8시 반에 읍내에서 마차를 몰고 나왔다. 포장도로는 말랐고 찬란한 4월의 태양이 온기를 뿌렸지만 도랑과 숲에는 여전히 눈이 있었다. 겨울, 악하고 어둡고 긴 겨울은 바로 얼마 전에야 끝났고 갑자기 봄이 왔지만, 온기도, 봄의 숨에 따뜻해진 나른하고 투명한 숲도, 호수처럼 물이 괸 들판의 거대한 웅덩이들 위를 나는 검은 새 떼도, 다른 사람이라면 너무 좋아 뛰어들 것만 같은 이 경이롭고 가없이 깊은 하늘도, 마차에 앉은 마리야 바실리예브나에게는 전혀 새롭지도 흥미롭지도 않았다. 그녀는 학교에서 13년을 가르쳤고 그 세월 내내 급여를 받으러 수도 없이 읍내에 다녀왔다. 지금 같은 봄이건 비 오는 가을 저녁이건 겨울이건 그녀가 늘 변함없이 갈망하는 것은 가능한 한 빨리 목적지에 닿는 것 뿐이었다. 이 지역에서 오래, 아주 오랫동안, 100년 동안 살아온 것 같았고 읍내에서 학교까지 가는 길의 모드 돌멩이, 모든 나무를 아는 느낌이었다. 여기에 그녀의 과거와 그녀의 현재가 있었으며, 그녀는 학교, 읍내까지 왕복 하는 길, 다시 학교, 다시 길 외에 다른 미래를 상상 할 수 없었다.]

-안톤 체홉의 <마차> 첫 페이지


이야기의 첫 시작에서 몇 가지 핵심 적인 인물의 상황과 심리를 알 수 있지만 앞으로 어떤 이야기로 흘러 갈 지 아직 예측하지 못한다.

손더스는 이 작품 <마차>를 읽고, 쓰는 창작 수업에서 주요 인물의 성격을 완전히 바꾸어 버리면 어떤 결말로 완성 할 수 있는지 창작 해보거나 체홉이 시도 하지 않았던 극적인 사건을 추가 해서 완성한 작품을 함께 읽으면서 어떤 스토리로 재 탄생 시킬 수 있는지 시도 하는 동안 완전하지 않은 이야기, 핵심 요소를 빼버린 이야기, 부분 부분, 싹둑 싹둑, 삭제하고 잘라 버린 이야기를 어떻게 완성된 구조로 만들어가는지 해체하는 작업에 중점을 둔다.

단편의 마법사, 안톤 체홉은 '저기 기차가 온다.'라는 첫 문장을 시작으로 철도 건너 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에서 특정 시간대에 발생 했던 사건을 중심으로 사소한 요소들을 배치 하고 기차가 달릴 때 창문 너머 보이는 십자가가 보이는 교회의 불빛으로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한다.

여기엔 어떤 극적인 사건도 없고, 엄청난 슬픔도 없고 어떤 뚜렷한 행복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꿈처럼 흐릿하고 모호하게 드러나는 유년 시절의 모습, 현재의 삶 속에서 한 때 행복 했던 가정, 사랑 받았던 순간이 언뜻 언뜻 스쳐 지나가다 결국엔 어떤 일도 일어 나지 않은 채 누군가가 기억하는 어떤 인물의 삶의 흔적만 남겨질 뿐이다.

여기서 손더스는 이런 논평을 한다.


[우리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존재이고 늘 아무것도 아닌 존재 였다고 느낀다면 그것도 하나의 이야기다. 하지만 우리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느끼다가 어떤 기적적인 순간에 한때 우리도 무언가였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그것은 더 행복한 이야기 일까 아니면 더 슬픈 이야기 일까?]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 작가를 지망하는 이들 대부분 현재 내가 구상하고 쓰고 있는 글감이 과연 누군가에게 읽혀지는 이야기가 될까?라는 의문을 갖고 있다.

각자 자신의 삶을 이야기로 쓰고 싶은 이들도 과연 내 인생이 이야기로 쓸 수 있는 인생인지 , 이런 글감도 이야기가 될 수 있는지라는 생각과 고민을 하는 이들이 아주 많을 것이다.

읽혀지는 이야기, 많은 이들의 공감을 갖는 이야기의 가장 큰 특징은 우리가 그 이야기 속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에서 각자 자신들의 모습을 발견 하거나 대입 시켜 보며 현재의 삶 보다 더 나은 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무언의 메시지를 상상 해 볼 공간이 있는 이야기로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예술은 직접적으로 인간의 모든 문제를 해결 할 필요가 없다. 단지 어떤 문제도 부정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스스로 깨닫고 느끼게 하는 게 진정한 예술의 힘이다.'


조지 손더스는 실제로 여기 실려 있는 단편들 중 가장 분량이 짧은 것(대략 1200단어 정도)를 복사해서  약 200단어 분량으로 잘라서 각각의 장이 끝날 때마다 무엇을 알게 되었는지, 앞선 이야기에서 무엇이 궁금한지 묻고 이 이야기가 어떤 방식의 결말을 맺을지 토론 한 후 각자 학생들이 원하는 부분의 이야기를 잘라서 이야기로 완성하는 쓰기 작업을 통해 글쓰기 훈련을 지도 한다.


이 책을 단순히 작법서로 배우겠다고 집어 들었다면 책장을 덮어버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첫 장 부터 차분하게 읽는 동안 작가 손더스가 던지는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종이를 펼쳐 놓고 쓰기 시작한다면 그동안 쓰기 위해서 읽었던 무수히 많은 일련의 과정 속에서 어떤 치명적인 실수를 했는지, 무엇을 읽지 못하고 지나쳐 버렸는지 알게 된다.


따라서 이 책은 어떻게 읽고 공부해야 어떤 글로 발전 시킬 수 있는지 배울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에서 어떤 글쓰기 법칙도 찾을 수 없다. 이야기의 진정성이 작동하는 방식, 어떤 이야기가 끝까지 읽게 만드는지 어떤 스토리가 시 공간을 너머 읽혀지는지 정확하게 읽는 훈련을 스스로 구축해서 현실에서 이야기를 찾는 법을 찾게 만든다.

무엇에 대해 쓸까?라는 구상을 하기 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무엇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 현재 살고 있는 세상을 어떤 관점으로 읽고 있는지 스스로 정의 해서 이야기 구조를 짜서 종이에 써 봐야 한다.


[이반 이바니치는 오두막에서 나와 빗속에서 첨벙 물로 뛰어들어 두 팔을 넓게 밀어내며 헤엄을 쳤다. 그가 일으키는 물결에 하얀 수련들이 흔들거렸다. 그는 강 한가운데까지 헤엄쳐 나가 물속으로 들어갔고 잠시 후 다른 곳에서 올라와 계속 헤엄 치다가도 연신 물속으로 다시 들어가 바닥에 손을 대려 했다. '어이쿠 하느님!' 그는 기뻐서 계속 소리쳤다. '어이쿠 하느님!' 그는 물방앗간까지 헤엄쳐 가 농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와 강 한가운데에 누워 얼굴을 비에 드러낸 채 둥둥 떠 있었다. 부르킨과 알료힌은 이미 옷을 입고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지만 그는 계속 헤엄을 치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어이쿠 하느님!' 그는 계속 탄성을 질렀다.

'주여, 저에게 자비를.'

'그만하면 됐잖아!' 부르킨이 그에게 소리쳤다.]

-안톤 체홉 <구스베리> 중에서


이 책의 원제목은 < A swim in a pond in the rain>으로 체홉의 '구스베리'에서 주인공 이반이 비가 내리는데 웅덩이 속으로 첨벙 뛰어 들어가 헤엄을 치는 장면에서 따왔다.


1895년 8월 8알 안톤 체홉은 평소 자신이 존경했던 대 작가 톨스토이에게 초대를 받아 그의 영지 야스나야 폴라냐로 갔다.

당시 톨스토이는 흰색 작업복을 입은 채 방금 전에 농사일을 마치기라도 한 듯 어깨에 커다란 수건을 걸친 상태로 땀으로 젖은 몸을 씻기 위해 강으로 향하고 있었다.

톨스토이는 처음 만난 체홉에게 대뜸 강으로 가자고 말했고 잔뜩 긴장했던 체홉은 톨스토이를 따라서 강으로 갔다.

강에 도착하자 마자 톨스토이는 입고 있던 옷을 벗고 강물 속으로 뛰어들었고 체홉도 뒤따라서 옷을 모두 벗고 뛰어 들었다.

톨스토이는 물 속에서 첨벙 첨벙 수영을 하면서 체홉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고 체홉도 함께 첨벙 첨벙하며 서로 대화를 나누며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

후에 체홉은 자신의 일기에 '강물 속에서 함께 수영 하는 동안 그가 대 작가라는 사실을 잊어 버렸다.'라고 썼다.

체홉은 톨스토이와 함께 수영 한 후 정확히 3년 뒤 1898년에 <구스베리> 단편을 완성한다.

안톤 체홉은 톨스토이를 만나기 전 그가 행하고 실천하는 삶에 진정성이 결여된 것으로 <바보 이반>이 현실에서는 작위를 가진 귀족이 드넓은 영지를 갖고 기득권을 위한 축제를 벌이고 있다고 생각했다.

체홉은 누구나 경외 하고 존경하는 영적 지도자 처럼 구는 톨스토이가 민중들에게 더 나은 삶을 위한 과학적 진보를 부정하고 오로지 흙으로 돌아가라는 그의 삶 자체가 모순덩어리라며 톨스토이의 초청을 수차례 거절했었다.

하지만 함께 수영을 하고 돌아온 후에 가까운 지인들에게 '만일 톨스토이가 죽게 된다면 내 삶에 텅 빈 자리가 생길까 봐 그의 죽음이 두렵다.'라는 말을 했다.

1904년 체홉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은 톨스토이는 '그가 나를 그렇게 사랑하는지 전혀 몰랐다.'라고 말했다.

체홉은 한 순간의 소중한 경험과 추억을 이렇게 한 편의 멋진 단편 <구스베리>로 완성했다.

후대의 독자들은 이 작품을 읽고 부분 부분 잘라서 자신들의 삶의 경험, 상상의 스토리 구조로 다시 재 편집해서 새로운 이야기로 탄생 시켜 나가고 있다.

한 편의 글을 쓰면 첫 번째 원고는 두 번째 읽을 때 전체를 뜯어 고칠 정도로 지우고 고치기를 반복하며 어떤 문단은 전체 삭제하고 다시 쓰게 된다.

그렇게 쓰면서 쉼표를 찍고, 각각의 문장 마다 어색하게 자리 잡은 단어들을 빼고, 모호한 문장을 삭제하고 앞 선 스토리에서 불분명하게 묘사된 부분을 고쳐서 전에 썼던 분량에서 반으로 줄이고 공간과 시간을 재배치 하면서 전체 스토리를 다듬어 나간다.

이런 과정을 무라카미 하루키는 수시로 톱질 하고 망치질 하는 걸로 마무리 한다고 표현했고 우크라이나 출신의 작가 이자크 바벨은 '어떤 강철 못도 적당한 자리에 찍힌 마침표 만큼 차갑게 인간 심장을 꿰뚫을 수 없을' 정도로 촘촘하고 꼼꼼하게 하나의 세계를 완성해야 비로소 읽혀지는 이야기가 된다고 말했다.

작가 손더스는 이 책에서 영화나 기타 영상 스토리의 시퀀스와 감독의 시선으로 편집하는 장면으로 이야기를 완성한 후에 어떤 방법으로 고쳐 쓰고 재 구성 해서 지지부진하게 늘어진 이야기를 어떻게 다듬어야 완결된 스토리로 만들 수 있는지 그 과정을 설명했다.


그 과정을 간략한 문장으로 써보면,

단 한 장의 텍스트를 읽고 자르고-확장하고- 다듬어서- 하나의 문장으로 응축 시켜나가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그가 강조하는 건 작가 지망생들은 쓰기에 앞서서 철저하게 읽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관점, 세상을 읽고 글로 풀어 쓰는 능력을 키워 나가면서 궁극적으로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아 내야 비로소 한 걸음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결국 그는 자신이 진행하는 수업에서 가장 훌륭한 텍스트인 읽기 교재를 독자들에게 던져 놓고 글을 쓰고 싶다면 이야기 속으로 첨벙 뛰어 들어가서 스스로 밖으로 나오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수업은 다른 교수들의 창작 수업과 달리 수업 이름이 길다.

<읽기, 쓰기, 그리고 삶에 관한 러시아 작가의 마스터 클래스>

이것은 마치 프로 음악가가 학생들을 위해 연 마스터 클래스에서 함께 악보를 읽고 연습하며 각자의 삶의 모습을 실어 연주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의 창작 수업은 단순히 작가가 되기 위해 쓰는 연습을 하고 훈련을 하는 수업이 아닌 '삶'을 알아가는 수업으로 세상을 어떻게 읽고 해석하는지 스스로 터득해나가게 만드는 수업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일단 각각의 이야기가 크게 재밌지도 않고 대단히 극적인 사건이 발생하지도 않고 결말도 흐지부지 마무리 되는 스토리들이다.

21세기에 자극적인 영상과 스토리에 익숙해진 독자들에게 이 책에 들어간 이야기들은 지루하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작가 손더스가 던지는 질문을 생각하며 한 번 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면 왜 이런 질문이 나왔는지 인물의 심리를 추적하며 작가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이야기를 재 구성하게 된다.

매 단편이 끝날 때마다 그는 작품 설명과 글쓰기 작법 구성이 끝나면 개인적인 이야기, 자신의 인생 이야기 어떻게 쓸 수 있을지 머릿속으로 재구성 하며 '나는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쓸 것인가?'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어떤 목적을 갖고 , 어떤 의지로든 일단, 이 책을 펼쳐 드는 순간 마지막 장을 덮을 때면 '읽기와 쓰기'는 서로 분리 된 것이 아니라 하나라는 사실을 깨닫고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을 어떻게 읽고 해석할 수 있을지 현실을 읽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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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02-14 0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서 받은 메일에 이 책 《작가는 어떻게 읽는가》 가 있더군요 안톤 체호프를 읽으면 소설을 쓴다는 말도 있었던 것 같네요 이게 제목이었던가 메일을 보니 안톤 체호프뿐 아니라 러시아 작가 소설을 본다는 말이 있었어요 이 책 벌써 보시다니... scott 님은 이 책이 한국말로 나오기 전에 아셨군요 짧은 소설이어도 한번이 아니고 여러 번 보겠습니다 그런 걸 하면 자신은 어떻게 쓸지 생각하기도 하겠네요


희선

scott 2023-02-14 10:53   좋아요 3 | URL
체홉의 글을 읽고 난 후 이 정도는 나도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라고 생각 하고 막상 써보면 그렇게 유려한 스토리가 얼마나 쓰기 힘든지 절실하게 깨닫게 됩니다 ㅋㅋ
알라딘 메일에도 이 책을 추천했었군요
이 책은 미국에서 출간 되자 마자 불티 나게 팔렸던 드문 작법책입니다
아마도 저자의 독특한 글쓰기 강의(기존에는 이런 스타일의 작법서가 없었음) 때문이고
미국 시라큐스 대학은 그야말로 창작문학부 중에서 탑 스쿨 중에 탑 스쿨입니다
여기 입학 하는 날 부터 프로의 세계의 관문 바로 앞으로 가는 길이기 때문에

짧은 스토리 아에 모든 삶이 응축 되어 있게 쓴 체홉이 진정한 글쓰기 스승이라는 거 새삼 깨닫고 있습니다

희선님 날씨가 많이 포근하네요
오늘 하루 해피 발렌 타인 데이 ^^

즐라탄이즐라탄탄 2023-02-14 06: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나가다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중간중간 마음에 와닿는 구절들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고맙습니다.

scott 2023-02-14 10:54   좋아요 2 | URL
다시 읽어 보니 오타와 비문이 넘쳐서
몇 몇 구절 수정 했습니다
즐라탄이 읽어주셔서 캄솨!

오늘 하루 멋지게 보내세요 ^^

거리의화가 2023-02-14 09: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읽고 분석하여 하나의 문장으로 풀어내는 과정이 중요하네요. 체호프의 단편들이 읽고 싶어집니다^^
뭔가 특별하거나 대단한 이야기가 아니라 일상의 작은 이야기를 글감으로 사용하더라도 이야기를 잘 배치하고 전개해나간다면 훌륭한 글이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scott 2023-02-14 10:55   좋아요 3 | URL
읽고 분석하는 건 모든 학문의 기초!

제대로 읽고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이 책을 통해 저자가 밑줄쫘악 할 정도로 강조 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이야기, 작은 글감에서 출발!
화가님 오늘 하루 해피 발렌타인 데이 보내세요 ^^

물감 2023-02-14 11: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스캇님 이번 페이퍼는 진짜... 너무너무 흥미진진 합니다.
아아 손더스한테 수업받고 싶네요 진심 ㅎㅎㅎ
특히 요 부분,

-당신이 작가라면 다음에 어떻게 하겠는가?
-한 사람의 독자로서 당신은 다른 무엇을 알고 싶은가?

글쟁이로써 살을 파고드는 질문이에요.
어떻게 하면 독자들의 시선을 머물게 하는 글과 문장이 될지 늘 고민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scott 2023-02-14 11:53   좋아요 3 | URL
물감님 우리 이번 생애
꼬옥 함께 손더스옹에게 수업 받으러
시러큐스 대학에 입학 합시다! ㅎㅎㅎ
물감님은 프로 글쟁이여서
단번에 합격하실 것 같습니다

일단 전 읽기 부터 차근 차근 열심히 하기롱 ㅠ.ㅠ

2023-02-14 1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14 1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먼지 2023-02-14 11: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라인업 무엇인가요.. 대체 어떻게 수업하는지 구경이라도 하고 싶다!!!

scott 2023-02-14 11:57   좋아요 3 | URL
물감님 하고 저하고 그리고 먼지님
이렇게 세명이서 저 대학
시러큐스 문창과 입구까지 가보기롱^.~

우끼 2023-02-14 12:37   좋아요 2 | URL
저도저도 끼워주세요~~

scott 2023-02-14 12:39   좋아요 2 | URL
우끼님 까지
네명 ^.~

책먼지 2023-02-14 12:51   좋아요 2 | URL
든든합니다..💕

은오 2023-02-14 12:3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목차 한번 읽어봤다가 담지는 않았는데.... 뭔가 소설 읽는 데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고 그르네여. 작가지망생이 아니라면 지루하게 읽히겠죠? 그나저나 이 신간을 벌써 읽고 페이퍼까지 남겨주신 스콧님 ㅋㅋㅋㅋ 😮👍

scott 2023-02-14 12:40   좋아요 5 | URL
역쉬! 은오님 고수의 스멜이 ㅋㅋㅋ
목차만 봐도 다 알고 있는 거쥬 !ㅎㅎ

이책은 몇년전에 완독 했는데
정영목 교수님이
어찌 번역 하셨는지 귱금해서 냉큼 ^0^

어쩌다냥장판 2023-02-14 2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담이지만 전 모든것이 밝혀졌다보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수 없게 가까운 이책이 더 좋더라고요 ㅎ 아마 십년도 더 전에 젊은 나이라 나았다 느껴을지도 모르겠지만요
이제 책들ㄹ 장바구니에 담기 준비해야 할것 같은데요~~ 톨스토이와 체호프가 함께 수영하고 담소하는 모습을 시간여행을 통해 지켜본다는 생각만 해도 짜릿하네요 ㅎㅎ
밤 바람이 찬데 건강 조심하세요~~
염증으로 안먹어 입원한 냥이 병문안 왔다갔다 정신 없네요 요즘
스캇님 건강 잘 챙기세요~~ 항상

2023-02-14 2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15 0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15 1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dollC 2023-02-14 23: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스캇님 페이퍼를 보면, 읽고 싶은 책도 많고 알고 싶은 것도 많고ㅎㅎ 지적 욕구를 마구마구 자극받고 있어요.(하지만 실행력은 제로;;;)
일단 양질의 페이퍼를 열심히 읽는 걸로 대신해 보렵니다😅

scott 2023-02-14 23:52   좋아요 2 | URL
저도 돌씨님 페이버 보고 읽고 싶어서 찜 👆^^한 책들 많습니다 ㅎㅎ

이책은 이렇게 써서 정리를 해두지 않으면 뒤돌아 서면 잊어버릴것 같아서 ㅎㅎㅎ

저도 글만 이리 길게 써 놓고는 실행력은 0 ^^

돌씨님 좋은밤, 굿!밤 (-‿◦☀)

2023-03-08 16: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08 17: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08 17: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08 17: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3-03-09 01: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cott 님 축하합니다 이월은 갔지만, 지난달도 삼월에도 책을 별로 못 보다니... 제대로 못 봐도 보기라도 해야 할 텐데... 곧 삼월 삼분의 일이 가겠습니다


희선

2023-03-09 1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꼬마요정 2023-03-09 14: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저 저번에 이 페이퍼 보고 저 책 샀답니다. 작가는 어떻게 읽는가 ㅎㅎㅎ
스콧님 글은 늘 책을 사고 싶게 만드는 마력이 있는 것 같아요!!!

scott 2023-03-09 15:25   좋아요 1 | URL
요정님 이 책 무척 좋은 책입니다 ㅎㅎㅎ

요정님은 어떻게 읽는가
리뷰 기대 할께요 ^^

서니데이 2023-03-13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2023-03-31 1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31 1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03 0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03 1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작별들 순간들 배수아 컬렉션
배수아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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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 된다.

'삼십 년이 지난 뒤, 연인을 만났다. 한동안 베를린 집에서 홀로 지내게 된 나는 어느 날 순전한 호기심과 충동으로 소파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 책장의 가장 아래 칸을 살펴보았다. 커다란 소파를 치우자 먼지가 덮인 책들이 나타났다.'


독일 베를린과 한국을 오고 가며 번역과 창작 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작가가 삼십 년 만에 만난 연인은 바로 프랑스의 소설가 마그리트 뒤라스의 <연인>으로 장 자크 아노의 영화 속 한 장면이 새겨진 표지 였다.


작가는 오래 전 대학 시절에 읽고 한 동안 기억 속에서 사라졌던 <연인>의 첫 페이지를 읽자마자 눈을 떼지 못한 채 예전에는 알아차리지 못했던 사실, 주인공이 살던 당시 프랑스령 인도차이나에 페스트가 돌고 있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된다.

코로나 팬데믹이 빠른 속도로 유럽 전역으로 퍼져 나갔을 무렵 작가는 베를린 서가에서 <연인>을 만났고 그 <연인>이 구사하는 문학적 언어에 흠뻑 빠졌다.


[내가 <연인>을 읽고 있는 이 집은 오직 서가이다. 사방의 벽 뿐 아니라 그 이상의 공간이 책과 필름, 음반으로 이루어진 장소이다. 나는 화집과 필름 관련 책들이 꽂힌 책장 앞 간신히 마련한 빈자리에 매트리스를 놓고 잠든다. 내 머리 맡에는 파솔리니와 데릭 저먼 관련 책이 가득이다. 처음 이 집에 왔을 때 나는 독일 작가나 문학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거의 없었고, 이 집의 서가는 내게 거대한 카오스 자체로 보였다. 나는 손이 닿는 대로 아무렇게나 한 권의 책을 꺼내서 살펴보고,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 채, 그것을 다시 다른 자리에 꽂아 놓곤 했다. 몇 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이 서가에 내가 모르는 모종의 질서가 있음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나는 책장의 앞 뒤를 오고 가며 작가의 베를린 서가 주인의 특징을 찾기 위해 문장을 하나 씩 읽어 나갈 때마다 서가 주인의 모습을 내 상상 속에 그려 본다.


[베를린 서가의 주인은 헌책방이 아닌 대형 서점은 거의 출입하지 않는데, 일단 책값이 비싸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지만근본적으로는 신간, 베스트셀러, 이런저런 화제성이 큰 책들이 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는 시간대의 지층이 없이 오직 리얼타임의 사물들만이 가치를 갖는다.]


작가는 자신의 베를린 집 서가 주인과 서로 대화를 나누다가 그 상대를 통해 독자들을 향해 말을 건네기도 하고 때로는 들어 주기도 한다.

서가 주인은 일 평생 단 하나의 헌책방도 그냥 지나치지 못한 사람이며 방은 물론 욕실과 주방까지 책과 원고들, 편지와 쪽지, 스케치와 콜라주로 그득 채운 사람이다. 여름에는 글을 쓰다가 호수에 뛰어들어 수영을 하고 밤에는 작은 발코니 의자에 앉아 별을 올려다보는 사람이며, 작가의 말을 듣고 글을 읽으면서 그리고 계속 무언가 쓰고 있다.

작가는 가끔씩 서가 주인에게 공간이 부족하며  너무 많은 양의 책들이 거주 공간을 차지 하고 있다며 서가를 옮기자는 불평섞인 제안을 한다.

추운 겨울이 지나 따스한 햇살이 쏟아지는 계절이면 작가와 서가 주인은 베를린을 벗어나서 난방 시설이 없는 펌프로 지하수를 끌어 올리는 자연의 공간, 오두막으로 간다.

작가는 오두막에서 글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며 전염병이 지속 되는 기간에도 빛과 어둠 속에서 글을 쓴다.

그리고 겨울이 찾아 오면 베를린으로 돌아가 <연인>을 읽는다.


[눈부신 여름날, 한 여자와 한 남자, 기나긴 대화, 자기 자신을 향한 침묵과 관찰로 이루어진, 대화이자 독백, 센강 하구가 내려다 보이는 해변의 카페, 마치 무대와 같은 고정된 공간, 하나의 장소에서 일어나는 이야기, 이인극이며 대화극, 그러나 동시에 모놀로그인, 죽음과 공포가 언어로 표현된다.]


진물러 버릴 정도로 짓밟히고 부서지고 무너져 내리는 고통적인 사랑의 언어로 표현한 마그리트 뒤라스

작가는 모든 문장에 밑줄을 그으면서 읽어버린 문장에서 다른 문장, 다른 시 공간으로 확장 되어 뻗어 나간다.

그리고 책을 덮는 순간 잊어 버린다.

작가는 베를린 서가에서 읽고 잊어 버리기를 반복하며 언어의 리듬과 흐름, 각 장소마다 배열된 위치를 맞추고 해체하고 분해 해버린다.


'그것은 내 가장 깊은 곳을 건드리고 깨어나게 했어.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이나 문장을 묻는 거라면, 나는 전혀 기억나지 않아.'


그리고 나는 작가의 이런 행위를 읽으면서 이렇게 중얼 거린다.


'한 권의 책을 끝까지 읽는 다는 건 무의미 한 일인지 모른다. 단 한 문장이라도 마음 속에 파고 들었다면 문장과 문장 사이를 오고 가며 되풀이해서 읽어버리면 그만이다.'


그리고 나는 다시 작가의 책 첫 페이지로 돌아간다.


[어린 시절, 세 살 네 살 다섯 살이 된 사람은 태어날 때 이 생을 위한 지참금처럼 지니고 온 이미지와 생각을 먹고 살게 된다. 그리하여 예순 세 살, 예순 네 살, 예순다섯 살이 된 어느 토요일 강가를 산책하던 한 사람은, 이 강이 북아메리카의 강이라고 단정 짓고 흔들리는 수면의 영롱한 색채를 인디언의 색채인 양 받아들인다. 그러자 그의 환각 속에서 강물을 흘러가는 카누 한 대가 보인다. 카누에는 머리에 오색의 깃털 장식을 두세 개 꽂은 최후의 모히칸족이 타고 있다. 그 광경을 마주한 사람은 시민적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며 보낸 지난 수십 년의 세월을 회상한다.]

작가는 베를린 인근 한 시골 마을의 정원 딸린 오두막을 15년 동안 오고 가는 동안 책을 읽었고, 글을 썼고 그리고 마침내 그곳은 작가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가 된다.

잠시 한국에 머무는 시기에는 번역에 매달리지만 독일 베를린으로 돌아가 숲 속에 자리한 허름한 오두막으로 돌아가면 작가는 황홀할 정도로 눈 앞에서 일렁 거리는 자연의 빛 에 흠뻑 빠져 회상의 시계를 돌린다.

무슨 일을 하고 있냐는 질문을 받으면 작가와 서가 주인은 '서로 읽고 쓰는 사람'이라고 대답하지만 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작가는 오두막 주변 숲 속을 산책하며 봄이 오고 여름이 찾아오고 가을이 가고 그리고 베를린으로 돌아가야 할 '겨울'이 왔다는 걸 알아차릴 뿐 자연의 시간 속에서 살아간다.


[우리는 서로 읽거나 쓰는 척하고 있지만, 사실은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정원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데 가장 적절한 장소이다. 잠시 동안 빛이 넘실 대는 정원을 내다보고 있었을 뿐인데, 어느새 우리는 밤의 정원에 있다. 밤새도록 나이팅게일이 운다. 잠 속에서도 꿈속에서도 나는 그 소리를 듣는다. 잠시 동안 나이팅게일의 소리를 듣고 있었을 뿐인데, 어느새 우리는 수많은 세월을 늙어버린 다음일 것이다. 그것이 환희라면. ]


작가는 서가의 주인과 함께 천천히 두 시간 동안 너도밤나무 숲을 지나 이웃 마을에서 열리는 바흐 연주회에 참석하고 오두막 정원에서 낭독회를 열기도 한다.

그리고 이따금씩 도시로 나가 작가가 번역한 작가들을 만나기도 하고 특급 열차를 타고 유럽 다른 도시로 넘어가도 언제나 돌아 오는 곳은 베를린 그리고 비밀스러운 기쁨의 순간들로 충만한 오두막으로 돌아온다.

여기, 작가가 독자들에게 던지는 질문이 있다.

행복한가?

잘 모르겠다.

그러면, 작가는 다음 질문을 던진다.

지금 이 순간에 계속 머물기를 원하는가?


나는 이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하고 다시 책장을 넘긴다.

책장 구석 구석마다 낯선 지명들, 영화들 그리고 사람들이 등장 한다.

어떤 장소는 오래전 작가가 살았던 곳,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이제는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세상으로 간 이들이다.

베를린 서가 곳곳에는 서늘한 농담과 그리움이 숨어 있다.

작가는 자신이 태어난 그곳에 두고 온 사람들, 장소들 시간들을 흐릿하게 떠올린다.

처음 베를린에 도착 했을 때 불안한 마음을 안고 올라 탔던 순간, 기나긴 여행, 수 많은 편지들이 오고 갔고, 그리고 또 다시 베를린으로 향했던 그날 들은 책장 마다 작가가 회상하는 연두색 풍경 속에 푸른 빛깔의 수초들이 둥둥 떠다닌다.

작가는 자신의 언어로 글을 쓰고 그 언어 속에 살아가고 있다.

작가가 거주 하는 곳은 베를린이지만 그 베를린은 작가의 글쓰기 속에 들어 있다.


[ 어린 시절 이후 나는 어디에서 살아왔던가? 항상 나는 내 최초의 집을 생각한다. 내게 최초로 말과 글을 가르쳐준 이는 누구였을까? 글을 쓸 때, 나는 종종 눈앞에서 허물어지는 화가의 아틀리에를 상상한다.]


베를린의 겨울을 지나 봄과 여름의 시간이 흐른 후 베를린 서가의 주인은 작가에게 어떤 글을 쓰고 있는지 묻자 작가는 읽기에 대하여 쓰고 있다고 답한다.

작가가 새겨 놓은 이 책 <순간들, 작별들> 속의 문장들은 마치 작가의 개인적인 기억의 파편들이 흩어졌다 다시 연결 되어 이어지고 반복되며 여러 시간에 걸쳐 하나의 파편, 즉 한 문장으로 완성된다.


나는 다시 이 책의 첫 장으로 돌아가 작가의 베를린 서재의 흔적을 되짚어 본다.


[베를린 서가의 주인은 일 평생 단 하나의 헌책방도 절대로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 각각 다른 장소에 있는 그의 서재 세 곳은 책으로 가득하며, 그때 그때의 운명과 우연에 따라, 여행과 체류 계획에 따라 각 서재의 책들을 재 배치하는 일이 그의 커다란 열정이다. 그는 자동차 트렁크에 커다란 여행 가방을 싣고 한 서재에서 다른 서재로 떠난다. 어디로 떠나더라도 여행 가방에는 다른 물건은 거의 없이 오직 책이 가득하다. 그의 여행 가방은 그 자체로 작은 도서관이다.]


작은 도서관 같은 '여행 가방'을 짊어진 작가는 느리게 움직이며, 느리게 읽고 그리고 매일 글을 쓰고 있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쓰지 않는다.


'모든 인간은 살아가는 동안 언어로 자신의 집을 지어야 한다. 누구나 일생 동안 그 일에 매달려야 하며, 자신이 얻은 외국을 거주 가능하게 만들어야만 한다.'


한국 땅을 떠난 작가는 새로운 언어를 배워서 자신의 언어로 만든 집에 살고 있다.

그렇게 모국어가 존재 하지 않는 그곳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먹고, 일하며 그리고 읽고 쓴다.

그곳엔 항상 태양이 빛나지 않는다. 비가 내리고, 눈이 날리고, 얼음이 얼어서 장작 불을 태운다.

작가가 살고 있는 오두막의 지붕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주저 않거나 더러운 흙더미와 풀더미로 뒤덮인다.

벽마다 구멍이 숭숭 뚫려 있고 그 구멍 사이로 빛이 새어 들어 온다.

작가는 바란다. 이 공간이 무너져 버리기를 , 유리창이 날아가 버리기를, 모든 사물들이 빛과 섬광에 노출되어 분해 되고 사라지기를 ....

한국을 떠난 기나긴 시간 속에 작가와 만나고, 교류했고, 함께 살았던 이들이 하나 둘씩 세상을 떠났다.

문득 작가는 자신이 살고 있는 이 공간 속에 생명들도 서서히 생명을 다해 사라져 버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작가는 독자들에게 이런 말을 내뱉는다.


'세상의 다른 많은 일들과 마찬가지로 사랑은 시작도 끝도 없다는 것이 내 생각입니다. 아마 한 권의 책도 그렇지 않을까요?'


나는 다시 이 책의 첫 장으로 되돌아가 작가의 기억의 파편이 새겨진 베를린 서가의 한 문단을 읽는다.

[베를린은 내 인생의 어떤 결정적인 사건이 시작된 도시이다. 내가 그것과 비로소 만난 도시이다. 베를린은 그것을 내게 주었다.

하지만 나는 베를린을 좋아하지 않으며, 언젠가 베를린을 떠날 수 있기를 남몰래 소망 한다. 그래서 죽을 때까지 두 번 다시 베를린에 올 일이 없게 되고 마침내 베를린을 영영 잊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언어는 시간의 순서대로 흘러 가지 않는다. 어느 날 갑자기 책장에서 손에 잡히는 책 한 권을 뽑아 읽거나, 어떤 시간 속에서 영화를 보거나 그리고 멀리 여행을 떠난다.

작가가 기억하는 언어는 또 다른 작품의 언어가 되어 이야기 한다.

그렇게 이어지는 언어의 파동은 결국 하나의 이야기로 귀결되어 맨 첫 장의 시작인 베를린, 작가와 서가 주인의 여행 가방 속 책장으로 들어간다.


베를린에 두고 온 가방이 있더라도

Ich hab' noch einen Koffer in

베를린에 죽은 자를 두고 왔더라도

Ich hab noch einen Toten in Berlin

그리고 베를린에서 연인과 재회했다 할지라도

마치 우리의 인생이 어제의 시간에서 멈추지 않고 흘러가듯 어쩌면 나는 작가의 이 책을 오직 단 하나의 문장만 기억 하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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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3-02-11 00: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사진이 마치 뒤라스의 <연인> 같습니다. 참 힘들게 읽은 책이었는데, 아닌 걸 알면서도 서로 사랑하면 안될까... 이런 생각도 했었죠. 그게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이었다는 것도 충격이었어요. 뭔가 마음이 아련한 것이 쓸쓸해집니다. 그나저나 스콧님 글을 읽는데 한 편의 잔잔한 영화를 보는 줄 알았어요^^

2023-02-11 0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꼬마요정 2023-02-11 12:35   좋아요 1 | URL
앗, 서로 사랑하면 안 될까 취소할게요!!! 그건 망상이었어요!!! 이것도 미화시킨 거였다니... 가슴이 아픕니다. 이번 주말은 쉬겠습니다. 찜닭 먹을거예요^^

scott 2023-02-12 21:05   좋아요 1 | URL
찜 닭! ㅠ.ㅠ

안동 스톼일로 드셨쥬 ㅎㅎㅎ

꼬마요정 2023-02-12 23:44   좋아요 1 | URL
너무 매워서 동생에게 다 먹였습니다ㅜㅜ 찜닭 대실패ㅜㅜ

2023-02-28 2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3-02-12 16: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배수아 작가님의 작품은 안읽어보고 번역작품은 몇개 읽어본거 같은데 감성적인 에세이일거 같아요. 결정적이었지만 떠나길 희망하는 곳 베를린은 어떤곳이었던걸까요?

역시 뒤라스는 <연인> 이 젤 좋은거 같아요 ^^

scott 2023-02-12 21:06   좋아요 1 | URL
역쉬! 새파랑님 취향은 세계 문학급! ㅎㅎㅎ

뒤라스 전 출간 작품 새파랑님 이미 정복 하셨을 것 같습니다^^

베를린,,,
그다지,,,(겨울 일조량 넘 부족 하공 여기 밤엔 무척 위험/ 일부 번화가를 제외하고)

희선 2023-02-13 01: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배수아 작가 독일에 사는군요 어디선가 그런 말 본 것 같기도 하네요 만난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는 말을 보니 허수경 시인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두 사람은 거기에서 만났을지... 순간은 빨리 지나가고 늘 헤어지는군요 그래도 순간은 영원하기도...


희선

2023-02-13 1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스파피필름 2023-02-13 05: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틀 전 읽기 시작했습니당 ^^

scott 2023-02-13 11:04   좋아요 1 | URL

두번
세번
그리고 여전히 읽고 있습니다 ^^

책먼지 2023-02-13 13: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콧님 조만간 제 땡스투 갈거예요 감상을 이렇게 적으시면 땡스투밖에 못 받으십니다!!!

scott 2023-02-13 18:04   좋아요 1 | URL
먼지님도 이 책 읽고 좋으시면 리뷰 올려 주세요
저도 역 땡투를 ^ㅎ^

책먼지 2023-02-13 18:37   좋아요 1 | URL
역땡투란 것도 있나요? 아직도 모르는 게 너무 많습니다!! 이렇게 동기부여해주시니 더 힘내서 읽어봐야겠어요!! (책이 좋지 않아서가 아니라 제가 게을러서 리뷰 못 올릴 가능성이 높습니다ㅠㅠ)

2023-02-28 2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01 0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것 보세요. 공작, 제노바도 루카도 보나파르트 일가의 여지, 영지나 다름없이 되어 버렸잖아요. 미리 말씀드려두지만, 그래도 전쟁 같은 건 없다고 하시거나 반그리스도의(정말 저는 그자가 반그리스도라고 믿고 있어요)추악하고 무서운 소행을 변화라도 하실 생각이라면 저는 당장 당신과 절교 하겠어요. 당신은 더 이상 제 친구도 당신이 늘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는 제 충실한 노예도 아녜요. 어쨌든 잘 오셨습니다. 잘 오셨어요. 제가 당신을 놀라게 해드린 것 같군요. 자, 앉아서 말씀을 들려주세요.'

-톨스토이 <전쟁과 평화> 중에서


1805년 7월 ,마리야 페오도로브나 황태후를 가까이 모시면서 이름을 떨치고 있던 여관 안나 파블로브나 셰레르는 자기 집 야회에 맨 먼저 도착한 위세 있는 고관 바실리 공작을 세련된 프랑스어로 맞아 들이면서 19세기 초 러시아 상류 사회 사교계들의 모습들이 눈 앞에 펼쳐 진다.

형형색색으로 수 놓은 궁중복을 입은 이들 별 모양의 훈장을 한 쪽 가슴에 주렁 주렁 달고 나타난 이들 온갖 향수 냄새로 진동하는 연회장 한 가운데서 안나 파블로브나는 느긋한 자세로 소파에 앉아 초대 손님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


'아아, 오스트리아 얘기 따윈 그만하세요.!제가 잘 모르는 건지도 모르지만 오스트리아는 결코 전쟁을 원한 적이 없고, 지금도 원하지 않아요. 그 나라는 우리를 배신하고 있는 거예요. 오직 러시아만이 유럽의 구세주가 되어야 해요. 우리 폐하께서는 당신의 고귀한 사명을 알고 계시고 그 사명에 충실하실 겁니다. 제가 믿는 건 이것 뿐이에요.......

우리 러시아인 만의 힘으로 의인들이 흘린 피를 반드시 씻어주어야 합니다. 어디 한번 말씀해보세요. 우리는 도대체 누구에게 희망을 걸어야 합니까?....폐하께서 반드시 유럽을 구하실 겁니다.!'


1805년과 1807년, 그리고 1812년 나폴레옹이 모스크바를 점령 했다가 후퇴하는 시기를 담은 톨스토이의 대 장편 <전쟁과 평화>을 통해 유산을 위해 싸우고 영적 성취를 갈망하는 백작의 사생아인 피에르 베즈호프 백작, 나폴레옹과의 전쟁에서 가족을 뒤로 하고 싸우는 안드레이 볼콘스키, 그리고 귀족의 아름다운 어린 딸로 두 남자 모두를 유혹하는 나타샤 로스토프의 삶을 통해 전쟁을 겪으면서 소작농과 귀족, 민간인과 군인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물들이 시대, 역사, 문화에 따른 문제와 씨름 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 냈다.


[보나파르트가 지휘하는 10만 프랑스군의 추격을 받고 가는 곳마다 주민들에게 반감을 사고 이제 더는 연합군도 믿을 수 없고 식량이 떨어지고 전쟁의 예기치 않은 조건 아래서 행동할 것을 강요 당하던 3만 오천의 러시아군은 쿠투조프의 지휘 아래 도나우 강 하루 쪽으로 서둘러 퇴각했고 적군에게 추격을 당하면 멈춰서 중포 따위를 잃기 않고 후퇴할 수 있을 만큼만 후위 전으로 응전 하면서 나아갔다. 적군도 인정 할 만큼 러시아군은 용감하고 완강히 싸웠지만 이러한 전투는 결국 후퇴만 더 재촉할 뿐이었다.]

톨스토이가 36세이던 1864년이었다. 톨스토이는 같은 해 1월 20일자 편지에서 누이 동생에게 “1812년부터 취재한 장편 소설을 쓰고 있다”고 알렸다.

하지만 톨스토이가 실제 이 작품을 쓰게 만들었던 직접적인 동기는 1856년 유형지에서 귀환이 허용된 ‘데카브리스트(12월 당원, 1825년 12월 26일에 무장 봉기를 일으킨 러시아 혁명가들을 통틀어 일컫는 말)’들의 활동에 대한 깊은 관심에서 비롯 되었다.

말하자면 톨스토이는 데카브리스트들의 혁명 운동이 중심인 소설을 쓰고자 했기에 여러 가지 자료를 직접 수집하며 집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는 데카브리스트의 성격과 세계관을 밝혀내기 위해서는, 어쨌든 그보다 한 시대 이전의 러시아 국가가 당면했던 역사적 대 사건이자, 당시 청년 계층에 커다란 영향을 준 나폴레옹 전쟁까지 거슬러 올라갈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이다.

1864년 서른 여섯 살에 접어든 톨스토이는 1856년 유형지에서 귀환이 허용된 ‘데카브리스트(12월 당원, 1825년 12월 26일에 무장 봉기를 일으킨 러시아 혁명가들을 통틀어 일컫는 말)’들의 혁명을 중심으로 한 시대 이전의 러시아 국가가 당면했던 역사적 대사건이였던 나폴레옹 침공이 현세대와 미래 청년 세대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작품을 써내려 갔다.


톨스토이는 <전쟁과 평화>작품의 시작을 1805년으로 정해 놓고 개개인의 회상과 편지를 통해 당시 사회 정세 속에 여러 인물들의 삶이 어떤 변화와 성장 과정을 거쳤는지 상세하게 묘사했다.


『전쟁과 평화』는 인생, 역사, 가족, 그리고 인간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 하는가?에 대해 전쟁의 공포와 삶의 공허함에 대한 의문 즉 ,죽음의 공포 속에서 어떤 삶을 선택 할 수 있는지 묻고 있다.

전쟁이 발발한 원인은 인간이 알 수 없다. 전쟁은 숱한 인간 의지가 응집한 힘의 파급으로 특정 원인이나 한 사람의 주도적인 영향 만으론 절대 터지지 않는 수많은 우연이 켜켜이 쌓여 일어나는 필연이다.

인류는 전쟁의 한 단면만 볼 뿐 전체를 파악하는 시각을 갖지 못한 채 애국심에 불타 올라 이성을 잃고 광기에 휩싸일 뿐이다.

전쟁이 터지면 인간은 미쳐간다. 러시아 민중이 애국심에 불타 이성을 잃고 광기에 휩싸인다.

​그렇다면, 전쟁과 평화는 인간이 만들어낸 허공 속의 외침 일 뿐 일까?

세상 곳곳에서 발발하는 전쟁에서 완전한 승리도 그리고 완전한 평화도 없다.

그저 한쪽의 추가 기울어지지 않게 팽팽하게 당겨야 하는 평화라는 힘의 균형을 가까스로 유지 하고 있지만 언제 어디서 어떤 식으로 균열이 생겨서 전쟁이 발발 할지 모른다.


2022년 2월 14일 새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땅을 침공했다.


'인류는 과거에도 지금과 같은 상황을 두 번 맞이했습니다. 그리고 두 번 다 세계 대전이라는 너무 큰 대가를 치렀습니다. 이제 우리는 전쟁이 반복 적인 패턴이 되기 전에 이 흐름을 바꿀 기회를 맞이했습니다. 수 백만 명의 희생자가 나오기 전에 다른 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는 지난 두 번의 세계 대전에서 배운 교훈을 기억하고 세 번째 전쟁이 일어나는 것 만은 기필코 막아야 합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우크라이나에서 온 메시지> 중에서



이제 전 세계는 전쟁, 기후 변화,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전염병만이 창궐할 뿐이다.

인류의 역사는 전쟁에서 평화로 이어지면서 지속 되어 왔다.

증오와 폭력의 먹구름 속에서 사랑과 자비, 용서는 언제나 승리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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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2-04 0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심지어 전쟁과 평화도 안 읽었다는..... ㅠ.ㅠ 올해 읽겟다고 책은 사두었죠. 힘내겠습니다. ^^
오늘 올라온 러시아가 잡아간 우크라이나 아이들에 대한 관련 기사는 너무 끔찍해서 입에 꺼내기도 싫네요. 설마 싶으면서도 그 설마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것이 전쟁이니 안타깝다고 말하기도 끔찍하고 부끄러웠습니다.

scott 2023-02-04 00:20   좋아요 1 | URL
쟁여두면 언젠간 읽게 됩니다 ^^

러시아가 머나먼 시절 스탈린 때부터 해왔던 짓입니다
마을 전체 굶겨 죽이거나 몰살 시키고
아이들을 러시아로 끌고가서 러시아인으로 세뇌 교육 시켜서 성장하면 전쟁 용병으로 ㅠ.ㅠ

망고 2023-02-04 07: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벌써 1년 되었네요 다시 겨울이 올 동안 전쟁이 안 끝나다니 우크라이나 사람들 너무 안타깝습니다 아ㅠㅠ 톨스토이 전쟁과 평화는 무려 4권이나 하아...언젠간 읽겠죠😂

2023-02-04 1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04 1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04 1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04 1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04 0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04 1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3-02-04 13: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쟁과 평화 읽고
와! 감탄했던 기억이 나네요 ㅋ 장편인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고 흥미롭던 ㅎㅎ 요걸 원서로도 읽는 스콧님은 리얼천재!

우크라이나 전쟁이 평화로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scott 2023-02-04 13:10   좋아요 1 | URL
새파랑님 러시아 문학! 주르륵 섭렵 하신분!ㅎㅎ

불멸의 고전 이유가 있었습니다
전평 그동안 4-5번 읽었지만
이번엔 제대로 정독

톨스토이 전평 번역본 품질 ㅋㅋ 비교도 해보느라 가장 훌륭하다는 영역판도 완독 ㅎㅎㅎ

얼마전 테스트 해봤는데
제 지능은 천재와 거리가 먼 ㅋㅋ


푸틴이 사라져도 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ㅠ.ㅠ

moonnight 2023-02-04 14: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쟁과 평화 아직 못 읽었습니다(동서문화사편)ㅠㅠ 언젠간 읽겠지 위로해봅니다. 전쟁이 사라지고 평화가 영원히 유지되길 기도합니다ㅠㅠ

scott 2023-02-04 14:59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 쟁여 두셨으면 언젠가 ^^

평화로웠던 세상은 없었지만 이번 전쟁 멈추지 못할 것 같습니다(악마 푸틴 절대로 종전 선언 안함 ㅠ.ㅠ)

희선 2023-02-05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서든 전쟁이 일어나지 않으면 좋을 텐데, 사람이 욕심을 버리면 좀 나을 텐데... 어떤 일 하나로만 전쟁이 일어나지 않겠네요 그렇게 되기 전에 막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좀 달라도 받아들이면 좋을 텐데, 말로 하든지... 이겨도 져도 좋지 않은 게 전쟁일 텐데...


희선

거리의화가 2023-02-05 07: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보니 ‘전쟁과 평화‘만큼은 읽어야겠다라는 생각이 드네요. 읽어야 할 작가 중 하나인데... 우크라이나 EU가 지원한다고 하던데... 전쟁이 멈출 줄을 모르네요. 이제는 종전이 양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닌지;;; 애꿎은 주민, 피난민과 총알받이가 된 병사들이 피해를 보네요.

scott 2023-02-05 09:19   좋아요 1 | URL
불멸의 고전입니다
세상에 영원한 평화도 없지만 이번 전쟁의 비극 멈춰야만 ㅠㅠ

coolcat329 2023-02-05 1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읽어야 할 책인데 너무 길어서 ...😓
일단 쟁여두기라도 해야 하겠죠?

scott 2023-02-05 13:01   좋아요 0 | URL
쟁여두면 언젠간 반드시 😄

페넬로페 2023-02-05 16: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직 전쟁과 평화를 읽지 못했어요 ㅠㅠ
언젠가는 읽게 되겠죠^^
미국의 전쟁 중재안이 참 황당한데
전쟁은 언제나 비극입니다^^

2023-02-05 2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꼬마요정 2023-02-05 23: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쟁이 빨리 끝나면 좋겠습니다. 러시아는 그동안 기후 등의 이유로 전쟁에서 패한 적이 별로 없으니 유럽과의 전쟁에는 자신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것도 다 사람을 갈아넣은 거였죠ㅠㅠ 아직도 <에너미 앳 더 게이트>였나 영화에서 병사 두 명당 한 명에게 총을 지급하고 나머지 한 명에게는 총알만 준 장면을 잊을 수 없어요. ㅠㅠㅠㅠ

전쟁과 평화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그런데 읽으면서 전쟁이 얼마나 허무한지, 진짜로 전투에 참가한 군인들과 말만 하는 윗사람들 사이의 간극이 참 그랬습니다. 나폴레옹도 그닥 훌륭한 전술가가 아닌 것 같았구요. 그리고 결국 피해는 그 땅의 모든 생명체, 무생명체 모두가 입었죠ㅠㅠ
피에르가 전투 구경하는 장면은 신기했습니다. 뭐지? 싶었어요. 그래서 드라마도 봤어요. 음...

2023-02-06 0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NamGiKim 2023-02-16 19:24   좋아요 0 | URL
참고로 영화 <에너미 앳 더 게이트>는 헐리우드식 연출이 들어간 장면입니다. 스탈린그라드 전투 당시 소련군이 그렇게 싸운 적은 없어요. 그리고 독전대라는 것도 팀킬하는 용도가 아니었고, 소위 영화상에서 자국 군인 막 죽이는 주체로 나오는 이들 또한 전투에서 굉장히 많이 전사했습니다. 제프리 로버츠의 <스탈린의 전쟁>에 아주 상세하게 나옵니다.
 
리스본행 야간열차
파스칼 메르시어 지음, 전은경 옮김 / 비채 / 2022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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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기차에서 처럼, 내 안에 사는 나. 내가 원해서 탄 기차가 아니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아직 목적지조차 모른다. 먼 옛날 언젠가 이 기차 칸에서 잠이 깼고, 바퀴 소리를 들었다. 난 흥분했다. 덜컥거리는 바퀴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가 머리를 내밀어 바람을 맞으며 사물들이 나를 스치고 지나가는 속도감을 즐겼다. 기차가 멎지 않기를 바랐다. 영원히 멈추어버리지 말기를, 절대 그런 일이 없기를.'


학교를 바꾸고 새로운 도시에 마음을 붙이는 데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대학 도시여서 곳곳에서 만나고 부딪치는 이들 모두 각기 다른 학부 과정에 다녀서  서로 전혀 알지 못해도  펍이나 콘서트 장 클럽에서 만나면 곧바로 친구가 되었다.

한 친구를 사귀니 그 친구들의 친구가 되었고 서로 어려운 일이나 도움이 필요 할 때면 언제든지 달려와 주는 친구들이 내 주변을 에워쌌다.

엄청난 포부와 원대한 계획을 품고 새로운 출발을 위해 학교를 옮겼던 나는 친구들과 어울리는데 정신이 팔려서 수업이나 세미나 시간에 자주 지각을 했고 튜터링 타임에서 준비 부족을 지적 받았고 서서히 제출 하는 과제들을 다시 제출 하라는 경고를 받게 되었다.

입학 당시 면접 점수에서 만점을 주었던 학과장은 자신의 수업 시간에 단단히 나의 수업 태도나 정신 상태를 지적 했고 모든 발표 수업 때마다 충격의 학점을 날리며 겁을 주었다.

그 학과장 수업을 듣는 모든 학생들도 나와 비슷한 상황이였기에 당시 내 스스로의 문제점을 직시 하지 못했고 함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그 학과장을 험담 하면 나도 그들 틈에 끼여 들었다.

사건의 발달은 기말 시험을 앞 둔 마지막 수업 당일, 학부의 최고의 우등생이자 지역 신문 헤드라인에도 얼굴이 나오는 학생이 돌연 학과장이 수업에 들어 오기 전 우리 모두 도망쳐 버리자 라고 외쳤다.

그날 이른 아침 일기 예보에서 폭설로 인해 고립 될 수 있다며 각별히 주의 하라는 예보가 있었고 그 날 우리 모두 눈의 도시에 갇혀 있었다.

밤사이 내린 눈은 무릎 까지 차 오를 정도로 쌓여서 우리는 어마 어마 하게 쌓인 눈을 치우느라 캠퍼스 곳곳에 세워진 눈 벽을 지나 기차역을 향해 달려 갔다.

기차 역까지 가는 동안 버스 안에서 지독할 정도로 혹독하게 추운 영국 날씨 탓을 하며 매일 맛 없는 음식을 먹어야 하는 우리 청춘의 인생이 불쌍하다며 서로를 위로 했고, 친구의 고향, 따스하고 맛있는 요리가 있는 스페인, 이베리아 반도로 향하고 있다는 꿈에 부풀러 있었다.

늦은 밤 우리 일행이 세비야에 도착 하자 친구 부모님은 엄청난 눈 폭설을 뚫고 온 우리에게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을 차려 주셨다.


'여행은 길다. 이 여행이 끝나지 않기를 바랄 때도 있다. 아주 드물게 존재하는, 소중한 날들이다. 다른 날에는 기차가 영원히 멈추어 설 마지막 터널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낀다.'


세비야의 따사로운 햇살, 정겨운 사람들의 정취는 매서운 바람과 햇살이 비추는 경우가 극히 드문 12월의 영국과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아늑했다.

세비야가 고향인 친구가 그동안 자주 만나지 못했던 친척집들을 찾아 다니는 동안 우리는 리스본으로 향하는 야간 열차에 올라 탔다.

수업을 건너 뛰고 눈 폭설을 뚫고 이베리아 반도를 지나 밤의 공기를 마시자 드디어 유럽의 끝, 리스본에 도착했다.

우리는 그곳을 리스본이라 불렀고 그곳 사람들은 리스보아라 불렸던 그곳, 포르투갈


'우리 인생은 바람이 만들었다가 다음 바람이 쓸어갈 덧없는 모래알, 완전히 만들어지기도 전에 사라지는 헛된 형상.'


일곱 개 언덕을 향해 올라가는 노란색 트램에 올라탄 우리들은 저 멀리 바다 건너에 있는 눈 속에 파묻혀 버린 학교도 잊어버렸고 학과장의 엄중한 수업, 그의 시험을 통과 하지 못하면 졸업은 꿈도 꾸지 못한다는 경고도 잊어 버렸다.

트램 안에서 친구들과 함께 신나게 떠들며 웃고 있었던 나, 당시 내 배낭 속에는 수업 준비 자료와 책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그들과 함께 리스본의 공기를 마시며 따사로운 햇살 아래에서 행복함을 느끼면서도 그토록 바랬던 학교로 무사히 옮길 수 있게 해준 학과장의 얼굴이 스쳐 지나가면서 내 앞날의 커다란 먹구름이 드리워졌다는 생각에 사로 잡혀있었다.

여기 또 다른 한 명, 이십 대의 나처럼 , 리스본행 야간 열차에 올라탄 사람이 있다.


스위스 베른의 한 학교에서 고전 문헌학을 가르치는 라이문트 그레고리우스는 출근길에 자살하려는 한 여자를 만난다.

그레고리우스는 말이 안 통하는 그녀에게 모국어가 뭐냐고 묻자.


“포르투게스”.

라고 답하는 그녀의 이 한마디를 들은 그레고리우스는 즉각 헌책방으로 달려가 포르투갈 작가 아마데우 드 프라두의 책 ‘언어의 연금술사’를 산다.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것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만 경험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 걸까?’


한 세기 전의 작가 프라두가 던진 이 질문을 읽은 그레고리우스는 매일 똑같은 시간에 출근해서 수 십 년 동안 똑같은 수업을 가르치는 자신의 삶에 답답함을 느낀다.


[그레고리우스는 옛날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으레 그러듯 천천히 조심스럽게 책을 넘기다가 저자의 사진을 발견 했다. 그 남자는 삼십 대 초반 정도로 보였다. 지적인 외모였다. 자신감과 자의식으로 빛나는 인상에 그레고리우스는 넋을 잃었다.]


프라두가 쓴 책, 포르투갈어를 이해 하고 읽기 위해 그레고리우스는 어학교재를 놓고 매일 사전을 찾아 가며 자신의 인생에  질문을 던진 작가 프라우드의 언어를 하나 씩 해독해 나가기 시작한다.

그레고리우스는 포르투갈어를 배우면서 수 십 년 동안 자신의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었던 라틴어, 그리스어, 히브리어의 진부한 단어들, 정교하면서 꽉 짜여진 틀에 맞춰진 답답한 문법의 찌꺼기를 밀어 내고 새로운 언어, 새로운 말이 품고 있는 어감으로 자신의 삶을 응시 하기 시작한다.

그는 자신의 모국어를 버린 다거나 반 평생 동안 연구하고 가르쳤던 고전 문헌학을 포기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포르투갈어로 쓰여진 프라두의 글을 읽을 때 마다. 마음 속에 일어났던 분노가 가라 앉았고 수년 동안 자신을 괴롭혔던 압박감에서 해방감을 느끼게 된다.

드디어 그는 학교에 휴직계를 내고 유럽 지도를 펼쳐 든다.

 어떤 기차를 타고 어떻게 리스본으로 갈지 메모하고 예약하고 그리고 프라두의 책을 챙겨 넣고, 리스본행 야간 열차에 올라 탄다.

그의 배낭 속에는 빛바랜 포르투갈의 귀족 사진이 들어 있는 프라두의 책, 포르투갈어 초보자를 위한 교재만 들어 있다.

그레고리우스는 그동안 행복한 척, 기쁜 척 하느라 자신의 거의 모든 삶에서 자신만의 온전한 삶을 살아 보지 못했다. 누구에게나 인생은 단 한번 주어지기에 그는 이제 삶의 행로에서 벗어나 리스본으로 향하고 있다.


'익숙한 방향을 완전히 바꾸는 인생의 결정적인 순간이 격렬한 내적 동요를 동반하는 요란하고 시끄러운 드라마일 것이라는 생각은 오류다. '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는데 여러가지 요인들이 작동한다.

그 요인들은 부모나 형제, 친구, 스승일 수도 있고 어느 날 우연히 만난 이들, 경험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그레고리우스의 인생의 방향을 바꾸게 만든 건 '책'으로 그는 프라두라는 작가의 삶의 궤적을 추적하면서 과거의 시간 속으로 들어간다.

엄격한 판사 아버지와 항상 아들이 최고가 되기 만을 바라는 어머니 아래서 자란 프라두는 최고의 교육을 받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법학 공부에 몰두 한다.


‘부모들이 지닌 의도나 불안한 윤곽은, 완벽하게 무기력하고 자기가 어떻게 될지 전혀 알지 못하는 아이들의 영혼에 달군 철필로 쓴 글씨처럼 새겨지지.’


아들 프라두는 포르투갈의 살라자르 독재정권에서 판사를 지내는 아버지에 대해 심한 반발심을 품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아버지에게 어떤 항의 조차 못한 채 지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를 치료하기 위해 의대에 진학한다.

하지만 프라두는 무고한 학생들 시민들이 무자비한 권력 앞에서 피를 흘리면서 죽어가는 걸 목격하는 동안 귀족이라는 신분, 가문의 명예를 위해 거리로 나가지 못한 자괴심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다. 


[영원히 죽지 않기를 진심으로 원하는 사람이 과연 있으랴? 누가 영원히 살고 싶어 할까?

시간에 아름다움과 두려움을 부여하는 것은 죽음이다. 시간은 죽음을 통해서 만 살아 있게 된다. 모든 것을 안다는 신이 왜 이것은 모르는가? 견딜 수 없는 단조로움을 의미하는 무한으로 우리를 위협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프라두가 의사의 사명감과  신념으로 병원 앞에서 죽어가고 있는 비밀 경찰 멘드스를 살려내자 이웃 사람들은 수많은 사람을 죽인 독재 정권의 하수인을 살렸다고 비난하며 그의 얼굴에 침을 뱉는다. 

프라두는 수 많은 생명을 짓밟은 이를 살려낸 자신의 죄를 속죄하는 마음으로 저항운동에 투신하지만 결국 이로 인해 그의 인생은 죽음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사람들이 어떤 한 사람에 대해 하는 말과, 한 사람이 자기 자신에 대해 하는 말 가운데 어떤 말이 더 진실에 가까울까?’ 

'다른 인생을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리스본의 거리 곳곳을 헤매고 있는 그레고리우스 

"오늘 오전부터 제 인생을 조금 다르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문두스 노릇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새로운 삶이 어떤 모습일지 저는 모릅니다 만, 미룰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저에게 주어진 시간은 흘러가 버릴 것이고, 그러면 새로운 삶에서 남는 건 별로 없을테니까요." 


그레고리우스의 인생도 반세기 전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프라두로 인해  전혀 다른 인생의 행로를 걷게 된다.


[그레고리우스는 아마데우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의 말에서 흘러나오는 들끓는 용암을 느끼고 싶었다. 프라두의 책을 꺼내 사진에 손전등을 비추었다. 처음 열정이 재단의 촛불과 그 환한 불빛 속에서 감히 접근할 수 없게 보이던 성서의 말씀을 향했던 소년, 그러다가 그는 다른 책들에서도 언어를 발견했고 그 언어는 그가 낯선 모든 언어를 곰곰이 생각하고 자기만의 언어를 버릴 때까지 그의 안에서 무성하게 자랐다.]




그레고리우스는 부유하고 명망 높은 가문 출신의 프라두가 자신의 의지와 전혀 다른 인생의 길을 걸었던 여정을 뒤 쫓아 가면서 어린 시절 죽을 뻔한 자신을 살려준 오빠에게 강박적인 사랑을 품고 살아온 여동생 아드리아나, 아마데우 프라두가 독재에 저항하는 운동에 참여하면서 만났던 동료들, 그의 오랜 친구, 그가 사랑했던 여인들을 찾아 내 역사에서 사라져 버린 프라두의 삶의 퍼즐들을 하나 씩 맞춰나간다.


'삶이 완전하지 못할 거라고 미리 생각만 해도 이마에 땀이 솟는다. 완전한 삶, 그건 과연 뭘까?


그레고리우스에게도 문헌학자가 아닌 다른 삶을 살 기회가 한 번 주어진 적이 있었다. 

그는 중등학교를 졸업한 후 페르시아의 도시, 이스파한으로 건너가 동양학자가 되려는 열망에 불타 올랐었다.

하지만 막상 도착한 페르시아의 이스파한은 척박한 도시로 한 낮에는 사막에서 불어 오는 엄청난 열기를 동반한 모래 바람으로 인해 제대로 걷거나 움직일 수 조차 없었다.

게다가 어떤 기술도 없는 오로지 공부만 하는 학생 신분으로 마땅한 일자리를 얻지도 못했기에 그는 자신의 꿈을 포기 해버렸다.

그레고리우스는 30년 동안 항상 우산을 쓰고 정확히 8시 15분 전, 학교와 연결되는 키르헨펠트 다리를 지나 똑같은 학교에서 똑같은 수업을 시작했다. 

그는 30년 동안 교사로 단 한 번 실수한 적도, 비난 받을 일을 한 적도 없이 살았다.

'아마데우 이나시오 드 알메이다 프라두'라고 적혀 있는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책을 읽기 전 까지 그레고리우스의 인생에는 어떤 파도도 치지 않았고 어떤 변화도 없었다.


'침묵하고 있는 경험 가운데, 알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의 삶에 형태와 색채와 멜로디를 주는 경험들은 숨어 있어 눈에 띄지 않는다.'


1974년 독재 정권과 식민지 정책에 대한 반발로 일어난 포르투갈의 카네이션 혁명 시대에 인생은 정해져 있는 대로 사는 것이라 생각해왔던 귀족 가문 출신의 의사 프라두가 의사로서의 사명과 신념을 져버리고 독재 정권의 하수인인 비밀경찰이 죽게 내버려 두었다면 그의 인생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갔을까?


“정말 영원히 산다면 의미가 있는 일이 하나라도 있을까? 우리는 시간을 계산하지 않아도 되고, 놓치는 것도 없으며, 서두를 필요도 없다. …. 회복할 시간이 얼마든지 있으므로 수없이 많은 실수도 영원 앞에서는 무가 되고, 뭔가 후회한다는 것도 무의미해진다.”




한 순간의 선택은 타인에게 나의 영혼을 엿보기를 잠시 허용하는 것으로 그레고리우스는 프라두의 삶의 행적을 추적하면서 자신을 향해 달려 오고 있는 삶의 불안, 도저히 스스로의 인생을 되돌아 볼 시간 조차 없이 하루 하루 주어진 인생의 쳇바퀴를 돌리는데 허비 해버린 자신의 소중한 시간들이 사라져버렸다고 생각한다.

프라두의 삶을 통해 자신의 삶을 투영 시켰던 그레고리우스

그는  세상의 끝 피니스테레에서 어부들을 만나 어부들에게 자신의 삶에 만족하냐고 묻자

한 어부는 이렇게 대답한다.

“만족하냐고? 다른 삶은 모르는 걸!”

누구에게나 삶은 완전하지 않고, 만족스럽지 않다. 그렇기에 우리는 만족한 삶을 위해 완전함을 쫓는 건지도 모른다.


리스본의 낮과 밤은 따스함과 흥겨움이 공존 했다.

친구들이 영국과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값싼 음식과 와인에 취해 있는 동안 나는 틈틈이 메모를 했고 기록했고 그리고 늦은 밤 숙소로 돌아와 시험 준비에 몰두 했다.

이번 시험을 통과 하지 못한다면 다음 학기에 진학 하지 못하고 나의 스무 살 인생의 열차는 이곳 리스본에서 멈춰 설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자신에 대해 정말 알고 싶은 사람은, 쉬지 말고 광신적으로 실망을 수집해야 한다. '


나는 매일 밤, 리스본의 태양이 사라지면 전공 서적을 통째로 집어 먹을 태세로 달려 들었다. 

한 낮에 친구들과 이동 중에도 전공 서적의 내용을 입으로 중얼 거렸고, 콘서트 장에서도 식당에서도 중얼거리며 머릿속으로 책 내용을 전부 밀어 넣었다.


'젊은 시절 우리는 자기가 불멸의 존재라고 생각하며 산다. 죽을 운명이라는 인식은 종이로 만든 느슨한 끈처럼 우리를 감싸고 있어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다. 인생에서 이런 상황은 언제 바뀌는 가?'


한국을 떠나기 전 나의 스무 살은 영원 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은 영원히 멈추지 않았고 리스본의 시간도 서서히 끝나갔고 시험 날짜는 코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리스본을 떠나야 하는 시간이 다가 오자 친구들은 돌연 인생의 한 번은 킬리만자로에 올라가야 한다며 남아공으로 가자고 부추기기 시작했다.


'우리는 시간 상으로만 광범위하게 사는 것이 아니다. 공간적으로도 눈에 보이는 것들을 훨씬 넘어서 살고 있다. 우리는 어떤 장소를 떠나면서 우리의 일부분을 남긴다.'


나는 리스본을 떠나는 날 기차역에서 버킷 리스트에 '킬리만자로에 올라가기' 라고 수첩에 적어 넣고 열차에 올라탔다.

12월 기말 시험 기간에 친구들은 남아공 킬리만자로에 올라갔고 나는 두 눈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내 뿜는 학과장과 단 둘이 마주 앉아 튜토리얼 시험을 보느라 진땀을 흘렸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소망과 생각을 스스로도 모를 때가 많고 다른 사람이 우리보다 더 잘 알고 있을 때도 있다.'


인생의 여정은 길다. 어떤 시절의 여행은 영원히 끝나지 않기를 바랄 때도 있지만 어떤 시절의 여행은 떠나지 말았어야 했다는 후회감 만 남기기도 한다.

스무 살 내 인생의 기차가 통과 했던 시절은 때로는 눈 속에 파묻혀서 옴짝달싹 할 수 없을 정도로 길고 긴 터널처럼 끝도 보이지 않았고 어떤 태양빛으로도 녹아내릴 것 같지 않을 정도로 앞이 보이지 않았다.


'영혼의 파도가 우리 자신보다 강하고 그 파도를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없다면, 칭찬과 비난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왜 단순히 운이 좋았다 거나 나빴다고 말하지 않는가? 이 파도는 우리보다 강하다. 그것도 언제나.....'


킬리만자로 봉우리에 쌓여 있는 눈 맛을 느끼고 돌아 온 친구들은 이듬해 봄, 나와 같은 수업을 듣지 못했다.

나는 학교에서 리스본 행 야간 열차를 타고 돌아 와 시험을 무사히 통과 하고 예비 석사 시험 준비 자격을 얻은 학생으로 알려졌다.

학년이 뒤로 밀려난 친구들은 그해 겨울 지독한 영국 땅에 갇혀 있었다면 나에게 그런 행운이 없었을 거라며 농담처럼 말했다.


유럽의 끝, 피니스테레에 다다른 그레고리우스는 자신의 인생은 비로소 이곳에서 다시 출발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는다.

그는 이제 남아 있는 돈으로 에스파냐어를 배워서 영웅의 도시에서 살며 에스피노자의 강의를 듣고 여러 수도원의 역사를 공부 하며 남은 여생 동안 프라두가 남긴 글을 전부 번역하기로 결심하며 천천히 속도를 내지 않은 채 역마다 멈춰서는 완행 열차에 올라탄다.



만일 나에게 리스본으로 돌아갈 시간이 주어진다면 배낭 속에 어떤 것을 넣게 될까?



'인생은 우리가 사는 그것이 아니라, 산다고 상상하는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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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22-12-19 01: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월드컵 결승전 시청 중에 전반전 끝나서 잠시 들렀어요. scott님 유려한 스토리텔링에 점점 빠져 긴 글을 읽고 나니 후반전 시작되어 있네요.
사진이 주는 느낌이 참 좋고요, 인생은… 산다고 상상하는 그것이다, 여운이 길게 남네요. 그래서 더 좋은 느낌입니다. ^^
scott님 긴 페이퍼 남기고 기진맥진 하셨을 것 같아요. ㅋㅋㅋ 편안히 주무세요~ ^^;
저는 다시 월드컵 시청하러 고고~ ^^

scott 2022-12-19 10:12   좋아요 2 | URL
저도 새벽 월드컵 결승 시청 중이였습니다
메시가 축구의 신화를 다시 쓴 神이 되었네요

리스본행은 출간 되자 마자 읽었었는데 그땐 넘 어려서 무슨말인지 몰랐습니다
이번에 다시 읽다 보니 지난 시절이 주마등처럼 ㅎㅎ

주인공 그레고리우스가 만났던 어부의 말 처럼
다른 삶은 모르기 때문에 현재의 삶에 안주 하며 산다고 상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거서님 오늘 날씨 주말 보다 더 춥게 느껴집니다
감기 조심 하시고
건강 잘 챙기세요
오늘 하루 포근, 따숩게 ^^

희선 2022-12-19 02: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소설이지만 실제로 그레고리우스 같은 사람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책 한권으로 삶이 아주 바뀐... 저는 아니군요 그저 보기만 하고 그걸로 끝이니... scott 님은 스무살에 기억에 남을 일이 있었군요 리스본에도 가시고 그런 기억이 있어서 이 책을 봤을 때 더 가깝게 느껴졌을 것 같습니다


희선

scott 2022-12-19 10:14   좋아요 2 | URL
그레고리우스가 아마도 이 책의 저자의 모습이 많이 반영 된 것 같습니다
실제로도 철학 법학을 공부 한 교수이고

책에서 공부 과정이 상세하게 나오거든요

리스본 그 이후에도 가서 좋은 추억 많이 쌓았는데
첫 번째 리스본에 도착 했던 그 흥분 된 순간은 어느 도시에서도 느껴 본 적 없는 특별한 감정이 였습니다


희선님 오늘 하루 건강하게 행복하게 보내세요 ^^

bookholic 2022-12-19 08: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늘 그렇듯 Scott님의 경험담이 소설보다 더 재미있고 더 소설 같아요..^^
따뜻한 하루 되십시오~~

scott 2022-12-19 10:15   좋아요 2 | URL
킬리만자로 가기 전에 약간의 모험이 있었는데
그 이야기는 생략! ㅎㅎㅎ

북홀릭님 한 주 시작 따숩게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

오거서 2022-12-20 19:41   좋아요 2 | URL
scott님 킬리만자로 모험담에 귀쫑긋해요. 아직은 아무 말도 들리지 않지만서도 ㅋㅋㅋㅋㅋ

scott 2022-12-21 11:26   좋아요 2 | URL
킬리만자로
오거서님
버킷 리스트에 찜!👆

거리의화가 2022-12-19 10: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스콧님 친구들과 함께 리스본으로! 옆지기와 가보고 싶은 곳으로 유일하게 고른 곳이 스페인인데 저는 스페인도 좋지만 포르투갈도 가보고 싶어요.
만약 스콧님이 킬리만자로에 함께 올라가셨다면~? 어떤 결정이든 자신의 목소리를 따라가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scott 2022-12-19 10:17   좋아요 3 | URL
스페인은 반드시 바르셀로나!

포르투갈은 스페인과 비슷할 것 같지만 전혀 다릅니다
문화도 예술도 사람들도!

여기 가게 되시면 제가 개인적으로 추천해드릴 장소 아주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살고 싶은 곳 1위!^^

킬리만자로는 이후 수 년 뒤에 딱 한번!^^

눈 구경은 못했습니다 ^^

새파랑 2022-12-19 12: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개정판이 나왔군요? 저 지금 이책 구판이 책상 바로 옆에 딱 있습니다~! 영국 유학생 스콧님의 포루투갈 여행기가 더 재미있습니다 ^^

scott 2022-12-19 12:40   좋아요 3 | URL
이 책 새 커버
엄청 멋집니다! ㅎㅎㅎ

여행기 이거슨
극히 사막 위 모래알의 일부분 ㅎㅎㅎ

새파랑님 오늘 낮추위도 만만치 않습니다

무조건 따숩게 ^^

hnine 2022-12-19 12: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컨텐츠가 풍부하신 scott 님^^

scott 2022-12-19 12:40   좋아요 2 | URL
^^

햇살과함께 2022-12-20 17: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마지막 사진. 저기 가고 싶네요~!

scott 2022-12-21 11:25   좋아요 1 | URL
꼬옥 가보세요

리스본에서 먹는 에그 타르트는
천국의 맛입니다 ^^

mini74 2022-12-21 13: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진짜 책 표지가 예쁘게 바뀌었네요. 스콧님 이야기 몰입해서 읽었어요. 스물 그 예쁘고 찬란한 시절 치열하게 공부하고 꿈꾸며 산 스콧님 이야기를 읽으면 자꾸만 물개박수를 치고 싶어집니다. 가끔 스콧님 글을 아이에게 읽어보라 주소 보낸답니다. *^^*

2022-12-21 15:2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