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두 번의 산책을 하는 동안 또는 소나기가 내리는 동안 잠시 낮잠 자는 장소로밖에 보이지 않는 조금은 지나치게 전원 풍인 처소에서, 각각의 객실들은 녹음으로 뒤덮인 정자인 양, 어떤 방의 벽지에는 정원의 장미가, 또 어떤 방의 벽지에는 나무의 새들이-어쨌든 다른 것들로 부터 떨어진 -우리 곁에 와서 머무는 듯 했다.]

-마르셀 프루스트 <되찾은 시간12> 중에서

1922년 11월 18일 마르셀 프루스트는 자신의 전 생애의 시간이 담긴 대장정의 역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여기, 대학교 4학년시절 첫 장을 펼치자 마자 마법처럼 빨려 들어간 작품에 빠져 수 년동안 읽고 공부했던 학자 김희영 교수는 이 책의 저자 마르셀 프루스트가 코르크로 문틈을 막고 방 안에 틀어박혀 이 소설을 14년 동안 집필한 것처럼 지난 10년 동안 낮에 자고 매일 밤 12시에 일어나 하루 6~8시간 씩 번역 작업에 매달려서 마침내 13권의 한국어 번역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완역했다.


2012년 부터 2022년 까지 김희영 교수가 번역한 분량은 5704쪽에 달한다.

프루스트 작품을 연구한 학자의 사명감으로 방대한 작품을 완역 한 김희영 교수의 올해 나이는 73세로 여전히 다듬고 싶은 구절이나 문장이 있는지 되새겨 보고 있다.

하루에 원서 기준 3쪽 남짓을 겨우 번역할 수 있었을 정도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작품을 이해 하려면 프랑스 19세기말부터 20세기 초의 사회,역사 배경 지식이 필요했기 때문이였다.

김희영 교수님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3권의 작품 중에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1권에 있다.


[한 밤중에 잠에서 깨어날 때 나는 내가 어디 있는지 알지 못했으므로, 처음엔 내가 누구인지도 알지 못했다. 내겐 동물 내부에서 꿈틀거리는 생존에 대한 지극히 단순한 감정만 있었을 뿐,아니, 동굴 속에서 살았던 사람들보다도 더 헐벗은 존재였다. 그러자 추억이, 현재 내가 있는 곳에 대한 추억이 아니라, 내가 살았던 곳, 혹은 내가 살았을지도 모르는 곳에 대한 추억이 저 높은 곳에서 부터 구원처럼 다가와 도저히 내가 혼자서는 빠져나갈 수 없는 허무로 부터 나를 구해 주었다. 한순간에 나는 몇 세기의 문명을 건너뛰었고, 어렴풋이 보이는 석유 램프와 깃 접힌 셔츠의 상이 차츰 차츰 내 자아의 본래 모습을 재구성해 나갔다.]

-마르셀 프루스트 <스완네 집 쪽으로 1>중에서


1909년 서른 여덟 살 마르셀 프루스트는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히 헤어져 버린 기나긴 고통의 시간을 이겨 내기 위해 펜을 들었다.


100년 전 그가 관찰 했던 사물들 사람들의 모습은 광범위한 시간을 넘어 활자라는 진공 속에 갇혀 있다.

그가 묘사한 시간 속 세상 어디에도 무의미한 존재나 가치들이 없다. '문학 작품의 모든 소재는 우리 모두의 지나간 삶'인 것처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사랑의 환상이 해체된 작업을 다시 시작한 한 인간의 위대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책이 말하는 것을 독자가 자신의 마음속에서 알아보는 것이 바로 책의 진실을 증명하며, 적어도 어느 정도는 그 반대도 진실이라고 할 수 있다.'

-마르셀 프루스트 <되찾은 시간13>중에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수집가의 책장에 장식품처럼 꽂혀있는 책이 아니라, 지하철에서도 들고 다니면서 읽는 책이 되기를 바랍니다.”

-2022년 11월 17일 김희영 교수 인터뷰 중에서


완역 기념 책갈피를 만지작 하니 재독의 열정에 불이 붙었다.


모든 독자들이 지하철에서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들고 다니면서 읽는 책을 만들려면,,,,


별다방과 콜라보 해서 마들렌+커피 세트 굿즈를 내놔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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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2-11-18 00: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갈피 넘 예쁩니다. scott님 재독의 열정 화이팅! 드려요~ 그나저나 김희영 교수님 바람대로 지하철에서도 들고 보기엔 책이 넘 크고 무거운 것 같습니다 ^^;;;
마지막 디 에센셜 별다방 콜라보는 scott님 서재에서 처음 접해보는데 너무 곱네요. *_*

scott 2022-11-18 10:05   좋아요 2 | URL
책갈피 생각보다 예쁘고 26장 정도 들어 있습니다

재독이라고 해도 스완네 집쪽으로와 되찾은 시간만 집중적으로 읽어서
중간 번호 부터는 재독

첫권과 마지막권은 수십독을 해도 부족할 만큼
최고의 작품입니다(나머지 현대 문학 작품들이 시시하게 느껴질 정도로)

되찾은 시간 원래는 600페이지 정도 분량인데 이번에 두권으로 쪼개서 지하철과 함께 타도 됩니다 ㅎㅎㅎ

별다방 마들렌은 맛이 별로인데
이번에 혹쉬라도 김희영 교수님이 해설집을 출간 하신다면
콜라보를 해야 ^^

blanca 2022-11-18 09: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김희영 교수님은 일흔이 넘으셨어요? 세상에...정말 지금 온몸에 소름이...존경스럽네요. 읽기도 황송합니다. 저는 지금 두 권 한꺼번에 주문 안 하고(대체 왜?) 12권 거의 다 읽어가요. 책갈피 너무 아쉬워요. 제가 사고 나서 준다고 뜬 것 같아요. (미워.) 솔직히 전쟁 이야기만 계속 장광설처럼 나와서 아, 힘들다, 하고 있는데 후반부로 가면서 역시 나는 완독할거야, 불끈 합니다.

저는 어제 임윤찬 티켓팅 좌절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다 울다 이러는 중입니다.

scott 2022-11-18 10:08   좋아요 3 | URL
저도 이번에 깜짝 놀랐습니다
짐작해서 68세 정도라고 생각 했는데
이분이 육십 초반 부터 번역을 시작 하셔서
이번에 완역 하셨고
은사 이신 프랑스 교수님은
이미 아흔살을 넘으셨다고 합니다
책갈피 원래
잃시찾 2만원 이상
민음사 책 포함 삼마원을 사야 줬는데
응24에서 잃시찾 한권 포함 민음 세문집 한권 이상 이만원으로 책갈피 줘서 알라딘에 급 변경을 ㅎㅎㅎ


전쟁 이야기는 프랑스 인들도 지겨워 합니다
이부분은 그냥 건너 띄고
나보코프도 극찬한 스완네 집과 되찾은 시간 만 완독해도
프루스트가 어떤 작가라는 걸 알게 됩니다
첫 문장과 13권 마지막 문장이 하나로 이어져 있습니다

임윤찬, 임윤찬,,,,,

이제 표 구하기는 하늘에 별따기 보다 힘들어진
대 스타 ^^

blanca 2022-11-18 10:12   좋아요 2 | URL
스캇님, 되찾은 시간2는 전쟁 이야기 안 나오나요? 느무 힘들어요. 사실 이거 중간까지 읽다 완독에 목매지 말고 멈추자, 티켓팅도 실패하고 기분도 안 좋고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했는데...되찾은 시간2가 <잃어버린~>의 정수인가요? 사실 아직 구입 전이라...

김희영 교수님 인터뷰 좀 찾아봐야겠어요. 경이롭네요. 그 연세에 이런 각주까지 다 찾으셔서 진짜 단 한 문장도 허투루 넘어간 대목이 없더라고요. 읽는 사람도 힘든데 이걸 다 찾아서 분석하고 더하고 이게 과연 평범한 사람이 해낼 수 있는 일인가 싶더라고요.

scott 2022-11-18 10:53   좋아요 1 | URL
되찾은 시간 1과 2 사이에 시간의 공백이 있습니다.
프루스트가 마지막 장은 이미 1922년 봄에 써 놓고 11월 세상을 뜨기전에 되찾은 1,2를 완성 했습니다
시대적 배경은 1차대 전 이후 혼돈으로 휩싸인 파리, 한차례 전쟁의 광풍이 지나간 이후의 살아 남은 이들의 모습이 나옵니다

잃시찾은 완독을 목표로 삼지 말고 읽어야
저절로 책을 펼쳐 놓게 되고
솔직히 현대 문학은 거의 대부분 잃시찾의 파편들에 불과 합니다 ^^

초란공 2022-11-18 10: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프루스트가 아마도 삼촌뻘인 철학자 앙리 배르그송의 결혼식 들러리를 섰다는 걸 어디서 읽은 기억이 나요. 이쪽 집안은 애초에 우수한 유전자들인가 봅니다. ^^;;

scott 2022-11-18 10:53   좋아요 2 | URL
동생도 유명한 의사 였죠 ^^
전쟁의 광풍으로 20세기 천재들 안타깝게 세상을,,,,

새파랑 2022-11-18 12: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책갈피 예뻐서 함부러 책갈피로 못쓰겠더라구요 ㅋ 역시 프루스트 하면 스콧님~! 김희영 교수님~!

스콧님을 한국의 프루스트로 ^^

헤밍에이 저 책 탐나네요. 내년 스타벅스 여름 프리퀀시 사은품으로 잃시찾을 주면 정말 좋을거 같네요. 불가능하겠지만 ㅋ

scott 2022-11-18 18:12   좋아요 2 | URL
민음 ×스벅 헤밍웨이 수록작 괜찮았습니다 솔직히 책갈피에 애정 없었는데 실제로 보니

완독의 열정이 🌅

햇살과함께 2022-11-18 18: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너무 예쁘네요^^ 12월에 민음사 온라인 패밀리데이 할 때 1권만 사볼까요?!

scott 2022-11-18 18:13   좋아요 2 | URL
1권이라면 스완네 집쪽으로 추천 😍

바람돌이 2022-11-18 20: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런 역작을 쓴 프루스트도 대단하지만 그걸 완역해낸 번역가 김희영선생님도 정말 대단하십니다. 인터뷰 기사를 봤는데 진짜 무슨 사명감 내지는 종교인의 구도 이런 느낌이 들더라구요. 가끔 돌아가시기 전에 이런 역작들을 완성해주신것에 아주 감사할때가 있는데 저는 콜린 매컬로가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를 완성해준 것에 너무 너무 감사하거든요. ^^

scott 2022-11-18 21:59   좋아요 2 | URL
그쵸!
제가 판형 별로 갖고 있는데 이번엔 그냥 건너 뛰어 버릴려다가
교수님의 십년의 역작을 완역 하신 모습에 감탄을,,,하고 구입을 ^^

바람돌이님에게는 콜린 매컬로가 ^^
시력을 잃고도 마지막 까지 원고를 붙들고 있었던 열정

한없이 겸손한 마음이 듭니다 ^^

페넬로페 2022-11-18 21: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김희영 번역자가 73세나 되신 분이군요.
와 이 많은 분량의 번역을 하시다니 넘 대단하시네요. 저도 1권이 제일 맘에 들었어요. 책갈피 저도 구매했어요 ㅎㅎ

scott 2022-11-18 22:03   좋아요 2 | URL
70세 번역
그것도 프루스트 작품을 완역 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데
현재 어떤 문장들을 뜯어 고칠 지 고심하고 계신다고 합니다
아마도 재판을 찍을 때 수정 하실지도

1권은 불멸의 역작으로 수없는 철학자 문인 예술가들이 인용하는 구절이 전부 1권에 들어 가 있습니다 ㅎㅎ

북마크 만지작 거리니 더더욱 열독에 불이 활!활!🔥🔥🔥

희선 2022-11-19 02: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나오면 읽어봐야지 한 사람도 있을 것 같아요 번역도 오래했군요 프루스트가 글을 쓴 시간보다 몇해 적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한국말로 옮겼네요 끝까지 하신 김희영 님도 좋으실 듯합니다


희선

scott 2022-11-19 22:14   좋아요 1 | URL
그쵸!
역자님의 진념에 감탄! 하게 만드는 또하나의 시간의 역사가 완성 된 것 같습니다
하루에 원서 기준 대 여섯 장씩 번역 하셨다는데
이렇게 10년을 쌓아 올리니
별 생각 없었던 독자들도 탐복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

꼬마요정 2022-11-20 17: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저는 펭귄클래식에서 나온 책을 가지고 있는데요, 김희영님 번역으로 바꿔야 할까요ㅜㅜ 음… 언제 읽을 수 있을지 모르는데 왜 다 사 둔 걸까요 ㅎㅎㅎ

scott 2022-11-21 00:35   좋아요 2 | URL
펭귄 번역본 이형식 교수님 사전 프라임 편찬 하셔서 번역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데 이분은 아마 1956년에 출간된 걸 번역 하셨을 겁니다

제가 여러 판형과 번역본을 갖고 있는데

김희영 교수님이 1권에서 13권으로 순차적으로 출간 할 때마다 번역 실력이 유려해지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13권 전체 각 판형과 비교 해보고 놀랐습니다 ^^

요정님 구입하신 판본으로 읽어도 감동의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을 겁니다 ^^

꼬마요정 2022-11-21 10:39   좋아요 2 | URL
고맙습니다!! 스콧님은 모르시는 게 없는 것 같아요. 멋져요^^

scott 2022-11-22 15:02   좋아요 2 | URL
요정님 오늘 하루
멋지게 ^^

mini74 2022-11-29 21: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잃시찾하면 이제 미미님 스콧님 페넬로페님 떠올라요 ㅎㅎ 첫 눈에 반한 책을 완역한 김희영교수님의 이야기도 멋집니다~

scott 2022-11-29 22:33   좋아요 0 | URL
마들렌 삼둥이 멤버에
미니님도 끼여 들입니다
사둥이 마들렌 멤버 힘입고

╭◜◝ ͡ ◜◝ ╭◜◝ ͡ ◜◝
(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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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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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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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이에게 마들렌 프루스트옹 세트 내달라고 장문의 메일을 보내겠습니다 ^^
 

사실을 말하자면 나는 미래에서 오는 정보의 노예가 되었다고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고, 일기에 적힌 인생 이외의 다른 인생을 살 수 있다는 착각에 매달릴 필요를 느낀 적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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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14 1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14 2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립백 콜롬비아 엑셀소 디카페인 - 12g, 5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10월
평점 :
품절


미디엄 다크 로스팅한 원두로 물을 부을 때 원두에서 올라오는 첫향은 마일드한 고소한향이 느껴진다. 첫번째 한 모금은 밋밋한 알라딘 원두 특유의 맛이 느껴지고 마지막 단맛이 느껴지는데 상큼한 오렌지나 체리향 맛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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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책장 2022-11-04 22: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scott님, 원두전문가이신가요? >.<
저도 알라딘 드립백 나오면 대부분 다 구매해서 먹어보는 것 같아요ㅎ
장바구니에 담긴 책들 결제하려고 보면 드립백이 창에 떠서 안 살 수 없게 만들더라구요..☞☜

scott 2022-11-04 22:37   좋아요 2 | URL
네 전 한때 로스팅도 직접해서 원두 향 맛 맡아도 원산지 맞춥니다 🤗
알라딘 원두 특유의 밋밋한 맛이 있습니다🙊

하나의책장 2022-11-04 22: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전문가 느낌이 났었는데...
scott님.. 대체 못 하시는 게 도대체 뭔가요? 다방면으로 박학다식하셔서 존경스러워요^^

scott 2022-11-04 23:03   좋아요 1 | URL
하나님도 !박학다식! ㅎㅎ

전 일상에 헛점이 많습니다
그러니까
자동차 엔진은 고칠 줄 알아도

운전은 못하고
레이싱은 좋아 하능 ㅎㅎㅎㅎ

독서괭 2022-11-05 12:53   좋아요 2 | URL
네? 운전은 못하시는데 엔진을 고칠 줄 아신다고요? 스콧님 알수록 신기한 분😳

책읽는나무 2022-11-05 07: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럼 어떤 단맛일까요?
콜롬비아 디카페인은 진하게 내리면 한 번씩 흑설탕같은 단맛이 나는 것 같은데 그런 단맛일까요?^^

scott 2022-11-05 07:52   좋아요 1 | URL
정확합니다 🤗
설명서에 표기된 상콤한 과일맛이 아닌 과당맛 나는 단맛 ^^

서니데이 2022-11-06 23: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번 커피 괜찮은 것 같아서 다행이네요.
저도 며칠 전에 사서 책과 함께 다음주에 올 것 같은데, 기대해보겠습니다.
scott님,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scott 2022-11-06 23:28   좋아요 1 | URL
드립백 보다 원두가 훨씬 낫다고 합니다.

저는 한 번 구매 하면 2킬로 정도 양을 구매 하기 때문에
알라딘 원두 200그램은 일주일 분량 ㅎㅎㅎ
가끔씩 드립백으로만 구입하게 되네요^^
 
오, 윌리엄! 루시 바턴 시리즈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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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 아홉 살에 접어든 윌리엄 게르하르트의 겉모습은 회색이 섞인 흰색의 풍성한 콧수염을 지녔고 숱이 풍성한 머리칼은 커트로 잘 손질 되어 있다.

윌리엄은 예순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큰 눈을 유지 하며 키가 크고 옷을 아주 잘 입었고 드물게 한 번 씩 고개를 뒤로 젖히고 껄껄 웃는 유쾌한 성격이다.

그의 실험실 조교는 아인슈타인 같은 외모라고 말하지만 그의 첫 번째 아내이자 소설가인 루시는 서로 전혀 닮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윌리엄 게르하르트와 루시, 두 사람 사이에 두 명의 딸이 있었지만 수 년 동안 내연 관계를 유지 했던 윌리엄의 외도로 인해 이 십 년의 결혼 생활이 깨져 버렸다.

이혼 후 루시는 자신의 원래 성이 바턴으로 돌아와 소설가로 멋지게 성공하고 전 남편 윌리엄은 한 번 더 이혼하고 세 번째 결혼한 아내와도 헤어진다.

그리고 루시의 두 번째 남편 데이비드도 세상을 떠나고 전 남편 윌리엄은 함께 슬퍼 하며 홀로 남은 루시의 안부를 걱정한다.


'나는 생각한다. 슬픔은 당신이 유리로 된 아주 높은 건물의 긴 외벽을 미끄러져 내려오는데 당신을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과 같다.'


지독할 정도로 가난하면서 암담한 현실 속에서 힘겹게 대학에 진학한 루시와 달리 첫 번째 남편 윌리엄은 외동으로 모든 걸을 갖춘 환경에서 성장 해서 타인의 처지를 크게 헤아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이혼 후 연달아 사귀었던 여자들이 차례 차례 자신의 곁을 떠나 버리자 차츰 죽음이 가까워 지고 있다는 공포심에 사로 잡힌다.

윌리엄이 느끼는 공포심은 크게 두 가지로 하나는 자신을 낳아 준 엄마 캐서린과 그리고 열 네 살에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관련 되었다.

그는 공포심을 느낄 때 마다 자신의 첫 번째 아내 루시를 떠올렸고 마침내 한밤중에 전화로 도움을 요청한다.

루시는 전 남편과 함께 살던 시절 이따금씩 유쾌하면서 온화한 성품의 남편에게 다가가기 힘든 어떤 묵직한 덩어리를 느꼈다.

그녀는 그 묵직한 덩어리가 자신 때문인 걸로 알고 있었고 종종 남편도 그녀 탓으로 돌렸다.

하지만 서로 헤어진 후 , 서로의 상태를 확인하며 안부를 물으며 안 좋은 일을 당하면 적극적으로 도와주며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되었다.

불우한 가정 환경 속에서 마음 한 구석에 커다란 두려움을 갖고 있었던 루시에게 첫 번째 남편 윌리엄은 태어나서 난생 처음 가져 본 집과 같았다.

반면 그녀의 두 번째 남편 데이비드는 유대교 교리를 엄격하게 지키는 하시드파 유대인으로 열 아홉살 때 가난한 유대인이 함께 사는 공동체를 떠난 후 죽기 전까지 혈육과 어떤 연락이나 만남도 가지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어린 시절 텔레비전이 없는 가정에서 성장 하며 세상의 모든 이치를 스스로 찾아 다니며 깨달았다.

어린 시절 사고로 한쪽 골반이 반대 쪽 보다 더 올라가 있어서 심하게 절뚝 거렸던 두번째 남편 데이비드

루시는 그와 함께 사는 동안 그의 걸음에 맞춰 생활 하며 서로의 집이 되어 주었다.

루시는 시종일관 전 남편과 함께 살던 시절, 두 아이를 키웠던 순간 그리고 시어머니 캐서린의 모습을 떠올리며 쉼 없이 떠오르는 자신의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가끔씩 연락하는 오빠와 언니와의 관계를 들춰보고 되돌아 보며 자의식에 가득 찬 자기 고백적인 시각으로 윌리엄의 삶을 이야기 한다.


[나는 소설가라서 이 이야기를 거의 소설처럼 써야 하지만, 이건 진실이다- 내가 써낼 수 있는 최대한의 진실이다. 그리고 나는 말하고 싶다-

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내가 윌리엄에 대해 뭔 가를 이야기 한다면, 그가 내게 말해줬거나 내 눈으로 직접 봤기 때문에 말하는 것이다.]


루시가 직접 목격했거나 전해 들은 이들 그리고 오랜 세월 함께 살았던 윌리엄, 윌러임과의 사이에서 낳은 크리시와 베카, 윌리엄의 엄마인 캐서린, 윌리엄의 다음 부인들인 조앤과 에스텔과의 이야기들이 루시의 삶에 불쑥 불쑥 튀어 나온다.

루시는 마치 이들의 삶 속에 공기처럼 떠다니며 스쳐 지나가듯 발생 했던 일련의 사건들을 펼쳐 보인다.

인생에서 힘든 일을 겪고 나서도 전 남편 윌리엄은 품위와 권위를 결코 잃어 버리지 않았다.

두 사람은 결혼 생활 동안 그리고 각자의 길을 가고 나서도 마치 깊은 숲 속에서 길을 잃은 헨젤과 그렌텔 처럼 서로를 의지 했다.

어린 시절에 겪었던 배고픔을 절대로 잊지 못하는 루시

난방이 되는 호텔 방에서도 추위를 느끼는 그녀는 평생 동안 지독한 가난의 냄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당신 어머니는 나와 같았어. 끔찍히 가난한 가정에서 자랐고, 아마 아버지도 끔찍했을 거야... 그러니까 그녀는 ...나도 무슨 뜻으로 말한 건지 모르겠어. 하지만 당신은 같은 유의 여자와 결혼 했어. 윌리엄, 세상에 고를 수 있는 다른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당신은 당신 어머니 같은 여자를 고른 거야. 나는 ....심지어 나는 아이들도 버렸어.'


루시는 두 번째 남편 데이비드와 결핍을 공유하며 안쓰러운 존재 처럼 위로 하며 살았지만 서로에게 안락한 환경, 정서적으로 안정된 집이 되어 주지 못했다.

루시의 시선은 시어머니 캐서린 톨의 어린 시절에 살았던 집, 윌리엄과 루시가 살았던 집, 데이비드와 루시가 살았던 집, 윌리엄과 에스텔이 살았던 집을 지나 자신과 함께 가정을 이루었던 윌리엄과 데이비드 그리고 각자의 부모들이 이룬 가정을 보여주며 이런 말을 내뱉는다.


'나는 사람이 뭔가를 실제로 선택하는 건-기껏해야- 아주 가끔이라고 생각해. 그런 경우가 아니면 우린 그저 뭔가를 쫓아갈 뿐이야-심지어 그게 뭔지도 모르면서 그걸 따라가...'

어쩌면 글쓰기는 루시의 소명이자 운명일지 모른다.


'나는 아주 좋은 삶을 살았어요.' 라는 말은 한 편의 동화 속 이야기 일 뿐이다.

어두운 추억과 경험은 인간의 기억 중에 가장 밑바닥에 눌려져 있어도 어느 날 불어오는 바람에 그 어둠은 들춰지고 누군가의 말 속에서 그 시절의 아픔을 떠올리게 된다.

시간이 흘러 지난 시절의 모습을 떨쳐 버려도 어둠의 기억이 희미해져 버려도 아픔과 고통이 배어 버린 영혼은 절대로 잊혀지지 않는다.

[내 어린 시절의 커튼이 다시 한번 내 주위로 내려오는 듯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끔찍한 폐쇄, 조용한 공포, 이게 내가 느낀 감정이고, 내 어린 시절 전체가 그것이었다.

....어린 시절 내내 품었던 암울한 숙명의 느낌을 아주 조용히, 하지만 생생하게 기억하는 것, 이런 식으로 재현 시키는 것, 그 감정이 다시 돌아온 것은 내게 음울하고 무섭고 서글픈 영역을 보여주었다. 출구는 없었다.]


사람들이 자신에게 기분 좋지 않은 냄새, 찌들린 가난이 묻어 나는 냄새가 풍길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떨쳐내지 못한 루시는 거대하고 텅 빈 공간 속에 전 남편의 얼굴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랑의 감정을 품었던 남자의 모습을 떠올린다.

자신을 사랑했지만 늘 불안하게 만들었던 그 남자, 여러 해 동안 그에게 받았던 따스한 위로 만은 절대로 기억에서 지우지 않았다.

도시 에서 가장 멋진 불빛을 내뿜는 뮤지엄의 불빛 같았던 남자 윌리엄, 루시는 자신과 헤어진 후 여러 일을 겪는 동안 그가 느꼈던 공포와 불안에서 벗어나게 해주려고 노력 하면서 평생 마음 속에 품고 다녔던 헨젤과 그레텔의 모습을 떨쳐버린다.

우리는 타인의 상황을 진심으로 이해한다고 믿지만 아주 작은 부분만 이해 할 뿐 온전히 이해 하지 못한다.

우리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감정, 내면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채 수시로 꿈틀거리는 어둠의 공간은 어느 순간에 어떤 모습으로 눈 앞에 나타날지 모른다.

타인은 절대로 이런 모습, 이런 감정을 알아 채지 못한다. 어쩌면 우리는 가장 가깝다고 느끼는 혈육,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을 영원히 이해 하지 못할지 모른다.

우리가 공감한다고 느꼈던 타인의 모습은 어쩌면 단 한 번도 헤아려 본 적 없었던 것들로 우리 모두 서로에게 미스터리 한 존재다.



'오 모든 이여. 오 드 넓은 세상에서 살아가는 소중한 모든 이여. 우리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심지어 우리 자신 조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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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11-02 15: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둠 속에서 잠자던 기억이 튀어나와서 자신의 내면을 흔들 때 타인은 그 모습을 생경하게 느끼겠구나 생각이 드네요. ˝(평소답지 않게) 왜 그래?˝ 상황이 떠오릅니다. 이건 언제 튀어나올지 자신조차도 모르는 거니까요. 우리는 서로에게 미스터리한 존재일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scott 2022-11-02 16:05   좋아요 3 | URL
오😄화가님 작가 스트라우트도 화가님이 언급했던 그 어둠속 감정을 정확하게 묘사 합니다
우리 모두 잠재된 어둠 평생동안 못 떨쳐내는것 같습니다
무의식적으로 툭 튀어나오는 어둠 우울한 기억에서 벗어나기 힘든것 같습니다 ^^

그레이스 2022-11-02 16: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루시 버튼의 그 루시의 후속인가요?
스트라우스 전작 읽기 하다 멈췄는데 이 책도 궁금했어요^^
이제야 정신차리고 북플 방문중인데 올라온 글들이 너무 많아서 언제 다 보나 싶네요^^

scott 2022-11-02 16:52   좋아요 3 | URL
네 루시 바턴의 첫번째 남편 이야기 입니다
이번엔 바닷가 루시로 후속편신작 발표 했습니다
아마 한쿡말은 내년쯤 😊

alummii 2022-11-02 20: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윌리엄 인기가 뜨거워요 ~~저희동네 도서관 북페이백신청이 설거지하다가 깜박해서 몇시간만에 품절났어요 흑 ㅜㅜ

scott 2022-11-02 21:06   좋아요 1 | URL
오😅넘 안타깝습니다 ㅠㅠ
알럽미미님 손에 반드시 가야 하는뎅😂

바람돌이 2022-11-02 21: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타인을 이해한다는건 정말 불가능한걸까요?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만이 유일한 타인에 대한 최대의 배려인걸까요? 책을 보면 정말 많은 작가들이 타인에 대한, 또는 사랑하는 이에 대한 이해불가능성을 얘기하는데 저는 조금 의문이 들기도 하더라구요. 완전한 이해는 어차피 내가 그 또는 그녀가 아닌 이상 불가능하지만 그럼에도 소통과 공감은 그 비슷한 경지에는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요.

scott 2022-11-02 21:54   좋아요 1 | URL
태생적으로 인간은 누군가에게 이해 받고 공감 받고 싶어 하는 본능이 있습니다
동물 세계에서 영장류 동물들도 비슷한 성향을 갖고 있고
가족 끼리 함께 살다 보면 어느 순간 부터 자신의 말만 하고 있습니다.
sns시대에 소통의 부재가 더 심각해졌죠.
내 상황과 처지를 헤아려 주길 바라는 게 인간의 심리

아마도 세상의 모든 작가들은 이런 미스터리한 인간의 심리를 파고 들어야 스토리가 나온다는 걸 잘 알고 있나봐요.

항상 상대방을 향해 열린 생각과 마음으로 대해도 그것 자체를 잘 받아 들이지 못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새파랑 2022-11-02 22: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두번째 남편과 살면서 첫번째 남편과 더 마음을 터놓는게 신기하네요 🤔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갑니다 ㅋ 역시 사람은 미스터리~!

scott 2022-11-02 22:30   좋아요 3 | URL
두 사람 사이에 아이들이 있어서 이혼 후에도 친구 처럼! ㅎㅎ
외도를 했지만 첫번째 남편과 나쁜 감정으로 헤어지지 않았서 ㅎㅎ

열길 물속은 알아도 사람 속은 몰라유 ~@@@

alummii 2022-11-02 23:11   좋아요 2 | URL
우리 동네 클났네요 ㅋㅋㅋㅋㅋ 😂

mini74 2022-11-03 0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윌리엄이 난생 처음 가져본 집과 같다니 넘 좋네요. 저는 남편이 음 … 난생 처음 가져보는 대형 댕댕이같다는 느낌을 ㅋㅋ 가끔 승질부리고 물기도 하지만요 ~

scott 2022-11-03 00:34   좋아요 1 | URL
대형 댕댕이!
이가 되었다는 건
미니님이 무엇이든지 잘 해주기 때문에
사랑둥이 똘망이 처럼
미니님의 댕댕이로! ㅎㅎㅎ

그럼에도 미니님과 남편 분
천생 연분 이신 것 같습니다 ^^
 
굿바이, 욘더
김장환 지음 / 비채 / 2022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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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적인 서버 또는 네트워크의 이름인 욘더라는 공간은 일반적인 네트워크 사용 방법으로 접근 할 수 없다.

만일 욘더에 접속 하려면 그곳에서 사용 할 수 있는 컴퓨터 언어를 사용 해야 한다.

사이버 스페이스 세상에서 욘더는 인간 세상의 그곳, 천국 같은 곳으로 인간이 바랄 수 있는 모든 만족이 구현 되어 있어서 진정한 쾌락과 행복을 추구 할 수 있는 곳이다.

욘더에서 사용 하는 컴퓨터 언어를 익혔다고 욘더에 접속 할 수 없다.

오로지 욘더가 허락을 할 시간에만 가능하다.

일부 주장에 따르면 유체 이탈과 같은 초 현상적인 영혼들만 갈 수 있다거나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 '브레인 다운로드'를 통해 가상 체험까지 가능하다는 설이 있다.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연쇄 자살 사건의 배후로 욘더가 지적 되고 있다.

자살자들은 자신들의 육체를 지구에 버리고 사이버 세상의 천국 욘더로 이주 했을지 모른다는 추측 설이 끊임없이 제기 되고 있다.

스스로 목숨을 끊어서 라도 가고 싶은 곳 <욘더>

현재의 삶이 사라지더라도 그곳에서는 영원 불멸 한 행복을 이룰 수 있는 그곳이 본격적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 시작 한건 바로 최첨단 과학 기술로 완성한 <브레인다운로드>가 가능해진 세상이 도래 하고 부터다.

현실에서 시도 할 수 없는 것들을 가상의 천국 <욘더>에서는 시도 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상 공간에 살게 되는 순간 물질적 집착이나 식욕도 사라지고 질병에 걸려 앓다 죽는 일도 없기에 누구나 꿈꾸는 천국이 되었다.

하지만 가상 공간의 천국에 가고 싶은 이들이 줄줄이 자신의 목숨을 끊어 버리는 사건들이 발생 하자 엔지니어들과 과학자들이 이 기술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표출하기 시작 했다.

2050년의 세상에서 인간이 발전 시킨 과학 기술 그리고 의학은 각종 시뮬레이션 분야와 로보틱스 분야를 인간이 사고 할 수 있는 그 이상까지 끌어 올렸지만 이 기술이 현실에서 실현 가능 할 수 있다는 걸 어떤 전문가들도 확신 하지 못했다.

'나는 죽음이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것이면 좋겠어.'


브로핀 헬멧을 쓰고 침대에 누운 이후는 이렇게 중얼 거렸다.

'희미한 영혼이라도 남아 있으면...그게 당신을 그리워 할까 봐.'

브로핀에 깊이 빠져들면서 이후는 더 많은 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정신이 둥실 둥실 떠다니고 심장 박동을 탐지하는 장치가 부지런히 신호를 전달 하고 있다.

이후는 브로핀 헬멧을 통해 무엇을 보고 있을까?

화면 정지를 알리는 형형색색의 파노라마 일까? 아니면 누군가와 함께 보냈던 순간을 보고 있을까?

브로핀 헬멧은 이후가 선호하는 것들, 취향, 즐겨 찾았던 사이트, 지인들과 주고 받았던 메세지들을 빠른 속도로 분석해서 이미지로 보여 주고 있다.

이후는 지금 가상 현실 속에 살면서 육체의 고통을 힘겹게 견디고 있다.

'마지막 순간까지 존엄성을 지키며 임종을 좀 더 쾌적하게 맞이하도록 돕는다.'

'브로핀 페인 디스트랙션 프로그램'은 마지막 치료로도 회복하기 힘든 환자들의 고통을 줄여 주기 위해 이런 가상 현실 속에서 행복함을 느끼게 만든 프로그램이다.

마지막 숨을 내쉰 이후는 가슴 위 파르르 작은 요동을 일으키면서 영원의 시간 속으로 떠났다.

아내 이후의 마지막 순간, 고통을 줄여주는 브로핀 헬멧을 쓴 채 숨을 거둔 모습을 지켜본 남편 홀은 병원 측에서 제시하는 장례 절차 사항에 무의식적으로 1번을 터치 했다.

화면은 다음 메뉴로 넘어갔고 남편 홀은 다시 1번을 터치했다.

1번-시 市가 권장하는 방법에 따라 재再 처리 합니다.

시신을 재로 만들어 처리 한다는 것은 시신을 화학적인 원소로 환원 시켜 세상으로 돌려 보낸다는 의미로 홀의 아내 이후의 육신은 세상 곳곳으로 흩어져 버릴 것이다.

남편 홀은 아내의 육신이 작은 분자로 쪼개져서 어떤 사물과 만나 어떤 형태로 든 자신이 숨을 쉬고 있는 동안 다시 돌아올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잠시였다. 남편 홀은 오랜 시간 암으로 투병하다 세상을 떠난 아내를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사실, 그녀와 함께 했던 모든 시간을 떠올리며 깊은 슬픔에 빠진다.

슬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던 어느 날 남편 '홀'은 세상을 떠난 아내의 아바타 얼굴이 뜬 메일들이 주르륵 도착한다.


'나 여기 있어. 다른 데 가지 않았어. 벌써 시간이 많이 되었네? 내가 보고 싶지 않아? 나를 만나러 오려면....'


아내 이후가 살아 있는 동안 자신의 기억을 모아 사이버 공간에 저장해두었다는 걸 알게 된 남편 홀은 아내와 함께 있을 수 있는 마지막 장소 ‘욘더’로 들어가기 위해 자신의 육신을 버리기로 결심한다

'거기 가려면 일단 죽어야 하죠. 일종의 짧은 환각적인 여행이 될 거예요. 그 이상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다만 당신 뇌가 지나친 충격에 노출되어 여기도 아니고 거기도 아닌 곳으로 완전히 가버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거죠. 안에는 알약도 들어 있어요. 주사기를 싫어하실 것 같아 대신 놓었죠. 당신을 죽이기 위한 약이 아니라 업로드가 안전하게 끝날 때까지 몸의 기능을 유지하게 하는 용도에요. 최고도로 훈련된 명상가들이 심박수나 호흡을 최대한 느리게 하는 뭐 그런 체험을 하게 될 거예요.'


'욘더'라는 곳은 현실 어디에도 존재 하지 않는 가상의 공간이다.

그곳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현실에서 경험한 인간의 기억에 담긴 이미지를 감각 회로를 이용해서 방대하게 자료를 수집한 곳이다.

고도로 진화한 브레인 다운로드 기술로 만든 가상 현실 속에서 인간은 지난 시절의 경험을 '욘더'라는 곳에서 무한 반복 재생 시킬 수 있다.

행복한 순간만 원한다면 '욘더'는 '행복'이미지로만 편집된 공간을 보여 줄 것이다.

그곳에는 수 만개의 명령어들만 입력 되고 있다.

'이곳에 거리를 만들어라.' 이곳에 이런 모양의 집을 지어라.' '이곳에 이런 음식만 맛볼 수 있게 해라.'

인간의 뇌 속에 저장된 기억의 이미지들은 촘촘한 통신망을 거쳐 하나의 거대한 가상 천국을 건설한다.

각각의 명령의 지시어가 떨어지는 즉시 각자의 기억들이 원하는 가상 천국에서는 오로지 자신이 원하는 것들만 보고 느낄 수 있다.

2050년 세상은 아수라장으로 변해 버렸다.

도시 곳곳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이 엄청난 속도로 늘어나고 '욘더' 접속량은 무서운 속도로 증가 하며 수 만개의 아바타들이 가상의 천국의 문을 두드렸다.

정부는 직접 나서서 사이트 폐쇄를 시도 하고 사이버 테러리스트들은 일제히 '욘더'를 공격 하며 사이트를 운영하는 배후 세력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자신들의 육신을 버리고 오로지 사이버 공간 속 천국에서 영원 불멸 한 행복을 꿈꾸는 사람들

사랑하는 아내 이후가 있는 그곳에 가고 싶어 자신의 목숨을 끊으려는 남편 홀

'알파는 베타를 사랑해서 수 많은 아바타를 만들어 놓고 욘더로 들어가기 위해 땅으로 돌아갔다.'

죽어 버린 영혼은 정말로 사이버 공간에서 영원히 살아 움직이는 아바타가 되었을까?

아내 이후는 남편이 자신이 죽음의 길을 따라 오길 바랬을까?


[처음 여기 들어왔을 땐 정말 어리둥절했지. 내가 생각했던 죽음이 아니었으니까. 누군가 당신을 다시 볼 수 있다고 말했을 땐 진짜 기뻤어. 하지만 그건 내가 당신을 불러들여야 한다는 것이었고 그건 당신이 죽어야 한다는 뜻이었지. 그렇게는 할 수 없었어. 다만 언젠가 당신을 만날 수도 있다는 희망이 나를 지탱해주었지. 그런데 당신이 실제로 왔고, 더 바랄 것은 없었어. 정말 행복했고...]


브로핀 헬멧을 뒤집어 쓴 채 침대에 눈을 감고 있는 남편의 모습을 본 아내 이후...

지난 시절 행복한 순간의 기억만 무한 재생 되는 그곳 '욘더'는 꿈의 낙원, 영원불멸 한 삶을 원하는 이들의 천국일까?


'내가 저 세상에서 당신을 만나 사랑한 것은 당신에게 넘치던 삶의 활기 떄문이었지. 당신과 함께 있으면 내가 살아 나는 것 같았기 때문에. 당신은 이미 죽었어. 더 죽을 필요는 없지.'


인간의 뇌는 숙면을 취하는 동안 각양 각색의 이미지들이 나오는 꿈을 꾼다. 꿈 속에서 지난 시절의 모습을 보기도 하고 절대로 현실에서 갈 수 없는 그곳에 갈 수 있다.

그리고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가족들이 꿈에 나타나기도 한다.

뇌를 다운로드 받아 사는 죽은 자들의 도시, 사이버 천국 '욘더'에서 인간은 꿈을 꿀 수 없다.

오로지 저장되고 편집 된 '기억'의 이미지들이 요동치는 곳에서 지시어와 명령어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가상 공간이 만들어낸 불멸의 천국이 무엇을 만들고 건설하고 창조 해나가도 인간의 따스한 온기와 감정을 되살려 내지 못할 것이다.

이미 죽어 버린 인간이 남긴 기억들은 오로지 살아 있는 이들의 마음 속에 영원히 남겨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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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2-10-27 23: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최근에 정주행한 드라마입니다! 글차나두 원작이 있다고 크레디트에 나오길래 궁금했는데 정리해주신 내용 잘볼게요~

scott 2022-10-27 23:28   좋아요 3 | URL
남주 신하균이 원작 이미지와 별로 맞지 않습니다 ㅎㅎㅎ

서곡님 원작 좋아 하실 것 같아요.

10년전 작품인데
세련된 기술들이 등장 합니다 ㅎㅎㅎ

서곡 2022-10-27 23: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굿닥터가 수출되었듯이 외국에서 리메이크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 드라마였습니다~원작은 모르지만 신하균이 적역인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ㅋㅋ 다른 ott에서 스타트업 경영자인가로 나오는 코미디에서만큼 찰떡연기가 아니었어요

scott 2022-10-27 23:35   좋아요 3 | URL
눈빛이 넘 쾡해서
요즘 활동하는 남주들과 달리 넘 늙 ㅋㅋㅋㅋ

한국 드라마 화면 영상 편집 모두 뛰어나서
해외 시장에서 잘 팔릴지 몰라도

남주
넘 아쉬워요 ㅎㅎㅎㅎ

서곡 2022-10-27 23:3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흠 딴얘긴데 종이의집 한국판에서 교수역을 신하균이 했다면 그래도 괜찮았을 거 같습니다 갑자기 든 생각입니다 ㅎ

scott 2022-10-27 23:41   좋아요 4 | URL
오😄 서곡님 캐스팅 안목👍👍👍
제가 신배우 눈빛을 커다란 화면으로 보면 좀 무서워 합니다
얼굴 근육 심줄 나온것 까지 보이기도🙈

서곡 2022-10-27 23: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말씀하신 눈이 퀭 포인트에서 아이디어가 ㅎ 네 특유의 광기가 있죠

scott 2022-10-27 23:47   좋아요 4 | URL
주변에서 시술을 권하고 있는데

배우는 얼굴로 연기하며 늙는다고
거부 하고 있데요 ㅎㅎㅎ

눈꺼풀 접혀지는 건
원래 청춘 때 부터 그래서
시술로도 힘든 ㅎㅎㅎ

희선 2022-10-28 00: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드라마 원작 소설이군요 본래 2010년 쓰인 거였네요 이런 소설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아는 사람은 알았을 것 같습니다 SF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좋은 것만 있는 게 좋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살면서 힘든 일 큰 일 없으면 좋겠다 생각하면서도...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곳에 가고 싶을지도 모르겠네요


희선

scott 2022-10-28 11:20   좋아요 4 | URL
네 작가님이 뉴질랜드로 이민 가고 나서 작품을 쓰셨다고 합니다
가상현실에 관한 한국 소설중에 매우 우수한 작품이고
워낙 원작이 탄탄해서 드라마로 제작 된 것 같습니다.

SF류이지만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오히려 통속 소설이 시대에 맞지 않아서
읽기 어려울때가 ㅎㅎㅎ

지금도 수많은 이들이 가상 세계 sns에서 각기 다른 아바타 아이디를 달고 살고 있죠^^

페넬로페 2022-10-28 00:5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올려주신 영상에서 신하균배우가 말했듯 저도 욘더가 뭐지? 라는 질문부터 먼저 했어요. 가상의 공간에 대한 이해가 워낙 느려 이 책 이해하기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티빙은 구독하지 않아 이 드라마는 못볼것 같네요.
원작으로 읽어야겠어요^^

scott 2022-10-28 11:21   좋아요 5 | URL

가상의 공간
sns시대 자신이 기록한 이미지 동영상 가장 행복한 순간만 올리고 편집 할 수 있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페넬로페님 ^^

거리의화가 2022-10-28 10:0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드라마도 있다는 건 몰랐네요. 저는 주인공 아내의 이름이 ‘이후‘고 남편의 이름이 ‘홀‘이라는 것도 의미심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scott 2022-10-28 11:23   좋아요 5 | URL
남편 이름 김 홀!
아내는 이후 (아마도 성이 이씨 인것 같습니다 ㅎㅎ)


드라마 영상 대사 연기 모두 좋은데


원작과 달리 남주가 넘 찌들린 모습이여서 ㅎㅎㅎ


책읽는나무 2022-10-28 12: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드라마 재밌겠는데요?
전 신하균이라고 읽고, 설경구 얼굴을 떠올린 거에요!! 한지민이랑 너무 나이 차가 나지 않나? sf라 뭔가 시간적 차이가 있나 보다? 그러면서 화면을 보면서 설경구가 왜 이렇게 젊어졌지??? 응??? 그러면서 한참 있다가....아!! 신하균!!!! ㅜㅜ
전 한 번씩 이 두 사람 이름도, 얼굴도 비슷해 보여 헷갈리더라구요? 아, 박해일도 신하균이랑 헷갈리고, 송새벽도 살짝 그렇고??
분명히 다른 이미지인데 왜 비슷해 보이는지??ㅋㅋㅋ
설경구 배우랑 혼동한 건 좀 치명적이네요? 한지민 배우에게....ㅋㅋㅋ
일억 원 원고료, 뉴웨이브 문학상 수상작이라니?? 기대되네요.

새파랑 2022-10-28 12: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과연 2050년이 올까요?🤔 욘더는 비욘드 요런 뜻인가요? ㅋ

일억 원고로가 눈에 들어옵니다 👀

scott 2022-10-28 17:09   좋아요 5 | URL
2050년 지구 곳곳은 바다 수면아래로 가라앉아 버릴것 같습니다
서둘러서 우리 모두 욘더로 😄

모나리자 2022-10-28 14:0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벌써 영화로도 만들어졌나봐요. 과연 4차산업혁명시대에 걸맞는 SF소설 같아요.
가상의 천국 <욘더>에서 펼쳐지는 사후의 삶의 모습이 작가의 상상력과 함께 탄생한 거군요.
‘이후‘라는 아내의 이름도 의미심장하네요.ㅎ 삶 이후 죽음의 세계 그 이후.ㅎ
여러 생각거리를 안겨줄 듯한 내용입니다.
오늘도 화이팅 하세요~스콧님~^^!

scott 2022-10-28 17:12   좋아요 4 | URL
티빙에서 드라마로 방영되었습니다
작가님 출판계 외서 담당하시다가 번역도 하셨고
뉴질랜드로 이주 하신후
소설 완성
1억 상금 그리고 영상으로도
모나리자님 주말 행복하게 😄

어쩌다냥장판 2022-10-29 09: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앗 이거 재밌겠어요 이런류의 책들 사랑하는데 이건 담달 바로 읽어야겠어요
스캇님 덕에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도 알아서 한권씩 앍고 있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이건 완전 생활속이야기들이여서 더 좋았어요

scott 2022-10-29 10:30   좋아요 3 | URL
이책 재밌습니다 욘더 라는 설정에 기억과 사랑 인간의 망각에 관해 매끄러운 구성과 세련된 문체로 간만에 재밌게 읽었습니다
스트라우트 작품 좋죠
따스함이 느껴지는 스토리로 읽고 나면 따숩😊
냥이님 주말 멋진 가을 만끽하시길 바랍니다 😊

mini74 2022-10-30 11: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욘더 란 세상 너무 무서운데요. 아픔앖이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만이 있는 공간이 정말 행복할까 싶습니디. 드라마로 나왔군요. ~

scott 2022-10-30 15:32   좋아요 2 | URL
욘더 이런 가상 공간 지금도 있죠(각종 게임)
페북 주윈장이
메타버스 하며
3d안경쓰고 쇼를 하고 있듯

이제 세상 떠나면 욘더 같은 가상 세계에서 영혼들의 새로운 마이홈이 꾸려질 것 같습니다.


드라마

좀더 젊은 남주가 나왔어야 ㅎㅎㅎ

서곡 2022-11-02 11: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참 티빙 욘더 이준익 감독이더군요 무난한 연출이었는데 뜻밖의 네임드랄까 의외였어요

scott 2022-11-02 11:59   좋아요 2 | URL
저도! ㅎㅎ
영화 시나리오로 검토 했다가
티빙에서 여러 촬영 조건등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