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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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에나 똑같이 흘러 가는 시간을 멈추게 할 수 없고 흘러 가는 시간을 과거로 되돌릴 수 없다.

그러기에 과거에 발생 했던 일들 겪었던 경험들을 현재의 시간에 떠올 릴 수 있지만 앞으로 미래에 발생 할 어떤 일 '그 무엇'에 대해 알지 못한다.


여기, 서로 공유 하는 시간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사람이 있다.


'1972년 10월을 우리는 시간의 끝이라 불렀다'라는 문장으로 시작 되는 소설을 집필했던 작가 지영현이 깨달은 시간의 종말은 세상의 종말이 아닌 연인과의 사랑이 끝나는 순간이였다.

그녀는 자신이 쓴 첫 문장의 그 날 인 1972년 10월 미래가 없다고 비관하며 연인과 동반 자살을 시도 하려는 순간 두 연인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두 연인은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들의 인생이 쭉 펼쳐지는 것을 보며 동반 자살을 하는 그날이 자신들의 새로운 인생의 첫날이 되고 그리고 하룻밤을 자고 나면 그 전날이 되돌아 왔다.

첫 만남의 순간, 시간은 다시 정 방향으로 흐르고 이들은 세 번째 삶을 살아가면서 가장 좋은 순간(서로를 처음 만난 순간)이 가장 나중에 온다고 상상하는 일이 현재를 어떻게 바꿔 놓는지 알게 된다.

[사람들은 인생이 괴로움의 바다라고 말하지만, 우리 존재의 기본 값은 행복이다. 우리 인생은 행복의 바다다. 이 바다에 파도가 일면 그 모습이 가려진다.

파도는 바다에서 비롯되지만 바다가 아니며, 결국에는 바다를 가린다.

마찬가지로 언어는 현실에서 비롯되지만 현실이 아니며, 결국에는 현실을 가린다.

'정말 행복하구나'라고 말하는 그 순간 부터 불안이 시작되는 경험을 한 번 쯤 해봤으리라. 행복해서 행복하다고 말했는데 왜 불안해지는가?]

-'이토록 평범한 미래' 중에서


인간은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살아가는 이유, 의미가 달라진다.

스스로 '행복'이라는 단어를 내뱉는 순간, '행복'은 단순한 언어가 아닌 자신의 현재의 상황, 마음의 상태를 알려주는 신호다.

따라서 현재 내가 느끼는 감정과 상태는 어제의 시간과 오늘의 시간과 다르다.


'자신이 겪은 일이라 과거는 충분히 상상 할 수 있는데 미래는 가능성으로 존재할 뿐이라 조금도 상상할 수 없다는 것, 그런 생각에 인간의 비극이 깃들지요.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과거가 아니라 오히려 미래 입니다.'

-'이토록 평범한 미래' 중에서


1972년 10월 <재와 먼지>라는 소설을 남겨 놓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엄마를 이해할 수 없었던 딸 지민은 엄마를 죽게 내버려둔 아빠까지 용서 하지 못한다.

1999년 여름 2학년 1학기 종강 파티가 끝난 후 지민은 같은 과 동급생에게 자신의 모든 것이 끝나 버렸으니 곧 죽을 것이고 말한다.

지민의 엄마는 자신이 선택한 죽음으로 인해 먼 미래의 딸이 자신처럼 스스로 죽음을 선택 할 것이라고 예측 했을까?

지민의 엄마는 자신이 쓴 소설 <재와 먼지>에서 두 연인의 세 번째 삶도 맨 첫 번째 삶과 같은 방향으로 시간이 흐르는 데로 이들의 거듭된 삶 역시 앞선 시간과 같은 삶의 방식대로 살아가고 두 사람 모두 세번 째 삶을 살아가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자신이 곧 죽을 운명이라고 말하는 지민의 말을 들은 그 동급생은 지민의 삶에 다가올 운명, 그녀의 미래를 어떻게 떠올리게 될까?

'이제는 안다. 우리가 계속 지는 한이 있더라도 선택해야만 하는 것은 이토록 평범한 미래 라는 것을....'

하지만 자신의 미래가 도저히 평범하지 않은 미래가 될 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 잡히게 된다면 지금 이 순간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우리가 달까지 갈 수는 없지만 갈 수 있다는 듯이 걸어갈 수는 있다. 달이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만 있다면, 마찬가지로 우리는 달까지 걸어가는 것처럼 살아갈 수 있다. 희망의 방향만 찾을 수 있다면 꽉 막힌 어둠 속에서 살아가던 제게 그 말씀들은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런 선생님이 제가 쓴 일기며 낙서를 꼼꼼하게 읽으셨다니, 제가 집에 불을 지른 일과 우리를 기억할까 말까 싶은 이웃들이 한 말들을 토대로 아빠와 제가 보낸 육년의 삶을, 아니, 그 이전의 모든 인생을 손 금 들여다보듯이 하나의 이야기로 꿰뚫어보시다니,,,,,,]

-'진주의 결말' 중에서

방송사 탐사 프로그램 <사건의 결말>은 일찍이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와 함께 살던 딸이 어느 날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죽인 것으로 의심 받는 딸 유진주의 행적을 추적하는 방송을 제작한다. 하지만 방영하기 직전 용의자가 딸의 아버지가 사망한 장소이자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고 종적을 감추자 프로그램 담당자들은 방송을 보류 하고 보충 취재를 하기 위해 한 심리학자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심리학자는 화재가 난 집에 남겨진 물품을 압수한 경찰로 부터 노트와 일기장 메모,시, 저장된 동영상 등을 건네 받는다.

방송 되기 사흘 전 심리학자는 증거물을 읽고 난 후 프로그램 담당 피디에게 방송을 연기 하는 게 좋겠다는 말을 한다.

심리학자는 아버지를 죽이고 그 현장을 없애기 위해 불을 지른 것으로 의심 받고 있는 딸의 심리를 이렇게 분석 했다.


'유진주는 매우 수동적인 희생자로서 살아가다가 어떤 일을 계기로 아버지를 공격 한 것 같아요. 방화는 그 일을 지우고자 하는 무의식적인 욕망에서 비롯된 것 같고요.'


방송은 딸 유진주가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학대해 죽음에 이르게 하고 방화마저 저지른 패륜아인 능동적인 범죄자로 묘사했다.

하지만 심리학자는 분명 방송 관계자들에게 어떤 사실도 확신할 수 없지만 오랫동안 아버지를 간호하느라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한 채 수동적인 삶을 살아가야만 했던 유진주가 아버지가 자신의 연애를 반대하고 죽은 어머니와 같은 배우자 역할을 강요 했을지 모른다며 증거물로 보여준 영상과 일기, 메모를 통해 추측 할 뿐이라고 말했다.

'엄마가 사고로 돌아가시고 난 뒤 제 머릿속에는 낯선 생각들이 불쑥불쑥 떠오르기 시작했어요. 길을 걷다가 도, 또 밥을 먹다가 도,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두렵고 끔찍한 생각들이었습니다. 그러다가 그 생각들을 공책에 받아 적기 시작했어요. 그러지 않으면 그 말들이 하루 종일 머릿속을 맴돌았기 때문에 시끄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거든요..........'

아빠는 제가 쓴 문장들에 줄을 그으면서 말했습니다.

"너는 어떤 생각이든 할 수 있어. 하지만 이건 네가 아니야. 너는 이 생각들에 줄을 긋는 사람이야. 네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떠오르든 겁먹지 말고 가만히 지켜봐. 그다음에 너는 그 생각에 줄을 그어 지울 수 있어. 지금은 공책에 써서 지우지만 나중에는 머릿 속에서부터 지울 수 있어. 어떤 생각을 지우고 어떤 생각을 남길지는 네가 생각하는 거야. 그리고 그게 너의 미래가 될 거야. 마음껏 생각하고 그중에서 가장 좋은 생각을 선택하면 되는 거야."

-'진주의 결말' 중에서


유진주는 자신의 어떤 생각을 지우고 어떤 생각을 남겨서 자신의 미래를 어떻게 꿈꾸고 있었을까?

'여기 이웃들에게는 홀 아버지에 대한 효심이 남다른 딸로 알려진 삼십 대 후반의 독신 여성이 있습니다. 방 두 개 짜리 좁은 빌라에서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모시고 살면서도 그녀의 표정에서는 조금도 힘든 기색을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아니, 아버지의 병세가 더 심해질수록 오히려 그녀의 표정은 점점 더 밝아졌다고 이웃들은 증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녀의 표정이 점점 더 밝아 질 수 있었던 것은 힘든 상황 속에서도 스스로 더 힘을 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곧 있을 파국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기 때문일까요?'


탐사 프로그램 <사건의 결말>에서 유진주는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죽이고 공동 주택에 불을 지른 악녀가 되었다.

유진주는 재판에서 오랫동안 간병했던 아버지를 갑작스럽게 잃은 충격으로 심신 미약 상태에서 저지른 존속상해치사 죄는 무혐의 처분을 받고 현주건조물방화죄는추가 되어 징역 일 년 육 개월에 집행유예 이 년을 선고 받는다.

유진주는 아버지와 함께 살아가는 자신의 삶에 결말이 있기를 바랬다. 그 삶의 결말은 아버지가 죽어야만 끝나는 것으로 죽은 아내를 대신해서 딸에게 헌신적으로 뒷바라지를 했던 아버지는 연애도 결혼도 반대 했다.

결국 치매에 걸려서 현재의 시간을 알지 못한 채 딸의 모습에서 과거의 아내를 떠올린다.

아버지는 바람이 몹시 불었던 그 날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보냈던 그 날 밤, 그 시간 만큼은 절대로 잊어 버리지 않았다. 그에게 아내와의 시간은 줄을 그어버리면 지워지는 생각이나 기억이 아니였다.

인간은 거세게 불어 오는 방향의 바람을 거슬러서 걸어 갈 수 있고 바람이 부는 방향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향할 수 있다.


딸 유진주는 치매에 걸려 불쑥 떠오르는 생각이나 기억을 지워 버리기로 결심한다.

'마치 치매에 걸린 것처럼 사전 경고도 없이 사람들의 운명을 바꾸는 신의 마음을 이해한 사람처럼 살아보기로 한 거예요. 그래서 불을 질렀습니다. 거기에는 아무런 이유도 없었어요. 이해만 있었죠. 소방관들이 우리 집의 유리창을 깨는 걸 보고 제 속이 얼마나 시원했게요. 가슴이 얼마나 벅차 올랐게요. 저는 비로소 자유를 얻었거든요. 그 순간 전 모든 이야기로 부터 자유로워진 거예요.'

유진주는 불을 지르는 순간 자신의 현재의 시간을 종결 시켜 버렸다. 그렇게 스스로의 시간에서 자유로워진 그녀는 모든 것이 끝나 버린 순간 자신 앞에 펼쳐진 미래를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

'모든 것을 불태우고 온 제게 돌아갈 곳은 없어요. 저는 이제 온전히 자유로워요.'

우리는 누군가를 이해 한다고 생각 했을 때 진심으로 상대를 이해 했을까? 아니면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자기 자신을 이해 했던 것일까?

[우리가 달까지 갈 수는 없지만 갈 수 있다는 듯이 걸어갈 수는 있다. 달이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만 있다면. 마찬가지로 우리는 달까지 걸어가는 것처럼 살아갈 수 있다. 희망의 방향만 찾을 수 있다면....]

-'진주의 결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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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10-07 12: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언어는 현실에서 비롯되지만 현실이 아니며, 결국에는 현실을 가린다.‘이 말과
‘우리는 누군가를 이해 한다고 생각 했을 때 진심으로 상대를 이해 했을까? 아니면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자기 자신을 이해 했던 것일까?‘이 말에 밑줄쫙^^*

2022-10-07 1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넬로페 2022-10-07 13: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단편집은 약간 맘 잡고 읽어야 하는데 그래도 한국 소설은 지금 우리 시대를 얘기하고 있어 좋아요.
모국어를 읽고 바로 이해하는 기쁨도 있고요. 주변에서 겪고 있는 소재가 있어 좋을 것 같아요^^

scott 2022-10-07 14:52   좋아요 3 | URL
10월 작정 하고 한국 소설 독파 하고 있습니다 (단편 위주) ㅎㅎ
자꾸 한국어 잊고 있는 것 같아서
솔직히 한국어 소설 읽으면서
몇몇 단어 사전 찾기도 ㅎㅎㅎ

스파피필름 2022-10-07 14: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김연수 작가 책은 내용 볼 것도 없이 바로 주문하는 작가 중에 하나입니다 오늘 저녁에 도착!! ㅋㅋ

scott 2022-10-07 14:52   좋아요 2 | URL
낼 *보문고 정문에서 사인회 열리는데

사진 찍지 말래요 ㅎㅎ

그래도 팬들이 부탁 하면
다해주는 연수옹 ^^

blanca 2022-10-07 15: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잘 읽었어요. 이런 느낌이군요. 안그래도 사인회 열린다 해서 관심 가졌다는데 사진 찍지 말라고 해서 왜 그럴까, 그러다 내가 작가라면 나도 사진 찍히는 건 싫겠다, ㅋㅋ 이런 상상까지 해봤네요. 연예인도 아니고요.

2022-10-07 15: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22-10-07 22: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에 김연수 작가 문장 좋네요.
이 책은 지금 제게 달려오는 중입니다. ^^

scott 2022-10-08 00:08   좋아요 0 | URL
연수옹 신작!
바람돌이님 리뷰 고대 합니다 ^^

mini74 2022-10-07 23: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장들이 정말 좋은데요. 어떻게
이런 문장들을 만들어내고 감동을 주는걸까요. 진주의 결말도 그저 무미건조하게 신문에 작게 실릴 사고같은 이야기가 작가의 손에선 이렇게 절절하게 펼쳐지는군요. ㅠㅠ스콧님 리뷰만 읽으면 보관함에 책이 ㅎㅎㅎ 이 리뷰도 넘 좋아요 ❤️

2022-10-08 0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2-10-09 02: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평범한 앞날 좋을 것 같습니다 큰 일 없이...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삶이겠네요 소설에 나온 사람은 그리 평범하게 살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소설이 되는 거겠지만...


희선

scott 2022-10-10 10:43   좋아요 2 | URL
평탄한 삶이 최고의 삶!
우리 모두 앞에
평범한 미래,
평탄한 삶이길 ...

그레이스 2022-10-12 23: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연수 작가!
다들 좋아하시나봐요
집에 여러권 있는데 저는 한권도 못읽었다는! 읽어봐야겠네요!

scott 2022-10-12 23:50   좋아요 1 | URL
아뇽 ㅋㅋㅋㅋ

그레이스님 서재에 역쉬! 👍👍👍

 
















문학 동네,민음사, 열림원 출판사에서 아니 에르노 작품들을 출간 하고 있다.

이들 출판사들 중  1984books에서 출간 하고 있는  <아니 에르노 컬렉션>은 프랑스 문고본 folio 같은 질감과 크기,작품 분위기를 멋지게 드러내는 사진 커버로 아니 에르노 작품을 소장 하고 싶게 만들었다.
















출판사 1984books는 1인 출판사로 사진작가 신승엽님이 파리와 베를린 거리에서 작업한 사진들을 담은 두 권의 사진집 《아무 말 없이》을 첫 출간 한 이후 번역가 신유진 님과 함께 아니 에르노 작품을 기획 번역 출간 하고 계신다. 

출판사 이름이 1984 books로 지은 건  사진작가 신승엽님이 84년 생이여서, 그리고 

번역가 신유진님과는 남매 사이 ^^














'글이 사진을 설명하거나 사진이 글을 보완하는 방식이 아니라 각자의 세계에서 그러나 창을 열어두고 여기서 부는 바람에 시원해지고 저기서 새어 나온 불빛에 따뜻해지는 사진과 글, 한 권의 책 속에 담을 수 있을까...'

                                                                    - 신유진 '여름의 끝, 사물들' 중에서

@신승엽 2009 아무 말 없이 



아니 에르노는 생존 작가로는 최초로 갈리마르 총서에 편입되며 일찌감치 프랑스 문학 거장의 자리에 올라 섰다.


2008년에 발표한 작품 <세월>은 1940년생 아니 에르노가 1941년부터  2006년의 역사적 시간의 흐름 속에 한 개인의 경험과 기억을 투영 시킨  작품이다.














'자신을 더 잘 알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질문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나이마다 자신이 살아온 해를 규명할 수 있는지 없는 지를, 과거를 어떻게 그릴 것 인지를 묻는 것 이다.'

                                                                          -아니 에르노의 <세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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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2-10-06 23: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와! 스캇 님도 역시이십니다.
아니… 예상하셨나요 혹시?
신유진 님 저서도 있군요.
1984북스,들 마음에 들었던 이유가 있었네요.

2022-10-06 2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06 2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06 2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미 2022-10-06 23: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신유진님 글도 좋은데요?
원서 못지않은 예쁜 커버*^^*
오늘 밤 프랑스가 부럽습니다. 우리 나라에도 머지않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들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2022-10-06 2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ni74 2022-10-06 23: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너무 예쁜데요 ㅎㅎ 물욕을 자극하는 ~ 갖고싶습니다 ㅎㅎ

scott 2022-10-06 23:25   좋아요 3 | URL
이 커버 사진들 출판사 사장님이시자 사진작가 신승엽님이 혼자서 전부 고르고 짜맞추고 하신데요 ㅎㅎㅎ
포켓 사이즈!

미니님 포켓몬은 알라딘에
٩(*˙︶˙*)۶

희선 2022-10-07 01: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1984books에서 1984는 출판사를 만든 분이 태어난 해였군요 저는 저기에서 나온 책 본 적 없지만, 저 이름 보고 조지 오웨를 떠올렸는데... 많은 사람이 그러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아니 에르노 책을 번역해서 내는군요


희선

scott 2022-10-07 10:35   좋아요 4 | URL
저도 희선님 처럼 조지 오웰 소설에서 이름을 따왔는 줄 알았어요 ㅎㅎ

여기 출판사 사장님과 역자님이 아니 에르노 광팬!

이번에 드디어 노벨상을 ㅎㅎ

대박 로또 터진 것 같습니다 ^^

그레이스 2022-10-07 07:4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넘 멋있어요
표지들!
세월 읽고 있는데,, 이 문장들 너무 좋아요!
불어로 읽을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

scott 2022-10-07 10:36   좋아요 4 | URL
문장이 깔끔하죠
마구 외쿡말 배우고 싶게 만드능 ^ㅅ^

햇살과함께 2022-10-07 08: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출판사 책 디자인 맘에 듭니다~
사진작가 대표의 감각이었군요!
남자의 자리만 읽었는데 다른 책도 읽어봐야겠습니다!!

scott 2022-10-07 10:36   좋아요 3 | URL
감각 뛰어나죠
사진도 잘 찍으십니다 ㅎㅎㅎ

다른 책들도 좋아요
아니 에르노 ^^

coolcat329 2022-10-07 08: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1984북스 책들이 참 고급스럽고 예술적이네요. 아니 에르노 한 권도 안 읽어봤지만 늘 관심이 가던 작가였어요.
어제 중고를 장바구니에 담았는데 순식간에 다 품절이 되더라구요. ㅎㅎ
아무튼 아니 에르노 축하합니다 🎉

scott 2022-10-07 10:39   좋아요 3 | URL
정말 소장 하고 싶게 만들었죠

문동 표지는 색감 부터 ㅎㅎㅎㅎ

지금 전 중고 매장 품절인것 같습니다
그리고 10월 부터
앱 퀴즈 기대평 적립금
광활점에서 사용 못하게 해놨어요
짠돌이
알라딘 !!!!

거리의화가 2022-10-07 09:0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1984출판사 디자인 정갈하면서도 고급스럽습니다. 아니 에르노 컬렉션 구입욕이 생기네요~ㅎㅎㅎ 읽게 된다면 이 버전으로 읽어보렵니다!^^

scott 2022-10-07 10:40   좋아요 3 | URL
프랑스어 판 보다 멋지죠!

문동 표지는 충격적이고
민음은 조만간
길쭉한 세문집 판형에 넣어버릴 것 같아요 ㅎㅎㅎ

새파랑 2022-10-07 16: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984books 출판사 이름부터 너무 맘에 듭니다 ㅋ
엄청난 컬랙션이군요~!!

scott 2022-10-07 16:04   좋아요 2 | URL
맞습니다!
게다가 다른 출판사보다
가격이 사악 하지 않습니다 ㅎㅎㅎ

서니데이 2022-10-10 00: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에르노 책들 표지 디자인이 괜찮은 것 같은데요.
가격도 사악하지 않다고 하시니, 조금 더 소개를 읽어봐야겠어요.
아마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가 되었으니, 조금더 많이 소개될 것 같긴 합니다.
scott님, 차가워진 날씨 감기 조심하시고, 즐거운 휴일 보내세요.^^

scott 2022-10-10 01:10   좋아요 3 | URL
벌써 몇 몇 작품 품절이라고 합니다(표지가 멋진 순서 부터 ㅎㅎㅎ)

이미 번역된 책들이 많아서 상 발표 즉시 읽어 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서니데이님 기온 뚝!
면역 잘 챙기세요 ^^

굿!밤 ^^

서니데이 2022-10-10 10:09   좋아요 2 | URL
저도 표지가 예쁜 책부터 살 생각이었는데.^^
책 고르는 순서가 저랑 비슷한 분이 많으시군요.
scott님 연휴 마지막날이예요. 좋은하루 되세요.^^

scott 2022-10-10 10:42   좋아요 2 | URL
그쵸!
모아놓으면 정말 예쁜 문고본 입니다!ㅎㅎ
서니데이님 오늘 날씨 쌀쌀하지만
화창 합니다
좋은 하루!
굿 ! 데이 ^^

은하수 2022-10-21 08: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니 에르노 담으면서 표지가 멋져서 자동으로 손이 가던데요~~^^
사람 눈이 다 비슷해요
저도 얼른 읽어봐야겠어요
이웃님들 글 보고 욕구 뿜뿜 합니다

scott 2022-10-21 10:38   좋아요 0 | URL
그쵸 소장 할 책은 이왕이면 멋진 표지에 손🖐 이!


아니 에르노 인터뷰, 에세이 모두 좋습니다! ㅎㅎ

mokl2000님 오늘 하루 해피!^^
 

'트럼프의 취임 이후 곧바로 미국 곳곳과 해외에서 반反 트럼프 '여성 행진'이 이어졌다. 미국이 절망과 비통의 살얼음판을 걷던 시기였다.

다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때 우리는 여성 인권 후퇴에 얼마나 근접했을까?

우리에게 권위주의 정권이 도래했던 걸까?

<그레이스>가 우리의 과거 였다면 <시녀 이야기 >는 우리의 미래 처럼 보였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타오르는 질문들' 중에서 


2017년 4월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가 방영 됐을 때 시청자들은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 아닌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느꼈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나라, 여성과 아이들 인권이 키우는 가축들보다 못한 취급을 받고 있는 국가에서는 <시녀 이야기>보다 더 참혹한 현실에 처해 있고 탈레반 정권 손에 넘어간 아프간은 곳곳에서 여성과 아이들이 사라지고 있다.

1985년에 출간된 <시녀 이야기>가 2017년에 비로소 전 세계인들에게 어디에서든 이런 상황이 발생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었다.

2017년 부터 애트우드가 시녀이야기 후속작을 집필하기 시작 했지만 어떤 집단의 해커들이 애트우드 작가 원고를 빼내기 위해 총 공격을 퍼부어서 하마터면 <증언들>이  세상 밖으로 출간 되지 못 할 뻔 했다.

2019년 9월10일  마침내 마거릿 애트우드는 후속작 <증언들>을 출간 하고 영국 맨 부커상을 수상했다.


2022년 노벨 상금은 한화로 약 13억 오천 만원 정도로 역대 상금 액수 중에 10위권안에도 못 드는 액수다.

알프레드 노벨이 유언장에 "3100만크로네가 넘는 재산을 펀드로 전환하고, 안전한 증권에 투자해서 그 수익은 매년, 한 해 동안 인류에 가장 크게 공헌한 사람에게 상금 형태로 분배한다"라고 규정했다. 노벨의 유언에 따라 재단은 유산 투자에서 얻은 수익금으로 상금을 주고 매달을 제작하고 수상자들을 선정하고 시상식을 진행하는 비용을 충당하는데 매년 투자 수익에 따라 상금 액수 차가 크다.















'인생은 모순투성이다. 에베레스트는 사람들을 침묵하게 해. 거기서 내려오면 말할 가치가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는 것 같거든. 마치 어떤 소리처럼 공허가 우리를 둘러싸지.

無 물론 그 상태를 지속 할 수는 없어 . 곧 세상이 밀려오니까. 아무튼 입을 다물게 되는 이유는 완벽한 것을 보았기 때문인 것 같아.

완벽한 생각이나 완벽한 문장은 불가능한데 굳이 말할 필요가 있겠어?'

                                               - 살만 루슈디 <악마의 시>중에서 


202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10월  6일 한국 시각으로 오후 8시에 발표 될 예정이다.

이번에도 노벨상 특수를 노린 출판사의 예상 목록에 단 한 번도 거론된 적 없는 수상자가 

노벨상 행운을 거머쥐게 될까?

영국의 유명  베팅 업체들은 2022년 노벨 문학상 유력 수상자로  인도계 영국 작가 살만 루슈디, 프랑스 작가 미셸 우엘벡과  아니 에르노, 케냐의 응구기 와 티옹오를 유력 수상 후보로 올려 놓았다.

스웨덴 한림원의 노벨 문학상 심사위원들이 제시하는 수상 작가의 기준은 '시대를 관통하고 화두를 던지는 작품으로 시대정신의 총화이자 인류 지성을 언어의 힘으로 증명하는 작가에게 수상 한다.'라고 명시 되어 있다.


오후 8시,,,,

행운의 주인공은 ???

아니 에르노(annie ernaux 1940-)

스웨덴 한림원은 2022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아니 에르노(82)를 선정한 이유로  “개인 기억의 뿌리, 소원(疏遠), 집단 통제를 드러낸 용기와 임상적 예민함속에 사적 기억의 근원과 소외, 집단적 구속의 덮개를 벗긴 그의 용기와 꾸밈없는 예리함'이라고 밝혔다.

아니 에르노 작품에 대해 가장 멋지게 평가한 평론가인 ‘프레데리크 이브 자네는 그녀의 작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녀의 글쓰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녀는 실존의 고통과 즐거움과 복잡함을 적나라하게, 뼛속까지 파헤치는 데 주저 하지 않는다. 나는 은유 없는, ‘효과’를 추구하지 않는 그녀의 문장을 좋아한다. 그녀의 문장들은 부싯돌 같은 날카로움으로 살아 있는 살점을 생으로 도려내고 살갗을 벗겨낸다. 내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최근 들어 위와 같은 그녀의 성향이 한층 두드러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니 에르노의 명저들 추천 합니다.
















요 두 작품 완독 하고 난 후에
















이렇게 읽으면 됨 ^ㅅ^

2022년 가을 아니 에르노 작품 열독 하귀 ฅ🐾













문동 이 표지들 좀 바꾸자

세련되고 쉬크한 프렌치 스톼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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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0-06 20:34   좋아요 3 | URL
매냐님 어서 책들 수급하시러
😊

새파랑 2022-10-06 20: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노벨문학상 상금이 저런식으로 주는군요 첨알았습니다 ㅋ 불경기가 아닐때 타는게 좋을거 같아요~! 과연 누가 탈까요?


설마 스콧님? ^^

scott 2022-10-06 20:20   좋아요 4 | URL
발표 났습니다
아니 에르노 가 수상자로 선정 😊
새파랑님 이미 완독 하신 작가님😊

새파랑 2022-10-06 20:22   좋아요 3 | URL
아니 스콧님이 아니고
아니 에르노? 😆

scott 2022-10-06 20:28   좋아요 2 | URL
😎

scott 2022-10-06 20:49   좋아요 3 | URL
알라딘도 적립금 노벨 처럼 줬으면☺
10월 부터 광활점에서 앱퀴즈 기대평 포인트 사용 못하게 했습니다 😂

bookholic 2022-10-06 21:31   좋아요 3 | URL
기대평 적립금을 이젠 광활점에 못쓴다고요?
완전 치사빤스네요...

scott 2022-10-06 21:32   좋아요 2 | URL
북홀릭님 공지조차 하지 않고
10월부터😓

그레이스 2022-10-06 21: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세월 꺼냈습니다~
얏호!

scott 2022-10-06 21:32   좋아요 1 | URL
🤗

스파피필름 2022-10-06 21: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에르노라니... 약간 충격인데요!! ^^;;;

scott 2022-10-06 21:43   좋아요 1 | URL
출판사들 로또 대박🤗
프랑스 쒼났어요😊

서니데이 2022-10-06 22: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올해 수상자의 상금이 다른 해보다 많이 적은 거네요.
노벨상 수상작가가 된다는 것만 생각하고, 이 상에 상금이 있었던 것을 잊었어요.
파트리크 모디아노 이후 8년만의 프랑스 작가지만, 프랑스가 제일 많은 편이라고 하더라구요.
잘읽었습니다. scott님, 좋은 하루 되세요.^^

scott 2022-10-06 22:20   좋아요 3 | URL
이번 투자 가치가 하락 해서 13억 오천 ㅎㅎ
상금 만큼 엄청나게 팔린다고 합니다
특히 경제 과학 분야 수상자들은
각종 기금 혜택을 받고
전 세계 초청 강연으로 돈 방석에 ㅎㅎㅎ
서니데이님 굿!나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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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인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무라타 사야카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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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사는 아키시나의 웅장한 산속에는 한 낮에도 밤의 조각이 사라지지 않는다. 차는 급커브를 돌며 언덕 길을 달리고 있었다. 나는 차창 너머 흔들리는 나무들의 가지를 온통 뒤덮은 터질 것 처럼 부풀어 오른 잎사귀 안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곳에는 새카만 어둠이 자리하고 있다. 우주와 같은 빛깔을 한 그 검은 빛에 늘 손을 뻗고 싶었다.]


급커브를 반복하며 산속 언덕 길을 올라가는 차 안에서 초등 학교 5학년 생 나쓰키는 멀미가 나지 않기 위해 차창 밖 너머 하늘, 우주의 조각을 바라보고 있다.

나쓰키는 초등 학교 2학년 때 이 방법을 알고 나서 차멀미를 하지 않게 되었다.

이토록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살고 계신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집은 어린 나쓰키에게 우주와 가까운 곳이라고 느껴졌다.

나쓰키 배낭 속에는 색종이로 만든 요술봉과 변신 콤팩트가 들어 있고 이 변신 도구를 준 파트너 퓨트가 말 없이 조용히 지켜 보고 있다.

가족들이 모르는 사실 중 하나는 바로 나쓰키가 마법 소녀라는 사실이다.

초등학교에 입학 했던 해, 나쓰키는 역 앞 슈퍼에 진열대 구석에 버려진 인형 퓨트를 처음 만났다.

나쓰키는 세벳 돈을 탈탈 털어서 버려진 인형 퓨트를 집에 데리고 왔다.

이날 부터 퓨트는 나쓰키에게 변신 도구를 건네며 이런 주문을 알려 주었다.


-포하피핀포보피아,포하피핀포보피아.


포하피핀포보피아별 출신의 퓨트는 마법 경찰로 위기가 닥친 지구를 구하기 위해 찾아 왔다.

퓨트의 변신 도구로 마법 소녀가 된 나쓰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단 한 명 사촌 유우 뿐이다.

매년 여름이면 찾아 오는 백중 날에 만나는 사촌 유우, 나츠키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을 때 두 사람은 연인이 되었다.

백중 기간에 이곳에 올 때 마다 우주선을 찾는 나쓰키, 언젠가 퓨트가 지구를 떠나는 날, 나쓰키도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떠난다는 말을 믿는 유우는 서로의 손가락을 걸고 맹세했다.

-내가 마법 소녀라는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유우가 외계인이라는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여름방학이 끝나도 다른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백중절에는 반드시 나가노에서 만난다.

[유우와 나눈 약속의 감촉이 손가락에 남아 있었다. 달아오르는 뺨을 숨긴 채 종종 거리며 현관으로 갔다. 유우도 같은 마음인지 고개를 숙인 채 성큼 성큼 걷고 있었다. 그때 부터 나와 유우는 연인이 됐다. 마법 소녀인 나는 유우가 고향 별로 돌아갈 때까지 외계인의 연인 이었다.]


마법 소녀 나쓰키에게 가족이라는 존재는 지구 상에 생존하고 있는 외계인들이다.

어머니에게 나쓰키는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분노와 화풀이 상대일 뿐이다 . 아내가 아이를 학대해도 감정의 기복이 없는 아버지는 그저 지켜 보고만 있다.

아버지 눈에는 오로지 자신의 첫 딸, 나쓰키의 언니만 보인다.

마법 소녀 나쓰키를 제외 하고 세 식구는 오순도순 살고 있다.

퓨트에게 '사라지기'라는 마법을 배운 나쓰키는 가족을 위해 가끔 이 마법을 쓰고 있다.

더 이상 가족의 걸림돌이 되지 않기로 다짐한 나쓰키는 사촌 유우와 부부로 혼인 서약을 하고 마법을 걸고 기도 한다.

[언젠가 우주선을 찾으면 나도 포하피핀포보피아별에 데려가 달라고 해야지. 우리는 부부니까. 내가 유우의 고향 별로 시집 가는 것이다.

나는 사랑과 마법 안에 있었다. 그 안에 있는 한 나는 안전했다. 아무도 나와 유우의 행복을 깨뜨릴 수 없었다.]

백중의 끝나면 나츠키와 유우는 각자의 삶의 자리, 가족에게 돌아 간다.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인 나츠키는 학원 선생에게 성희롱을 당하는 순간에도 가족에게 느껴 본 적 없는 따스한 눈길과 손길에 가슴이 뜨거워져서 눈물을 흘린다.

가족들이 퍼붓는 짜증과 분노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츠키는 주먹을 꼭 쥐며 마법 주문을 외운다.

엄지손가락을 꽉 쥔 주먹 틈 속에 보이는 어둠의 구멍, 나츠키는 자신의 손 안의 어둠을 언젠가 돌아가게 될 우주의 빛, 입구로 바라보고 있다.

나츠키는 가족들 사이에서 살아 남기 위해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세계 속에 살고 있다. 어머니가 머리를 때릴 때, 분노의 빰을 날릴 때면 나츠키의 입에서는 헛소리 처럼, 주문처럼 비참하게 애원하는 말을 내뱉는다.


-네, 알겠습니다. 잘못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잘못했습니다.

그러니까 날 버리지 마세요. 말도 잘 듣고 뭐든 할 테니까. 제발 버리지 마세요. 어른에게 버림받은 아이는 죽어요. 그러니까 날 죽이지 마세요.

흥분을 가라 앉힐 때까지 손에 잡히는 데로 딸을 구타 하는 어머니, 나츠키는 구타 당하는 동안 감정의 스위치를 꺼버렸다.

나츠키는 결혼을 맹세한 사촌 유우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른에게 대들면 날 죽일 거다. 어른에게 버림받으면 우리는 죽는다.'

백중이 시작 되기 일주일 전, 마법 소녀 나츠키의 온 몸을 옭아매고 있던 끔찍한 저주를 스스로 풀어 버린다.



-혼인 서약서

다른 사람과 손을 잡지 않을 것

잘 때는 반지를 끼고 잘 것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 남을 것

-위 사항을 맹세 합니다.

사사모토 나쓰키

사사모토 유우

어른들은 아이들을 자신들의 성욕 해소 도구로 이용 하며 순종을 강요 하며 아이에게 어떤 짓을 해도 전혀 기억이 없는 것처럼 태연하게 살고 있다.

마법 소녀 나쓰키 눈에 어른들은 어떤 마술에 걸린 사람처럼 보였다.

서른 한 살이 된 나츠키는 결혼과 동시에 부모님의 집을 나왔다. 그녀의 남편은 도쿄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근무 하고 있다. 두 사람은 '탈출 닷컴'이라는 사이트를 통해 만났다.

나츠키는 자신의 프로필에 '성행위 없음, 아이 없음, 혼인신고 있음'을 적어 놓고 가족에게 벗어나기 위해 상대를 찾았다.

'서른 살 남자, 도쿄 거주, 가족의 감시에서 벗어나기 위해 결혼 상대 긴급 모집 중, 가사 완전 분담, 통장 각자 관리, 각방 쓰는 건조한 결혼 생활 희망, 악수 상의 스킨십 원치 않음, 공용 공간에서 신체 노출도 삼가줄 분 원함.'

이성애자인 나츠키의 남편은 중학교 3학년 때까지 어머니와 함께 목욕을 해서 항상 여성의 몸을 불편하게 생각 하고 있다. 완전히  성적 욕구가 없는 건 아니지만, 다른 매체 영상을 통해 보는 걸로 만족하며 살고 있다.

두 사람은 구청에 혼인신고를 마쳤고 양가 가족들은 섬뜩하리 만치 두 사람의 결혼을 기뻐했다.

혼인신고를 마치고 법적으로 부부가 된 두 사람은 각자 방을 알아서 관리하고 공용 공간을 사용하면 스물 네 시간 이내에 원 상태로 복구 시키며 화장실은 주말에 교대로 청소 하며 서로 정적인 접촉 없이 살아간다.

남편의 가족 시댁 식구들은 정기적으로 두 사람을 병원에 보내 새 생명을 잉태 할 수 있는지 건강 상태를 체크 하고 있다.


[나의 자궁과 남편의 정소는 공장에 조용히 감시 당하고 있다. 새 생명을 제조하지 않는 인간은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은근한 압력을 받게 된다. 새 인간을 '제조'하지 않는 부부는 노동을 함으로써 공장에 공헌하는 모습을 어필해야만 했다.]


서른 네 살에 접어든 나츠키는 여전히 아이를 잉태 하지 않고 결혼 생활을 유지 하고 있다. 결혼 서약을 맹세 했던 사촌 유우와는 이십 삼 년 동안 만나지 못하고 있던 어느 날, 남편이 직장에서 해고 되고 사촌 유우가 살고 있는 그 곳을 향한다.

유우는 학교 졸업 후 남성복 도매 회사에 취직해 성실하게 일하고 있다.

지난 어린 시절 푸른 초원이었던 그곳은 나츠키 부부가 찾아 갔던 날 산 곳곳이 단풍으로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마침내 연인 유우와 만나게 된 나츠키, 그녀 옆에 서있는 남편은 돌연 유우에게 이런 말을 내뱉는다.

'아내를 딱히 사랑하지는 않지만 공장의 눈을 피하기 위해 혼인 관계를 맺었습니다. 육체로 이어진 부품들이 끝없이 아이를 만들어 유전자를 미래로 운반해야 하는 운명, 어릴 적 부터 어렴풋이 공포를 느꼈는데 아내를 만나고 나서 똑똑히, 이건 기묘한 일이라고 단언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지구 별 아래서 세상을 다르게 보는 외계인의 눈을 갖고 있는 세 사람은 아키시나 산 속에서 기묘한 공동 생활을 시작한다.

세 사람은 각자의 개인 구역에서 잠을 자며 '인간 공장'이 되기를 거부 하고 '포하피핀포보피아성인'으로 자신들을 규정하며 세상의 규칙, 도덕의 규범에서 탈선하는 행동을 저지른다.

[눈 앞에 파란 덩어리가 있었다. 창고에서 꺼내온, 옛날에 아빠가 아키시나에서 가져온 낫을 몇 번이고 그 파란 덩어리를 향해 휘둘렀다.]

어른들에게 극악한 폭언과 폭력을 당하며 감정의 스위치를 끄고 살았던 나츠키, 어느 순간 부터 유체 이탈 마법을 쓰게 되고 눈 앞에 보이는 악마, 마녀를 죽여 버린다.

'마녀가 부화하기 전에 죽여버려야 해, 그렇지 않으면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진다. 그것 만큼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

가족에게 학대를 당하며 학원과 학교에서 성추행을 당하고 사회에서 인간 공장의 도구로 살아가야 한다는 운명을 거부한 나츠키

세상은 억지로 나츠키에게 사랑을 하라고 강요 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랑을 못하는 사람, 새 생명을 잉태하는 걸 거부하는 이들은 지구라는 행성에서 살지 못하게 될까?

'사랑을 해서 아이를 낳고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야 돼' 라고 말하는 가족들

나츠키는 무의식적으로 귀를 막아버린다.

'당신 만은 공장의 손아귀에 붙잡히지 말고 도망쳐. 나는 공장의 노예가 될 거야. 죽은 거나 다름없는 인생이지. 하지만 당신 만큼은 살아남아줘. 당신이 포하피핀포보피아 성인으로 살아 가준다면 나도 분명 살아남을 수 있을 거야.'


어린 시절 부터 어른들에게 학대를 받았던 나츠키는 소리치고 분노 하는 어른들의 눈빛에 복종 하며 숨소리를 내지 않고 살았다.

살아 남기 위해, 가족들에게 벗어 나기 위해 외웠던 주문'포하피핀포보피아,포하피핀포보피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에 주변의 어른들, 회사의 목소리에 복종하며 살았던 나츠키의 연인 사촌 유우, 가족이 바라는 데로 홀로 독립해서 회사가 바라는 형태로 퇴직하는 날 부터 유우를 옭아매었던 절대 복종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어디에도 돌아갈 곳이 없는 나츠키와 유우, 법적으로 혼인한 남편이 운전한 차를 타고 어린 시절 ,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았던 그곳을 향한다.

세 사람 눈 앞에 펼쳐진 세상은 이전과 다른 세상이 아니다. 그저 주변을 둘러 싸고 있던 절대 복종의 목소리와 고함이 사라졌을 뿐이다.

[완벽한 밤이었다. 나는 눈을 뜨면 포하피핀포보피아성인이 이 마을을 뒤덮고 있기를 바라며 잠들었다. 꿈에서 언니도 부모님도 시어머니도 시아버지도 모두 포하피핀포보피아성인이 됐다. 꿈속 파티는 끝없이 계속됐다. 남편과 유우의 새근 거리는 숨소리와 진동이 꿈과 현실의 경계까지 밀어닥쳐 꿈에서 웃고 있는 내 바로 곁까지 그 체온이 가까워졌다.]



요술봉과 변신 콤팩트, 고슴도치 인형 속에 숨겨진 슬픈 현실 고통이 극심할수록 주인공 나츠키 눈에는 파란 덩어리의 인간, 금빛 액체로 된 피, 핑크 색 세상이 더욱 선명하게 보일 뿐이다.


[우리 세 마리의 포하피핀포보피아성인은 조용히 팔다리를 덩굴처럼 이으며 일어났다. '밝은 시간'의 빛과 흰 눈에 반사된 빛이 외부 세계에서 우리의 우주선으로 부드럽게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손을 맞잡고 어깨를 나란히 한 우리는 지구 성인이 사는 별로 천천히 걸음을 내디뎠다. 빛에 휩싸인 우리에게 호응하듯, 지구 성인들의 울음소리가 별의 아득한 곳까지 메아리치더니 숲을 뒤흔들며 퍼져 나갔다.]


영국 BBC 선정 ‘2020년 최고의 책’, 미국 <뉴욕타임스> 선정 ‘2020년 주목 받는 100권’에 올라간 무라타 사야카의 <지구별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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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2-09-19 01: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표지만 봤을 땐 반짝반짝 예뻐보였는데 scott님 리뷰를 읽고 다시 보니 그림이 섬뜩하네요... 주인공 세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scott 2022-09-19 16:46   좋아요 3 | URL
파이버님 생각처럼 제가 표지만 보고 덥석 ㅎㅎㅎ

이 표지 속에 엄청난 충격의 반전이 숨겨져 있습니다 ^^

희선 2022-09-19 02: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무라타 사야카 책은 아직 한권도 못 봤군요 SF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지금 현실과 다르지 않네요 현실을 벗어나려고 자기만의 세계에 갇힌 사람 있겠습니다 그 세계에서나마 편하면 좋을 텐데, 그것도 오래 이어가지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희선

scott 2022-09-19 16:47   좋아요 2 | URL
<편의점 인간> 이라는 작품으로 아쿠타가와 상을 거머쥐었던 작가 학생 때 부터 편의점 알바생으로 살면서 틈틈히 글을 써서 지금은 세계적인 작가!^^

학대를 가하는 가족 이것을 방치하고 방관하는 사회와 국가,,,,

가슴 아픈 현실입니다 ㅜ.ㅜ

moonnight 2022-09-19 02: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표지 보고 어린이 대상 책인 줄ㅠㅠ; 너무 슬프네요ㅠㅠ;;;;

scott 2022-09-19 16:49   좋아요 3 | URL
저도 유즈키 아사코 작품 처럼 달콤 쌉쌀한 이야기 인 줄 알았습니다

반전을 거듭 하며
마지막 충격의 결말,,,,

작가는 분명 주변의 모든 인간(학대 받는 아동들) 찬찬히 지켜 보았던 게 틀림 없습니다 ㅜ.ㅜ

2022-09-19 1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19 16: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19 17: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19 17: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ni74 2022-09-19 14: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법소녀란 말이 슬프게 와닿아요. 깊은 주제를 담고 있네요. 아이를 만드는 공장, 거부하는 사럼들 , 말장난같은 포하피핀포보피아란 주문 ㅠㅠ 스콧님덕에 정말 다양한 책들을 만나게 되는 거 같아요 ~~

scott 2022-09-19 16:52   좋아요 2 | URL
포하피핀포보피아~
이런 주문 외우지 않아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사회 였으면 좋겠습니다

미니님의 오늘 주문은 <행복한 오후 > (*Ü*)ﻌﻌﻌ♥

어쩌다냥장판 2022-09-21 21: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플을 왜 이제야 했나 하는 안타까운 맘과 넘쳐나는 읽고 싶어지는 책들의 소개덕에 행복한 비명이 절로 나오는데요~~
이미 더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책장의 여유없음에 e북으로 우회해서 선택해야함이 아쉽긴 하지만요 책은 자고로 새책의 냄새와 넘기는 손의 촉감이 있어야 한다고 고집하던 걸 포기했어요.
나무도 지키고 좋은거지로 위안하며 이책역시 e북으로 찜해둬야겠습니다.
소개해주신 책들은 하나같이 다 너무 재밌을것 같아서 하루하루 기대되네요
낼은 무슨책일지 벎써부터 기대되요

scott 2022-09-21 21:54   좋아요 0 | URL
냥이님! 캄솨!

이 책 작가 <편의점 인간> 읽고 충격을 받았는데 사건 인물 전개가 엄청 뛰어 납니다
짧은 문장으로 섬세한 묘사를 담아 내는 능력까지

이 작품 정말로 충격적이고
아주 많이 슬픕니다

어린나쓰키 소녀 안아 주고 위로 해주고 싶었어요 ^^

저는 일단 관심 가는 책들 이북으로 읽고 소장 하고 싶은 책은 종이로 구매 하고 있습니다

손의 촉감으로 느끼는 활자의 매력 ^^
 
한경아르떼 프리즈 서울 2022 - 세계 3대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에서 만나다
한경arte 특별취재팀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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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영국 런던에서 아트 매거진 <프리즈Frieze>가 창간 되었다.


데미언 허스트가 골드 스미스 대학 시절 친구들과 기획 했던 전시 이름에서 차용된 잡지 <프리즈>는 4년 후 1995년 뉴욕과 베를린에 아트페어 개최를 시작으로 지난 30여년 세월 동안 현대 미술계의 광범위하면서도 촘촘한 네트워크를 구축해서 아트페어 개최를 비롯해 출판물,비디오, 팟캐스트, 웹사이트 등을 통해 전 세계 예술가와 컬렉터를 연결 하는 세계적인 아트 ,컬쳐 멀티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프리즈>는 본격적으로 전세계 예술 작품을 한 곳에 전시 하는 아트 페어를 2003년 런던에서 개최 하면서 예술과 문화가 대중에게 더 가깝게 다가 가는 계기를 마련했다.

2012년 랜들스 아일랜드 에서 개최한 <뉴욕 페어>와 런던 <프리즈 마스터 페어>를 시작으로 영상과 작품을 다양한 매체로 적극 소개 하며 단순히 미술품을 구매 해서 전시 하는 것 뿐 만 아니라 문화와 패션, 음식,영화와 연결 시키며 전 세계 예술의 교두보로 우뚝 성장했다.

반면 1966년 독일 쾰른에서 처음으로 시작된 아트 페어가 열린 이후 줄곧 아시아 지역은 일본과 홍콩을 제외하고 예술계 변방으로 한국은 몇몇 소수의 작가들 작품을 제외하고 해외 거물 급 갤러리 소장품으로 등록 되지 못했다.

1980년대 까지 아시아 미술 시장의 중심은 일본으로 막강한 엔화 자금력을 동원해서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 모네의 '수련'작품 같은 최고의 명작을 긁어 모아서 세계 미술계 시장을 움직이는 한 축으로 우뚝 성장했다.

1990년 버블 경제로 일본 경제가 기나긴 침체에 빠져 버리자 싱가포르가 아시아 미술 시장 자리를 차지 했지만 2007년 싱가포르 정부가 미술품에 7퍼센트 부가 가치를 부과 하는 치명적인 실책을 저지르면서 세계 주요 경매 회사들이 세금이 없는 홍콩으로 건너 갔다.

외국의 메이저 급 화랑들이 홍콩 미술 시장 곳곳에 문을 열며 아시아 문화 예술 중심지가 되었지만 홍콩 민주화 운동으로 인한 불안한 사회 경제 상황과 중국 공안의 극심한 검열로 정치적 불안이 요동 치던 중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 되면서 유럽 명문 갤러리들이 서울에 사무실을 열기 시작했다.

그동안 일본과 싱가포르 그리고 홍콩에 밀려서 아시아 예술계의 변방이였던 서울이 2022년 9월 드디어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를 개최 하게 되었다.


2022년 9월 2일 부터 5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렸던 <프리즈>에는 국내 화랑 12곳을 포함해 20여 국의 110개 갤러리가 작품들을 전시하며 '서울'이 아시아 미술 시장의 중심지로 급 부상 하게 되었다.

아트 페어 <프리즈>는 단순히 그림을 사는 곳이 아니라 행사 기간 동안 프리즈 작품에 관한 영상 전시,소더비 인스티튜트의 프리미엄 컬렉션 코스, 토크 프로그램 그리고 야간 행사를 통해 작가와 작품, 컬렉터와 수집가를 연결 시키며 미술계의 중요한 화두와 의제에 관해 소통하는 거대한 '아트 테마 파크'다.


20022년 9월 서울 프리즈에서는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들이 빼곡하게 전시 되었다.

로이 리히텐슈타인, 루이즈 부르주아, 애니시 커푸어, 트레이시 에민, 에곤 실레, 조지 콘도, 세실리 브라운, 스털링 루비의 작품과 함께 현대 미술계를 이끌고 있는 동시대 중견 작가와 신인 작가들의 작품들이 전시 되었다.

2022년 9월 서울 프리즈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작품 <Red Portrait Composition>2022


조지 콘도의 작품으로 붉은 색을 배경으로 조각 조각 나 버린 얼굴 혹에서 드러나는 내면의 세계를 큐비즘 작품으로 형상화 시켰다.

모던 아트 섹션 하이라이트 코너에 전시 되었던 루이즈 부르주아의 <Gray Fountain>1970-71


각기 다른 각도와 높이로 기울여 절단된 기둥들이 미묘하게 기울어진 경사로 배열되어 멀리서 바라 보면 마치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듯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 준다.


미국 현대 미술사의 커다란 전환점이 되었던 작품 필립 거스턴의 <Untitled (Outsider)>


커피 머그잔과 작가가 '후드'라고 부른 가면을 쓴 두 인물이 고도 성장 속에서 살고 있는 인간의 지극히 개인적이며 일상적인 자화상을 보여 준다.


치하루 시오타 < State of being(ship)> 2022

주변의 일상적인 용품이나 물건 신발, 열쇠, 침대, 의자, 드레스 같은 오브제로 개인적인 경험이나 감정을 삶과 죽음 관계로 확장 시켜서 기억과 의식의 개념을 새로운 관점으로 새겼다.

프리즈 서울에서 최초로 소개 된 작가 타바레스 스트라찬 <Legacy>2021


지금 까지 한 번도 전시 된 적 없는 작품들이 아시아 최초로 소개 되었다.


바하마에서 성장한 타바레스는 어린 시절 밤 하늘을 보며 우주 탐험에 대한 호기심을 키웠다. 그는 북극을 탐험하며 얼음 조각을 운송해서 전시에 사용 하며 자신의 조각품을 우주로 쏘아 보내기도 했다.

우주에서 유영하는 수 많은 별들의 탄생과 죽음을 통해 지구의 생명체의 운명까지 확장 시키며 삶의 가장 근본적인 존재 이유를 작품을 통해 펼쳐 보였다.


<타버린 청색과 다색>1990

한국 현대 회화 단색화 1세대인 故윤형근 화백은 서구적인 추상과 한국적인 질감을 독창적으로 결합 시키며 혼합 안료로 가공하지 않은 한국의 마포, 면포, 한지 속에 세파를 견뎌 낸 고목의 색감과 한반도의 땅을 지탱하는 흙의 향기를 회화 작품에 재현 시켰다.


예술 작품 속에는 시대의 모습이 반영 되어 있다.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 뿐 만 아니라 사회를 들끓게 만드는 사건 사고, 그리고 우리 모두의 무의식 속에 잠재 되어 있는 미지의 세계 까지 예술은 또 다른 우리 시대의 자화상을 보여 준다.


20세기 비디오 아트를 창시한 현대 미술의 거장 '백남준'은 2006년 마이애미에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끊임없이 독보적인 예술 세계를 개척해 나갔다.

전염병의 대 유행, 전쟁 발발과 같은 비극적인 사건을 연달아 겪었던 백남준은 자신의 동료의 죽음과 어머니를 향한 사랑을 전 세계 인류의 모성, 세상의 모든 어머니의 사랑으로 확장 시켰다.


<로봇 라디오 맨, 요제프 보이스>1987

2022년 9월 서울 프리즈, 전염병과 전쟁, 세계적인 경제 불안 속에서 2022년 9월 서울 프리즈가 지핀 예술의 혼은 전세계 곳곳에서 활활 타오를 것이다.


<어머니 I 열아홉살>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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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9-16 11: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조지콘도의 작품 인상적이긴 하네요. 오리? ㅎㅎ 세계적아 작가 이름을 보니 에곤 실레 빼곤 다 첨들어보네요 😅 역시 미술은 심오한 세계~!

scott 2022-09-18 23:11   좋아요 2 | URL
역쉬! 새파랑님은 프리즈 행사 기간 중에 가장 비싼 가격에 팔린 작품을 알아보시는 군요! 👍👍👍👍👍

하지만 새파랑님이 알고 계신 에곤! 작품이 가장 비싸 가격이 붙어 있어서

안팔렸다고 합니다 ^^

미미 2022-09-16 11: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 매거진 <프리즈Frieze>표지들이 눈에 확 들어옵니다. 한국에도 선보였음 좋겠네요
검색해보니 정말 다양한 작품들이 한 자리에 모였었군요!! 사람들이 많이 몰렸을것 같아요. 스콧님 즐거우셨겠어요!!*^^*

scott 2022-09-18 23:13   좋아요 2 | URL
요 매거진은 이전에 인터넷이 활성화 되지 않았을 때 발행 했고 요즘은 큰 손들에게만 배포하는 것 같습니다 (선구매 하라고 부축이는 ㅎㅎㅎ)


사람들이 넘 많아서 전시 작품이 위태로울 정도 였고 작품 구경 보다 사람 머리를 더 많이 봤던 ㅎㅎㅎ


mini74 2022-09-16 13: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일본하면 가셰박사의 초상부터 떠오르더라고요. 프리즈가 데미언 허스트에서 나왔군요 ~ 소개해주시는 그림이며 내용 넘 좋습니다 *^^자신의 작품을 우주로 쏘아올린 타바레스 스트라찬 그림 예쁩니다. 👍❤️

scott 2022-09-18 23:14   좋아요 2 | URL
타바레스 작품 실제로 보면 정말 멋집니다

내방 천장에 복사품 잔 뜩 붙여 버리고 싶을 정도로! ^^

페넬로페 2022-09-16 13: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서울 프리즈는 일반 입장료부터 비싸더라고요. 사람들이 유명한 작품에 많이 몰렸다고도 하고요.
어느 순간 예술도 결국 자본의 움직임으로 좋다, 나쁘다가 결정되는 것 같아요.
저 같이 그림에 문외한인 사람은 작품의 가격이 비싸면 또 좀 좋게 보이기도 하고요 ㅋㅋ

scott 2022-09-18 23:19   좋아요 3 | URL
3박 4일 기준으로 7만원( 아랫층 키아프 입장권을 포함해서) 인데 실제 런던이나 다른 유럽 국가에서는 대략 만 오천원정도 였습니다(엄청난 작품 숫자가 많을 때는 삼만원정도 받음)

그런데 느닷없이 서울에서 십오만원 받겠다고 하니 난리 쳐서 그나마 칠만원으로 가격을 내렸 ㅎㅎㅎㅎ

넘 비싸지만 정말 보고 싶은 작품이 있어서 갔는데,,,

칠만원의 가격을 잊어 버릴 만큼 무수히 좋은 작품들이 전시 되어서 ㅎㅎㅎ

결국 자본 시장의 모든 거래들은 큰 손들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예술을 하는데 돈이 정말 많이 들어 갑니다

페넬로페님 말씀처럼 비싼 가격의 작품에 사람들이 몰렸고
실제로 보니 정말로 빛났습니다 ^^


서니데이 2022-09-16 22:0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서울에서 열리는 전시니까 보러 가시는 분들도 많으실 것 같습니다. 도판과 설명을 미리 한 번 보고 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전시된 예술품이 많으면 자세히 보기 어렵고, 빨리 보고 오면 기억에 남는 것도 적었어요.
잘읽었습니다. scott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scott 2022-09-18 23:20   좋아요 3 | URL
코엑스 전시장에 발을 딛여 놓는 순간 부터
목적지를 향하기 힘들 만큼 인파가 ㅎㅎㅎㅎ

서니데이님 만큼 작품 수가 많을 때는 미리 예습을!

그냥 한 적한 공간에서 나만 홀로 작품을 보고 싶다는 이기적인 생각을 했습니다 ^^

hnine 2022-09-18 14: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백남준 작품 위의 사진은 에곤 쉴레 그림이지요?
진즉에 알았더라면 가보았을걸, 좋은 기회를 놓쳤네요. 책이라도 구입해서 봐야겠어요. 아마 한동안은 잘때 스마트폰 대신 이 책을 끼고 잠들지 모르겠어요.

scott님, 생일 지났지만 (이것도 지금 알았어요 요즘 알라딘에 잘 안들어오다보니), 축하드려요. 즐겁게 잘 보내셨기를 바랍니다.

scott 2022-09-18 23:23   좋아요 2 | URL
맞습니다 나인님
이번 서울 프리즈 미친 표값(런던에서 대략 만 오천원 가격, 물가 비싼 스위스 바젤에선 삼만원)을 할 정도로 엄청난 작품들을 한 꺼번에 전시 해 놔서 인파에 깔려 죽을 뻔 ㅎㅎㅎ

런던 테이트 모던과 뉴욕 모마의 하이라이트 작품들을 모아 놓은 것 처럼 좋았습니다

이 도록은 작품 구입을 할 것 처럼 달려 들어서 받았는데 ㅎㅎㅎ

정말 제가 좋아하는 작품은 실려 있지 않았습니다(아마도 작가가 원하지 않았거나 엄청난 가격 때문에)

나인님 제 생일을 기억해 주셔서 감솨!

나인님 건강 잘 챙기세요 ^^

어쩌다냥장판 2022-09-17 22: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럴때는 지역에 사는게 아쉽네요 볼줄 아는 눈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전시회 가보는걸 좋아해서 자주 접할수 있는 서울이 부럽습니다~~ ㅎㅎ 그래도 글로라도 접할수 있어 좋으내요

scott 2022-09-18 23:25   좋아요 2 | URL
그냥 좋아하는 작품 곁에 두고 자주 보고 (책이나 도록) 기회가 될 때 전시회 둘러 보면서 보는 눈이 키워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림과 예술 작품 앞에서 눈과 귀가 멀어 버려서,,,,
일단 열리면 가만히 있지 못합니다 ㅎㅎㅎㅎ

냥이님 주말밤 평안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