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덕순이 말했다.

 —이토가 온다는 얘기냐?

 —그렇다. 하얼빈으로 온다.

 —온다고? 

항구 앞 루스키섬의 등대 불빛이 어둠을 휘저었다. 

불빛은 술집 안까지 들어왔다. 

불빛이 스칠 때 우덕순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1909년 10월 26일 오전 9시 30분경, 러시아 재무장관 블라디미르 코콥초프와 회동하기 위해 하얼빈 역에 방문한 이토 히로부미가 저격 당해 쓰러졌다.

가슴 근처 세 군데에 총상을 입은 이토 통감은 즉시 타고 왔던 열차 안으로 옮겨졌으나 곧 사망하고 현장에서 체포된 범인은 대한제국 신민으로, 이름은 안응칠이며 나이는 31세


러시아 헌병대는 이번 사건에 개입되기를 피하고자 안응칠을 일본 경찰에 즉각 인도 해버리고 일본 측은 안응칠 외에도 우덕순이라는 공범이 있었다는 걸 알아 낸다.

일본 측 조사에 의하면 안응칠과 우덕순은 항일 운동을 계속하며 기회를 노리다 이토의 만주 시찰 소식을 입수한 후 즉흥적으로 범행을 모의 했다고 발표했다.

[둘은 사진관 의자에 앉았다. 사진사가 카메라 뒤에서 러시아 말로 뭐라고 소리치더니 셔터를 눌렀다. 새 옷을 입은 두 사람의 몸 매무새와 이발을 한 이목구비가 사진에 찍혔다. 안중근은 사진 값으로 이 루블을 냈다. 러시아인 사진사가 손가락 다섯 개를 펴 보이며 닷새 후에 와서 사진을 찾아가라고 말했다. 닷새 후에 올 수 없다는 걸 알면서, 안중근은 고개를 끄덕였다.]


안응칠은 감옥에서 그가 따르는 천주교회 신부 니콜라 빌렘에게 하얼빈 거사는 안응칠이라는 인간이 지닌 힘으로 겨우 성공했다고 할 만큼 우연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자신의 죄를 고백했다.


과연 안응칠이 믿었던 천주는 그에게 살인이라는 중죄를 허용한 것일까. 아니면 몸소 교회의 울타리를 빠져나가 범행을 저지른 안응칠을 버린 것일까.


[너는 가기로 작정을 하고 나를 찾아왔구나. 나는 나의 사람 됨을 알고 있다. 너의 영혼을 나는 가엾게 여긴다. 안중근이 일어서서 물러가려 할 때 빌렘은 돌아 앉아서, 겟세마네의 예수를 향해 기도 드리고 있었다.

빌렘은 겟세마네의 예수 앞에 꿇어앉았다. 빌렘은 조선에 부임한 이래 이 작은 반도 안에서 벌어진 죽음과 죽임을 생각했다. 교회 밖은 하느님의 나라가 아닌지를 빌렘은 하느님께 물었다. 하느님은 대답하지 않았다. 안중근이 이토를 죽였으므로 이토의 사람들은 또 안중근을 죽일 테지만, 안중근이 사형을 당하기 전까지 아직은 며칠이 남아 있을 것이었다. 빌렘은 안중근의 생명이 살아 있는 그 며칠을 생각했다.]


신부 빌렘은 조선의 운명을 위해 스스로 죄를 등에 진 인간을 품고자 기도를 했을까?

1910년 2월 14일 서른 두 살 안응칠, 안중근에게 사형 선고가 내려진다.

'쇠가 이 세상에 길을 내고 있습니다. 길이 열리면 이 세계는 그길 위로 계속해서 움직입니다. 한번 길을 내면, 길이 또 길을 만들어내서 누구도 길을 거역하지 못합니다. 힘이 길을 만들고 길은 힘을 만드는 것입니다.'

-1910년 2월 24일 뤼순 감옥에서 안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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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8-23 00: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전우용님의 안중근 읽은 기억이 납니다. 김훈 작가의 안중근은 어떨지 궁금합니다. 신부 빌렘의 글이 참 슬픕니다 ㅠㅠ

scott 2022-08-23 00:33   좋아요 2 | URL
아버지에 관한 묘사가 참 슬픕니다.

김훈 작가님 이작품에서 청년 안중근 그리고 남편, 아버지로써 안중근 모습을 깊이 있게 담았습니다 ㅠ.ㅠ

안중근의 가족들 너무나도 큰 고통을 받았어요ㅠㅠ

미미 2022-08-23 00: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단 저 들어본것 같아요! 스콧님 읽으셨으니 저도 읽어볼래요. 북마크가 눈에 똭 들어왔습니다 후훗*^^*

2022-08-23 0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이버 2022-08-23 00: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인용하신 글만 읽어도 가슴이 먹먹해지네요... 서른 두 살 이셨다니 참 젊으셨다는 생각이 들면서 더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scott 2022-08-24 23:36   좋아요 3 | URL
너무나도 젊은 나이에 한반도를 짓밟아버린 * 처단 한다고 결심 하기까지의 과정이
처절하고 남겨진 가족들이 당했을 고통에
참으로 마음이 아픕니다
아내의 얼굴에 슬픔과 고통이 가득 찬 얼굴이였고
남겨진 아이들 역시 ㅠ.ㅠ

페넬로페 2022-08-23 06: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비장하게 느껴집니다.
사진을 찍었지만 찾으러 갈 수 앖다는게 ㅠㅠ
어서 읽고 싶어지네요^^

scott 2022-08-24 23:36   좋아요 3 | URL
하얼빈은 책장이 빨리 넘어 가지 않습니다
숨을 고르며 그 상황과 인물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ㅠ.ㅠ

바람돌이 2022-08-23 07: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가을 찬바람이 불면 읽으리라 하고 있는데 스콧님이 막 밀어붙이시네요. ^^

scott 2022-08-24 23:37   좋아요 2 | URL
바람돌이님
서울은 이제 아침 저녁으로 찬(시원한 바람)이 ㅎㅎㅎㅎ

거리의화가 2022-08-23 08: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 대기중입니다~ 책 옆에는 북마크인가요? 넘넘 이뻐요. 저 이번에 주문이 늦어버려서 책만 덜렁 받아서 아쉽더라고요ㅠㅠ 역시 주문은 타이밍인가봐요!ㅜㅜ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늦장부리지 않고 읽어야겠습니다^^

scott 2022-08-24 23:38   좋아요 3 | URL
북마크도 예쁘고(원래 이런 굿즈 탐내지 않았음) 김훈 작가님 필체가 새겨진 독서대도 멋집니다 ㅎㅎㅎ

책만 덜렁!
화가님 9월 독서 목록 꽉차고 알차 있죠 ^^

coolcat329 2022-08-23 08: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런 분이 지폐에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유관순님도 그렇구요.
아침부터 눈물이 납니다.
이 소설 가슴 아파 읽기 힘들 거 같아요.

scott 2022-08-24 23:40   좋아요 2 | URL
그쵸!
전부 조선 시대 위인들만 지폐에 새겨져서
영원히 잊지 말아야 할 안중근 의사는 세대가 바뀌면서 점점 잊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페이지가 쉽게 넘어가지 않습니다
김훈 작가님 다른 책들은 하루면 완독 했는데 ㅠ.ㅠ

독서괭 2022-08-23 09: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찾으러 가지 못할 걸 알면서도 찍는 그 마음이 어땠을까요. 김훈의 문체와 잘 어울릴 소재 같습니다!

scott 2022-08-24 23:42   좋아요 3 | URL
이 사진 나중에 일본의 철저한 조사로 사진 압수 해버렸고 미군정 손에 넘어 갔는데
현재 미국에 영상(안중근 의사 심문 하는 모습)은 찾았다고 합니다.

영사기 돌리듯 천천히 카메라 샷 처럼 움직이는 문장을 씁니다.
연필로 ㅎㅎㅎ

희선 2022-08-24 02: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1909년 10월 26일이었군요 그 뒤로 더 많은 시간이 흐르고서야 일제 지배에서 벗어나네요 안중근은 저세상에서 그 모습을 봤을지... 조선 독립을 바라고 목숨을 잃은 많은 사람도...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도 있겠네요


희선

scott 2022-08-24 23:42   좋아요 3 | URL
솔직히 년도 날짜 전혀 몰랐습니다(아마 학교 다닐때 시험때문에 기억 했을지 몰라도)

수많은 위인들의 피 땀 눈물로
우리 모두 이땅 이곳에 ^^

새파랑 2022-08-26 16: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안중근의사의 본명이 안응칠이라는건 처음 알았네요 ㅎㅎ
뭔가 책이 웅장하게 느껴집니다~!!

scott 2022-08-28 00:31   좋아요 2 | URL
저도 책을 읽고 ㅎㅎㅎ

새파랑님도 김훈 작가님의 필력에 곧 빠질 실 것 같습니다 ^^

그레이스 2022-08-28 07: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김훈작가 느낌이 있네요^^
맞아요 이렇게 썼죠!^^

scott 2022-08-28 23:26   좋아요 0 | URL
흑산-하얼빈
요렇게 ㅎㅎㅎ ^^
 
사울 레이터 더 가까이
사울 레이터 지음, 송예슬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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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파리에서 열렸던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마련되었던 전시회에서 사울 레이터의 작품을 처음 보았다.

파리 시내 곳곳에 눈 가루가 날리던 날, 빨간색 우산이 내뿜던 몽환적인 색감은 색에 둘러 싸여 있는 세상에서 발견 한 빛과 같았다.

나는 반 세기 전에 찍힌 빨간 색 우산이 내뿜는 빛깔에 매료 되어 "사울 레이터" 라는 사진가의 이름을 가슴 속에 새겨 넣었다.

[예술의 역사에서 색은 언제나 홀대 당했습니다. 색을 피상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늘 존재 했기 때문입니다. 드로잉과 형태 같은 요소는 중요하게 여겨졌지만, 색은 너무 자주 의심 받았습니다.]


1946년 스물 세 살 생일을 앞둔 사울 레이터는 랍비 학자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 하고 도망 치듯 뉴욕으로 건너와 무작정 그림을 그리며 틈틈이 흑백 필름에 도시의 풍경을 담았다.


1940년 대 뉴욕은 세상의 모든 빛을 흡수한 도시로 거리 곳곳 마다 현란한 빛을 내뿜는 사람들과 상품, 광고판으로 넘실 거렸다.


1936년도에 출시 된 코다 크롬 슬라이드 필름을 손에 넣은 사울은 여러 제조사의 슬라이드 필름 중 유통기한이 지나버린 필름으로 실험 삼아 컬러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그는 사진을 인화 하면서 시간의 소모로 자연스럽게 변색 되어 버리는 색감에 반해 버려서 일부러 유통기한이 지난 필름으로 컬러 사진을 집중적으로 찍기 시작한다.


그는 1950년대 본격적으로 패션 프리랜서 사진 작가로 활동 하며 1970년대 초 까지 비상업 용 35mm컬러 슬라이드에 무려 6만점에 가까운 세상을 담았다.

사울은 해외 곳곳을 누비며 사진 촬영을 하면서 틈틈이 찍은 컬러 슬라이드 사진들을 수 백 개의 상자에 담아 놓았지만 이후 여러 곳으로 거주지를 옮겨 다니던 중 컬러 슬라이드 사진 박스가 보관된 스튜디오에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소방관들이 불을 끄기 위해 분사한 내연재로 인해 수 십 개의 사진 박스들은 버려졌고 4만점 정도의 슬라이드 필름만 무사히 살아 남았다.

아주 평범한 것들 속에서 무언가를 찾아내는 작업을 퍼즐 풀듯이 즐겼던 사울 레이터는 컬러 슬라이드 필름이 담긴 사진 상자에 이런 글귀를 적어 놓았다.


거리 풍경-가게 창문-인화용- 개인 보관용

1990년대 대다수 예술 갤러리들이 흑백 필름 사진 작품만 전시 하고 있을 무렵 로몽 에디션스 대표 필리프 로몽이 그의 컬러 사진 작품을 인화하면서 비로소 세상 밖으로 빛을 보게 된다.


컬러 사진을 예술로 여기지 않았던 시대에 그의 사진이 내뿜는 몽환적인 색감, 빛깔에 사람들의 시선을  순식간에 사로잡아 버렸다.

2005년 뉴욕 출장길에 들른 서점에서 우연히 그의 사진을 본 독일 유명 출판사 '슈타이틀'의 대표가 독일로 돌아가 그의 첫 사진 집 < Early Color >를 발행 되자 마자 세계 곳곳에 그의 사진들이 전시  되기 시작한다.


그의 사진 구도는 대상이 사진 전체를 지배 하지 않고 강렬하게 내뿜는 색과 기하학적인 형태의 사물들을 배치한 과감한 구성에서 회화 작품의 질감을 느끼게 한다.


그의 사진 속에 포착 된 뉴욕의 공기는 각기 다른 화려한 색감들이 서로 교차하면서 독특한 빛을 뿜어 낸다.

그는 마치 거리 화가처럼 골목 어딘가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은밀한 장면을 목격하듯 카메라에 담았다.


클래식 영화 속에 나올 법한 그와 그녀, 패션 잡지의 한 페이지를 채운 화려한 인물들에게 어떤 사연이 담겨 있을지, 사진을 응시하는 이들에게 각기 다른 이야기를 들려 주듯 사울 레이터의 사진 작품들은 저마다 독특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저는 어떤 사진도 단 한 번에 완성하지 않습니다. 사진을 찍어 두고 슬쩍 옆으로 밀어 놓고는 수정하거나 인화 하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부터 잊어 버립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포트폴리오를 펼쳐서 다시 작업을 하기도 하지만 이런 작업을 마쳤다고 누군가를 위해 전시 한다거나 특정 갤러리에게 작품을 팔지 않습니다. 저는 제 작업과 작품에 대해 어떤 확신 조차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작품을 돈의 가치로 환산 할 줄 몰랐죠. '

그의 작품을 돈의 가치로 평가한 이들은 그를 컬러 사진의 선구자, 사진 계의 피카소라고 칭송했다.

코다 크롬과 엔스코 크롬 컬러 슬라이드 필름을 사용한 사울 레이터의 컬러 사진들은 색의 면적을 넓게 포착하는 비대칭 구성 방식을 즐겨 사용했다.


그는 전경을 아웃 포커스로 처리해서 배경에 있는 피사체에 시선을 집중 시켰다.


때로는 창문과 거울을 이미지를 구획 하는 덮게, 프레임으로 활용해서 이미지를 추상화 시켜 버리기도 했다.


사물과 사람이 아닌 눈과 비를 포착해서 사진에 회화적인 질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사울 레이터의 컬러 사진이 공개 되자 마자 이후의 사진의 역사, 컬러 사진 연대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화가를 꿈꿨던 사울 레이터는 프랑스 인상주의 시대의 화가 처럼 그림을 그리고 싶었고 사진을 찍는 순간 부터 일본 우키요에 작품을 깊이 연구 했다.


[사진 작가는 세상이 미처 알지 못했던 근사한 것을 발견하는 사람입니다. 알려지지 않고 숨겨진 그러나 근사한 것들을 발견 할 때마다 사진의 역사는 계속 변합니다.]


2013년 봄, 사울 레이터는 자신의 사진 스튜디오에서 갤러리 운영자이자 친구인 마깃 어브에게 이런 말을 건넸다.

​'내 그림의 문제는 뭐든 한 번에 완성되지 않는다는 거예요.'


2020년 1월, 나는 일본 도쿄 분카무라 미술관에서 열렸던 <영원히 사울 레이터> 전시장에서 그가 남긴 컬러 슬라이드 사진 작품을 만났다.

전시장을 가득 채운 그는 낮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장엄한 하늘도 웅장하면서 위엄 있는 산과 강, 계곡과 들판 곳곳에 서있는 야자수와 나무들도 도시 방랑자에게 중요 하지 않습니다. 뉴욕이라는 도시 속을 거닐다가 무심코 포착하는 세상과 사람들, 이렇게 반세기를 넘기고 마주 하게 되니 제 주변을 둘러 싸고 있던 사람들과 그곳 풍경들이 낯설게 느껴집니다. 어쩌면 사진기를 들고 있었던 저는 시간 여행자 였을지도 몰라요.]


시간 여행자 사울 레이터가 포착한 세상의 빛은 가라 앉은 공기 속에 그윽한 향기를 내뿜고 있었다.


자신 앞에 펼쳐진 풍경과 삶을 열정적으로 기록한 사울 레이터 세상의 빛은 그의 삶의 중심이자 전부 였다.


[저는 거의 언제나 주변 동네를 어슬렁 거리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항상 마주하고 있는 이웃들 익숙한 거리, 친숙한 가게들 그 주변을 오고 가는 행인들 이토록 평범하고 평화로운 나날 속에서 저는 매일 매일 누군가의 소중한 순간을 카메라 속에 담았죠.]


전시장을 가득 채운 그의 사진들은 18년의 세월 동안 묵묵히 그를 후원했던 친구이자 갤러리 운영자 마깃 어브와 마이클 파릴로의 피, 땀, 눈물의 결실로 엄청난 양의 사진들의 날짜를 일일이 확인하며 촬영 시기까지 꼼꼼하게 추적하고 분류해내어 긴 세월 동안 조심스럽게 천천히 어둠 속에 잠들어 있던 작품들의 세상 밖으로 끄집어 냈다.


[내가 사울과 함께 일했던 시절에 그는 대체로 주목 받지 못했습니다. 일 년에 팔리는 작품 수도 한 손으로 꼽을 정도 였으니 정말로 미미한 수준이었죠. 전시회가 열리면 신문에 기사가 실렸고 호평이 들려왔지만 장기적으로 이렇다 할 보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화보집이 출간 되고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그의 사진을 보는 순간 그의 이름은 전 세계로 퍼져 나갔습니다. 전문가들이 아닌 일반 대중들이 그의 작품을 알아 보기 시작 했죠.]

-마깃 어브(사울 레이터 사진 재단 설립자이자 대표)

사울 레이터 인생의 마지막 순간 까지 함께 했던 마깃 어브와 마이클 파릴로는 사울이 눈을 감는 순간까지 그가 남긴 소중한 사진을 인화 하는 작업을 이어 나갔다.



두 사람은 그가 떠난 곳에 남겨둔 사진들을 책상과 서랍장에서 꺼내서 분류한 상자 속에 담아 창고로 옮겨 놓고 세상 곳곳에 사울 레이터가 포착한 세상의 빛을 펼쳐 놓았다.


무서운 감염 속도로 퍼져 나가는 코로나로 인해 2020년 도쿄는 1년 동안 사울 레이터의 작품을 상설 전시 하겠다는 계획을 취소하고 전시 한 달 만에 막을 내렸다.




“세상의 모든 것은 사진으로 찍힐 만해요. 사진의 좋은 점은 보는 법을 가르쳐준다는 겁니다. 온갖 것을 음미할 수 있게 해주죠.'


이 사진 작품 집에 실린 사진들은 1948년 부터 1966년 사이에 촬영한 작품들로 수 만장의 슬라이드 작품들 중에 선별한 76장의 작품들이 실려 있다.



슬라이드 하나하나의 존재 가치를 소중하게 다루었던 사울 레이터, 그가 남긴 사진들 속에 남겨진 익명의 영혼들이 스쳐 지나간 거리,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세상과 사람들의 모습들이 영원히 은은한 빛을 발할 것이다.


​'사진은 악보와 같아요 이런저런 인화 방식에 따라서 처음 의도와 전혀 다른 색감이 나올 수 있죠. 찍는 사람의 의도와 전혀 다른 모습을 마주 할 수 있다는 게 사진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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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8-16 23: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스콧님 페이퍼 기다렸습니다^^* 회화적 질감을 지닌 사울레이터의 작품들! 그가 시간여행자였기에
관람객들은 그의 사진들을 통해 언제든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거겠죠?!!

scott 2022-08-16 23:46   좋아요 5 | URL
맞습니다!ㅎㅎㅎ
전시와 영화를 관람하는 이들 모두
시간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것!

미미님은 쟁여 둔 책탑 속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실 것 같습니다!

저는 연휴 동안 주문한 책들 이번 주 내내
줍!줍!줍!

ʚ(>ᴥ<)ɞ

그레이스 2022-08-16 23: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버지가 랍비였으니 예술의 길을 가는게 쉽진 않았겠어요. 보통은 물려받는데!

빨간색 인상적이었습니다.

scott 2022-08-16 23:55   좋아요 4 | URL
߮߰🧡߮߬ ⃕

희선 2022-08-17 01: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2020년 도쿄에서 사울 레이터 사진 전시회 보셨군요 한달밖에 못하다니... 그때 사람들 아쉬워했겠습니다 그걸 그만둬야 하는 쪽도... 유통기한 지난 필름도 멋지게 나오는군요 누구나 그렇게 하지는 못할 것도 같습니다 사울 레이터여서 그림 같은 사진을 담았겠네요 본래 그림을 좋아하니...


희선

scott 2022-08-17 23:03   좋아요 1 | URL
그쵸! 똑같은 기기로 찍어도 이렇게 멋진 작품으로 탄생 하지 않죠!
희선님 말씀 처럼 사울 레이터여서 이토록 아름다운 사진을 담아낸것 같습니다!
회화적 질감이 느껴지는 사진!ㅎㅎ


일본인들 사울 레이터 굉장히 좋아 합니다

앞으로 자주 사진전 열게 될 것 같아요^^

mini74 2022-08-17 09: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빗방울 비맺힘 , 카페에서 비 오는 거릴 바라보는 것 같았어요. 스콧님 덕에 산 사울레이터 책 ㅎㅎ 아이가 홀라당 들고가더니, 자취방 가니 책상 위 선반에 펼쳐져 있었어요. 좋은 건 알아가지고 ㅎㅎㅎ ~ 익명의 영혼들이 스쳐 지나간 거리 란 스콧님 글귀에 눈이 갑니다.

그레이스 2022-08-17 09:25   좋아요 3 | URL
저도 딸 사줘야겠네요.
사진전 자주 가던데... 그 생각은 못했어요. 스콧님 땡투!

scott 2022-08-17 23:05   좋아요 2 | URL
사진집 사주시는 멋진 마미! 그레이스님 !^^
。゚゚・。・゚゚。
゚。  。゚
 ゚・。・゚
⠀()_/)
⠀(。ˆ꒳ˆ)⠀
ଫ/⌒づ💗💗💗💗💗💗💗💗💗💗

모나리자 2022-08-17 09: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멋집니다~!! 스콧님~
여행 생각이 간절해지네요..ㅎ
약간 시원해져서 숨 쉴 만하네요.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scott 2022-08-17 23:07   좋아요 2 | URL
서울 오후 늦게 물 폭탄이 순식간에!
이전과 다른 소나기 였습니다
8월 중순 넘어가면 무덥고 습한 공기 사라지겠죠.

이제 여행 떠날 려면

이전 보다 몇 배 비용 감수 하고 목숨 걸고 ㅎㅎㅎ(아파도 치료 받기 쉽지 않음)

모나리자님 건강 잘 챙기세요

독서괭 2022-08-17 10: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시간여행자라는 말, 온갖 것을 음미할 수 있게 해준다는 말이 참 좋아요. 스콧님의 사울레이터 글 예전에 본 후로 계속 구매 후보에 있는데 아직 못 사고 있네요~ 덕분에 사진 많이 봐서 좋습니다^^

scott 2022-08-17 23:08   좋아요 3 | URL
저도 이 사진집 망설 였다가
전 세계 동시 출간!에

미쿡판 보다 가격이 저렴해서
냉큼!ㅎㅎ

사울 레이터 사진들 중 맘에 드는거
포스터 크기로 인화에서
집안 곳곳 붙여 놨어요 ㅎㅎㅎ

거리의화가 2022-08-17 11:4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스콧님 이 책 읽으실 줄 예상을 했지요^^
사울 레이터의 책을 얼마 전에 읽었지만 그의 사진에는 색감과 독특한 구도 등이 인상적이었어요. 여기에 더하면 역시 이야기겠네요. 사진에 담긴 이야기는 무엇일까. 작가의 의도를 생각하는 과정이 즐겁게 느껴졌습니다. 도쿄 전시가 1개월만에 막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안타깝네요. 앞으로도 그의 작품이 오래 사랑받길 기원합니다.

scott 2022-08-17 23:11   좋아요 2 | URL
이전에 나온 사진집 보다 판형이 크고 사진 색감을 잘 살려 냈습니다(가격대비 훌륭!ㅎㅎ)
사진의 담긴 이야기!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 주길 바랬는데 사울 레이터 아흔 살 세상을 떠나셔서 너무 아쉽습니다 이분이 늦게 세상에 알려 지셨거든요

한국에서도 다시 한 번 전시 되길 바랍니다!

화가님 굿!밤 ^^

프레이야 2022-08-17 20: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님 예전 페이퍼로 알게 되어 다큐도 보고 사진집 셋 영접했는데 또 구매욕 불끈하는 페이퍼입니다. ㅎㅎ 여러 통로로 보게 되지만 전시장에서 보는 감동은 크흐~ 알지요 그 느낌. 배경에 포커스를 둔 시선도 좋고 카메라들 모아두고 위에서 찍은 사진마저 좋네요. 카메라, 눈에 익은 것들이 보입니다. 처음 의도한 것과는 다른 결과를 마주할 수 있는 매력 그게 사진이라면 사진은 참 우리네 인생과 닮아 있지요. 브레송도 오리지널 프린트는 쓰레기라고 했는데 사울도 단 번에 완성하지 않는다니 일필휘지보다 다듬고 만지는 손길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매사. 때론 일필휘지해야 할 순간들도 많지만요.

2022-08-17 2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18 1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22 0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넬로페 2022-08-17 14:1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사울 레이터 작가 2탄이네요.
scott님 덕분에 이 작가 처음 알게 되었는데 역시나 이번에 올려주신 사진도 넘 좋아요.
사진도 결국 순간의 시간을 담고 있는데 작가가 포착한 것들에 사연도 있어 보이고 그 이상의 이미지도 생각할 수 있어 멋져요^^

scott 2022-08-17 23:18   좋아요 3 | URL
3탄!4탄도 이어 나가 볼까여 ㅎㅎㅎ
스맛폰 시대 홍수처럼 넘치는 이미지들과 다른 매력이 있죠!

이분 사진은 봐도 봐도 싫증 나지 않습니다 ^^

막시무스 2022-08-17 15:3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올초 서울서 열린 사진전가서 완전 감동 받았었어요!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 전시회 제목도 참 좋았고!ㅎ

scott 2022-08-17 23:19   좋아요 2 | URL
막시 무스님 역쉬!👍👍👍
올 초 1월부터 2월까지 열렸었는에
영상 다큐도 감동!ㅎㅎㅎ

막시무스님 서울 관광은 예술적인 ^^

새파랑 2022-08-17 19: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사울 레이터는 셀카도 잘찍는군요~! 제가 찍는 사진이랑 비교가 안되네요 ㅋ 역시 사진도 스콧님~!! 전 2008년에 뭘하고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술먹고 있었을거 같아요 ㅎㅎ

scott 2022-08-17 23:20   좋아요 3 | URL
새파랑님도 셀카 잘 찍으실 것 같습니다(현재는 책 탑 아카이브로!ㅎㅎ)

2008년도에는 현재 2022년 보다 좀 더 많이 행복 했었던것 같습니다 ㅠ.ㅠ

바람돌이 2022-08-17 21: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스콧님 사울 레이터 글 너무 좋음요. 항상 감탄 감탄!!! 저 책의 표지 사진은 우키요에 분위기가 물씬이네요. 이 책의 사진들은 색감이 더 선명하고 쨍한 느낌이네요.

scott 2022-08-17 23:21   좋아요 2 | URL
맞습니다!
우키요에!
원래 사울이 좋아 했던 우키요에 작가들 작품과 비교 해서 올릴려다가 포귀 ㅎㅎㅎㅎ

컬러 사진만의 매력이 있죠(사울 이전 사진계에서 흑백만 작품 취급을 했다고 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08-17 23: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앗!!!!! 사울 레이터!!!!
또 사야 하나요???ㅋㅋㅋ
그래도 덕분에 사진이랑 잘 보고 갑니다^^

scott 2022-08-17 23:30   좋아요 3 | URL
나무님 담달 알라딘 새 굿즈와 사울 레이터 함께 ^^

서니데이 2022-08-19 08: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래전에 찍은 사진들인데, 컬러 색감이 참 좋네요. 이제는 빈티지한 느낌이 드는 오래전 그 때의 풍경도 좋고요. 코로나19 이후로 전시도 영화도 보러가지 못하고 있어요. 예정된 전시가 코로나19로 일정이 달라진 건 아쉬운 분들 많았을 것 같네요.
잘읽었습니다. scott님, 즐거운 금요일 되세요.^^

scott 2022-08-22 00:05   좋아요 2 | URL
사울 레이터 사진을 보고 있으면 영상을 보는 듯 빨려 들어 갑니다

그래서 제 방에는 사진 포스터(사울의 작품)은 걸어 놓지 않았어요 ㅎㅎㅎ

전시 공연 스케줄은 쭈욱 이어지고 있는데
딱히 꽂히는 게 없습니다

코로나 19로 극장 처럼 밀폐된 공간만 아니면 전시장은 돌아다녀도 괜찮은 것 같아요

서니데이님 한 주 시작 건강하게 ^^

2022-08-22 0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림으로 보는 모든 순간의 과학 - 내 방에서 우주 끝까지, 세상의 온갖 법칙과 현상을 찾아서
브라이언 크레그.애덤 댄트 지음, 이종필 옮김 / 김영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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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영국의 시인 존 키츠는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을 두고 자연의 순수한 아름다움을 단순한 수학 공식으로 환원 시켜서 '무지개 색을 이리저리 뒤섞어버린'죄를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언어의 음율과 규칙을 사랑했던 시인은 자연의 법칙을 수학 공식으로 단번에 도출 할 수 없을 정도로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이 있다고 믿었다.

수학자와 과학자들은 대 자연의 원리, 순환의 법칙을 간단한 공식과 규칙으로 도출 해서 세상의 모든 이치가 어떻게 움직이고 작동하는지 알기 위해 노력 했다.

1170년 무렵에 피사에서 태어난 수학자 피보나치는 북 아프리카로 여행을 갔다가 현지 아랍인들이 물물 교환을 할 때 사용 하는 숫자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1202년 고향 피사로 돌아온 후 자신의 저서 <계산 판의 책>에서 처음으로 인도에서 유래 해서 아랍인들 사이에서 널리 쓰였던 숫자 0을 서양에 소개 했다.

이후 서양에서는 각종 질병과 전염병, 자연 사로 죽는 가축이나 사람을 숫자로 표기 하면서 수리학과 통계학 분야를 발전 시켜 나갔다.

1665년 캠브리지 대학을 졸업 한 직후 전염병에 감염 되어 약 2년 동안 집안에서 옴짝 달싹하지 못했던 아이작 뉴턴은 우연히 자신의 집 앞 마당에 심어둔 사과 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장면에서 영감을 얻고 '중력', 즉 <보편 중력의 법칙> 이론을 성립 한다.

그는 이 법칙에 수학 기법인 유율법(무한히 작은 시간 간격 사이에 발생하는 두 증분량의 비와 같은 것)을 사용해서 미적분학으로 발전 시켰다.

뉴턴이 사망 한 후 40여년의 세월이 흘러 런던의 제본사 수습생으로 일하며 불철 주야로 과학과 수학을 독학한 청년 마이클 패러데이는 뉴턴이 <자연 철학의 수학적 원리>라는 논문을 발표했던 영국 왕립 연구소 화학 조수로 채용이 된다.

그는 이곳에서 우연한 실험을 통해 전동기 이면의 현상을 발견하고 발전기 매커니즘을 제시 했다.

그는 어둠의 시간이 긴 영국 땅을 환하게 밝혀야 한다는 사명감을 품고 전국을 순회하며 전자기 개념과 원리 유도 현상에 대해 강의를 펼치며 과학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인류 역사의 발전 속에는 곳곳에서 우연한 여행과 발견의 산물로 탄생한 과학과 수학이 있다.

세포를 분리 하다가 발견한 세균을 통해서 인류의 생명을 위협 하는 치명적인 바이러스 균을 제거하는 성분을 추출하기 도 하고 문명을 파괴하는 핵 공학에서 암을 치유하는 기기로 발전 시켜 나가기도 했다.

지구의 나이를 계산해보다가 광합성물질로 지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행성을 관찰 할 수 있는 망원경을 발명 하기도 하고 암석과 화석 탐사를 통해 지구의 판이 이동 했다는 대륙 이동과 판 구조의 원리를 발견 하기도 했다.

과학자들과 수학자들의 부단한 노력과 열정으로 성립되고 발전 시켜 나간 일련의 자연 법칙과 현상들을 통해 21세기의 세상은 19세기와 전혀 다른 삶의 질을 향상 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20세기 초 부터 확립되었던 양자 역학과 카오스 이론을 제외 하고 현재 21세기에 통용 되고 지속 적인 연구가 이루어진 과학들은 전부 20세기 이전에 이미 이론적으로 확립된 규칙과 법칙들이 였다.

과학이란 우주의 구성 원리와 요소들이 어떻게 작동해서 지구의 자연과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연구하는 학문이다.

과학적 원리나 현상은 추상적인 개념이나 상상에서 출발 할 수 있고 인간의 눈으로 바로 식별 할 수 있는 사물과 생명체의 모습과 습성에서 발견 될 수 있다.

과학이라는 학문을 통해 발전 된 응용 과학의 원리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어떤 모습으로 발전 되고 있는지 어떻게 유지 하고 지탱 할 수 있는지 원리를 알고 미래에 발생 할 수 있는 여러 문제들을 미리 방지 할 수 있다.

우주는 인간들이 고안한 수리적 규칙이나 법 체계와 달리 특정한 상황에 딱 들어 맞는 규칙이 없기 때문에 과학이 제시하는 법칙을 통해 반복되는 자연 현상의 양상을 분석 하는 방법으로 우주가 품고 있는 비밀에 한 층 더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흔히들 과학자들은 이런 것들 저런 것들을 관찰 하고 분석한 끝에 이런 규칙과 이론을 성립 시켰다는 논문을 발표 한다.

관찰을 통해 발견한 현상에서 이끌어낸 물리적 법칙으로 자연의 주기와 인간 생명의 비밀을 알아내고 있는 과학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면 인생 그리고 우주 세상 만물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것일지 모른다.

여기 놀라운 한 권의 그림 책 속에 모든 순간의 과학이 담겨 있다.


부엌 - 집 - 정원 - 과학관 - 병원 - 광장 -거리 - 교외 - 해안지대 - 대륙 - 지구 -태양계 - 대우주의 장으로 나눠져서 각 장마다 46개의 과학 법칙과 현상을 다루고 있다.


그림 한 장 속에는 놀라울 정도로 일상과 세상의 모든 과학적 법칙과 현상을 보여준다.

각 장마다 삽입된 그림 속에는 물리학,생물학, 지질학, 화학, 천문학, 기상학, 생태학등 거의 모든 과학 분야가 담겨 있고 모든 과학 법칙을 단 두어 개의 문장으로 핵심만 간결하게 서술 했다.


어떤 규칙이나 법칙의 이름을 학교 수업을 통해 실험이나 암기로 배웠지만 정작 일상 생활에서 어떻게 적용 되고 작동 되는지 설명 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 책에 수록된 그림에는 과학을 전혀 모르는 이들도 이해 할 수 있게 우리 일상 생활 주변을 둘러싼 현상 부터 각종 주방 기기들, 화장실 용품과 청소 도구들 부터 거대한 우주까지 확장 시켜서 세상이 어떤 규칙과 법칙으로 움직이고 작동 되고 있는지 한 눈에 파악 할 수 있다.



각종 체험 학습과 실험, 박물관 탐사를 통해 과학의 흥미를 키워 나가지만 실제로 자연 법칙과 이론, 수학적 원리를 배우기 시작 하면서 쉽게 접근 하기 힘든 장벽이 눈 앞에 세워진다.

과학을 몰라도 수학 공식을 몰라도 일상 생활을 헤쳐나가는데 별 다른 어려움이나 지장은 없다.


하지만 어디선가 날아오는 샴페인 마개에 얼굴을 맞아 뒤로 넘어지기도 하고(‘헨리의 법칙’). 서서히 멀어지는 구급차 사이렌 소리에 귀를 틀어 막거나(‘도플러 효과’), 갑작스럽게 발생한 자동차 엔진 이상으로 긴 지렛대로 차를 힘겹게 들어 올리기는 (‘아르키메데스의 지레 원리’) 순간에도 여러 과학적 규칙과 원리가 적용되고 있다.


야외에서 햄버거를 먹고 있을 때 어디선가 햄버거 냄새를 맡은 강아지들이 달려 들기도 하고 (‘확산’), 어느 날 유원지 한 가운데서 날아 다니는 종이 비행기를 보기도 한다.(‘베르누이 원리’).


우리 일상의 이런 자잘한 행동 속에 숨겨진 이런 과학적 법칙과 현상을 알게 된다면

어느 날 문득 보게 된 영화 속 소설 속 한 장면에서 '양자의 법칙'을 발견하게 될지 모른다.


과학은 세상 만물이 작동하는 규칙으로 과학의 원리를 알게 된다면 이전과 다른 시선으로 일상을 관찰 하게 된다.


코로나 팬데믹이 발발 하지 않았다면 인류의 생명을 위협 시킬 정도로 전파력이 강한 바이러스라는 존재는 그저 영화에서 나 있을 법한 일이라고 생각 했을 것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 변이로 인해 지구 온도 변화에 민감해 졌고 환경 오염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 하게 되었다.


과학이 단지 학교에서만 배우는 과목으로 치부 해버리고 그저 전문가들이 각종 실험실이나 연구소에서나 수행하는 것이라고 생각 한다면 지구 환경의 오염과 이상 기후 현상으로 인해 병들어가는 대 자연을 영원히 복원 시켜 나갈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고 경험하는 모든 순간에 숨어 있는 514개의 법칙과 현상 그림책이면서 과학책이고, 수준은 낮추지 않되 진입 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춘, 기존 과학 분야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그림 <모든 순간의 과학> 책을 통해 내 방에서 우주 끝까지, 세상의 온갖 법칙과 현상을 찾아 보자.


[자연의 현상 사이에는 우리 눈에는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 오직 분석을 통해서 만 볼 수 있는 그런 리듬과 양상이 있다. 우리가 물리 법칙이라 부르는 것은 바로 그런 양상들 이다.]

-리처드 파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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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9-08 16:21   좋아요 4 | URL
모나리자님도 추카!

추석 연휴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

새파랑 2022-09-08 16: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과학 그림 천재 스콧님! 당연한 당선 축하드립니다 ^^

scott 2022-09-08 23:46   좋아요 3 | URL
천재 였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 완전 박멸하는
백신 제조 할 정도로 ㅎㅎㅎ

서니데이 2022-09-08 18: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추석연휴 보내세요.^^

scott 2022-09-08 23:47   좋아요 3 | URL
서니데이님
캄솨!
행복한 추석
굿!밤 ^^

하나의책장 2022-09-12 11: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절-대 빠질 수 없는 이달의 당선작 인물인 scott님^^
너무너무 축하드려요!

추석 연휴 행복하게 보내셨나요?
이번 연휴 왜이렇게 짧게 느껴지는지 모르겠어요ㅠㅠ
마지막날도 즐겁게 보내세요♥

scott 2022-09-14 23:10   좋아요 0 | URL
하나님도 추카!

추석 연휴 동안 넘 많이 먹고
넘 많이 돌아 다녀서(물집이 잡힐 정도로)

피부가 많이 탔습니다 ㅎㅎㅎ

연휴는 항상 짧고
10월의 연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나님 건강 잘 챙기세요^^

책읽는나무 2022-09-13 10: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리뷰 장인 스콧님!!
축하 드려요^^ 연휴 지나고, 이제 천천히 둘러보고 글 남깁니다.
이 책도 기억나네요.^^
연휴도 끝났고, 이젠 가을 만끽하기만 남았어요.
멋진 가을 스콧님께 함께 하며 축하드립니다^^

scott 2022-09-14 23:11   좋아요 1 | URL
나무님은 일상이야기 장인
사진과 일상이야기 넘 재밌습니다 ㅎㅎㅎ

나무님 연휴동안에도 짬짬이 책을 열독 하셨을 것 같아요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서울보다 더 멋진 자연 보시면서) 보내셨을 것 같습니다

건강 잘 챙기세요 ^^

러블리땡 2022-09-14 23: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콧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립니다 ^^ 수준은 낮추지 않고 진입 장벽을 낮춘 책이라니 멋지네요 캬 과학은 어렵지만 과학 그림책은 괜찮은것 같아요 ㅎㅎ

scott 2022-09-14 23:08   좋아요 0 | URL
러블리 땡님 방가!방가! ㅎㅎ
추석 연휴 잘 보내셨나요?

이 책 그림이 많고 과학 용어를 쉽게 풀이해서 재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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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는 바위에 올라 있었다. 눈 위에 찍힌 발자국이 바위 밑까지 이어져 있었다.....

노루는 목을 길게 빼서 안중근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검은 눈이 빛나서, 시선이 마주칠 듯 싶었다.

안중근은 가랑잎 더미에 엎드려서 거총했다. 눈에서 가늠쇠를 지나 표적에 이르는 조준선이 총구 앞에 열렸고, 노루의 전신이 그 끝에 걸려 있었다.

거리는 삼백 보 정도 였다. 엎드려 쏘기에 알맞았다.

안중근은 왼팔로 총신을 받치고 오른손 검지를 방아쇠울 안에 넣었다. 엎드린 자리가 편안했다. 안중근은 검지손가락 둘째 마디를 방아쇠에 걸었다. 안중근은 숨을 크게 들이쉬고 반을 내쉰다음 숨을 멈추었다. 바위는 보이지 않고 노루만 보였다. 조준선 끝에서 총구는 노루의 몸통에 닿아 있었다.

오른손 검지 둘째 마디는 안중근의 몸통에서 분리된 것처럼,직후방으로 스스로 움직이면서 방아쇠를 당겼다.]

                                                         -김훈 <하얼빈> 중에서 


몇 년 전에 어느 일간지에 김훈 작가의 서재방(작업실)이 공개 된 적이 있었다.


김훈 작가의 책상에 놓인 액자 사진 속 인물은 1910년 3월 26일 중국 뤼순 감옥에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기 전  흰 도포 차림의 안중근 의사 사진이였다.


안중근 의사가 죽기 전에 입었던  흰 도포는  어머니 조 마리아 여사가 손수 바느질해서 보내 준 옷이였다.


김훈 작가는 자신이 죽기 전에 반드시 하고 싶은 일은 1909년 10월 26일 중국 하얼빈역에서 조선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저격 사살했을 때 썼던 안중근 의사의 권총(벨기에 FN M1900, 일명 브라우닝) 을 되찾는 것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김훈 작가가 안중근 의사의 권총, 한 세기 전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 했던 그 권총을 찾았는지 모른다.

다만, 그는 무직이였고 ‘포수’였던 인간  안중근을 이렇게 활자로 되살려 냈다.

'쇠가 이 세상에 길을 내고 있습니다. 길이 열리면 이 세계는 그 길 위로 계속해서 움직입니다. 한번 길을 내면, 길이 또 길을 만들어내서 누구도 길을 거역하지 못합니다. 힘이 길을 만들고 길은 힘을 만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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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2-07-26 00:3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번에는 안중근 의사군요 김훈 작가는 저 사진을 보면서 글을 썼을 것 같네요 끝까지 쓸 힘도 얻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안중근 의사가 쓴 그 총은 어디에 있을까요 사라졌을지...


희선

scott 2022-07-27 16:05   좋아요 3 | URL
김훈 작가님이 자신의 운명을 걸고 썼다고 합니다 !ㅎㅎ
서른 한 살 청년 안중근을 자신의 집필 책상 위에 올려 놓고 에너지를 받았을 것 같죠!

안중근 의사가 히로부미 저격한 총은 현재 안중근 의사 박물관에 있다고 하는데
그 총이 실제 사용했던 총이 아니라 생산 년도와 모델명이 같은 총이라고 합니다 ^^

새파랑 2022-07-26 06:3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김훈 작가의 서재 너무 멋지네요~!! 과연 그 권총은 어디로 갔을까요?🤔

scott 2022-07-27 16:06   좋아요 3 | URL
서재 전체는 공개 된적이 없고
책상만 사알짝 ㅎㅎㅎ

권총,,,일본 측이 증거품으로 어디 감춰 놨을 것 같은데,,,,

거리의화가 2022-07-26 09:4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김훈 작가 서재가 공개된 적이 있었군요~ 안중근 의사의 사진을 보고 마음을 가다듬은 후 집필을 하는 걸까요?^^
안중근의 권총은 찾았을지 저도 궁금해집니다!

scott 2022-07-27 16:07   좋아요 3 | URL
김훈 작가님은 꼬옥 찾고 싶다고 ㅎㅎㅎ

이번 작품 심상치 않은 문장에 놀랐습니다. ^^

그레이스 2022-07-26 10: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힘이 길을 내고 길이 힘을 만든다.
꼭 철로만이 아닐듯요.

scott 2022-07-27 16:08   좋아요 3 | URL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사태를 봐도
여전히 세상ㅇㄹ 움직이는 힘은
쇠!
오로지 힘만이 약자를 정복하는 정글의 세계 인 것 같습니다.

mini74 2022-07-26 13: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왜 제 눈엔 손바닥 지압봉? 공? 이 눈에 확 ㅎㅎ 아버지도 저 비슷한 거 쓰셨거든요 호두랑 같이...저렇게 누군가를 가슴에 품고 글을 쓴다는거 멋지네요.

scott 2022-07-27 16:09   좋아요 2 | URL
지압 공인것 같죠? ㅎㅎㅎ

김훈 작가님이 여전히 펜을 쥐고 원고지에 써내려 가신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손에 쥐가 나면
요거 지압공 쥐고
젬젬 하실것 같죠 ^^

페넬로페 2022-07-26 16: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칼의 노래에서 김훈 작가님의 문장이 너무 강렬해서 하얼빈 넘 기대됩니다.
노작가가 안중근을 어떻게 표현했을지 무지 궁금해요^^

scott 2022-07-27 16:10   좋아요 3 | URL
솔직히 하얼빈 장편 올해 출간은 기대 안했는데
단편과 에세이 정도만 출간 하신다고 ㅎㅎ

하얼빈 작품속 포수 안중근의 강렬한 등장 굉장 합니다 ^^

서니데이 2022-07-26 19: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얼빈, 하니까 자동적으로 안중근.
하는 걸 보면, 전 창의력은 별로 없고 암기식 교육은 효과적이었던 것 같아요.
오랜만의 김훈 작가 신작 소설이라서 기대하는 분들도 많으실 것 같습니다.
오늘 날씨가 많이 덥습니다.
시원한 저녁시간 되세요.^^

scott 2022-07-27 16:12   좋아요 2 | URL
그쵸! 하얼빈 단어는 안!중!근! ㅎㅎ
역사의 흐름을 이해 하려면 암기는 필수 !^^

공기가 넘 뜨겁습니다 ㅜ.ㅜ
실외를 돌아다니는게 무서울 정도로 ㅎㅎㅎ
서니데이님
무더위에 건강 잘 챙기세요^^

yamoo 2022-07-27 08:0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김훈 작가의 신작이 나왔나보네요...하얼빈이라..
근데 저도 안중근이 이토를 쏜 그 총...그 총은 어디로 갔지? 하는 생각을 좀 했더랬습니다. 야사책을 읽을 때도 안중근 에피소드에서 꼭 궁금했던 부분...
김훈 책은 거의 다 모았는데, 또 한 권이 추가될 듯합니다..^^

scott 2022-07-27 16:13   좋아요 2 | URL
그 총을 일본 측에서 공개 안하고 있거나
유럽 무기 수집상의 손에 넘어 갔을지 모르는데

이번 아베 저젹 사건까지,,,
역사의 시계가 돌고 돌아 2022년
김훈 작가의 <하얼빈>
감동의 역작이 될 것 같습니다.^^

페크pek0501 2022-07-27 17: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김훈 작가는 너무 잘 써서 얄미운 적이 있음 - 나의 고백.ㅋㅋ

scott 2022-07-27 23:49   좋아요 0 | URL
문자에 생명력이 느껴지는데,,,
엄청나게 고치고 수정하신다고 합니다. ㅎㅎ

페크님에게 밉상이신 김훈 작가님 ^^
 
지속의 순간들 제프 다이어 선집
제프 다이어 지음, 이정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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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이 지속되는 시간은 초 단위가 아닌 한장의 필름, 한 컷의 사진,사진을 찍는 행위는 세상 속으로 들어가지 않으면서 세상에 속할 수 있는 방법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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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7-26 13: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확 와닿아요 스콧님. 지금 비비안 마이어 책 읽고 있는데 그녀가 세상 밖에서 세상에 속하기 위해 사진을 찍은 건 아닌가...스콧님 글 읽으니 좀 더 그녀가 이해됩니다.그나저나 스콧님 따라 산 이 책, 어여 읽어야 하는데 ㅎㅎㅎ

scott 2022-07-27 16:03   좋아요 1 | URL
미니님 비비안 마이어 삶을 다룬(추적한)책을 읽고 계시는 군요!
열대야로 숨쉬는 것 조차 힘든 무더위로 지치고 있는 요즘,
미니님 건강 잘 챙기세요
똘망이도 미니님도 시원^^시원^^하게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