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의 즐거움 - 개정판 매스터마인즈 1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지음, 이희재 옮김 / 해냄 / 2007년 11월
구판절판


인격발달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인과 관계는 대체로 순환성을 갖는다. 처음에는 결과였던 것이 나중에는 원인으로 작용한다.-93쪽

원만한 가정을 꾸려나가는 비결이 무엇인가에 대한 글에서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내용은, 식구 하나하나의 정서적 안정과 성장을 뒷받침하는 가정에는 두 개의 거의 상반된 특성이 공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원칙과 자발성, 규율과 자유, 높은 기대와 무조건적 사랑의 공존이다. -118쪽

그 사람이 정말로 무엇을 원하는가를 알아내려면 본인의 선택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선택에 대해서 그 사람이 내리는 판단을 중시해야 한다는 것을.-121쪽

무질서로 나아가려는 흐름은 고정변수나 다름없다.-148쪽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개인 의식이 죽고 난 뒤 어딘가에 보존되든 아니면 깡그리 사라지든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하나 있다. 그것은 나라는 존재가 전체 현실을 구성하는 씨줄과 날줄의 일부분으로서 영원히 남으리란 것이다.-1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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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2-08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이 책이 추천도서 목록에 눈에 띄어서 읽어본 적이 있는데 읽는데 쉽지가 않더라구요.
간만에 이 책 재독해봐야겠습니다. ^^;;

blanca 2011-02-08 21:17   좋아요 0 | URL
우연히 서점 갔다 보고 언젠가 읽으려 했다는 기억이 나서 읽게 되었어요. 뻔한 소리들이라고 생각하면 집중이 안 되지만 그래도 '그래야 한다'는 얘기를 논리정연하게 또 실감 있는 목소리로 듣다 보니 기억할 대목들이 참 많았답니다.

2011-02-10 0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10 1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거추장스럽다고 오래된 스피커를 내다 버린 후 컴퓨터가 시위하듯 입을 닫았다. 오디오 드라이버도 다시 깔고 다른 스피커도 연결해 보며 낑낑대던 남편은 손을 들어 버렸다. 갑자기 들어야 하고 듣고 싶은 것들이 산처럼 쌓였다. 순한 학생처럼 네이넘의 지식인에서 하라는 대로 다 해봐도 묵묵부답이다. 연두색 출력 단자. 이거 맞는데. 갑자기 본체 컴컴한 뒷편에도 연두색 출력 단자가 있나 찾아 본다. 있다! 이어폰 꽂는 데에다 떡하니 연결해 놓고 소리 안 나온다고 주변에 호소하고 다녔다. 도와준다고 약속했던 제부가 왔으면 거하게 망신살 뻗칠 뻔 했다. 기본 중의 기본도 제대로 모르고 놓치고 마는 것들. 이런 것들이 아찔하다. 바보 같다. 

그리고 정말 보고 싶었는데 볼 수 없었던 영화 <시>의 초입부를 보기 시작했다. 벌써 새벽 한 시. 전날에도 <유령작가>를 새벽 세 시까지 보고 연달아 달린다. 영화관에 가 본 지가 사 년이다. 주위에서 <아바타>로 들썩일 때는 소외감을 느꼈다. 다들 알고 얘기하고 즐거워하는 것들에서 물러나는 것은 우울하고 쓸쓸한 일이다. 아이를 가지고 낳고 키우며 영화관을 가지 못하고 가지 않은 것은 게으름과 귀찮음을 숨기기 위한 변명거리일지도 모른다.  

 

시를 쓰고 싶어하는 사람이 힘든 시대다. 시를 읽는 사람들이 귀해진 시대이기도 하다. 고등학교 국어 수업 시간, 소설가였던 선생님은 윤동주의 시를 적어주시곤 했다. 아이들은 마치 가수에게 노래를 조르듯 수업 시작 전 시를 조르는 습관을 들였다. 화석 같은 정경이다. 이 영화에는 시를 조르는 할머니가 나온다. 같은 학교 여학생을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고도 무감각한 외손자를 돌보고 반신불수 노인을 목욕시키러 다니는 미자 할머니. 자꾸 명사에서 미끄러져도 금새 작은 수첩에 시상을 메모하고 이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을 응시하느라 걷던 길을 멈추는 주책맞은 몽상가. 빛나고 생기어린 아름다움은 주름살 골에 희미하게 박혀 미끄러지고 있지만 가느다랗고 투명한 음색으로 종달새처럼 지저귀는 대배우의 넘치지 않는 연기와 아름답게 시간과 타협하는 법을 배워가는 듯한 모습은 절절하게 예뻤다.  

문화원에서 시작 강의를 받는 나이든 늦깎이 학생들의 '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회고하는 장면은 잊혀지지 않는다. 어린 시절 할머니에게 유행가가사를 짚어가며 가르쳐 줬던 손녀는 할머니의 부재 앞에서 오열한다. 행복했던 순간이 없었다,고 덤덤해했던 초로의 사내는 갑자기 지하에 살다 이천의 임대 아파트에 들어왔던 그 해방의 소박한 순간을 기억하며 전율한다. 봄에 비죽비죽 솟아 나오는 새순이 너무 이뻐서 쓰다듬어 주며 나이듦을 체감한다는 중년의 여인네는 누구와 닮아 있다. 내가 두고 갈 것들과 내가 가도 남을 것들은 순간을 더 고양시키고 서럽게 만든다. 소위 불륜에 빠져 아름답지만 너무 힘든 사랑을 하고 있다는 아주머니는 너무 아프다고 울먹인다. 

일상이 너무 소중하고 아름답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깨달았다. 그때는 몰랐다. 잠깐이라도 멈추고 싶은데 기착지의 막간은 너무나 짧다. 차창 뒤로 스치고 지나가는 풍경들이 애달프다. 가질 수 있는 것도 없고 영원한 것이 없음을 머리로는 아는데 자꾸 사소한 것들에 끄달린다. 매일 매일이 어리석다. 그리고 나는 어느새 할머니가 되어 있을 것 같다.  

마지막 시작 강의 시간. 미자 할머니는 강사와의 약속을 지킨다. '아네스의 노래'라는 한 편의 시를 완성하고 떠난다. 윤정희의 낭송은 갑자기 어린 소녀의 것으로 바뀐다. 죽은 그 아이다. 소녀와 할머니. 꿈 같은 만남. 아찔한 거리감. 사실 누구나 소녀였고 누구나 할머니로 죽는다. 어렸을 때 나는 우리 할머니가 할머니로 태어난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할머니로 영원히 내 곁에 계실 거라고 참으로 지겹다고 생각했다. 할머니가 가고 난 다음에서야 할머니도 소녀였다고 정말 그랬다고 그리고 나도 할머니가 되는 거라고 결국 그러고 말거라고, 지금 나를 미친듯이 사랑하는 이 어린 딸아이는 언젠가 그 시간들마저 다 잊어 버리는 때가 올 거라는 걸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엄마, 정말이지 세상에는 어쩔 도리가 없는 일들뿐이네요.'-사노 요코 <나의 엄마 시즈코상> 

어쩔 도리 없는 일들. 그리고 너무 이쁜 풍경들. 봄이 되면 더하겠지. 환장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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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1-02-06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성이 풍부한 소녀스럽고, 고운 할머니인데 현실이 참 팍팍하네요.
보면서 가슴 한 구석이 답답했습니다.
나이들수록 말을 아껴야 겠다는, 실없이 웃지 말아야 겠다는 생뚱맞은 생각을 했습니다.

blanca 2011-02-07 21:38   좋아요 0 | URL
세실님, 정말 그랬어요. 글구 아이가 나를 보고 웃어줄 때 그리고 나를 계속 부를 때 더 열심히 응해주리라고 결심도 했구요. 서글퍼지는 대목이 많더라구요. 제가 할머니한테 했던 행동들도 생각나고. 몇 번이나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02-06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육방송 일요일 밤 11시 한국영화걸작선을 보면 정말 윤정희 씨 영화가 많음을 알 수 있어요.모두 젊은 시절 영화지요.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그런 영화를 꽤 보았답니다.특히 신성일과 주연한...그런데 저 영화 포스터...정말 많이 늙었군요.엉엉엉...미녀가 나이들면 더 슬퍼 보여요...구하라 누나도 늙겠지요.

blanca 2011-02-07 21:39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노자님, 정윤희 아세요? 저 하도 어른들한테 그녀 이쁘다,는 얘기 많이 들어 어제 검색해 보고 정말 반했답니다. 최고더라구요.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영화도 찾아 보고 싶었는데 EBS에서 해 줄 때 열심히 볼걸,하는 아쉬움이 남더라구요. 이쁜 사람들이 할머니가 되면 이목구비가 큼직하니까 더 확연히 늙어 보이는 것 맞는 것 같아요.

노이에자이트 2011-02-07 21:43   좋아요 0 | URL
수애 씨가 정윤희 씨 비슷하다고 하지요.교육방송에서도 안성기 정윤희 주연의 안개마을을 가끔 방영합니다.제가 이 프로그램 덕에 60~80년대 영화를 좍 끼고 있지요.

비로그인 2011-02-07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령작가>는 저도 그 시간에 보았는데, <시>가 방영되었는지는 몰랐네요.
영화관에서 크레딧이 올라갈 때 모두들 야단 맞은 학생처럼 조용히 앉아 있던 모습이 떠오르는군요.
호되게 야단 맞은 기분이었죠. 정말 좋은 영화입니다^^

blanca 2011-02-07 21:40   좋아요 0 | URL
후와님, 저 이틀 연속 새벽 세 시에 잤답니다.--;; <유령 작가>, <시> 둘 다 삶의 무자비한 잔혹성을 보여주는 영화였어요. 보고 나면 꼭 우울해지는.... 호되게 야단 맞은 기분... 맞아요.

마녀고양이 2011-02-07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를 쓰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힘든 시기라는 문구 절대 공감.

어느 시대나 그렇긴 하겠지만, 요즘은 특히 예술이 금전과 연결되어 힘든 시기죠.
대중에게 영합해야 하고, 하기사.. 인정받는다는 자체가 대중 인기 영합일까요? ㅠㅠ

순수한 어떤 것을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정녕 힘든 시기인 요즘이지만, 그만큼 편안하게 살고 있다는 양면성도 바라봅니다. 아, 곧 봄이 되나요? 통영 다녀오면서, 통영의 봄빛을 맞으며, 그 생각했어요, 베란다 손질 좀 해야게따 하구.

blanca 2011-02-07 21:42   좋아요 0 | URL
시인들이 특히나 더 힘든 것 같더라구요. 인터뷰 기사 같은 것 읽으면. 이런 풍토에서는 대시인이 다시 나오기는 힘들겠지요. 통영의 봄빛,이라는 말이 하나의 시어 같아요. 너무 이쁘네요. 베란다. 생각하니 심란해지네요. 여긴 곰팡이가 멋지게 춤추고 있어서 락스로 뿌려 놓고 닫아 놓고 산답니다.--;;

2011-02-07 1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07 2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잘잘라 2011-02-07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를 조르는 할머니,,, 누구에게요?
결국 자기 자신에게요?
궁금해요.

봄, 오지 말라고 조르면 봄이 안 올까요.
봄, 어서 오라고 조르면 봄이 어서 와 줄까요.

blanca 2011-02-07 21:45   좋아요 0 | URL
미자 할머니는 시인을 보고도 어떻게 하면 시를 잘 쓸 수 있냐고, 조르고 자기 자신에게도 끊임없이 조르다 한 편을 남기고 떠나요. 죽음을 암시하는 라스트 신이랍니다. 저는 올해부터 봄이 정말 정신 잃을 정도로 기다려지기도 하고 그래요. 이제 정말 좋은 줄을 알겠어요. 신기해요.

비로그인 2011-02-07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궁창 속에 발붙이고 서서, 무지개를 보더라.

-영화를 보신 저희 모친이 하신 말씀. 전 못봤습니다. 저 대신 보고 저 대신 허무하고 후련해 하셔서, 이러한 감상만을 빌리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서 아직 안봤지요.

blanca 2011-02-07 21:46   좋아요 0 | URL
쥬드님의 언어감각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군요. 시궁창 속에 발붙이고 서서, 무지개를 보더라! 이 영화 보고 나면 참 쓸쓸해져요. 나라서 쓸쓸한 게 아니라 그냥 인간인 게 쓸쓸해져요. 다 불쌍하고 슬퍼요. 나이들고 죽음을 앞두고 망각으로 가면 결국 다 사라지고 마는건데 현생은 끊임없이 집착과 끄달림을 부르네요.

2011-02-07 16: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07 2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1-02-07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우리딸이 말해줘서 꼭 보고 싶었는데 깜박했어요.ㅜㅜ
이상하게 '시'와 인연이 안 닿네요.
우리동네 극장에선 안했는데, 작년에 인천갔을 때 내가 다니던 극장에 걸려서 볼려고 했는데
그걸 보면 내가 뵙고 와야 될 분은 못 만나게 되고.... 갈등하다가 영화를 접고 그분을 뵙고 왔어요.
그래도 시를 본 것보다 그분을 뵙고 오기를 잘했다고 스스로 토닥여줬는데...

나도 시를 써본다고 우리동네 대학교사회교육원 시창작반에 디니던 시절이 있었거든요.^^

blanca 2011-02-08 21:18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꼭 보셔야 해요. 순오기님도 참 좋아하실 것 같아요. 시창작반에 다니셨어요? 우아, 그럼 더욱 더 보셔야겠어요. 시창작반 수강생들의 자기 삶 고백 장면은 정말 뭉클하더라구요.

카스피 2011-02-07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좋은 영화를 노쳤군요.신문을 안봐선지 요즘 통 TV에서 무슨 영화를 하는지 당최 알수 없어요ㅡ.ㅜ

blanca 2011-02-08 21:19   좋아요 0 | URL
저도 신문도 안 보고 티비도 잘 안 봐서 중요한 것들을 자꾸 놓쳐서 영화는 챙겨 보려고 해요. 안그러면 극장을 가야 하는데 쉽지 않아서요. '아프리카의 눈물' 같은 프로도 너무 좋더라구요.

꿈꾸는섬 2011-02-10 0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를 이번에 TV에서 보았어요. 애들 다 보내놓고 한가하게 영화구경해야하는데도 그게 잘 안되더라구요.
이 영화보고 정말 너무 좋았어요. 역시 이창동 감독이다 싶기도 했구요.

blanca 2011-02-10 13:42   좋아요 0 | URL
이창동 감독이 소설가 출신인 걸 몰랐어요. 정말 한 편의 시 같은 영화더라구요. 윤정희의 연기도 참 좋았구요. 구십 살까지 연기하겠다는 꿈 이루어질 것 같아요. 저는 갑자기 이 시대의 배우들한테 필받아서 다 검색해 보고 그랬잖아요^^ 저는 지금 <블랙스완> 기대하고 있어요. 아이 유치원 가고 나면 저 사 년만에 처음으로 보는 영화가 된답니다!^^

꿈꾸는섬 2011-02-11 23:18   좋아요 0 | URL
이창동 감독의 소설도 전 참 좋았어요. 그동안 만들었던 작품들도 모두 좋았구요.
윤정희님의 연기는 정말 대단했죠. 그 절제된 표정과 소녀같은 모습, 정말 멋졌어요.
아이 보내놓고 블랑카님의 자유를 만끽하시길...그런데 아이들 올 시간은 또 어찌 그리 빨리 오는지 모른답니다.ㅎㅎ

후애(厚愛) 2011-02-17 0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중에 기회가 오면 영화 <시>를 보려고 합니다.^^
잘 지내시죠?

blanca 2011-02-17 23:05   좋아요 0 | URL
후애님도 참 좋아하실 거예요. 꼭 보실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잘 지내고 있어요.^^
 
파리 좌안의 피아노 공방
사드 카하트 지음, 정영목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08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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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아요, 팔아. 자리도 비좁고!
아버지는 내키지 않는듯 머뭇거린다.
그래도 할머니가 사 주신 건데......

좁은 집에서 세 형제가 십 년 가까이 방치하고 있던 밤색의 삼익 피아노는 그렇게 실려 나갔다. 

   
 

 우리는 피아노에 꿈을 투자한다. 지나가다 내키면 건드려본다. 그 위에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나 귀중한 물건을 올려놓아 집안의 성전으로 꾸며 놓는다. 이런 피아노가 우리 삶에서 사라지면 그것은 사실 대체할 수가 없다. 거기 포함되어 있는 우리 삶의 흐름의 한 부분을 돌이킬 수가 없다는 것이다.
-p.217

 
   

 

만 다섯 살도 되지 않아 피아노 가방에 바이엘을 넣고 가정식 피아노교습소를 들락거리게 됐다. 어렸을 때 너무나 피아노가 배우고 싶었지만 팍팍한 생활로 좌절당한 엄마는 벼르고 있었다는 듯 이사만 갔다 하면 제일 먼저 근처의 피아노 학원을 수소문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엄마의 딸은 절대음감과는 거리가 멀었고 아버지가 눈물의 피아노라고 우스꽝스러운 농담을 던질 만큼 언제나 야단맞고 흐느끼며 피아노를 쳤다. 그 부작용의 여파로 지금도 나는 아이의 의사에 반하는 조기 음악 교육에 반대한다. 공부하는 것보다 피아노 연습하는 게 더 싫고 지겹고 힘들었다. 소질이 있냐, 소질이 있다, 피아노 선생과 엄마 간에는 희망없는 모종의 공모와 속임과 속아줌이 있었다. 콩쿨 예선에서 바로 탈락한 것은 정말 다행한 일이었다. 소위 좀 쪽팔려서 조금 울고 말았지만 의외로 야단치는 사람도 없고 기대했던 사람도 없었던지 하나의 해프닝이 되어 버린 일. 나는 피아노에 소질이 없었다.

   
 

 이런 종류의 발표회는 모든 피아니스트 지망생이 제2의 호로비츠가 될 수 있다고 하는 엄청난 신용사기에 기초를 두고 있는 것 같다. 물론 극소수의 독주자만이 정상에 이르러 음악을 업으로 삼는다. 그럼에도 어린아이에게 재능이 좀 있다고 하면 지레 그런 능력, 그 모호하고 진귀한 재능을 가졌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랜 세월에 걸쳐 수없이 많은 어린 음악가가 억지로 되풀이하여 사람들 앞에서 연주를 하는 그 엄청난 시련을 겪는 체계가 만들어졌던 것이다.
-p.90

 
   

 파리의 한 동네 좁은 거리, 피아노를 수리하고 중고 피아노를 사고 팔기도 하는 아뜰리에를 방문하며 저자는 (작중 화자)는 '피아노'를 살아 숨쉬는 하나의 유기체로서, 유년기의 역사를 오롯이 복원해 내는 하나의 매개체로 다시 만나게 된다. 피아노의 역사, 구조가 지루하거나 사변적으로 흐르지 않고 매우 흥미롭고 평이하게 그려진다. 언제나 한 발치 물러서서 조금은 겁먹은 상태로 바라봤던, 다시 끌려 들어갈까봐 스리슬쩍 도망칠 준비를 했던 피아노 건반 위에 다시 손을 올렸다. 쉬운 연습곡을 조율이 안 된 상태로 다시 치게 되었다. 형편없었지만 색다르고 소중한 느낌이었다. 전적으로 이 책 덕택이었다. 소설이라기보다는 성인이 되어 재회한 피아노와의 사연을 담담하게 고백한 에세이에 가까워 보인다. 중고 베이비 그랜드를 데포르주 공방에서 구입하고 다시 교습을 받게 되며 '나'는 피아노에 헛된 꿈을 투자하고 비현실적인 기대를 거는 대신 '나'를 투명하게 보태고 자기 규율이 주는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맛보게 된다. 그건 어린 시절과는 분명 또다른 피아노가 주는 즐거움이었다고 고백한다. 초등학교 4학년 어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좌절감을 맛보며 덮었던 바하인벤션은 중학교 1학년때 쉬운 대중음악곡이나 초보용 재즈 연습곡으로 돌아왔다. 당시만 해도 번성했던 레코드점에서 <라붐>의 주제곡 악보를 삼백원 주고 사와 연습하여 음악 실기 시험 시간에 치며 아이들의 호응을 얻어내며 참 오랜만에 피아노 배우기를 잘 했다,고 으쓱했다. 그런 대중음악들을 연습하기 시작하면 손을 망친다,고 겁을 줬던 사람들도 있었지만(망칠 손도 없었지만) 즐기며 평이한 유행가들을 가끔 쳐대며 유년 시절 울며 억지로 피아노를 쳤던 시간들 덕을 조금씩이라도 봤다. 

   
 

 마지막 화음들이 허공에 머물다 서서히 물러나는 동안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내가 소유하기는 했지만 결코 정복하지 못한, 언제 보아도 낯설어 보이는 악기 안을 들여다보았다. 당연히 음악이 중요했다. 모차르트는 모차르트였다. 그러나 나는 내 피아노로 어떤 음악을 연주한다는 게 얼마나 깊은 만족을 주는 일인지 다시 깨달았다. 감정적으로, 육체적으로, 지적으로, 영적으로. 그 만족은 무한했고, 그것이 내 삶에 주는 영향은 깊디깊었다. 나는 방 건너편에서 피아노를 바라보면서, 그 모퉁이가 텅 비었을 때를 기억해보려 했다. 전생의 일 같았다.
-p.345

 
   

 

텅빈 모퉁이. 그 모퉁이를 채웠던 밤색의 삼익 업라이트 피아노는 지금 어디에서 누군가의 손 밑에서 또다른 의미와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을까. 아님 아예 죽어버렸을까. '너'의 행방을 궁금해하며 너가 있었던 그 시간들을 마치 '전생의 기억'처럼 더듬거리며 그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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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2-04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lanca님 설 잘 쇠셨죠? 쓰신 페이퍼 차분히 읽고 갑니다..
번역도 괜찮고, 영화의 카메라같은 저자의 시선이 높지 않고 편안한 위치여서 부담 없이 푹 빠질 수 있었던 책이었다는 생각입니다. 지금 책장에서 뽑아 다시 들고 있는데요. 언제인지.. 밤 11-12시쯤 하던 드라마 같은 느낌도 듭니다.

마치 흙속에 묻혀 있던 무엇인가가 나오듯, blanca님의 기억의 알맹이들이 두두둑 나오는 소리도. 잘 듣고 가고요.

(음악도 한 곡 띄울려고 했는데 되질 않네요.. 코드 붙이는 방식이 바뀐것인지.)




blanca 2011-02-05 22:01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덕분이죠. 고마워요. 저는 너무 잔잔해서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웬걸요, 정말 말씀처럼 저자의 시선이 참 편안해서 물 흐르듯이 읽히더라구요. 피아노에 얽힌 추억들이 마구 오버랩되면서 참 특별한 독서를 했답니다. 바람결님, 저 이사오면서 컴퓨터 스피커를 버린 게 잘못된 건지 소리가 안 나온답니다. 오디오 카드도 다시 설치해 보고 했는데 정말 알 수가 없네요. 게다가 라디오 클래식 채널도 안 잡히고 참, 총체적 난국 상황이랍니다. 지금 정말 음악이 고파요.

프레이야 2011-02-05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설날 잘 보내셨어요?
저도 피아노를 포함해 악기에 소질 없어요.ㅎㅎ
끈기부족이 제일 큰 원인인 거 같아요.
아주 어릴 적 엄마가 사주신 장난감 피아노가 기억나요.
치면 제법 띵똥띵땅 소리가 그럴싸했어요.

blanca 2011-02-05 22:10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도 잘 보내셨죠! 전 올해부터 조금 일이 손에 익는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저는 예체능에 두루 소질이 없답니다. 딸내미는 안 닮았으면 좋겠어요.

2011-02-05 1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05 2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1-02-05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정영목 씨 번역 책이군요.
예전에 저는 어렸을 때 피아노 치는게 좋아서 피아노 학원에 가게 되면 즐거웠었는데
이제는 유년 시절의 기억으로 남게 되었네요. 글의 제목처럼
예전 그 때가 그리워지기도 하네요 ^^

blanca 2011-02-05 22:12   좋아요 0 | URL
시루스님은 그러셨군요. 저는 그런 경험이 없어서 참 아쉬워요. 이왕 하는 거 즐겁게 다녔으면 참 좋았을 텐데 아쉬워요. 정영목 씨가 은근히 눈에 많이 띄네요. 요즘에 정말 번역자 들을 한 번씩 확인하게 됩니다.

잘잘라 2011-02-06 21:08   좋아요 0 | URL
정영목 씨 번역, 좋아해요^^

다락방 2011-02-05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이 아름다운 책을 blanca 님도 읽으셨군요! 반가워요!
:)

blanca 2011-02-05 22:14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다락방님이 이 책 얘기 하셨죠! 그 빵냄새 나는 골목 부분 인용도 해 주셨고요. 차암 좋더라구요. <올리브키터리지>도 이 책도 저를 한 방에 훅 가게 하네요^^ 현대 영미소설을 안 읽는 편이었는데 요즘 아주 즐겁습니다. 읽을 책이 왜이리 많죠!

순오기 2011-02-06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피아노 얘기에 공감할 분들이 많을 거에요~
나는 피아노를 배우는 세대가 아니어서, 우리 애들에게 답답함을 면하라고 배우게 했지만, 대회는 한번도 안 내보냈어요. 피아노 대회라는 게 어떻게 되는 건지 잘 알기 때문에 아이가 원하지 않으면 참여시키지 않았어요.
피아노 대회에 참가 시키기 위한 피아노 교육의 폐해를 잘 그려낸 <피아노를 쳐 줄게>라는 그림책이 있어요.
아직 리뷰를 쓰지 않았는데 포토리뷰로 올릴거지만...

blanca 2011-02-06 21:24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잘 하셨어요. 저희는 잘 모르고 그렇게 힘들게 고생 한 번 진하게 했어요. 그런 그림책이 있어요? 요즘에도 그런 풍경이 사라지지 않았나 보군요. 포토리뷰 기다리겠습니다.^^

2011-02-06 0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06 2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02-06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두 라붐 사서, 연습했었는데... 아하하.

피아노 말이죠, 어릴 때 배우는데 정말 능력의 한계가 여실히 느껴지더라구요. 그런데 어른이 되어서
다시 배우고픈 욕구가 엄청 솟는거예요. 코알라 핑계대고 그럭저럭 괘안은 디지털 피아노를 샀는데,
우리 코알라는 냉큼 피아노 관두고, 저는... 아직두 미련을 못 버려서 언젠가는 다시 배울거야 하는 중~ ^^

정말이지, 지난 날을 생각하면 이젠 전생의 기억 같아요. 에고.

잘잘라 2011-02-06 21:10   좋아요 0 | URL
흐하하하. '전생의 기억'같다는 말, 실감나요. ㅎㅎ

blanca 2011-02-06 21:27   좋아요 0 | URL
마고님도 라붐 ㅋㅋㅋ 저도 그래요. 다시 한 번 제대로 즐기며 배워 보고 싶어요. 아이를 위해서도! 디지털 피아노 사셨어요? 저는 피아노가 집에 없어요. 언젠가 또 다시 사게 되겠죠. 저는 어제도 전생 같아요--;;

노이에자이트 2011-02-06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하모니카를 조금 불줄 압니다.패티 김의 '이별'을 연주하면 여자들이 쓰러집니다.

blanca 2011-02-06 21:28   좋아요 0 | URL
노자님 댓글을 저를 빵 터지게 하네요 ㅋㅋ 저보다 젊으신 걸로 아는데 패티 김의 '이별'이라니요 ㅋㅋ

노이에자이트 2011-02-06 23:28   좋아요 0 | URL
으하하...제 애창곡으로는 연령 추정을 할 수 없다니까요.70년대 가요는 물론이고 60년대 가요도 많이 알아요.청소년들보다 최신곡을 더 많이 알고 있기도 하구요.

블랑카 님 또래들도 패티 김의 '이별'은 거의 모르지 않을까...음...길옥윤 씨가 작곡한 노래가 좋은 게 많아요.그리고 정훈희 씨 20대 때 노래 중 '너무나 사랑했기에'(김학송 작곡)는 기타로 연주하면 좋답니다(근데 저는 기타는 못쳐요).한번 검색해 들어보세요.기타 간주가 애절한 곡이랍니다.

잘잘라 2011-02-06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피아노에 꿈을 투자한다. 지나가다 내키면 건드려본다. 그 위에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나 귀중한 물건을 올려놓아 집안의 성전으로 꾸며 놓는다.....」 공감 백배, 페이퍼에 몰입해서 어릴때 살던 성북동 개량한옥 작은 방까지 다녀왔어요. 아... 피아노 치구 싶네요. 외워서 칠 수 있는 건 동요 몇 곡 뿐이지만요. ㅎㅎ

blanca 2011-02-06 21:29   좋아요 0 | URL
메리포핀스님 성북동 개량한옥이 어린 시절!!! 정말 눈물나게 부러워요. 그럼 어린 시절 한옥에 사셨건 거예요? 지금 언제라도 가보실 수도 있고요? 외워서 칠 수 있는 곡이 저는 없답니다. 무참하지요. 친 세월이 몇 년인데 저는 피아노 조기 교육의 철저한 실패 사례인듯 합니다.--;;

잘잘라 2011-02-07 11:12   좋아요 0 | URL
성북동 그 집, 지금은 없어요.
앞 집에서 우리집을 사서 두 집 다 허물고 3층 건물 새로 지었거든요. ㅜㅜ

blanca님! 피아노.. 아픈 과거(?^^)는 잊고 새로 시작하시는 어때요?
저는 떠돌이 신세라 피아노는 사서 둘 데두 없구,
해서 기타 배울 생각이예요. ^^

blanca 2011-02-07 21:49   좋아요 0 | URL
아아아. 그렇군요....저도 피아노 없어요. 바이올린이나, 해금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어요. 이제는 현악기로^^ 클래식 기타 배우실 거예요? 메리포핀스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치시는 날 꼭 페이퍼 올려주세요. 저의 로망입니다.^^

잉크냄새 2011-03-15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기 하나쯤 연주할수 있으면 인생이 더 풍요롭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항상 품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구입한 오카리나는 먼지만 쌓이고 있지만요...

blanca 2011-03-15 22:04   좋아요 0 | URL
잉크냄새님 오랜만이에요. 오카리나가 먼지에 쌓인 풍경을 어느 집에서도 보았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도 늦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오카리나 소리 참 좋아요.
 
에브리맨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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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 페이지도 안 되는, 옮긴 이가 섬뜩하고 무시무시한 감동이 찾아 온다고 속보이는 칭찬을 하는, 노벨 문학상의 유력한 후보인 작가가 쓴, 그렇고 그런 책인 줄 알았던, 이 책. 

   
  그는 이제 없었다. 있음에서 풀려나, 스스로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어디에도 없는 곳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이 마지막 대목을 읽으며 결국 옮긴이의 속보이는 그 칭찬에  동조하게 되었다.  광고회사의 잘 나가는 아트 디렉트였고, 세 번 결혼을 했고, 이제 일흔하나인 그는 오른쪽 경동맥 수술을 위해 수요일 아침 일찍 병원으로 갔다. 그는 아직 떠나고 싶지 않았고, 아니 영영 떠나고 싶지 않았고 다시 충만해지기를 갈망했지만, 심지어 수술실로 들어가면서도 내일을 그렸지만 그는 이제 없었다. 

소설을 읽으며 자신의 과거 추억을 복기한 경험이 있긴 했지만 머나먼 미래, 그것도 '나'라는 존재가 없어 울 수도 웃을 수도 불평할 수도 없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더이상 알아 보고 안아 줄 수도 없는 상황을 섬뜩하고 슬프게 그려 보기는 처음이었다. '있음'을 치우고 난 후에는 그 어떤 것의 의미도 '나'를 걸러 건져 올릴 수 없게 된다. 여전히 남은 사람들은 지겨워하며 일상을 누리고 곁에 있는 이들에게 서슴지 않고 상처를 내는 언사들을 날릴 것이고 영원히 살고 영원히 소유할 것처럼 모든 것들을 오만하게 움켜쥘 것이다. 

소설의 처음은 소설의 말미에 희망을 품고 수술실에 들어간 '그'의 장례식으로 시작한다. 어린 시절 탈장 수술 때문에 어머니와 함께 버스를 타고 병원으로 가던 길, 거기에서 목도한 옆침대 소년의 죽음, '에브리맨'이라는 상호의 아버지의 보석가게, 그리고 하필 겨우 서른 넷에 머나먼 얘기인 것 같은 죽음을 의식했던 일 등 그의 죽음 전에 삶을 채웠던 기억의 편린들은 조각조각 그 '있음'과 '없음'의 간극을 메운다. 흔해 빠진 죽음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었지만 그것은 추상화된, 일반화된, 간접화법으로만 떠오를 수 있는 단어였다. 불멸의 보석을 팔았던 그의 아버지와 그 보석상의 이름인 '에브리맨'과 그는 모두 그 무한한 '무'에 도달한 그 시점에서도 결코 그것과 화해할 수 없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다. 죽음은 부당하다. 논리적이도 유의미하지도 타당하지도 않다. 그건 바뀌지 않는 진실이다. 그럴듯한 논거들을 갖다 붙여 정당화해도 그건 다 사기다. 왜냐하면 그것을 얘기하는 순간에도 우리는 살아 있지 않는가. '있음'의 지점에서 '없음'의 지점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척 하는 것은 그럴듯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스콧 니어링이 백 살 앞에서 스스로 곡기를 끊고 자발적인 죽음을 택하고 "좋아"한 것은 불가능하고 도저한 일을 이루어 냈기 때문에 회자되는 것이지, 모두가 가능한 일은 특히 에브리맨이 가능한 선택지는 결코 아니다. 이 작품이 섬뜩했던 것은 죽음으로 시작해서 죽음을 수긍하지 않는 주인공의 헛된 미망으로 끝을 맺기 때문이다. '그'는 소위 사회적인 시선으로 매우 성공한 축에 꼈던 사람이다. 전도유망한 아트 디렉트였고 퇴직 후에는 고급 은퇴자 마을에서 미술을 가르쳤다. 그건 우리가 부러워하는 삶의 전형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래도 끝은 역시나 허망하다. 더 허망했다. 

희망을 얘기하고 의미를 덧붙이는 이야기가 날아가고 난 자리에 슬몃 끼여든 이 적나라한 무의미한 삶에 대한 폭로.  

   
  "그냥 오는 대로 받아들여. 버티고 서서 오는 대로 받아들여라. 다른 방법이 없어."   
   

정말 그런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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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2-01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번역서를 고를때, 역자를 좀 유심히 보는 버릇이 있어요.
정영목님은 그런 의미에서 제가 왕 애정하는 역자세요.
그분이 번역하신거면 그냥 읽고봐요, 후회하는 법이 없죠.
그런 의미로 지명도와 다르게 제겐 별로인 분이 김석희 님이세요~^^

참,참,참...참 고우시더군요~
신문을 들추다가 '와락~' 신문을 끌어안았다니까요.
올핸 님을 롤 모델로 삼아도 좋을 것 같아요.
(전 일주일에 4권,한달에 열 여섯 권 정도 읽어요.)

님 명절 잘 보내시구요~^^

blanca 2011-02-01 20:50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저는 예전에 첨부된 글들은 안 읽었던 것 같은데 요새는 꼭 옮긴이의 글을 읽게 되더라구요. 저는 아직 양철나무꾼님처럼 역자 이름과 성격들을 잘 구분해서 알지는 못해요. 이 책의 감동에 역자의 공도 있었군요. 신문은--;; 그저 감사하고 부끄럽습니다. 양철나무꾼님도 구정설 잘 보내세요!

2011-02-04 1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1-02-01 0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필립 로스의 소설은 <더 플롯 어게인스트 아메리카>(영문이 안 나오네요 ㅠㅠ)를 사전 찾아가며 따문따문 읽은 기억이 있는데...
이 소설 당기네요. 특히 이 대목이요. "어린 시절 탈장 수술 때문에 어머니와 함께 버스를 타고 병원으로 가던 길, 거기에서 목도한 옆침대 소년의 죽음," 어린 시절 탈장 수술 때문에 어머니와 함께 버스를 타고 병원에 갔었고, 거기서 앞 침대의 할아버지가 주검이 되어 실려나가는 걸 목도한 경험이 있거든요. 그러니 저로서는 꼭 읽어야 하는 소설이네요.
좋은 리뷰 잘 읽고 갑니다^^ 명절 잘 쇠세요 블랑카님^^

blanca 2011-02-01 20:52   좋아요 0 | URL
후와님! 정말 그런 경험이 있으셨어요? 그럼 꼭 꼭 반드시 읽으셔야 합니다. 분량도 얇고 재미도 있어서 시간도 별로 안 걸려요. 후와님의 평이 꼭 들어보고 싶어요. 게다가 주인공과 같은 추억의 공유라니요. 후와님도 즐겁고 따사로운 명절이 되시기를...

비로그인 2011-02-01 0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lanca님 우선! 양철님의..
-> 신문을 들추다가 '와락~' 신문을 끌어안았다니까요.

이 신문은 경향신문이겠죠? 아~주 익숙한 주소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ㅎ
그런데 이게 네 번하고 끝이라니, 좀 이상하기도 하고 그렇네요 좀 더 많은 사람을 인터뷰해도 괜찮을 것 같던데..^^

음. 왠지 남기신 글은, 요새 좀 집중해서 보고 있는 실비아 플라스의 삶을 다룬 영화의 장면을 닮은 것 같아서 마음에 닿습니다. 새벽에 앉아 있으려니 술이 덜 깬 것 같아 머리속이 어슴푸레 하지만, 그 영화의 색이 주는 느낌은 꽤나 닮은 구석이 있네요.


blanca 2011-02-01 20:54   좋아요 0 | URL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는 솔직히 참 힘겹게 읽었어요. 분량도 너무 많고 나중에는 좀 집중이 안되더라구요.(재미가--;;) 그런데 다 읽고 나니 맘 한켠이 어찌나 시리던지. 아이를 두고 그렇게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는 그 맘이 감히 상상이 안되더라구요. 영화를 봤으면 더 저릿했겠죠. 기네스 펠트로가 아이들을 그네에 태우며 미소짓는 장면 캡쳐한 것만 봐도 슬프던걸요. 그건 저도 나중에서야 제가 끝인 줄 알았답니다.^^;;

마녀고양이 2011-02-01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말이죠, 경향신문 가서 바로 찾았어........ 방금여~
흐흐,,,,, 봐따봐써. 언제 했대여... 아이 이쁘당.... 반가와요.

음, 책 리뷰 보고, 있음 없음에 뭉클해서 생각에 잠기다가 댓글 보고
검색하고 그 바람에 그 감성 다 날아갔네... 어쩔 수 없어요. 즐거운 설 연휴!!

blanca 2011-02-01 20:55   좋아요 0 | URL
마고님 ㅋㅋㅋ 저 느무느무 부끄럽고 그래요. 잊어주세요--;;; 내일 가열차게 일할 예정입니다. 마고님도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2011-02-01 1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01 2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01 17: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01 2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1-02-01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외국문학 작품을 읽게 되면 번역가 이름과 이력을 유심히 보게 되는데
유독 정영목이라는 분의 역서를 많이 읽었던거 같아요.
지금도 민음사 <오스카 와일드 단편선>을 읽고 있는데 이 책 번역 역시 그 분이더군요 ^^
제가 아는 분도 필립 로스의 이 소설을 강추하셨는데 이번 기회에 읽어봐야겠어요.
최근에 <울분>이라는 제목의 신간도 나왔더군요.
설 연휴 잘 보내시구요,, 명절 증후군 조심하세요 ^^

blanca 2011-02-03 22:46   좋아요 0 | URL
아, 그러고 보니 지금 읽는 책도 정영목시의 번역이네요. <오스카 와일들 단편선> 좋은가요? 궁금했는데. 시루스님 아주 자알 보냈습니다. 힘좀 썼죠 ㅋㅋㅋ 생각보다 안 힘들어서 제 저질체력이 개선되었나 좋아하고 있답니다. 시루스님도 잘 보내셨죠?
 
맨발로 글목을 돌다 - 2011년 제35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공지영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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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로 골목을 돌다>인 줄 알았다.
기성 유명 작가이고 읽히는 재미와 반비례해 문학적 성과에 있어서는 때로 혹평을 받는 공지영이 대상을 받았다.
아주 힘들 때 밤을 서성이다 인터넷 화면보다 훨씬 못해 실망했던 티테일블에 엎어져 있던 에세이집에서
그녀는 힘든 고백을 하며 울고 있었다. 나는 한잠도 자지 못했고 그녀의 아픔을, 이제는 마침표를 찍은
과거형의 고통들은 선뜩하게 나의 가슴으로 배어 들고 있었다.
독자와 작가로서가 아니라 그 순간 만큼은 우리 둘다 어느 지점에서 절절하게 교감하는 여자들이었다. 
지천에 허벅지게 피어난 산수유를 배경으로 독사진을 찍고 이제 그만 아파하기로 했다.
산수유를 처음 봤을 때 상상했던 붉은 빛이 아니라 개나리 같은 노란색임을 알고 나는 배신이라도 당한 기분이었다.

<맨발로 글목을 돌다>였다.
글목은 사전에는 없는 공지영만의 어휘였다. '글이 모퉁이를 도는 길목'
작가에게는 삶이 선회하는 곳이기도 했다.
작품 속 '나'는 적나라한 '작가 공지영'이었다. 소설의 일본판 출간 기념으로 일본을 방문한 길, 공항에서 처음 만난 H는 북한에 납치되어 이십사 년간을 살고 돌아와 한국작품을 일본어로 번역하는 일을 하게 된다. 그의 삶 속에서 벌어진 그 무자비한 폭력은 그의 선의에 의해 수긍되고 적절히 체념된다. '나'는 삶을 덮치는 그 가혹한 운명의 파고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던 지난 날들을 갈피 갈피 사이로 끼워 놓으며 '살아가고 쓴다는 것'의 의미를 더듬는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우는 것이 하찮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기에, 가슴을 좀 웅크리고 편한 자세를 취해보았는데, 그때 문장들이, 장대비처럼 내게 내렸다. 

 
   

폭력으로 망가진 결혼생활의 회고, 위안부 할머니들과의 대면, 언어로 하는 일들이 맞닥뜨리는 궁극의 한계, 평범하고 행복하고 무난한 결혼생활로 잔인한 비교우위를 보여주는 친구의 모습, 고통이지만 정확히 과녁을 맞추는 것들이 주는 쾌감, 수용소에서 끝까지 살아 남았지만 노년에 자살하고 마는 프리모 레비,  <토니오 크뢰거>... 

이 짧은 소설 안에는 공지영 작가의 무수한 고백들과 좌절들과 그럼에도 밀고 나아가 생을 긍정하는 그녀의 모습이 고스란이 축약되어 있다. 인위적이고 작위적인 서사 대신 작가 자신의 삶에 대한 진성성 어린 고백들이 서사의 도식을 해체하고 포박해 들어온다. 소설 아닌 소설은 그래서 심사위원들도 독자들도 뭉클하게 만들고 말아 버렸다.  

정지아의 <목욕 가는 날>은 친정 엄마와 함께 목간을 가는 자매의 정감어리고 훈훈한 정경이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따사롭게 그려진다. 늙고 무기력해진 어미와 이제 장년의 어미를 복기하는 듯한 두 딸이 서로를 어루만지는 풍경은 주머니 속에 던져 넣고 오래도록 조물락대고 싶어진다. 

김숨의 <아무도 돌아오지 않는 밤>은 역시나 놀라웠다. <간과 쓸개>라는 단편에서 노년의 심리의 결을 사무치게 그려냈던 저력은 병든 시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며느리의 이중적 심리 상태를 적나라하고도 여실하게 보여주고 끝내 돌아오지 않는 남편과 시아버지의 사연을 꿀꺽 넘겨버리고 마침표를 찍어 버리는 능청스러움으로 애닯게 한다. 오랜만에 결말이 궁금해 초조하게 하는 단편이었다. 

김언수의 <금고에 갇히다>는 금고를 열었다고 신나서 뛰어다니다 실수로 버팀목을 발로 차버려 금고 안에 갇혀 버리는 도둑 두 명과 여자의 얘기다. 상황 설정 자체도 극적이고 코믹하지만 유통되고 가치가 매겨지지 않는 물질들의 무력함을 일거에 조롱해버리는 작가의 기지가 번뜩였다. 도둑들이 심심하다고 화툿장을 찾아 헤매다 금으로 만든 주사위를 가지고 뱀놀이를 하는 풍경을 보고 빵 터져 버렸다.  

올해의 <이상문학상 작품집>은 예전의 그 읽는 재미와 여운을 다시 상기시켰다. 참신해야 한다는 강박도 한동안 멀미를 일으켰다. 다시 이야기다운 이야기로 회귀한 느낌이다. 다만 바로 들어와 꽂히는 영상 이미지와 대적해야 하는 지금의 상황에 대한 명료한 대안은 여전히 찾기 힘든 것 같다.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글을 쓰고 읽는 행위는 생의 상처를 치유하려는 노력과 만나는 것 같다. 무언가를 어루만지려는 노력이 계속되는 한 이야기는 쭈욱 계속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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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1-30 0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공지영은 자신의 이야기로 이상문학상을 탔군요. 궁금했어요, 어떤 이야기일까. 그러면서도 뭔가가 마음에 계속 걸려있어 이 책을 사진 않을 거란 생각을 줄곧 했었거든요.

"다시 이야기다운 이야기로 회귀한 느낌"은 황순원문학상 작품집에서도 그랬어요.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의지, 그런게 느껴졌거든요.

blanca 2011-01-30 13:03   좋아요 0 | URL
황순원문학상!도 그렇군요. 저는 이런 돌아옴이 더 좋아요. 전위적, 해체적, 이런 것들이 전 영 낯설고 그렇더라구요. 구수하고 재미있고 진진한 이야기들이 좋아요. 그 예전의 즐거움, 재미. 사실 그 땐 이 정도로 자극적인 재미들이 없었으니 상대적으로 더 재미있게 느꼈을 수도 있지만요.

반딧불이 2011-01-30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상하게 공지영의 책은 관심이 안갔어요. 그래서인지 읽은 책이 하나도 없는데 이번 책은 보고싶은 생각이 드네요. 블랑카님 리뷰때문일까요? '글목'이라는 단어도 마음에 들고요.

blanca 2011-01-30 13:02   좋아요 0 | URL
반딧불이님, 일단 공작가의 글은 잘 읽힌답니다. 그게 비판의 지점이기도 하고요. 한번 접해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글목! 저는 골목으로 알고 시작해서 더 기억에 남네요^^

순오기 2011-01-30 0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9년 8월 공지영작가 강연회 가느라고 열심히 찾아 읽었는데...이상문학상을 받아서 좀 놀랐어요.
리뷰를 보니 읽어보고 싶네요~ '글목'이라니 신선한 느낌!!
추운날 이사하느라 고생하셨어요~ 그곳에서도 편안하고 곧 익숙한 느낌을 갖게 되겠죠.^^

blanca 2011-01-30 13:00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공지영 작가 강연회 가셨었어요? 서재에서 한 번 찾아볼게요. 아저씨들과 아주머니가 고생 많이 하셨어요. 정리안되던 저의 살림의 각을 잡아 두시고 가셔서 찬장 문을 열어 볼 때마다 괜히 맘이 뭉클해요. 기억난 김에 아줌마 칭찬글을 올려야 겠어요^^;; 예, 그렇게 되겠죠? 방금 새로운 버스 노선을 발견하고 좋아하는 중이랍니다.

세실 2011-01-30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가 뭐래도 전 공지영 팬입니다. 그녀의 아픔을 감싸주고 싶었어요. 그래야만 할꺼 같아서요.....
그녀의 이야기였군요.

blanca 2011-01-30 12:59   좋아요 0 | URL
세실님, 공지영 팬이셨군요. 저도 잘 몰랐을 때는 그저 잘 읽히고 재미가 있다, 이 정도로 그녀의 글을 생각했었는데 과거의 아픔들을 알게 되니 또다르게 보이더라구요. 그녀에게는 글이 세 아이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으로서의 생계수단이기도 하다는 면. 아픔을 뚫고 나온 절절함. 이런 것들. 그리고 트위터에서 가끔씩 날려주는 날것의 말들도 그렇고요.

stella.K 2011-01-30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별 세개군요.
하긴 요즘 작가 재미없더라구요. 고만고만한데 상을 준다는 게 쉽지 않은 것 같아요.(너무 심했나...ㅜ)
공지영은 제 취향은 아닌데 그녀가 이제 이상문학상을 받았다는 게 새삼스럽더라구요.
이건 김연수 보다 늦은거라 더하더라구요.
작가로서 존재감은 공지영이 먼저인 것 같은데, 비교할건 못 되지만
김연수는 이제야 꽃을 피우는 것 같고, 공지영은 그전부터 꽃이 피우긴했는데
잘 몰라본 것 같다는 그런 느낌이 들더라구요.

blanca 2011-01-30 12:56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말씀 잘 해주셨어요. 제가 별점을 잘못 매겼어요--;; 죄송합니다. 네 개를 입력한다는 게 세 개를... 이상문학상은 공지영 작가가 참 늦게 받았죠. 과거 이상 문학상 수상작품들을 보니 참 흥미롭더라구요.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도 보이고. 최근 몇 년간 재미가 좀 덜해진 것 같긴 해요. 다 못 읽은 경우도 있었으니까요. 이번 것은 잘 읽히고 재미도 있었어요. 김연수 작가는 상을 참 많이 받았더라구요. 저번에 한겨레에서 보니가 문학성에서 아주 높은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고요.

노이에자이트 2011-01-30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김숨의 소설 '투견'읽어보셨어요? 기분이 참 묘한 소설이에요.식용견 농장 이야긴데...음산하기도 하고...

blanca 2011-01-31 22:23   좋아요 0 | URL
신형철의 평론집에 소개된 걸 보았어요. 그것만 읽어도 정말 음산하던걸요. 김숨이라는 작가 저력이 있는 것 같아요. 나오는 작품마다 놀라워요.

cyrus 2011-01-30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번에 처음으로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읽어보게 되었는데요,,
이 상의 권위를 어느 정도 알겠더라구요. 원래 저도 스텔라님처럼
한국소설 잘 안 읽는 편인데,, 제 생각이지만 우수상 작품들도 대상 못지 않게 좋더군요.
왜 이상문학상 작품집이 많이 읽혀지는지 알게 되었어요.


blanca 2011-01-31 22:24   좋아요 0 | URL
시루스님, 저도 요 몇 년 간은 식상하다, 지루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올해는 정말 좋은 작품 일색이더라구요. 역시 기성작가들의 힘일까요? 올해는 신인이 한 명 정도밖에 안 보였어요.

무해한모리군 2011-01-31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황순원문학상작품집을 읽고 있어요. 신선했습니다.. 이상문학상 작품집은 공지영이라는 이야기를 듣고(사실 그닥 선호하는 작가가 아니라서.. 하긴 제 또래가 공지영을 선호해요 한다면 그 친구가 다소 특이한 거겠지요 ^^;;) 사지말까 생각했는데.. 읽어보고 싶네요. 연휴때 한번 도전해봐야겠어요.

blanca 2011-01-31 22:25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 황순원문학상작품집 재미있어요? 저는 지금 책 다 떨구고 휘모리님 추천하신 만화책 주문할 생각에^^ 신나 있어요. 공지영 작가도 이제 나이가 제법 들었죠. 386세대라는 수식이 예전에는 젊음으로 통했는데 그렇게 되버렸네요.

프레이야 2011-01-31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골목이 아니라, 글목!
어감이 좋으네요. 예전엔 그저 그랬는데 갈수록 느낌이 좋은 작가에요.
지리산행복학교를 찜해놓고 있어요.

blanca 2011-01-31 22:27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지리산행복학교 사인회 하러 나온 공작가를 교보에서 봤답니다. 저는 예전 상사가 '봉순이 언니' 읽어 보라고 해서 참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나요. 나오는 족족 신간을 챙겨 봤던 시절도 있었는데 요새는 좀 심드렁했었어요. <맨발로 글목을 돌다>는 줄을 많이 긋데 되더라구요.

마녀고양이 2011-01-31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긴 한동안 참신해야 한다는 강박증, 우리나라 문학계를 지배하는 듯 했어요.
이번 이상 문학상 작품집 좋은가 보네요. 방금 사이러스님 서재에서도 보고 왔는데.... ^^

블랑카님 이사 잘 했지만, 좀 외로운가 봐여? 곧 내 집처럼 될거예요~
분홍공주님 유치원 잘 알아보셨나요? 어제가 막바지 추위였대요.
즐거운 설 연휴 되세요.

blanca 2011-01-31 22:29   좋아요 0 | URL
그러셨어요? 전 집에 정이 많이 들었나 봐요. 오늘도 지나쳐 오는데 불쑥 들어가 보고 싶어지더라구요. 오시는 분들도 인상도 좋고 그러셔서 행복하게 잘 사시겠지만. 저는 이상한 욕구가 예전에 살던 집들을 어떻게 바꿔서들 사시나 한 번씩 방문해 보고 싶은 충동을 가끔 느낀답니다. 신혼때 살던 집도 너무 궁금하고.ㅋㅋ 마고님도 잘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