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지금 몇 살인가?"

"스물다섯입니다."

-헤밍웨이 [파리는 날마다 축제] 


프랑스 파리의 까페 돔에서 노화가 파생이 헤밍웨이에게 나이를 묻는 대목이다. 이 대목에서 갑자기 이렇게 나이를 노골적으로 물을 수 있는 건 당시 헤밍웨이의 나이가 이십 대였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십 대인 나에게 나이를 정면으로 묻는 사람은 이제 없는 걸 보니까 그렇다. 저 질문에 답변을 "마흔입니다."라고 한다면 상대가 좀 당황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무언가 조언을 하기도 아는 체를 하기에도 목전에 사십 대는 좀 겸연쩍다.


오늘 케잌의 초를 몇 개 준비해야 하냐고 묻는 점원에게 여동생이 나를 쳐다봤다. 

그냥 큰 걸로 네 개. 이러는데 부끄러움은 왜 나의 몫인 거지? 나이듦은 부끄러움이 아닌데 요즘 들어 내 나이를 얘기할 때 목소리가 작아진다. 


그래도 누군가 

"자네 오늘 나이가 몇 살인가?" 한다면

"음. 오늘부로 마흔 둘이군요. "라고 자신감 있게 외쳐야지. 아, 한국 나이는 마흔셋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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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9-09-04 16: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일이군요. 축하해요.
이제 한국 나이 쓰지말고 만나이 쓰자는 말도 있던데,
얼마 전 한 지인의 장례식 조문에 동행한 분이 저의 언니와
띠도 같고 동갑이라는 걸 알았는데 하나를 빼더군요.
일부러 그런 것 같지는 않고 그냥 무의식 중에 그런 것 같더라구요.
그런데 그 앞에서 알은 체를 못하겠더라구요.
괜히 언니와 동갑이라고 했다 제 나이까지 폭로가 될 것 같아서....
나이 30 중반을 넘으면 이상하게 나이 얘기하는 게 편치가 않더라구요.
자다가 깨서 내 나이가 몇이지 하면 놀라고.
누구에겐 아직 한창인 나이로 비칠 수도 있을텐데 말예요.
아참, 듣자하니 WHO에서 나이의 정의를 새로 냈다는군요.
65세 이전은 아직 청년이고, 85세 이전이 중년이고. 86세나 넘어가야 노년이라고.
그렇다면 저나 브랑카님이나 아직 청년이어요.ㅋㅋ

blanca 2019-09-04 20:31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감사합니다. ㅋㅋ 만 나이 주장하게 되는 시점부터가 나이 든다는 증거 같아요. 65세 이전이 청년이라니 너무 듣기 좋네요.

페넬로페 2019-09-04 16: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일 축하해요!!
나이 마흔 둘!!
진짜 빈말이 아니고 인생에서 가장 좋은 나이인 듯 해요~~
제 2의 인생을 시작하기에 가장 적절하구요**

blanca 2019-09-04 20:32   좋아요 0 | URL
페넬로페님 감사합니다. 제2의 인생을 시작하기 좋은 나이라는 말이 저를 설레게 하네요.

카스피 2019-09-04 16: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blanca님 생일 축하 드려요*^^*

blanca 2019-09-04 20:32   좋아요 0 | URL
카스피님 너무 감사드려요. 덕분에 기분 좋은 생일날입니다.

hnine 2019-09-04 20: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일 축하드려요.
스물 다섯은 너무 막연하고, 저보고 나이를 맘대로 정하라면 blanca님 나이 정도로 하고 싶어요.

blanca 2019-09-04 20:32   좋아요 0 | URL
어, 저랑 동갑 아니셨어요? ^^;; 감사합니다.

2019-09-04 2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9-04 2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psyche 2019-09-05 08: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blanca님 생일 축하드려요!!!

blanca 2019-09-05 10:38   좋아요 0 | URL
^^ 축하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카알벨루치 2019-09-05 11: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일 축하합니다 초는 나이수로 하지 마시고 그냥 하나만 꽂으면 어때요? 전 그러는데 ㅋ

blanca 2019-09-06 11:42   좋아요 1 | URL
카알벨루치님 좋은 의견입니다. 저도 앞으로 그럴래요. ^^ 감사합니다.

카알벨루치 2019-09-06 12:05   좋아요 1 | URL
숫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의미만 있음 되지 않을까요? ㅎㅎ

cyrus 2019-09-05 1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늦었지만 생일 축하드립니다. 저랑 나이 차가 조금(아니면 많이?) 나네요... ㅎㅎㅎㅎㅎ

blanca 2019-09-06 11:42   좋아요 0 | URL
ㅋㅋ cyrus님 지금 자랑하는 거죠? 아주 쪼끔밖에 차이 안 나잖아요. 감사해요.

설해목 2019-09-05 1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blanca님 쪼매 늦었지만 생일축하드려요 ^^
여름과 가을의 모퉁이에서 행복한 시간 보내시길 바랄게요 ^^

blanca 2019-09-06 11:4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설해목님. 안 그래도 저희 엄마가 저 덕분에 아주 더운 여름이었다고 얘기하시더라고요.

서니데이 2019-09-05 17: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blanca님, 저도 조금 늦었지만, 생일 축하드립니다.
건강하고 좋은 일들 가득한 시간 되셨으면 좋겠어요.^^

blanca 2019-09-06 11:45   좋아요 1 | URL
축하 댓글 감사해요, 서니데이님.
 

아는 동생을 만났다가 알라딘 중고서점 종로점에 가보려 한다니, 101번을 타고 종로 2가에서 내리면 된다고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 주었다. 나는 정말 지독한 길치라 낯선 길에는 본능적으로 겁쟁이가 된다. 정말 여기서 타는 게 맞냐? 거꾸로 가는 건 아니냐? 고 재차 확인하고 정말 백만 년 만에 제대로 된 외출을 하게 되었다. 봄날은 눈이 부셨다.

 

그.러.나. 나는 역시 잘못 내리고야 말았다. 그리 큰 잘못을 저지른 것은- 참고로 예전에 회사에서 외근 나갔다 수원에서 버스를 거꾸로 타는 기염을 토해 퇴근 시간에 울상이 되어 겨우 회사에 들어오니 다들 미루어 짐작해 왜 늦었냐? 고 묻지도 않았다는-종로 3가에서 내렸다. 잠시 멍해졌다 네이버 지도 어플을 켜고 차근 차근 지오다노 매장을 찾아 가니 올레! 드디어 알라딘 중고 서점 입성!

 

흥분을 가라앉히고 입구 복도에서 셀카를 찍었으나, 역시 아줌마의 얼굴은 자신의 것인데도 사진 보고 확 기분이 나빠졌다.

 

매장 안에는 근처의 대형 서점보다 사람이 더 많아 보였다. 이를테면 어떤 책이 눈에 들어와 그 책을 확인하려면 반드시 누군가를 통과해 가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었다. 아이들 책은 좋은 책들이 많아 예전에 큰 딸 만할 때 흥미롭게 읽은 <홍당무>를 골라냈다. 그러나 의외로 내가 읽고 싶은 책은 눈에 띠지 않았다. 민음사나 문학동네 전집류도 거의 없었고 여하튼 내가 기대했던 책들의 풍경은 아니었다. 똑같은 책이 여러 권 나와 있는 것도 좀 아쉬웠지만 아무래도 중고책이라는 게 처분을 매개로 한 것이다보니 정말로 갖고 있고 싶은 책은 안 나오는 경향이 있는 것같다.

 

 

 

 

 

 

 

 

 

 

 

 

 

 

문학의 경직된 틀을 깨려는 시도가  신선하기도 하지만 여기에 또 지나치게 무게중심이 실리면 좀 어렵다. 소설가 배수아의 작가 인터뷰는 언제나 챙겨 읽게 되는데 이장욱 작가는 어렴풋이 단편 한 편 정도 읽은 기억이 나서 잘 아는 작가라 하기는 힘들어 아무래도 몰입이 좀 어렵긴 했다. 인터뷰어와 인터뷰이가 다 문학이란 접점에서 만나니 아무래도 대화가 깊이가 있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독자 입장에서의 한 발 더 나아가는 것이 접근 자체를 좀 어렵게 하는 면도 있다. 문학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수긍이 가면서도 안타까웠다. 후반부에는 작가들의 단편이 실려 있다. 임솔아의 <선사인 샬레>를 재미있게 읽었다. 여행자들의 숙소를 '샬레'라 부르고 그곳을 청소하고 그들의 시중을 드는 '나'의 이야기는 건조하고 담담한데 투숙객 들과의 그 소통되지 않는 관계가 과장되지 않고 현대의 관계를 묘하게 오버랩시키는 면이 있었다. 그들이 묵는 방을 실험실의 '샬레'를 연상시키는 이름으로 지칭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글로 차마 옮기기 힘들었던 많은 일들. 그 전과 후가 같을 수가 없다. 내가 아무리 젊어지더라도 눈부신 햇살을 통과해 걷는 것이 축복이라고 생각할 도리는 없다. 그 때는 너무 많은 경험의 주체가 되었기에 그것들로도 충분히 바빴지만 이제는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늙어서 꼬부랑 할머니가 되는 일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통과해야 하는 것인지 조금 알아서 정말 다르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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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4 1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14 1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6-05-14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알라딘 중고 안 가 보셨군요.
정말 기대하고 가면 안 될 것 같구요, 그냥 둘러보다 의외로 눈에 띄는 책
있으면 반갑더라구요. 없으면 말구.
두 공주님들 때문에 어찌 다녀오셨을까 궁금 반, 걱정 반하네요.ㅋ
전 지난 번 예스24 매장 갔다왔는데 거기가 인테리어나 책들이 좀 나 보였어요.
그런데 책값은 알라딘이 조금 낫지 않나 싶어요. 그렇게 많이 차이나는 건 아니지만...

저도 이번에 나온 악스트가 이장욱이라 사 볼까 말까 생각 중이어요.
이름은 알지만 읽어 본 적이 없고, 제가 잡지는 잘 안 보는 편이라...
참, 그때 예스24 중고매장에 갔을 때 채널예스24를 가져와 봤는데
생각보다 잘 만들었더라구요. ㅋ

blanca 2016-05-14 19:34   좋아요 0 | URL
몇 년 전 초창기 때 가보고 거의 근 몇 년만에 가서 위치도 못 찾고 하여튼 어리버리했어요. ^^;; 아, 다음에는 예스24 매장 가봐야겠어요. 제가 읽고 싶은 책이 좋은 가격들로 나와 있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기대가 문제였을 지도 모르겠어요.

악스트 저는 좋더라고요. 잘 아는 작가는 아니지만 질문 하나 하나에 대한 답이 성찰이 강하게 묻어나서 배울 바가 많더라고요. 대신 스텔라님 저번에 언급하신 것처럼 아, 저는 작은 글씨 이제 너무 피곤합니다.--;;


단발머리 2016-05-14 18: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아줌마의 얼굴은 자신의 것인데도..
에서 웃고 갑니다. 저도 오늘 셀카 5장 찍었는데 모조리 삭제예정이거든요^^

blanca 2016-05-14 19:34   좋아요 1 | URL
ㅋㅋㅋ 그러니까요. 왜 제 사진 보고 제가 기분이 나빠지는 건지 ㅋㅋ 이제 애들 사진만 잘 나오고 제 사진은 뭐, 포기해얄 것 같습니다. --;;

마녀고양이 2016-05-15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는 셀카 못 보겠고, 화나고 그런데... 블랑카님도 그렇다니 어쩐지 안심. ㅋㅋ.

일산에도 알라딘 중고 서적이 있어서 한 번 들렸는데, 저는 꽤나 많은 책을 건져왔어요.
이후에는 시간이 없어서 들리지 못했네요, 실은, 서점 들리기가 겁나요, 하두 사대서. ㅠㅠ

blanca 2016-05-16 14:46   좋아요 0 | URL
일산에도 있었군요! 셀카는 찍는 족족 삭제하며 또 포기를 못하네요. 아웅, 제가 간 시점이 별로였던가 봐요. 기대 잔뜩 하고 큰 가방 들고 가야 하나 싶었는데 저는 애 책만 두 권 사고 하나도 못 건져서 너무 아쉬웠어요.
 

슈테판 츠바이크의 <위로하는 정신>을 읽고 있다. 몽테뉴가 스스로의 게으름에 괴로워하는 대목이 재미있다. 다 이러고 살았구나. 생활 전반에 걸쳐 처리해야 하는 자질구레한 일들에 고단해하고 도피하고도 싶어하고. 서른여덟에 자신만의 서재 안으로 들어와 은거하려 했던 그가 끝내 성공하지 못하는 장면도 그러하다.

 

 

 

 

 

 

 

 

 

 

 

 

 

 

 

 

 

 

 

 

갑자기 읽고 싶은 책들이 마구 출간되는 중이다. 쉼보르스카의 <끝과 시작>은 시를 잘 모르는 내가 시를 시작하게 해 준 시집이다. 시인은 평범한 우리들은 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것들을 간파하고 우리가 멈추는 지점에서 더 극한까지 밀고 나가서 어쩌면 보지 않아도 될 것들을 보고 그것들에 찔리는 천형을 지닌 선택된 자들인 듯하다. 그래서 시어에는 어떤 존귀함이 있다.

 

반드시 또 시가 읽히고 시를 쓰는 일이 존중받는 시대가 오기를 올 것임을 믿고 싶다. 시를 포기하고 남는 자리에는 버려야 할 것들이 밀려온다.

 

 

 

 

 

 

 

 

 

 

 

 

 

파스칼 키냐르를 시도해 본 적은 있지만 솔직히 성공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 형형한 눈빛의 노작가의 인터뷰 내용은 꼭 알고 싶다. 생각해 보면 그런 작가들이 많다. 정작 그 사람이 낸 책은 읽어보지도 못하고 그 사람 자체에만 관심이 가는... 아마 폴 오스터도 그럴 거다. 김영하가 팟캐스트에서 전문을 읽어 준 그의 단편 하나만이라도 읽었다고 주장하기에는...

 

 

 

 

 

 

 

 

 

 

 

 

 

 

 

머리숱이 많아 머리를 다 늘어뜨리면 붕 뜨곤 해서 항상 묶고 다녔었다. 머리숱 좀 줄었으면 했던 시간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 시간들이 어느새 내 앞에 와 있다. 이제 반묶음을 하지 않아도 머리가 뜨지 않을 정도로 머리숱이 줄어버렸다. 지금 생각하는 일년이 어린 시절 생각하던 일년의 무게의 십분지 일도 되지 않는다. 한 달은 하루 같다. 시간에 대한 인식이 나날이 달라진다. 더 가볍고 더 빠르고 더 절절하다. 영원히 읽을 수도 없다. 다 읽을 수도 없다. 그러니까 슬프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이제서야 좀 어른이 되어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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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03-08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리숱으로도 제 노화를 실감해요. 처음엔 머릿결로 노화를 실감했는데요. 그토록 찰랑이던 머리가 이젠 힘없는 머리가 되었더라고요. 최근에는 새치도 생겼어요. 최근에는 노화를 여러가지로 실감하는데, 그러면서 저 역시 시간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다고 느껴요.
저는 파스칼 키냐르는 두 권인가 읽었는데, 쉼보르스카를 성공하지 못했어요. [끝과 시작]이 궁금해 읽기 시작했다가 종국엔 팔아버리고 말았어요. `반드시 또 시가 읽히고 시를 쓰는 일이 존중받는 시대가 오기를` 저도 바라는데, 그런데 저는 시를 여전히 잘 읽지 못하겠어요.

blanca 2016-03-08 14:09   좋아요 0 | URL
정말 나이에 따라 시간에 때한 인상, 느낌이 확연히 달라져요. 거울 앞에 서면 요새 좀 묘한 느낌이 들어요. 조금씩 천천히 얼굴에 시간이 보여요. 싫기도 하고 안심이 되기도 하고...시인이 되고 싶은 꿈을 꾸는 사람들이 존중받고 시를 써서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시간들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마녀고양이 2016-03-08 10: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머리카락에 힘이 빠져야 어른이 됨을 실감하게 된다는 말 동감, 하고픈 일이 많은데 늘 체력이 발목을 잡았고 앞으로 더 하겠죠 ^^

blanca 2016-03-08 14:10   좋아요 1 | URL
흑, 갑자기 서글퍼집니다. 아주 묘하게 야금 야금 나이가 몸을 먹어가는 것 같아요.

cyrus 2016-03-08 11: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머리가 희끗해져도 어른이 다 된거죠. 검은콩을 많이 먹어야합니다. ^^

blanca 2016-03-08 14:11   좋아요 1 | URL
에잇, cyrus님은 젊잖아요! ㅋㅋㅋ 그러고 보니 검은콩 먹은 지가 너무 오래 됐네요. ㅋ

cyrus 2016-03-08 20:12   좋아요 1 | URL
콩이 여성에게 좋은 음식입니다. 여성호르몬 생성에 효과가 있습니다. 남자가 검은콩을 많이 먹으면 탈모를 방지할 수 있어요. ^^

에이바 2016-03-08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쉼보르스카 좋아해요! 파스칼 키냐르에 대한 관심도 비슷해요. 세상의 모든 아침 읽었는데 원어로 읽으면서 곱씹어야 하나, 그렇게 좋다고들 하는데 크게 와 닿는게 없어서요... 철학이 부족해서 그런가 봐요. 이번 악스트는 구입해야겠어요. ㅎㅎ 머리숱, 시간... ㅜㅜ 페이퍼 처음부터 끝까지 다 공감합니다...

blanca 2016-03-09 10:03   좋아요 0 | URL
에이바님도 좋아하시는군요! 시인 노년의 사진도 다 참 `그녀답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파스칼 키냐르는 언젠가 다시 한번 시도해 봐야겠습니다. 시간이 지나 다른 작품으로 만나면 또 다시 친해지기도 하더라고요.^^;

기억의집 2016-03-10 10: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머리숱... 정말 고민이죠. 저는 이제 파마를 해도 힘이 안 생겨서 파마를 하지 않고 있을 정도입니다. 머리칼도 너무 많이 빠져 젊었을 때 숱많은 사진 보면... 저의 친정엄마가 젊을 땐 머리카락이 돼지털같이 뻣뻣하고 굵더니.. 나이 드니 어쩔 수 없구나 하시더라구요. 블랑카님 그냥 탈모약 드세요. 저는 샴퓨니 먹는 거 다 해봤는데, 판토가가 젤 효과 있었어요. 지금도 복용중~

츠바이크 좋아요~ 예전에 그의 소설도, 사람 탐구 들도 읽었는데... 안 읽으니 까 먹더라구요!


blanca 2016-03-10 14:46   좋아요 0 | URL
저도 머리털이 엄청 두꺼웠어요. 남들의 세배의 숱이라고 할 정도였고요. 그래서 나는 죽을 때까지 머리숱이 많겠구나, 착각했는데, 흑, 애 둘 낳고 나니... 그 어떤 것보다 제 머리를 보면 나이를 먹는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어요. 영원한 건 없더라고요. 저희 친정 엄마는 제 나이를 듣고 계속 놀라세요 ㅋㅋㅋ 딸 나이 먹는 게 너무 실감이 안 나시는 듯... 아, 츠바이크 너무 좋아요. 왜 다 완성 못하고 죽음을 택했는지...정말 본인 말마따나 성급한 사내 맞아요.
 

드디어 떨어졌다. 읽을 책이. 사실 지금 김현의 책을 읽고 있긴 한데 반에서 더 나아가 읽을 책을 쟁여두어야 한다는 생각에 초조해진다. 김현의 일기는 정갈하고 대단히 직설적이다. 지금 생존해 있는 작가들이나 작품평이 때로 무척 뾰족하다. 모든 평에 공감하기는 어렵고 내가 읽지 않은 시나 작품에 대한 평은 아무래도 집중이 잘 안된다. 시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특히 좋다. 군데 군데 직접 인용하며 칭찬하거나 지적한 대목은 형형하다. 우리나라 시인이 우리 말로 쓴 시집을 차곡 차곡 읽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그러니 미루어 두었던 기형도 시집을 읽자. 수많은 시집들이 나오고 거기에 대한 이야기들이 풍성하던, 약속 장소가 때로 거리의 서점이었던 그 말과 글이 난무하던 시대가 그립기도 하다. 서점에 가도 책을 봐도 이러한 시대가 저물어 가고 이 모든 것들이 화석화 되지나 않을까 때로 두렵다.

 

 

 

 

 

 

 

 

 

 

 

 

 

 

 

읽는 일을 한 템포 늦추려 한다. 무엇보다 눈이 침침해져 온다. 마구 혹사시켰더니 이제서야 반란이다. 대신 책 관련 팟캐스트에 집중하게 된다. 낭독이라는 것에 그리 큰 기대가 없었는데 사람 목소리로 활자를 불러내는 일에 또다른 매력을 느낀다. 작가가 하는 낭독회, 각종 책의 오디오 파일 등이 활발한 문화가 부럽기도 하다. 어떻게든 이야기에서 멀어지지 않으려 하는 어떤 가냘픈 노력이 현재진행형이라는 게 다감하니 매력적이다. 스마트폰이 잡아 먹어버린 그 수많은 대화, 시선맞춤, 고개 끄덕임, 읽기, 듣기가 어디로 간 것일까?

 

자꾸 허무하다. 이것도 이 정도 나이가 되면 원래 그런 걸까? 아니면 내가 유독인 걸까? 자다가 깨거나 자기 직전이면 가장 허무하다.  한 팔십 먹은 노파처럼 추억이나 곱씹고 회한에 잠긴다. 자꾸 생이 유한하다,고 생각하면 이 모든 일상들이 이 모든 욕망, 꿈들이 초라하게 쪼그라든다. 자꾸 죽음, 상실에 관련된 책들을 읽게 되어 그런 건지, 필연적으로 이야기의 구조는 생의 유한함으로 수렴되는 것이라 그런 건지. 이것도 더 살고 나이가 들면 또다른 위안이나 깨달음으로 달래지는 일일까? 서른 초반만 해도 늙는다거나, 죽는다는 일에 그렇게 집중했던 것 같지 않은데 이건 모 자꾸 어차피 다 늙고 소멸하고 사라진다,는 전제로 접근하기 시작하니 가슴이 다 서늘하다. 그러니까 지금 나의 이 단계도 결국 어리석음이고 또 다른 차원의 성숙으로 가는 단계였으면 좋겠다. 이게 끝이라거나 별 거 없다,는 결론이 나올까 두렵다. 아주 늙은 할머니나 할아버지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질문은 실없고 엉뚱하고 때로는 가혹하다.

 

듣고 읽다보면 나아질까? 아니면 더 악화될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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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18 1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8 15: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302moon 2016-01-28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오프라인 매장에서 사려다 알라딘에서 사야지, 하고 나왔거든요. blanca님 리뷰를 읽으니, 당장 사고 싶어졌어요. 다음 달에 주문해야 하는데 T_T

blanca 2016-01-28 20:05   좋아요 0 | URL
다음 달이면 얼마 안 남았으니 조금 참으셨다가 주문하시면 받아보시는 기쁨이 더 크지 않을런지요. 저도 사실 이런 말 할 자격은 없지만요.^^;;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는 제목보다 더 많은 것을 품고 있다. 글쓰기 작법을 떠올리게 하는 제목은 작가의 삶을 감추고 있다. 그의 많은 작품들이 단순히 장르 안으로 한정되지 않을 수 있었던 깊이 안에는 쉽지 않았던 그의 성장 과정에서 체득한 것들이 쌓여 있다. 특히 두 살 터울의 형 데이브와의 어린 시절 에피소드는 각종 육체 노동을 전전하며 형제를 홀로 양육해야 했던 어머니를 뒀던 외로운 형제의 삶이 단지 음울하고 고생스럽기만 한 것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형제는 말도 못하는 개구쟁이에 기발한 아이디어들을 끊임없이 창출해 냈으며 어머니에게 각종 자랑거리와 생각지도 못한 걱정거리를 선사하는 다이나믹한 아이들이었다. 형은 아우를 사랑했으나 어떻게 하면 가장 고통스럽게 아우를 골탕먹일 수 있을 지를 늘 고민하는 사색가이도 했다. 과학박람회에 출품하기 위하여 수퍼막강전자석을 만들어 내기 위해 벌인 일들은 마을에 소방차까지 출동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개구지다' 남의 일일 때에는 읽으며 키득거렸다. 하지막 막상 이제 갓 두돌을 지난 둘째 아이가 드디어 사내애의 개구진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하니 매일이  심적으로 놀랄 일 투성이다. 일단 며칠 전 화장실에 들어 와 있을 때 딸아이가 비명을 지르는 소리에 달려가 보니 티비 화면에 무참히 금이 가 있었다. 티비 고장 중 가장 비용이 높다는 액정. 수리도 안 되고 아예 교체를 해야 하는데 정확히 구입해야 했던 비용의 반이었다.

 

다음 날, 가까스로 사람 안 다친 걸 다행으로 알자고 마음을 추스리고 있는데 만년필 잉크를 책상에 쏟아 자신의 발과 손, 내 손을 검게 착색시켰다. 씻어도 씻어도 지문과 살결에 스며든 잉크는 끝끝내 버티었다.

 

오늘 아침. 부엌에서 화장실 문을 두드리며 절규하는 아이의 소리가 들렸다. 안에서 문을 잠근 모양이었다. 온갖 집에 있는 도구를 다 활용하여 문을 열어보려 했지만 꿈쩍도 않는다. 급한 대로 각종 수리 및 열쇠를 취급하는 아저씨에게 전화하니 하필 지방이란다. 관리소에 전화해 보니 특정 도구가 있으니 빌려주겠단다. 아이는 화장실 안에서 절규하고 큰 애는 등교 시간이 다가오고. 머리 산발을 하고 관리실에 달려가 도구를 빌려 오는 길에 아는 분을 만나니 구멍에 젓가락을 넣어 들어올리란다. 관리실에서 빌려 온 도구로도 꿈쩍 하지 않던 문이 젓가락을 넣어 살짝 들어 올리니 눈물, 콧물 범벅의 아기와 재회하게 해 주었다.

 

 

아, 이런 거다. 이런 거였다. 개구쟁이를 키우는 것. 나처럼 순발력이 떨어지고 정해진 루틴을 중시하는 사람한테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일상적으로 경험하게 하는 일. 하지만 지나고 나면 또 별 것 아니라며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고 빙긋이 웃게 하는 일. 그러고 보면 지난 일들은 다 이야기가 되고 생각하고 느낄 수 있게 해 주는데 닥친 일들은 언제나 급박하고 약간은 격한 반응을 끌어낸다.

 

그 개구쟁이 형제는 장성하여 어머니의 마지막을 성숙하고 아름다운 나름의 방식으로 지킨다. 이제 더 이상 어머니의 훈계도 보호도 필요치 않게 된 시간들, 형제는 자신들을 먹이고 키웠던 그 위대한 몸이 이제는 병마로 줄어버릴 대로 줄어버린 최후의 어머니의 곁에 나란히 선다. 어머니의 마지막 말.

 

"내 새끼들."

 

그래, 내 새끼를 키우는 일은 이런 것일 테지. 그리고 시간은 또 하염없이 가서 나와 이 개구쟁이의 관계를 역전시킬 것이다. 나는 작아질 것이고 약해질 것이고 아이는 크고 강해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는 이별하게 될 것이다. 로버트 그루딘이 책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현재의 사건을 좀 더 큰 시간적 맥락 안에서 보는 습관을 키워야 겠다. 그래야 나중에 덜 아쉬워하고 덜 후회할 테니까. 나 자신을 다독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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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5-09-23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구진 아이들이 벌이는
엄청난 짓... 놀이... 삶을
지켜보고 돌아보면
허허 너털웃음도 나오고 고단하면서도
즐겁고 재미있어서
가만히 보면
새로운 기운이 솟습니다 @.@

blanca 2015-09-23 20:27   좋아요 0 | URL
고단하면서도 즐겁고 재미있다,는 표현이 정말 적절하게 느껴집니다.^^ 나중에 돌아오지 않을 이 순간에 몰입하고 순간 순간 즐거움을 찾아야 아쉽지 않을 것 같아요.

기억의집 2015-09-23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 화장실에 갇힌 적이 있는데(저의 집 화장실은 문고리가 개모양이라 밖에서 잠그게 되어 있어요. 제가 설치를 잘 못해서..), 그 때 핸드폰 들고 화장실에 들어간 게 다행이었지, 안 그랬으면 하루종일 갇혀있을 뻔 했어요. 아들냄 무서웠을 거에요. 잘 달래주세요.

blanca 2015-09-23 20:28   좋아요 0 | URL
기억의집님 댓글을 읽고 반성했어요. 사실 저의 당혹감에만 집중해서 아이가 놀라고 무서웠을 생각은 미처 헤아리지 못해서 야단만 치고 말았어요. 그게 화장실 문이 정말 집마다 구조가 달라 최악의 경우 전문가가 아니면 못 연다고 하더라고요. 기억의집님이 경험했을 상황도 상상만 해도 두렵네요.

라로 2015-09-23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에서 묻어 나오는 블랑카 님의 글,, 점점 깊어지는 걸요!!^^*

blanca 2015-09-23 20:28   좋아요 0 | URL
아, 아마 죽을 때까지 배우고 마음을 다스려야 할 것 같아요. 정말 인생은 학교가 맞아요.^^

달트 2015-09-23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비해놓고 아직 읽지 않은 책이네요. 반가운마음에 댓글달아요^^

blanca 2015-09-24 12:37   좋아요 0 | URL
플레님, 그렇다면 지금 시작하셔도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일단 아주 재미있으니까요.
추석 연휴 잘 보내세요.^^

희선 2015-09-26 0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었는데 저런 게 있었던가 했습니다 글을 봐서 그런지 형과 지낸 일을 본 것 같기도 합니다 이건 앞에 글 때문인지도 모르겠네요 글 쓰는 것과 함께 자기 이야기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개구쟁이 글에서 볼 때는 재미있게 보여도 가까이에 그런 아이가 있다면 다르겠군요 아주 모르는 아이도 아니니 어떤 일은 웃어 넘길 수도 있겠죠 지금은 알고 하기보다 잘 모르고 하는 일이 더 많지 않을지... 그렇게 개구진 것도 한때겠죠

명절 식구들과 즐겁게 보내세요


희선

blanca 2015-09-26 08:26   좋아요 0 | URL
희선님, 정말 곁에 있는 것과 좀 떨어져 귀여워하는 것은 천지차이랍니다.^^ 그래도 참 예쁘긴 하네요.
희선님도 명절 잘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