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몇 살까지 살까? - 1,500명의 인생을 80년간 추적한 사상초유의 수명연구 프로젝트
하워드 S. 프리드먼, 레슬리 R. 마틴 외 지음, 최수진 옮김 / 쌤앤파커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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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모 방송국에서 다룬 배우 김태희 스페셜을 보게 되었다. 워낙 예쁘고 게다가 똑똑하기까지 한 배우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정작 눈길을 끈 부분은 지독한 성실성이었다. 힘들게 얻은 여가시간에도 가녀린 체구로 남자들도 감당하기 힘든 운동량을 소화해내며 자기 관리를 하는 모습, 다른 스텝들은 다 쉬고 있는데도 혼자서 대본을 분석하고 있는모습 들은 적어도 연기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주변인들은 심지어 그녀가 화장실에 가서도 정말 열심히 일을 볼 것이라고 장담했다.  

고통 총량의 법칙을 믿고 싶었다. 누구나 삶에 있어 겪어야 하는 고통의 양은 한정되어 있어 대체로 전반기가 불행한 사람은 후반기가 안정되는 식이라는 어느 역술가의 말을 주변 사람들에게 응원용으로도 자주 해주었었다. 나에게 하고 싶은 얘기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그건 하나의 자기기만적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모든 것을 가지고 태어난 듯이 보이고, 특히나 성실성까지 겸비한 그녀는 안정되고 행복한 노년과 장수를 누리게 될 확률이 높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스탠퍼드 대학 교육학과 터먼 교수가 캘리포니아의 도시 학교에 다니는, 1910년 전후에 태어난, 총명한(지능지수 135이상) 소년소녀 1,500명을 선발해 진행한 터먼연구는 낯이 익다. 하버드대학 성인발달연구소장 조지 베일런트가 이미 하버드 법대생, 보스턴 이너시티 집단과 함께 비교대조하며 행복한 노년의 청사진을 그려내려 했던 <10년 일찍 늙는 법 10년 늦게 늙는 법>에도 나오기 때문이다. 터먼 교수의 연구는 이 책에서 저자가 그 총명한 아이들이 성장하고 늙어 마침내 죽어 남긴 확실한 마침표(사망증명서)들을 수집하면서 수명연구 프로젝트에 활용된다. 영특했던 아이들은 대공황, 세계대전 들을 겪으면서 다양한 직업군에 소속되며 부침을 거듭하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삶의 무대에서 퇴장한다. 요절한 이도 있고 백수를 누린 이도 있다. 유년 시절 면담 기록 등을 통하여 과연 어린 시절의 성품이 수명과 의미있는 상관관계를 지니는 지에 대하여 주목하며 프로젝트의 문은 열린다. 

그리고 어린 시절의 모습을 보며 장수 여부를 예측할 수 있다는 유의미한 결론을 얻게 된다. 그 변수는 활달함이나 사교성도 아니고 바로 '성실성'이다. 이 성실성은 꾸준히 삶의 경로를 좌지우지한다. 성실한 아이들은 위험한 상황을 되도록 피하고 건강을 관리하며 좋은 인간 관계,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며 더욱더 안락하고 유쾌한 삶의 경로를 스스로 그려 나가게 된다. 여기에는 삶에는 사실 예외적이고 돌발적인 우연적 요소보다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는 사항들이 더 많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파란만장한 삶도 기실은 충동적이고 파국론자적인 성향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는 뉘앙스다.  

   
  새해나 생일날에 죽어도 못 지킬 결심을 하기 전에, 당신이 과거에 어떠했는지 꼼꼼히 돌이켜 보라. 우리가 발견한 바에 따르면, 세월이 흘러도 한 사람의 활동패턴은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시각에는 위험한 함정이 있다. 잘난 사람이 윤택하고 건강한 삶을 그것도 오래 누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식의 일종의 계층 고착화에 대한 용인이 비집고 들어오기 때문이다. 자신의 일에서 성공한 지도자가 장수도 누리더라,는 얘기는 은근히 아니꼽다. 그러나 그것의 비늘을 살살 벗겨내면 삶과 자신을 존중하고 대우하는 기본적인 성실성에 대한 독려도 얻어 낼 수 있다. 또한 타인과의 관계에서 유대감과 고마움을 느낀 사람이 가장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실제 타인을 돕기 위해 행동하고 주는 관계를 가진 사람이 행복하고 오랜 삶을 누렸다는 얘기는 사회적 관계망에 대한 우리의 시선을 바꿀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인간과 인간이 만나는 것은 감정을 교류하고 서로 소통하는 지점에서보다 '내'가 정작 눈앞의 '너'보다 '누군가'를 위해 내 시간과 내가 가진 물질을 희생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때에 비로소 가능하다는 통찰이다. 꼭 오래 살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잘' 살기 위한 하나의 예리한 지적 같아 인상깊었다. 

건강하게 오래 '잘' 사는 것은 아무리 도리질을 쳐도 누구나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입밖에 차마 내놓고 말하지 못하는 고픈 꿈이다. 그리고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생의 의지다. 그 욕망을 부끄럼없이 꺼내어 놓고 공론화한 점, 그리고 그것이 기본적으로 결국 자신의 몸과 마음과 주어진 시간을 제대로 대우하고 존중하는 데에서 출발함을 얘기한 것이 이 책의 더없는 강점이기도 하고 진부한 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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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1-04-05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살고 싶어요.
그렇지 않은 사람은 없겠지요.
자신의 몸과 마음과 시간을 제대로 대우하고 존중하는 데서 출발하는군요.
진부한 말이지만 가장 중요하고 기본이 되는 말이네요.
역시 모든 건 기본에서부터인 것 같아요.
블랑카님, 좋은 하루!!
여기 아파트공원에 벚꽃이 제법 피었어요. 주말엔 만개할 거라는데요^^

blanca 2011-04-05 10:15   좋아요 0 | URL
오늘 아이들 데려다 주는데 정말 '봄'이 막 마구 느껴졌어요. 우아, 프레이야님의 그곳엔 벌써 벚꽃이 핀 거예요? 팝콘 같은 벚꽃! 벌써 설레면서 막 기다려집니다!

반딧불이 2011-04-05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의 내용이 은근히 계몽적인 것 같아요. '은근히 아니꼽다'는 말씀을 읽으면서 블랑카님의 반항정신이 살짝 보이는 듯해서 혼자 웃어봅니다.

blanca 2011-04-05 21:36   좋아요 0 | URL
반딧불이님이 제대로 보셨네요^^;; 제가 은근히 좀 그렇답니다.--;;

책가방 2011-04-05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뉴스에 나왔더군요.
종교인의 평균 수명이 가장 길고, 상대적으로 연예인은 그에 비해 단명한다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성실함이 장수의 비결이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blanca 2011-04-05 21:38   좋아요 0 | URL
오늘 인터넷에 책가방님이 말씀하신 기사가 떴더라구요. 오래 살고 싶다는 욕심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니 그런 욕심이 막 생기더라구요.

2011-04-05 15: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05 2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06 15: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06 2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러셀 베이커 자서전 : 성장
러셀 베이커 지음, 송제훈 옮김 / 연암서가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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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읽으려 했던 책은 버트란드 러셀의 자서전이었다. 나이 아흔에도 핵 반대 시위를 하다 투옥되는 모습은 그가 삶으로 치열하게 자신의 철학들을 형상화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의 훌륭함과 저서의 가독성은 적어도 나에게는 정비례관계가 아니었다. 어쩌면 나는 아직도 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나 보다. 

그가 고백하는 방대한 자신의 삶에는 분명 호기심과 경외의 감정이 일겠지만 어마어마하다면 어마어마한 분량과 지루할지도 모를 지엽적인 사실들에 미리 겁먹어 망설이다 엉뚱하게도 러셀 베이커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이 러셀 역시 자신의 삶을 서사화했고 그 결과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는 흥미로운 사실도 함께. 오십 대 중반에 뒤돌아 본 자신의 삶의 축약본에 <성장>이라는 미묘하고 뭉클한 표제를 붙인 것에도 이끌렸다. 자, 나는 원래 버트란드 러셀의 자서전을 읽으려다 삼천포로 빠져 러셀 베이커라는 미국의 저명한 언론인의 또다른 삶의 복기에 슬며시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이다. 그리고 처음에는 한 발만 걸쳐 놓았다가 온 몸을 다 풍덩 빠트리고 말게 되었다. 그건 하나의 고백이 아니라 나의 할아버지, 나의 아버지, 나의 어머니, 나를 다시 기억해 내는 일과도 같았다.  

   
 

 여든의 연세로 어머니의 적적함은 끝이 났다. 그해 가을 이후로 어머니의 정신은 시간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렇게 러셀은 입을 뗀다. '나'의 태어남에서 나의 삶은 이야기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세상에 던져 놓은 어미의 노쇠와 망각의 늪으로부터 나의 삶은 거슬러 올라간다. '삶'은 언제나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거슬러 올라가 기억으로 중량감을 부여받는다. 어쩌면 러셀은 우리보다 더 일찍 삶을 깨달았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나'의 죽음 앞에서 '나'의 '삶'을 드디어 이야기하고 싶어질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우리 모두는 과거에서 왔다는 얘기, 인생이란 결코 기저귀에서 수의를 입기까지의 한 뼘의 여정으로 한정될 수 없다,는 러셀의 얘기는 이야기 전체를 뒤덮고 있는 기본 논조다. 과거의 얘기. 그리고 그 거슬러 올라가는 물길에서 떠내려간 소중한 것들에 대한 눈물겨운 애도. 이 자서전은 한 편의 성장소설과도 같다.  

러셀의 삶은 어머니의 부름에 대한 응답과도 같았다. 대학을 중퇴한 전직교사인 어머니는 일찍 남편과 사별하고 아이들을 부양해야 하는 고단한 삶 속에서 역시나 장남에게 엄청난 기대와 열정을 쏟아 붓게 된다. 그 열정은 러셀에게 고문과도 같았다. 그의 삶은 프랑스의 국민작가 로맹가리처럼 어머니의 미래와도 같았다. 고작 여덟 살에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를 팔러 길거리를 헤매며 다니는 모습은 꼭 물질적 결핍을 보여준다기 보다는 아들을 단련시키고 싶어했던 어머니의 과도한 욕심의 한 사례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유년이 비참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구석도 많았다. 양가 삼촌들의 따뜻한 사랑들과 아름다운 전원 풍경 속에서 가스도, 수도관도 , 냉장고도, 라디오도 없었던 시대만의 행복감을 충만하게 누리는 나날들이었다. 심지어 대공황기에도 개개인의 삶은 불행하다기보다는 나름대로의 소소한 즐거움과 내일에 대한 희망으로 생동했음을 증언하고 있다. 러셀 베이커의 과거는 시대적, 역사적 비극의 테두리 안에서도 개인의 삶이 어떻게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꽃으로 피어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것은 반면교사의 예로 자신의 삶을 내어주는 희생으로도 활용된다.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여되었던 나날들. 러셀은 종전이 자신의 참전을 방해한 것에 실망한다. 그는 충분히 젊었고 젊음은 무모한 혈기의 과시와 멀어질 수 없었다. 당시 러셀과 어머니가 주고받은 편지들은 참회의 대상이 되고 만다. 짓이겨지는 무고한 생명들 앞에서 그들은 소소한 자신들의 일상사들만을 얘기한다. 대대장의 사열을 땡땡이치고 있다, 공원에서 소프트볼 경기가 있었다, 같은 그의 편지들은 당시 그 자신을 포함한 모두가 무의식적으로 원폭 투하를 공모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고 뼈아프게 고백한다. 의도가 어떻게 되었든 생명의 대량 말살을 초래한 잔혹한 행위 속에서 개개의 삶에만 집중했던 것은 '하나의 범죄'였다고 얘기하는 저자 앞에서 어찌 가슴으로 그의 얘기를 듣지 않을 수 있을까? 그의 삶의 고백은 겸허하고 진솔했다. 그리고 여기에서 두 러셀은 만난다. 버트란드 러셀과 러셀 베이커. '나'의 삶이 단지 나만의 것이 아닌 더 큰 것의 일부분이라는 인식 앞에서 겸허하게 타인의 고통과 타인의 삶을 존중하고 좋은 것들의 가치를 주장하는 것은 지적 오만과 허영이 아니라 하나의 의무라는 것을 보여 준 두 거인의 얘기는 언제나 유효한 전언이다. 

마지막 장은 다시 더 나아간 현재이다. 망각으로 출발했던 어머니는 이제 그것조차 제대로 할 기력이 없이 잠만 자게 된다. 요만하게 어렸던 소년 러셀을 찾아 헤맸던 어머니는 아예 아들 이름 러셀조차 잃어 버린다. 여장부 같이 씩씩하고 도도했던 그래서 세상의 모든 몹쓸 것들에서 자식을 사수할 수 있었던 그 어머니는 이제 몸도 영혼도 다 자신이 품었던 아이들처럼 쪼그라들었다. 러셀의 성장은 어머니의 망각에서 출발하여 어머니의 '잠'으로 끝난다. 어쩌면 러셀이 얘기하고 싶었던 우리의 삶도 그런 걸까. 마지막 장을 덮고 바람 한 옴큼이 갑자기 가슴 속을 휙 비집고 들어왔다 나갔다. 삶이란, 인간이란, 어쩌면 이다지도 아름답기도 하고 추하기도 하고 결국 허무한 것일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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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11-03-31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서전이 흥미진진한 소설같네요. 삶이란 결국 허무한 것이라고 결론짓기에는 아직 너무 젊으시잖아요. 그 허무를 딛고 아름답게 삶을 채색하시기 바래요.

blanca 2011-03-31 21:16   좋아요 0 | URL
반딧불이님, 무엇보다 참 재미나더라구요. 예. 감사합니다. 명심할게요.

빵가게재습격 2011-03-31 0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잘 읽고 갑니다.^^

blanca 2011-03-31 21:17   좋아요 0 | URL
빵가게재습격님이 와주셔서 기쁘네요.

비로그인 2011-03-31 0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절친한 벗 중 하나는, 저보다 열다섯 살 가량이 더 많습니다. 그는 내 시간을 선행해 나가고 있어요. 내가 무엇을 하노라면 그는 `내가 네 나이 때 그랬다' 라고 말하고, `나는 지금 어떠하단다'라고 말하더이다.

그런데 얼마 전 만난 그가 말했어요. 기억력이 하루하루 저물어져 가고 있어.
이게 왜 충격적이었을까요. 그는 누구보다도 머리가 좋은, 포토그래픽 메모리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어느 순간 저자의 이름이 기억이 안난다 하고, 배우 이름을 헛갈릴 때, 그만큼이나 나도 무서웠어요. 하루하루가 너무 다르다고. 그래서 `나도 그래요'라고 했더니 웃더이다. `너는 아직 모른다. 네가 지금 기억력이 부족하다 느끼는 건 네 기대치에 못미친다는 뜻이겠지. 허나 내가 느끼는 건 원래 있던 것이 모래처럼 사라지는 거야'

사람의 그릇은 커지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어차피 누군가 무엇이 되는 건, 그 사람의 노력보다는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해요. 결국은 성향의 문제이고 타고난 무엇인가의 문제라는 생각입니다. 같은 일을 겪어도 어떤 이는 자아성찰을 하고 성장을 하는데 어떤 이는 파괴되어 더 자잘해집니다. 결국 인생은 유한하고 우리의 시간은, 지금이 가장 젊은 때에요. 이게 어느 순간은 `지금이 가장 젊고 아름다운 때'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어떤 순간은 `이 허무한 순간에 뭘 해도 자승자박이 아닐까'라고 생각하기도 한다는 게 참 괴상하지요.

blanca 2011-03-31 21:19   좋아요 0 | URL
댓글이 경구 같아요. 참 이쁘네요. 저에게도 그런 벗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금 내 나이의 모습을 조금은 더 객관적으로 바라봐 주고 미래를 예견할 수 있게 해주는. 결국은 성향의 문제. 맞는 것 같아요. 계속 맴을 돌아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지금이 가장 젊고 아름다운 때. 항상 돌아보면 그렇잖아요. 어떤 이는 성장을 하고 어떤이는 더 자잘해지고. 이 얘기에도 완전 동감해요. 전자가 되고 싶은데 노력해야겠죠?

마녀고양이 2011-03-31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러셀은 어머니에게 굉장히 영향을 많이 받았나보군요.
블랑카 님의 리뷰에서 각인된 이미지가 어머니에서 시작하여 어머니로 끝나니까요.
그것도 어머니의 몰락 또는 자유로움으로.

자신에게 그토록 큰 영향력을 행사하던 이의 무너지는 모습을 본다는게 얼마나 허망하고 슬플지 그려봅니다.
하지만............. 사라진다는 것은 축복이기도 하지요! 그렇죠, 블랑카님? ^^

blanca 2011-03-31 21:21   좋아요 0 | URL
마고님, 사라진다는 것도 축복으로 받아들이고 정말 자연스럽게 사라락 두려워하지 않으며 최후를 맞고 싶어요.

cyrus 2011-03-31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트런트 러셀 자서전보다 먼저 러셀 베이커 자서전을 읽었어야했는데 말이죠 ^^
아시다시피 러셀 자서전이 두 권이라는 점도 있고,, 전에 <로지코믹스>을 재미있게 읽어서그런지 모르겠지만,,
자서전 읽기가 쉽지가 않네요. ^^;;

blanca 2011-03-31 21:22   좋아요 0 | URL
그죠. 두 권의 압박. 이게 참 묘한 게 한 권 읽고 다음 권이 읽기 싫어지면 그 지점에서 어찌나 괴로운지. 읽은 것도 안 읽은 것도 아닌 그 애매한 상태가 넘 싫더라구요. 특히 2권은 서간문이 많아서 별로라는 평들이 있어서요.

비로그인 2011-03-31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트런드 러셀, 러셀 베이커... 러셀이 두 사람을 묶어주네요. 기억이 우리의 삶을 이어주는 것처럼 말이죠. 내가 더 이상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은 다른 사람이 대신 기억해주는 것, 그것도 삶의 한 특성이겠죠. 말하자면 기억공동체랄까요...^^

blanca 2011-03-31 21:22   좋아요 0 | URL
후와님, 그러니까 제 삶의 복원은 여럿이 모여야 가능할 것도 같아요. 제발 부끄럽지 않은 기억들이기를.

프레이야 2011-03-31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의 삶은 단지 나만의 삶만이 아니다!
봄날 햇살 따스한 날,이제 곧 해거름이에요.
새로운 마음으로 좋은날들 엮어가면 좋겠어요, 블랑카님 우리.^^

blanca 2011-03-31 21:22   좋아요 0 | URL
아, 깜깜해졌어용. '우리'라는 말이 너무 너무 달콤해요.
 

산고보다 더한 것이 충치 네 개를 한꺼번에 때우는 고통이다. 한 시간여에 걸쳐 그 소름끼치는 시린 기운에 다 커서 이제 늙어가는 성인이 차마 이제 그만 하자,고 말하지도 못하고 참고 또 참았다.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아저씨의 "아, 아!"하는 신음소리는 치과 분위기를 더 괴괴하게 만들어 주었다. 어제 고작 네 살짜리 딸아이도 충치 치료를 말없이 마쳤다는 사실을 자꾸 기억해 내려 애썼지만 당장 밀려오는 그 고통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거의 몇 대 두들겨 맞은 기분으로 풀린 다리를 추스리며 다음 예약 날짜를 잡는데 이제 사랑니 발치 날짜를 잡잔다.--;; 네 개 다 뽑으셔야 합니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여 피검사도 하셔야 하구요. 

한 시간의 고통과 그 고통의 댓가로 내가 하루 일했다 해도 벌지 못할 거금을 지불하고 다음의 더한 고통을 예비하고 꾸무럭한 하늘을 올려다 봤다. 

전국에서 방사능 성분이 검출되었고 일본의 원전 사태는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다. 방금이라도 펑펑 울것 같은 하늘. 얼얼한 내 턱.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고쳐 고쳐가며 살아 나가고 영원히 살것처럼 행동하는 건지. 

아파트 주차장에 와서 주차 연습을 시작했다. 지난 주 연수를 한 성격 좋은 강사는 마지막 주차 연수날 다혈질로 변신했다. 지당한 일이다. 암, 나도 미친듯이 차를 원하는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꾸준히 밀어 넣으려는 내가 짜증이 나서 견딜 수 없는데 그 정도 새된 목소리를 내고 그친 것만도 감사한 일이다. 일단 차를 빼고 다른 곳에 넣는 것에 성공하여 지하로 한 층 더 내려가 의도하지 않았던 공간에 차를 넣어 버리는 쾌거를 이룩했다. 문제는 의도하지 않았던 곳이라는 데에 있었지만 그래도 어쨌든 차를 주차하고 시동을 끄고 나오니 세상이 조금 더 아름다워 보였다. 

문자가 왔다. 택배가 왔단다.  

 

 

 

 

 

 

지금은 그렇다. 충치 치료를 다 마치고 어디든 주차를 무난하게 할 수 있고 정리 정돈을 잘하고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눈 앞의 일들이 있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나머지의 일들은 정말 어떻게 할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더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노력은 계속 하고 싶다. 나이가 들수록 더 이기적으로 속물적으로 변해가려는 치우침을 핸들을 풀어 제자리로 자꾸 돌려 놓으려고 정신을 차려야 할 것 같다.  

사랑니 발치가 너무 무섭다........청춘에 끝냈어야 할 일들이 결국 이렇게 발목을 잡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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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3-29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빨을 네 개나 뽑으셨군요,, 저는 한꺼번에 두 개를 뺀 적이 있었는데 블랑카님의 고통 충분히 이해합니다, ^^;;

blanca 2011-03-29 21:00   좋아요 0 | URL
아직 뽑진 않았구요. 뽑아야 한다고 하는데 저는 좀 의아해서요. 충치 안 먹은 사랑니도 예방 차원에서 깡그리 다 뽑아내야 한다는 것이. 윽, 사실은 아플까봐서요.--;;

양철나무꾼 2011-03-29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하는 방향과 반대방향으로 꾸준히 밀어넣으려 하셨다구요?^^
그럼 원하는 반대방향을 상상하시면 원하는 방향으로 넣을 수 있으시겠군요?^^

요즘은 차에 '후진지시등'이 있어서 사각지대까지 프리뷰 해주더라구요.
저는 주차는 무한한 연습으로 금방해결 됐었는데, 끼어들기 좌회전 우회전 등을 못해서 마냥 직진만 하다가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해결봤던 기억이 있어요.
벌써 20년전 일이네요~

blanca 2011-03-29 21:01   좋아요 0 | URL
양철댁님, 저 직진만 하다 부산까지 갔다는 얘기 이제 맘껏 웃으며 못 들어요 ㅋㅋㅋ 길 감각이 없으니 그저 직진하다 같이 탄 사람이 가르쳐 줘야 정신차리는 수준이니까요. 오늘 주차 두 번 다 아주 길게 걸려 성공은 시켰는데 보통 평범한 상황에서는 아주 주변차들이 난리칠 것 같아요. 완전 느리거든요.

반딧불이 2011-03-29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만하시면 사랑니를 그대로 두시지요. 나중에 요긴하게 쓰입디다. 의치보다 안정적이라고해서 제 남편은 그거 뽑아서 썼어요. 그리고 뽑아도 한꺼번에 네 개씩 뽑는건 위험하지 않나요?

blanca 2011-03-29 21:02   좋아요 0 | URL
반딧불이님! 맞아요. 제가 자꾸 생각이 안 났는데 사랑니 발치가 능사가 아니라는 얘기가 떠올랐거든요. 저도 네 개는 담 번에 가서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고 얘기하려구요. 좀 주제넘어 보일지라도요. 위험할 것 같아요. 하나 뽑고 교보문고에서 쓰러진 친구도 있어요--;;

2011-03-29 16: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29 2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1-03-29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랑니 잘 모르겠더라구요.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모르고 살아요.
그래서 나이 먹어도 철이 없나봐요.ㅠ
그리고 블랑카님 아직도 젊거든요. 지금 그러는 거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거예요.
진짜 나이들면 어쩔려구...ㅋㅋ

blanca 2011-03-29 21:04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모르시는 상황이라면 스텔라님 치아가 아주 건강하신 상태일거예요. 저는 아팠어요--;; 저 벌써 이러니 조금더 나이들면 진짜 어떡하죠? ㅋㅋ 오도방정이죠?

마녀고양이 2011-03-29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사랑니 발치라. 내가 작년에 겪은 그거.
경험담을 이야기해줄까 했더니 오늘 페이퍼네요. 그건 내일 이를 뽑는다는 이야기?
음..... 그럼 우리 내일 이야기합시다, 서로의 경험담에 대해서. 하기사 나 아주 쉽게 뽑은 사랑니도 있어요.

차 운전 연습 나두 해야 하는뎅. 아흑. 우리 둘이 차 몰고 어디서 만날 날이 올까요?

blanca 2011-03-29 21:05   좋아요 0 | URL
마고님 작년에 뽑으신 거예요? 근데 경험담 들으면 더 고통스러워지는 거 아니예요?--;; 발치 예약은 담달 둘째 두나 되어 있어요. 완전 고문이지요--;; 마고님도 연수 받으실 거에요? 저는 일단 몰 수는 있어요. 주차를 못할 뿐이죠 ㅋㅋㅋ

마녀고양이 2011-03-31 09:13   좋아요 0 | URL
나두 연수 받았어요, 시내도 끌구 나가고 주차도 가끔 제대로 해요.
다만 차선을 못 바꿔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로그인 2011-03-29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차는 잘 집어넣어야 하고 치아는 잘 뽑아내야 하는군요. 이 엄연한 사실을 정확히 깨닫는 데 그토록 비싼 수업료가 필요하다는 것, 오늘 또 배웠습니다. 그나저나 별일 없이 둘 다 거뜬히 해내셔야 할 텐데요... 화이팅!!^^

blanca 2011-03-29 21:06   좋아요 0 | URL
후와님, 저 한 달 후에 자랑질 페이퍼 올리겠습니다. 제가 운동신경도 둔하고 길감각도 없어서 운전하고 다닌다고 하면 사람들이 다들 놀랄 거예요. 기대하고 있지만 현실은 너무 무섭네요--;; 다른 차 긁을까봐 얼마나 떨리는지 몰라요. 감사합니다.

穀雨(곡우) 2011-03-29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니는 사랑을 알기 시작하는 나이에 난다는 속설이 있더군요.
블랑카님은 아직 사랑이 설레는 순수함이 남았나 봅니다.^^
아프겠지만 그것 또한 청춘이 주는 시간의 흔적 아닐까요?

아, 너무 오랜만에 들렀습니다. 봄입니다.
기분 좋은 봄날 되시기를....^^ 운전은 할수록 익숙해 질겁니다. 화이팅~~

blanca 2011-03-29 21:08   좋아요 0 | URL
참참! 곡우님게 셋째 탄생 글을 남기려 한다는 게 또 깜빡했어요. 정말 정말 축하드리구요. 완전 부럽습니다. 곡우님 내외를 닮은 이쁜 아이들이 셋이나 있으니 밥을 안 드셔도 배부르시지요? 다만 옆지기님이 지금 한창 힘드실 기간이네요. 곡우님은 잘 도와주시고 계시겠지만요. 아이도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나기를 기원합니다.

꿈꾸는섬 2011-03-29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사랑니 중 한개만 뺐어요. 워낙 무섭기도 하거니와 썩지 않은 사랑니를 일부러 뺀다는 사실이 싫었거든요. 그거 한개 빼고도 엄청 힘들어했어요.ㅎㅎ
드디어 운전연수를 받으셨군요. 처음엔 도로주행이 어렵다가 현재까지 주차가 쉽지 않더라구요. 아무래도 저의 경우엔 공간지각능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남편에게 매일 혼나면서 주차했어요. 3년차인 지금도 주차때문에 버벅거려요.ㅜㅜ
블랑카님 힘내세요.^^

blanca 2011-03-30 23:09   좋아요 0 | URL
저도 거부감이 들더라구요. 어찌할까 고민중입니다. 누가 자연분만으로 아이 낳는 것보다도 더 힘들다고 겁을 줘서 완전 얼었잖아요--;; 아, 꿈꾸는 섬님 3년차세요? 공간지각능력은 여자들이 조금 떨어지는 게 사실인 것 같아요. 저는 떨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없지 않나 싶네요. ㅋㅋ 그래도 오늘은 몇 번 버벅거리다 주차해서 스스로가 어찌나 대견했던지요. 꿈꾸는 섬님의 응원이 힘이 되네요. 우리 주차의 달인이 되어 보아요!

2011-03-30 2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29 2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30 2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11-03-30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차는 아무리 베테랑이라도 가끔 힘들때가 있습니다.
저는 가끔 사무실 차를 끌고 나가면 주차할 때 애를 먹곤 했습니다.
내 차는 이젠 한번에 넣고 빼는데, 차가 바뀌니까, 또 쉽지 않더라구요.

치과는 돈도 많이 들고, 고통도 따르는 곳이죠.
저는 되도록이면 가까이하지 않으려고 노력중입니다.
사랑니는 굳이 뽑을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요.
만약 평소에 계속 아프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냥 놔두시는게 좋지 않을까요?

blanca 2011-03-30 23:12   좋아요 0 | URL
아, 그런 거예요!! 저는 운전 좀 하시는 남자들은 다 주차의 배테랑이라 걱정없이 아무 데나 다 잘하는 건 줄 알고 엄청 겁먹었거든요. 감은빛님 댓글 읽으니 힘이 납니다. 저 많이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되는 거죠?^^;; 자꾸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 걱정 되어서요. 사랑니는 문제가 되는 이빨만 뽑고 싶다고 얘기해 보려고 해요. 그다지 아프지도 않거든요.

pjy 2011-03-31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버티고 버티다가 결국 사랑니 잇몸안에서 썩어서 뽑았는데 째고 썩어서 바스라진 조각난 이빨을 1시간 반동안 꺼내고 다 꺼냈는지 엑스레이찍고 입계속 벌리고 있는라 침질질~ 턱아프고 병원문을 나서는데 완죤 빈혈오고 널부러진 상태가 되었었죠~
괜히 일 키우지 마시고~ 의사가 다 뽑자고 할때는 이유가 있을듯 합니다^^;

blanca 2011-03-31 23:02   좋아요 0 | URL
아, 무서버요. 흑흑. 안그래도 간호사가 겁 왕창 주더라구요. 담주 충치 치료할 때 결단을 내려야 할듯합니다.
 

톨스토이는 덮어놓고 인정해 버리고 싶은 작가인데 단편과 중편에서는 매번 어그러진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존경하는 할아버지의 봉인된 불륜을 목격한 기분.  네 편의 소설이 하나 같이 성적인 욕망과 분투하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서머싯 몸의 말마따나 톨스토이는 스스로가 말한 메시지에 갇힌 것 같다. 젊은 시절 한때 방탕한 생활을 경험하기도 했다지만 궁극적으로 마치 욕망을 비우고 이성과 고결함만으로 그득찬 모습을 연기해야 했던 그 고단함을 예고하고 고백하고 있는 작품들이다. 평범하다는 것은 조금쯤 저열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용인받는 것인데 톨스토이에게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가혹한 기준을 들이댔던 것 같다. 욕망을 악과 혼동하는 지경에까지 가는 모습은 안타깝기조차하다. <안나 카레니나>와 <전쟁과 평화>에서의 일면이 집중적으로 조명되다 만 것 같은 분량의 이야기들이 아쉬움을 남긴다. 전체를 알기 위해 그 사람과 내도록 함께 할 필요는 없지만 톨스토이는 조금 길게 함께 할 시간을 가져야만 더 좋아하게 될 유형의 사람인 것 같다. 완전함을 지향하며 가진 것들을 부끄러워할 줄 알았던 겸손함을 단 몇 시간만의 자기비하적인 소개로 뭉개버릴 수도 있을 것만 같은 사람이다.

일본에 가야 할 가족이 있어 일본 원전사태에 촉각이 곤두선다. 현지에 있는 사람들은 한국의 언론이 너무 과격하고 선정적이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 뉴스에 미국에서 일본측 얘기를 완벽하게 신뢰할 수 없다며 후쿠시마 원전에 무인 정찰기를 띄웠다는 얘기를 들으니 심히 걱정이 된다. 위험등급도 체르노빌 사태 정도로 보는 외부시각이 있다 하니 경악스럽다. 여러가지 추측과 최악의 사태에 대한 얘기들도 나오는 모양인데 인체에 해가 갈 정도는 아니라는 보도만 믿고 평범한 일상 속 여러가지 일들에 어제처럼 오늘처럼 끄달려도 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안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도 없으니 그냥 신경 끄고 살자니 아이들 눈만 보면 가슴 한켠이 욱신거린다.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난지 25년이 지났지만 그 지역에서는 여전히 방사능이 누출되고 있고 방사성 폐기물들이 방치된 채 버려져 있다고 한다. 원전에 대한 논란이 일면 항상 듣는 얘기가 있다. 대안이 있느냐, 너는 전기 쓰지 마라. 그런데 정말 그런 걸까. 대체 에너지 개발에 드는 그 노력과 이미 틀어버린 수돗물을 잠그는 수고가 싫고 그 수돗물로 은근히 할 수 있는 다른 일에 대한 유혹과 관련된 얘기는 아닐까.  

 체르노빌 관련된 이야기들을 검색하다 이 책을 발견했다. <제1권력>의 저자인 히로세 다카시의 소설이다. 논픽션을 주로 다룬 저자가 어떤 식으로 체르노빌의 무고한 희생양이 된 아이들 얘기를 풀어갔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읽고 나서 더 힘들어지는 건 아닌가 걱정도 된다. 원전을 반대하는 것은 어마어마한 방사성 폐기물들을 후손들에게 떠넘기는 그 근시안적이고 이기적인 행태에 대한 분노와  방사능 누출에 있어 가장 큰 피해를 즉각적으로 보게 되는 어린 몸들에 대한 미안함과 닿아 있다.

어떻게 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해서 미약하나마 어떻게 할 수 있다고 믿고 동참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온라인에서 벌어진 원전 관련 논란에서 그렇게 원전에 거부감이 들면 지금 컴퓨터부터 끄라는 얘기를 들으니 많은 생각이 지나갔다. 그래, 내가 누리고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나온 그 진원지를 부정해 가며 핏대를 세우는 것도 모순이구나. 방방 불을 미친듯이 끄고 다닌다. 전기세부터 일단 줄일 수 있는 데까지 한번 줄여볼까 생각중이다.  

 

누구나 인간이라면 어느 정도는 이중적이다. 누릴 것 다 누리면서 내가 마시는 공기, 물, 먹는 음식까지 신선하고 오염되지 않기를 바랐던 나도 톨스토이만큼 이중적이다. 최대한 그 간극을 줄여보려고 노력하다 보면 죽기 전까지는 조금이나마 닿아 있겠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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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21 00: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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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21 21: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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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3-21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에도 불구하고(trotzdem)'를 온전히 배제할 수 있다면 그 순간 사고는 멈추지 않을까요. 늘 우리는, 그랬다, 지금도 그렇다, 그렇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건너편을 봐야겠다, 고 말하는 혹은 말해야 하는 존재이니까요....
좋은 글을 읽어서 저로서는 만족스러운데, 가족 중에 일본에 가야 할 분이 계시다니 블랑카님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겠군요...

blanca 2011-03-21 21:13   좋아요 0 | URL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 이 말 너무 좋은데요. 그렇죠. 죽을 때까지 인간은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계속 싸워 나가고 욕하기도 하고 하면서 불편하게 살아야 사는 거겠죠. 예. 마음 한 켠이 참 무겁네요.

cyrus 2011-03-21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일본 대참사 때문에 발생한 방사능 때문에 언론들이 설레발치고 있어서 뭐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어제는 요즘 우리나라도 들어오고 있는 황사 바람에 방사능 물질이 들어온다는 소식도 우연히 본 적도 있었는데,,
정부가 확실히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되는데 말이죠,, 구제역처럼 늑장 대응하는 식이 없기를 바랄 뿐이네요.

그리고 지진 발생하고나서 처음에는 일본 시민들은 안정된 질서 의식을 지켰다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상황이 악화되니 조금씩 이기적인 모습이 드러나더군요. 블랑카님 말씀대로 인간은 어떤 상황에 처하느냐에
따라서 이중적으로 쉽게 변하는거 같아요.

blanca 2011-03-21 21:15   좋아요 0 | URL
cyrus님 생존의지가 참 이기적이기도 하고 때로 이타적으로 발현되기도 하고 그러는 것 같아요. 언론도 저는 대체 어느 쪽이 맞는 건지 영 판단이 안 서네요. 어쨌든 지도자층의 그 심오한 심중이야 알 수 없고 항상 그들의 입으로 말해진 가공된 사실을 진실인 양 받아들이고 살다 죽는 게 저를 포함한 다수의 대중이라는 게 참 서글픕니다.

2011-03-21 10: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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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21 2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21 21: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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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21 21: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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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21 10: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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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21 21: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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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3-21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나의 반성을 부르는 페이퍼에요.
구드룬 파우제방의 <핵 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에는 핵 폭발이 얼마나 끔찍한 일이고 남겨진 아이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잘 묘사되었어요. '천벌 받을 어른들'이라고 휘갈겨 쓴 아이의 글이 모든 걸 말해주기도 하고요.ㅠ

blanca 2011-03-21 21:19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안그래도 이런 책 추천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당장 장바구니에 담을게요. 감사합니다. 오늘부로 읽을 책이 똑 떨어져서 고민 중이었답니다.

2011-03-23 19: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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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23 23: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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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3-28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번 오락가락하는 일본의 원전소식을 들을 때마다 현재 얼마나 심각한 것일까.. 하는 의심이 듭니다.
쉬쉬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과연 그곳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지요.

그나저나 정말로 일본에 가셔야 할 가족이 있으시다니 좀 안타깝습니다. 언제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말이죠..

blanca 2011-03-29 14:00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정말 빨리 해결되어야 제 맘이 좀 편해지지 않을런지. 하늘의 흐림도 예사롭지 않게 보이고 말이예요. 바람결님은 잘 지내고 계시죠?

2011-03-29 2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30 2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31 1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노란 불빛의 서점 - 서점에서 인생의 모든 것을 배운 한 남자의 이야기
루이스 버즈비 지음, 정신아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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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저녁 무렵 노랗게 물든 서점을 그려봐야겠다고, 
나는 여전히 생각하고 있다.
어둠속 영롱한 빛 같은 풍경을.
-빈센트 반 고흐 

 

그래서 고흐는 결국 그렸을까? 노랗게 물든 서점을? 

시험이 끝나면 시내 대형서점에 가서 이만 원 정도의 예산에 맞춰 책을 네 권 정도 골라 품에 안고 한창 머리가 빠지고 있는 아빠와 소박한 외식을 하고 귀가하곤 했다. 그리고 읽고 싶은 책을 모조리 다 살 수 있을 만큼 부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언젠가 우연히 재회한 고등학교 동창의 꿈이 ㄱ문고 사장 아들과 결혼하는 거였다는 고백과 맞물려 다시 떠올랐다.  

사실 행복하지 않아서 책에 흠뻑 빠졌고 그랬기에 후의 삶은 조금 더 평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유년시절 정말 행복했다면, 충만했다면, 나는 지금 이렇게 여기에 와서 이런 글을 쓰지 않았을 것 같다. 울고 싶을 때마다 엄마 젖대신 책을 찾았다. 그러니 서점은 수유의 공간과도 같을 수밖에. 

이 책의 저자는 물론 당연히 탐서가이고 지극히 평범하고 그럼에도 자기 이름으로 낸 책이 몇 권 있고 서점에서도, 출판사 외판원으로도 일한 경력이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책사랑에 대한 얘기가 책과 서점의 역사와 아름답게 교차하는 구성이 참 싱그럽다. 지나치게 개인적이거나 은밀하지도 않고 '척'하지도 않으면서 자신의 얘기와 대상의 얘기를 풀어내는 입담에 절로 끌려들어가게 된다.  

서점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 여직원과 아직도 일주일에 한두 번씩은 통화하며 "당신, 그 책 읽었어?"라고 호들갑 어린 목소리를 듣는다는 고백과 파리 센 강 좌안 고색창연한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서점의 역사를 함께 듣는 일은 드물고 근사한 경험이다.  제임스 조이스가 이 서점의 젊은 여주인 실비아 비치 덕분에 외설 시비에 휘말린 <율리시즈>를 출판 배본할 수 있었다는 얘기와 22년 넘게 수많은 예술가들의 아지트가 되어 주었던 그곳이 독일군들의 파리 점령으로 폐점하게 되는 사연. 저자가 열다섯 살에 존 스타인백의 <분노의 포도>를 만나 6개월 안에 전작주의를 실현하게 된 열정적인 독서 편력 들을 듣다 보면 어느새 노란 불빛의 서점 안에 들어서 맘씨 좋은 서점 주인의 배려하에 온몸의 긴장이 풀리며 노곤해진다. 행복한 나른함. 참 오랜만이다.

집에서 가져온 재즈 음반들을 들으며 커피를 마시며 책 주문서를 작성하고 서점 문을 닫고는 닐 영, 스탄 게츠의 음반을 틀어놓고 악을 쓰며 청소를 하고 30년 후에도 변함없이 감동을 줄 책들을 권해받는 풍경은 눈물나도롭 부럽고 행복해 보인다. 과거로 정지해 버린 기억의 영상들을 다시 이어 재생하며 사람들이 서점과 종이 책을 지금보다 조금더 존중했던, 하지만 그래도 역시 어느 정도는 초라한 책을 둘러싼 풍경은 한없는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 우리는 책을 돌려 읽었고 저마다 가슴에 품은 대목들을 서로 교환했다. 초록색 교복에 검정색 스타킹을 신고 근처 남고생들한테 똥파리라는 별명으로 불리웠던 우리는 이제 다시 만나 책 얘기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다시 우리였던 나이의 지금 아이들은 책상 위에 돌려 읽는 책대신 스마트 폰을 올려 놓고 끊임없이 짦은 단문으로 얘기할 수 있는 거리들을 터치한다. 무언가 얘기하고 싶은데 얘기할 거리가 없어도 단문 메시지는 부끄러움을 숨기고 '나'와 '너'와 '그것'이 만났다는 환각의 지점에 도착한다.  

노란 불빛의 서점이 셔터를 내리는 날. 종이책이 지상에서 사라지는 날. 그건 삶의 종언보다 더 가혹한 심판의 날이 될 것이다. 언어로 그려지는 '너'의 얘기들을 이제 더이상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사랑'을 포기하는 일과도 같은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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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3-18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알라딘 중고 서점에서 이 책 봤는데, 망설이다가 안 샀는데, 살걸....... 흑.

울고 싶을 때마다 책을 찾았다고 하니 생각나는데,
제가 요즘 <브레인맨 천국을 찾다> 라고 자폐증이 있는 사람의 글을 읽고 있거든요.
그런데........ 제가 좀 그런가봐요. ㅠㅠ. 블랑카님두? 큭큭.

blanca 2011-03-18 21:45   좋아요 0 | URL
마고님 저는 반값세일에서^^;; 그런데 지금도 하고 있지 않을까요? 책에 대한 강박이 있는 것 같아요.그럴 지도 몰라요 ㅋㅋㅋ

비로그인 2011-03-18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를 읽으니 예전에 동네서점에서 책을 사던 때가 떠오르네요. 찾는 책이 없으면 서점 주인에게 따로 구입해달라고 부탁하곤 했었죠. 삐삐도 핸드폰도 없던 시절이라 이삼일 뒤 산책한다는 핑계로 저녁 밥 먹고 터덜터덜 걸어나오면 주인이 따로 챙겨놓은 책을 무슨 비결서인 양 꺼내주곤 했었는데요 ㅋㅋ 제임스 미치너의 <소설>을 아마 그렇게 샀죠^^

blanca 2011-03-18 21:47   좋아요 0 | URL
후와님, 제임스 미치너 <소설> 제가 기억하고 있는(읽어야 겠다고) 책인데 이 댓글로 다시 장바구니로 넣어 둡니다.^^ 말씀 들으니 레코드점도 그렇고 서점도 그렇고 그렇게 주인들이랑 친분을 쌓아 두었던 과거가 참 그리워지네요.

cyrus 2011-03-18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동네 서점이나 ㄱ문고에 안 가본지 꽤 오래 됐네요. 알라딘을 자주 애용하다보니
정작 오프라인 서점을 자주 갈 일이 없는거 같아요.

blanca 2011-03-18 21:49   좋아요 0 | URL
cyrus님 여기는 대학가인데도 대부분의 작은 서점이 폐업했어요. 이젠 대형서점들만 살아남는 추세인데 그마저도 가보면 사람들이 많지 않음을 느낍니다. 지하철을 타도 다 스마트폰만 들여다 보고. 책을 좋아했던 친구들도 요새는 책을 읽지 않더라구요. 괜시리 참 서글퍼져요. 저도 알라딘에서 살게 된 이후로 오프에서는 구경만 자꾸 하게 되더라구요^^

양철나무꾼 2011-03-19 0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ㅠ.ㅠ
그러고보니 저도 시내 대형서점 안 나간지가 꽤 됐네요.
동네 서점은 아직도 가끔 들리지만요.
예전엔 동네서점에 가면 철지난 잡지부록도 챙겨놨나 주시고 그랬었는데 말이죠.
새로운 음반이 나오면 전화해 주던 음반 가게도 이젠 온라인쇼핑몰로 돌려버렸더라구요.

책과 스마트폰이 혼재하는 시대, 아이들은 혼란을 겪고 있겠죠.
그 아이들을 종이책으로 인도하는 것, 그 아이들이 종이책을 선택하는 것...우리의 전철을 따르겠죠~^^

blanca 2011-03-19 20:39   좋아요 0 | URL
양철댁님, 저는 요새 아이들이 너무 어렸을 때부터 영상물와 각종 전자기기에 노출되어 활자 텍스트를 거부하는 사태가 오지 않을까, 제대로 뇌발달은 이루어지나, 이런 의문이 들어요. 실제 걸음마도 못하는 아가들이 핸드폰을 손에 쥐고 무언가를 열심히 들여다 보는 풍경이 일상이 되어 버렸으니까요. 종이책이 다시 각광받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어요...

비로그인 2011-03-20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하나를 만들기 위해 이가 여섯 개나 빠졌다는, 스스로 주어와 동사만으로 문장을 채워 글을 만들어 보라는 혹독한 주문의 어떤 작가의 목소리가 생각납니다.

가끔 서점에 가면 요즘 시대와 점점 닮아 번쩍이고, 화사하기만 한 책들이 점점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더라고요. 저런 노력과 주문이 담긴 책들은 점점 구석으로 몰려 가는 것 같아 아쉬운 밤입니다.

blanca 2011-03-20 23:03   좋아요 0 | URL
우아, 바람결님 정말 오래간만이에요. 요새 왜이리 뜸하신 거예요? 저는 서점을 너무 좋아해서 그냥 대형서점에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스트레스가 스르르 다 풀려 버려요. 아아. 그 이가 빠졌다는 작가는 아마 김훈이지 않을까, 추측해 봅니다. 요즘은 참 이래저래 슬픈 시대인 것 같아요.

노이에자이트 2011-03-20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초록빛 나는 똥파리 말이군요.음...귀여운 디자인이었을 것 같은데요...

blanca 2011-03-21 21:06   좋아요 0 | URL
노자님 초록색 치마에 검은색 타이즈 신고 다니니 남고생들이 계속 놀려댔었죠 ㅋㅋ 교복 이쁘다고 소문이 많이 난 학교였기는 했어요. 교복만 이뻤죠--;;

2011-03-22 17: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21 14: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21 2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11-03-22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너무 좋아해서, 도서관과 서점에 있는 것만으로 정말 행복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동네서점에도 무슨 말인지도 모르면서 시집을 뒤적거리거나,
몇 시간씩 서서 소설집에 수록된 단편 몇 편을 다 읽어버리기도 했죠.
이 글 읽으니, 꼭 그 작은 동네서점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어요!
잘 읽었습니다! ^^

blanca 2011-03-22 21:33   좋아요 0 | URL
감은빛님, 정말 서점에서 책 읽는 재미도 참 쏠쏠했지요. 저는 너무 오랫동안 책을 골라 뒤통수가 좀 따가웠던 적도 있었어요^^;; 그런 면에서 대형문고는 저한테는 정말 마법의 공간 같은 곳이었어요. 아무리 오랫동안 영양가 없이 서성거려도 뭐라 그러는 이도 없고. 감은빛님 댓글을 읽다 보니 갑자기 서점으로 막 뛰어가고 싶어지는 걸요.

2011-03-29 2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30 2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