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박한 공기 속으로
존 크라카우어 지음, 김훈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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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안온하다. 자잘한 문제들이 출몰하기는 하지만 대체로 통제할 수 있다. 그래서 한편 단조롭기도 하다.
저기는 위험하다. 어려운 과제들이 출몰한다. 그 과제들은 미처 통제하지 못하고 파멸할 수도 있을 만큼 도전적이고 위험하다.

그렇다면 여기 있는 것이 더 합리적이고 더 쉽다.
그런데 인간들은 저기에 간다.  

무엇을 위해? 영웅심, 호기, 주목받고자 하는 욕구, 경제적 이익, 모험심?
그게 전부는 아니다. 설명할 수 없고 포착할 수 없는 그 여백을 응시하며
해발고도 8.848미터, 지상에서 가장 높은 곳을 향해 전진하는 그들의 여정을 따라가 보자. 

가지 말아야 할 타당한 이유들은 너무나 많았다. 하지만 에베레스트에 오르려 하는 건 본질적으로 비합리적인 행위다. 
현명한 분별에 대한 욕구의 승리.
-머리말 

살아서 남은 자의 증언이다. 저자 존 크라카우어는 이 증언이 무자비할 정도로 정직하기를 원했다. 평지의 삼분의 일밖에 되지 않는 희박한 산소량에 허덕이며 보고 들었다고 느끼는 것에 대해 완벽하게 신뢰할 수 없었기에 다른 생존자들과 접촉하며 사실을 있는 그대로 채집하기 위하여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1996년 5월 내가 무자비할 정도로 날것인 청춘에 허덕이고 있을 때 존 크라카우어는 잡지사의 의뢰로 로브 홀이라는 유명한 가이드가 인솔하는 등반대의 여덟 고객들 중 한 사람이 되어 에베레스트에 오르게 된다. 에베레스트를 오르려는 그의 발걸음이 전적으로 타의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 그건 소년시절 간직했던 미완의 꿈이기도 했다. 마흔일곱 살의 일본 여인, 댈러스 출신의 병리학자, 지천명을 넘긴 홍콩의 출판업자, 야근과 건설현장 인부 부업으로 등반비용을 마련한 우체국 직원, 브리즈번의 마취 전문의.  

1996년 봄의 에베레스트 산비탈에는 적지 않은 몽상가들이 모여 있었다. <중략>
 에베레스트는 항시 괴짜, 명성을 추구하는 사람, 구제불능의 로맨티스트, 비현실적인 사람들을 유혹해 왔으니까.
-p.135 

기나긴 행군과 적응 훈련 끝에 세계의 지붕을 밟은 것은 해피엔딩이 아니라 비극의 복선이었다. 참사는 하산 과정에서 벌어진다. 갑자기 불어닥친 돌풍으로 조난당한 그들은 처절한 사투를 벌이게 된다.  

저자는 적절한 열정과 무모한 정상 정복열의 경계선이 아주 모호해져 버리고 그리하여 에베레스트 산비탈에는 시체들이 즐비하게 된다고 얘기한다. 적절함과 무모함. 배테랑 가이드 로브 홀과 스콧 피셔도 그 경계에서 발을 헛디뎌 목숨을 잃게 된다. 산소도 없이 8.748  미터 지점에서 계속 버티며 가족들의 호소에도 결국 그곳을 떠나지 않은 로브 홀. 그는 끊임없이 자기 팀원들의 안위를 묻고 의심하고 기다렸다. 맥락이 닿지 않는 강박적인 확인, 의심. 희박한 공기 속에서 거의 정신 착란을 일으킨 것마냥 자신의 역할을 챙기며 정작 자신은 방기했던 그의 최후가 애잔하다.  

에베레스트 등반도 대단히 상업화된 일면이 있다고 한다. 주변국에 허가를 받고 등반대에 들어가 등정을 하는 데에는 고가의 비용이 들고 그 등반대의 가이드, 셰르파 들에게는 경제적인 이득, 공명심에 대한 욕망이 체력, 능력이 안 되는 고객들을 무리하게 정상에 올려 놓으려는 역작용을 낳기도 한다. 에베레스트의 자연 경관을 해치는 각종 쓰레기 투척 문제도 있다고 한다. 존 크라카우어는 애초 이 부분에 대한 기사 의뢰를 받았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이 조난 사고를 당한 비극적인 등반대의 일원으로서 악전고투를 벌이며 다른 시각을 갖게 된다. 특히 영리적인 목적으로 조직된 등반대가 조난당한 사람들을 돕기 위하여 아무 불평도 하지 않고 즉각 정상 등반 계획을 연기하는 모습, 고행에 가까운 등반 과정을 묵묵히 감내하고 동료들을 챙기는 모습 등은 희박한 공기 속에서도 살아남고 마는 인간적인 것들에 대한 응시를 가능케 한다. 

도덕적인 교훈을 얻자는 것이 아니다. 등떠밀지 않았는데 파멸을 각오하고 덤비는 무모한 열정을 비난하자는 것도 아니다. 영하 70도까지 떨어지는 체감 온도, 희박한 산소로 호흡 곤란을 일으키면서도 거대하고 냉혹한 자연 앞에서 무너지지 않는 마지막 인간의 존엄. 실패한 영광의 전례를 보고 듣고도 또 오늘도 에레베스트를 오르고 있을 사람들.  

인간은 속절없는 존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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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illyours 2011-08-25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영하 작가의 팟캐스트를 듣고 구입해놓았는데 아직 읽지를 못했어요. 블랑카 님 리뷰 보니, 여름의 끝을 이 책으로 마무리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blanca 2011-08-25 22:30   좋아요 0 | URL
자노아님, 지금 딱 어울리는 책이에요. 특별한 이유없이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입까지 하셨다니 이제 시작만 하시면 되겠네요^^

oren 2011-08-25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표지와 제목만 봐도 숨이 차오르고 또 한편으로는 가슴이 두근거리네요. blanca님의 리뷰를 읽어보니 1895년 낭가파르밧 원정에서 짧은 생애를 마감했던 머메리가 쓴 책 속의 구절들이 새삼 떠오릅니다.
* * *
"참된 등산가는 하나의 방랑자이다. 내가 말하는 방랑자는 일찌기 인류가 도달하지 않은 곳에 가고 싶어하는 사람, 일찌기 인간의 손가락이 닿지 않은 바위를 붙잡거나, 대지가 혼돈에서 일어난 이래 안개와 눈사태에 그 음산한 그림자를 비쳐온 얼음으로 가득 찬 걸리를 깎아 올라가는데 기쁨을 느끼는 사람을 의미한다.

바꾸어 말하면 참된 등산가는 새로운 등반을 시도하는 사람인 것이다. 그는 성공하거나 실패하거나 마찬가지로 그 투쟁의 재미와 즐거움에 기쁨을 느낀다. 그것을 이해하려면 그것을 느껴야 한다. 그것은 행복에 대한 강력한 감정이다. 그것은 온 혈관에 욱신거리는 피를 흐르게 하여 모든 냉소의 자국을 파괴하고 비관적인 철학의 뿌리 그 자체를 강타한다."

"인생의 근심걱정은 금권주의 및 사회의 본질적 속악함과 함께 아득히 저 아래쪽에 남는다. 위쪽에서 우리는 맑은 공기와 날카로운 햇빛 속에서 신들과 함께 걷고, 인간은 서로를 알며 자신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를 안다."

- 알버트 프레드릭 머메리(Albert Frederick Mummery, 1855~1895) 『알프스에서 카프카스로』中에서

blanca 2011-08-25 22:34   좋아요 0 | URL
아, 안 그래도 oren님이 언급하신 '비박'이 무엇인지 이 책에서 정확히 알게 되었답니다. 지리산 등반과 겹쳐져서 oren님 생각도 났답니다. 머메리도 혹시 등반 과정에서 죽게 되었나요? 이 책에 유명한 산악인들의 얘기가 많이 인용되어 있는데 참 감동적이더라고요. 인생을 더 강렬하게 느끼고 절감하며 사는 것 같았어요. 죽음 앞에서도 더 담대하게 대처하고요. 인용해 주신 머메리의 얘기는 흡사 철학자의 말 같아요.

oren 2011-08-26 09:33   좋아요 0 | URL
머메리는 지독한 독서광이었고 <산업생리학>(1891)이라는 경제학 저서까지 출판한 지식인이었죠(존 메이나드 케인즈 명저『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에서도 머메리의 저서와 사상에 대해 꽤나 자세하고 길게 다루고 있을 정도입니다).

머메리는 19세기 말에는 아무도 넘보지 않았던 히말라야의 8,000m급 고봉 낭가파르밧에 도전한 위대한 등반가였습니다. 그는 두번의 등정시도가 좌절된 이후 다른 루트를 찾아보기 위하여 친구들과 헤어져 능선 저편으로 사라졌고, 그것이 그가 지상에서 보인 마지막 모습이었답니다. 머메리는 그렇게 낭가파르밧 최초의 희생자로 자신의 삶을 마감했던 것이죠(낭가파르밧 초등은 1953년 7월3일 헤르만불(H. Buhl)에 의해 성공).

19세기의 반항아가 남긴 한 마디는 알피니즘의 개념 자체를 송두리째 흔들어 버렸고, 알피니스트들은 그 누구도 머메리의 영향권으로부터 자유로와질 수 없게 됩니다. "길이면 가지 말아라."

* * *

위험에는 다른 학업에서 발견되지 않는 교육과 정화(淨化)의 힘이 있으며, 사람이 자기가 '완전히 사치와 유약에 흐르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매우 값진 일이다. 산은 이따금 일을 좀 지나치게 밀어부쳐서 교수대, 교수틀, 낙하 발판 등의 시설을 다 갖춘 사형 집행인조차 도저히 더 훌륭하기를 바랄 수 없는 절박한 사멸(死滅)의 환영(幻影)을 산의 신봉자들 앞에 펼쳐 보인다는 것은 인정해야 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그라지는 저녁 노을이 절규하는 바람과 눈에 쫓겨 발걸음을 재촉하고 복수의 여신들이 능선을 따라 미친 듯이 대상을 사냥할 때, 절벽은 흔히 냉혹하고 절망적으로 보일는지 모르나 용감한 동료들과 불굴의 정신은 몰려드는 위난의 거미줄을 잘라 내고, "세월이 지나 옛 일을 회상하는 것도 즐겁노라"는 느낌 또한 언제나 있는 것이다.
- 머메리,『알프스에서 카프카스로』中에서

2011-08-25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은 참 복잡한 존재예요. 구제불능의 이기심과 허영의 화신인가 하는 순간, 또 달리 위대한 모습을 보여주니까요. 이 책에 흥미가 가네요...

blanca 2011-08-25 22:35   좋아요 0 | URL
예, 섬님, 저는 특히 요새 인간이란 알다가도 모를 존재라는 생각이 든답니다. 삶이 의미가 있는 것인가, 하는 문제도 그렇고요. 무어라 쉽게 단언할 수는 없는 것 같아서요. 제가 죽을 때까지 배워가야 할 문제인 것 같아요.

2011-08-25 1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25 2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25 2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25 2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25 2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25 2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11-08-26 0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선가, 누군가가 이 책에 대해 언급한 글을 읽은 기억이 나요.
그때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어느새 잊고 있었네요.
그런데 블랑카님의 글을 읽고 나니, 마치 저도 이 책을 읽은 듯 한 기분이 들어요! ^^


blanca 2011-08-26 21:30   좋아요 0 | URL
은희경님의 서재에도 있더라고요. 아주 독특하고도 인상적인 책이었답니다. 르포식인데 또 정작 저자가 그 사활을 건 체험의 중심에 있어서 단순히 관찰자도 아니고 생생하고 정직하게 묘사하고 싶었지만 각종 상황상 자신이 착각하고 실수로 서술한 부분도 고백하는 대목도 있어요.

마녀고양이 2011-08-26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절대 에베레스트 등정은 하지 않을랍니다...... ㅋㅋㅋㅋ

blanca 2011-08-26 21:30   좋아요 0 | URL
마고님 ㅋㅋㅋ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저한테 어마어마한 돈을 준다고 해도 차마 하지 못할 것 같답니다. ㅋㅋㅋ

블루데이지 2011-08-26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지에 사는 지금의 제 모습도 어쩔땐 참~ 봐주기가 힘든데...ㅋㅋ
고통을 자처하는 그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blanca 2011-08-26 21:33   좋아요 0 | URL
이 책 앞에서 제 고민들이 무색하게 느껴지더라고요. 백만장자 여성 등반자도 나오는데 거의 실신하다시피 하면서도 정상에 오르는 모습은 과연 인간이란 정말 다채로운 존재라는 생각이 들게 한답니다. 파멸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매혹적이라는 저자의 말이 기억에 남아요.

비로그인 2011-08-26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에베레스트 등반 관련해서 상업적인 면을 폭로하는 책 소개를 본 기억이 납니다.
인간의 허영을 부추켜 그곳에 이르게 하고, 그 곳에서 온갖 추악한 면들이 벌어지는.. 찾아보니 <에베레스트의 진실> 이네요.

누가 보는가에 따라 다른 장면들이 존재할거라 생각합니다. 극과 극의 책들이 나와도 에베레스트는 그저 조용히 거기에 있는 것이겠지요..?

blanca 2011-08-26 21:36   좋아요 0 | URL
저도 놀랐어요. 어떻게 에베레스트에까지 상업성이 침투했을까요? 목숨을 담보로 하는 모험이잖아요. 산소통 같은 쓰레기도 산에 마구 버려져 있는 게 조금씩 정화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 책에서의 조난 사고도 두 유명 가이드의 경쟁심에서 비롯된 부분이 있다고 얘기되는 걸 보면,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동기도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되어요.
 
문재인의 운명 (반양장)
문재인 지음 / 가교(가교출판)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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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이는 어른들이 앉아 저마다 지금 가장 자신에게 절실한 것들에 해답이나 위안을 줄 것 같은 책들에 고개를 박고 있는 곳으로 가서 냉큼 앉아 열심히 스티커를 붙이기 시작했다. 몇 번씩 주변을 둘러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세상에 나온지 3년이 지나면 자신이 재미를 느끼는 것에 열중하는 것이 곧 사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마나 보다. 

왠지 그래서는 안 될 것 같은데 책 대신 핸드폰으로 의미없는 검색질을 하다 베스트셀러 수위에 있는 책을 한 권 뽑아 들고 건성으로 넘기기 시작했다. 

단 몇 분이라도 혼자 있고 싶었다. 누군가 차를 한잔 갖다 줬다. 물끄러미 바라보던 찻잔에서 문득 그와의 첫 만남이 떠올랐다. 그를 만나 차 한 잔 앞에 놓고 얘기를 나누던 바로 그 날, 우리는 눈부시게 젊었다.
-p.22 

우. 리. 는. 눈부시게 젊. 었. 다. 

이 한 문장으로 이 책은 나를 사로잡았다. 플래쉬백의 휘장에 박아 넣기에 가장 찬란하고도 눈물겨운 문장. 그 누구의 삶인들 안 그랬겠는가. 더군다나 '우리'가 노무현과 문재인이었다면. 

2009년 5월 23일 토요일. 나는 여전히 힘들었다. 그가 대통령이 되던 날 노란풍선에 둘러싸여 활짝 웃던 모습과 젊은 검사들과의 대화에서  울뚝불뚝 성을 내던 모습,  퇴임 후 봉화에 내려가 찍은 다큐에서 참 행복하다며 하회탈 같은 미소를 짓던 모습은 어이없는 마침표 속에 스러지고 말았다. 내가 힘들어서 울었고 그의 치열했던 삶의 허망한 종착점이 서러워서 아이를 업고 울었다. 때로 저돌적이고 때로 충동적으로 국민들 앞에 자신의 권위를 내려 놓으려 했던 그의 시도들이 언론의 조롱거리가 되고 차차 나도 역시 기대 만큼은 아니었다,며 그를 응원하기를 그만두었을 때. 그가 추구했던 가치들, 어떻게든 그 가치에 가 닿으려 분투했던 모습을 알지 못했고 때로 그 과정에서 불거졌던 각종 해프닝, 또는 세간에서 악의적으로 조작된 정황 들에 눈감았다.  나는 비겁하고 무지했다.

 

문재인의 고백은 눈부시게 젊었던 시절, 노변호사와의 첫만남에서 시작된 인권변호사 활동, 민주화 운동, 청와대 입성, 그리고 귀향, 슬픈 최후의 목격자로 석별하기까지 노무현과 함께 한 역정에 대한 것이었다.

문재인은 학생 시절 유신 반대 시위 전력으로 연수원 차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판사 임용이 못 되어 변호사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이 좌절이 노무현과의 운명적인 만남으로 향하는 길목이 되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부산에서 노변호사와 동업하게 되어 차츰 노동, 인권 운동에 뛰어들게 되었던 것이다. 의욕적이고 치열하게 소외된 이들을 위해 변론 현장을 누비고 그들의 권익을 지켜 주기 위하여 몸을 사리지 않았던 두 젊은 변호사의 모습의 복기가 참 생생하고 아름다웠다.  

결국 두 변호사가 대통령과 민정수석비서관으로 나란히 청와대에 입성하게 되고 현실의 강고한 벽에 끊임없이 부딪히며 그럼에도 불고하고 끝내 놓지 않으려 했던 가치들, 대의들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라크 파병, 한미 FTA에 대한 솔직한 입장, 정황 들에 대한 얘기도 인상깊다. 참모들의 반대를 무릎쓰고 한 노대통령의 재신임 발표와 대연정 제안에 대한 아쉬운 심정에 대한 토로도 있다.  

힘이 모자라거나 시운이 안 돼면 패배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패배하더라도 우리의 가치를 부둥켜 안고 있어야 다음의 희망이 있는 법이다.
-p.366

지금도 당신을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것은 성공한 대통령이어서가 아니다. 아마 이것 때문이었던 것 같다. 모두 당신을 비난하고 실패했다 하더라도 그 너머의 대의를 응시하는 당신의 눈빛. 그것은 내가 가지고 싶었던 것이기도 하다. 

실패한 대통령, 실패한 정부라는 손가락질을 받으며 청와대를 떠났다. 진보진영으로부터 진보를 망친 장본인인 것처럼 비난을 들었다. 그러나 우리는 역사가 우리를 정당하게 평가해 줄 것이라고 믿었다. <중략>
대통령은 모든 걸 혼자 안고 떠났다. 인간의 법정을 거부하고 역사의 법정을 선택했다.
-p.433 

한때 함께 그를 비난했던 진보 진영의 시사 주간지의 표지에서 그는 홀로 외롭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 표지의 그를 제대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공범이었기 때문이었을까?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는 유서의 첫 문구는 마지막에 추가로 입력된 것이라고 한다. 문재인은 그답다고 표현한다. 마지막 가는 길에도 자신이 쓴 유서를 손보고 찬찬히 문구를 수정하고 추가하는 모습. 문재인은 대통령이 마지막 얼마동안 유서를 머릿속에 담고 지낸 시간들을 떠올리면 견딜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그의 유서는 아직도 청춘을 함께 했던 후배이자 친구의 수첩에 간직되어 있다.

남기고 간 숙제. 남은 자들의 부책감. 때로 실패한 것들, 미완의 것들, 반발을 일으키고 숙어져 버린 것들. 그런 것들이 그의 실패, 진보 진영의 실패로 뭉뚱그려져 그 가치와 지향마저 부정되는 현실이 서럽다. 정략적인 술수 속에서 희생되는 정작 중요하고 시급한 것들. '사람 사는 세상'은 분명 통치자 한 명이 근사하게 완성하여 내밀 수 있는 하나의 선물 같은 것이 아닐 거다. 모두의 염원, 역량의 에너지가 하나가 되어 정말 사람 사는 세상이 오는 그 날을 향해 한 걸음씩 내딛을 때 조금씩 더 가까워지는 지점. 그 때쯤이면 장구한 역사 속에서 숱한 실패와 좌절, 세상의 냉대를 맛보고 미완의 과제를 남기고 떠난 수많은 그들의 해원의 굿 한 마당을 보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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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1-08-22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눈물이 날 것 같아요, 블랑카님. 노대통령님을 대통령으로 뽑을 때 저에게는 투표권이 없었는데, 어쨌거나 어리고 철없던 제 마음도 블랑카님과 꼭 같았었어요. 좋아하고, 응원하고, 실망하고, 의중을 알지 못하고, 돌아가신 걸 보며 울다가 중간에 배신한 것을 후회했죠. 봉하에 세 번이나 갔었는데 정토원에는 못 올라가서 가을이 오면 가자고 약속했어요. 책은 엄마가 먼저 읽기로 해서 반쯤 보고는 드렸거든요. 눈이 안 좋으신 엄마가 천천히 읽고 계셔서 나중에야 보겠지만 꼭 읽지 않아도 감동과 생생함이 전해지는 페이퍼예요. 실패와 좌절을 겁내지 않을래요. 그분처럼 대단하게 살아갈 수는 없겠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하고, 제가 할 수 있는 한 내려놓고 살고 싶어요. 오늘 하루 잘 보내세요!^^

blanca 2011-08-22 11:29   좋아요 0 | URL
아이리시스님, 봉하에 세 번이나 가셨어요? 어머니가 이 책을 읽고 계시다니 참 반갑네요. 그 떤 색채를 떠나 그냥 이 책에서 그려지는 한 사람의 삶, 소망, 좌절이 너무 눈물나더라고요. 다 읽고 나니 한동안 가슴이 먹먹해져 왔습니다. 아무 지향 없이 그냥 하루 하루 살아가는 제 자신이 부끄럽기도 했고요. 아이리시스님이라면 충분히 그러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예, 가을 냄새가 나네요. 아이리시스님도 힘찬 한 주 시작하세요!

stella.K 2011-08-22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지 않아도 읽어 볼 생각을 하고 있기는 한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힘있는 사람이 대세인 나라구나 싶을 때가 많아요.
물론 당연하고 새삼스러운 말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노 대통령 재임시 재신임을 물어야 했을 때
모든 걸 내려놓고 청와대에 갇힌채 시간을 보내야 했던 그 시간들.
사람의 시간으로 별로 긴 시간은 아니었을텐데 그 분으로선 억겁의 시간이었겠죠.
얼마나 치욕의 시간이었을까요?
그래도 그 시간을 이겨내고 나왔을 땐 정의는 역시 마지막에 승리한다고 외쳤던 그 함성을
끝내 봉인한채 세상에 대해 등을 돌렸으니...
인간의 법정을 거부하고 역사의 법정을 선택한 그분의 선택이 헛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직도 그분의 죽음이 역사의 시간안에 속해있는 것이라면...

blanca 2011-08-22 22:28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며칠 전 지인이 스텔라님과 같은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우리나라는 힘있는 사람들의 나라라고. 힘있는 사람들이 힘없는 사람들도 배려하고 더불어 살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평화롭겠지만 인간이 그렇게 되기가 쉽지 않은가 봐요. 특히나 태어날 때부터 힘이 있었던 이들이 정권을 쥐락펴락하다 보면 아예 다른 사람들 처지는 머리로도 마음으로도 이해하려 하지 않으니까요. 예, 저도 스텔라님과 같은 마음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08-22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의 어조가 담담해서 참 좋지 않아요?
그렇게 담백한 말투로 '우리는 참 젊었다' 라고 하니, 더욱 잎사귀에 빛나는 햇살 같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잊지 못 하는 것은, 그분이 잘 하셨든 못 하셨든 간에
그분의 선의를 의심하지 않게 때문인 듯 합니다. 그분께 사심이 있었다고는 생각되지 않으니까요.

blanca 2011-08-22 22:30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아, 맞아요. 담담한 말투! 그거였어요. 이 책의 매력이. 저도 결론적으로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성과들이 아닌 그 분의 선의, 열정을 사람들이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2011-08-22 15: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22 2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1-08-22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답고 서러운 리뷰입니다. 이 책을 읽게 되면 그건 순전히 블랑카님의 공로일 거예요. 한 글자도 못 읽었는데 벌써 울컥이는 기분이에요.

blanca 2011-08-23 10:31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사실 이 책을 읽을 생각이 없었는데 우연히 읽게 된 게 참 감사하더라고요. 사실 회고록이라는 게 일종의 변명이나 자화자찬이 될 경우가 많은데 문재인님의 경우는 마고님 말씀처럼 담담하고 참 담백하고 솔직하게 가감없이 참여정부를 회고했더라고요. 솔직히 노대통령에 대한 아쉬운 점도 얘기하고요. 군데군데 실려 있는 사진들을 나중에는 차마 볼 수가 없을 정도로 안타깝고 슬펐답니다.

2011-08-22 2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23 1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1-08-23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신문에서 봤는데 이 책이 야당 정계 인사들도 읽고 있는 책이래요. 아무래도 야당 진영에서
가장 부각되고 있는 대선주자이다보니 전략적으로(?) 읽는 의도로 읽고 있는거겠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이 독서를 통해서 문재인 씨의 진정한 존재에 대해서 확실하게 알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


blanca 2011-08-23 10:39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그런데 저는 문재인님이 우수한 참모 분위기를 많이 풍기셔서 과연 대선 주자로 적합한가, 또 본인이 진정으로 원하는가? 에 대한 약간의 의문이 들더라고요. 정치에 대한 피곤함이 행간에 많이 묻어 나서요. 어떤 행보를 갈 것인가 많이 궁금하고 기대도 됩니다.

꿈꾸는섬 2011-08-23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글 읽다보면 이 책도 읽고 싶단 생각이 간절해져요. 쌓인 책도 처분 못하면서 말이죠.ㅜㅜ

blanca 2011-08-23 22:11   좋아요 0 | URL
꿈꾸는섬님, 가을 바람 선선해지면 한번 읽어 보세요. 추천드려요.

순오기 2011-08-24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내려온 큰딸이 오자마자 이 책을 읽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기에 함께 이야기했어요.
아직은 가슴이 울컥거리게 하는 사람....
세상의 휘둘림보다 어떤 결정이든 문재인 본인의 신중한 선택을 존중하기로 마음 먹었어요.

blanca 2011-08-24 10:15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저도 딸이 빨랑 커서 같이 책 읽고 얘기하고 그러고 싶어요. 아, 맞아요.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결정이자 의중일 것 같습니다.
 
쓰가루.석별.옛날이야기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75
다자이 오사무 지음, 서재곤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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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이런 식으로 쓰니까 사이가 나빠지는 것이다. 가족 이야기를 글로 써서 그 원고를 팔아야만 살아갈 수 있는 비참한 운명의 남자는 신으로부터 고향을 몰수당한다.
-p.127 

신으로부터 고향을 몰수당한 비참한 남자가 조심스럽게 고백한다. 내 성격을 창조하고 숙명을 규정 지은 이 고장들을 이야기하는 데 나는 결코 적임자가 아니었다고.   

 

<쓰가루> 

쓰. 가. 루. 

'패자의 문학'을 했던 다자이 오사무가 태어나 20년간 자란 곳이다. 역사에서 잊혀진 혼슈의 북단. 다자이 오사무는 한 서점의 의뢰로 쓰가루 반도를 여행하고 소설의 형식을 빌어 <쓰가루>의 풍경, 역사, 추억을 펼쳐 놓는다. 옛친구들과 재회하고 군데군데 유년의 기억들을 들추어 내면서 서투르게 자신을 드러내는 이 작품은 가장 다자이 오사무적인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니까 <인간실격>을 쓸 수밖에 없었던 그의 연약하고 투명한 속내를 들여다 보게 되면 그 속에서 묘한 공감의 요소를 발견하게 된다.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는 루저이니까.  

나에게는 또 다른 전문 과목이 있다. 속인들은 그 과목을 사랑이라 부른다.
-p.35 

 

어른이라는 것은 외로운 것이다. 어른이란 배반당한 청년이다.
-p.43  

배반당한 청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기만과 환각의 시절들을 끊임없이 회고하고 사랑한다. 그건 비극이기도 하고 희극이기도 하다. <쓰가루>의 절정은 결말이다. 어머니의 젖을 한 방울도 못 먹고 자란 그는 제2의 어머니와도 같았던 보모 다케를 만나는 것을 쓰가루의 마지막 여정으로 아껴둔다. 세 살에서 여덟 살. 어머니는 하나의 인간과 하나의 삶을 조각한다. 다자이 오사무는 마침내 비로소 자신의 성장 과정의 본질을 확인하게 된다. 재회는 너무나 담담하고 너무나 건조해서 외려 더 뭉클하다. 언어가 비껴 가는 지점. 작가와 독자는 손을 맞잡는다.  

세상의 어머니라는 존재는 모든 자식들에게 이와 같은 달콤한 방심 상태의 휴식을 주는 것일까? <중략> 효도는 자연의 섭리이다. 윤리가 아니다.
-p.181 

격렬한 포옹도 눈물도 극도의 흥분도 없이 그저 잘 왔다! 그 한 마디. 다자이 오사무의 귀향의 가장 안온한 종착점이었다. 

 

<석별> 


도호쿠 지방의 나이 든 의사의 회고록 형식을 띤, 같이 의학 전문학교를 다녔던 루쉰에 대한 추억담이다. 아무래도 집필 계기가 국책 홍보를 위한 조직의 의뢰였다 보니 군국주의적 색채가 짙어 상당히 거부감이 들었다. 특히나 러일전쟁을 마치 중국의 독립을 지키기 위한 대리전, 성전으로 미화한 대목과 아시아 여러 나라들의 독립을 지지하는 것처럼 하면서 정작 우리나라에 대한 불법적 침략, 지배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도 없는 모순에 아연했다. 문학은 현실을 이길 수 없다,는 슬픈 자각. 결국 자신의 소속, 처지를 뛰어넘을 수 없는 그 한계. 거기에서 더 나아가야 언어는 진실 한 점을 딛고 피안을 응시할 수 있지 않을까. 

 

<옛날 이야기> 


공습경보를 피해 방공호로 대피한 다섯 살 딸에게 아버지가 일본의 옛이야기들을 각색해서 들려주는 형식을 띠고 있다. '혹부리 영감', '우라시마', '부싯돌 산', '혀 잘린 참새' 는 다자이 오사무를 통해 형식적인 패러디를 뛰어 넘어 성공적으로 재창조되고 있다. 거북이를 타고 용궁 체험을 가고 토끼 소녀가 너구리 아저씨를 골려 먹고 혀 잘린 참새 소녀를 할아버지가 사랑하고. 이런 전혀 그럴 듯하지 않은 얘기들을 읽으면서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착각하게 하고 책을 읽다 혼자 미친듯이 웃게 하고 때로 튀어 나오는 경구들을 메모하게 하고. <석별> 같은 작품에도 불구하고 다자이 오사무를 위대한 작가로 인정할 수밖에 없게 한다.  

계곡 저 건너편에 아름다운 꽃이 분명히 피어 있다고 믿을 수 있는 사람만이 아무런 주저 없이 등나무 줄기에 매달려 건너편으로 건너갑니다.<중략> 당신에게 모험심이 없다는 것은 당신에게 믿는 능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p.359 

용궁 기행을 저어하는 우라시마에게 거북이가 내려준 모험의 정의. 피안을 믿을 수 없는 사람은 차안에 발이 묶이고 만다. 우라시마가 용궁을 떠나면서 받은 조개껍데기를 열어보자 곧바로 백발의 할아버지가 되어버린 장면도 의미심장하다. 우리는 그것이 일종의 형벌이라고 반응하지만 다자이 오사무는 축복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인다. 세월과 망각은 인간의 구원이라고. 삼백 살의 할아버지가 반드시 불행한 것은 아니다.

세상을 등진다는 것도 돈이 조금이라도 있어야만 가능하지, 돈 한 푼 없는 하루살이 신세라면 세상을 등지려고 해도 세상이 쫓아와서 도저히 등질 수가 없다.
-p.425 

쓰가루 유수의 대지주 가문에서 태어나 '"소설을 쓰는 것이 싫어져서 죽는 것입니다"(해설 참조)라는 유서를 남기고 연인과 동반자살한 그가 이러한 얘기들을 남겼고 그 얘기들을 들을 수 있어 다행이다, 라고 여겨도 되는 것일까?  '생명의 불안이 언어를 발효시킨다'고 했던 그의 얘기처럼 창조의 동력이 없는 우리들은 생명의 불안 때문에 읽는다고 자위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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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1-08-18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찜해뒀어요. 다자이 오사무를 읽어본 적은 없는데 단편이 무지 좋을 것 같아요. 블랑카님 글 보니까 할아버지께 이야기 듣는 기분이에요. 일본의 고전들은 약간 그런 분위기가 있는 듯 해요. 저는 [설국] 무지 좋아하는데 이 분이 '소설을 쓰는 것이 싫어져서 죽는 것입니다'라고 했다니 읽고나면 순위가 바뀌겠어요! (몹쓸 줄타기--;;)

blanca 2011-08-19 10:18   좋아요 0 | URL
<설국>은 그 시리도록 흰 느낌이 오래도록 남았어요. 정말 잊을 수 없는 작품이었답니다. 다자이 오사무는 분위기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와는 좀 다르지만 그 적나라한 솔직함에 반하게 되는 작가랍니다. 일단 글을 재미있게 쓰는 재주가 있어 책장이 잘 넘어간답니다. <인간실격>도 좋아요. 아이리시스님도 좋아하실 거예요^^

마녀고양이 2011-08-18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을 쓰는 것이 싫어져서 죽는 것입니다 라니,,,
무엇인가에 그렇게 몸 받칠 수 있는 것은 정녕 커다란 행운이라 해야 할까요 불운이라 해야 할까요?

거기다 모험심이 없다는 것은 믿는 능력이 없다 라니,,,
그렇네요. 바라는 것이 없다면 행동하지 않을 것이며, 이상과 목표가 없다면 노력하지 않을테니 말이죠.

저도 이 책 읽고 싶어요. 엉엉. 읽고 싶은 책, 너무 많아요. 대청소 시작했는데, 집 다 뒤집어 놓고.

blanca 2011-08-19 10:20   좋아요 0 | URL
마고님, 저는 모험심 제로잖아요-..- 겁쟁이예요. 저는 무언가를 잘 못 믿겠어요. 그래서 저한테 기억하라고 적어 놓았어요. 대청소요!! 아, 저도 오늘 물걸레질해야 하는데 걸레 빠는 게 너무 싫어요. 책은 저번에 이사오면서 그래도 처분하고 정리해서 좀 낫긴 한데. 요새는 읽고 소장 가치 없다고 생각되는 책들은 바로 바로 정리하려고 해요. 반짝반짝 대청소하시고 시원한 커피도 한 잔 하세요. 저는 또 위염이 재발하여 커피를 끊어야 하는 시기가 왔어요. 넘 슬퍼요.

블루데이지 2011-08-18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그냥 모른척, 못 본척 지나치려고 했는데...한번 애정있게 돌아보도록 blanca님이 만드셨어요~
<그 얘기들을 들을 수 있어 다행이다>라는 말에 분명 공감할것같아요~

blanca 2011-08-19 10:21   좋아요 0 | URL
블루데이지님 ㅋㅋㅋ 저는 제목이 끌려서 기억해 두었다 결국 읽게 되었어요. 특히 일본의 옛이야기들이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혼자서 여러번 웃었어요.

비로그인 2011-08-19 0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혀 잘린 참새! 유치원에 다닐 적, 추운 날 이불 속에서 아빠가 읽어주었던 동화.
아버지라고 하지 않고 아빠, 라고 적고 나니 눈물이 핑 돌아요. 블랑카 님이 여기서, 옛 기억을 불러내 준 탓입니다.

blanca 2011-08-19 10:22   좋아요 0 | URL
쥬드님은 벌써 이 얘기를 알고 계셨군요. 자상한 아빠 덕분에. 저는 처음 들었거든요. 저도 아빠를 생각하니 뭉클하네요.

2011-08-24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험심이 없다는 것은 믿는 능력이 부족한 것이다.', '돈이 없다면 세상을 등지더라도 세상이 쫓아온다.'! 완전 공감돼요. ... 어떤 사람은 소설을 쓰지 못해 죽을 수도 있군요. 창조의 희열이라는 강한 단맛을 맛본 탓일까요. 블랑카님의 마지막 구절에도 공감합니다.

blanca 2011-08-25 10:10   좋아요 0 | URL
예, 저도 이 두 문장이 정말 와닿더라고요. 굉장히 독특한 작가라고 생각했는데 느끼고 생각하는 것은 역시 보통 사람들과 크게 다를 게 없더라고요. 그걸 예리하게 포착해서 언어로 표현하는 재주가 탁월한 것 같아요. 참, 섬님의 추천으로 그 책을 당장 구입했답니다.^^

2011-08-25 18:41   좋아요 0 | URL
앗, 바로 구입하셨군요. 블랑카님에게도 좋은 경험을 주는 책이길 바랍니다...^_^
 

나는 수영을 아예 못한다. 자전거를 전혀 타지 못한다. 번지점프는 그 단어를 연상하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터져 버릴 것 같다. 육개월 전까지만 해도 운전을 못했고 지금도 여전히 운전대 앞에서는 심장이 두근두근한다.  

모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어떤 것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다. 직장 생활에서도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대인관계가 아니었다. 바로 갑자기 나를 던져 넣어야 하는 새로운 상황, 매뉴얼을 숙지하지 못한 업무들이었다. 그러니 신입사원 때는 하루하루가 고행의 연속이었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사람들, 일들, 나는 금방이라도 돌이킬 수 없는 큰 사고를 치고 수습할 수 없는 낭패를 당할 것만 같았다. 주변을 둘러 보면 할 수 없는 일들 천지였다. 나비의 날갯짓은 간지러움이 아니라 내 위벽에 생채기를 긋고 있었다. 오후 다섯 시만 되면 뒷골이 땡겼다. 

나는 왜 이렇게 커버린 것일까? 자문할 새도 없이 나의 아이는 나의 새가슴이 그어 놓은 경계 안에서 맴돌고 있었다. 내가 물을 무서워하니 아이도 물가에 내어 놓지 못했다. 새로운 환경은 항상 스트레스였으니 무언가 도전적인 모험상황은 저도 모르게 앞서 막아서고 있었다.  

떠밀리다시피 하여 가게 된 수영장. 유아풀은 발목까지. 핑크키티공을 들고 들어가니 갑자기 아이들이 나를 주목해 주며 공을 빌려 달라, 공놀이를 같이 하자,고 아우성이었다. 웬 인기? 하며 흡족해하며 그 아이들을 상대해 주다 보니 나의 꼬맹이는 점점 심심해지는 터라 성인풀을 계속 가리키며 들어가자고 한다. 아, 거기에는 여동생부부가 가슴까지 물을 찰랑이며 꼬맹이를 유혹하고 있었다. 솔직한 심정으로 나는 너무 무서웠다. 경위가 아닌 것은 알고 있으나 그리고 차마 자존심때문에 입밖에 내어 놓고 말하지는 못했지만 조카 튜브 좀 태워주면 안 되겠냐, 나는 여기에서 지켜보겠다,고 얘기하고 싶었다.  

나비의 날갯짓은 시작되었다.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드디어 물이 허리를 넘어서기 시작했을 때 누군가 짓궂은 사람이 수영하다 뻗은 팔이나 다리 때문에 내가 미끄러지는 상황을 떠올렸다. 꼬맹이는 야외풀로 나오니 흥분의 도가니였다. 물을 뒤집어쓰면 슬퍼하는 게 아니라 교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예상못한 상황이었다. 아이의 웃음소리가 그렇게 큰지 몰랐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물을 뒤집어 쓰며 은근히 즐기고 있는 내모습이었다. 설명할 수 없는 즐거움이 나비들을 다 데리고 나가 버렸다. 물살에 몸을 맡기고 잔뜩 찌푸린 하늘을 올려다 보며 이런 즐거움을 모르고 산 지난날의 억울함을 떠올렸다. 수영을 당장이라도 배우고 싶었고 배울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 목까지 차오르는 물이 공포감을 주기 보다는 그 투명한 액체 속을 유영하며 잊고 살던 자유의 환각을 느끼게 해준다는 것. 등등. 소심하고 겁이 많은 나를 투사시켰던 아이의 모습이 사실은 닫힌 유리병안에서 바깥을 응시하던 모습 뿐이었다는 것. 일곱살 때 수영장 물에 빠져 허우적대던 나를 건져 주었던 커다란 오빠처럼 결국 누군가는 나의 손을 잡아 준다는 것을 믿을 수 있었던 시간들. 

내 안에서 생채기를 내던 나비들이 한 마리씩 다시 날아 들어오고 있지만 걔들을 내보낼 수 있다는 그 일말의 가능성을 엿본 기막힌 경험이었다. 그러니까 언젠가는 나는 에메랄드 빛 바다에서 마구 접영을 하고 자전거를 타고 내리막길을 내려오며 그 바람을 한 움큼 먹고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척척 운전해 갈 수 있는 그런 날을 가질 수 있다고 믿는다. 아주 용감한 할머니가 되고 싶다. 번지점프하는 할머니.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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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인생이라는 모험에 찬 여행
    from Value Investing 2011-08-16 01:53 
    어느 경제학자의 얘기대로 '아무 말썽도 안 일으키는' 할아버지 단계에 대한 '미리부터의 막연한 걱정' 때문에 괜히 스스로 기분이 우울해지는 때가 유독 올해 봄을 지나면서부터 점차 잦아지는 느낌이 들곤 합니다.괜히 책을 읽는 속도도 조금은 더 느려지는 것 같고, 왕성한 의욕을 가지고 각종 취미생활에 쏟아붓는 시간들도 예전만 못한 것 같고, 곰곰히 생각해 보니 드높았던 나름의 목표와 꿈과 그것들을 향한 노력과 열정까지도어느새 나도 모르게 조금씩느슨해지고 희
 
 
마노아 2011-08-13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충분히 가능해요. 믿숩니다! 당장 도전하세요. 파이팅!!!

blanca 2011-08-14 16:45   좋아요 0 | URL
안 그래도 마노아님 수영하시는 모습 보며 너무 부러웠어요. 마노아님은 그래도 기초 정도 알고 시작하신 거겠죠? 아예 물에 안 떴던 사람은 모든 것이 늦다고 해서 망설임이 드네요. 감사합니다.

마노아 2011-08-14 23:16   좋아요 0 | URL
저도 기초부터 시작한 거예요. 몸이 너무 안 좋아서 당장 어떤 운동이라도 시작해야 했는데 그때가 여름이어서(작년 8월) 수영을 골랐던 거예요. 해보니까 재밌어서 계속하게 되었구요. 블랑카님에게도 신세계가 열릴 겁니다.^^

블루데이지 2011-08-14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저도 수영도 못하고, 운전면허도 없는데.....
blanca님의 글을 읽으니 ...자꾸 찔리는 제 마음...
저도 blanca님의 다짐과 믿음속에 저도 살짝 끼워넣고 싶오요~~ㅋㅋ

blanca 2011-08-14 16:46   좋아요 0 | URL
블루데이지님 ㅋㅋㅋ 그래도 자전거는 탈 줄 아시는 거죠. 자전거 못 타니까 어디 가서도 참 애로가 많더라고요. 다 커서 다른 사람이 발 구르는 자전거 뒤에 타니 계면쩍기도 하고 ㅋㅋㅋ 수영은 못하니 애한테 가르칠 수가 없어 또 아쉽고요. 이래저래 참 아쉽네요.

프레이야 2011-08-14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지점프하는 할머니!! 와우~ 블랑카님은 꼭 이루세요. 전 못해요. 후덜덜..
수영은 저도 못하지만 자전거는 좀 타지요.ㅎ
결국 누군가는 나의 손을 잡아준다는 것을 믿을 수 있었던 시간, 그 순간이 저도 있었어요.
십년전의 일이지요. 수영을 못하는 내가 물에 튜브를 놓치고 빠졌는데 다가온 구원의 손길.
그때 처음엔 당황하다가 숨을 고르고 그냥 물위에 가만히 누워 무심한 하늘을 바라보았던 짧은 순간.
이국의 하늘이었어요.
블랑카님 매미소리도 짱짱한 여름아침이에요.^^

blanca 2011-08-14 16:47   좋아요 0 | URL
아, 프레이야님, 그런 근사한 경험이 있었군요! 프레이야님 모자 쓰시고 원피스 입고 자전거 타는 풍경을 그려 봅니다. 아, 비랑 매미소리로 그득한 여름날이었어요. 빨리 가을이 왔으면 좋겠어요. 창덕궁에 가려고요.^^

하이드 2011-08-14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지 마요...

- 수영도 못하고, 운전면허도 없고, 고소공포증 있는 동갑내기(.. 아닌가?) 물귀신 하이드-

물론 나도, 지산 롹페의 델리 스파이스 공연 때 허리까지 오는 수영장에서 텀벙거리긴 했어요. 그 때 삔 손가락 몇 달 간다더니, 진짜 아직도 계속 뻐근 'ㅅ'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거에요. 스키랑 번지점프 수영 같은건 높은 곳과 물을 무서워하는 나에게 안 맞는 스포츠라는걸 이제 알아요. 어릴땐 오기로 막 하긴 했지만, ^^

blanca 2011-08-14 16:50   좋아요 0 | URL
ㅋㅋㅋ 하이드님 동갑 맞아요. 하이드님이 수영을 못하고 고소공포증이 있다니! 무엇이든 용기있게 시도하고 진취적이고 그런 캐릭터로 저는 하이드님을 그리고 있는데요^^;; 하이드님은 할 수 있어도 안 하는 거지만 저는 무서워서 안 하는 거라 안해도 항상 그 쪽을 막 부러워하기 때문에 문제예요^^ 지산 록페스티벌 진행이 그랬어요? 우아, 완전 신났겠어요.

노이에자이트 2011-08-14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운전해서는 안 될 사람들이 차 끌고 나와서 도로 상황을 이상하게 만드는 것보다는 운전 안 하는 사람이 더 낫습니다.너무 위축되지 마십시오.
멋지게 헤엄치는 사진 한 장 올려주시면 어떨런지...

blanca 2011-08-14 16:51   좋아요 0 | URL
노자님, ㅋㅋㅋ 김여사 수준은 벗어나서 흐름을 방해하지는 않는다고 착각 중이긴 합니다. 나중에 접영 하는 날 포토샵 프로그램 가동해서 올리지요.^^

노이에자이트 2011-08-14 21:37   좋아요 0 | URL
포토샵을 해야 하나요? 음...궁금궁금...기대기대!

cyrus 2011-08-14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수영이랑 자전거 못 해요. 수영은 못 한다치더라도 왠만하면 남자라면 두 발 자전거는 탈 수 있어야하는데
말이죠 ^^;; 새로운 경험에 대한 두려움을 잊으시고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도전해보시는게
좋을거 같습니다. ^^

blanca 2011-08-14 16:52   좋아요 0 | URL
아니, 자전거를 못 타시는 거예요? 그래도 cyrus님은 지금 하시면 바로 배우실 걸요. 나이 들어 하려니 겁만 많아지고 능률도 안 오르고 그래요. 자전거가 위험하긴 하더라고요. 제 남동생은 자전거 타고 돌아다니다 다쳐서 시험 못 친 적도 있거든요.

다락방 2011-08-14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제가 일전에도 말씀드렸지만 블랑카님은 아름다운 수필을 쓰는데 정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계신것 같아요. 자신이 두려워하는 것, 그것을 극복하는 용기있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살면서 사람들이 가끔씩 느끼는 이 사소한 감정을 어쩌면 이렇게 문학적으로 쓰실 수가 있을까요? 저는 이번 페이퍼까지 읽고나니 블랑카님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올리브 키터리지] 같은 소설을 충분히 써내실 수 있는 분이시란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쓰신 페이퍼 만으로도 그런 책 한권은 뚝딱 나오겠는데요!

저도 여러가지 두려움이 있어요. 어떤것들은 말할 수 없이 챙피하기까지 한 것들이죠. 저도 그런것들을 극복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나비들이 사라지는 그 순간들을 느끼고 싶어요. 용감한 할머니가 되고 싶고 그리고 늘 사랑하고 사랑받는 예쁜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그런데 블랑카님, 블랑카님은 용기있는 할머니가 되실 가능성도 충분히 많지만, 글을 잘쓰는 아름다운 할머니가 되실것은 확실해요. 그점을 저는 절대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어요.

blanca 2011-08-15 16:54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은 지친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특효약을 아주 잘 알고 계신 것 같아요. 힘이 떨어질 때마다 이 댓글을 기억할게요. 저는 <타이타닉>에서 디카프리오가(배역 이름이 가물가물) 죽고 나자 로즈가 전통적이고 안전한 여성상을 거부하고 모험적이고 저돌적인 여생을 보내잖아요. 그게 참 인상적이더라고요.

고마워요.

2011-08-15 14: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5 16: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5 2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5 2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후애(厚愛) 2011-08-16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실 수 있어요.^^ 화이팅!!!

blanca 2011-08-16 21:45   좋아요 0 | URL
후애님, 고마워요.....

마녀고양이 2011-08-16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예전에 무서웠던 것들을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도전하면
조금 쉬워지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으세요? 저는 그럴 때마다, 아마 머리 속 어디서 기억하면서 나름 적응하나보다 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저보다 앞서 자동차 끌고 다니기를 하시더니, 이젠 수영까지 하시려는군요? 저는 라식 수술로 인해, 각막이 민감해서 수영장 못 가거든요. ㅠㅠ. 수영장 가면 일주일은 눈이 빠질 듯이 아파서요.

머....... 날아가세요, 블랑카님. 단, 가끔 잡을 수 있도록 땅에도 들리세요. ^^

blanca 2011-08-16 21:47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저의 동네 운전 실력을 과대 평가하시면 안 됩니다.ㅋㅋㅋ 아, 저도 그런 느낌 받아요. 참 신기해요. 하하하, 마고님 잡으시게 종종 땅에 내려올게요.^^

꿈꾸는섬 2011-08-17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 수 없는 일은 없는 것 같아요. 뭐든 용기를 내서 해보면 될 것 같단 생각을 해요.
저도 자전거 못 탔는데 타보니 또 탈만 하더라구요. 물론 상채기 난 이후로 1년 넘게 자전거를 거들떠 보지도 않지만요. 수영도 처음엔 두렵지만 막상 배우면 그게 또 신나고 재밌어요. 블랑카님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는거죠.^^

blanca 2011-08-17 22:30   좋아요 0 | URL
할 수 없는 일은 없다,는 말이 왜이리 기운차게 들릴까요. 참 좋네요. 우아, 꿈꾸는섬님 최근에 자전거 배우신 거예요? 꿈섬님은 제가 못하는 많은 것들을 잘 하시는 것 같아요. 부러워요.

꿈꾸는섬 2011-08-17 23:19   좋아요 0 | URL
저 작년에 자전거 배웠어요. 근데 다친 이후 잘 안타게 되지만 또 타면 타게 될 것 같아요 요샌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자전거 타기가 쉽지 않잖아요.

블랑카님은 제가 못하는 더 많은 것들을 잘 하시잖아요. 저도 늘 부러워하는걸요.^^

비로그인 2011-08-17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딱 하나. 딱 한 가지 이유. 그것이 아니었다면 난 수영장엘 가지 않았을 겁니다.

제가 다니던 수영장은 한쪽 전체가 유리로 되어 있었어요. 프렌치 윈도우 스타일이었는데 오후 너댓시가 되면 햇빛이 넘치도록 들어오고 물결은 더 반짝였어요. 각종 영법으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전 나른하고 노곤하게 물 위에 누워 있다 오곤 했습니다. 햇빛은 나를 투과할 것 같았고 나는 아주 천천히 팔을 저어서 조금씩 나아갔어요.
지금도 가장 자신있는 영법은 배영이 유일합니다. 그것 하나 때문에, 그 수영장엘 갔어요. 다른 곳엔 가지도 않고.

눈치채셨겠지만 모두 다 과거형 문장이지요.

blanca 2011-08-17 22:31   좋아요 0 | URL
쥬드님, 상상해 보니까 너무 행복해져요. 저도 배영을 해보고 싶어요. 게다가 한쪽 전체가 유리로 되어 있는 수영장. 쥬드님, 미래형이 될 수도 있어요. 그럼요. 저도 쥬드님도요.

순오기 2011-08-24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도 물이 무서워 수영도 못하고, 자전거도 못 타는데...
초등 3학년때 집채만한(?^^) 자전거를 안고 넘어져 두려움이 생겼고, 캠프에서 무방비인 나를 물속에 풍덩 던져버려서 아주 깊이 가라앉는 공포감에 허우적대며 죽는구나 생각했어요. 누군가 나를 잡아주어서 정신을 차려 다리를 쭉 뻗으니 바닥에 닿고 물은 가슴께에 닿는 정도였어요.ㅋㅋ 10여년 전 우리동네에 수영장이 생겨 용감하게 배우러 갔는데~ 그만 물속에 들어가니 그때의 공포가 되살아나서 하루만에 쫑냈어요. 함께 갔던 언니가 '천하의 순오기가 물을 무서워 해!'라며 놀렸어요.ㅜㅜ
도전해야만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열심히 응원할게요!!

blanca 2011-08-18 11:11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저도 물에 빠진 경험이 있어 그 트라우마때문에 수영을 계속 못하게 된 것 같아요. 일단 유년시절에는 되도록 부정적인 경험은 하지 않는 게 좋은 것 같기도 해요. 평생 남아서 시도를 주저하게 하니까요. 순오기님 얘기 들으니 저도 왠지-..- 자전거는 늦게 배우면 넘어지면 아주 크게 다치더라고요. 그래서 또 두렵고요. 자꾸 도전해봐야 하는데. 나날이 새가슴이 되어 갑니다.

yamoo 2011-08-20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헛, 배영을 극도로 싫어하는 1인인뎅~ 왜..뒤집어서 수영을 할까 하는 의문점도 잠시...여튼 배우기 싫어서 배영만 안배웠네요..

수영은 배워두는 것이 좋아요. 물에 빠졌을 때 그래도 살 수 있는 확률이 좀 돼잖아요. 근데, 경험상 수영하고 농구는 운동신경이 전혀 없는 사람도 배우면 꽤 잘 할 수 있는 운동이에요. 꼭 수영을 배워서 훗날, 물살을 시원히 가르는 우아한 할머니가 되셨으면 합니다~ㅎㅎ

blanca 2011-08-20 22:20   좋아요 0 | URL
이번 수해때 헤엄치는 차가 침수되어 헤엄쳐 나오시는 여자분이 있더라고요. 저라면 그대로 저 세상 갔을 상황인 것 같아 수영은 생존을 위해서다로 배웠어야 한다는 깨달음에 늦게 이르렀답니다. 수영이 운동신경과 크게 관련 없다는 얘기가 참 격려가 되네요.

야무님, 너무 오래간만인걸요. 반가워요^^
 
토지 - 전21권 세트
박경리 지음 / 나남출판 / 200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표면상으로는 소설을 썼다. 이 책은 소설 이외 아무것도 아니다. 한 인간이 하고많은 분노에 몸을 태우다가 스러지는 순간순간의 잔해다. 잿더미다. 독자는 이 소설에서 울부짖음도 통곡도 들을 수 없을 것이다. 소설일 따름, 허구일 뿐이라는 얘기다. 진실은 참으로 멀고 먼 곳에 있었으며 언어는 덧없는 허상이었을 뿐이라는 얘기다. 마찬가지로 진실은 내 심장 속 깊은 곳에 유폐되어 영원히 침묵한다는 얘기도 되겠다. 칠팔 년 전에 나는 어느 책에다가 언어가 지닌 숙명적인 마성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 진실이 머문 강물 저켠을 향해 한치도 헤어나갈 수 없는 허수아비의 언어, 그럼에도 언어에 사로잡혀 빠져나갈 수 없는 것은 그것만이 강을 건널 가능성을 지닌 유일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나는 전율없이 그 말을 되풀이할 수 없다.
                                                                                                                                     -<토지> 서문 중 
 

 

나는 표면상으로는 소설을 읽었다. 시대의 질곡 속에서 들려오는 민초들의 포효는 말줄임표였다. 소설일 따름, 허구일 따름이라는 작자의 얘기는 사무치는 겸손이었다. 이것은 단지, 저 피안을 응시하며 자맥질하는 허무한 몸짓에 불과할 따름이라고 도저히 얘기할 수 없다. 나는 전율없이 <토지>를 회상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뭐라 형용하기 어려운 감동이었다. 숙연한 슬픔, 소소한 가을바람과도 같이 영성을 흔들며 알지 못할 깊고도 깊은 아픔 같은 것이었다. 그것은 원초적이며 본질적인 것으로 삼라만상에 대한 슬픔인 것 같았다.
                                                                                                                                            -토지 19권 p.331

 

박경리가 엮은 언어의 틈새에는 나를 향해 달겨드는 별빛들이 있었다. 그러니 그는 언어의 마성을 초월했다. 유일하게 진실에 가 닿을 수 있는 가능성에의 천착은 무용한 것이 아니었다. 2011년 8월 7일, 1994년 8월 15일 작가가 마침내 끝을 맺은, 1945년 8월 15일의 얘기를 읽어냈다. 문득 깨어보니 독도분쟁은 한창이었고 동경에서는 한류 반대 시위가 일고 한국의 여성 격투기 선수는 일본의 남성 개그맨 세 명에게 무참하게 구타당했다. 역사적 기억들은 하나의 화인 같다. 후손들은 그 화인 주위를 또 맴돈다.

<토지>는 몇 차례 드라마화되었다. 주로 아버지의 재종형인 친일파 조군구에게 가산을 수탈당한 최참판댁 여주인 최서희의 집념어린 복수와 하인 길상과의 애정사에 초점을 맞춘 경향이 있었다. 지금도 당시 서희역의 안연홍이 "찢어 죽이고 말려 죽일 테야!"라며 훗날의 복수를 기약하던 당돌한 모습의 잔향이 크다. 더불어 평사리의 상민 이용과 무당의 딸 월선의 안타까운 사랑과 이별의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월선역의 청순하고 아름다웠던 선우은숙의 촉촉했던 눈시울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토지>에 있어 이 대목들은 일부를 차지할 따름이다. 600여 명이 넘는 인간 군상이 구한말부터 해방기에 이르기까지 역사에 밀착하여 엮어내는 삶들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토지>가 출발점은 소설이었을지라도 결국 우리 모두의 피를 따라 흐르는 눈물어린 조상들의 삶의 집단 기억을 선택받은 저자가 대필한 것이 아닐까. 숙명의 과업을 걸머지고 고행길을 걷다 저 하늘로 떠나버린 작가. 나는 주술에 걸린 죄인인가? 를 자문하며 쓰지 않을 수 없던 그에게 <토지>를 읽는 일은 하나의 채무를 지는 것과 같다.  

 

*생에 대한 연민, 그러나 삶에 대한 찬사

모든 존재하는 것에 대한 연민으로부터 <토지>는 시작하고 끝난다. '한'에 대한 얘기는 전체를 관통한다. 서희와 혼인한 하인 출신의 길상이 어린 시절 양육되었던 절에 장엄한 '관음탱화'를 향한 얘기들은 결국 작가가 삶의 본질에 대해 하고 싶어하던 얘기다. 슬픔과 외로움. 우리 모두는 슬프고 외롭다. 가지지 못할 것들을 끊임없이 소망하고 희망의 여백을 언제나 포기하기 않기에 한없이 슬프다. 생의 에너지는 필연적으로 결핍과 만난다. 그러니 저마다 딛고 선 발뒤꿈치에 뭉친 울음 한 덩어리씩은 숨기고 있다. 

결국 논둑길에 퍼질러 앉아서 두 늙은 여자는 익어가는 벼를 등지고 함께 울기 시작했다.
-<토지 17권 p.333>

  

존재의 근원, 생명과 닿아 있는 한은 신비롭게도 허무로 흐르지 않는다. 삶의 존귀함과 진실에의 천착은 오도마니 자리를 지키고 서 있다.  

어떤 역경 속에서도 삶 자체가 존재하며 그것이 흐르고 있다는 것은 아름다웠다. 그런 하나하나가 무리지어 흐르고 있다는 것은 더욱 엄숙하고 경이로운 일이었다. 개미들의 행군처럼 물고기들의 군무처럼. 그러나 언제인가는 사라질 것들,
-<토지 20권 p.268> 

  

*개인에 밀착하는 민족의식

일제 강점기, 우리 민족의 수난은 개개인의 삶으로 스며들어 온다. 전도부인 여옥이 부유한 역관 집안의 딸로 권문세가로 시집 간 명희에게 이젠 깨끗한 것보다 진실을 배워야 한다고 역설하는 장면은 작가의 독자들을 향한 준엄한 질타 같다. 민족주의는 자아에 대한 방어요, 민족적 존엄은 결국 내 자신의 존엄이기 때문이라는 서의돈의 얘기는 구한말 의병투쟁에서 동학전쟁, 항일투쟁에 이어지는 민족적 움직임이 가지는 본질적 의의를 얘기한다. <토지>에 나오는 사내들은 개인의 영락, 소망, 삶에 대한 기대 들을 가슴 한 켠에 묻고 민족적 자존을 지키기 위한 투쟁에서 산화한다. 그 산화는 그러나 다시 개인의 소망과 내 자신의 존엄으로 귀환한다. 작가가 독자들에게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고리타분한 민족적 자긍심 고취나 맹목적 민족주의가 아니었다. 내 자신을 존귀하게 대우하기 위하여 기본적으로 딛고 서야 할 대지의 좌표를 올바로 정립하는 일. 그것은 결국 또 내가 삶을 제대로 사는 하나의 과정이기도 하다. 

 

*물고기들의 군무(펄떡이는 은어처럼...) 

<토지>에는 '나약하며 사악하고 선량하면서도 노회하고, 어리석음과 지혜로움, 열정과 냉담, 온갖 특성의 인간'<토지 19권 p.88 >들의 군무가 펼쳐진다.  

가장 악랄한, 잔인무도한 악인이 선량하고 정직한 아우를 껴안고서 눈물을 흘린다. 
-<토지 9권 p.429>

살인자의 자식이 되어 버린 형과 아우는 극명하게 다른 길을 걷게 된다. 형은 일제의 주구로, 아우는 독립자금을 비밀리에 만주로 나르는 역할을 맡게 된다. 그러나 형제는 공통의 비애와 슬픔 안에서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리며 재회한다. 우리의 가슴 속에 한 명쯤 있는 형과 아우의 마음. 결국 어우러져 하나가 되는 모습. 모든 모순과 대립은 생명이기에 삶이기에 가능하다. 

지극히 현실적이고 이기적이며 경위 바른 김이평의 모습은 어떠한가? 그는 본래 최참판가의 노비출신으로 면천한 작인이다. 마을 장정들이 친일파 조준구가 들어앉은 최참판댁을 습격할 때 슬며시 몸을 감추었다 다시 나타나는 그의 모습은 비겁한 것이기도 하지만 리얼리티가 살아 있다. 악하지도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사회악의 축출에 가담하지도 않으며 적당히 안위를 도모하며 그러면서도 마음 한켠 작은 죄책감 하나를 키우는 그의 모습은 도처에 있다. 적극적으로 친일 행각에 가담하며 축재하는 아들 두만에게 내지르는 일성은 생존과 보신에 엉켜 붙은 자신에게 향한 것이기도 하다. 작가의 말처럼 산다는 것은 통곡에 가까운 것이지만 그 자체로 찬란하고 신비로운 것이기에 그의 어깨를 다독여 주고 싶기도 하다.   

 

*희망고문

"어머니! 이, 이 일본이 항복을 했다 합니다!"
"뭐라 했느냐?" 
"일본이, 일본이 말예요, 항복을, 천황이 방송을 했다 합니다."
서희는 해당화 가지를 휘어잡았다. 그리고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정말이냐..."
속삭이듯 물었다.
그 순간 서희는 자신을 휘감은 쇠사슬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땅에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다음 순간 모녀는 부둥켜안았다. 
-<토지 21권 p.395> 

서희를 휘감은 쇠사슬은 모조리 풀어져 땅에 떨어졌을까. 그로부터 오년 뒤 벌어진 민족상잔의 비극은 최씨가에게 어떤 비애의 자락을 드리웠을까. 아니, 어미는 하인과 통정하여 집을 나가버리고 아비마저 교살당한 휑한 집안을 집안 사람에게 빼앗겼다 이역만리 만주에까지 가서 결국 되찾게 되는 이 집념의 여인을 휘감았던 쇠사슬은 생명이 다하는 그날까지 풀어질 수나 있을까. 그것은 차안에서 끊임없이 피안을 기웃거리는 인간이라면 필연적으로 휘감을 수밖에 없는 숙명의 구속이다.  

희망을 가진다는 것은 인간에게 있어 얼마나 큰 약점인가!
-<토지 5권 p.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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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8-09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토지를 완독했군요, 짝짝짝~~~~~~~~~
서재에 새글도 안 올리고 전념한 토지 읽기, 얼마나 걸린 거에요?^^
토지를 읽으며 휘몰아치던 감정의 파도를 넘는 일도 쉽지 않았는데...
리뷰도 감동입니다!!

blanca 2011-08-11 13:01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안그래도 순오기님이 토지 문학관 가신 것 관련 페이퍼를 읽은 기억이 나서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토지 문학관기행도 꼭 가보고 싶어집니다. 한 달 남짓 걸렸고요. 잡념 없애는 데 최고던걸요^^

2011-08-09 2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1 1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11-08-10 0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전율없이 <토지>를 회상할 수 없게 되었다...란 글을 읽으니 제가 지금으로부터 10여년전에 토지를 읽으며 느꼈던 느낌이 새록새록 하네요~~.^^
토지가 다시 읽고 싶어지긴 하는데 책이 다 미국집에 있어요.ㅠㅠ
도서관에라도 가서 빌려보고 싶어지네요.^^

blanca 2011-08-11 13:04   좋아요 0 | URL
아, 나비님도 이 감동을^^ 대하소설들이 보관하는 데에 있어 곤란한 경우가 많지요. 저도 지금 책이 사방에 난리라 어디 분산 배치하든지 해야 할 것도 같아요. 사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으려 계획했었는데 읽다가 순서에 맞게 빌려 볼 수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고 도서관 교통이 불편해서 구입해서 읽게 되었어요. 제 딸도 언젠가 읽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마녀고양이 2011-08-10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희는 정말 대단하죠, 서희라는 인물 때문에 토지를 다 읽었던 기억이 있어요.

블랑카님의 리뷰를 읽다가 문득, '자유와 정의의 공통점은?' 이라는 질문에 머뭇한 기억이 나요.
지금도 머뭇하게 되는게.... 말로는 외치지만 몸으로는 보여주지 못 하는 것과 같은 정답과 어긋난 답만 생각나거든요.
그게 현재의 제 심리겠죠. ^^. 드디어 페이퍼 올리는데 성공하셨군요, 축하해요!

blanca 2011-08-11 13:06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은 지금쯤 여행 준비 하고 계실까요? 정말 감사합니다. 그냥 아무도 칭찬해 주지 않아도 여기 알라딘에 와서 칭찬 받으니 괜시리 든든해지네요. 자유와 정의. 만나면 참 좋을 텐데요. 죽을 때까지 고민하며 살게 될 것 같아요.

아이리시스 2011-08-10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축하해요! 멋져요. 페이퍼는 더 좋아요. 그래서 그동안 안보이셨구나? 오오, 블랑카님의 인내와 집중력 그리고 몰두를 본받아야겠어요. 전율.. 이라니. 저는 학창시절에 서점에서 엄마가 사줬는데 1권 읽고 더이상 읽지 않았어요. 부끄러운 고백이지만요. 그 사이 새 판본이 나오고 권수가 늘었죠. 세월이 많이 흘렀어요. 박경리 선생님께 더이상 죄송해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저도 블랑카님처럼 도전하고 싶어요. 참참, 이런 건 7회 연재 이런 걸로 페이퍼 써야 해요!^^

blanca 2011-08-11 13:08   좋아요 0 | URL
아이리시스님, ^^ 고맙습니다. 그리고 꼭 도전해 보세요. 어느 순간 정말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착각이 들 정도로 생동감이 작렬하는 소설이랍니다. 우아, 학창시절에 어머니가 사주셨어요? 완전 근사한 어머니를 두셨군요!

stella.K 2011-08-10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독했군요. 저는 2권인가, 3권 읽고 땡쳤는데...ㅠ
오랜만이예요. 토지 읽느라 안 보이셨나?^^

blanca 2011-08-11 13:08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ㅋㅋㅋ 토지도 읽고 아이가 방학이라 종일 인형놀이 상대역 해주고 색칠 같이 해야 하고, 짬도 안 나더라고요^^;;

블루데이지 2011-08-10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솔출판사판으로 10년동안 읽었어요~~
고등학교때 시작해서...20대 후반에 다 읽었으니...깨으름은지..느긋함인지......
축하드려요~~blanca님...저도 이번기회에 10년만에 나남출판사판으로 재도전하고 싶어요~~

blanca 2011-08-11 13:09   좋아요 0 | URL
아, 블루데이지님, 저 그렇게 읽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블루데이지님의 청춘과 <토지>가 함께 곰삭는 느낌, 좋을 것 같은데요. 책이 판형이 작고 편집도 좋아서 읽기 좋더라고요.

cyrus 2011-08-10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세요. 그 많다던 토지를 읽으셨다니..
저는 두권 이상은 끝까지 못 읽는 편이라
읽을 엄두가 안 나더라고요 ^^;;

더위, 비 피해 조심하시고요, 행복한 8월의 여름
보내세요 ^^

blanca 2011-08-11 13:12   좋아요 0 | URL
cyrus님이라면 금방 읽으실 것 같은데요. 아, 푸른 하늘을 보고픈데 항상 하늘은 흐려 있네요. 저는 cyrus님 보면 '나는 그때 너무 철이 없었구나.cyrus님은 어떻게 다 알지?' 싶어요. 그냥 눈앞만 보며 달렸던 것 같아서 참 아쉬워요. 참 부럽답니다. 남은 방학 보람차고 즐겁게 보내세요^^

비로그인 2011-08-10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뜸하시다 했더니 거사를 치르셨군요. 책걸이를 거하게 하셔야겠네요^^

blanca 2011-08-11 13:13   좋아요 0 | URL
후와님, 아, 책걸이요! 그러게요. 고민 좀 해봐야겠네요^^

oren 2011-08-11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글이네요.

제 아내도 두어달 전쯤 '한달여 동안' 토지만 붙잡고 지내더군요. 아내가 20여권을 다 읽을 동안에 틈날 때마다 '토지를 읽는 기쁨'을 참지 못하고 제게 얘기하는 걸 들어 주느라 애먹었는데, 소설에 자주 나오는 '이해하지 못할 경상도 사투리'에 대해 제게 자주 물어보던데(제 고향이 경상도), 저는 '나중에 읽어볼 요량으로' 아껴두고 있답니다.

그러고 보니, 지리산과 섬진강과 악양 평사리의 너른 들판이 문득 가보고 싶어집니다.
(아참... 마침 다음주에 2박3일로 지리산 종주 산행을 떠날 계획이 잡혀 있네요...)

blanca 2011-08-11 22:58   좋아요 0 | URL
아, oren님 아내분도요! 그러셨군요. 저도 고향이 경상도라면 경상도인에 그래서 좀 사투리가 좀 수월하게 읽힌 감도 있는 것 같네요^^ 다음 주에 지리산 가세요? 저도 꼭 가보고 싶은 곳인데 여즉까지 못가보고 있네요. 즐겁게 다녀오시고 후기도 기다려 봅니다.

꿈꾸는섬 2011-08-17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달동안 토지 완독하셨군요.^^
너무 멋져요.
저도 다시 읽고 싶다는 마음만 가득하고 실천은 못하고 있거든요.
블랑카님 너무 멋져요.^^

blanca 2011-08-18 11:12   좋아요 0 | URL
꿈섬님은 벌써 읽으셨잖아요! 그 대하소설의 매력이 참. 어떤 분이 <토지> 읽으면서 살림 작파했다는 얘기 읽고 막 웃었던 기억이 나는데 섣불리 시작하긴 그렇지만 하나의 거대한 세계를 대리 경험하는 느낌이 참 좋은 것 같아요. <임꺽정>이 또 읽고 싶어 몇 번 만지작 거리기는 했는데 올해는 좀 참아 보려고요^^

달사르 2011-09-26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왓. 대단하십니다. <태백산맥> 필사 언급에도 와~대단하시다~했더니, 저 길고 머나먼 <토지>를 다 읽으셨단 말입니다까. 와..존경의 박수를 보내드려요. 꺅! 저는 조금더 나이 들어서 읽어볼까, 생각만 하고 있던 중이라, 더 반가워요~

blanca 2011-09-27 10:57   좋아요 0 | URL
달사르님, 저도 <토지>는 분량의 압박 때문에 미루다가 좀 몰입할 게 필요해서 시작하게 되었는데 한번 읽기 시작하니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그리고 어찌나 생동감이 느껴지던지 제가 이야기를 듣는 게 아니라 다름 사람들의 어떤 삶들을 지척해서 지켜 보는 것 같았어요.

달사르 2011-09-27 23:19   좋아요 0 | URL
아..그렇군요. 박경리님은 개인적으로 알게 되면 아주 차갑게 느껴지기도 하는 분이라는 말을 들었어요. 그런 사람이 저렇게 많은 군상들이 등장하고 대를 이어 삶을 이어가는 대하드라마를? 하면서 의아해하기도 한다구요. 저는 박경리님이 소설에 모든 애정을 쏟아서 그래서 되려 일상에서 차갑게 느껴지는 점이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답니다. 저에게 말을 건네주신 분 또한 그리 말씀해주셨구요. 그 말을 전해듣고, 아...나는 담에 <토지>를 읽겠구나..생각했는데요. 그게 한 달도 전의 일이어서 블랑카님의 이 포스팅이 더 반가웠어요. ^^ 블랑카님 말씀처럼 한번 읽기 시작하면 길게 느껴지지 않을 듯 싶어요. 내년이나 즈음에 날 잡아서 시작하고 싶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