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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로 산다는 것 - 잃어버리는 많은 것들 그래도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
제니퍼 시니어 지음, 이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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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동안 일상 생활을 갈무리 하는 것도 무언가 좀 환멸스러운 구석이 있었다. 그래도 나는 엄마니까 밥을 짓고 아기를 데리고 아이를 등하교 시키고 숙제를 챙기고 그렇게 살았다. 비교적 타인의 도움 없이 그럭저럭 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늦잠을 잔 아이가 숙제도 안 하고 공책도 어디 갔는지 모르면서 그러한 것들을 다 엄마 책임으로 돌리는데 순간 욱하고 말았다. 아이는 울면서 학교에 갔다. 고작 1학년인데. 내 아이 하나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면서 다른 많은 아이들의 아픎을 제대로 헤아릴 수나 있을까. 자괴감이 들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아주 일상적인 것 같으면서도 아주 기적 같은 일이다. 지금도 나는 내가 이 아이들을 낳았다기 보다는 이 아이들이 단지 나를 빌려 세상에 나온 것만 같은 느낌이다. 뱃속에서 태동을 느끼고 죽겠다고 버둥거리며 낳은 시간들은 머나먼 과거의 추억만 같다. 첫애를 키우며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싸지도 못하는 시간들이 해일처럼 밀려와 질식할 것만 같았다. 그냥 기본적인 것들이 제대로 안되니 자아는 고갈되고 또 닳아 없어져 버리는 것만 같았다. 순간 순간의 기쁨과 환희가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반드시 그것을 능가하는 고통과 인내가 요구되었다.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모성애가 좔좔 넘쳐 흐르지 않았고 내가 기대했던 것만큼 아이가 미친듯이 이쁘지 않아 놀랍고 슬펐다. 그래서 내가 다시 자처해서 엄마가 될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육년 뒤에 나는 내가 자처해서 또다시 엄마가 되어 첫애 때 겪었던 그 수면 박탈과 자유 박탈과 자아 고갈의 지난한 과정을 다시 겪고 있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만큼 고통스럽거나 이성을 잃을 것만 같은 순간은 거의 없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이런 것임을 미리 알고 체념한 덕택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안다. 이러한 시기는 아주 잠깐이고 이 시기 나의 아이는 너무 무력하고 조그마해서 내가 세상 전부라는 것을.

 

수많은 육아서가 범람한다. 그리고 나름대로의 미덕은 다 있다. 우리의 전통 어부바 육아도 프랑스식 아이들처럼 우아하게 키우는 비법도 다 고개 끄덕여지는 구석이 있다. 그런데 어느 정도는 다 나와 우리와 옆집 엄마와 떨어져 있다. 어쩌면 내가 바라는 육아서는 아이를 어떻게 키우는 게 좋을 것이다,라는 훈수 대신 부모되는 것이 각 단계마다 어떤 어려움과 의미를 가지는 지에 대한 친절한 예시와 공감을 구했었나 보다. 그럼 이 책이다.

 

<부모로 산다는 것>의 원제는 <ALL JOY AND NO FUN>이다. 저자 제니퍼 시니어가 '뉴욕 매거진'에 쓴 커버기사의 제목이었다. 이 기사의 반응은 아주 뜨거웠던 것같다. 부모로 산다는 것이 생각보다 지난하고 지루한 과정임을 때로는 아이들을 키우는 과정에서 요구되는 희생들이 개인으로서의 행복감에 방해가 된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그러나 물론 이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고 그녀는 실제 미네소타주에서 행해지는 영유아 교육프로그램 현장에서 아이들을 양육하는 가정을 방문하고 부모들의 이야기를 듣고 각계 전문가들의 조언들을 충실히 반영하여 부모가 된다는 것의 각 단계가 가지는 의미를 연대기적으로 충실히 구성하게 된 이 책을 내어놓게 된다. 영유아 시기부터 사춘기까지 이제 부모들은 솔직하게 부모 역할의 어려움들을 그녀 앞에서 토로하게 된다. 심지어 <몰입의 즐거움>의 칙센트미하이까지 자신의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순전한 몰입이 어렵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그 이유로서 그는 이 일들이 덜 구조화되었기 때문이라고 표현한다. 예측할 수 없는 아이들, 항상 지금 당장 자신이 원하는 것을 요구하는 아이들 앞에서 성인이 몰입을 경험하는 일이란 머리로나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입양한 딸이 자궁경부암으로 죽어가며 남긴 손자를 키우는 할머니 샤론 바틀릿의 모습은 감동적인 것이었다. 그녀는 이제 이러한 영유아 아이들을 키우는 과정을 좀더 긴 생애주기적 관점에서 관조할 수 있게 된다. 그녀는 손자와 바닥 분수장에서 즐겁게 뛰어 다니고 구름다리에서 아이 다리를 받쳐 주며 유일한 이 순간을 음미한다. 샤론은 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을 키우는 것은 몰입의 순간을 방해하고 자신의 자아를 때로 고갈시키는 일이기도 하지만 영원한 바로 이 순간에나 가능한 일임을. 저자는 샤론의 모습을 보며 아이들의 육아에 매몰되어 피곤에 쩔어 있는 젊은 엄마들의 모습을 떠올린다. 샤론의 딸은 발달 장애를 가지고 있었고 몇 번이나 가출을 하여 샤론의 가슴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그럼에도 그녀는 딸을 다시 받아주었고 딸아이가 임신해서 돌아왔을 때에도 그녀의 죽음을 지키며 남기고 간 손자를 최선을 다해 키운다. 저자가 인용한 앨버트 아인슈타인의 이야기처럼 인생에서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믿고 살아가는 것과 모든 것이 다 기적이라고 믿고 살아가는 것 중 어느 것을 택할 지는 아이를 키우면서 자연스럽게 맞게 되는 순간이다.

 

스펀지밥이 그려진 신발을 신고 아빠 직장에 몰래 찾아가 아빠와 비슷한 사람을 보고 아빠라며 달려갔던 그 귀엽던 여자 아기는 이제 없다. 이제 아이는 학교 수업이 끝나면 피아노 학원도 가야 하고 숙제도 해야 한다. 이제 그 아이 때문에 나의 몰입이 방해 당하고 내 자아가 고갈 되기까지 하는 순간은 거의 없다. 대신 아이는 한국식 교육 제도의 그 촘촘한 그물망에 어쩔 수 없이 걸려 버리고 말았다. 아직은 시간이 있지만 나도 곧 아이의 교육과 관련하여 불안한 순간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골목길에서 종일 고무줄을 하다 저녁에 밥먹으로 들어왔던 나의 여덟살과는 다른 아이의 교우 관계에도 엄마가 친구를 초대하거나 어울릴 기회를 만들어 주는 등의 역할 보조가 필요한 시대다. 또 다른 피곤함이다. 미국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같다. 이제 아이들은 부모들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추동하는 과잉 양육과 스케줄로 관리당한다. 미국의 부모들은 아이들을 싣고 끊임없이 이 장소, 저 장소로 이동하며 운동레슨, 스카우트 활동 등을 통하여 아이들이 심심해하며 자신과 놀아달라고 요구하지 않도록 한다. 부모로서의 우리의 모습은 '어린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것이 불과 70년밖에 되지 않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새롭게 거듭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아무도 모른다. 이렇게 하는 것이 진짜 진정한 부모의 모습이라고.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사춘기 아이들과 관련한 대목이었다. 한국에도 중2병이라는 얘기가 있듯 미국의 사춘기 아이들이 부모에게 주는 상처의 깊이와 예리함도 만만치 않은 것같다. 사춘기 아이들을 둔 부모들이 블로그를 하지 않고 더이상 자신의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할 수 없다는 저자의 지적은 예리하다. 인터넷에 난무하는 '~맘' 블로그에 사춘기 아이를 주인공으로 한 글쓰기를 연재하는 엄마는 거의 없다. 아이들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사춘기가 소금과 같아 가깝게 닿는 것은 무엇이듯 격렬하게 만든다는 저자의 묘사는 아주 적절하다. 수면 밑의 갈등 들은 드디어 떠오른다. 아이에게 전부를 걸었던 엄마들은 좌절하고 아이와 멀어졌었던 아버지는 자신을 밀쳐내는 아들 앞에서 오열한다.

 

아이가 무대에서 퇴장하고 나면 지금까지 아이를 비추던 스포트라이트가 부모의 생활을 비추는데, 그 순간 부모가 충족된 삶 사는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p.324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 이 시기에 비로소 부모로서의 우리는 진정한 '나'로서의 우리를 아이들과 함께 한 지나온 궤적을 뒤돌아보며 다시 성찰하게 된다. 부모들은 울면서 다시 자신에게로 돌아온다. 예측가능한 것은 없다지만 이 대목에서도 저자는 '성장'을 이야기한다.

 

손자를 돌보았던 샤론은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말기암으로 죽어간다. 그녀는 자신이 입양했던 딸과 사춘기에 자살했던 아들과의 시간들을 고통으로만 회상하지는 않는다. 아이들은 앞세웠지만 그녀는 영원히 그 아이들의 엄마라고 고백하는 대목에서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죽음을 앞둔 할머니는 손자가 살아갈 세상을 준비하며 죽음도 어쩌지 못하는 '영원한 사랑'을 손자와 함께 이야기한다.....

 

부모로 산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그 모든 고통과 희생, 심지어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도 이미 되어버린 부모로서의 자리는 물릴 수 없다. 다시 화살을 쏠 수 있게 만들어 준다는 우리의 아이들. 이 사랑은 아무리 큰 고통과 상실 속에서도 기적처럼 찾아온다,는 저자의 마지막 문장. 울지 않고 차마 읽을 수가 없다.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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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4-04-28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고 제 생활과 같네요

blanca 2014-04-29 13:21   좋아요 0 | URL
추울 때는 등하교를 함께 하는 게 너무 힘들었는데 날씨도 그렇고 그래도 이제는 적응도 되고 하니 좀 수월해져 가고 있어요. 아주 어린 아기의 이쁜 모습을 보니 요새는 그 부모님들 생각이 떠올라 한번씩 울컥합니다. 다들 이렇게 키웠을 텐데...

페크pek0501 2014-05-02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모성애가 좔좔 넘쳐 흐르지 않았고 내가 기대했던 것만큼 아이가 미친듯이 이쁘지 않아 놀랍고 슬펐다."
"아이들을 키우는 과정에서 요구되는 희생들이 개인으로서의 행복감에 방해가 된다는 사실"
공감합니다.

저는 지금도 엄마로서의 역할이 버거울 때가 있어요. 어젯밤에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새벽에 들어온 아이를 기다리다 자는 것도(졸려도 참았지요), 오늘 새벽 6시 10분에 일어나 아침을 차려 주는 것도(더 자고 싶었지요) 내가 친엄마니까 가능하지, 이런 생각이 드는 걸요. 하지만 지난 시절을 돌아보면 그때가 좋았구나, 하는 시간들이 분명히 있었기에 위안이 되는 것 같아요. 그렇게 예쁜 짓을 많이 해서 행복을 많이 준 아이다, 라고 생각하면요.
하지만 또 다시 태어나도 아이를 낳을까, 하는 부분에선 망설여집니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부모로 산다는 건 쉽지 않고 좋은 부모로 산다는 건 더욱 쉽지 않아요.
공감하며 잘 읽었습니다.

blanca 2014-05-05 09:31   좋아요 0 | URL
페크님,댓글이 너무 늦었지요. 아우, 쉽지 않은 일들이지요. 아이가 어리면 어린 대로 크면 크는 대로 애로 사항이 있는 것 같아요. 저도 너무 많은 부담감, 걱정, 희생들 이것은 부모로서 기꺼이 하는 거겠지만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난다면(이런 가정 자체가 싫다는 사람도 많더라고요) 다시 자식을 낳느냐,는 부분은 망설여집니다. 긴 연휴 잘 보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 - 존 가트맨.최성애 박사의
존 가트맨.최성애.조벽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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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친구들이 한 시간씩 약속 장소에 늦어도 화내지 않았다. 고객이 전화에 대고 육두문자를 날려도 흥분하지 않았다. 십 년 동안 화를 내는 모습을 전혀 못 봤다는 친구의 말을 칭찬으로 알아들었다. 정서적으로 대단히 안정되어 있다고 착각했고, 감정조절에 능하다고 자만했다. '다혈질'과 거리가 먼 나의 모습을 나는 좋아했다. 

아이를 낳았다. 아이는  예민했다. 엄마 아니면 그 누구도 한 시간 이상 볼 수 없었다. 백일 기념으로 한 가족모임에서 아이는 두 시간을 울어대는 기염을 토해냈다. 졸리거나 감기가 걸리면 종일토록 울어댔다. 피곤한 몸, 나 아니면 안되지만 그 누구도 그 가치를 산술적으로나 표면적으로 인정해 주지 않는 일에 매여 점점 나는 다혈질이 되어 갔다. 아니, 사실 감정조절도 못하고 대단히 유치했던 '나'를 재발견하는 과정이 팔할이었다. 수많은 감정들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잊혀졌던 유년기의 기억들의 미처 봉합되지 못한 상처들이 아가리를 벌렸다. 육아는 분명 또다른 자기성장의 계기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일종의 관문이 있다. 자기노출. 내 눈으로 차마 보고 싶지 않아 파묻어 버렸던 수많은 약점과 취약한 지대들이 드디어 백주대낮에 내 앞에 도열하는 환각. 그것을 직시하는 것은 너무 아프고 참혹하다.  

웃는 아이는 이쁘다. 밥 앞에서 둥지 안에서 먹이를 물어오는 어미를 기다렸다는 듯 입을 쫘악쫘악 벌려 대고 '엄마를 제일 사랑해'라고 볼에 입을 맞추고 어른들 앞에서 배꼽인사를 하는 아이는 누구나 예뻐할 수 있다.  

본게임은 사람들이 많이 모인 장소에서 드러누워 떼를 쓰는 아이, 친구를 마구 가격하는 아이, 아니면 맞고도 구석에서 훌쩍이며 전혀 방어를 못하는 아이, 밥은 안먹고 사탕과 과자만을 요구하는 아이들 앞에서 시작된다. 많은 엄마들이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평소에는 더없이 너그럽다 친구의 장난감을 빼앗거나 친구를 때리는 아이의 모습에 광분하는 엄마, 맞고 있는 모습을 보면 눈을 흘기는 엄마, 공공장소에서 민폐를 끼치면 바로 등짝을 시원하게 때리기 시작하는 엄마, 그 어떤 아이의 행동에도 눈하나 끔쩍하지 않고 무감각하고 방임하는 엄마, 너그러움을 가장하고 아이에게 이기심을 조장하는 엄마, 아이의 감정에 공감해 주지만 잘못된 행동에는 단호한 엄마(모범답안이겠지만) 등 백인백색이다. 나는 유독 일관성이 없는 부류에 속했던 것 같다. 평소에는 아이의 감정을 공감해주려 애쓰지만 나의 컨디션이 저조하면 목소리 크게 내기 대회에 참가하면 대상 감이었을 것 같다. 격정 소나타. 감정의 기복과 훈육의 강도는 제멋대로였다. 그리고 밤에는 처절하게 반성했다. 세 아이를 키워내며 크게 화내지 않았던 친정엄마를 사랑하고 원망했다. 머리가 아프다고 일찍 잠자리에 든 엄마에게 악몽을 꾸고 갔다 무안하게 야단맞고 돌아선 기억, 무작정 슬프고 나쁜 감정을 거부하라고 했던 것 같은 어렴풋한 기억, '사랑한다'고 나를 안아주는 서구식 사랑을 해주지 않았던 서운함. 그럼에도 내가 원하는 모든 것들을 들어주려고 동분서주했던 그 표없는 사랑들이 서로 웅웅거리며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버텼다.  

   
  가장 급할 때 보이는 모습이 그 사람의 기본형입니다. 평소 아이가 별 말썽을 부리지 않을 때는 감정도 잘 공감해주고 다정다감한 모습이다가도, 아이가 말을 안 듣고 떼를 쓰고 울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화를 내거나 야단부터 친다면 '억압형'이 그 사람의 기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뻔하지 않은 책이다. 제목은 <내 아이를 위한 감정 코칭>이지만 사실 <나를 위한 감정 코칭>으로도 읽힐 수 있다. 육아서를 읽으며 얻게 되는 기대하지 않았던 부가 소득은 내 안의 상처받은 여린 과거들의 치유 경험이다. 설명할 수도 설명되지도 않는 격정적인 감정 분출의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그곳엔 나의 아이보다 '내가 아이였던 시간'들과 맞닥뜨리게 된다. 이 과정이 불편할 수도 있다. 불편한 진실과의 대면. 유난히 참기 힘든 아이의 행동은 내가 아이였을 때 부모가 과도하게 반응했던 나의 그 반복되던 실수였던 경우도 많다.  

감정코칭의 핵심은 모든 감정은 다 받아주고 공감해 주되 타인과 아이 자신에게 해가 되는 행동의 한계는 분명히 정해주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모든 감정이다. 우리는 기쁨, 행복함, 즐거움 같은 긍정적인 감정은 좋은 것이고 분노, 우울, 짜증 같은 부정적 감정은 나쁜 것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에 사로잡혀 있다. 특히 나는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아이가 어쩌다 보이는 분노, 짜증과 내 안에서 일어나는 시기, 분노 같은 감정에 과도하게 반응하고 죄책감에 사로잡혔다. 모든 감정이 삶에 어떤 면으로든 기여한다는 얘기는 기너트의 <부모와 아이 사이>에도 나온다. 오늘 EBS에서 우연의 일치로 보게 된 다큐에서도 이러한 아이의 부정적 감정에 반응하는 두 엄마의 다른 모습이 나왔다. 부정적인 감정을 훈육의 대상으로 보는 엄마와 그 감정 자체를 심판하지 않는 엄마의 모습의 대비는 아이의 감성 지능의  차이로도 연결됐다. 그림책의 주인공들을 놓고 보이는 공감의 정도가 엄마가 아이를 훈육하는 방식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  

   
  남녀를 통합했을 때 27~28세는 되어야 전두엽이 온전한 기능과 작동을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른바 '철들었다'고 표현할 만큼 계획, 판단, 우선순위, 감정 조절, 충동 조절을 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지요.  
   


전두엽 성숙이 이렇게나 늦게까지 끄는 것인 줄 몰랐다. 청춘의 방황은 생물학적 성숙도에 연관된 이야기였다. 스무 살에 철드는 것은 불가능했었다,고 아전인수격으로 끌어다 놓아 본다. 아이들은 1층 뇌인 감정으로 먼저 수용과 공감을 해 준 뒤, 2층 뇌인 전두엽으로 합리적인 생각을 하여 행동을 선택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한다. 이십 대 성인도 철들기 힘든 마당에 아이들을 데리고 전두엽 수준의 논리적인 생각과 행동을 강요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인 것이다.   

슈퍼에서 뜬금없이 딸아이가 소세지를 졸랐다. 집에는 구워먹을 소세지가 잔뜩 있었다. 문득 뒤를 돌아보니 계산대의 아주머니가 간식으로 먹는 소세지 껍질을 벗겨가며 맛있게도 드시고 계셨다. 아이가 말하는 소세지는 이런 소세지였다. 그거였다. 나는 지레 엉뚱한 떼를 쓴다고 짐작하고 훈육하려고 뒤돌아 섰고 거기에 아이가 소세지를 먹고 싶었던 이유가 버티고 서 있었다. 조금만 시간을 내고 조금만 방향을 틀면 아이의 떼는 잘못되거나 과도한 행동이 아니라 하나의 감정과 욕구로 설명될 수 있다. '사랑'은 '자기'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너'를 읽어주는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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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11-02-13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가치있는 결론을 얻으셨네요. '사랑'은 자기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너'를 읽어주는 것이라는.

blanca 2011-02-14 00:15   좋아요 0 | URL
반딧불이님, 문제는 그러고도 항상 실수를 번복한다는 거예요. 매일 반성하고^^;; 제 인생 중 가장 어려운 어려운 과제가 '좋은 엄마'가 되는 거랍니다. 딸아이가 커서 저의 딸로 태어나서 행복하다,고 느꼈으면 좋겠는데. 참 쉽지가 않네요.

2011-02-13 14: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14 0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L.SHIN 2011-02-13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군요. 올해 들어 처음으로 별찜을 하게 만든 리뷰였습니다.(웃음)
평소라면..그다지 관심있게 돌아보지 않을 주제였지만, 제 주변에 아이를 출산하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사람이
있다보니 저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정독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책, 그리고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나중에 그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해보아야겠어요.

blanca 2011-02-14 00:18   좋아요 0 | URL
엘신님한테도 도움이 되는 리뷰가 되었으면 좋겠는걸요^^;; 별찜이라니 황공합니다. 두서없고 깊이도 없어서 좀 부끄럽지만 찜당하는 일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아, 이 책 추천해 주시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저도 좀더 빨리 이것들을 알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었거든요. 영아기에 도움되는 얘기가 참 많더라구요.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2-13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나 공감하며 읽습니다.
다시 아이를 키우라고 하면 못 하겠다 하겠지만, 성인이 되지 못한 채 엄마가 되어버린 저를 생각하면
다시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을 수천만 번도 더 하게 되거든요..
이 책 읽고 싶어서 도서관에 신청해 놨는데 어떤 관점으로 읽어야 할지 감을 미리 잡으니 좋네요.
잘 읽고 갑니다^^

blanca 2011-02-14 00:19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래요. 현맘님처럼 다시 시작해서 제대로 그 실수했던 순간들을 고쳐 보고 싶지만 또하라고 하면--;; 참 난감하지요. 아, 신청해 놓으셨군요. 저는 우연히 겉표지를 보고 충동적으로 집어든 책인데 참 많은 것들을 곱씹게 되었어요. 제 자신도 되돌아 보게 되고요. 강추합니다.^^

프레이야 2011-02-13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의 참뜻은 '너를 읽어주기'. 이 말만 꼭 새겨둬도 좋은 엄마 될 거 같아요.
구구절절 너무 좋은 내용의 글, 잘 읽었어요, 고마워요. 블랑카님.^^
서구식 사랑을 해주지 않은 엄마아빠, 저도 그게 참 아쉬운데
대물림으로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래주지 못한 거 같네요.
받아본 사람이 줄 줄도 안다고.^^

blanca 2011-02-14 00:21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은 벌써 좋은 엄마시잖아요. 저는 아직도 갈 길이 멀고 사춘기도 받아내야 하고 아직 초짜인 걸요. 제가 왜 서구식 사랑 얘기를 하냐면요. 얼마전 아는 동생이 칠순의 노모와 전화 통화를 하는데 정말 깨가 쏟아지더라구요. 마치 연인처럼. 사랑한다고 막 그러고. 저 얼마나 부러웠는지 몰라요. 엄마랑 막 사랑한다고 표현하고 그런 관계가. 그 동생도 똑같이 얘기하더라구요. 저도 그래서 더 과도하게 뽀뽀하고 사랑하고 그러려고 해요. 그런데 너무 많이 하니까 딸내미가 싫어해요 ㅋㅋㅋ

비로그인 2011-02-14 0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도 그렇지만 아빠들도 꼭 봐야 하는 책이로군요.
물론 책보다 블랑카님의 리뷰를 먼저 보는 게 더 큰 도움이 될 것 같네요 ㅎㅎ
저 같은 경우는 제가 아이라고 생각하고 읽어도 될 것 같은데...
감정을 다스리고 조절하는 훈련을 따로 받은 기억이 없어
그 부분에서만은 아직 아이인 것만 같아서요^^

blanca 2011-02-14 23:47   좋아요 0 | URL
후와님 그럼요 아빠가 보시면 더 좋지요. 저도 감정 조절이 사실은 안 되는 거였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것도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최근에 깨달았어요. 요즘에는 더더욱 그러네요.

송도둘리 2011-02-14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읽었습니다. 책을 읽고 자기 안에서 나오는 글을 쓴다는 건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데...좋은 글을 본것 같습니다. 윗 분 댓글처럼 아빠가 될 사람들도 한 번 봐야 될 책인 것 같네요. 저도 컨디션에 따라 반응이 극과 극을 달리는 터라...다행히 27살이 되야 철이 든다고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고 하니 안심입니다.^^;

blanca 2011-02-14 23:48   좋아요 0 | URL
저도 그 대목에 굉장히 위안을 받았어요^^;; 과거가 다 설명되는^^;; 사실 지금도 제 전두엽이 완전히 성숙했는지 의문이랍니다.^^

양철나무꾼 2011-02-14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껍질 벗겨먹는 간식 소세지, 좋아하는데요~
구구절절, 고개를 주억이게 되는 리뷰예요~^^

blanca 2011-02-14 23:49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ㅋㅋ 저희 친정엄마가 아이에게 한 번 사주신 후로 아주 그 소세지 타령이 늘어진답니다. 게다가 계산하시는 아주머니가 턱하니 벗겨서 드시고 계시니 더더욱 그랬나 봅니다. 저는 집에서 구워 먹는 프랑크 소세지 얘기하는 줄 알고 한소리 하려고 했었는데 그런 거였더라구요^^;;

꿈꾸는섬 2011-02-15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의 글에 전적을 공감해요. 세상에서 아이 키우는 일만큼 어려운 일이 또 있을까요? 감정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는 아이와 같이 엄마도 감정을 분출할때가 많잖아요. 물론 제 얘기에요. 제 몸상태에 따라 너무 일관성없이 아이들을 대할때 많아요. 육아지침서는 때때로 읽으며 자기 반성을 해야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너무 좋은 리뷰네요.^^

blanca 2011-02-15 19:03   좋아요 0 | URL
꿈꾸는섬님, 방금도 저는 그랬는 걸요. 휴, 노력한다고 생각은 하는데 항상 모자라네요. 일부러 육아서를 읽어요. 지금 놓치면 안 되는 것들을 기억하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반성하기 위해서요. 감사합니다.

마녀고양이 2011-02-16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두엽 성숙이 20세 정도라는 말에, 그래서 청소년의 판단 미숙이 야기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도 끄덕한 기억이. ^^
그런데.. 20세의 두배를 나이 먹고도 이 모양 이 꼴인 저는 무엇일까요? 아하하.

가장 급할 때의 제 모습, 가관입니다. 지금 그 생각을 해보는 중입니다. 한순간에 욱 하는 나. 뒷끝도 없고 그때 잠깐 그래 라고 변명하기에는............... 너무나 찔리는군요.

blanca 2011-02-16 22:43   좋아요 0 | URL
마고님, 저도 전두엽 성숙하려면 차례 멀었어요. 그래서 이 리뷰 쓰며 그냥 저한테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적었어요. 그러다 눈물도--;;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그런 얘기가 듣고 싶었나 봐요.

2011-02-22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을 누르긴 쉽지만, 실천하기는 어렵(겠)네요.ㅎㅎ
살짝 방향을 틀어, 그 사람의 이유를 보아내는 것. 어렵지만 해야겠습니다.

여러 모로 배우고,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

blanca 2011-02-22 22:10   좋아요 0 | URL
섬님, 안그래도 저는 매일 반성하는 게 일과입니다.^^;;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하나 봐요. 요즘은 그걸 절절하게 깨달아요.

세실 2011-02-22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은 '자기'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너'를 읽어주는 것인가 보다. 참 좋아요.
아이들뿐이 아니고 모든 사람과의 관계가 그렇겠죠.


blanca 2011-02-22 22:11   좋아요 0 | URL
세실님, 머리로는 맨날 그래야지, 하는데 항상 마음과 감정이 어긋나 버리네요. 그대로 어제보다는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진지해지고 성숙해질거라 기대하며 살아가나 봐요. 사람이 사람을 낳고 키운다는 게 참 어렵고 미묘하고 신비한 것 같아요.

2020-01-10 1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10 1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이 되는 부모
수잔 포워드 지음, 김형섭 외 옮김 / 푸른육아 / 2008년 10월
구판절판


우리는 가족의 규칙에 맹목적으로 복종한다. 그렇지 않으면 반역자가 되기 때문이다. 국가나 정치적 이상, 종교에 대한 충성심은 가족에 대한 충성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 모두는 이런 충성심을 갖고 있다. 이 충성심은 가족체계와 부모,부모의 신념에 우리를 종속시킨다.-182쪽

독립된 인격체가 되는 걸 허용하지 않는 가정에서 자란 킴과 같은 어른들은 남으로부터 인정을 받는 것에 중독되어 끊임없이 남의 인정을 갈구하게 된다.-1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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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니앤 2011-11-29 0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겨서 사보앗는데 실제, 그다지 잘 읽히지는 않는 책이엇어요~ ㅎㅎ
 
아이가 나를 미치게 할 때 - 화내거나 짜증내지 않고 아이 마음과 소통하는 법
에다 레샨 지음, 김인숙 옮김 / 푸른육아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이 사람을 미치게 할 때.  

웃긴 게 사람상대하는 일을 하면서도 저 진상이 참 싫구나, 정도의 감흥이었지, 그 사람이 나를 미치게 한다는 과대 망상에 시달리지는 않았다. 사실 사람이 그것도 사람을 미치게 한다는게 현존에 발을 담근 제대로 된 인식일 리는 없다는 게 나의 생각. 즉 내가 너무 괴로워서 내가 그 상황을 통제할 수 없어서 미치고 싶다는 표현과 다름아닌 것이 아닐까. 

그 런 데 두 돌 언저리의 나의 딸이 드디어 사람을 미치게 하기 시작했다. 정말이다. 악을 쓰며 아무 이유없이 삼십 분을 방바닥을 마구 굴러당기는 모습을 보며 나는 깨달았다. 사람이 사람을 미치게 할 수도 있겠구나. 그렇구나. 참을성 많고 감정 컨트롤 잘한다고 말도 안되는 자랑을 마음 속에 품었던 내 자신을 이제 다시 검토해 볼 때가 왔구나. 나는 다 혈 질이었던 것인가? 

그 때 내 맘을 그대로 표현한 이 책 제목이 왔다. 의역이 아니었다. 직역이었다. 제목이 다분히 선정적이고 상업적으로 보이지만 이 책 내가 읽어 본 육아서 중 가장 통찰력 있고 섬세하며 현실적이고 실효성이 있다. 일단 작가가 한없이 너그러운 엄마상을 강요하지 않고 감기 걸린 아들 둘을 일주일 동안 집에 가둬놓은 상태에서 너그러운 엄마를 요구할 수는 없다고 외치는 부분은 정말 엄마가 된다는 것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와 연관된 상황에서는 늘 통찰력을 갖고 섬세하게 대처해야 한다. 그러나 부모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은 바로 '인내'다. 자신의 성장에 대해 나름의 시각이 있는 아이는 한 명도 없다. 아이가 나름대로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은 현재뿐이다. (89쪽)  

 
   
싸이에 육아가 행복해 죽겠다고 올려대는 얄미운 친구들은 나에게 육아의 핵심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그것은 행복이 아니었다. 행복은 고통어린 인내의 저 끝 지점에 있었다. 육아의 핵심은 인내다. 정말 극렬하게 동감한다.
     
 

기다리는 것은 수동적이거나 무관심한 것과는 다르다. 아이의 성장에 관여하지 말고 물러나 있으라는 뜻도 아니다. 내가 말하는 기다림이란 성장에 꼭 필요하고 자연스러운 과정을 철학적으로 인식하라는 의미다. 또 아이가 더 나아가지 못하고 그 단계에 머물러 있을까봐 전전긍긍하며 불안해 하지 않는 태도다.(90쪽) 

 
   
육아가 힘든 것은 이 상황이 지속될 것만 같은 두려움 때문이다. 언제까지고 밤에 여섯 번씩 깨서 울어댈 것이라고 상상해 보라. 이보다 더한 공포 영화가 있을까? 
   
 

어리고 약한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이해하고, 나와 아이 모두에게 얼마나 많은 격려가 필요한지 알았더라면 아이와 함께 보낸 시간이 훨씬 편안했을 것이다. 그리고 사랑이라는 행위를 통해, 내 딸은 물론 내 속에 잠재되어 있던 어린 시절의 나까지도 고통에서 벗어나 안도하게 만들어 주었을 것이다.(197쪽) 

 
   
이 문구 만으로 나는 충분히 위로를 받았다. 감사. 
   
 

모든 걸 다 가지고 있어야 너그러운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자신을 존중하고, 다른 사람들도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한다는 확신이 설 때 너그러운 사람이 될 수 있다.(329쪽) 

 
   
 맞아. 모든 걸 다 가질 수는 없을 테니까.
   
 

어린아이의 성에 대해 가르칠 때는 사실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말고 올바른 가치관과 태도까지 가르쳐야 한다. 우리 어머니는 자위행위를 아주 명확하게 정의해 주었다. 정상적이고 즐거운 일이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라고 말이다.(353쪽) 

 
   
   
 

어떤 관계에서든 중요한 것은, 이러저러해야 한다는 강요나 선입견 없이 자연스럽게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다.(374쪽) 

 
   
 이 책은 단순한 육아서가 아니다. 이런 대목 너무 근사하지 않은가?
   
 

부모란 어머니날을 맞아 꽃과 근사한 카드를 받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고 오로지 사랑만을 외치는 달콤한 배경 음악 같은 것도 아니다. 힘들고 어렵지만 기쁘게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부모 노릇이다. 부모 자식의 관계야말로 신의,책임,헌신 같은 말들이 완벽하게 통하는 관계이며 그런 관계를 통해 느낄 수 있는 기쁨이 곧 진정한 기쁨이다.(413쪽)

 
   
육아는 정말 힘들지만 한 번 걸어가 볼 만한 가치 있는 길이라는 격려를 가장 효과적으로 해 준 사람은 바로 이 책의 저자 에다 르샨이다. 엄마는 무조건 새로운 생명의 탄생에 대한 경이로운 감정으로 아이가 이뻐 죽겠다고 비명을 질러대며 살아야 자애롭고 모성애 어린 정말 엄마라는 작금의 분위기는 그렇지 못한 나 같은 엄마에게 괜한 죄책감을 조장하고 있다. 애가 항상 너무 이뻐서 감격어린 것일 수는 없다. 무엇보다 전두엽이 완전히 성숙하지 못해 자제와 절제를 모르는 그 어린 생명체를 하루 종일 끼고 의식주를 해결해 주고 놀이까지 동참해 주어야 한다는 것은 모랄까 참으로 지치고 단조로운 일이다. 그럼에도 견디는 것은 어느 순간 갑자기 찾아오는 경이로움이다. 내가 생명 하나를 탄생시켜 하나의 어른으로 키워내는 일을 하고 있구나, 하는 각성 같은 순간이 찾아오면 갑자기 사는 것이 기적처럼 느껴진다. 내 앞의 작은 생명은 하나의 기적의 표본으로 보인다. 이 책이 여느 육아서와 다른 것은 아이 입장도 중요하지만 양육자로서의 엄마의 어린 시절의 결핍을 치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그 아이를 돌아 보면서 나의 어린 시절을 복원해 가는 과정. 아픔을 치료해 가는 과정. 그럼으로써 나는 과거를 다시 되살려내 불가능할 것만 보이는 바로잡는 과정을 시작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육아의 기적은 바로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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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학교 - 달콤한 육아, 편안한 교육, 행복한 삶을 배우는
서형숙 지음 / 큰솔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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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서 그녀의 강연이 호소력이 짙어 냉큼 구입하게 되었다. 

그러나. 대체 아이를 잘 키운다는게 명문대를 진학하는 것으로 판단되는 이 사회의 구조는 언제쯤 바뀔런지. 

나는 너무 큰 것들을 기대했었나 보다. 이제 육아서는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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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니앤 2011-11-29 0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이제그만~
어떤느낌일지 알거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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