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의 서재 - 그리고 그들은 누군가의 책이 되었다
한정원 지음, 전영건 사진 / 행성B(행성비)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어떻게든 정호 오빠의 집을 들를 구실을 마련해야 했다. 거기에는. 

노란 계림문고의 <소년소녀세계명작문고> 전집이 완비되어 있는 서가가 정면으로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걸핏하면 이 구실 저 구실로 책을 빌려가는 게 고작 아홉 살 먹은 계집아이를 영 당당하게 못 만들었다. 그래서 괜시리 여동생을 대동하고 딴 소리를 해대며 그 집을 드나들었다. 오빠는 지금 생각하면 깜찍하게도 대여 장부를 만들어 동네문고의 사서처럼 관리를 하기 시작했다.  

하여튼 그런 기억들 투성이다. 저 아이는 내가 미처 가지지 못한 계몽사의 <소년소녀세계문학전집>의 반절 삼십 권을 가진 아이구나. 심지어 저 아줌마는 좋겠다. 책이 많아서. 나는 내가 읽고 싶은 책을 너무 참지 않아도 되는 경제력을 가지기를 소망했었다. 책을 사랑했고 사랑하고 아마 죽을 때까지 그럴 것같다. 하지만 그게 다다. 그 지점을 넘어서는 경계선에는 독서가 더 무르익고 내가 더 숙성해야 하고 내 삶이 조금 더 많은 깨달음을 품고 나아가야만 뛰어 넘을 수 있는 뜀틀이 엉버티고 있다. 그러고 보니 체육시간에 걸핏하면 뜀틀 위에 앉아 버리는 기염을 토했던 기억이 난다. 훌쩍 넘어 착지를 하는 상상과 그러지 못한 데에 대한 좌절감과 웃어버리고야 마는 또래들에 대한 수치심 같은 것들이 뒤엉켰던 그 기억들. 지금도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그런 나, 그리고 비슷하거나 그닥 비슷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좋은 구름판이다. 그냥 맨땅에서 발을 굴러 저 높은 뜀틀을 넘어 보려 했던 우리들에게 법학자 조국, 자연과학자 최재천, 섬진강 시인 김용택, 북디자이너 정병규, 한복 디자이너 이효재, 사진작가 배병우, 건축가 김진애, 승효상, 출판 문화인 김성룡, 영화감동 장진, 바이올리니스트 조효범, 전통 공연예술 연출가 진옥섭, 소셜 디자이너 박원순 들이 손을 내민다. 그 손을 잡고 구르는 기분은 정말 금방이라도 하늘 천장에 손을 뻗어 구름을 만질 수 있을 것 같다. 기대 이상이었다. 일면식도 없이 누가 나에게 자신의 서재를 속속들이 보여주고 자신의 유년을 고백하며 눈물짓고 자신에게 가장 의미 있었던 책의 목록을 기탄없이 건네 줄 것인가. 게다가 그 사람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이들이다. 적어도 자신이 살아온 삶에 자족하고 스스로에게 떳떳하다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먼저 걸어간 길을 더듬어 보는 것은 내가 앞으로 걸어갈 거친 길들을 조금은 부드럽게 매만지는 일과도 같다. 책을 읽는 일과 삶을 사는 일을 혼동하고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그저 다 용서받고 용인받을 수 있을 것 같은 활자 박아 넣기도 무모하거나 어떤 한 곳으로 치우쳤을 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음을 소스라치게 깨달을 수도 있다. 

저마다 가지고 있는 껍질과 벽을 깨어 서로 소통할 수 있게 하는 독서의 힘에 대해 얘기한 조국. 책이 책을 사도록 만드는 경계선까지 가야 비로소 독서의 재미를 깨달을 수  있다고 조언하는 북디자이너 정병규. 책만 보고 사람과 소통하지 않는 것의 위험성을 경고한 이효재의 손가방에는 놀랍게도 항상 <천재유교수의 생활> 만화가 들어있단다. 사진작가 배병우는 피사체의 본질을 알지 않고는 사진을 찍을 수 없기에 독서에 천착한다고 한다. 저마다 나름의 이유로 책과 미친듯이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모습이 반가웠다. 인생의 궤적과 독서의 궤적이 묘하게 오버랩되는 자신들의 서재를 기꺼이 열어 젖히고 독자들을 기꺼이 환대하는 모습이 참 따사롭기도 했다. 책을 열고 또 서고를 두드리고 서가에 손가락을 얹어 먼지 얹은 책 등을 매만지는 느낌은 또 어떠한가. 항상 책을 펼치는 그들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자세가 이미 되어 있고 자신들의 말과 삶이 언제나 정답이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너그러운 조언들. 귀에 거슬리지 않고 바로 가슴으로 들어와 박히는 얘기들. 사람들은 대꽃을 좋아하지만 대꽃이 피면 대나무는 모두 죽기에 유년시절 고향에 핀 대꽃은 가슴에 박힌 대못이 되었다는 진옥섭의 회환어린 고백에 결국 주르륵 줄을 그음으로써 너저분한 간지들은 옹색해 보이게 됐다. 처음부터 그래도 되었을 것을 괜시리 책에는 함부로 줄을 치지 못하는 그 설명하기 힘든 주저는 내가 책에, 또 삶에 가지는 하나의 망설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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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5-27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렸을 때 계몽사 디즈니동화전집을 가지고 있었어요. 신데렐라, 정글북, 아기사슴 밤비,,
지금도 디즈니의 일러스트가 기억이 남네요, 아직 아무 것도 몰랐던 그 때는 디즈니 만화라면
정말 좋아했는데,, 어른이 되어서 세상을 점차 알게 되니 지금의 디즈니는 미국적, 상업주의적 이미지만
먼저 떠오르네요 ^^;;

그리고 저도 친구나 친척 집에 가면 항상 보는 것이 서재랑 냉장고 안인데요.. ^^;;
그 집의 서재에 재미난 책이 있으면 항상 들리게 되면 꼭 읽고 가는 버릇을 가지고 있었어요.
사촌형 집에 가면 웅진씽크빅에서 만든 어린이자연과학 시리즈가 잇었는데 자주 읽었는데,,
오늘 블랑카님의 글을 읽으니 어렸을 때의 서재에 대한 추억이 나네요. ^^

blanca 2011-05-27 21:29   좋아요 0 | URL
아, 그거 기억나요. 그리고 지금도 비슷한 게 또 나온답니다. 저도 약간 디즈니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는데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세대를 넘어 참 좋아하네요. 지금 저희 꼬맹이는 디즈니 공주 시리즈에 완전 홀릭해 있답니다. 어린이자연과학 시리즈도 기억나요. ㅋㅋㅋ 다들 비슷하군요.

아이리시스 2011-05-28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꼬맹이는 몇 살이예요? 이 책은 요즘 광고가 '핫'해서 여기저기서 참 많이 봤어요. 이젠 남의 서재보다 내 서재에만 집중해야지 한 지 얼마나 됐다고 이런 건 나올 때마다 보고 싶어요. 저도 책에 줄을 못 긋는데 그건 책이 더러워지는 게 싫어서이기도 하지만 귀찮아서이기도 해요. 히히. 요즘은 어릴 때보다 책보관 욕심은 거의 줄었고 제가 읽는 데에만 관심이 있어요. 블랑카님은 단어선택이 참 예뻐요. 조근조근하다고 늘 생각했는데 뭐랄까, 오래 고민해서 타이핑 한 그런 느낌이 들어서 좋아요.

blanca 2011-05-30 12:17   좋아요 0 | URL
다섯 살이요^^. 저도 이런 책 넘 좋아해서 뻔할 거라 생각하면서도 매번 구입하게 되네요. 그런데 이번 것은 서재 그 자체보다 각자의 세상을 보는 시각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아 더 참신했던 것 같아요. 참 좋더라구요. 조근조근하다는 말 참 이쁘네요. 고맙습니다, 아이리시스님.

비로그인 2011-05-28 0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은 절판인, 어떤 책 한 권을 생각하게 하는 blanca님 글입니다. ^^
그 책만 떠올리면 안개낀 모두 조용하게 잠들어 있는 새벽이 생각나는데, 나와 그 느낌 둘이 가까이 마주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 이 책은 읽거나 들춰 보진 않을 것 같지만요. 그래도 왠지 가깝게 느껴지네요.

blanca 2011-05-30 12:18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잘 지내시죠? 하늘은 이쁜데 공기는 나날이 끈끈해 지네요. 저는 건조하고 시원한 공기가 좋은데. 어쩔 수 없이 또 여름을 맞아야 하나 봐요. 절판된 책. 안 그래도 교보문고 가니까 그런 책을 개인별로 다시 만들어 주는 코너가 있더라구요. 어떤 책이었을까요....

마녀고양이 2011-05-28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악! 책을 요즘 거의 읽지 못 하는 저로서는
책을 구매할 의욕조차 바닥을 기고 있습니다. 집에 쌓여있는 책이 저주스러워요, 요즘~ 부들부들.

그런데 이거 참, 저는 책에 죽죽 줄을 긋거든요. 그 글귀에 줄을 못 그으면
내 책 같지 않은거예요. 빌려 읽기도 싫어하구요, 내 책이어야 해요. 그게 제 삶에 대한 태도일까요? ㅋ
큰일이야........ 무소유를 지향해야 하는뎅.

blanca 2011-05-30 12:20   좋아요 0 | URL
마고님, 정말 한창 바쁘시죠! 저도 요새 이상하게 한 권 읽는데 한 일 주일은 걸리나 봐요. 하여튼 정말 슬럼프 같아요. 커피는 다시 막 쏟아 붓고 있어요 ㅋㅋㅋ 위가 괜찮아지니 역시나...요새는 제가 제 자신을 못 믿겠어요. 무소유. 저는 죽을 때까지 힘들 것 같습니다. 그래도 되도록 요새는 두 번 안 읽을 책은 바로바로 중고책으로 처분하려고 하고 있답니다. 자리를 만들어 줘야 다음 책이 올 수 있으니까요. 책꽂이가 이제 없답니다.--;;
 

내부순환로를 지치는 차들의 헤드라이터의 불빛이 노면에 방울 방울 번져 서로 섞이는 날, 베란다를 내다보면 그 날이 비가 오는 날이다. 도로에 둘러싸여 산다는 건 무척 이색적이고 낭만적이고 동시에 성가신 일이다. 월요일 아침, 줄지어 서서 굼뱅이처럼 기어가는 차들에서는 절로 월요병 냄새가 풀풀 날린다. 금요일 오후 느릿느릿 밀리는 차들의 뒷꽁무니에는 주말의 휴식과 아껴둔 약속들의 기대가 겹친다. 

오늘도 헤드라이터의 불빛은 바닥에서 물기로 번진다. 근처 대학교 서점에 가서 백만년 만에 핑크 표지의 잡지를 집어 들었다. 패션 잡지의 표제기사에는 폴오스터, 아멜리노통 등 14인의 위대한 이야기꾼들에 대한 기사가 예고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패셔니스타와는 담을 쌓은 내가 생전 처음 보는 도발적인 눈매의 여배우가 노려보는 엘르를 들고 집에 왔다. 엘르와 나는 어울리지 않지만 가끔은 정말 기가 막히게 좋은 책과 작가들과 관련된 얘기들로 나를 매료시킨다. 몇 해 전에는 작가가 된다는 것에 그 어떤 문예지나 단행본보다 심도있게 리서치를 한 기사를 싣기도 했다. 만드는 사람들 중에 분명 탐서가가 있을 것이라는 심증이 강력하게 든다. 캣워크를 하는 매력적인 모델 사이로 책에 대한 진지한 얘기들을 발견하는 건 색다른 즐거움이다.

"인생의 대부분을 방 안에 혼자 있었다"는 폴 오스터는 담배 연기 속에서 부담스러운 시선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폴 오스터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못했다. 물론 시도해 보려는 생각은 있지만 매번 주문 전에 그는 정작 10년 동안 읽지 않았다는 서평을 참고로 다음에 읽을 것을 기약한다.  

   
 

 글 쓰는 건 참 이상해요. 병에 걸린 것 같죠. 어릴 때 글쓰기 바이러스에 감염됐는데 절대 고칠 수 없는 거예요. 그러니 써야만 하죠. 쓰지 않고서는 사는 게 아니었어요. 

-폴 오스터. ELLE와의 인터뷰 중

 
   

 

이 바이러스에 시간과 강도의 차는 있지만 앞서거니 뒷서거니 감염된 파울로 코엘류, 아멜리 노통, 조너선 사프란 포어, 알랭 드 보통이 차례로 쓰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자신들의 그 숙명적 글쓰기에 대한 소회를 풀어 놓는다. 물론 아주 쉬크한 흑백의 초상화들과 함께. 맘씨좋고 너그러운 인상의 할아버지 파울로 코엘료는 페이스북, 트위터와 온라인 스토어를 부지런히 활용하여 독자들과 소통한다고 한다. 아멜리 노통은 글을 쓰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 싶어 하루 실험해 보고 사춘기 계집애처럼 마음이 널을 뛰는 끔찍한 경험을 했다고 토로한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글쓰는 일을 매일 그만둬야지 한단다.(세상에!)
 

다들 책에 대한 관심이 스러져 가고 있고 작가의 사생활을 궁금해할 파파라치가 별로 없는 세태를 절감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책과 활자, 창작에 의해 선택 당하고 만 숙명에 굴복한다. 쓰지 않고서는 견딜수 없단다.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살기 위해 써낸 것들을 손에 쥐고 씌어 지지 않았다면 알 수 없었던 것들을 채굴하는 기쁨이 읽는 행위의동인이라고 해도 될까? 젊고 아름다운 여배우의 뇌쇄적인 눈빛의 표지가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면 작가들이 끊임없이 천착하는 생의 유한성과 허무는 영원에 대한 끌 수 없는 기대를 끄집어 내게 한다. 모든 모순, 대립, 한계가 한데 뒤섞여 있는 것 같은 잡지 한 권을 읽고 나니 왠지 아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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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5-22 0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블랑카님의 이 글을 자신들의 잡지에 싣고 싶어 하는 편집자들이 분명 있을 것 같은데요 ㅎㅎ 블랑카님 같은 고급 독자들까지 매료시키기 위해 말이죠^^

blanca 2011-05-23 10:18   좋아요 0 | URL
후와님 저 비행기 태워주시네요. 안그래도 대부분이 꾸물한 봄하늘, 지지부진한 감기, 할 때마다 떨리는 운전, 등으로 의기소침한 저에게 감사합니다.^^;;

stella.K 2011-05-22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어울리기는 내가 더하지 싶은데...
잡지라곤 거의 안 사 보는데 정말 블랑카님 덕분에
이건 저도 사 보고 싶어졌어요.^^


blanca 2011-05-23 10:19   좋아요 0 | URL
ㅋㅋ 스텔라님, 엘르 편집자가 아무래도 정말 책을 좋아하나 봐요. 몇 년 전에 작가가 된다는 것에 대한 기사는 정말 엄청난 분량과 깊이를 자랑하더라구요. 어찌나 재미있게 읽었던지. 외국 작가들도 수시로 인터뷰하고. 득템이라니까요.

비로그인 2011-05-22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저 패션을 사랑해서 보그를 매달 사서 읽어요. 비행기 탈 땐 꼭 보그를 손에 쥐고 있었어요. 왜 그런가 하면, 그저, 그것들은 아름다우니까요.
참고로 코스모폴리탄이나 슈어, 다른 잡지들 보다는 보그나 그나마 엘르만 보는 이유는, 그들이 남자에게 잘 보이는 법 보다는 패션, 런웨이, 시즌에 집중하기 때문에 그나마.

blanca 2011-05-23 10:20   좋아요 0 | URL
아, 보그! 저도 사실은 패션잡지를 참 좋아했어요. 심 대부터. 이뻐서요. ㅋㅋ 잠깐 나왔던 탑모델이라는 잡지도 열심히 읽고. 그러나 저는 전혀 패셔너블하지 않지요. 코스모폴리탄은 이제 못 보겠어요. 연령대가 이제 안 맞는 것 같아요.엘르는 여전히 참 좋네요. 저는 언제나 쥬드님의 실물이 참 궁금합니다. 세련되고 이쁜 여인일 것 같아서요.

비로그인 2011-06-01 12:48   좋아요 0 | URL
저는 차갑고 부서질 것 처럼 생겼대요. 최근에 저를 본 사람이 그랬어요.
예쁘다거나 못생겼다보다, 이 형용사들이 더 좋았어요.

blanca 2011-06-01 21:49   좋아요 0 | URL
더 궁금해져요. 그리고 옆 사진을 봐도 선이 참 가늘고 섬세한 모습일 것 같아요. 갑자기 제가 쥬드 님한테 작업 거는 남자처럼 느껴집니다. ㅋㅋㅋ

다락방 2011-05-22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너선 사프란 포어란 말씀이십니까! 전 엘르 는 사본적이 없는데 생에 처음 사보게 되겠네요. 조너선 사프란 포어라뇨!!

blanca 2011-05-23 10:22   좋아요 0 | URL
락방님! 안 그래도 저 다락방님이 좋아하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사진도 어찌나 멋진지요. 흑백으로. 인터뷰 기사는 한 쪽 정도이지만 지면은 두 쪽을 할애했더라구요. 저는 정말 몰랐어요. 그가 매일 글쓰기를 그만두고 싶어할 줄은. 하여튼 아주 흥미롭고 좋았어요. 잡지에 형광펜으로 줄치며 읽어보기는 정말 처음입니다.

2011-05-23 1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23 2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23 1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23 2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05-23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잡지란게, '모든 모순, 대립, 한계가 한데 뒤섞여 있는 것' 이라는 정의에 딱 들어맞네요.
특히 ELLE는 말이죠. ^^

그런데 말이죠, 난 살 빼기 전에는 저런 잡지 안 볼거예요, 짱나요!
(앞으로 평생 못 볼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는 대리 만족을 못 하는 성격이니... 차라리 안 볼 밖에요. 하기사, 살 빼도 모델처럼 될 가능성은 없으니 결국 못 보겠네요. 잡지를 사지 않는게 그런 이유였나. 아하하.)

blanca 2011-05-23 22:02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사진으로 뵈니 날씬하시던데요. 이쁘고 날씬한 여자들 나온 장은 대체로 건너 뛴답니다. ㅋㅋㅋ
 

어제는 끼어들기를 못해서 직진만 하다 돌고 돌아 늦은 귀가를 했고, 오늘은 게으르게 붙잡고 있던 쿠오바디스를 조금씩 울며 마침내 다 읽었다. 무언가 아주 조그마한 것들을 꾸준히 하고는 있는데 큰 진전은 없다.

   
 

네로는 돌풍처럼, 천둥처럼, 불길처럼, 전쟁처럼, 그리고 역병처럼 그렇게 허무하게 사라져갔다. 그러나 베드로의 대성당은 지금도 바티카누스 언덕에서 로마와 온 세계를 굽어보고 있다.  

예전의 까페나 성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는 조그만 성당이 하나 서 있다. 성당 입구에는 닳아서 희미해지기는 했지만, 다음과 같은 글귀가 새겨져 있다. 

"쿠오 바디스 도미네(Quo Vadis Domine)."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네로의 핍박으로 로마를 떠나는 길에 환영처럼 만난 그리스도에게 베드로는 이 질문을 던진다. 그리스도는 서글픈 음성으로 대답한다. 네가 내 어린 양들을 버렸으니 또다시 십자가에 못 박히기 위해 로마로 간다. 베드로는 자신이 던진 질문에서 답을 얻고 로마로 돌아가 순교한다. 

이 소설은 네로의 폭정 시대를 배경으로 젊은 두 남녀의 사랑과 기독교인들의 순교를 오버랩시키고 있다. 작가 헨릭 시엔키에비츠는 그리스도교 이념을 담은 대서사시를 쓰고자 하는 의도에서 출발하여 로마를 다섯 차례나 직접 방문하고 수많은 관련 문헌들의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1세기의 로마를 역동적이고 생생하게 복원해 낸다. 흥청망청 벌어지는 귀족들의 연회, 원형경기장에서의 잔인한 학살 들의 묘사는 활자를 뚫고 생동하는 이미지들과 윙윙대는 소리들로 재연된다. 볼 수 있는 것들과 볼 수 없는 것들을 언어로 형상화해 내는 작가의 힘은 교묘하게 숙달된 요령이나 눈속임이 아니라 온몸을 던져 그 시대인들과 인간 그 자체에 천착한 진정성과 열정에서 나왔다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 소설은 쿠오 바디스 도미네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러시아, 프로이센, 오스트리아에 분할 점령을 당한 조국 폴란드에 작가가 보내는 눈물어린 연서였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 같다. 로마의 귀족 비니키우스가 사랑하게 되는 여인 리기아와 그녀를 보필하는 장사 우르수스는 간접적으로 폴란드인들을 대표하고 있다. 슬픈 대단원의 막을 내리면서도 두 젊은 남녀의 사랑을 이루어지게 한 것은 작가가 죽는 순간까지도 그리워하며 염원했던 폴란드의 독립에 대한 희망적인 메시지였다. 죽고서야 독립된 조국으로 귀향하게 되는 그와 불타는 로마를 등지지 못하고 끝내 돌아서서 눈물로 순교하는 베드로의 모습은 하나로 겹친다.  

<쿠오 바디스>를 결국 읽고야 말게 한 그녀는 이제 더이상 눈물 흘릴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이 책 참 재미있다, 언니."라고 말했던 소녀는 이제 웨딩드레스를 입는다. 그 날 나도 너도 울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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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5-20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처음으로 블랑카님 서재에 1등으로 추천하는 동시에 댓글을 달아보네요 ^^
<쿠오바디스>.. 영화 이름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네요,
집에 소장하고 있는데 아직 안 읽어봤어요, 요즘 모 출판사 독서모임 때문에
민음사 세트가 점점 잊혀져가고 있네요,,^^;;

stella.K 2011-05-20 22:08   좋아요 0 | URL
캬~! 동시에 쓰고 있었군요. 시루스님과 3분 차이라는!ㅎㅎ

blanca 2011-05-21 09:50   좋아요 0 | URL
시루스님, 집에 있으면 꼭 읽어 보세요. ^^ 아, 그 모임이요! 후기를 매번 참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저는 세 출판사를 번갈아 가며 중구난방으로 책을 사서 그런지 책꽂이가 좀 지저분해지기는 하네요. 각 판형들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여하튼 요새 참 번역이 성의있고 좋아진다는 고마움이 있긴 합니다. 학창시절 중역본, 일역본 읽으며 그게 다인 줄 알았던 시간들이 억울할 만큼요.

stella.K 2011-05-20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민음사의 저 책들이 좀 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왠지 손이 안 가요.
모르긴해도, 저 판형으로 20년은 족히 버티고 있는 중인 것 같은데...
저는 이 작품을 책으로 못 읽고 영화로 봤는데 정말 장대한 스케일이더군요.
놀라운 건, 작가가 어떻게 등장인물 100명을 다루고 있을까 하는 거죠.
동생이 결혼하는가 봅니다. 축하할 일인데, 울기는...^^

blanca 2011-05-21 09:52   좋아요 0 | URL
ㅋㅋ 민음사 판형이 손으로 들고 보기가 힘든 건 사실인 것 같아요. 자꾸 접혀서요. 제본만 놓고 본다면 열린책이 사철 방식인가 해서 참 좋긴 하더라구요. 대신 글자가 너무 빽빽해서 눈이 아파요. 아, 스텔라님 사촌동생이구요. 너무너무 잘 된 일인데 가장 기뻐해 줄 이모가 돌아가셨어요....어린시절 한 동네에 살아 이모한테 참 투정도 많이 부리고 정작 이모한테 해 드린 것도 없는데...회한이 많이 남아요.

stella.K 2011-05-21 10:27   좋아요 0 | URL
아, 그랬군요.
그러면 신부가 정말 많이 울텐데...
블랑카님께도 특별한 분이셨을 것 같구요.
그래도 울지 마시고, 동생 분 잘 보내 주세요.
나도 눈물이 나려고 그러네. 안 되는데...

프레이야 2011-05-20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운전 초보이신가요? 직진만 하시다 뱅뱅 돌다에 웃음이 그만(죄송ㅋ)
웨딩드레스 입던 날 흘렸던 눈물이 지금도 생생해요.
그 이후로도 남의 결혼식 풍경만 봐도 이상하게 눈물이 나요.
저 책을 권해주셨던 그녀의 행복을 기원합니다.
참, 책 담아가요. 늘 매력적인 페이퍼~~

blanca 2011-05-21 09:54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운전한지 만 두 달 됐어요. 에피소드 모으면 유머집 반 권 분량은 된답니다. ㅋㅋㅋ 어제는 기름 넣고 왜 기름 넣었는데도 변화없냐고(그 계기판) 그랬더니 시동을 켜셔야죠! 그러더라구요--;; 끼어들기 하려다 다 안 껴줘서 직진 해서 엄청 돌고 돌아 집에 왔어요. 아이는 잠들고. 참 기분 안 좋더라구요. 바보가 된 기분이었어요. 퇴근시간까지 겹쳐서 난리도 아니었답니다.

... 2011-05-20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쿠오바디스>를 영화로 봤어요. 매년 성탄절에 <나 홀로 집에>에 버금갈 만큼 단골tv프로로 등장하잖아요. 영화도 감동 장난 아니었는데, 소설도 그렇군요. 나중에 작가가 폴란드 사람이란 걸 알고 의외다 싶기도 했어요. 이 책들을 보관함으로 얼른 보내야겠군요!

blanca 2011-05-21 09:56   좋아요 0 | URL
브론테님! 저는 정작 영화를 못 봤네요. 찾아 봐야겠어요. 강추합니다. 브론테님 딱 좋아하실 것 같아요. 번역도 완전 유려하고. 저도 작가가 폴란드 사람인 걸 이번에 알았어요. 감동적이더라구요. 죽는 순간까지 폴란드 독립을 위해 모금 활동을 하고.

순오기 2011-05-21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발이 성성한 베드로가 '쿠오 바디스 도미네' 하던 장면은 보고 또 봐도 눈물이 났어요.
리지아역의 데보라 카가 입었던 연보라빛 드레스와 흰드레스가 오래도록 눈에 밟혔어요.
폴란드 작가의 독립 염원이 담긴 작품이었군요.
영화제목은 '쿼바디스'였지요. 이 영화와 십계, 벤허, 사운드 오브 뮤직 등등 정말 수없이 봤는데~

웨딩드레스를 입은 동생과 눈물 흘리지 말고 예쁘게 웃어요!!^^

blanca 2011-05-21 09:58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아, 책에도 그 드레스 색깔 나오는데. 데보라 카! 저는 왜 이 영화를 보지 못했을까요. 참 아쉽네요. 그리고 저는 순오기님의 그 생생하게 중요한 것들을 기억하시는 능력이 참 부럽답니다. 저는 항상 무언가 희미하고 불확실해요. 특히 영화는요. 감사합니다. 사촌동생의 결혼인데 배의 축복을 기원하고 싶어요.

양철나무꾼 2011-05-21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께,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끝은 창대하리라...이 경구를 읽어드릴 밖에요.
저도 아주 무언가 조그만 일들을 하고 있는데...진전은 없어도 좋으니 퇴보만은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적어도 퇴보를 나이 탓으로 돌리는 일만은 없었으면 좋겠어요~ㅠ.ㅠ

blanca 2011-05-23 10:15   좋아요 0 | URL
양철댁님, 그렇겠죠? 저도 슬슬 나이라는 것에 대해 자꾸 생각하게 되네요. 변명거리인데. 요새는 도통 제가 제 자신을 잘 못 믿겠습니다. 조언 감사합니다.

잘잘라 2011-05-21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이지 인생은 짧고 읽고싶은 책은 너무나 너무나 너무나
너.무.나.도 많아요. ㅜㅜ

blanca 2011-05-23 10:16   좋아요 0 | URL
메리포핀스님 제가 맨날 하는 생각이에요. ㅋㅋㅋ 그리고 저희 아버지 얘기 들으니 노안이 와서 읽기도 힘드시다고 하더라구요. 눈이 그래도 제 기능할 때 바짝 읽어 둬야 할 것 같아요.

pjy 2011-05-22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날은 쪼금씩만 울고, 환하게 웃어요~ 좋은날이잖아요*^^*

blanca 2011-05-23 10:1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어제도 묘하게 사촌동생 꿈을 꿨네요. 활짝 웃을게요.

노이에자이트 2011-05-22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명하지만 실제로 읽은 사람들은 드문 고전들을 독파하는 블랑카 님. 쿠오바디스! 잘 했습니다. 혹시 읽어보셨을지 모르겠지만 시엔케비치의 단편 '등대지기'는 폴란드어를 사용 못하게 된 한 많은 어느 폴란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니 한번 읽어보십시오.

blanca 2011-05-23 10:17   좋아요 0 | URL
노자님! 제가 안 그래도 그거 읽으려고 폴란드 대표 소설 단편집 주문했답니다. 교과서에 실려 있다면서요. 내용이 너무 낭만적이라 꼭 읽으려고 별렀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05-23 17:51   좋아요 0 | URL
그 단편 읽으면서 리투아니아와 폴란드의 미묘한 관계도 공부해 보십시오.

마녀고양이 2011-05-23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 영화로 볼 때 참 감동스러웠어요.
아직도 눈앞에 삼삼한걸요. 그래서 책도 샀어요! 하지만, 당근 아직 못 읽었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blanca 2011-05-23 21:59   좋아요 0 | URL
아, 마고님도 보셨군요. 이거 한 번 인터넷에 있나 찾아 보고 챙겨 봐야겠어요.
 

<한겨레 21>을 읽다가 최규문 씨가 "올린 정보에 대해서는 말과 행동이 어긋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소셜네트워킹 사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도덕률"이라고 조언한 대목에서 

어제 테이크 아웃 커피를 텀블러도 없이 일회용 컵에 떡하니 마신 나로서는,

과연 이 책의 리뷰를 쓸 자격이 있는가 자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커피를 마시는 일도 아프리카 아이들이 원두를 따는 일에 동원되게 하고 농약을 살포하게 하는 착취에 간접적으로 가담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도 끊임없이 마신다. 

단화 한 켤례가 필요해서(사실 없다고 못 걸을 일은 아니다) 한 켤례를 사면 신발이 없는 아이들에게 자동으로 한 켤례가 기증되는 신발을 샀다. 소비도 하고 자선도 한다는 환각에 취했다. 나는 때때로 적어도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는 착각으로 버틴다.  나의 욕구와 편리, 타성, 시간을 희생하며 좋은 사람이 되려고 했던 기억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러니까 아주 적당히 그럴듯하게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었던 거다.  

취미로 고가의 우표 수집을 하는 남자가 있었다. 어느 날 불현듯 "세계는 자꾸만 산산조각나고 있는데 자신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알록달록한 종잇조각이나 모으며 별 거리낌 없이 생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간 모은 우표를 팔아 기금을 모아 환경 및 인권상을 제정할 것을 노벨상 선정위원회에 제안했으나 거절당한다. 그는 낙심하지 않고 스스로 직접 재단을 만들어 바른생활상을 수여하기 시작한다.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성과와 진보 자체보다는 느리지만 천천히 바른 곳을 향해 걸어가는 이들이 이 대안 노벨상의 수상자로 지명되었다. 노르웨이의 사회과학자, 칠레의 경제학자, 인도의 양자물리학자, 캐나다의 기술공학자, 스웨덴의 언어학자, 케냐의 생물학자, 이집트의 사업가, 핀란드의 마을 운동가 등 14인의 대표적인 수상자들의 이야기들은 비단 환경과 인권 분야 뿐만 아니라 삶, 인간, 진리에 대한 저마다의 깨달음과 천착, 지향점 등으로 확대되어 울림을 준다.  

 

그곳에 도착하지 못한다 해도, 내가 그곳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내가 거기로 가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습니다. -왕가리 마타이(케냐의 여성 생물학자) 

따라서 살아 있음이란, 역학적으로 안정된 비안정성입니다. 이 운동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걸을 때마다 항상 두 다리가 번갈아 우리 몸이 쓰러지지 않도록 지탱해준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어야 합니다. 걷기란 원래 쓰러지는 일의 반복입니다.
-한스 페터 뒤르(독일의 양자물리학자) 

 

신자유주의, 세계화, 녹색 혁명, 나노 공학 등 첨단과 진보의 색채를 이드르르하게 갈아 입고 나와 인간에게 무한정의 권능을 쥐었다는 환각과는 어긋나게 동시에 모든 것의 객체로 소외시키고 있는 눈먼 엔진들을 끄고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는 경험은 모든 고정관념과 관성을 깨고 '살아 있음'으로 다시 돌아가는 일이었다. 그것은 구태여 남보기에 그럴듯하고 고차원적인 좋은 삶을 포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 자신과 나의 아이들과 또 그 뒤를 걸어갈 많은 나의 후손들의 터전을 건강하고 아름답게 보전하기 위한 시급한 일이기도 하다. 또한 당장 어떤 성과를 보이지 않아도 불편을 감수해도 결국 그곳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는 자각은 삶을 더 유의미한 것으로 덧칠해 준다.  

 

  

하지만 나는 카페인 금단 현상을 앓기 마련이며 아이의 물휴지로 방바닥을 닦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텀블러를 쇼핑몰에서 고르며 마치 친환경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싶어하는 인간이다. 뉴욕 한 복판에서 일 년 동안 환경에 영향을 주고 살지 않기를 표방하며 제일 먼저 한 일이 멋진 장바구니를 고르러 가는 것이었던 주인공에게 전적으로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저자야 책을 쓰고 방송에 출연해야 한다는 부담이 감시망의 역할을 해 주었지만 감시망이라고는 스스로의 자책감 정도 뿐인 우리들로서는 쉽지 않은 길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스스로와 가족의 건강과 삶의 질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으로 출발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이 부분은 기가 막히게도 환경 운동 부분과 절묘하게 만난다. 가까운 거리의 농부들과 직거래를 하는 것도 유전자 조작 음식을 거부하는 일도 집단 사육되는 육고기를 거부하는 것도 가장 이기적이면서도 가장 이타적일 수 있는 지점이다. '나'를 대우하고 사랑하는 일은 결국 '너'와 '우리'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제스처에 진정성을 부여한다.  

 

 

마트료시카를 보면 인형 안에 인형이 계속 들어 있습니다. 마치 이 인형들처럼 지금 할머니 안에 엄마, 손녀가 이미 들어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세포 차원에서는 삼대가 동시에 존재하는 순간이 가능합니다. 이 순간에 당신이 먹는 음식이 부실하다면 당신의 건강뿐만 아니라 딸의 건강, 손녀의 건강에게까지 영향이 미친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p.29  

스코트 니어링이 백 번째 생일을 맞던 날 이웃 사람들의 깃발에 "스코트 니어링이 백 년 동안 살아서 이 세상이 더 좋은 곳이 되었다"고 씌어 있었다고 한다. 그 쪽으로 걸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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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8 0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09 1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립간 2011-05-09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번 생각해 보시라고 말씀드리는 것인데요. blanca님이 실천하고자 하는 방식은 경제적 비용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육식의 종말>에는 '대량 생산을 조금만 벗어나면 가격이 치솟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제가 알라딘에서 설문조사 비슷한 것을 한 적이 있는데, 진보적 가치관을 갖고 있는 사람도 실천을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 재래시장을 이용하기 보다 대형 마트를 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http://blog.aladin.co.kr/maripkahn/532494

blanca 2011-05-09 13:59   좋아요 0 | URL
마립간님, 맞습니다. 그래서 제가 한 가계부를 한 번 적어 비교해 보려고 합니다. 농산물은 직거래를 한 달에 두 번 정도 하는 시스템으로 가려고 합니다. 그런데 식구가 적다보니 음식물이 마구 남기 시작하네요. 그래서 이게 잘 하는 것인지 자문해 보기도 합니다. 세계화 자체가 잘못이라기 보다는 그 세계화를 선진국들이 개발 도상국들에게 그럴듯한 기치로 내걸고 자기들의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그 심뽀가 고약한 것이라는 것에도 동의합니다. 사실 아직 정확하게 제가 어떻게 해야 하고 할 수 있는지 중심을 잡지 못했습니다. 고민이 시작되었다,는 것에 그냥 의미를 두려구 합니다.

순오기 2011-05-09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 수고를 하지 않으면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욕구는 저도 있어요.ㅜㅜ
환경 운동은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시작해나가는 거죠~~~
제가 하는 것들은

쌀뜨물 받아 마당에 있는 화분에 물주기
달걀 껍질 빻아서 화분에 거름으로 얹어주기
세탁소에서 가져온 옷걸이 모아 다시 가져다 주기
무언가를 담아 온 비닐봉지를 차곡차곡 모아 길에서 장사하는 분들께 가져다 주기
빵집 비닐봉지 모아서 다시 가져다 주기
음식물 쓰레기는 껍질이나 손질한 푸성귀 외에는 버리는 거 없기
린스 안쓰기-댕기머리 샴푸는 린스를 안써도 되니까
설거지할 때 기름때 없는 그릇은 세제 사용하지 않기
커피를 습관적으로 마시지 않기 위해 집에 사두지 않기- 모임에 갔을때만 마시는 정도.
... 이런 정도를 실천할 뿐이지만, 차츰 늘려가야지요.

blanca 2011-05-09 22:03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많은 것들을 벌써 실천하고 계신 것 같은걸요. 세탁소에서 가져온 옷걸이 돌려주기 생각도 못해봤는데 저도 당장 배워야겠어요. 음식물 쓰레기 정말 반성합니다. 저는 한다고 하는데도 줄지를 않네요. 식구를 더 늘리면 가능할까요?^^;;

마녀고양이 2011-05-09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 어쩜 좋을까요?
텀블러 저번에 사려고 보니, 몸에 나쁘지 않은 것은 사기 잔으로 사야 하는데 음... 그게 비싸더라구요.
그런데 그걸로 위안하려 했더니 블랑카님이 원두알로 더욱 예민한 곳을 찍어내시는군요.

저는 언니네텃밭에서 배달받은 이후로, 대형 마트를 끊었답니다.
그런데 거기에도 고용된 인원이나 연결된 곳이 많잖아요?
무조건 거부할 일도 아닌거죠. 어디까지 연결과 해악이 미칠지 잘 모르겠습니다.

원래 인간이란게, 좀, 모순된 존재잖아요. 음, 자기 위안 중~

blanca 2011-05-09 22:05   좋아요 0 | URL
마고님 스텐 텀블러도 몸에 안 좋은가요? 저는 플라스틱은 제쳐 두고 스텐만 찾아 보고 있었는데 내부가 사기로 되어 있는 것도 있어요? 우아. 아유, 커피는 지금 속이 너무 쓰려 이래저래 참고 있는 거지 속만 편했으면 저도 마시고도 남죠. 내일은 마실 겁니다.ㅋㅋㅋ 대형 마트를 끊으셨어요? 우아, 그거 정말 쉽지 않은데. 살림 노하우좀 배워야 겠어요. 마고님. 저 이번에 정신 차리고 예산까지 짜고 노력 중인데 그게 참 벌써 어그러지고 있네요.

2011-05-13 1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16 14: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민음사 모던 클래식 39
패니 플래그 지음, 김후자 옮김 / 민음사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에벌린은 차를 세우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설움에 복받쳐 흐느끼면서. 왜 사람은 늙고 죽어야먄 하는 걸까. 
p.500

사람은 늙고 죽는다. 이 명제는 언제나 '참'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명제를 자주 잊어 버리고 자신은 예외라고 착각하고 이따금 떠올리고 그러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내가 바스라지고 소멸된다고 항상 떠올리며 숨을 쉰다는 것은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이 이야기는 어느 정도 잔인하고 가혹하다. 아름다운 것들, 소중한 것들이 퇴락하고 사라지는 시간을 무방비 상태로 체험하게 된다. 벌써 2011년을 보내고 있는 우리는 1980년대의 시간에서 되짚는 1930년대의 얘기를 듣게 된다. 근시로 살았던 관성 덕택에 갑자기 높은 곳에서 조망하게 되는 삶의 정경에 멀미가 날런지도 모른다. 삶과 사람들을 내려다 보는 위치는 언제나 허락되는 게 아니다. 모르는 체로 때로는 알면서도 기만하며 살아가는 게 생이니까. 

여든 여섯 살이 된다는 건 어떤 기분인가요?
 

그게 난 어떤 차이도 느끼지 못해요. 전에도 말한 것처럼 그건 아주 살금살금 다가오죠. 어떤 날엔 젊었는데 다음 날엔 가슴과 턱이 처지고 어느 샌가 고무 거들을 입고 있어요.
-p.293 

나보다 열 살이 넘게 어린 아이들이 바글바글한 식당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없었다. 정말 걔들은 '아이'처럼 보였다. 스무 살이었던 스물두 살이었던 나의 모습을 기억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나도 여든여섯 살이 될 것이고 지금의 모습을 한 여자를 아이라고 느낄까? 육십 후반의 할머니가 오십 중반의 아줌마를 보고 "젊어서 좋겠다"고 부러워하던 정경이 떠올랐다. 여기저기서 튀어 나오는 과거의 나의 모습들은 각자 다른 독립된 개체들처럼 와글거린다. 지금 살고 있는 게 삶인 건지,과거의 그 통제 안되던 정열과 순정 들이 진짜 삶인 건지 도통 구분이 안 간다.  

끊임없이 남들의 시선, 단것들, 무력감들, 굴욕, 체념에 시달리는 중년의 여자 에벌린은 시어머니가 있는 요양 병원에서 여든 여섯 살이 된다는 것의 느낌을 기탄없이 얘기해 줄 수 있던 니니를 만나 그녀가 얘기해 주는 휘슬스톱 까페의 두 여주인 이지와 루스의 삶을 듣게 된다. 휘슬스톱 까페에서는 남녀의 차이, 흑백 인종의 차별, 빈부의 격차, 연령의 구분 등 모든 인위적인 대단찮은 경계가 모호해진다. 배고픈 사람, 상실감과 상처로 마음이 다친 사람들이 모여들어 서로를 위로하고 서로의 사연을 경청하는 그곳은 작가가 '나의 사람들' '나의 고향'이라 지칭했던 곳의 은유이기도 하다.   

여자와 흑인과 노인과 부랑자들에 대한 얘기. 서로 토닥이며 전진하는 그 여정에 대한 복기. 들여다 보면서 몇 번이고 설움이 복받쳐 흐느끼지 않을 수 없는 우리들. 왜 사람은 늙고 죽어야만 하는 걸까. 영원히 물음표로 남을 질문을 가슴에 품고 마침표를 찍고 말 것을 알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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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1-05-03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건 아주 살금살금 다가오죠. 정말요. 아... 너무나도 딱 맞는 '살금살금'
이것보세요. 전 이거 영화로 봤는데 기억이 하나도 안나잖아요. ㅜㅜ
어떤 나이는 살금살금 다가오고, 어떤 기억은 연기처럼 날아가고..
그러니까 어떤 기억은 사라지지 않도록 자꾸 얘기하고 또 얘기해서 언제고 얘기할 수 있도록 잘 가꿔야겠다는 생각하면서 오늘 밤은 blanca님께 굿나잇~ 인사하고 물러갑니다.

blanca 2011-05-03 10:19   좋아요 0 | URL
아, 저도 케시베이츠가 무언가를 막 먹으면서 니니 할머니의 얘기를 듣던 그 장면 정도가 기억에 남네요. 굿모닝 인사 해야 시점에서 메리포핀스 님의 굿나잇 인사를 들으니 재미있네요^^ 오늘은 황사가 좀 걷혔으면 좋겠어요.

oren 2011-05-03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록 영화속의 얘기일지는 몰라도) 주인공 '이지'를 보면, 비록 쇠락과 소멸을 일상적으로 맞닥뜨리며 요양병원에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는 80대의 노인일지라도, '달콤한 벌꿀을 위해 겂없이 벌집을 건드리는' 20대 젊은이의 활기 속에서 얼마든지 삶을 살아갈 수도 있겠다는 희망도 품어보게 됩니다. 비록 그 나이에 그렇게 젊게 산다는 건 그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겠지만 말입니다.

* * *

최악의 경우 세계가 단 하나의 출구로 귀결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 출구와 그것을 통해 세계를 벗어나는 것의 두 가지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러나 문이 방의 일부이듯이, 세계를 벗어나는 것도 세계를 구성하는 일부이다.

우리는 마치 궤도가 이미 결정되어 있는 탄환처럼 실존 속에 발사된 존재가 아니다. 우리가 이 세계 - 세계는 항상 여기 지금의 세계다 - 에 떨어질 때 짊어진 운명은 그와 정반대다. 우리에게 부과된 것은 하나의 궤도가 아니라 여러 개의 궤도이며, 따라서 우리는 선택을 해야만 한다. 얼마나 놀라운 조건인가! 산다는 것은 우리가 자유를 행사하고 우리의 위치를 이 세계 속에서 선택하도록 운명적으로 강요받았음을 느끼는 것이다. 한 순간도 우리의 선택 행위를 쉬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낙담하여 될 대로 되라는 식의 자포자기에 빠진 경우조차도 선택하지 않는다는 선택을 한 것이다.

-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대중의 반역』中에서

blanca 2011-05-03 10:20   좋아요 0 | URL
아, 이 글 너무너무 좋아요.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 이름도 무지 길고 어렵네요^^;; 근사한 댓글 정말 감사합니다. 저한테 꼭 필요한 얘기이군요.

turnleft 2011-05-03 0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 페이지 수가 만만치 않네요. 이젠 나이가 들어서(쿨럭;;) 그런지 300 페이지 넘어가면 힘에 부친다는 기분이 들더군요..;;

blanca 2011-05-03 10:23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저도 그래요. 막상 받아보고 완전 쫄았었잖아요. 저도 두꺼운 책은 이제 힘에 부쳐서요. 하지만 이 책은 두꺼울 수밖에 없겠더라구요. 찬찬히 그냥 곁에 두고 야금야금 읽다 보면 그 시간의 흐름과 공간을 이렇게 형상화할 수밖에 없었겠다, 싶은 생각이...

턴레프트님, 그 ireaditnow 어플 메일로 백업할 때 별점과 읽은 기간은 안 되는 게 넘 아쉬워요. (자꾸 부담 드려 죄송합니다.^^;;)

비로그인 2011-05-03 0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늙는다는 일이 서러운 것은, 늙음 그 자체가 아닐 거라 생각했어요. 겉과 따로 노는 마음이 더 슬플 거라고.
이렇게 늙어도 지혜롭지 못하고, 주변에서는 지혜를 바라고, 마음은 여전히 젊은 어느 자락에 머물러 있는 것이 비극이 아닐까요.

그러나, 이 글을 읽으니 그럴 것 같아요. 늙음은 그 자체로 슬픕니다. 그게 아무리 자연의 일이라도.

blanca 2011-05-03 10:25   좋아요 0 | URL
저는 나이 드는 게 좋다,고 얘기하는 연예인들 얘기를 별로 신뢰할 수 없어요. 물론 저도 나이 들면서 성숙한 면도 있고 그 때의 그 좌충우돌과 넘치는 열정, 오만이 희석되어 좀 편안하기도 하지만 그게 과연 좋다,고 뭉뚱그려질 수 있는지 의문이 들어요. 맞아요. 저는 그래도 젊음이 좋아요. 죽음을 기다리고 나의 인생을 돌아보며 충만감을 느낄 정말 멋진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싶어서요. 죽는 건 항상 두렵잖아요. 결국 이별이니까요.

마녀고양이 2011-05-03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이 책 너무 좋아하잖아요.
10여년도 전에 이 책 사서, 다섯번은 읽은 것 같아요. 첫 페이지의 휫슬 스톱 카페 메뉴가 너무 좋아요.
이상하게 향수를 느끼죠, 이 책을 읽다보면. 나도 그렇게 사람과 지지고 볶고 살고 싶다는 환상도 가지게 되고.

영화도 좋아해요.
아마......... 그런 진정한 관계가 부러운가봐요.

blanca 2011-05-03 23:17   좋아요 0 | URL
다섯 번이나요? 이 두꺼운 책을요! 마고님 앞에 넙죽 엎드립니다.^^;; 아, 저도 그래요. 저도 그런 관계가 부러워요. 영화도 한 번 봤는데 너무 뇌리에 깊이 박혀 있어요. 니니 역을 맡았던 할머니는 아주 예전에 돌아가셨더라구요. 괜히 또 한 번 더 짠했어요.

반딧불이 2011-05-03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로 본 것 같은데 책도 있군요. 나이 든다는 거, 참 생각도 많아지고 할 말도 많은 그런 말이에요.

blanca 2011-05-03 23:17   좋아요 0 | URL
반딧불이님, 맞아요. 무언가를 점점 더 알아가는 건지 잃어버리는 건지 감도 못 잡겠구요. 저는 이따금씩 늙어 죽을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해진답니다.

2011-05-06 1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06 2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05-06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때 방송에서 이 영화를 종종 볼 수 있었죠.그 할머니 역 맡은 제시카 탠디는 1994년 타계했군요.

blanca 2011-05-06 22:01   좋아요 0 | URL
노자님, 저도 안 그래도 찾아 봤어요. 그 할머니 참 고왔죠.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라는 영화에도 나왔었어요.

노이에자이트 2011-05-07 15:06   좋아요 0 | URL
미스 데이지 역으로 역대 최고령 아카데미 주연상을 탔더군요.

비로그인 2011-05-19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음표 마침표가 또 이렇게 바뀌어 blanca님 얘기를 풀어주네요.
물음표 마침표.
이 간단한 부호가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르게 쓰인다는 것이 신기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같은 책은 아니더라도 민음사 모던 클래식 시리즈.. 방 구석에 몇 권 있는 것 같은데 좀 들춰봐야겠습니다.

blanca 2011-05-19 11:17   좋아요 0 | URL
저는 사실 이게 민음사 모던 클래식 시리즈인 줄도 모르고 손에 쥐었었어요. 길고 참 저릿한 소설이었답니다. 이런 시간과 공간을 길게 마구 늘인 것 같은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삶과 생, 인간이라는 것에 대해 잠시 멈추고 곱씹어 볼 수 있어 참 좋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