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구천 원짜리 티는 어이없게도 목 둘레에 오십 원짜리 동전만한 크기의 구멍을 달고 있었다. 입어보기도 전에 소스라치게 놀라 종이봉투에 다시 넣어 두었다. 

스페인의 중저가 브랜드인 그 옷의 환불 기한은 무려 한 달. 일이 주 내외인 여타 국내 브랜드에 비해 엄청 길다고 인상적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써먹을 데가 금방 생겨 버렸다. 똑같은 옷은 없고 마음에 드는 다른 옷들은 애초에 샀던 이 티의 가격의 두 배 정도였다. 삼 주 정도 지나 환불을 받아 버렸다.  

그리고 멕시코시티로 떠나 보낸 친구와 마지막으로 만나던 날 무심코 사탕 색깔 같은 나풀나풀한 옷들이 디피된 가게로 들어가 그 아이가 사무실용의 하얀 블라우스를 충동적으로 구입하는 것을 봤던 그 가게를 또 충동적으로 들어갔다.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지는 적당히 유치하고 적당히 인상적인 색감들의 착한 가격의 옷들 속에서 민트색 원피스를 집어 들었다. 이만구천 원을 환불 받았으니 만이천 원을 더 쓰고 그 원피스를 산들 크게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될 터였다,고 스스로 자위하며 그 원피스를 샀다. 그 가게는 아주 묘하다. 곳곳에 막 흥분하며 이 신발을 신어보고 저 옷을 입어 보던 친구의 흔적들이 떠돌아 다녔다. 마치 꽃을 포장하듯 곱게 접은 옷을 미농지에 싸서 커다란 비닐백에 넣어 주는 점원은 내 친구를 기억할까?  

 

중년의 미국 여인이 이탈리아의 토스카나에서 자신의 공간을 만들어 나가는 이야기를 읽고 있다. 시인답게 묘사 하나 하나가 정말 만져질 듯한 질감이다. 로르카의 <인상과 풍경>에 비길 만하다.  

그런데 위화감을 느낀다. 외국에 육백 평이 넘는 부지의 집을 사서 그것을 또 자신의 구미에 맞게 수리하고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은 아무나 가질 수 없기 때문에 그녀가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느끼는 것들은 자꾸 내 눈앞에 비늘을 만든다. 그러니까 나는 질투하며 책을 읽고 있다. 나의 인식의 한계는 사실 경험의 한계 안에 갇힐 테고 그것은 단연 나를 둘러싼 시공간의 제약을 받는다. 내가 보지 못한 것들, 모르는 것들이 내가 누릴 수 없는 것들과 겹칠 때 밀려오는 감정은 사실 유치하고 적나라한 것이다. 

동생에게 꼭 창덕궁에 같이 가자고 했다. 창덕궁에 가고 싶었던 것을 너무 늦게 기억해 냈다. 예전에 애 업고 버스 타고 갔는데 마침 휴관이었던 그 창덕궁에 장마가 오기 전에 가기로 다짐을 받아 두었다. 먼저 볼 수 있는 것들부터 차근차근 볼 참이다. 그 다음에는 꿈을 꾸어야지. 민트색 원피스를 입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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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1-06-10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트색 원피스 입고 창덕궁에요!! 블랑카님의 민트색으로 창덕궁이 다 환해질 거에요.
요즘 원피스가 자꾸 입고싶어져서 친구랑 조만간 원피스 사러 가기로 했어요.
내게 잘 어울릴 거 같다는 원피스를 봐둔 데가 있다고 해서요 ㅎㅎ

blanca 2011-06-12 20:30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한테 잘 어울리는 드레스가 궁금해집니다. 어떤 색깔일까요? 오늘 개시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평범해 보이는 디자인이라 잘못 보면 집에서 바로 나온 것처럼 보이네요--;;프레이야님, 이쁜 원피스 쇼핑 잘 하세요^^

2011-06-10 1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12 2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13 1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하(紫霞) 2011-06-10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가게 어디인가요?^^
민트색 원피스~아 너무 이쁠 거 같아요!

blanca 2011-06-12 20:33   좋아요 0 | URL
베리베리님! 명동의 커피빈 맞은 편에 있어요. 정말 색감이 너무 이뻐서 누구나 충동적으로 뛰어들어갈 수밖에 없는 옷가게라는 생각이 들어요. 정말 사탕 색깔들 같아요. 보고만 있어도 절로 기분이 상큼해진답니다.
 
백화점 - 그리고 사물.세계.사람
조경란 지음, 노준구 그림 / 톨 / 2011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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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들쳐 업고 제일 먼저 진출한 곳은 녹음이 무성한 공원도, 동물들이 께느른하게 관람객들을 응시하는 동물원도 아닌, 바로 백.화.점.이었다. 

일단 육아에 관련된 돌발상황에 대처하기에 더없이 편리한 곳이었다. 기저귀를 갈고, 젖을 먹이고, 졸려 하면 간이 침대에 재우기도 하고, 그리고 그런 행위들을 하는 엄마를 우호적으로 지켜봐 줄 곳으로는 동네 반경 사 킬로 내외에서 유일한 곳이었다. 내가 홀로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와 특히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는 환각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은 보너스였다.  

그런데 역시 댓가가 있었다. 그건 욕망이었다. 백화점 안 사물들은 살아 꿈틀대고 있었다. 그 사물들은 벌써 이야기를 만들고 있었다. 여름 수영복은 호사로운 여름 휴가를. 이쁜 아이의 핑크빛 원피스는 아이와 유원지를 거니는 모습을, 차르르 떨어지는 정장은 '내'가 좀 더 그럴듯하게 사람들에게 나서는 풍경을 만들어 내는 중이었다. 

백화점에 대한 얘기는 그러니 한 뼘의 시공간 안에 갇힌 '나'에 대한 얘기로 확장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백화점'에 대한 얘기이기도 하고 저자 '조경란'에 대한 얘기이기도 하다. 어떤 대상에 대한 얘기는 흔히 객관성을 가장한 주관적인 시선 비틀기일 가능성이 농후하고 나 자신에 대한 얘기는 지나치게 솔직한 척 하다 자기기만에 빠지기 쉽다. 그러니 그 경계에 선 저자의 시도는 산뜻하고 도발적이다. '나'에 대한 이야기를 '무언가'에 대한 이야기 속에 버무리는 솜씨도 탁월하다. 이 책은 작가의 말을 보면 작가 조경란이 내밀한 속내를 가장 많이 털어 놓은 마지막 작품일 될 것도 같다. 알랭 드 보통이 어떤 대상에 대한 예리한 통찰을 제공하는 대신 스스로를 너무나 많이 숨겼다면 이 책에 드러난 작가의 담백한 솔직함은 분명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무언가가 있다.   딸 셋의 장녀. 두 동생의 결혼식 날 모두 붉은 원피스를 입고 등장한 큰언니의 얘기. 등단한 작가가 특설매장에서 책을 팔던 얘기. 앵클 부츠의 닳아진 굽을 몇 번이나 갈아 신고 다니는 그녀의 모습. 

   
  불완전하며 부족한 나는 결코 사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러나 사물은 나에게 즐거움을 준다. 그 즐거움의 순간이 아무리 짧을지라도 그것은 확실하고 분명한 즐거움이다. 나는 구매했다. 여기에 필수적인 요건은 '나는 선택했다'라는 감정이다. 나는 선택했고 그것은 즐거움으로 남는다. 소비에 당위성은 없다. 소비의 이유도 소비의 기쁨도 저마다 다를 것이다. 그러나 한순간, 우리는 행복했다.  
   

 

소비에 당위성은 없다....그러니 그 어떤 소비도 약간의 죄책감은 남긴다. 저 가방이 없다고 저 옷을 안 입는다고 바깥에 나가 친구를 만나지 못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내가 저 가방을 들고 저 원피스를 입고 친구를 만나는 풍경은 아름답다. 나는 내가 선택한 새로움으로 나를 휘감고 한층 더 산뜻한 웃음을 흘릴 수 있다. 어쩌면 나의 그런 모습에 친구도 더 내 이야기를 경청하고 나를 조금 더 가치 있는 주변인으로 인식할 지도 모른다. 살 수도 포기할 수도 있는 지점에서 간당간당하게 서 있다 이윽고 매장으로 들어가 버리고 만다. 점원의 환대에 우쭐한다. 입어 보고 들어 보고 거울 앞에 선다. 점원이 시선을 잠시 돌리는 순간 가격표 꼬리를 확인하고 좌절한다.  

몇날 며칠을 고민한다. 그 고민 속에는 이미 그 물건을 기다리는 즐거운 마음도 딸려 들어가 있다. 이미 구면인 점원에게서 카드 영수증을 받아 드는 순간 반짝반짝 빛나는 충만감을 맛보지만. 두 번의 외출로 그 사물들이 주었던 환각들은 스러져 버리고 만다. 쇼핑의 도식을 알면 허무하다. 그런데 그 중간 중간 고개를 내미는 찰나의 기쁨은 무시할 만한 것이 못된다. 지리멸렬한 일상 속에 자본주의 사회에서 손쉽게 획득할 수 있는 '새로움'에 대한 환각은 소비로 권장된다.

이 책은 훈계하거나 모든 것을 머리로 판단하라고 조언하지 않는다. 그냥 백화점 층마다 권장하고 난무하는 욕망들을 있는 그대로 응시한다. 때로는 그 욕망의 주체가 저자가 되기도 한다. 오히려 우리의 욕망을 이해받고 때로 존중받는다는 느낌이다. 욕망의 반성, 조절, 통제는 없고 욕망에 대한 이해, 분석, 통찰 만을 제공한다고? 그것이 바로 이 책만의 장점이기도 하고 이 책을 읽지 않을 나머지 사람들의 이유가 되기도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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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06-08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으셨군요, 블랑카님!
책 참 좋았죠? 말씀하신 것 처럼 이 책은 백화점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조경란의 이야기이기도 해요. 그러나 또 백화점에 가서 소비를 하는 그 찰나의 순간을 기억하고 살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이기도 하죠. 이제는 조경란이 본인이 말하는 과거의 시절과는 달리 넉넉해진 것 같아서, 그걸 깨닫게 될때마다 저는 약간 멈칫 거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저도 이 책이 좋았어요. 저는 블랑카님처럼 별을 다섯개를 주지는 못했지만 말이죠.

blanca 2011-06-08 21:21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이 지금까지 읽은 에세이 중 가장 좋았다고 하셔서 바로 질렀죠^^ 그리고 정말 그 말씀이 맞았고요. 저는 조경란 단편 몇 편만 읽어 보고 단발머리에 좀 차가운 인상이라 선입견이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제가 생각했던 모습이랑 너무 달라 놀라기도 했어요. 굉장히 솔직하고 담백하더라구요.

양철나무꾼 2011-06-08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게 조경란은 뭐랄까...좀 탐욕스럽고 섹시하게 느껴져요.
전 백화점은 아니고, 아울렛이란 이름 붙은 상설 할인매장이요.
혼자 밥도 못 먹고, 영화도 못 봤었는데...꼭 쇼핑은 혼자 했었어요~^^

blanca 2011-06-08 21:23   좋아요 0 | URL
저도 조경란에 대한 비슷한 선입견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제가 생각했던 모습과 너무 달라서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더라구요. 경제적으로도 참 많이 힘들었고 참 다감하고 넉넉한 이모의 모습도 보이고. 쇼핑을 같이 하는 건 참 부담스러운 것 같아요. 혼자 내밀하게 해야 하는 작업 같아요^^

비로그인 2011-06-09 0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읽으셨군요. 전 이 책에서 저를 읽었어요.브이넥 원피스나 스키니 진에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그 아래엔 검은색 페디큐어를 칠하고, 흰색의 탠디 스트랩 샌들을 신고,아, 그런 다음에는 어찌할까. 저는 제 스스로가 욕망의 주체였으면 했어요. 제 스스로가 제가 사랑하는 이의 욕망의 대상이자 근원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그러기 위해서는 나를 더 잘 알아야 할 필요가 있었어요. 한번씩 거울을 아주 오랫동안 응시하고, 이 옷 저 옷을 대어보고, 그런 과정 없이는 나를 알기가 어려웠습니다.그래서 나이먹는 것도, 내가 변하는 것도 공포에 가까운 감정을 불러일으켜요. 그러나 그것은 내가 늙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사랑했던 내 모습에서 내가 멀어지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에요.그리고 백화점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공간입니다.


사족-저는 가격표도 안보고 아예 계산하면서 `어머 그런데 이거 얼마에요?'라고 묻든지, 아니면 아예 물건을 집어들자 마자 `이거 얼마죠?' 부터 먼저 묻곤 해요. 제가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충분히 짐작 가능한 곳만 들락거리기 때문입니다.


blanca 2011-06-08 21:25   좋아요 0 | URL
아, 쥬드님 좋은 리뷰도 아주 잘 읽었답니다. 쥬드님은 항상 시각적 이미지를 떠올리게 글을 쓰시는 재주가 있는 것 같아요. 저도 늙는 게 두려워요. 어려 보인다,는 공치사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지금이 늙어가는 거겠지만요. 저는 수시로 가격표를 몰래 몰래 끄집어 내어 확인한답니다.^^;;

비로그인 2011-06-08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인지 자꾸 우선 순위에서 멀어지고 마는 책.
하긴, 읽지 않은채 곳곳에 누워있는 다른 책들도 무기력하게 손길을 기다리고 있긴 하지만요.

그런데 새로운 책을, 이렇게 다른 분들의 인상을 접하고 읽는 건 또 다른 느낌을 전해 주더라고요. 좀 더 가깝게 느껴진다, 좀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하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낯을 살짝만 봤는데 좀 알게 되면 다시 이 페이퍼와 이 책에 관한 다른 분들의 얘기를 들어봐야겠습니다.

blanca 2011-06-08 21:26   좋아요 0 | URL
그런 시기가 있는 것 같아요. 그게 마지막으로 읽은 책이 영향을 끼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마지막 책이 어떤 실망감을 준 경우. 저는 한동안 책을 멀리 하게 되더라구요. 그러다 또 드문드문 좋은 책을 만나게 되면 다시 책에 빠지게 되고. 그리고 책 대신 세상을 열심히 관찰하고 계시잖아요. 그걸로도 충분할 것 같아요^^

2011-06-08 2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09 18: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1-06-08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지 않을 나머지 사람들의 이유, 그것이라면 전 읽지 말까 싶기도 하고
이거 무지하게 갈등이네요. 하지만 읽고싶은 쪽으로 확~ ㅎㅎ
여러 리뷰에서 평이 좋으네요.

blanca 2011-06-09 18:14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참 괜찮아요. 저는 그냥 큰 기대 없이 읽었는데 백화점의 역사와 조경란의 삶과 그리고 나의 삶을 함께 놓고 찬찬히 둘러보게 되더라구요. 추천합니다.^^
 

언젠가부터 현실이 너무 드라마틱해서 픽션을 더이상 읽지 않게 되었다,고 고백한 이가 누구인지 도저히 기억해 낼 수가 없다. 인간의 상상력의 한계는 이미 현실 안에 가두어져 있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아들을 뒤주에 가두어 죽게 하고 또 그 핏줄에 왕위를 물려 주고 영욕의 세월을 마감한 영조와 우리는 고작 삼백 년도 떨어져 있지 않다. 작품 전체에서 비누 냄새의 환영을 불러 일으켰던 <젊은 느티나무>의 강신재 작가가 <혜경궁 홍씨>를 집필한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다혈질이면서도 솔직하고 매력적인 사도세자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 내었다. 상당 부분 픽션이 가미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 책을 시작으로 영정조 시대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당시는 깜찍한 이재은이 혜경궁 홍씨의 아역을 연기해 내어 장안의 화제를 불러모은 시대사극 <하늘아, 하늘아>가 한창이었다. 뒤이어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도 더듬더듬 읽게 되었다. 남편을 잃고 친정 식구들마저 아들의 손에 의해 간접적으로 몰살당하다시피 하게 된 구중궁궐 속 여인의 하소연이 눈물겨웠다. 게다가 아들마저 앞세우게 되는 그녀의 삶을 머리로보다는 감정적으로 동정하게 되었다. 시간이 흐르고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남편의 죽음에 있어 혜경궁 홍씨와 그녀의 친정 일가가 행사한 영향력이 거의 주도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나서는 약간 다른 각도에서 그녀를 다시 받아들이게 된 것은 사실이다. 당파싸움의 희생양이 되었든 정말 심한 정신병력 때문에 도저히 통치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었든 사도세자의 최후는 아들 정조에게도 오늘날 남은 우리들에게도 심한 트라우마를 남긴다. 

   
 

 세손이 대리청정한 지 약3개월 후인 영조 52년 3월 초, 영조의 병환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었다. 수많은 시련을 이겨낸 영조도 세월만큼은 어쩔 수가 없었다. 세손이 영조 옆에 붙어서 감귤차와 계귤차를 올렸으나 효과가 없었다. 맥도가 가망이 없어졌으니 마지막으로 좁쌀 미음을 쓰자는 의관의 말에 세손이 미음을 떠서 올렸으나 영조는 이를 받아먹지 못했다. 종말이 다가오노 것이다.  
 도승지이자 약방 부제조인 서유린이 세손에게 청했다.
"궁성을 호위해야 합니다."
그러나 세손은 울면서 답하지 않았다. 서유린은 어탑 앞에 나아가 영조에게 유교를 쓸 것을 청했다.
"전교한다. 대보(옥쇄)를 왕세손에게 전하라."
드디어 기나긴 장정이 끝이 났다. 비극으로 점철된 한 시대가 가고 새로운 시대가 온 것이다.
-이덕일 <사도세자의 고백> 중

 
   

 

열한 살 때 아버지의 죽음을 무력하게 목도하며 울먹여야 했던 소년의 시대가 개막했다. 정조는 즉위하자마자 "과인은 사도세자의 아들이다."라고 선포한다. 그러나 이 선포는 아버지를 죽게 했던 반대 당파 세력들을 축출하고 자신의 권위를 내세우기 위하여 내뱉은 경고가 아니였다. 정조가 위대해지기 시작한 지점이다. 그는 죽는 그 순간까지도 노론을 껴안으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에겐 정치가 목적이 아니라 백성을 제대로 먹이고 입히고 살게 하는 통치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 군주였다. 

 

 

 

 

 

 

 

중추의 권력을 소유한 자가 귀를 여는 것은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일단 전체를 좌지우지 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나' 아닌 '너'는 감히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전제한다. 그것을 뛰어넘은 이들은 아주 드물고 그래서 역사에 기록된다. 정조가 적서 차별을 철폐하고 심지어 노비 해방의 꿈을 꾸고  당시의 글좀 읽었다는 고루한 선비들이 더없이 위험하다고 경기를 일으켰던 서학에까지 관용을 베풀고 귀를 열었던 것은 어쩌면 언어로 다 형용할 수 없는 참극 속에서 이룬 성장 때문일런지도 모른다. 베갯잇을 눈물로 적시며 그 비극을 뛰어넘을 수 있었던 그의 삶은 통치자로서 뿐만 아니라 하나의 인간으로서도 참으로 경탄스러운 것이다. 고난에 함몰되는 것은 쉬운 일이고 뛰어넘는 것은 결단과 양보가 필요한 일이다.  

 

정조가 설계하려 했던 미래와 미완의 꿈을 훔쳐 보고 싶다면 이 책이 제격이 아닐까 싶다. 아버지 사도세자를 제대로 추모하고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묘소를 옮기는 사업을 계획한 것이 화성 건설의 기초가 되었다. 이후 화성은 정조가 자신의 정치적 배후 도시로 선진농법을 도입하고 각종 상업 활동을 장려하고 군사도시로서의 체계를 갖추며 제2의 수도로까지 도약을 준비하게 된다. 정조는 상왕이 되어 화성에 내려와 자신이 노후를 보낼 계획을 가졌던 것으로 추정된다. 화성이 1997년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까지 그 성곽 안에 녹아있는 정조의 열망, 꿈, 희망, 백성들의 땀, 노고 들이 하나하나 떠오를 때마다 가슴이 저릿하다. 신도시를 건설하기까지 숙고를 거듭하고 당시 그곳에 거주하던 백성들에게 신속하고 정당한 보상이 돌아가도록 배려한 점, 이름이 없었던 노동자들에게 이름 하나 하나를 다시 호명하여 기록하고 그들의 땀에 걸맞는 대우를 해 주려 노력했던 모습 등은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조의 이루어지지 못한 꿈들은 포물선을 그리며 우리 앞에 떨어진다. 이 시대를 보고 정조는 과연 어떤 얘기를 할까. 

   
  그러나 백성이 마음에 걸리고 조정이 염려되어 밤마다 침상을 맴도느라 날마다 늙고 지쳐가니 그 괴로움을 어찌 말할 수 있겠는가?
-<정조어찰첩>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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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2011-06-08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지원, 정약용에 관련된 책들을 보다가, <정조>까지 갔답니다. 어쩌다 조선후기로 들어와버려서,^^ 도서목록에 있는 것들 좀 정리되면, 저도 한번 읽어보고 싶어요. 참, 저는 박시백의 만화로도 즐겨본다지요.

blanca 2011-06-08 21:28   좋아요 0 | URL
북극곰님, 안 그래도 박시백을 한번 시도해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중이었답니다. <순조실록>이 어떨까 싶어서요. 저는 채제공에 관련된 책을 찾고 있는데 없어서 좌절하는 중이랍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06-09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시백 씨가 사도세자의 죽음에 대한 이덕일 씨 해석을 비판했죠.

이덕일 씨의 사료해석의 오류 등은 여러 학자들에게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만 특히 정병설 씨가 본격적으로 조목조목 파고 들었죠.<사도세자의 고백>을 집중 비판하고 있습니다.역사비평 2011년 봄호에 논문으로 나와있는데 인터넷에도 대강은 볼 수 있으니 관심있으시면 '정병설'을 검색해보세요.

blanca 2011-06-09 18:11   좋아요 0 | URL
안 그래도 이덕일을 비판하는 학계 의견이 많더라고요. 사도세자 관련 부분은 좀 과도하게 옹호하고 있다는 인상은 받았습니다. 저는 사도세자에게 통제 불가능한 정신병이 분명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 부분도 그렇고요. <영원한 제국>의 이인화도 남인 계열 후손이라 그런 소설을 썼다고 비판하는 의견도 있더라구요. 이 부분은 제가 공부를 제대로 해보고 싶다고 내내 생각했던 대목이기도 합니다. 예, 읽어 보겠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06-09 23:16   좋아요 0 | URL
<영원한 제국> 부록으로 실린 이문열 글을 보면 남인 후손들의 시각을 알 수 있죠.또다른 부록인 도날드 베이커의 글도 재밌고요.

요즘은 강이천이나 이옥 등 정조의 탄압을 받은 인물에 대한 책도 나오고 하니까 기존의 정조찬양 흐름에 대한 반감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관심이 갑니다.
 
신사 숙녀 여러분, 가스실로 - 폴란드 창비세계문학 단편선
타데우쉬 보로프스키 외 지음, 정병권.최성은 엮고 옮김 / 창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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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의 마침표는 다른 책이다. <쿠오 바디스>는 1세기 로마의 네로 시대를 그리고 있지만 정작 작가 시엔키에비츠는 폴란드인이다. 말미의 작품 해설에는 시엔키에비츠의 <등대지기>라는 단편 소설 얘기가 나온다. 폴란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단편소설이며 국정 교과서에도 실려 있으며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도 영감을 줬다는 그 얘기를 찾아 헤매다 이 책을 만났다. 

짧은 얘기로 나의 전부를 설명할 수 없듯이 단편소설은 '제약'을 필연적으로 수반하며 미완으로 끝나는 한계를 가진다. 그런데 그 한계 안에서 처절한 성공을 거두게 되면 응축된 얘기에 삶의 정수를 '찡'하게 추출해 낼 수 있다. 굉장히 어렵고 드문 일이다. 어렵고 드문 일을 만났다. 정말 오랜만에 웬만해서 몰입하기 힘든 단편 하나하나에 푹푹 발이 빠졌다. 프로이센, 오스트리아, 러시아의 3국에 120여년 동안 분할점령되었던 역사, 제2차 세계대전의 시발점이었던 나치의 침공하에 아우슈비츠의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증언적 위치 등이 폴란드적 정서 전체를 대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특수한 역사적 체험은 이야기 곳곳에 점점이 들어와 박혀 '생'에 대한 조금 더 음울하고 관조적인 시선을 불러낸다. 깊고 오묘하고 슬픔에 찬 눈동자를 통과한 이야기이다. 

얼음처럼 서늘하고도 깊은 전율과 함께 앞으로 그가 절대 목격하지 못할 수많은 영상들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차갑고 거대한 초록빛 대양, 야자수와 섬으로 가득한 푸른 바다, 차갑기도 하고 뜨겁기도 한 대지, 항구와 마을에 있는 여인들, 그가 만날 수 있고, 사랑할 수 있고,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사람들, 사람들, 사람들. 그러나 그들은 지금 여기에 없고, 앞으로도 만날 수 없을 것이다.
-야로스와프 이바시키에비츠 <자작나무숲> 중  

폐결핵에 걸려 자작나무숲 형 곁으로 돌아오는 동생이 죽음 앞에서 자신이 놓칠 것들을 하나씩 셈하는 동안 잠시 망연했다. 그가 절대 목격하지 못할 것들을 나는 목격하고 있는지. 내일이라도 당장 볼 수 있는 건지. 초록빛 대양, 만날 수 있고, 사랑할 수 있고,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사람들, 사람들, 사람들.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 되려 삶을 황홀하게만 느끼게 되는 스타시 앞에서 잠시 부끄러워졌다. 조금 더 관능적이고, 조금 더 정열적으로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 싶게 만드는 얘기.  

"제 아이가 아닙니다. 선생님, 제 아이가 아니예요!"
여자는 신경질적으로 외치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뛰어간다. 그녀는 재빨리 몸을 숨기고 싶은 것이다. 트럭을 타지 않는 사람들에게로, 걸어서 수용소까지 가게 될 사람들 틈으로, 계속 살아남게 될 사람들의 무리 속으로 가고 싶은 것이다. 그녀는 젊고, 아름답고, 건강하다. 그녀는 살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아이는 악을 쓰면서 그녀의 뒤를 따라간다.
"엄마, 엄마, 가지 마!"
"내 아이가 아냐, 내아이가 아니라고, 아니라니까!......"
-타데우쉬 보로프스키 <신사 숙녀 여러분, 가스실로> 

표제작. 이 수용소 안에 눈물어린 자기 희생적 모정은 없다. 아이와 함께 가스실로 가는 대신 살고 싶은 한 여자가 있다. 그녀는 분홍빛의 통통한 뺨을 가진 천사 같은 아이를 뒤로 하고 태연하게 걸으려 애쓴다. 내 아이가 아니라고 절규하면서. 인간에 대한 지극히 냉소적이고 관조적인 시선. 하지만 생에 대한 절절한 끄달림. 시린 바람이 가슴을 파고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을 꿈꾸며 아이의 옷가지들을 세탁하고 기차 안에서 아이를 목욕시키던 프리모 레비의 어머니들은 여기에 없다. 프리모 레비의 절규는 오히려 여기에서 공명한다. 이것이 인간인가! 인간이기에 살고 싶고 살고 싶기에 생의 미덕들을 포기하게 되는 역설적 비극이 젊은 작가의 푸르스름한 눈빛 앞에서 흔들린다.

이 이야기들의 마침표는 <자작나무숲>의 작가 야로스와프 이바시키에비츠에게서 빌려온다. 모든 것은 그림처럼, 혹은 음악처럼 아름다웠다,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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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6-02 0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이 추천해주시니 꼭 읽어보고 싶은데 우울해질까봐 걱정이네요ㅠㅠ 젊고 아름다운 그녀에게 당신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blanca 2011-06-02 22:18   좋아요 0 | URL
후와님, 꼭 읽어 보세요. 정말 대단해요. 번역도 너무나 좋고.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 된 단편들을 만났답니다.

양철나무꾼 2011-06-04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이 너무 좋단말이죠~^^
전 장편이나 대하소설을 선호해서 단편은 잘 안 읽는데...님의 추천이니 한번 읽어보기로 하죠~^^

아, 자작나무~^^

blanca 2011-06-04 23:18   좋아요 0 | URL
저도 최근들어 단편에 대한 그 미진함, 또 아무래도 완성도가 떨어지면 정말 콩트 수준으로 전락해 버리는 그런 면에 거부감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 책은 정말. 왜 사람들이 추천했는지 알 것 같더라구요. 양철댁님도 참 좋아하실 거예요. 굉장히 차분하고 관조적인데 또 지루하지도 않고 아주 독특하답니다.

북극곰 2011-06-08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편은 나랑 아니구나...라고 생각해왔었는데, 왠지 이건 끌려요. 읽어볼게요.

blanca 2011-06-08 21:28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랬어요. 그런데 이 책은 참 괜찮더라구요. 리뷰 평점이 후한 이유들이 있었더라구요. 잘 읽히고 아름다워요. 추천드립니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참나물을 데쳤는데 기대했던 쌉싸래한 고소함 대신 씁쓸한 첫맛만 남고. 늦은 낮잠을 잘못 잔 아이는 옆에서 울며 아우성이고. 옆지기님은 '나. 가. 수' 볼륨을 이십 이상 올려 놓고 정작 보지는 않고 화장실 들어가 나올 생각은 않고. 탱탱하게 찔려고 했던 가지는 열어 보니 완전 물컹하니 진이 나오고 있고 베어 물 때마다 아예 "난 가지였던 거지. 지금 가지는 아니야."라듯이 그대로 바스라져 차마 먹을 수 없고. 

두 시간의 사투는 고작 병어 조림 하나에 자기 먹을 건 없다고 징징대는 아이와 배탈 나서 밥 먹기 힘들다는 옆지기. 참으로 진뜩진뜩한 일요일밤. 우리는 교보로 갔다. 

행선지를 말하지 않고 교보에 와버리는 센스. 나는 언제나 서점에 나를 데리고 오는 사람앞에서 무장해제된다. 이순신장군 앞 밤에 색색깔로 피어 오르는 바닥분수. 아이들은 그 밤에 옷을 적시며 물놀이를 한다. 아. 름. 답. 다. 

1년은 금방 가겠지? 
아니. 행복한 1년은 금방 가지만 내가 예전에 괴롭게 경험했던 1년은 진짜 하루가 천년 같더라. 

항상 이게 지나고 나면 더 좋은 다음이 올 거라고 생각하지만 인생은 또 이게 지나가야 하는 '다음'으로 목을 내밀고 기다리게 한다.  

 

너무 재미있는 것도 아닌데 책장 넘어가는 속도가 축지법 같다. 정말 독특한 문체들. 과하지 않은 그러면서도 눈에 보일 것 같은, 귀에 들리는 것 같은, 손으로 닿을 듯한 묘사들. 그래서 되도록 천천히 읽는다. '초콜릿처럼 검고 잘 다져진 땅'이라는 문구에 줄을 긋고 그런 땅을 상상해 본다. 엉뚱하다. 갑자기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을 읽지 않은 걸 기억해 내고 읽어야겠다고 다짐한다. 

분수를 바라보는 나에게 한 아주머니가 물었다. 어젯밤. 

"이거 매일 이렇게 틀어줘요?" 

"잘 모르겠는데요. 저도 오늘밤 처음 봐서..." 

"오늘 다들 처음 왔구나. 나처럼." 

아주머니는 괜히 막 웃는다. 어렸을 때는 낯선 사람이 쳐다 보는 것도 좋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이렇게 낯선 사람들과 한 마디, 두 마디씩 나누고 기분좋게 뒤돌아 서는 게 좋다. 끈끈한 게 나쁘지 만은 않다. 쿨한 게 항상 미덕이 아닌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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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1-05-30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이웃님들 글에서 유난히 '무장해제'라는 말을 많이 읽었어요.
나는 평소에 무엇으로 무장하고 살고 있나, 생각하다가 금방 생각이 안나서
너무 무방비상태로 사는거 아닌가도 싶었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니
참 어이없게도, 온통 '나는 옳다'로 무장하고 있네요.
이렇게 바보같을 수가 없네요.

blanca 2011-05-30 22:35   좋아요 0 | URL
무장해제. 그런데 메리포핀스님, 저는 너무 자주 무장해제를 해서 문제랍니다.^^;; '나'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서일까요? 그런데 또 들여다 보면 저도 항상 '나는 옳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기도 해요.

마녀고양이 2011-05-30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부러운걸........
물어보지도 않고 교보로 와버리는 센스있는 남자와 사는 누가. ^^
난 같이 가자고 물어보지도 않고 혼자 가는데염. 크크.

나이들수록 약간은 끈끈한게 나쁘지 않아요, 그죠? 오늘 과하게 공감하고 가염~

blanca 2011-05-30 22:36   좋아요 0 | URL
ㅋㅋ 어제 안그래도 너무 덥고 이래저래 짜증 나 있었는데 그냥 책냄새 맡으니 다 사그라들더라구요. 맞아요. 한동안 쿨한 게 최고인 줄 알고 살았는데 이제는 좀 적당히 엉겨 붙는 맛이 좋아져요. 진짜 '아줌마'처럼 되가나 봐요^^;;

세실 2011-05-30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참나물의 독특한 향이 아직은 싫어요. 희한하죠?
광화문에 분수도 있군요. 밤에 가면 시원해서 좋겠어요.
맞아 짜증날때 서점가면 좋을꺼 같아요. 왜 그생각 못했지? ㅋ

blanca 2011-05-30 22:38   좋아요 0 | URL
세실님, 저도 예전에는 그 쓴 뒷맛이 참 싫었는데 요새는 중독 증상이 오더라구요. 그런데 어제 참나물은 참 너무하더라구요. 완전 쓴...한동안 들여다 보지 않게 될 것 같아요. 먹을 수 없게 되어 버려 다 버리니 어찌나 기분이 우울하던지요. 맞아요. 세실님은 특히나 더 잘 어울리십니다. 서점에 고운 사서분이 가시면 근사한 그림이 나올 것 같은데요^^

카스피 2011-05-30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날씨가 후덥지근하니,이젠 정말 분수를 찾을 시기가 온것 같네요^^

blanca 2011-05-30 22:39   좋아요 0 | URL
카스피님, 정말 오늘도 역시나 어찌나 더운지. 선풍기를 껴안았네요. 오월 말에 선풍기를 벌써 꺼내 보기는 또 처음인 것 같아요. 커피도 이젠 다 아이스만 먹게 되네요.

비로그인 2011-05-31 0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네 구멍가게 처럼 골목 모퉁이마다 작은 서점이 있었죠. 크시옹스카, 하고 살짝 부를 때면, 입 속에 민트가 있는 기분. 겨울 숲 속에서 봄바람을 꿈꾸는 민족.전 무조건 사랑해요.

blanca 2011-06-01 21:44   좋아요 0 | URL
골목 모퉁이마다 서점이 있는 나라. 크시옹스카가 무슨 뜻일까요? 독일인가요? 전 무조건 사랑해요,라는말이 참 달콤하게 들리네요. 곳곳에 서점이 있고 사람들이 책을 읽고 있는 풍경이 있는 곳이 그리워져요.

like 2011-05-31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종문화회관의 야외커피테이블에서 분수 내려봐도 좋더라구요.^^

blanca 2011-06-01 21:45   좋아요 0 | URL
아! 안 그래도 딱 그 전망이 되는 곳을 봤어요. 아마 제가 본 곳이 like님 가셨던 곳일 것 같아요. 당장 실천해 보고 싶어지네요....

like 2011-06-03 22:54   좋아요 0 | URL
오늘 교보앞을 지나쳤는데, 작년에 없던 이상한 tv가 전망을 막고 있더라구요. 서울시의 예술적감각은 정말,,,

cyrus 2011-05-31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군대 있을 때에는 1년이라는 시간이 금방 가지 않은데,, 여기서는 시간이 금방 가는거 같아요,
무더운 날씨의 여름이 다가오고 있고 2학년 1학기도 이제 끝나가네요 -_-;;
옆지기님과 함께 교보에 들리는 모습, 글에너사마 화목한 두 분의 모습이 보이네요 ^^

blanca 2011-06-01 21:47   좋아요 0 | URL
cyrus님 예전 회사 남자 동기들이 힘들면 무조건 군대에 있는 걸로 치자,고 서로들 얘기하면서 격려하는 모습에 제가 군대를 다녀 온 듯한 기분이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 정도로 힘들었단 얘기였겠지요. 아, 벌써 그렇게 되네요. 아, 2학년으로 복학하신 거군요. 그럼 아직도 유예기간이 좀 있으니 이번 여름방학 때는 아름다운 곳으로 여행도 가시고 좋은 추억도 만드시기를... 그 젊음이 시간들이 가능성들이 참 부럽게 느껴집니다.

꿈꾸는섬 2011-05-31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나물을 데쳤다는 글에 얼른 들어왔어요.ㅎㅎ
전 참나물은 그냥 무쳐 먹는게 더 맛있더라구요.^^ 특히 고기 먹을때 먹으면 정말 좋던걸요.ㅎㅎ
근데 블랑카님 멋진 남자랑 살고 있었군요. 부러워요.^^ 근데 애는 감기 안 걸렸어요?

blanca 2011-06-01 21:47   좋아요 0 | URL
꿈꾸는섬님, 그냥 무쳐 먹을 수도 있어요? 오, 그런 거군요. 흑, 벌써 공주님은 수족구가 왕림하사 며칠 집에서 저랑 칩거했답니다.

하늘바람 2011-06-01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나물
음 저도 뭔가 오늘 나물 거리를 데쳐야겠어요
너무 반찬이 없어서리

blanca 2011-06-01 21:48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 저도 이 세상 최대 고민이 무엇을 해 먹을까 랍니다. ㅋㅋㅋ 반찬은 항상 없어요--;;

하늘바람 2011-06-01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언제나 서점에 나를 데리고 오는 사람앞에서 무장해제된다
그런데 그분이 옆지기라는 거지요?
흥 샘나서 흑흑

blanca 2011-06-01 21:48   좋아요 0 | URL
ㅋㅋ 어쩌다예요.

비로그인 2011-06-05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

저도 오늘 또 다음을 외치게 될 것 같습니다. 일요일 일곱시. 그 시간을 보낸 다음에 말이지욥 ^^
blanca님 여름이 더 다가오기전에 즐거운 하루 되세용 ~

blanca 2011-06-07 21:23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오랜만이에요. 요즘 초여름 날씨가 끈끈하지 않은 청량감이 있어 참 좋네요. 어디 훌쩍 여행이라도 떠나고 싶게 만드는 것 같아요. 그리고 항상 '다음'을 기대하기 때문에 삶도 지속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