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죽지 않는 세상 (무선)
이브 헤롤드 지음, 강병철 옮김 / 꿈꿀자유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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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을 로그아웃하시겠습니까>

( 우리가 미래하면 일반적으로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문제점들에 대해 쉽게 풀어 낸 책. 아이들과 같이 읽고 이야기하기 좋은 책, 중고딩 아이들 독후감목록에 들어 있는 책 ~ 서평이라기보단 책을 읽고 뒷내용을 맘대로 상상해서 써 본글 ㅎㅎ)

“요즘은 죽는 게 더 힘들어.”
“맞아, 죽는데 돈도 더 든다니까.”
보기 좋게 붉그스름하게 혈색이 도는 건장한 신체에 곧은 허리를 가진 두 남자가 허름한 병원 대기실에서 투덜거렸다. 213번 대기표를 손에 든 남자가 우습다는 듯이 한 마디 했다.
“여긴 대기표를 종이로 주네. 300년쯤 전에나 받았던 것 같은데. 완전 아날로그잖아.”
다른 남자는 한참을 대기표를 보더니,
“아날로그가 그리워 질 줄 이야, 이걸 일레인이 봤다면 좋아했을텐데.”
흰머리라곤 찾아볼수 없는, 2.0의 시력을 유지하는 두 남자의 나이는 사실 500살이 넘었다.
한 남자의 이름은 빅터, 그녀의 첫 번째 부인 일레인은 죽음을 택했다. 자식 셋 중에 둘, 그리고 손자 하나를 떠나보냈다. 여전히 심장은 힘차게 뛰고, 두 다리는 활기차다. 그렇지만 빅터는 이제 지쳤다. 외로웠다. 진정한 인간관계를 열망했지만, 너무 긴 삶에서 그런 일들은 무의미해져버렸다. 쓸쓸했고, 영생을 원하지만 돈이 없어 죽어간 주변인들을 보며 죄책감을 느꼈다.
이젠 한계가 온 것 같았다.
곧 법이 개정되어 인간수명의 한계를 무한에서 700살로 규정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부유층들은 곧 새로운 편법을 찾아낼 것이다. 이미 마인드업로딩을 준비하는 이들도 있다.
그렇지만 빅터와 그의 친구는 이미 지쳤다. 로봇들과 사는 삶, 끝날 것 같지 않는 인생은 그 무엇도 행복하지 못하게 했다. 그렇지만 그들의 신체를 장악한 기계장치들을 끄는 것은 불법이었다. 그러다가 이 곳을 알게 되었다. 꽤나 인기가 있는 이 곳은 불법적으로 성행하는 병원이었다. 이 병원들의 이름은 모두 똑같았다.
‘당신을 로그아웃하시겠습니까.’

50대에 접어들고 있는 나는 노안과 안구건조증으로 불편함을 겪고 있다. 예전같지 않은 위장으로 소화장애와 그리고 디스크로 고생하고 있다. 만약 이런 내게 시력회복 마이크로칩을 권한다면? 이건 치료일까 인간강화일까
어린 시절 소머즈나 육백만불의 사나이를 보면서 저런 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그때는 어렸고 큰 질병 등에 시달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내게 노화가 시작되면서 이런 소소한 불편들이 사라진다면 삶의 질이 얼마나 높아질지 알기에 아마 흔들리지 않을까
치매 또한 마찬가지다. 아픈 것 보다 사랑하는 이들과 익숙함을 잊는다는 건 죽음보다 무서운 고통이다. 그렇기에 기억력 강화이식장치나 치매 치료를 위한 연구, 나노로봇을 이용한 암 치료등에는 큰 반대가 없을 것이다. 선택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니.
문제는 이렇게 늘어난 삶이 모두에게 공평하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인간강화도 생명연장도 자가복제 나노로봇도 소수에게 돌아가는 혜택일 것이다.
로널드 베일리는 그러한 미래가 ‘완벽하고 공정한 운동장’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한다. 부모를 선택할 수 없는 아이들에게 유전과 주변환경이야 말로 도박이자 복권이며 불공평함의 시작이란 주장이다. 이에 대해 마체스는 ‘부정행위’라고 말한다. 진정성없는 부정행위이자 편법이라는 것이다.

미래의 아이들은, 지방인슐린 수용체 유전자의 발현을 차단해서 살이 찌는 것을 막을 것이다. 또한 우울증이나 비관적 성격에 대해선 기분을 밝게 하고 성격을 개선하고 지능을 높이며, 길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맞춤형 아이도 나올 것이다. 메뉴판 앞에 선 것처럼, 키는 얼마에 눈 색깔은 어떠하며 아이큐는 어떻고 등등 내가 원하는 대로 재단된 아이를 키우는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미래에는 아이의 체형과 아이큐와 외모의 정도가 그저 성향과 다름이 아니라, 신분 즉 경제적 차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줄 것이다.
지금도 비만도와 치아의 교정여부나 자세에서 사람들은 겉모습뿐만 아니라 경제성과 학벌 및 사회에서의 위치까지 많은 정보를 얻고 있다.
결국 공정한 운동장이 아니라 더욱 불공평해진 운동장에서, 노력에도 따라갈 수 없는 차이가 생길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미래는 이런 식으로 흘러갈 것이다.
해킹의 두려움과 사생활 침해에 대해 불안해하면서도, 그런 거대한 데이터가 형성되면 누구의 소유인가에 대해 다투면서도,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기억력강화이식 장치를 반길 것이다. 암에 대한 고통과 삶에 대한 집착으로 대다수는, 인류의 자원이 고갈될때까지 계속 자가복제를 할지도 모르는 나노로봇을 통해 질병을 치료할 것이다.
마치 기계부품처럼 장기들을 조이고 기름칠을 하고 바꾸며 좀 더 활기찬 노년을 보낼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도 죽지 않는다면, 새로운 생명을 맞이할 수도 없을 것이다. 우주에 나가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지 않은 이상, 누군가 태어나려면 누군가는 떠나야 한다.
그러니 앞으로 다가 올 미래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늘어난 연령에 대한 제한, 강화인간의 범위에 대한 한계와 강화하지 않은 인간에 대한 차별금지와 보호, 치료받는 데 대한 국가보조도 필요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 또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150살까지밖에 못 산다고요?”
“걱정 말아요, 곧 수명을 팔고 사는 암시장이 생긴다니까, 곧 50년 100년 더 살게 될 테니까.”
부자들은 곧 수명을 살 수 있는 암시장을 통해 더 오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아이를 낳으려면 가족 중 누군가는 죽어야 한다는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누굴 선택하실지 정하신 후 다시 예약을 잡으시지요.”
출산을 위해서 우린 누가 죽을지 제비뽑기라도 해야 한다.

“150년에서 이제 50년이 남았어, 난 마음대로 한 번 살아볼래.”
“그래, 나는 이제 1년도 안 남았어. 무슨 짓을 하든 어차피 남은 수명이래 봐야 1년 남짓, 은행을 털어볼까? 아님 업로드 된 사람들의 기억 데이터를 몽땅 해킹해 버릴까?”
언제 죽는지 안다는 것은 재앙이다. 결국 도덕적 판단이 흐려진 일군의 사람들이 밖으로 나왔다. 죽음 앞에서 그들은 두려움도 염치도 없었다.
극단적인 경우만 있을까.
건강한 신체와 녹슬지 않은 지능으로 삶을 정리하며 1년을 보내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자신의 한계수명을 생각하며 보람되게 보내려 봉사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기꺼이 과학을 위해 자신을 내어주는 이들도 있겠지. 혹은 예측불허의 삶 속에 진리가 있다고 믿는 이들은, 영생이며 150살이란 기대수명대신 자연의 수명을 따르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내 몸의 70%는 기계로 되어 있어. 나는 인간인걸까?”

“난 어제부로 뇌 말고는 내 것이 없어. 모두 교체된 거지. 그래도 내가 인간인걸까, 나인 걸까? 나의 뇌마저도 어릴 적 강화되어 높은 아이큐를 가지게 되어, 과학자란 직업을 얻었지. 과학자란 직업도 나의 성취도 오롯이 내 것일까? 누구의 말처럼 나는 부정행위를 저지른 부모가 낳은 아이일까? 곧 있으면 기억력이 쇠퇴해 질 거야. 일반인들보단 오래 버텼지. 그렇지만 곧 나의 뇌에도 손을 대야 해. 그럼 그게 정말 나일까?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교실에 앉은 학생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젊은 모습의 교수가 질문을 던졌지만 아무도 답하지 못했다.
그 아이들 또한 부모에 의해 강화되고, 로봇 등으로 몇 몇의 기능이 교체 된 아이들이었다.
그 아이들은 외모도 성적도 훌륭했다. 좌절이란 감정과 우울이란 감정도 통제되었다. 밝고 환하게 웃는 아이들, 포기하지 않고 긍정적인 아이들에게 교수의 물음은 생경했다.
그들은 인간일까, 그들의 생각은 온전히 그들의 것일까.


어릴 적 ‘은하철도 999’에서 기계인간을 보면서 어렴풋이 영생을 누리는 삶이 어쩌면 지옥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통도 없지만 더 이상 기쁨도 없는, 진정한 친구들이 떠나고 홀로 남는 영생, 무한의 시간이기에 급할 것도 두근거릴 것도 없는 삶 속에서 결국 스스로 로그아웃되길 원하지 않을까. 수많은 시행착오와 전쟁과 끔찍한 재해 속에서도 인류는 언제나 제자리로 돌아오려 노력했고, 또한 되풀이하지 않으려 연대했다. 미래의 우리들 또한 그렇게 연대하고 노력하며 어쩌면 좀 더 나은 대안을 찾을 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신의 영역에 침범했다고 한다. 너무 큰 권능이 인간에게 찾아 온 것이다. 삶에서부터 죽음까지 예전엔 그저 신의 영역이었으나, 인간의 통제와 간섭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런 커다란 힘엔 그에 따른 책임의 양도 비례한다. 더 뛰어나고 엄청난 능력을 가지게 된 인류는 더욱 큰 책임과 의무를 져야 한다.
인간에겐 인간만이 가진 본연의 가치가 있다. 강화하고 대체해도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정체성, 그것은 사랑과 연대 그리고 호기심이라고 생각한다.
미리 겁먹지 말자, 인류의 역사에서 왜 라는 물음 앞에 호기심은 언제나 답을 주었다. 결국 우리는 시행착오를 사랑과 연대로 이겨내며,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을 것이다. 발전하는 기술 앞에 인간이란 무엇인지 정체성을 찾으려 노력하며, 인간이 가져할 고갱이를 기억한다면 미래에 대해 조금은 긍정적이어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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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6-20 16:02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아니 빨리 SF소설 집필 들어가셔야겠는데요?!! (조금전에 졸렸는데 잠이 깼어요!😳)저도 미래에 관해 두려움이 많지만 일단 심부름 잔뜩 안겨줄 수 있는 AI는 한대 들여놓고 싶어용ㅋㅋㅋㅋ

mini74 2021-06-20 16:10   좋아요 6 | URL
무슨 그런 과찬의 말씀을 ㅠㅠ저는 때 밀어주는 AI로봇 ㅎㅎ 필히 방수가 되야겠지요 *^^*

미미 2021-06-20 16:04   좋아요 6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시킬일들 생각하다보면 끝도없는 듯!

scott 2021-06-20 16:1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 아무도 죽지 않는다면, 새로운 생명을 맞이할 수도 없을 것이다. 우주에 나가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지 않은 이상, 누군가 태어나려면 누군가는 떠나야 한다.]
이 문장 넘 좋습니다 밑줄 두번씩 쫘악! ५✍⋆*
오래 살기 보다 세상 떠나기전에 별탈 없이 건강하게 수면중에 하늘 나라로~가
저희 조부모님들의 소원 이셨던 거처럼
이런 저런 생체 기기로 노화된 육체에 생명력을 줘서 몇세기 사는것도 지루 할것 같습니다 ㅎㅎㅎ
새로운 세대를 위해 이런 불멸의 생명력은 ㅎㅎㅎ

로봇 강쥐를 키워 봤지만 로봇은 입력한 프로그램 수행 능력 넘어는 저얼대 움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인간인 제가 로봇인데도 강쥐처럼 예뻐 죽음 ʚ(>ᴥ<)ɞ

mini74 2021-06-20 19:48   좋아요 5 | URL
자는 길에 가는게 최고복이라고 저희 할머니도 그런 말씀 하셨는데 고생 많이 하시고 가셔서ㅠㅠ 저도 귀여운 로봇에겐 집착 할거같아요 *^^*

서니데이 2021-06-20 16:2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무한하게 사는 세상에 살 수 없으니까 이런 상상력도 생기는 것 같아요.
평균수명이 이전 세대보다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오래 살지는 못하잖아요.
어두운 미래에 대한 전망은 그대로 실현되는 것들이 많지 않대요.
또한 우리의 생각도 계속 달라질 것 같고요.
그래도 윤리적인 면과 우리가 살아야 할 세상에 대한 성찰은 필요할 거예요.
잘 읽었습니다. mini74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mini74 2021-06-20 19:47   좋아요 5 | URL
맞아요 성철. 좀 두렵지만 잘 되겠지요 ? 서니데이님도 좋은 주말 보내세요 ~~

새파랑 2021-06-20 17:1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큰 연관은 없지만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마>가 떠오르네요 ^^ 언젠가 끝은 있지만, 그 과정은 다양하다는 게 인생을 아름답게 하는거 같은데...이 책의 세상은 전 좀 싫군요 ㅜㅜ

mini74 2021-06-20 19:47   좋아요 4 | URL
미래에 대한 책들과 관련해서는 이시구로 의 나를 보내지마나 클라라를 연상 안할 수가 없을것 같아요. 멋진 신세계도 그렇고. 그러고보면 상상하는 건 작가 몫, 만들어가는 건 이과생들 ㅎㅎㅎ

페넬로페 2021-06-20 20: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생명에 대한 로그아웃이 아닌 일상의 일들을 로그아웃하고 싶어요.
저는 -멋진 신세계‘가 곧 도래할것 같다는 생각도 해봐요
거기서도 분명 부의 분배로 인해 엄청난 차별이 존재할듯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