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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문명 1~2 - 전2권 ㅣ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5월
평점 :
베르나르 베르베르식의 라퐁텐우화~
주인공은 고양이 바스테트, 이집트의 고양이얼굴을 한 여신의 이름이다.
이집트는 고양이를 숭배했다. 적군들이 고양이를 높이 들고 쳐들어오자 차마 창과 화살을 날리지 못한 나라이다. 그 후 391년 테오도시우스1세에 의해 고양이소유금지령이 내려지면서, 고양이대학살의 역사가 시작된다. 고양이들을 산 채로 화형시키고, 자루에 담아 물에 빠뜨리는 등엔 고양이를 마녀 혹은 악마의 현신으로 보았다. 교황 인노첸시오8세는 1484년엔 아예 고양이를 악마라 선언하게 된다. 메리 1세에게 고양이는 프로테스탄이자 이단이었고, 아이러니하게도 엘리자베스1세에겐 고양이가 가톨릭을 상징하는 이단이었다. 고양이는 먹혔고 가죽은 담요나 코트가 되었다. 그리고 폐스트가 만연했다.
이런 고양이의 역사와 함께, 제3의 눈을 가진 피타고라스고양이와 영리한 3살 암코양이 바스테트, 그리고 집사 나탈리 등이 멸망해가는 문명앞에 악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그런데 정말 악이 맞을까? 제3의 눈을 가진 스스로를 티무르라 지칭하는 쥐와 쥐떼들에게 인간의 잣대로 그들이 악이며, 인간의 생존이 선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인간들은 이 세상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존재가 아니오, 세상은 그들 이전에도 존재했고, 그들 이후에도 여전히 존재할 것이니까.>
<나는 바스테트예요. 난 지금 전 지구적인 혁명을, 묘류 혁명을 준비하고 있어요. 인간인 당신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새로운 위치를 깨달아야 해요. 우리의 하위 종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해요. 이미 오래전 공룡의 시대가 끝났듯이 인간의 시대도 저물었어요. 이제 세상은 우리한테 맡기고 당신들은 편히 쉬면 돼요.>
묘류혁명의 시대, 묘류 문명의 시작일까 아님 서류혁명, 서류 문명의 시작일까?
책의 마지막 묘사는 흡사 영화 <혹성탈출>을 떠올리게 한다.
이 책에선 라퐁텐과 그의 우화가 언급된다. 이 책은 베르나르의 우화이야기가 아닐까. 인간의 오만과 독선, 인간외의 생명을 잔인하게 취급하는데 대한 경고가 담긴 우화.
정신차리라고, 당신들이 망쳐놓은 것들을 보라고 바스테트 여왕께서 우아하게 야옹 야옹 연설을 하고 있다.
내가 인간을 좀 알지. 저런다고 너무 격의 없이대해 주면 안 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편이 나아. 자칫하다간 역할을 바꿔 주인 노릇을 하겠다고 덤빌지도모르니까! 인간을 집에 데리고 살다가 너무 친해져서주인이라고 부르는 고양이가 어디 한둘이어야지. 나는절대 그렇게는 못 해. 인간이 우리를 받들어 모셔야지, 그 반대는 말이 안 돼. 암, 그렇고말고. 나는 집사들을 감독하고 공사 진척 상황을 살피러 나선다.
「앞으로는 내 지위에 걸맞은 대접을 해주길 바라요. 당신이 가끔 내가 누군지 깜빡깜빡하는 것 같아서 하는말이에요.」폐하라는 호칭을 반드시 붙이라고 요구하기에는 조금 이르다고 판단해 나는 돌려 말한다. 「나는 바스테트예요. 난 지금 전 지구적인 혁명을, 묘류 혁명을 준비하고 있어요. 인간인 당신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새로운 위치를 깨달아야 해요. 우리의 하위 종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해요. 이미 오래전 공룡의 시대가 끝났듯이 인간의 시대도 저물었어요. 이제세상은 우리한테 맡기고 당신들은 편히 쉬면 돼요.」저 옹졸한 뇌로 과연 이 명백한 진리를 이해할 수 있을까? 나는 선언하듯 덧붙인다. 「아무 걱정하지 말고 나한테 맡겨요. 날 믿어요. 모든게 잘될 거예요. 내가 다 책임질게요.」 (0)유머와 예술과 사랑을 깨달은 내가 당신들을 묘류의세상으로 인도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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