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말은 그 사람의 글을 얼마나 반영할까.

늘상 고민거리이다.

핸드폰이란 것이 나오고, SNS가 발달하면서,

참 많은 것들을 문자 메시지나 카톡의 형태로 대신하면서,

말로 할때는 적어도 음성으로라도 분위기를 전달할 수 있는데,

문자 메시지나 카톡으로는 그럴 수 없어서 오해를 몰고 오는 것을 보면 말이다.

직접 얼굴을 보고 나누는 대화는 그나마 낫다.

애기를 할때 상대방의 반응이나 표정 따위로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피드백을 보면서 적당히 반응할 수 있어서 한결 낫다.

 

암튼 난 문자 메시지나 카톡 따위로 상대방에게 내 의사를 잘 전달하지 못한다.

그건 알라딘 서재 이곳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이웃 서재라고는 해도 넷 상에서의 친분에만 의존하는 것인데, 짬뽕공처럼 이리저리 넘나든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 말이다.

상대방이나 주변에서 봤을때는 별로 친한 것 같지도 않은데, 툴툴대는 경우가 있다.

이건 상대방이 맘에 안 들어서 툴툴거리는게 결코 아니다.

버림 받거나 거절 당할까봐 두려워서 비롯된 일종의 방어기제이고 위장전술인데,

'친하게 지내고 싶다, 놀아달라'를 반어법으로 얘기할 따름이다.

아마도 알게 모르게 나의 그런 댓글에 뜨악했었던 분들이 계실 것이다.

이 자리를 빌어 사과 드린다.

 

 

서론이 길었다.

매주 토요일 아침 라디오에서 하는 '노중훈의 여행의 맛'을 들으면,

'박찬일의 맛'이라는 꼭지가 있는데 둘이 대화를 나누는 것을 듣고 있노라면 케미가 끝내준다.

장소팔과 고춘자의 만담을 듣고 있는것 같다.

뭐랄까, "나 너랑 안 놀거야~(,.)'와 '한번만 봐주라, 벌러덩'이 왔다리 갔다리 하는 사이, ㅋ~.

하지만, 방송이라서 그런 건지, 둘 사이에 서로에 대한 배려랄까, 예의와 격식 따위는 또 제대로다.

그게 박찬일의 매력이다.

 

사람이 하는 말이 그 사람의 글을 얼마나 반영하는지 모르겠지만,

박찬일이 쓴 글을 보고 있으면 하는 얘기가 듣고 싶고,

얘기하는 걸 듣고 있으면 그의 책을 찾아 읽고 싶어진다.

 

책을 소개하느라 장황했는데, 이제 곁에 두고 아껴 읽을 일만 남았다.

그의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지만,

이 정도의 글솜씨라면 음식도 맛깔 날 것이 틀림없다.

아니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

(이런 말 조심해야 하는데, ㅋ~.

 하긴 그렇게 호언장담하고 안 지키는 사람 하나 봤다~ㅠ.ㅠ)

 

나를 이렇게 장황하게 떠들게 만든 'PROLOGUE'의 한구절을 옮겨보자면 이렇다.

 

노인이 국숫발을 삼키는 장면이 그 어떤 슬픈 소설보다 더 선명하게 슬펐다. 그것을 잊을 수 없어 이 책 안에 녹아 있다. 나의 분별없는 시니컬함은 실은 슬픔이라는 질료로 이루어져 있다. 울수 없어서 나는 냉소했는지 모른다. 그것을 용서해주시기 바란다.

  어쩌다 제목에 미식가가 들어가지만, 내 미각은 실은 미식의 반대편에 있다. 거찰게 먹어왔고, 싼 것을 씹었다. 영양과 가치보다 주머니가 내 입맛을 결정했다. 함께 나누는 이들의 입맛이 그랬다. 소 등심 대신 각 떨어진 돼지고기를 구웠고, 조미료 듬뿍 든 찌개에 밥을 말아 안주했으며, 노천의 국수집에서 목숨처럼 길고 긴 국숫발을 넘겼다. 그것이 내 몸을 이룬 음식이니, 미식이란 가당찮다. 그럼에도 미식이라고 할 한 줄기 변명이 없는 것도 아닌데, 그것은 순전히 음식의 건실한 효용을 사랑했던 것이다. 가장 낮은 데서 먹되, 분별을 알려고 했다. 뻐기는 음식이 아니라 겸손한 상에 앉았다. 음식을 팔아 소박하게 생계 하는 사람들이 지은 상을 받았다. 그것이 미식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미식의 철학적 사유와 고급한 가치의 반대편에 있는 저 밥상들이 나는 진짜 미식이라고 생각한다.(5~6쪽)

기록 경신이다.

오늘은 프롤로그를 읽다가 대성통곡을 했다.

사는게 힘들어, 미식가 입맛을 지닌 아들에게 허름한 음식이나 인스턴트 음식을 먹였다.

그래도 엄마의 시니컬한 반어법을 닮지 않고 착하고 따뜻하게 자라줘서 고맙다.

 

 

 

 

 

 

 

 

 

 식가의 허기
 찬일 지음 / 경향신문사 /

 2016년 12월

 

 

오늘의 1일1그림이다.

누구인지는 퀴즈이다, ㅋ~.

친구에게 보여줬더니 'ㅋㅋ동철씨구만'이라고 하는데,

'동철씨'는 울남편의 이름인데 '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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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7-01-03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굴까요. 박찬일이라기엔 입술이 덜 두툼하고.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요.
이건 그닥 상관없는 말이지만 같이 밥 먹으며 유독 미식가인양 음식 지적하고 까탈 부리는 사람 별로에요 ㅎㅎ

양철나무꾼 2017-01-04 10:58   좋아요 0 | URL
철푸덕~OTL
박찬일이라고 그린 것 맞습니다.
모자가 들려서 이마가 넓어보이고 다소 외소해보입니다.
입술은 다물고 있을땐 더 단호하고 얇아보이는데 실패했습니다.
거기다가 어깨는 무게감을 실어 글쓰는 요리사의 이미지를 담고 싶었는데,
그게 다 제맘대로 되질 않았습니다.

저는 편식이 심해서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엔 까탈스럽게 비춰지기도 하나 봅니다~--;
프레이야 님이랑 밥 한번 먹어얄텐데...
언젠가 그럴 날 있겠죠?^^

프레이야 2017-01-04 19:59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몇년전 부산국제영화제 때 앞자리에서 강연을 들은 적 있어요. 그때 본 인상과 좀 달라서 못 알아 보았어요. ㅎㅎ 편식은 취향이니 괜찮은데 일일이 자기입에 안 맞는 걸 지적하는 게 별로지요. 입맛은 다 다른데 말이죠 ㅎㅎ 기회 만들어 볼게요

양철나무꾼 2017-01-05 17:01   좋아요 1 | URL
제가 보고 그린 그림을 봐도 하~나~도~안 닮았습니다.
프레이야님~, 멋져보이고 부러워요.
저는 부산국제영화제는 커녕,
엎어지면 코닿을 곳에(직장이랑 한20분 정도의거리에) 광화문 몽로가 있는데도,
이 분 와인 참 좋을텐데...아직 한번도 못 가봤어요.

실은 저 장 지지자고 할까봐 못 가요~, ㅋㅋㅋㅋ~.

2017-01-03 2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04 1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푸른희망 2017-01-03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누군가가 차려주는 밥은 항상 고맙더라구요. 금전적 댓가를 지불했든 아니든요.끼니를 준비한다는건 늘 어렵고 그만큼 귀한 일이라고 믿습니다 (고로 나도 귀한 사람? ~^^)

양철나무꾼 2017-01-04 11:06   좋아요 0 | URL
저는 제 일 싫은게 대충 차려 대충 먹는 밥이예요.
혼자 먹더라도 싱크대에 서서 먹는거 말구요,
반찬을 나눔접시에라도 골고루 담아 이쁘게 세팅해 놓고 먹는게 좋아요~^^
왜냐하면 나는 소중하니까요.
푸른희망 님도 당근 귀하고 소중한 분, 맞습니다~^^

해피북 2017-01-03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과 언행의 불일치.. 저도 알게모르게 불일치 되는 일들이 많은거 같아 가만히 조용히 되돌아보게 되었어요~ 어제 글에서도.. 꺼이꺼이 우셨다셨는데..슬픈땐 다 쏟아내는 것만큼 시원한 일도없지만 너무 많이 우시는 일이 없으셨음 좋겠어요 호호~오늘은 찬일님을 배워갑니다^^ 즐거운 저녁시간 보내셔요^^

양철나무꾼 2017-01-04 11:10   좋아요 0 | URL
예전에 직장에서 제 별명은 ‘집파녀‘였습니다.
너무 울어서, 울때마다 벌금을 만원씩 냈거든요, ㅋ~.
쏟아내고 비워내면 그만큼 홀가분하더라구요.
카타르시스라고나 할까?
슬플때 슬픔에 몰입하는 것보다 비워내고 홀가분해지는 정신건강에 이로운 것 같아요~^^

AgalmA 2017-01-04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라하 거리에서 울고 다니는 여자>처럼 요즘은 책만 보면 통곡하는 양철나무꾼님이군요. 울면서 본 책은 더 애틋하더라는.

양철나무꾼 2017-01-05 16:56   좋아요 0 | URL
책 제목은 본듯 한데 내용은 잘 몰라요.
솔직히 고백하자면 전 김화영 번역은 딱 싫어요~ㅠ.ㅠ

요즘은 책을 좀 쉬엄쉬엄 천천히 읽는 편인데,
오히려 감정 몰입도는 높아요~^^

님은 어떤 책이 그리 애틋하셨나요?^^

AgalmA 2017-01-05 17:35   좋아요 1 | URL
양철나무꾼님은 저랑 참 다른 듯^^
전 불문학 좋아하다보니 김화영 번역자 책을 많이 봤고 자연스레 좋아하게 됐어요.

에밀 아자르로 낸 책들 보며 대성통곡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로맹가리로 낸 책보다 저는 에밀 아자르로 낸 책이 더 좋더라는.

양철나무꾼 2017-01-05 17:59   좋아요 1 | URL
에밀 아자르 라고 하면 얘기가 또 달라지죠~^^
자기앞의 생, 가면의 생, 솔로몬 왕의 고뇌, 따위...참 좋았어요.
삶도 뭔가 사연을 담고 있을 것만 같아서, 묘한 것이 격조를 이루고 말이죠~.
제가 김화영을 좋아하지 않는 건,
그의 산문(산문집도 두권인가 읽었죠)들을 통해서 만나게된 미사여구가 맘에 들지 않아서 였을 겁니다~ㅅ!
때론 달라서 불편하기도 하지만,
님이랑은 이렇게 달라도 새로워서 좋습니다~^^
 
되찾은 : 시간 - 프루스트의 서재, 그 일년의 기록을 통해 되찾은 시간
박성민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16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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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좀 가볍게 시작해 보고자 집어든 책이었다.

예상하시는 대로 뭐 그닥 심각한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았지만,

남편을 베고 누워 이 책을 읽던 나는 갑자기 속수무책으로 밀려오는 눈물을 참으려고 '흡~!'하고는 숨도 같이 참다가는,

얼마 참지 못하고 이내 '꺼이 꺼이~' 대성통곡을 하고 말았다.

나의 베개가 된 채로 남편은 '생활의 달인'이라는 텔레비전 프로를 시청 중이었는데 연말 대상을 뽑고 있었다.

 

맨손으로 구두를 닦는, 인쇄소에서 달력을 만드는, 이삿짐을 나르는 달인 따위가 나오는데도 남편은 무덤덤하게 보고 있었는데,

평범해보이는 책을 읽던 내가, 그것도 책을 집어들어 시작하자마자 대성통곡을 하니,

남편은 놀란 토끼눈이 되어서 벌떡 일어난다.

내가 선견지명이 있어 쇼파 위에 누웠으니 망정이지,

마룻마닥에서 그리 되었다면 뒷머리가 깨지던지, 혹이라도 났을 상황이다~--;

"너어무 감동적이어서...으허억~ㅠ.ㅠ"

내 손에 들고 있던 책을 빼앗아 들춰보던 남편은,

"뭐 하나 울만한 내용이 없구만~(,.)"

하고는, 나를 향하여 '그럼 그렇지' 하며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해보인다.

 

책을 펼치자마자 눈물을 흘린게 좀 민망하긴 하지만,

이 자리를 빌어서 슬프거나 아픈 내용을 만났을때만 눈물을 흘린다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고 힘주어 얘기하겠다.

다른 사람이 봤을때는 별것 아닌 내용이어도, 감동의 물결이 쓰나미처럼 밀려올 수도 있는 것이고,

감동의 물결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는데, 맹숭거리는 무덤덤한 영혼이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내가 감동의 눈물을 흘린 까닭을 굳이 설명해 보자면 이렇다.

 

'이천십오년 일월 이일'날의 일기로 이 책은 시작한다.

그날의 일기 제목은 '생존 일기'인데,

첫날의 느낌을 담담하게 적어 내려갔다.

'간판을 달지 않아서 사람들이 좀처럼 들어오지 않는다.(12쪽)' 라는 말이 눈에, 그리고 마음에 콕 들어와 박혔었는데,

15쪽의 사진에 간판이 보였다.

다음장으로 책장을 넘기자마자 이런 일기가 나오는데,

무심코 책장을 넘겨 아래 일기를 읽다가 나도 모르게 그리되었던 것이다.

내용을 옮겨보자면 아래와 같은데, '양철나무꾼'이라는 단어 때문은 결코 아니다, ㅋ~.

 

이천십오년 일월 칠일

간판

 

간판을 달았다. 양철나무꾼이 심장을 단 기분이랄까. 아

버지가 만들어주신 간판이라 더 마음에 든다. 내가 코흘

리개일 때부터 간판 일을 해오셨던 아버지가 훗날 제 자

식의 간판을 달 줄 알았을까. 지금은 현역에서 물러나셨

지만 대충 만든 것 같아도 달고 보면 멋지다. 장인의 손

길은 쉽게 녹슬지 않는다.ㆍㆍㆍㆍㆍㆍ(이하 생략)

 

적절한 설명이 되는지 잘 모르겠는데,

난 저 짧은 문장들로미루어, 그의 아버지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읽을 수 있었고,

저런 사람이라면 책도, 고객도 어떻게 대할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니까 이 책의 저자이자 '프루스트의 서재' 주인장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군대 제대 후 헌책방에서 온라인화 작업을 하고,

대형 서점에 취직도 하지만,

정작 자신이 책을 읽을 수 없게 되자,

자신이 쭈욱 살아온 동네에 작은 책방을 냈다.

 

책 날개 안쪽 지은이 소개에 '때로는 아껴 읽은 책이 팔릴까 살짝 눕혀놓기도 한다.'는데, 귀엽다.

 

서점을 낸지 25일 후의 일기 제목은 '제자리'이다.

난 '은교'를 책으로 읽다가 던져버린 이력이 있는지라, 영화로는 보지 않았다.

이천십오년 일월 이십칠일의 일기에 보면,

'은교'라는 영화를 보면 오랜 세월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물건은 그것의 고유한 자리이기 때문에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된다는 장면이 있단다.

이 글을 보니 읽던지 보고 싶어진다.

 

엄밀하게 따지면, 이 책은 내가 기대했던 류의 책은 아니었다.

타인의 독서 일기를 즐겨읽고,

거기에 소개된 책들로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를 즐기는지라,

작은 동네 책방 사장님의 독서일기인줄 알았다.

작은 동네 책방 사장님의 일기는 맞는데, 독서일기는 아니다.

하지만 내가 기대했던 독서일기보다는 훨씬 힘이 세다.

일기를 쓴다는 것은 결국 스스로의 안부를 묻는 것이라니까 말이다.

 

이 책의 초반부를 읽을 즈음만 해도, 나도 이런 작은 책방을 해볼까 하는 욕심이 있었는데,

이 책을 다 읽은 후 욕심을 접었다.

누구든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원하는 대로 의욕적으로 활동해 나갈 수 있게끔 건강하시라.

그럼 번성은 더딜지 몰라도 당연한 수순일게다.

 

책방 사장님이라고 하여, 전문 작가가 아니라고 하여,가볍게 생각할 건 아니다.

글이 군더더기가 없는 것이 간결할 뿐더러,

특유한 문체를 구사하고 있는 것이 아름답기까지 하다.

알라딘 서재, 이 동네에 그런 문체를 구사하시는 매일 단문의 일기를 쓰시는 누군가를 닮았다.

누가 누구를 닮은 건지는 내겐 중요치 않은 일,

당신들의 상상과 판단에 맡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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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7-01-02 18:50   좋아요 1 | URL
언니 이름만으로도 넘 반가워요

양철나무꾼 2017-01-03 18:56   좋아요 2 | URL
저도 님 이름만으로도 방가와요~^^
잘 지내시죠?
새해 인사가 늦었네요, 꾸벅~(__)
요즘은 좀 게을러져서 말예요,
제 서재에 들리시는 분들 위주로 답방을 다니다보니, 비껴가게 되네요~--;
남매 많이 컸겠네요~^^

하늘바람 2017-01-02 18:50   좋아요 1 | URL
새해엔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셔요

프레이야 2017-01-02 19:17   좋아요 1 | URL
간판 아주 멋집니다. 책도 소개 페이퍼도요. 담아가요. 나에게 안부를 묻는 일을 한동안 소홀히 한 것 같아요. 새해 벌써 둘째날이 저물어 갑니다.

양철나무꾼 2017-01-03 19:01   좋아요 1 | URL
살아가면서 한숨 쉬어 갈 수 있는 것도, 내 자신의 안부를 묻는 것도...꼭 필요한 일인데,
저는 저 나이때는 생각 못했던 것 같아요.
저렇게 착실하게 사는 사람이라면 부자되는 일은 당연한 일인데,
밥벌이의 지난함을 자꾸 얘기하게 하는게 안타까웠어요.

님은 새해 일기 쓰셨나요?
자신의 안부를 묻는...

저 실은 님의 글이 고파요~(속닥~``)

푸른희망 2017-01-02 19:57   좋아요 1 | URL
일기란 스스로에게 안부를 묻는 일
참 좋은 말이네요
올해는 부지런히 기록을 남겨야지 하는데 벌써 둘째날이 지나고 있네요~~

양철나무꾼 2017-01-04 09:56   좋아요 1 | URL
스스로에게 안부를 묻는다는 것
그게 글이 됐든 그림이 됐든 음악이 됐든 어떤 형태를 띠더라도,
좀 번거롭긴 한데, 효과는 참 큰것 같아요.

작심3일의 마법이 풀리는 1월4일입니다, ㅋ~.

cyrus 2017-01-02 20:10   좋아요 3 | URL
아무래도 일기는 꾸준히 쓰지 못할 것 같지만, 알라딘이 망할 때까지 책과 관련된 독서일기는 계속 쓸 수 있습니다. ^^

양철나무꾼 2017-01-04 09:59   좋아요 1 | URL
네, 님의 꾸준함은 제가 책임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님과 저는 2010년에 알라딘 서재를 시작했죠?
알라딘 서재 동창생입니다, 2010학번, ㅋㅋㅋ~.
이곳 서재에 님이 계셔서 든든합니다~^^

해피북 2017-01-02 21:17   좋아요 2 | URL
‘일기를 쓴다는 것은 결국 스스로에게 안부를 묻는 것‘이란 표현이 좋아서 몇번씩 읽었어요. 남편분을 베개삼아 꺼이꺼이 우셨던 일, 잠깐이나마 책방의 주인을 꿈꾸셨다가 살짝 포기하신 일화등.. 양철나무꾼님의 글은 설명 할길없이 다 공감가고 글자마다 다 느껴지는 그런 글들이 많아서 자주 들여다보고 싶어집니다. 으흐흐~ 진심도 너무 드러내면 느글느글 느끼해지는데... 오늘 너무 느끼한 댓글을 달았어요 ㅋㅋ 그래도 참아주실꺼죠?(아! 그리고 저는 심지어 나루토 보고도 눈물을 뚝뚝 흘려서 신랑한테 혼이난기도 한답니다. 혼난다기보다는 ‘그러면 그렇지~‘ 그 표정으로다가요^~^)

양철나무꾼 2017-01-04 10:12   좋아요 1 | URL
어렸을때 장래희망이 되게 여러개였는데, 그 중 책방주인이 꼭 들어갔습니다.
좀더 커선 북카페 같은 거.
로망이긴 하지만, 그 꿈을 자주 포기하는건 제가 세파에 물들고 찌들었다는 얘기기도 하죠.
이리저리 재고 가늠해보고 하는거죠~^^

저 니글니글 좋아요, 제이슨 데룰로 같은 거, ㅋ~.
마이 사랑합니다~♥

blanca 2017-01-02 21:44   좋아요 2 | URL
저도 이 책 참 담백하니 좋았어요. 밥벌이와 희망과 소망을 나란히 한데 녹이는 게 얼마나 힘든 것인지 고독한 것인지가 와닿았던 책이고요. 집에서 아주 멀지는 않은 것 같아 딸과 함께 가보려고 마음만 계속 먹고 있는 중이랍니다.


양철나무꾼 2017-01-04 10:15   좋아요 1 | URL
우와~^^
저는 장황하게 설명한걸,
‘희망과 소망을 나란히 한데 녹이는 게 얼마나 힘든 것인지 고독한 것인지가 와닿았던 책이고요.‘라고,
책처럼 담백하게 한 마디로 끝내주시는 님 좀 멋지십니다~^^

저는 야나 님의 ‘야나문‘도 아직입니다.
프루스트의 서재도 마이 궁금하지만, 야나문이 먼저일 것 같습니다~ㅠ.ㅠ

AgalmA 2017-01-03 19:21   좋아요 2 | URL
20대 초반에 친구 두 명이랑 셋이서 방 한 칸짜리 옥탑에서 살 때 나만의 공간이 없어서 그게 제일 스트레스였죠. 폐쇄공포증도 있고 답답한 걸 못 참는 성격이어도 사정이 되지 않으니 어쩔 수 있나요. 주말에 옥상에 간이 탁자 내다놓고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보는 게 낙이었죠.
지금은 내 책, 내 컴퓨터 책상, 내 물건으로 가득한 집에 살지만 물건들이 점거했다는 기분^^; 특별한 나만의 공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늘 들어요. 2017년엔 고심 좀 해봐야겠어요.

양철나무꾼 2017-01-04 10:40   좋아요 1 | URL
저는 신혼 초기부터 남편이 사업을 세번 말아잡수셔서, ㅋ~.
반지하랑 옥탑방은 아니어도 단칸방에서도 살아보고 월세에서도 살아봤습니다.
단칸방은 말은 좋아서 원룸이었지만, 문만 열면 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열린 구조였죠.
결혼하면서 해간 살림살이가 들어가지않아서 이삿짐센터에 보관하기도 해봤어요.
이제는 돌아보고 추억이라고 웃을 수 있는 걸 감사합니다.
저도 이제는 물건들이 가득 들어찬 집에서 살지만,
버리고 비우고 홀가분하게 살고 싶어 집니다~^^
 

어제도 1일 1그림은 그렸으나,

퇴근 시간이 '땡~!'하자 미친 듯 달려나갔을 뿐이고, ㅋ~.

 

어제 친구와 카톡으로 이런 대화를 나눴다.

나 ; 난 어떤 땐 O를 보면 부럽다.

      나두 나이 오십 먹으면  O처럼 될 수 있을까?

 O ; ㅋ 나처럼이 어떤 건데

나 ; 주변에 흔들리지 않는 바위 같은거...ㅋㅋㅋ

 O ; 그건 게을러서 그렇다 ㅋ

나 ; 그럼 나도 내년엔 게을러지겠다.

 O ; 그치, 그럼 안달복달 안하게 된다 ㅋ

 

나이 마흔을 바깥 사물에 미혹되지 않는다는 뜻에서 불혹(不惑)이라 했단다.

그전까지는 오락가락 우왕좌왕해서 판단을 세울 수 없었다면,

마흔 살이 넘게 되면 그런 판단을 흔들림 없이 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란다.

난 불혹을 넘긴지 한참인데 미혹되기만 할 뿐이고~--;

 

마흔에서 쉰으로 넘어가는 중간에 '뽕나무 상' 자를 쓰는 상년(桑年)이 있단다.

桑  

마흔 여덟 살을 상년(桑年)이라고 부른다는데, 내가 좋아하는 된소리 내기를 사용하면 '쌍년'이 된다, ㅋ~.

이 상년(桑年)이라는 말은 글자를 파자(破字)해서 만든 것이다.

상(桑)자는 흔히 십(十)자 세 개 밑에 나무 목(木)자 형태의 속자를 쓴다.

이 글자를 하나하나 분해하면 열 십(十)자 네 개와 여덟 팔(八)자 하나, 그래서 (10×4)+8=48이 된다.

 

내가 내년에 그런 '쌍년'같은 '상년'을 맞게 된다.

부디 안달루시아가 되어 일희일비하지 않는 진중함을 배우고 싶다.

웬만해선 주변에 흔들리지 않는 바위처럼 말이다.

그게 게으름으로 비춰진다고 해도 그 또한 나쁘지 않을 듯 하다.

 

이렇게 멋진 글을 쓴 사람은 당근 손철주다.

친구에게 이 글을 얘기하며 '못생긴 돌'에 힘 주었더니,

온재부터 손철주를 읽었는데 아직도 손철주냐고 놀리는데,

너무 좋아서, 이렇게 빨리 맨 뒷장에 이르는 게 아쉬워서 라고 설레발을 치지만,

실은 눈이 쉬이 피로하여 책을 읽는게 녹록지 않다.

그에 비하면 그림은 그리는 것도 그렇고 감상하는 것도 그렇고,

눈에 부담을 휠씬 덜 준다.

늘상 강조하지만, 내가 그리는 그림 또한, 나 좋아서 아무렇게나 뚝딱이기 때문에 피로하면 안 그리면 그만이기 때문에,

눈에 압박감이 덜 하다.

 

 

 

 흥, 손철주의 음악이 있는 옛 그림 강의
 손철주 지음 / 김영사 /

 2016년 11월

 

손철주의 책을 보게 되면, 친구와의 사귐에 대해 이렇게 귀띔을 해준다.

 

친구와의 사귐에서 미더운 우애를 가능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전제가 무엇이겠습니까? 이 그림을 보면 '친구와 친구 사이의 미더움이 어디서 생기는가? 바로 소통(疏通)에서 생긴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금 우리 시대의 화두가 소통입니다. 정치든 경제든 사회든 어느 분야나 조직을 막론하고 소통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습니다.ㆍㆍㆍㆍㆍㆍ그러니까 소통의 전제로 첫째, 문이 열려 있어야 한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둘째, 대화에 있어서 수평적 관계가 되어야겠습니다. 소통이 되려면 수평적이어야 합니다. 이 두 사람처럼 서로 나란히 마주 보면서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여야 하는 것이죠. 셋째, 상대방을 불편한 자리에 놓아두고서는 진정한 소통을 할 수 없습니다. 나는 안에 편안히 앉아 있고 상대방은 바깥에 불편하게 서 있는데, 일방적으로 "우리 대화하자"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죠. 그림을 보면, 이 집에 사는 아이도 손님을 모시고 온 시동에게 어서 들어오라고 손짓하고 있습니다. 마당을 내어줍니다. 신분과 계층 간의 간격을 허물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때어주면서, 내가 앉아 있는 의자를 내어주면서 그 사람을 들어오게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소통의 시작입니다.

  요즘 참 많은 사람이 소통을 애기하지만, 좀 갑갑합니다. 네가 나를 알게 하는 것이 소통이라고 생각하는 분이 참 많은 것 같아요. 이런 마음으로는 절대 소통이 되지 않습니다. 네가 나를 알아주길 바라는 게 소통이 아니라, 내가 너를 알 수 없는 것을 걱정하는 것이 곧 소통입니다. 이 그림에서처럼 문을 활짝 열고 수평적인 관계에서 대화를 나누고, 바깥에 두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있는 안으로 맞아들여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합니다. 나를 알리려고 하지 않고 , 내가 이 사람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어쩌나 안타까워하다 보면 자연스레 스통이 되지 않겠습니까.(128쪽)

 

'소통'이라고 하면 상대방이 나를 알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건 잘못된 발상이란다.

그렇지만 우리는 너무나도 절실하게 상대방이 나를 이해해줬으면 나를 제대로 해석해주길 염원한다.

내가 너를 알 수 없는 것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알아주지 않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좌절한다.

 

이같은 내 마음을아는지, 최승자는 이런 시 한편을 남겼다, ㅋ~.


  번역해다오 

                      - 최 승 자 -            

 



침묵은 공기이고
언어는 벽돌이다
바람은 벽돌담 사이를
통과할 수 있다
나는 네 발목을 붙잡고 싶지 않다
지금 내 손은 벽돌이지만
네 발은 공기이다
통과하라. 나를.
그러나 그 전에 번역해다오  나를
내 침묵을 언어로
내 언어를 침묵으로
그것이 네가 내 인생을 거쳐가면서
풀어야 할 통행료이다.



 


 

 

연인들
최승자 지음 / 문학동네 /

1999년 1월
 

하려던 얘긴 주변에 흔들리지 않는 바위 같은 진중함도 아니고, '나를 번역해다오'하는 소통에 관한 애기도 아니다.

그동안 독특한 정신세계를 가진 덕에 이리저리 튀는 짬뽕공 같은 나를 이해해주려 애쓰신 알라딘 서재 이웃들에게 감사드리고,

내년에는 내가 너를 알 수 없는 것을 걱정하는 한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다.

 

끝으로 어제, 오늘 이틀에 걸친 '1일1그림'의 제목은 '고맙다, 친구야'이다.

'친구야' 자리에 고마운 알라딘 서재 이웃들의 닉네임을 하나씩 넣어도 좋겠다.

 

나이가 드는건지, 늙는건지...체력이 딸리고, (달리고,ㅋ~.)

쉽게 소진하고 방전되는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요며칠 시름시름 앓는다.

 

새해에는 우리 건강 관리 잘 해서 같이 나이 들어 가자,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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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6-12-31 22: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죄송합니다~, 이웃들을 찾아뵙고 인사를 남겨야 하는데, 나이 드느라 그런지 체력이 딸리네요.
두루 두루 아껴 찾아뵙겠습니다~^^

북프리쿠키 2016-12-31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 못하고 있었는데 전에 모셔둔 책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가 손철주 작가의 책이네요.
양철나무꾼님께서 이 분을 워낙 좋아하시는 것 같아 이 책 사놓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로운 분과의 만남이 설레는걸요.
쌍년 축하드리고^^ 저에게 베푼 ˝소통˝의 손길 잊지 않겠습니다. !!

양철나무꾼 2017-01-02 18:11   좋아요 0 | URL
넵~, 손철주 님의 책 맞아요.
저 그 책도 애정해요~^^
그 책도 그렇고 손철주 님의 책들은 문장만 뜯어먹으려고 읽어도 읽을만 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고전에서 느끼는 쾌감과 옛성현들의 지혜를 함께 얻어갖는,
1석 다조의 묘미가 있습니다.
‘소통‘이라 하시는데,
먼저 말 걸고 손내밀어주신 님이,
오히려 감사합니다, 꾸벅~(__)

해피북 2016-12-31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일 1그림이 이곳에서 시작되고 있었군요^^ 너무 오랜만에 들어와서 이웃님들 하시는 이야기 귀동냥으로 들으며 1일 1그림 소식 들었는데 ㅎㅎ 어제는 아갈마님의 그림을 보기도 했고요 ㅎ 참 멋진 나이에 멋진 그림과 멋진 생각으로 가득하신 양철나무꾼님을 올 한해 조금 덜 뵈었지만 내년에는 더 풍성하게 많은 이야기 나눌 수 있길 바래봅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 조심하세요. 책과 함께하는 한 해의 마무리도 참 멋졌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ㅋ

양철나무꾼 2017-01-02 18:14   좋아요 0 | URL
엄머머~, 이게 누구래요~``
저 버선발로 뛰어나와 맞고 싶었는데 좀 늦었습니다.
반갑습니다.
회포은 두고 두고 풀기로 하죠.
서울의 병원 다녀가신다는 페이퍼를 몇번 본듯 하여 건강을 염려했었습니다.
올해는 우리 건강하기 위하여 마음의 양식도 잘 섭취하자구요~^^

세실 2017-01-01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실력이 점점 좋아지시네요^^
올 연말엔 전시회 하셔도 될듯요.
상년!ㅎㅎ
전 이제 진짜 불혹의 나이가 되었습니다.
노인도 70부터로 상향한다니 불혹도ㅎ
올해는 더이상 흔들리지않는 나이이고 싶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가족 모두 건강하시길 소망합니다^^

양철나무꾼 2017-01-02 18:17   좋아요 0 | URL
에헴~, 제가 언니입니다~^^
그림 실력이 나아지는지는 모르겠고,
제 나름의 화풍(씩이나~!)을 조성한듯 하여 나름 뿌듯합니다.

잘 그린 그림도 좋겠지만, 제 그림이 좋은건,
제가 표현하고 싶은걸 잘 표현하는 듯 여겨져서예요~^^

세실님도 올 한해 댁내 두루 건강하시길~^^

마녀고양이 2017-01-01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 목표, 게을러지자, 완전 좋네. ^^

양철나무꾼 2017-01-02 18:19   좋아요 0 | URL
같이 게을러집시다~!^^

난 작년 후반부터 시름시름 앓아.
아파보니 알겠어, 건강이 최고야.
건강해야 하고싶은 모든걸 할 수 있어.
자기도 너무 바쁘게 움직이지만 말고,
쉬엄 쉬엄 건강도 챙기자고~!
 

난 그림책이 좋다.

좋아도 아주 좋은데,

난 아이를 임신했을때도 그림책과 만화책으로 태교를 했고, ㅋ~.

아이가 커서 성인이 된 지금도 그림책을 보는걸 즐긴다.

너무 자주 많이 들여서 창피하다 싶으면 한번씩 모아서 조카에게 보내주곤 한다.

다른 건 몰라도 그림책을 읽으면서 자란 어린이는 상상력이 풍부하고 그림책처럼 어여쁘고 고운것 같다.

 

 

 

 이토록 어여쁜 그림책
 이상희 외 지음 / 이봄 /

 2016년 12월

 

이렇게 제목도 책표지도 이쁜 책이 '읽는약봉지'에 담겨온단다.

읽는 약봉지라는 아이디어도 그렇고, 

네 명의 그림책 전문가가 권하는 '어느날 문득 어른이 된 당신께 드리는 그림책 마흔네 권'의 그림책이라는데,

완전 멋지다.

 

예전에 나는 김경욱의 '위험한 독서'에 나오는 '독서 치료사'를 꿈꾼 적이 있다.

어떤 책을 읽었는지를 알면 그 사람의 내면을 알 수 있다고 믿는 그 독서치료사가 완전 멋있게 여겨졌다.

그 책에서,

읽기의 의미는 단순히 ‘읽다’라는 행위에 그치지 않는다. ‘책을 읽는 것’은 인간 내면 존재를 비춰보는 일인 동시에 욕망의 심연과 마주하는 매개로서 작용한다.

라고 하고 있는데, 그럴듯 하다.

 

 

 

 위험한 독서
 김경욱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9월

 

한때 나는 책을 읽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기만 하는 것으로도 그럴듯한 인간으로 '뿅~!'하고 바뀌어 있을 줄 알았는데,

그건 착각이었다.

책을 읽기만해선 안되고,

책을 읽어서 마음을 움직이고, 영혼을 흔들고, (영혼씩이나?ㅋ~.)

그렇게 받은 자극이 삶으로 연결되어야 바뀌는 것이란다.

이건 거칠게 요약해보자면 책을 읽지 않아도,

마음을 움직이거나 영혼을 흔드는 자극이 있다면 삶은 바뀌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책을 읽는거 말고는 다른 방법을 모르는 난,

오늘도 책을 읽는다.

오늘 1일1그림은 그러니까 ,

'어떤 책을 읽었는지를 알면 그 사람의 내면을 알 수 있다'의 아류쯤이라고 해야할까,

'무엇을 보는지를 알면 그 사람의 내면을 알수 있다.'이다.

'그 사람이 먹는 것이 그 사람이다'를 넘어서,

그 사람이 읽는 것, 그 사람이 쓰는 방식, 그 사람이 그리는 것을 보면 그 사람을 더 근접하게 알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나를 이렇게 드러내 놓고 무장해제를 하니,

그대여, 부디 내게로 와서 나를 해석해 달라.

(방점은 '해석해 달라'가 아닌 '나를'에 찍혀야 한다. 공감과 소통을 갈구하는 유약한 영혼~ㅠ.ㅠ)

 

 

아참참~, 한참 전에 받은 서니데이 님표 가방을 자랑 안했다.

나이가 들면서 웬만한 무거운 가방은 잘 들지 않게 됐다.

방수천으로 된 어깨에 매는 백팩 형태를 선호하는지라,

서니데이님표 가방을, 그동안 잊고 지냈는데,

나의 귀요미 조카에게 줄 산타선물로 구입했다.

서니데이 님은 샌스있게 조카의 취향을 저격해 이쁜 인형 고리까지 보내줬는데,

아니나 다를까, 조카는 가방에 완전 필이 꽂혀 안고 매고 난리다, ㅋ~.

 

우리 같은 사람들, 핸드메이드 가방 하나 만드는 것쯤은 누워서 떡먹기여야 하는데,

만드는 건 좀 쉽지만, 시간이 없어서 만들질 못 할뿐이다.

(이랗게 허풍을 떨어도 정거(증거)를 대랄 사람이 없으니 상관없으니,)

꼭 그런 사람들만 서니데이 님의 도움을 약간만 받기로 하자, ㅋ~.

 (귀요미 조카의 착용 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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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6-12-29 17:26   좋아요 1 | URL
양철나무꾼님 오늘도 연의 그림 감사합니다^^: 그렇지않아도 요즘 군것질을 많이 해서 포동해졌는데, 다소 야위게 그려주셨네요^^: ㅋ

양철나무꾼 2016-12-29 17:35   좋아요 1 | URL
겨울 호랑이 님 댓글은 님 만의 독특한 매력이 있으십니다, 중독되겠어요~^^
뭐랄까 썰렁 개그를 구사한다고 할까나,
그런데 그게 춥지 않고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은,
님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져서 일거예요~^^

2016-12-29 17: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29 17: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6-12-29 17:32   좋아요 0 | URL
오늘 1일 그림은 겨울호랑이님 댁 연의같은데, 맞나요. (실은 머리 장식 보고 찍었다는... 게 맞겠네요.^^;)
우리집 가방과 잘 어울리는 빨강색(아니면 핑크) 패딩을 입은 조카네요.
아이고, 이렇게 아이일 줄 알았으면 조금 끈을 짧게 해서 보낼 걸 그랬네요.
그래도 선물 받은 사람이 좋아한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저도 예전에는 가죽(또는 비슷한) 가방을 썼지만, 지금은 무거운 느낌이 들어서 잘 쓰지 않고 가벼운 소재로 된 가방을 씁니다. 다른 분들도 말씀 들어보면 비슷한 것 같아요. 양철나무꾼님도 어서 빨리 패브릭 가방쪽으로 오시면 좋겠는데요.^^

고맙습니다. 좋은 저녁시간 보내세요.^^

양철나무꾼 2016-12-29 17:49   좋아요 1 | URL
연의 어린이가 모델이지만,
겨울호랑이 님 말씀 처럼 좀 홀쭉해서 연의 어린이라고 하기엔 쫌 민망하지만...
상상화라고 우겨볼랍니다~^^

그리고 저 가방은 솜씨가 님만은 못 하지만,
좀 되는 제가 줄여주었습니다~^^
좀 크면 내어 쓸려고 안으로 집어넣었습니다.
섬세하게 살펴주시고 감사드립니다~^^

저는 패브릭 가방은 뭐랄까, 좀 나중에요~^^

2016-12-29 17: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6-12-29 17:52   좋아요 0 | URL
아, 그랬군요~^^
보러가야겠어요.

저도 요즘 뭐랄까,
자꾸 시름 시름 아프기도 하고,
눈도 자꾸 침침해져서 책도 덜 읽고 알라딘 서재랑 북플도 덜 하게 되네요.
좋으셨다니 저도 좋네요~^^

2016-12-29 17: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29 18: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29 18: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29 17: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29 18: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01-01 00:24   좋아요 0 | URL
독서치료사 일을 실제로 하시는 분이 있더군요. 책방 하시면서 1대 1로 만나 상담하고 책을 골라 권해주는. 신기하면서도 재밌는 경험이겠다 싶었습니다. 자기 또래의 백혈병 환자와의 상담 치료는 소설 같기도 했어요. 그 과정에서 자신이 더 감동을 받았다고...

양철나무꾼 2016-12-31 21:57   좋아요 0 | URL
네, 그런 분 얘기 들은 것 같아요.
그때 그 얘기 듣고 그분이 대단하다 싶었지만,
전 언감생심이다 싶어 포기했었는데,
그새 까먹고 또 독서치료사 얘길 했네요.

님이 일깨워 주셔서 다행입니다, 주제 파악 잘 됐습니다여~^^

책읽는나무 2016-12-29 20:56   좋아요 1 | URL
앗!!!
내가 지금 메고 다니는 레드와인 가방인데~~나무꾼님 조카분과 찌찌뽕이네요ㅋㅋ
저는 작년부터 패브릭가방을 들고 다닌 이후로 이젠 가죽가방은 도저히 못매겠더라구요
늘 어깨가 뭉치고 결리는 편이라ㅜㅜ
책만 많이 안넣는다면 패브릭가방은 멘 것 같지 않아 어깨에 확실히 부담은 덜 가요^^
그림소재가 부족하시단 글을 며칠전 읽었어요.
실은 둥이들 그려 주셨을때부터 제가 아무리 셀카를 찍어도 인물이 안사는거라예~~노화현상이 사진속에 드러나서 민망!!^^
그래서 좀 멀리서 찍은 얼굴 들어간 몇 안되는 사진 중 일 년전의 사진을 하나 발견했어요.
조만간 보내드릴께요.
연말이라 바쁘실까봐^^

양철나무꾼 2016-12-31 22:04   좋아요 0 | URL
헤헸~^^
우린 레드와인 성애자네요~^^

그동안 차를 운전하고 다닐땐 몰랐는데, 요즘 될 수 있으면 걸어다니려고 하니까,
무거운 가방은 정말 힘들어요.
그래서 가벼운 가방도 솔더백보단 양어께에 힘을 분산하는 백팩을 선호하게 돼요.

그림을 직접 배우시는 님에게 그림이라니,
깊게 들어가면 심각해질뿐더러 심란해지지만,
님이 원하신다면야~~~~~
하늘의 달도 별도 따드리고 싶지만,
그건 할 수 없으니,
그림을로 대신 합죠~^^

사진은 아무때고 좋을 때 보내주세요.
제가 요즘 컨디션이 저조하여 시간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만~^^

감사드리고, 영광일 따름입니다, 꾸벅~(__)

북프리쿠키 2016-12-29 22:17   좋아요 1 | URL
좋은 책과 서니데이님의 이쁜 가방을 보니
마음이 훈훈해집니다. 연의그림도 늘 재미있게 보구 갑니다.
건강한 새해 맞이하셔서 예의 활발한 활동
기대하겠습니다^^;

양철나무꾼 2016-12-31 22:08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내년엔 서재활동을 올해 만큼은 못 할지도 몰라요, 체력이 딸려서 말이지요~^^

서니데이님표 가방도 그렇고,
연의를 그림의 모델로 허락해주신 겨울호랑이 님도 그렇고,
늘 댓글로 저를 응원해주시는 북프리쿠키 님도 그렇고,
제겐 모두 다 소중하고 멋진 분들입니다, 꾸벅~(__)


겨울호랑이 2016-12-30 22:21   좋아요 0 | URL
^^: 양철나무꾼님 지난 한 해 감사드립니다. 특히 연의를 모델로 그림을 그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가문에서 대대로 모델이 배출되지 못했는데 양철나무꾼님의 배려로 모델도 탄생했네요 ㅋㅋ 지난 한 해 감사드리며 새해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특히 연의를요..ㅋ

양철나무꾼 2016-12-31 22:14   좋아요 2 | URL
겨울호랑이님, 특히 연의를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아들만 하나 있는데, 그 아들이 좀 살갑기는 하지만,
딸이 없는지라 딸들을 완전 이뻐합니다.
그동안 마녀고양이 님 댁 코알라에게 열을 올렸는데,
코알라도 이젠 중학생일걸요.

저의 ‘유니크‘한 그림들을 마다하지 않으시고 흥쾌히 웃고 넘어가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얀의를 제게 부탁해주셔서 더 감사드립니다.
꾸벅~(__)
내년에도 연의와의 알콩달콩한 얘기들 많이 남겨주세요.
제겐 완전 해피 바이러스 입니다~^^

2016-12-30 2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6-12-31 22:18   좋아요 1 | URL
제가 오히려 감사드려야죠.
내년에도 우리 좋은 책들과 좋은 글들과 함께 잘 지내보자구요~^^
복 많이 지으시고 복많이 받으시는 한해가 되길 바라겠습니다, 꾸벅~(__)
 
봄날 불지르다 문학세계 현대시인선(시선집) 189
유영금 지음 / 문학세계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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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은 옛날 h****님 서재에서 보고 친구에게 사 내라고 하였는데,

펼치자마자 너무 쓰라려 한쪽으로 접어 치웠었다.

 

상처도 없는 내가 이 시집의 시들을 공유한다는 것만으로 시인과 같은 통증을 공유한다는 것 자체가 묘한 경험이지만,

통증이나 아픔을 공유한다는 것만으로도 때론 힘이 되고 의지가 되기도 한다.

 

시집을 다시 집어들어도 쓰리고 아리긴 마찬가지였다.

 

우린 때로 상처를 공유한다는 핑계로,

상대방에게 또는 상처를 공유하려는 누군가에게, 칼의 손잡이를 들이대는 건 아닐까?

칼의 손잡이를 상대에게 들이댄다는건 칼의 부리가 건네주는 사람을 향하게 마련,

결국 본인에게 부메랑처럼 상처가 돌아온다는걸 명심할 필요가 있겠다.

 

시들이 하나같이 슬퍼서 서러웠는데,

시인이 교통사고로 생사를 넘나들던 사이,

사고 차를 운전한 남편은 술집 여자와 눈이 맞아서 사라져 버리고,

아들은 자실을 노래하고 자퇴를 하였다고 한다.

시인의 이런 기구한 운명을 알게 되었어도 난 호의적으로 시인의 편을 들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죽음만큼 아픈 순간도 꽃으로 승화시킨 이름 모를 시인의 또 다른 시 한편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하철 홍제역에 가면 만나게 되는 시인데, 아직도 거기 걸려있는지는 모르겠다.

죽음을 노래하는건 마찬가지이지만,

한결 경쾌하고 재치있는 것이 격조있게 느껴진다.

 

반면 유영금은 아무래도 '귀천'의'천상병'을, 아니 '새'라는 시의 '천상병'을 꿈꿨나 보다.

 

누가 흐린 하늘을 자꾸 닦아내고 있다

무섭게 파래진다

새파란 물줄기가 주르륵

산마을을 흠뻑 물들이겠다

구름 사이로 언뜻언뜻, 희끗희끗 숨은 깃털

                                  '새' 일부

 

흐린 하늘을 닦아내면 파래질까,

하늘의 구름을 걷어내면 창공의 파란색이 되는건 아닐까?

또는 누군가나 어디에 부딪혀 멍들어 무섭게 파래진 것은 아닐까?

새파란 물줄기이기도 한 그것은, 무섭게 파래지기도 하니 말이다.

 
'흰알약꽃으로피어나겠소 / 정신이아픈누구라도좋소 / 내가피거든나를꺾어 / 무통의시간으로 / 바꾸어가시오 '

라고 노래하는 '헌화'도 좋았다.

 

'속달'로 보낸 편지가 '수취인 불명'이어도 서러울 것 같다.

속달

 

그리움 나폴나폴 머리에 꽂고

초벽 사이 아슬아슬한 풀다리를 건너

숨이 노랗게 달려오는 누이야

어짜자고 내 집 앞을 서성이느냐

일곱 살 네 마당에

가마니에 감겨 깨지 않던 나를 찾는거냐

빨간 머리핀을 받으러 온 거냐

돌아가라

네게 줄 초막은 아직 짓지 않았다

머리핀도 준비하지 못했다

초막 빼곡히 앵속자를 심어

꽃내가 시끄러울 때까지

시인의 강에 함께 흘러라

 

이부용 년출년출 웃자라면

초벽이 춤추도록 풀피리 불어주마

아픔이 그치도록 머리에 꽂아주마

 

 

수취인 불명

 

내게 축지법으로

징그럽게 달려오던 죽음

외딴 풀섶 작살꽃 곁에서

살림 차렸나보다

사실이라면

오!미친 봄이군

복권 당첨 같은 횡재군

 

달구어진 꽃의 암술아

그 놈에게 작살을 꽂아

달근달근 몰염치하게 살아라

 

내 주소는 말소되었다

 

두편의 시는 장을 넘나드는데,

'속달'은 제 1장 '수인번호 5705번, 그녀는 애벌레를 키운다'에 속하고.

'수취인 불명'은 2장 '살아내기'에 속하는데,

묘한 대구를 이루는 것이 쓸만하다.

 

개인적으론 '살아내기'가 가장 좋았다.

 

살아내기

 

슬픔을 빨아 맑은 하늘에 널면

구름 사이로 펄럭이는 슬픔 자락들

햇살보다 눈부시다

 

해질 무렵

보송보송한 슬픔을 걷어

서랍 깊이 넣어 둔다

 

우기의 나날에도

곰팡이가 피지 않게

나프탈린 몇 알과,

 

그런데 가만 읽다보면 알겠지만, 시에 논리적 모순이 있다.

곰팡이 피지않게는 곰팡이 제거제, 나프탈렌은 좀약이다.

하긴 이 시에서는 그 어느것이 됐든 죽음보다 치명적이다.

 

이 시의 끝, 해설을 보게 되면,

고압을 견디지 못해 파열하지만,

끔찍한 삶을 견뎌내기 위해 유영금의 시는 뾰족해지고 강해졌을 거라고 한다.

 

무딘 칼자루를 뾰족한 칼부리를 택할 지는 각자의 몫이다.

무디고 뾰족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느 것에고 찔리면 아프게 마련이니까 말이다.

 

같은 값이면 난 상처받고 피 흘리고 쓰러지는 그런 삶이 아니라,

상처에 새살이 돋고 옹이로 단단하고 탄탄해지는 그런 삶을 택하겠다.

 

나도 꽃으로,

 

숲속으로 들어서는 순간

고혹스럽게 부드럽게

휘감아오는 누가 있어 돌아보니

하늘가 수런거리는 햇살이더군

귓부리를 물고 속삭였지

하늘 귀퉁이 한 뼘 내줘, 죽도록 필게

 

'나도 꽃으로,' 같은 시를 보면 알겠지만, 죽음은 치열하고 가열찬 삶의 다른 이름임을 알겠다.

그런 유영금의 죽음 같은 삶에, 경의를, 또는 화려한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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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6-12-28 15:48   좋아요 2 | URL
봄도 아닌 철에, 어째 이 시집을 다시 펼쳐드셨는지요.

양철나무꾼 2016-12-29 16:31   좋아요 0 | URL
뭐랄까, 한해 한해 나이를 먹는다는게 다르게 다가와요.
에사로웠던 것들이 예사롭지 않게...
그동안 중년 이후의 나이듦이란 포물선이 아니라 게단식으로 뚝뚝 떨어진다는 생각은 했었지만,
이렇게 계단식으로 라니 말예요.
게단도 그냥 계단이 아니라 가파른 낭떠러지예요.

순리라는 나이듦도 이럴진대,
이 분은 교통사고로 인해서 많은 걸 잃었잖아요.

나이가 드니 다시 읽혀요.
어떤 것들은 오래 되어야 더 나은가 봅니다~^^

이 책 소개 페이퍼, 참 감사했어요~^^

yureka01 2016-12-28 15:50   좋아요 1 | URL
크 내 주소는 말소 되었다..시가 참 단순한 문장인데도 팍팍 꼽힙니다..ㄷㄷㄷㄷ

양철나무꾼 2016-12-29 16:35   좋아요 1 | URL
옛날에 읽었을때는 이런 파격이 버거웠어요.
삶의 반대로의 죽음을 갈구하는 것도 그렇고,
우울증이 깊게 드리워져 물들까봐 싫었어요.

그런데 나이를 먹고보니 죽음에서 삶을, 절망에서 희망을 읽게 되더라구요.
얼마나 절실히 살고 싶었으면 그토록 가열차게 죽음을 얘기했을까,
얼마나 희망을 그리워했으면 처절하게 절망을 얘기했을까 싶으니,
시가 다시 읽히더라구요~^^

겨울호랑이 2016-12-28 15:51   좋아요 2 | URL
오늘은 양철나무꾼님 덕분에 많은 시를 감상하네요^^: 감사합니다

양철나무꾼 2016-12-29 16:46   좋아요 2 | URL
겨울 호랑이 님은 연의랑 더 동화같은 동화를 많이 들려주시잖아요.
늘 감사드립니다~^^

푸른희망 2016-12-28 16:01   좋아요 2 | URL
내년엔 시를 읽어볼까 싶습니다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양철나무꾼 2016-12-29 16:50   좋아요 1 | URL
좋죠~, 시~^^
시들이 님을 통과하면 어떻게 해석이 될지 완전 기대만발이랍니다~^^
내년에는 좀 자주 뵙도록 하죠~^^
서재의 달인, 예전엔 적림금 1만원이 있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걸로 책 바꿔 먹을 생각에 마음이 뿌듯했었는데,
요즘은 뿌듯하다기보단 열심히 하라는 채찍질로 느껴져 마음이 뻐근할 뿐입니다~^^

[그장소] 2016-12-28 16:37   좋아요 1 | URL
죽도록 필게 ㅡ !!! 필사적으로 ...

양철나무꾼 2016-12-29 16:52   좋아요 2 | URL
라임이 끝내주죠~?...!^^
래퍼가 됐어야 할까 봅니다.
시인은 다 래퍼인가요?^^

[그장소] 2016-12-29 21:40   좋아요 1 | URL
ㅎㅎㅎ 그러게요. 래퍼도 맞는것 같아요.. 중얼중얼 하는 어떤 면들이 ~^^

감은빛 2016-12-28 16:46   좋아요 2 | URL
‘살아내기‘라는 시가 참 좋네요.
그러게요. 나프탈렌과 곰팡이가 무슨 관계일까요?
처음에는 아무런 위화감이 없었는데,
양철님 지적을 읽고 보니 이상하다 싶네요.

양철나무꾼 2016-12-29 16:55   좋아요 2 | URL
감은빛 님, 어제 댓글을 참 많이 달아주셨습니다.

바쁘실텐데 이렇게 짬을 내셔서 한참 머물다 가시고,
댓글로 북돋워주시고 감사드립니다.

올 한해는 좀 적조하셨죠?
내년에는 좋은 책들, 좋은 글들로 귀하게 아껴 뵙도록 하죠~^^

cyrus 2016-12-28 19:16   좋아요 2 | URL
책을 양분 삼아 삶을 화려하게 꽃 피우는 2017년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서재의 달인 축하드리고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양철나무꾼 2016-12-29 16:59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화려하게 꽃 피우기보다 이젠 잘 늙어가고 싶어요.
곱게 나이 먹는다고나 할까?

책을 양분 삼아라고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제 예전만큼 책을 읽어낼 순 없지만,
그동안 읽은 책들을 양분 삼아, 멋지게 나이들고 싶었는데,
그 바람을 눈치 채시고 센스있게 응원해주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