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도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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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역시 믿고 보는 작가 박경리 선생의 <표류도>를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이 책을 읽기 전에 <토지> 전 권을 읽은 것, 그리고 <파시> 정도가 내가 읽은 박경리 선생의 작품이었다. 너무도 오래전 까마득한 시간 속에 <토지>라는 작품이 자리잡고 있어서 내가 <토지>와 <파시>를 읽었단 사실 외에 나머지는 내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이 <표류도>와 <애가>를 선물 받았다. <애가>와 <표류도>는 박경리 컬렉션으로 '다산책방'에서 발간하고 있다. 책 날개의 정보를 확인해보면 총 16권으로 기획이 되어 있는 듯하고 그 중 현재 <김약국의 딸들>, <애가>, <표류도>의 3권이 발간이 되었다.

<김약국의 딸들>은 지난 번 <토지> 전집 발간 펀딩에 참여했을 때 우연찮게 1권이 페이지 오류가 발견이 되어 그에 대한 보상으로 받았고(아직 읽지 않음), 나머지 두 권은 출판사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은 것이다. 기대하지 않고 있었던 데다가 믿고 보는 작가라고 했지만 사실 읽은 책이라곤 <토지>, <파시> 뿐인지라 작가의 다른 책에 대한 정보는 전무한 상태였다.



먼저 읽게 되었던 <애가>는 내가 보는 관점에서 작품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양공주' 전력이 있었던 '진수'라고 보았다. 1950년대의 여성에 대한 혐오, 그리고 이중적인 잣대로 여성을 평가했던 당시의 윤리 의식이 여성을 얼마나 억압하면서 고통 속에 빠지게 만드는지, 또 속물적인 사고로 위장한 과도한 관심과 공격이 '진수'와 '민호',  그리고 또 다른 주인공인 '현회'와 '정규'라는 인물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어서 그러한 사실을 생각할 때마다 신물이 올라오기도 한다. 현실에서나 소설 속에서나 왜 그리 남의 사랑에 관심들이 많으신지.... 이 작품은 현대의 멜로 드라마와 같이 '양공주'라는 자극적인 소재, 삼각관계(진수와 민호, 그리고 민호의 아내인 설희)에 불륜 로맨스가 등장하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낭만성을 확보하면서 결국 사랑을 완성하는 인간의 숭고한 의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표류도>의 주인공인 '현회', 이 느낌 있고 개성적이며 특이한 이름은 <애가>에서도 등장을 해서 이것을 발견하곤  깜짝 놀랐다.

<애가>에서는 민호의 지도 교수의 부인으로, 그리고 민호와 결혼한 설희의 오빠이자 민호의 의대 동기이며 절친인 오정규와 서로 사랑하는 사이로 나온다. 지고지순한 둘의 사랑은 웬지 모르게 불륜인데도 응원을 하게 되는 힘을 지녔다.



아무튼 <표류도>의 현회는 's대학'에서 역사를 공부한 인텔리 여성이지만 지금은 사생아로 낳은 딸 훈아, 어머니, 그리고 배다른 동생을 부양해야하는 가장이다, 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사랑했던 찬수와는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결혼식을 하지 못했지만 아이를 임신을 한 상태였고, 그런 찬수가 전쟁의 와중에 비극적인 사고로 죽고 사생아인 '훈아'를 홀로 낳는다. 지금도 그렇겠지만 1950년대라는 시대 상황에서는 현회에게 결코 긍정적이지 못한 요소인 것이다. '현회'로서는 의도하지 않은 불가항력의 요인이지만 어느 누가 그런 걸 신경쓰면서 욕을 한단 말인가. 하지만 '현회'라는 여성은 그러한 외부의 통상적인 윤리라든가 여자로서의 규범에 대해 대범하면서도, 지식인 여성으로서의 논리로 무장한 용감성을 발휘한다. 자신의 가족에 대해서는 강한 책임 의식도 가지고 있고, 주위의 어려운 사람들을 애정을 가지고 도우려고 하는, 그러면서도 자신만의 확고한 윤리의식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려고 애쓴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여러 학교에서 교편을 잡았지만 그러한 그녀를 따듯하게 배려하는 시선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녀가 가는 곳마다 사생아를 낳았다는 이유로 번번히 그만두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인하여 그녀는 친구에게서 돈을 빌려 '마돈나'라는 다방을 열고 다방 마담이 되었던 것이다. '다방마담'이라는 직업으로 인하여 또 다른 남자들과의 만남을 야기하게 되는 것인데. 이는 불가피하게 아름다운 만남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결과적으로는 그녀에게 크나큰 불행을 안겨주는 인물과의 만남도 예비하게 된다.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 '상현. 그는 신문사의 논설위원이며 저명한 집안의 자제이다. 역시 저명한 집안의 영애를 만나 결혼을 했고 아이가 있다. 그는 다방 마담이라는 직업과 어울리지 않는 그녀의 내면을 알아본 것일지도 모른다.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이이지만 상현은 그녀가 다방 마담을 그만 두고 그와 결혼하기를 원한다. '현회'는 그와의 사랑을 키워나가며 장밋빛 미래를 상상하기도 하지만 - 사랑하는 사람과의 미래를 꿈꾸지 않는 여자가 있을 수 있을까? - 그녀는 언젠가 닥쳐올 그와의 이별을 기다린다. 자신 스스로는 그와의 사랑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가 신문사 논설위원이라는 - 노동을 하고 있듯 -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녀는 '다방마담'이라는 노동을 통하여 가족을 부양해야하는 의무를 저버릴수가 없다. 그녀의 절박함을 그는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여기에 또 다른 비극은 이미 내포가 되어 있다고 봐야한다. 그런데 이 샌님, 살아오느 내내 어려움이라곤 하나도 모르고 살아서 그런가 진짜 어려운 일이 있으면 정면 돌파가 아니라 도망을 간다. 그가 만난 최고의 어려움은 '현회'가 다방마담을 그만두고 자신과 결혼하자는데도 거부하는 것이겠지. '다방마담'과 결혼하려고 자신의 가정을 깰 용기는 있으신지 묻고 싶다. 아무튼 도망을 갔다. 내가 보기엔 두 번이나...! 그러니 정말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는 늘 ;'현회'의 곁에 없다. 이러니 믿고 의지할 수가 없는 거다.



그녀 주위의 또 다른 인물인 '환규'는 찬수의 친구이자 현재는 출판사 사장으로서 그녀에게 항상, 늘 의지가 된다. 그녀가 선생을 그만뒀을 때 일본어 원고의 번역을 의뢰하면서 도움을 주었고, 지금도 그녀에게 알게 모르게 금전적, 감정적 도움을 주는 존재이며 그녀를 사랑한다. 사실 '현회'가 마음을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은 거의 유일하게 '환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몰론, '현회'가 결혼을 해서 새로운 가정을 꾸린다면 '환규'와 같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환규'는 '현회'가 죄를 짓고 수형생활을 하는 중에도 변함없이 그녀에게 도움을 주고 그녀의 곁을 지킨다. 역시 의리의 상남자라 믿음이 간다. 이 둘의 앞날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뿐. 



여기에 가장 비열하고 혐오스러운 인물은 대학 강사이면서 실력은 없어 제자들로부터 '대가리가 콘크리트'로 놀림을 당하는, 번드르르한 외모의 '최영철'이 있다. '마돈나'의 손님이면서 '현회'에게 모멸감을 느끼게 하는데, 그런 그의 사람됨을 알아보고 무시를 당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문제는 자신은 그것을 잘 모른다는 것. 지극히 속물적이고 돈만 밝히는 수전노이면서 뭇 여성들을 갈취하고 다니는 사기꾼이다.  아무 관심도 없는데 자꾸 '현회'에게 되지도 않게 수작을 건다. 남들은 그의 비열함을 다 아는데 자신은 안 그런 줄 아는, 파렴치한으로 인하여 '현회'가 살인이라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죄를 짓게 되는데 아주 공헌을 하는 인물이다. 의도치 않은 한 번의 실수로 살인자가 되는 '현회'의 고난이 왜 이다지 끝도 없이 이어지는 것인지 안타깝기만 할 뿐 그가 죽은 것은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드라마 보면서 "저런 놈은 죽어야 혀, 잘 죽었어. 죽어도 싸지!" 하고 외치게 만드는 인물이다.  

 


'현회'라는 인물은 그 당시의 여성상으로서는 드물게 용기있고 강단있는 여성이 아닐까 싶다.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넘어지지 않고 스스로 의지를 다지면서 꿋꿋하게 가족을 부양하고자 다시 일어선다. 이는 그녀와 어머니를 버리고 떠돌면서 배 다른 아이를 낳아 그녀의 어머니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안긴 그녀의 아버지, 그녀가 갖은 고생을 하며 돈을 벌어 대학을 졸업하였으나 사생아를 낳았다는 이유만으로 배척을 당하게 하는 사회 규범과 비교해 볼 때 오히려 칭송 받아 마땅한 자질을 지닌 여성이 아닌가 말이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가족을 버리고 유랑하는 무능력한 남자였던 아버지는 누구도 욕하지 않는다. 사회 규범을 들먹이면서 한 때 시기를 잘 만나 거대한 부를 이루고 살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고리의 이자를 챙기는 그녀 주위의 친구들, 대학 강사라는 허울로 어렵게 모은 작은 돈을 등쳐먹는 '최영철'이라는 남자는 그럼에도 자신의 지위를 보전하며 다시 다른 사람을 등쳐먹을 궁리에 몰두한다. 심지어 외국인을 '마돈나'에 데리고 와 가만히 있는 '현회'를 희롱한다. 이 인간이 하는 말만 들어도 이후에 하게 되는 '현회'의 행동이 충분히 납득이 된다. 차라리 현회가 영어를 알아듣지 못했다면... 그건 그것대로 비극이며 그건 그저 비극을 잠시 유예한 것일지도 모른다..

  

      "미스터 스미스, 그렇게 그 여자가 욕심이 나요?"

      최 강사의 서툴지 않은 영어가 귀에 흘러들어 왔다. 이방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참 아름답소. 눈이 신비하고 슬픔에 젖어 있소."

     "스미스가 외로워서 그렇게 보이는 거요. 여자란 돈과 권력이면 정복되는 동물이 아니오?"

     "저 여자도 돈과 폭력이면 그만인가?"

     "물론."


     "흐음? 그렇다면 문제는 달라지겠는걸. 그럼 스미스는 날 도와주겠소?" 

     "아암, 돈 많이 주겠소."

     "안 돼, 그건. 일전에 내가 부탁한 일 들어주어야 돼요. 스미스, 사실 저 여자는 말이야. 내 것인데 조건에 따라 양보할 수 

      도 있어. 여자를 갖는 데는 낭비가 심해 골치야, 하하핫!"


     "이런 곳에 있는 여자는 레이디가 아니니까 손쉽고 또 뒤가 귀찮지 않거든 ..."



박경리의 작품들에서 보여지는 여성상은 한결같이 현실에 순응하지 않고 맞서 나아가고 절망 속에 매몰돼 있을지라도 어느 순간 그것에서 벗어나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능동적인 인물들이다. 이 작품의 '현회'는 물론이고 <애가>에서 보았던 '진수'와 또 다른 '현회' 그리고 <토지>의 서희 아가씨까지. 그리고 전쟁 중에 남편을 잃고 자식을 부양하기 위하여 더 열심히 창작 활동을 할 수 밖에 없었다던 작가 박경리 자신까지도. '현회'라는 여성 안에 작가 박경리가 강하게 투영되어 있다. 멋진 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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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12-05 12: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김약국의 딸들도 새로 나왔더군요 영화 ‘표류도‘는 원작과 결말이 다르더라고요 뭐 가능한 하나의 가정인데요 소설과 다른 평행우주가 펼쳐집니다 소위 통속소설이라지만 남다른 여주인공이라서 역시 박경리의 작품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애가는 잘 기억 안 나는데 동명이인 현회에 대해서 함 찾아봐야겠어요 잘 읽었습니다!

은하수 2023-12-05 14:32   좋아요 2 | URL
영화는 다른 결말이군요! 맞아요. 엄밀히 살피면 통속소설이죠. 신문연재 소설이니 순수소설이기는 아마 어렵지 않았을까 싶어요. 박경리 선생은 돈을 벌어야했고 이 소설이 작은 발판이 되어주기도 했다니까요.
그런점에서 작가와 주인공이 일맥상통하기도 한거 같아요.
애가에선 현회와 정규, 표류도에선 현회와 환규~~
남자이름도 비슷해서 웃음 났지 뭐예요^^

서니데이 2023-12-05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하수님, 올해의 서재의 달인과 북플마니아 축하드립니다.
따뜻한 연말 좋은 시간 보내세요.^^

은하수 2023-12-05 23:05   좋아요 1 | URL
어이쿠... 이런..
제가 좋아서 하고 서니데이님 비롯해서 도움도 많이 받았는데..
축하해 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어요
넘 감사합니다~~^^
남은 2023년의 시간 내내 책과 함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타키니아의 작은 말들 - 뒤라스가 펼쳐 보이는 프랑스판 ‘부부의 세계’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장소미 옮김 / 녹색광선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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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런 애매한 프랑스 소설 리뷰 쓰기 너무 힘들다. 읽긴 읽었지만 뭐라 써야 할지 도통 모르겠다. 그러면서 역시 프랑스 소설은 나와 안 맞는군 하고 절망하게 된다.

그냥 넘어가면 하나도 기억 안 날 거 같아 일단은 무언가를 좀 남겨야겠단 생각을 한다.

그런데 무얼 남겨야 할지 생각은 안 나고 그래서 오늘 하루 집안 일 하는 중간 중간 계속 생각을 해본다. 이거 때문에 머리가 좀 복잡하니까 일단 빨리 써버리자 싶어진다. 아, 정말 웃긴다. 안 써도 되는데 난 대체 왜 이럴까...?^^

그 와중에 또 위안이 되는 건 역시나 녹색광선의 책은 너무 예뻐서 책꽂이에 자꾸 꽂아 놓고 싶게 만든다.




이 책에 등장하는 주요 등장인물은 자크/사라 부부, 루디/지나 부부, 그리고 독신이면서 이들의 절친인 다이아나 이 다섯 사람이다. 자크/사라 부부에게는 아이가 하나 있고 가정부가 휴가지에 동행을 했다. 이탈리아의 폐쇄적인 바닷가 마을로 휴가 여행을 떠나 온 이 다섯 사람은 자신들이 원하던 여유로운 휴가지에서의 일상을 향유하지는 못한다. 앞은 바다이지만 마을 뒤쪽은 높은 산이 솟아있어 바람이 불어오지 않아 더욱 심각해진 더위 때문에 쉽게 잠들지 못하는 밤을 보내고, 아침이면 일어나 친구들을 만나 바다 수영을 하고 호텔이나 각자 빌린 집에서 식사를 하고 낮잠을 잔 다음 다시 친구들을 만나 바다 수영을 하고, 또 저녁을 먹고 잠든다. 휴가지에서의 이런 일상 탈출은 평소 바라던 바일 수 있지만, 여유롭게 책 한 권 읽을 수 없을 정도의 더위가 더해지면 휴가 여행은 그야말로 권태로움 그 자체가 되어버린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자주 떠오르는 단어가 '권태로움'이었을 정도이다. 일상을 탈출해 왔지만 다시 이어지는 지루하고 권태로운 일상, 그리고 이 젊은 부부들은 사랑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생각들을 하고 있다. 사랑에 있어서도 이들이 지금 권태기를 지나고 있는 것인가 싶어진다. 




자크와 사라는 대단한 부부 싸움을 한 것은 아니지만 사소한 말다툼으로 인해 관계가 약간 서먹하고, 루디와 지나 부부는 늘상 소리 높여 싸우는 듯 하지만, 처음 보는 사람이 느낄 정도로 둘은 정말 세상에 다시 없는 '영원한 사랑을 하는 커플'로 비칠 정도이다. 지나는 이 곳 외에 다른 곳으로 여행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면서 루디의 제안을 거부한다. 물론 루디는 지나와 함께라면 어딘들 굿굿인, 가고픈 곳이 너무 많은 남자다. 이들의 절친인 다이아나는 이들에게 촌철살인, 금과옥조와도 같은 말을 던지는데..  

"부부가 갖고 있는 서로에 대한 지식, 아마 그게 제일 형편없는 지식일걸.(52쪽)"

이 똑똑한 사람은 심지어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옆에서 두 부부를 보기만 하고도 꿰뚫어 봤다는 거다!!!




이런 권태로운 일상에 긴장감을 조성하는 두 가지의 사건이 거의 동시에 일어난다.

마을 뒷산에서 최근 일어났던 전쟁(제2차 세계대전) 중 매설됐던 지뢰 제거 작업을 하던 젊은 청년이 지뢰 폭발로 폭사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멀리에서 부랴부랴 달려온 청년의 늙은 부모는 산에서 아들의 시신을 수습하지만 사망 통지서에 사인을 미룬 채 며칠 동안 산에서 내려오지 않고 버틴다. 노 부부의 슬픔은 더위로 지친 마을의 피서객들의 마음도 슬픔 속에 잠기게 만든다. 폭사한 아들의 시신을 수습하여 비누상자에 담아두고 아들의 죽음을 인정하기까지의 시간은 휴가를 즐기러 온 사람들의 생각과 대비된다. 다시 이 바닷가 마을에 멋진 보트를 모는, 햇볕에 그을린 멋진 몸을 가진 낯선 남자가 등장한다. 이 남자는 자신에 대한 말을 삼간 채 누구나 한번쯤 타보고 싶어하는 역시 멋진 보트를 몰면서 바다 위를 유유히 지나다닌다. 그의 마른 듯 그을린 몸도 멋지고 요트를 타는 모습도 멋지니 이 권태로운 일상에 파문이 일고 휴가를 즐기러 온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런데 이 남자가 사라를 욕망하면서 자크와 묘한 삼각관계를 형성하게 되는데 이것이 또 다른 긴장감을 조성하는 요인이 된다. 여기서 정말정말 이해 안되지만 사라와 장이 어울리면서 섹스에까지 이르는데 자크는 이것을 알면서 지켜보기만 한다는 거다. 아, 정말 이 부부 대체 뭔가 싶어진다. 그러면서 잠시 그곳을 벗어난 짧은 여행을 계획하고(타키니아의 말들을 보러 가는 여행), 심지어 나중에는 그 남자 장을 마음에 들어하기까지 하면서 자신이 혼자 여행을 가면 사라와 같이 밤을 보낼 사람이니 당연히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한다며 사라가 낮잠을 자러 간 사이에 호텔에서 두 사람만의 대화를 하기에 이른다. 아 놔 진짜...




결론적으로 말하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권태로운 일상에 자크와 사라 부부가 말다툼을 하면서 소원해진 관계가 낯선 남자로 인하여 긴장감을 조성하게 되고 화해를 하게 되는 과정이 더해지고, 노 부부가 아들의 시신을 수습하고 사망 통지서에 사인을 함으로써 마을 전체에 드리웠던 우울한 슬픔의 기운이 걷혀가는 일련의 과정들에서 뒤라스는 남녀 간의 사랑과 우정을, 모성애와 인류애 등의 사랑의 형태의 다양성을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자크는 사라와의 사랑의 권태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의 발현으로 루디가 제안한 '타키니아의 작은 말들'을 보러 떠나는 여행을 제안하였는데, 자크는 사라가 이 제안을 받아들이기를 간절히 원하는 거 같았다. 그러므로 자크에게 있어 '타키니아의 작은 말들'이 그려진 벽화를 보러 간다는 것은 그들 사랑의 이상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라는 낯선 남자 '장(Jean)'과의 관계를 더 이상 이어가지 않기로 하고, 타키니아의 작은 말들을 보러 가자는 제안을 받아들임으로써 자크와의 사랑에 다시 한 번 다가가려고 했으니까 말이다. 




이 작품은 많은 부분을 대화에 의지하여 스토리가 전개가 되는데 친구들 간에 이루어지는 대화의 방식이 우리와는 사뭇 다른 것이 너무도 이질적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몰론 부부간의 대화도 나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도 많이 있었고. 이건 뭐 나의 꼰대력을 시험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할 정도였으니까. 그렇지만 뒤라스가 이 대화들을 통하여 제시한 사랑의 정의 내지는 사랑의 본성이라고 할 문장들은 꽤 신선하고 의미있게 다가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이라면, 강 건너의 무도회장에서 사라를 기다리는 장에게 루디를 가게하고 기다리는 사라는 오지 않을 것임을 말하라고 하는데 그 장면에서 루디가 사라에게 이런 말들을 한다.


"사랑엔 휴가가 없어. 그런 건 존재하지 않아. 사랑은 권태를 포함한 모든 것까지 온전히 감당하는 거야. 그러니까 사랑엔 휴가가 없어. ... 삶이 아름다움과 구질구질함과 권태를 끌어안듯, 사랑도 거기서 벗어날 수 없어." (315쪽)  




아차차... 이 작품에 주구장창 참 열심히도 등장하는 '캄파리'라고 하는... 작품 속에선 식전주(아페리티프)로서 쓴 맛이 나는 칵테일로 나오던데 그것이 궁금하여 검색을 해봤다. 

"캄파리는 아페리티프로 간주되는 이탈리아의 술로, 허브와 과일(치노토, 카스카릴라)을 알콜과 물에 우려내서 얻는다. 쓴 맛이 나며 어두운 빨간색이 특징이다. 1860년 이탈리아 노바라의 가스파레 캄파리에 의해 발명되었다"(위키백과 참조)고 한다. 작품에서도 쓴 맛이 나는데 자꾸 마시다 보니 좋아하게 된다고 낯선 남자 장(Jean)이 말한다. 주인공들이 정말 시도 때도 없이 마셔 대니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색깔도 붉은 색이라 잔에 따랐을 때 정말 예뻐서 누군가 그걸 마시고 있는 걸 본다면 나도 한 번쯤 마셔보고 싶은 생각이 들거 같다. 술에는 한없이 약하기만 한 나는 결코 느껴보지 못할 세계이리라..... 무지 아쉽다...                                                                                                                                                                 




그녀는 그의 품에 안겼다. 그리고 말했다.
"몇 해 전부터 난 밤이면 더러 다른 남자를 꿈꿔."
"알아, 나 역시 다른 여자를 꿈꿔."
"어찌해야 할까?"
"세상의 어떤 사랑도 사랑을 대신할 순 없어, 그건 어쩔 도리가 없는 거야."
"정말 어쩔 도리가 없을까, 정말 아무것도?"
"아무것도. 가서 자." - P236

루디는 말을 이었다. "어쩌면 오래된 사랑이 우리를 그렇게 악의적으로 만드는 건지도 몰라. 위대한 사랑의 황금 감옥 말이야. 사랑보다 우리를 더 옥죄는 감옥은 없지. 그렇게 오랜 세월 갇혀 있다 보면 세상에서 가장 선량한 사람까지 악의적인 사람이 돼 버려."
사라는 말했다. "그런 것 같아." 그녀는 잠시 사이를 두고 덧붙였다. "그래도 넌 날 사랑해야 돼, 난 최소한 내가 악의적인 걸 알고 있으니까."
루디는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아, 귀여운 사라, 난 널 영원히 사랑할 거야." - P295

그는 말했다. "사랑엔 휴가가 없어. 그런 건 존재하지 않아. 사랑은 권태를 포함한 모든 것까지 온전히 감당하는 거야, 그러니까 사랑엔 휴가가 없어."
그는 강물을 마주한 채 그녀를 보지 않고 말했다.
"그게 사랑이야. 삶이 아름다움과 구질구질함과 권태를 끌어안듯, 사랑도 거기서 벗어날 수 없어." - P315

그는 드러누운 뒤 불을 껐다.
"당신은 뭐했어?"
"아무것도. 그저 포도주 한잔씩 했어."
그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그래서, 그 친구는 갔어?"
"응"
그는 그녀를 품에 안았다.
"바람피우고 싶지 않아?"
"나도 당신과 마찬가지지."
... ...
"왜 나한테 바람피우고 싶다는 말을 하는 거야?"
"글쎄" 가끔은 당신한테 진실을 얘기하고 싶은가 보지."

...이것이 자크와 사라 부부 간의 대화라구???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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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자 2023-12-02 0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 사람들이 얽인 연애와 사랑 이야기가 포함된 프랑스 소설... 그 뭔가 그 특유의 ..그거.... 리뷰로 쓰기 감도 안오는데 은하수님 후기 너무 좋아요!!

은하수 2023-12-02 09:14   좋아요 1 | URL
달자남, 잘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전 저런 프랑스식 연애, 사랑 어렵더라구요. 지난번 읽었던 사강의 <패배의신호>도 그랬거든요~~
 

베트남 작가 바오 닌의 작품을 처음 만났다.

B3 전선의 후방 기지인 깐 박 지역에 전쟁 이후 첫 건기가 고요하게 그러나 때늦게 찾아왔다. 9월과 10월, 11월이 지났는데도 야 롱 뽀꼬 강변을 따라 우기의 짙푸른 강물이 계속 범람했다. 날씨는 변덕스러웠다. 낮은 뜨거웠고 밤에는 비가 내렸다. 가는 빗발이었지만, 비・・・비・・・가 하염없이 내렸다.
산은 흐릿했고 멀리 길들은 안개 속에 잠겼다. 나무들은 흠씬 젖었고 숲은 고요했다. 대지가 밤낮으로 김을 물씬 뿜어 대어 온통 초록의 바다에 나뭇잎 썩는 냄새가 피어올랐다. - P14

섣달 초순에 들어서도 숲의 모든 길은 여전히 질척이는 진창이었고, 평화 속에 버려진 길들은 사람이 거의 다닐 수 없을 정도로 황폐해져 있었다. 
길들은 무성한 수풀 속에 가라앉아 조금씩 흔적을 잃어 가고 있었다. - P14

이런 얄궂은 날씨에 이 같은 진창길을 지나는 여정은 말할 수 없이 고되고 힘들었다. 사이 지방 동쪽에 있는 ‘악어 호수 계곡‘에서 67 현을 지나 뽀꼬 강변 서쪽의 ‘십자가 언덕 삼거리‘ 까지는 50킬로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인데 덩치 크고 튼튼한 질(Zil) 트럭의 성능 좋은 3기통 엔진으로 종일 쉬지 않고 달렸어도 제시간에 닿지 못했다. 밤이 늦어서야 고이 혼 덤불숲 어귀에 겨우 다다랐다. 시냇가에 차를 세웠다. - P14

냇물에는 썩은 나뭇가지가 가득 떠다녔다. 운전사는 운전석 안에서 자고 끼엔은 짐칸으로 올라가 해먹을 걸고 혼자 누웠다. 한밤중에 비가 내렸다. 
대부분 소리가 되지 못하고고요히 떨어져 내리는 안개처럼 감미로우며 얇고 가는 빗발이었다. 
낡고 오래된 트럭 덮개 천막에 빗물이 스며들어 얼룩이 졌다. 
트럭 바닥에 가지런히깔아 놓은, 전사자의 유골들이 담긴 나일론 자루 위로 빗물이 천천히 방울져 떨어졌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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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누구의 이야기인가 - 미투 운동에서 기후위기까지
리베카 솔닛 지음, 노지양 옮김 / 창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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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비교적 편하게 읽을 뿐만 아니라 읽고 나면 강한 자극을 남기는 작가 중의 한 명이 리베카 솔닛이다. 

그는 페미니스트이면서 환경, 반핵, 인권 운동에 헌신적으로 동참하는 활동가이고, 분야를 가리지 않는 다양한 저술 활동으로 다양한 수상 경력까지 보유한 작가이다.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를 읽고 알게 된 '맨스플레인' 현상으로 강인하게 각인되기도 했다. 그래서 도서관애 가면 굳이 찾아보는 작가이기도 하다.

얼마 전 우리 동네 작은 도서관이 내부 리모델링 공사를 마쳤다고 하길래 갔다가 눈에 띄어 바로 대출해왔다. 작은 도서관인데 왜 여태 눈에 안띄었을까 의아했지만, 의아함을 뒤고 하고 읽기 시작하니 정말 순식간에 글에 빠져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불편한 이야기를 밝혀내어 마구마구 던져주는데 어찌 아니 시원할쏘냐!



그런데 책을 읽어나가다 보니까 이 작가도 정말 나만큼이나 트럼프를 싫어하나보다 싶은 생각이 드는게 막 웃음이 나는 거다. 물론 책의 내용은 전혀 웃을 수 있는  그런 내용이 아니었다는 것은 당연하다. 리베카 솔닛은 아마 나보다 더 싫어할 뿐 아니라 그 사람의 뻘짓, 어이없는 짓, 얼토당토 않은 거짓을 가까이서 더 많이 대하고 있을 테니 그 문제의 심각성을 나보다 훨씬 훨씬 더 많이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비단 리베카 솔닛이 말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란 걸 우리 모두는 알고 있는데, 책의 첫 장, 첫 문장을 이렇게 시작한다. "우리 앞에 떡 버티고 서 있는 이상하고 신경 거슬리는 문화적 서사에는 다음과 같은 공통분모가 있다."(27쪽)  그 공통분모라는 것은 우리 중에 누가 더 중요한지, 이건 누구의 이야기인지, 그리고 누가 더 동정?을 받아야하는지에 대한 가정, 그리고 누가 연민을 더 받아야 하고 누가 더 양손에 선물을 쥐고 있으면서 더 달라고 협박하는지, 누가 더 사랑받고 싶어하는지, 궁극적으로 왕국과 권력을 누구의 영광으로 돌려야 하는 지에 대하여 말하는 그 공통분모가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 우리는 아마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백인들, 특히 백인 남성들, 더 구체적으로 이성애자 백인 프로테스탄트 남성들이 그들"이라는 것을! 전형적으로 트럼프는 이 부류에 속하는 사람일 것이다. 그러니까 난 트럼프를 볼 때마다 이렇게 생각되어지는 것이다. 양 손에 떡을 쥐고 더 달라고 끊임없이 떼를 쓰고 남의 손에 있는 떡 하나를 뺏지 못해 앙탈을 부리면서 응석을 부리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모습 말이다. 그러다가 이런 생각도... '아유 지겨워 적당히 좀 해라. 그러다 배 터져 ㄷㅈㄹ...!' 1964년 인권 운동가 패니 루 해머Fannie Lou Hamer는 유명한 말을 남겼단다. "나는 지치고 짜증나는 데에도 지치고 짜증난다.(176쪽)" 이 말이 딱 내 심정이다!(더 심한 욕을 했다 지움)




그런데 요즘 또 티비 뉴스에 트럼프가 자꾸 보인다. 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의 그 누구도... 땡전 뉴스도 아니고... 그래서 내가 요즘 뉴스를 안 본다. 남편이랑 뉴스 듣다 둘 중 하나의 얼굴이 보이면 차 한 잔 들고 내 방으로 쏙 들어와버린다. 물론 문을 쾅 닫고(이건 남편에 대한 반감도 포함된다! 내가 그렇게 말렸건만). 그 사람들은 세상이 자신들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할까, 분명 자신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그리고 모든 세상의 중심에는 자신들이 있으므로 역사는 자신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할까, 세상의 모든 사랑과 동정은 자신들이 받아야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진정???

많은 백인 남성들은 힘은 애초에 평등하게 분배되지 않으며, 늘 그래왔듯이 자신들이 가진 힘을 자랑스레 떠벌리고 자신들의 의견에는 주관적인 편견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지극히 객관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고 말하면서 임신중지 반대 법안을 만들고 여성을 협박하고 폭행하고 성폭력과 성추행을 일삼으면서도 처벌받지 않는다. 법과 공권력이라는 이름으로 일삼는 폭력에 다름 아닌데도 말이다. 그러니까... 투표를 제대로 해야하는 건데... 싶었지. 그래서 특히 이 책의 '투표 억압은 집에서부터 시작된다'를 읽으면서 충격을 좀 받았는지 모르겠다.




생각보다 흔한 가정 내 폭력으로 인한 투표 방해 행위에 대하여 다루고 있었는데 나는 이러한 예시들이 극히 일부의 일화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기도 하다. "남편이 우리집의 결정권자라서요."라고 말하는 여성들이 사는 나라가 과연 미국이라는 것을 믿어야 하는지...  미국에서 여성의 참정권 운동의 역사를 돌아보면 여성을 기본적으로 남편의 사유 재산이나 가축으로 제한했던 당시의 법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남편은 기본적으로 아내의 신체, 노동, 수입과 자산을 통제할 권리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러한 관습이 현재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저 밑바닥에서부터 소름이 올라오는 것을 멈출 수가 없다. "유권자 위협, 다른 말로 '투표권 도둑질'이라 부를 수 있는 많은 방식이 있고", 우리와 다르게 선거 운동원이 유권자를 만나는 미국의 방문 선거 운동원들에게서 수집한 사례를 보면 나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사실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자신이 투표할 후보를 남편에게 물어봐야 하고, 아예 아내의 의견은 묻지도 못하게 하고, 자신의 의견을 밝히기도 전에 남편을 두려워하거나, 소리를 지르면서 아내의 의견을 가로채는 남편들의 모습은 남편과 아내의 모습이 아니라 주인과 노예의 삶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지배당하고 조종당하고 외부와 차단된 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차단 당하는 상황은 투표권 행사에서도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심각하다. 선거 감독관인 대니얼 루트라는 사람의 글을 인용해보면,


  "가정 폭력범들이 생존자들에게 사용하는 가장 흔한 전략은 피해자를 가족, 친구, 지역사회 주민들로부터 고립시키는 것이다. ( ...) 학대자들은 바깥세상으로 통하는 창구인 전화와 인터넷 사용을 제한하거나 검열하기도 한다. 투표를 하고자 하지만 친밀한 파트너에게 폭력을 경험한 개인들에게 고립은 특히 심각한 문제가 되기도 한다."(89쪽) 




하워드 진이나 긴즈버그의 글을 읽으면서 미국의 임신중지 반대 법안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 지, 그 법이 여성들의 몸에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는지, 그리고 임신중지가 여성들을 묶어 놓는 부당한 편견과 거짓말들이 어떤 식으로 선전되고 있는지 - 예를 들어 임신중지를 하려는 여성은 부주의하고 아이를 혐오하는 난잡한? 여성이라는 거짓말. 뿐만 아니라 2019년 4월 말 위스콘신주에서 열린 공화당 집회에서 도널드 트럼프는 이렇게 말했다. "아기가 태어나죠. 엄마가 의사를 만나요. 둘이 아기를 보겠죠. 그런 다음 아기를 강보에 곱게 싸서 의사와 엄마가 이 아기를 죽일지 살릴지 결정을 합니다."(96쪽) 이런 정신 나간 거짓말을 사실인 것처럼 날조해서 공표하듯 말한다. - 알고 있었지만 리베카의 글을 읽으면서 더 많이 알게 되고 분노(요즘 책 읽다 이 감정을 가장 많이 느끼는 거 같다!) 하고 그 여성들의 처지에 깊이 공감하지만 내가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은 맘 속 깊이 내가 어쩌지 못하는 트라우마처럼 남아있다. 아마 많은 여성들이 이런 감정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포드 박사님, 당신이라는 지진을 환영합니다'  에서 읽었던 크리스틴 블레이시 포드 박사의 용기있는 증언에 나도 조금 힘을 얻었다. 포드 박사는 미국 대법관 후보 브렛 캐버노의 성폭력을 폭로한 최초의 여성으로서 그의 증언은 

피해자로서 엄청난 비난을 견뎌야함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낸 것이었다. 캐버노는 현재 대법관으로 검색이 되고 있으니 성폭력을 고발한 세 명의 여성이 있었음에도 백인 남성, 프로테스탄트 보수성향이라는 견고한 성은 무너지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포드 박사의 증언에 힘입은 여성들은 이후 직장 내 '성희롱'을 고발한 애니타 힐로 이어지고 수많은 목소리가 공명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용기에는 전염성이 있다"는 포드 박사의 증언처럼 여성들이 고분고분하길 원하는 세상으로부터 분노하고 미투 운동으로 변화를 이끌어낸 많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용기를 배운다. 버스 보이콧 운동을 벌인 로자 파크스,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 운동의 공동 설립자인 알리시아 가자, 아이다. B. 웰스, 오드리 로드, 테리 맥밀런, 그리고 힐러리 클린턴 같은 여성들을 언급하면서 그들의 분노의 이면에 깔린 건 정의에 대한 사랑, 평등에 대한 사랑, 잘못을 바로잡고 진실을 말하고자 하는 태도에 대한 사랑이라고 말한다. 나도 이 말에 깊이 공감한다. 




끊임없이 터져나오는 공통분모들의 성폭력, 성희롱 사건 폭로를 보면서 우리 여성들은 생각할 것이다. 우리는, 우리 여성들은 더 많은 사람, 더 많은 목소리, 더 많은 가능성이 함께하는 미래로 나아갈테고, 어떤 사람들은 뒤쳐질텐데 미래가 그들을 참아주지 않아서가 아니고 그들이 미래를 참을 수 없어져서 도태되고 말 것이라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어 하는 주류 문화 속 '이성애 백인 남성 프로테스탄트들'만이 주인공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화자가 될 것이라고.  왜냐하면 "백인 프로테스탄트는 이미 소수이고 2044년 전후로 비백인이 투표권을 가진 주류가 될 것"이기 때문에.... 나도 그러한 세상을 꿈꾼다. 여성이 여성의 이야기를 하는 세상을... 남의 나라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비백인이 주류가 된다는 상상만으로도 왠지 통쾌한 기분도 든다. 거기에 물론 여성들도 포함이어야 한다. 




"오늘을 가로질러 흐르는 힘과 가능성"이라는 문장은 리베카 솔닛이 '어린 기후 운동가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쓴 것을 인용하였다. "2019년 3월 15일 세계 50여개국의 청소년 수십만명이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책을 요구하는 등교 거부 시위(Global Strike for Future)를 벌이고 거리 집회를 열(270쪽,옮긴이 주)"었을 즈음 가디언 지에 발표한 글인데 거기 마지막 장에 이 문장이 나온다. 청소년들에게 보낸 글이지만 수신인을 우리 여성 동지들에게라고 해도 딱히 나쁘지 않은 글이란 생각이 들었다. 관심을 기울이고 글을 찾아 읽고 용기를 내어 앞으로 한발 내딛는 발걸음이 모여 현재를 가로질러 가는 발걸음이 된다면 언젠가 반드시 길이 생길테니까. 솔닛도 말했다. 관심을 기울이고 글을 찾아 읽는 것만으로도 반기를 드는 것이라고. 나는 앞으로도 계속 글을 찾아 읽을 것이니까 행동하는 여성들에게 기氣를 모아주는 것이라고 믿고 싶다. 아... 소심한 나여! 이것이 나의 한계인가...


   "오늘의 여러분 또한 지금 일어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여러분의 힘을 앞으로 모두 느끼게 될 것입니다. 오늘 여러분의 행동은 중요해요. 여러분 개인은 그저 몇몇 사람들과 함께, 혹은 수백명과 함께 일어났다 생각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전세계의 수백수천만명의 사람들과 같이 일어난 것입니다.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서도 일어난 것이고 아직은 보이지 않는 수천만명의 사람들도 여러분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오늘 여러분은 "현재를 가로질러 흐르는 힘과 가능성이며 이는 사막에 흐르는 강과 같습니다.(2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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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3-11-27 2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하.............................................. 은하수님.......... 하.... 그러니깐요....

은하수 2023-11-27 20:40   좋아요 2 | URL
반가워요~~쟝님!
요즘 제가 너무 분노에 차 있나봐요...ㅎ
원동력과 힘이 되는 분노가 되도록 힘쓰려 합니다~~
 
페이드 포 - 성매매를 지나온 나의 여정
레이첼 모랜 지음, 안서진 옮김 / 안홍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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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드포』성매매를 지나온 나의 여정을 읽고... 


정말 어렵고 어렵고 긴 시간동안 고군분투하며 다 읽은 거 같은 느낌이다.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읽은 줄 알았는데 막상 계산해보니 그리 오랜 시간은 아니었다.

책은 내용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책의 내용이 받아들이기 너무 힘든 내용이어서 그랬다.

자그마치 성매매를 직접 겪은 여성의 실제 경험담이 적나라하게 묘사가 되고 있고 그 과정에서 그녀가 겪었던, 혹은 느꼈던 생생함이 나에게 전달이 너무도 잘되어서 힘들었다.  처음 읽으면서 느끼는 감정은 분노, 분노, 울분, 소름 돋음, 끔찍한 고통, 그리고 찢어지는 듯한 아픔, 그리고 결국엔 원치 않았는데 눈물이 흐르기도 했다. 그래서 한 번에 많은 양을 읽기 힘들었던 거다.



그녀가 탈성매매 후 26세에 시작한 글은 10 년이라는 긴 시간을 두고 천천히 완성이 되었다. 고통스러운 경험을 계속 되새김질 한 거다. 젊고 아름다운 그 나이에 말이다. 그러니 사람이 온전할 수가 없는 거다. 당연히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그 긴 시간 동안 그녀가 성매매를 극복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작가 자신의 글에서 그렇게 말을 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자신을 위해 성매매를 경험으로 분석해야만 했"던 이유는 "성매매가 나, 다른 여성들,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분석하고 이해하기 전에 내가 본대로 이해하고 발견한 것을 내어놓아야만" 이 글을 읽은 후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깨우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 책을 읽은 후 적어도 몇몇 사람들은 성매매의 단순한 비도덕성, 그 폐해와 고통,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성매매를 근절해야 할 필요성을 좀 더 풍부히 이해하게  될 거라 희망한다. 이를 성취한다면 극복이 또 다른 차원에서 한층 강화될 것이다."(419쪽)라고 말했다. 그녀의 경험이 부디 극복 되었기를 ...  점점 극복 되어가고 있는 길이기를 간절히 원한다.



그럼에도 나는 그녀가 어떻게 이 글을 쓸 수 있었을까, 어떻게 이렇게 자신을 다 내어 놓고 심판 받는 것처럼 다 까발리듯 말을 할 수 있었을까, 어떤 용기를 지녔길래 이런 글을 세상에 내어 놓을 생각을 했을까 끊임없이 질문 해봤다. 나의 이러한 의문에 그녀는 이렇게 답한다.


   이 책을 쓴 이유 대부분은 이미 설명했지만 한 가지가 남아있다. 아마 가장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불타는 건물을 비유로 들 수 있는데, 불 타는 건물을 빠져 나올 만큼 운이 좋았다면 그 집에 불이 났다고 다른 이들에게 알려야 옳다. 그래야 안에 여전히 갇혀 있는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희망이 생긴다.  ... ... 세상이 그 명료한 그릇됨을 깨우칠 때까지 성매매가 여성들에게 무슨 짓을 했고 다른 여성들과 소녀들에게 계속해서 무슨 짓을 할지에 관해서 많은 여성들이 용기를 내서 진실을 토로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424~425쪽)


지금도 어두운 벽 저 안쪽에서 우리는 정확히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러나 어두운 벽 그 너머에 불이 난 것을 알게 되었다면, 혹은 그것을 보았다면 그녀 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소리쳐 외쳐야 한다. '불이야, 불이야...! 라고. 불을 발견한 누구라도 그렇게 외칠 것이기 때문에 그녀가 먼저 나선 것이라고.  그리고 그렇게 외치는 목소리가 여성들만이 아니고 남성들이 동참하는 모습이야말로 그녀가 진정 원하는 세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세기에 시몬 드 보부아르는 '성매매 수요가 억제될 때에만 성매매가 억제될 것이다'라고 기술 했다.(426쪽 인용) 또한 '남성 구매자'가 없는 성매매 시장은 파산한다(재니스 쥐 레이먼드)고도 말한다. 세상에서 성매매가 근절되지 않고 지속하게 하는 단 하나의 요인은 바로 '수요'라고 보았다. 이러한 사실은 비단 지금만이 아니라 인류가 생겨난 이래 존속되어 왔고 우리가 노력을 게을리한다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성매매가 급속히 감소한 단 한 곳이 있었는데, 성매매의 수요(성구매자와 포주)를 처벌하는 최초의 국가인 '스웨덴'에서 그 비현실적인 일이 일어났다. 작가는 그것이 비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한국에서는 그것이 비현실적으로 보인다는 것이 문제다!) 성을 구매한 사람을 처벌하는 노르딕 모델은 그 후 아이슬란드와 노르웨이에서도 시행되었는데 스웨덴과 아이슬란드, 노르웨이에서 가능한 일이라면 다른 곳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희망적인 메세지를 던져준다. 성매매가 우리 여성에게 엄청난 불행을 야기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고 그렇다면 그것을 근절하기 위하여 뛰어드는 행동이야말로 진정 아름답고 희망적인 일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글에서 기억하고 싶은 글이 있었는데 이 말이 타당하다는 생각을 절실히 하게 되었고 기억하고 싶어졌다.

그것은 '성매매된 여성'이라는 말에 대한 작가의 견해에 대해서이다. 그 말은 나에게도 와닿아서 충분히 공감이 되었는데 작가의 문장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 나는 이 책을 집필하기 초반부터 '성매매 여성'이라는 말보다 '성매매된 여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를 선호했다. 왜 이용어가 더 적합하게 느껴졌는지 정확히는 몰랐다. 그저 그렇다는 걸 알았다. 이제는 왜 인지 안다. 여성은 오직 다른 사람에 의해서 성매매될 때만 성매매 여성이 될 수 있고 그 누군가를 염두하지 않은 채 성매매 여성만을 언급하는 건 논리적으로 맞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상업분야에서는 어떨까 생각해본다. 정육업자는 아무도 그의 고기를 사지 않아도 여전히 정육업자인가? 아니다 그는 정육업자가 되고 싶은 사람일 뿐이다ㅡ그 이상은 아니다. 여성에게 그 명칭이 붙기 위해선 성매매가 되어야만 한다. 성매매 여성이 되기 이전에 구매되어야만 한다. (401쪽)


   '성매매된 여성'이라는 용어를 내가 사용하기 시작한 지 한참 지나서 호주 연구자 쉴라 제프리스의 견해를 보게 됐는데 내 생각을 명확하게 반영한다. '성매매된 여성'이라는 용어는 가해자를 소급한다. 여성에게 누군가 무엇을 해야만 그녀가 "성매매되는" 것이다. (402쪽)



'성매매된 여성'으로 살아가는 고통의 시간들 속에서 '탈성매매'하기 위해 고군분투 노력한 기록도 기억할 만하다.

우선, 그녀는 성매매로부터 자신을 분리하기 위해 스스로를 빼내려는 깊은 내면의 욕구가 자신을 빼내기 위한 첫 단계였다고 말한다. 그러한 욕구가 진정한 첫 단계이며, 이 길이 결코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이 아님을 항시 기억하려 했다. 

"이 욕구가 지닌 여러 측면들 중 하나는 정신적 차원의 깊은 열망이었다. 숲을 걸을 때 세상의 아름다움에 둘러싸여 어린 시절에 가졌던 평화, 그 평화를 되찾을 필요가 있었다. 내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고, 그 앎으로 만족하는 평화였다." 자신은 기본적으로 평화로운 사람인데 평화가 불가능한 생활이었기에 평화를 바라는 욕구가 탈성매매에 큰 기여를 했다고도 말한다. 

성매매에서의 삶은 기본적으로 수치스럽고 우울한 감정을 수반하는데 성매매를 계속하는 한 그 우울감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고 지속적으로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는 그 감각들이 너무 싫어서 견디기 힘들었다.

또한 성매매가 계속 되는 한, 약물도 함께 할 터였고 그녀는 약물 중독에서 절박하게 벗어나고 싶었다. 약물에 중독된 여성으로 살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사랑했던 많은 사람들이 약물로 인하여 죽어가는 것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삶으로 변화하고 싶은 강력한 욕구와 의지, 변화를 향한 욕망과 그것을 촉발시키려는 의지에 탄력이 붙으면서 변화를 바라며 7년의 시간을 보낸 그녀는 마침내 '탈성매매한 여성'이 된 것이다.  



*덧붙이는 말

  레이첼 모랜은 스페이스 인터내셔날의 아일랜드 구성원 세 명 중 한 명이고, 2013년 2월 6일 아일랜드 정부를 상대로 성매매 경험을 증언했다. 아일랜드 정의, 국방, 평등에 관한 국회 합동 위원회는 그 해 여름 6월 27일 아일랜드 법이 노르딕 모델을 수용하기를 권고하였다.

2014년 11월 27일, 아일랜드 정부는 노르딕 모델 강령을 실행하기로 결정하고 공식 발표하였다. (430쪽)


**스페이스 인터내셔널(인식 변화를 촉구하는 성매매 학대 생존자들)

   스페이스는 학대적인 성매매 현실에서 생존한 여성들에게 목소리를 주기 위해 새로 형성된 국제단체이다. 스페이스에는 현재 아일랜드, 독일, 덴마크, 프랑스, 영국, 미국, 캐나다 출신 회원들이 있다. 독자적 기구이며, 이 책의 저자가 창립자이다.

   스페이스는 성매매의 폐해를 대중이 인식하고 정부가 움직이게끔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전념한다. 성매매가 성학대 착취라는 정치적 인식이 이루어지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 성매매 수요 범죄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한다.

   스페이스의 회원은 출신국이 어디든 상관없이 성매매 경험 당사자로만 구성이 제한되며, 돈으로 지불된 성학대 압박에서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믿는 여성들이다. 사회 변화를 기대하기 전에, 성매매가 학대로 인식되어야만 한다는 인식 변화를 요구한다. (431쪽)



... 진짜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책을 읽어나가다 보니 내용이 잘 이해가 안되는 문장들이 여럿 있었고 오탈자는 기본에 맞춤법에 맞지 않는 단어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대충 이해하고 넘어가거나 사전 검색도 해봤다. 아무튼 그것이 이 책에 별 5개를 준 내가 느끼는 옥에 티라면 티라고 하겠다. 레이첼 모랜, 당신 잘못이 아니라서 난 당당히 별 5개 투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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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3-11-22 18: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수고많으셨습니다!!

저는 이번에 두 번째로 이 책을 읽었는데, 지난 번보다는 덜 힘들었지만, 한 장 한 장 넘길때마다 이 고통과 슬픔을 어떻게 이겨냈을까, 읽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레이첼 모랜은 어떻게 이 책을 쓸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저는 ‘성매매 불법‘이 성매매와 관련된 문제의 해결과 실천에 제일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음성적으로 그리고 불법적으로 성매매가 이루어지고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가려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불법‘이라는건 언제든 처벌이 가능한 ‘범죄‘라는 뜻이니까요. 이 부분에서만이라도 우리나라가 현재의 법제도를 잘 유지했으면 좋겠어요.

은하수 2023-11-22 21:08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여성주의 관련 책들을 한 권, 한 권 읽어낼때마다 제 자신이 아직 발전하고 있단 자각을 하게 돼요.
이번 책도 역시 그런 느낌이었지만 거의 매일 조금씩 읽어나가느라 힘들었지요.
감히 작가의 고통과 슬픔, 그리고 시시때때로 밀려왔을 자신에 대한 한탄, 자괴감, 우울감은 상상하기 힘들었어요.
다 이해한다고 말할 수 없었죠!

단발머리님 말씀대로 우리나라에선 어쩜 그리도 음성적으로 잘 피해서, 숨어서 그런 짓들을 자행하는 것인지
감탄 아닌 감탄을 할 때가 많았거든요. 강력한 처벌이 반드시 이루어져야한다고 봅니다.
아울러 성매매를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남자들의 그 편견어린 인식들을 바꿔나갈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나라 성매매 현실을 고발하는 책을 찾아 읽어보고 싶단 생각이 듭니다.

얄라알라 2023-11-22 19: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독 축하드립니다 단발머리님.은하수님 말씀처럼 정서적으로도 힘든 페이드포였던 것 같습니다

은하수 2023-11-22 21:0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읽은 보람이 충분했다고 자부합니다
모든 남성들에게 읽히고 싶네요!

은오 2023-11-22 19: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고생 많으셨습니다 은하수님! 힘든 읽기였습니다. ㅠㅠ
페이드포 진짜.... 읽은 친구 눌러보면 열 분이 넘는데 한 분도 빠짐없이 전부 오별인 장관이 펼쳐지는 책...

DYDADDY 2023-11-22 20:33   좋아요 1 | URL
에이스도 마찬가지로 오별 장관이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

잠자냥 2023-11-22 21:00   좋아요 1 | URL
음… <에이스>는 다락방이 그걸 깰지도 ㅋㅋㅋㅋㅋ

은하수 2023-11-22 21:1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오별... 아니 그럴 수가 없죠!
아마 이 책 읽는 남자들도 그러지 않을까요???
사람이라면 응당 그럴거라고 봅니다. 확신을... 주는 책이죠!

은하수 2023-11-22 21:23   좋아요 1 | URL
<에이스>도 오별 유발 책인가요?

앤젤라 첸의 책 말씀이신가요?
전 그 책 소개에서 낮은 성적 지향이란 말이 맘에 들어오던데요.
왜 그럴까요.... 저도 곧 읽어보겠습니다.

아차차... 전 레이첼 모랜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성애적 사랑(몸의 사랑을 포함해서)을 갈망한다는 말에 조금 놀랐어요!

DYDADDY 2023-11-23 09:15   좋아요 1 | URL
은하수님 // 일전에 다락방님과 공쟝쟝님이 언급하신 분(남성)은 다른 문제가 더 시급하다며 페미니즘에는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계시더군요. ‘페이드 포‘에 박한 별점을 주신 분이니 ‘에이스‘를 읽으시면 비슷한 평을 하실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것이 진정 원하는 것을 하는 것 아닐까 싶어요. 떠날 수 있음에도, 싫어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옆에 있는 것이 사랑일테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