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드 포 - 성매매를 지나온 나의 여정
레이첼 모랜 지음, 안서진 옮김 / 안홍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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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드포』성매매를 지나온 나의 여정을 읽고... 


정말 어렵고 어렵고 긴 시간동안 고군분투하며 다 읽은 거 같은 느낌이다.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읽은 줄 알았는데 막상 계산해보니 그리 오랜 시간은 아니었다.

책은 내용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책의 내용이 받아들이기 너무 힘든 내용이어서 그랬다.

자그마치 성매매를 직접 겪은 여성의 실제 경험담이 적나라하게 묘사가 되고 있고 그 과정에서 그녀가 겪었던, 혹은 느꼈던 생생함이 나에게 전달이 너무도 잘되어서 힘들었다.  처음 읽으면서 느끼는 감정은 분노, 분노, 울분, 소름 돋음, 끔찍한 고통, 그리고 찢어지는 듯한 아픔, 그리고 결국엔 원치 않았는데 눈물이 흐르기도 했다. 그래서 한 번에 많은 양을 읽기 힘들었던 거다.



그녀가 탈성매매 후 26세에 시작한 글은 10 년이라는 긴 시간을 두고 천천히 완성이 되었다. 고통스러운 경험을 계속 되새김질 한 거다. 젊고 아름다운 그 나이에 말이다. 그러니 사람이 온전할 수가 없는 거다. 당연히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그 긴 시간 동안 그녀가 성매매를 극복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작가 자신의 글에서 그렇게 말을 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자신을 위해 성매매를 경험으로 분석해야만 했"던 이유는 "성매매가 나, 다른 여성들,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분석하고 이해하기 전에 내가 본대로 이해하고 발견한 것을 내어놓아야만" 이 글을 읽은 후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깨우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 책을 읽은 후 적어도 몇몇 사람들은 성매매의 단순한 비도덕성, 그 폐해와 고통,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성매매를 근절해야 할 필요성을 좀 더 풍부히 이해하게  될 거라 희망한다. 이를 성취한다면 극복이 또 다른 차원에서 한층 강화될 것이다."(419쪽)라고 말했다. 그녀의 경험이 부디 극복 되었기를 ...  점점 극복 되어가고 있는 길이기를 간절히 원한다.



그럼에도 나는 그녀가 어떻게 이 글을 쓸 수 있었을까, 어떻게 이렇게 자신을 다 내어 놓고 심판 받는 것처럼 다 까발리듯 말을 할 수 있었을까, 어떤 용기를 지녔길래 이런 글을 세상에 내어 놓을 생각을 했을까 끊임없이 질문 해봤다. 나의 이러한 의문에 그녀는 이렇게 답한다.


   이 책을 쓴 이유 대부분은 이미 설명했지만 한 가지가 남아있다. 아마 가장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불타는 건물을 비유로 들 수 있는데, 불 타는 건물을 빠져 나올 만큼 운이 좋았다면 그 집에 불이 났다고 다른 이들에게 알려야 옳다. 그래야 안에 여전히 갇혀 있는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희망이 생긴다.  ... ... 세상이 그 명료한 그릇됨을 깨우칠 때까지 성매매가 여성들에게 무슨 짓을 했고 다른 여성들과 소녀들에게 계속해서 무슨 짓을 할지에 관해서 많은 여성들이 용기를 내서 진실을 토로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424~425쪽)


지금도 어두운 벽 저 안쪽에서 우리는 정확히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러나 어두운 벽 그 너머에 불이 난 것을 알게 되었다면, 혹은 그것을 보았다면 그녀 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소리쳐 외쳐야 한다. '불이야, 불이야...! 라고. 불을 발견한 누구라도 그렇게 외칠 것이기 때문에 그녀가 먼저 나선 것이라고.  그리고 그렇게 외치는 목소리가 여성들만이 아니고 남성들이 동참하는 모습이야말로 그녀가 진정 원하는 세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세기에 시몬 드 보부아르는 '성매매 수요가 억제될 때에만 성매매가 억제될 것이다'라고 기술 했다.(426쪽 인용) 또한 '남성 구매자'가 없는 성매매 시장은 파산한다(재니스 쥐 레이먼드)고도 말한다. 세상에서 성매매가 근절되지 않고 지속하게 하는 단 하나의 요인은 바로 '수요'라고 보았다. 이러한 사실은 비단 지금만이 아니라 인류가 생겨난 이래 존속되어 왔고 우리가 노력을 게을리한다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성매매가 급속히 감소한 단 한 곳이 있었는데, 성매매의 수요(성구매자와 포주)를 처벌하는 최초의 국가인 '스웨덴'에서 그 비현실적인 일이 일어났다. 작가는 그것이 비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한국에서는 그것이 비현실적으로 보인다는 것이 문제다!) 성을 구매한 사람을 처벌하는 노르딕 모델은 그 후 아이슬란드와 노르웨이에서도 시행되었는데 스웨덴과 아이슬란드, 노르웨이에서 가능한 일이라면 다른 곳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희망적인 메세지를 던져준다. 성매매가 우리 여성에게 엄청난 불행을 야기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고 그렇다면 그것을 근절하기 위하여 뛰어드는 행동이야말로 진정 아름답고 희망적인 일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글에서 기억하고 싶은 글이 있었는데 이 말이 타당하다는 생각을 절실히 하게 되었고 기억하고 싶어졌다.

그것은 '성매매된 여성'이라는 말에 대한 작가의 견해에 대해서이다. 그 말은 나에게도 와닿아서 충분히 공감이 되었는데 작가의 문장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 나는 이 책을 집필하기 초반부터 '성매매 여성'이라는 말보다 '성매매된 여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를 선호했다. 왜 이용어가 더 적합하게 느껴졌는지 정확히는 몰랐다. 그저 그렇다는 걸 알았다. 이제는 왜 인지 안다. 여성은 오직 다른 사람에 의해서 성매매될 때만 성매매 여성이 될 수 있고 그 누군가를 염두하지 않은 채 성매매 여성만을 언급하는 건 논리적으로 맞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상업분야에서는 어떨까 생각해본다. 정육업자는 아무도 그의 고기를 사지 않아도 여전히 정육업자인가? 아니다 그는 정육업자가 되고 싶은 사람일 뿐이다ㅡ그 이상은 아니다. 여성에게 그 명칭이 붙기 위해선 성매매가 되어야만 한다. 성매매 여성이 되기 이전에 구매되어야만 한다. (401쪽)


   '성매매된 여성'이라는 용어를 내가 사용하기 시작한 지 한참 지나서 호주 연구자 쉴라 제프리스의 견해를 보게 됐는데 내 생각을 명확하게 반영한다. '성매매된 여성'이라는 용어는 가해자를 소급한다. 여성에게 누군가 무엇을 해야만 그녀가 "성매매되는" 것이다. (402쪽)



'성매매된 여성'으로 살아가는 고통의 시간들 속에서 '탈성매매'하기 위해 고군분투 노력한 기록도 기억할 만하다.

우선, 그녀는 성매매로부터 자신을 분리하기 위해 스스로를 빼내려는 깊은 내면의 욕구가 자신을 빼내기 위한 첫 단계였다고 말한다. 그러한 욕구가 진정한 첫 단계이며, 이 길이 결코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이 아님을 항시 기억하려 했다. 

"이 욕구가 지닌 여러 측면들 중 하나는 정신적 차원의 깊은 열망이었다. 숲을 걸을 때 세상의 아름다움에 둘러싸여 어린 시절에 가졌던 평화, 그 평화를 되찾을 필요가 있었다. 내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고, 그 앎으로 만족하는 평화였다." 자신은 기본적으로 평화로운 사람인데 평화가 불가능한 생활이었기에 평화를 바라는 욕구가 탈성매매에 큰 기여를 했다고도 말한다. 

성매매에서의 삶은 기본적으로 수치스럽고 우울한 감정을 수반하는데 성매매를 계속하는 한 그 우울감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고 지속적으로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는 그 감각들이 너무 싫어서 견디기 힘들었다.

또한 성매매가 계속 되는 한, 약물도 함께 할 터였고 그녀는 약물 중독에서 절박하게 벗어나고 싶었다. 약물에 중독된 여성으로 살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사랑했던 많은 사람들이 약물로 인하여 죽어가는 것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삶으로 변화하고 싶은 강력한 욕구와 의지, 변화를 향한 욕망과 그것을 촉발시키려는 의지에 탄력이 붙으면서 변화를 바라며 7년의 시간을 보낸 그녀는 마침내 '탈성매매한 여성'이 된 것이다.  



*덧붙이는 말

  레이첼 모랜은 스페이스 인터내셔날의 아일랜드 구성원 세 명 중 한 명이고, 2013년 2월 6일 아일랜드 정부를 상대로 성매매 경험을 증언했다. 아일랜드 정의, 국방, 평등에 관한 국회 합동 위원회는 그 해 여름 6월 27일 아일랜드 법이 노르딕 모델을 수용하기를 권고하였다.

2014년 11월 27일, 아일랜드 정부는 노르딕 모델 강령을 실행하기로 결정하고 공식 발표하였다. (430쪽)


**스페이스 인터내셔널(인식 변화를 촉구하는 성매매 학대 생존자들)

   스페이스는 학대적인 성매매 현실에서 생존한 여성들에게 목소리를 주기 위해 새로 형성된 국제단체이다. 스페이스에는 현재 아일랜드, 독일, 덴마크, 프랑스, 영국, 미국, 캐나다 출신 회원들이 있다. 독자적 기구이며, 이 책의 저자가 창립자이다.

   스페이스는 성매매의 폐해를 대중이 인식하고 정부가 움직이게끔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전념한다. 성매매가 성학대 착취라는 정치적 인식이 이루어지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 성매매 수요 범죄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한다.

   스페이스의 회원은 출신국이 어디든 상관없이 성매매 경험 당사자로만 구성이 제한되며, 돈으로 지불된 성학대 압박에서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믿는 여성들이다. 사회 변화를 기대하기 전에, 성매매가 학대로 인식되어야만 한다는 인식 변화를 요구한다. (431쪽)



... 진짜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책을 읽어나가다 보니 내용이 잘 이해가 안되는 문장들이 여럿 있었고 오탈자는 기본에 맞춤법에 맞지 않는 단어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대충 이해하고 넘어가거나 사전 검색도 해봤다. 아무튼 그것이 이 책에 별 5개를 준 내가 느끼는 옥에 티라면 티라고 하겠다. 레이첼 모랜, 당신 잘못이 아니라서 난 당당히 별 5개 투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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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3-11-22 18: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수고많으셨습니다!!

저는 이번에 두 번째로 이 책을 읽었는데, 지난 번보다는 덜 힘들었지만, 한 장 한 장 넘길때마다 이 고통과 슬픔을 어떻게 이겨냈을까, 읽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레이첼 모랜은 어떻게 이 책을 쓸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저는 ‘성매매 불법‘이 성매매와 관련된 문제의 해결과 실천에 제일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음성적으로 그리고 불법적으로 성매매가 이루어지고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가려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불법‘이라는건 언제든 처벌이 가능한 ‘범죄‘라는 뜻이니까요. 이 부분에서만이라도 우리나라가 현재의 법제도를 잘 유지했으면 좋겠어요.

은하수 2023-11-22 21:08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여성주의 관련 책들을 한 권, 한 권 읽어낼때마다 제 자신이 아직 발전하고 있단 자각을 하게 돼요.
이번 책도 역시 그런 느낌이었지만 거의 매일 조금씩 읽어나가느라 힘들었지요.
감히 작가의 고통과 슬픔, 그리고 시시때때로 밀려왔을 자신에 대한 한탄, 자괴감, 우울감은 상상하기 힘들었어요.
다 이해한다고 말할 수 없었죠!

단발머리님 말씀대로 우리나라에선 어쩜 그리도 음성적으로 잘 피해서, 숨어서 그런 짓들을 자행하는 것인지
감탄 아닌 감탄을 할 때가 많았거든요. 강력한 처벌이 반드시 이루어져야한다고 봅니다.
아울러 성매매를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남자들의 그 편견어린 인식들을 바꿔나갈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나라 성매매 현실을 고발하는 책을 찾아 읽어보고 싶단 생각이 듭니다.

얄라알라 2023-11-22 19: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독 축하드립니다 단발머리님.은하수님 말씀처럼 정서적으로도 힘든 페이드포였던 것 같습니다

은하수 2023-11-22 21:0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읽은 보람이 충분했다고 자부합니다
모든 남성들에게 읽히고 싶네요!

은오 2023-11-22 19: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고생 많으셨습니다 은하수님! 힘든 읽기였습니다. ㅠㅠ
페이드포 진짜.... 읽은 친구 눌러보면 열 분이 넘는데 한 분도 빠짐없이 전부 오별인 장관이 펼쳐지는 책...

DYDADDY 2023-11-22 20:33   좋아요 1 | URL
에이스도 마찬가지로 오별 장관이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

잠자냥 2023-11-22 21:00   좋아요 1 | URL
음… <에이스>는 다락방이 그걸 깰지도 ㅋㅋㅋㅋㅋ

은하수 2023-11-22 21:1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오별... 아니 그럴 수가 없죠!
아마 이 책 읽는 남자들도 그러지 않을까요???
사람이라면 응당 그럴거라고 봅니다. 확신을... 주는 책이죠!

은하수 2023-11-22 21:23   좋아요 1 | URL
<에이스>도 오별 유발 책인가요?

앤젤라 첸의 책 말씀이신가요?
전 그 책 소개에서 낮은 성적 지향이란 말이 맘에 들어오던데요.
왜 그럴까요.... 저도 곧 읽어보겠습니다.

아차차... 전 레이첼 모랜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성애적 사랑(몸의 사랑을 포함해서)을 갈망한다는 말에 조금 놀랐어요!

DYDADDY 2023-11-23 09:15   좋아요 1 | URL
은하수님 // 일전에 다락방님과 공쟝쟝님이 언급하신 분(남성)은 다른 문제가 더 시급하다며 페미니즘에는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계시더군요. ‘페이드 포‘에 박한 별점을 주신 분이니 ‘에이스‘를 읽으시면 비슷한 평을 하실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것이 진정 원하는 것을 하는 것 아닐까 싶어요. 떠날 수 있음에도, 싫어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옆에 있는 것이 사랑일테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