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산타 루시아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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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함이라는데...
난 고소함도 별로고.. 음, 뭐지 싶다! 심심한 맛.
별로 다크하지 않다.
조금더 강했으면... 좀더 볶아주세요
강배전이라는데 아닌 듯 해요~~
신맛 없는건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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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영화가 내 몸을 지나간 후 정희진의 글쓰기 4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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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아야 할 영화와 읽어야 할 책을 잔뜩 남겨준 아주 유익한 책. 숙제를 잔뜩 받았는데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너무 자극적이다!! 끊임없이 자극을 주는 정희진 선생님, 계속 자극적으로 남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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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들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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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면서 한번도 여기 대한민국을 벗어나 이민자의 삶을 꿈꾸어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이민자들, 혹은 망명자들의 삶이라는 것이 어떨지 모두 다 안다는 것을 불가능하다. 내가 이민자로서의 삶을 살지 않아도 되었던 시간들을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할 뿐만 아니라 애초에 다른 나라에 가서 산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어쩔 수없이 고향을 떠나야만 하는 상황이 온다면 나는 어찌해야 하는 걸까. 생존을 위해서, 혹은 좀 더 나은 삶의 조건들을 위해서 선택해야만 하는 순간이 온다면 나의 이런 바람은 그저 한낱 바람으로만 남을 것이고, 그것이 긍적적인 선택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몹시 괴로운 감정적 고통을 수반하게 될 것이다. 



고향을 두고 떠나간 그곳은 낯설고 힘겹기 그지 없으리라. 그곳에서의 삶이 힘겨울수록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점점 커지고 돌아갈 수 없는 이민자의 삶은 상실에 따른 고통, 방황, 향수병에 시달리고 오래도록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기억을 상실한 채 현실과 유리된 삶을 살아가게 되기도 한다. 제발트의 <이민자들>에는 다양한 이유로 고향을 떠나는 사람들의 삶의 여정들이 세밀하게 기록되어 있다. 화자(작가 자신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듯하다)이자 이 글을 기록한 작가는 사람들의 삶의 궤적을 추적하고, 눈으로 확인하고 관찰하고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기록하면서 그 사람들이 그들의 삶에서 어떤 식으로 서서히 무너져내리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여기에 등장하는 헨리 쎌윈 박사, 파울 베라이터, 암브로스 아델바르트, 막스 페르버 이 사람들을 추적한 기록들이 픽션인지 팩션인지 모호하고 의심스럽게 잘 버무려져 있어 읽는 내내 사실인가 하고 의심하게 된다. 거기에 딱 맞는 사진 자료까지 제시가 되어 있으니 사실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암브로스 아델바르트를 제외하고 나머지 세 사람은 그들이 유대인이라는 것이 중요한 단서로 작용한다. 

그렇다고 암브로스 아델바르트가 이민자로서 겪는 평생의 서사가 우리에게 낯설게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피해 노동 이민으로 우리에게도 많은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는 만큼이나, 혹독한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민자로서의 삶을 선택해야했던 그의 운명은 결코 낯선 것이 될 수 없다. 



점차 쇠락해가는 그의 집의 커다란 정원만큼이나 헨리 쎌윈 박사의 삶도 그러하다. 어릴 적에 리투아니아의 흐로드나 근처 마을에 살다가 일곱 살 되던 해에 가족과 함께 그곳을 떠나 이민길에 올라 미국의 뉴욕으로 가는 배를 탔지만 그들 가족이 도착한 곳은 영국의 런던이었다. 오랜 시간 엄청나게 열심히 공부했고 헤르슈 쎄베린에서 헨리 쎌윈으로 이름을 바꾸고 의사가 되었으며 전쟁에 참전하고, 젊고 부유한 아내를 만나 결혼하면서 화려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린다. 그러나 아내가 그의 유대인 혈통을 알게 되면서부터인지 알 수 없지만 그의 인생도 점차 몰락의 길을 걷고 만다. 화려하고 풍족했던 생활은 끝이 나고 부부의 사이도 틀어진다. 결국 그는 어디에도 마음을 붙일 수 없는 채로 몇 년 전부터 심한 향수병에 시달리고 있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이들의 삶은 나치의 등장으로 평화로운 삶이 일시에 무너지는 것에 비하지는 못한다. 파울 베라이터와 막스 페르버의 삶은 나치의 발흥으로 인하여 고향에서 내쳐진 것이고 스스로 원하자 않았음에도 이민자로서의 삶이 주어진다. 그럼에도 파울 베라이터는 고향을 완전히 버리지 못한다. 고향에서 내쳐지는데 자꾸 돌아가려고 하는 그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끝내 알 수 없어서 더 애잔하고 처절하다.

파울은 4분의 1만 유대인이지만 그의 삶은 철저하게 독일인이었다. 어쩌면 이것이 그의 운명을 더욱 파탄으로 몰고 갔을지 모른다. 그가 그토록 염원하던 교사의 길은 그가 종파에 소속되어 있지 않고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유지할 수 없었고, 사랑했던 여인 헬렌은 어머니와 함께 강제 수용소로 이송 되었다. 반半유대인이었던 아버지는 유대인에 대한 공격이 처참하게 거세지던 때에 두려움과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심장마비로 죽었고, 독일인인 어머니는 남은 재산을 빼앗기고 우울증을 앓다가 몇 주 만에 죽고 말았다. 

그럼에도 그는 독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는데 그 자신 스스로 독일인이라는 사실을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맹목적인 분노"와 "도착적인 기분" 때문이었는지 이유는 끝내 알 수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4분의 3만이 아리아인이었던 그에게 징집 영장이 발부되었고 군대에서 6 년간 복무한다. 전쟁이 끝난 후 그가 자신을 몰아냈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 교편을 잡은 것도 정상적인 일은 아니었고, 뼛 속 깊이 그곳을 혐오했지만 그곳을 벗어나지 못하고 서서히 무너져내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모든 사실들을 조사하여 알게 된 파울 베라이터의 삶은 오히려 고향에서 더 배척당하고 무시당하며 심지어 목숨을 위협 당하기도 한다. 사랑하면서 혐오하고 배척 당하는데 떠나지 못하는 그는 대체 어떻게 해야 했을까. 결국 이야기의 결말처럼 그곳의 철도에 머리를 밀어넣고 스스로의 목숨을 끝내는 것 뿐이었을까.

그럼에도 "친애하는 동료 시민에 대한 애도"라는 제목의 조사의 내용은 성의도 없고 책임감도 없었다.


  "파괴의 시간이 지난 뒤에 그 사람들이 얼마나 철저하게 침묵하고, 모든 것을 감추고, 때로는 실제로 잊어버리기도 했는지요. 그런 것은 그들이 그전에 보여주었던 비열한 태도와 동전의 양면처럼 맞붙어 있는 것이에요. 커피가게 주인 쇠페를레가 파울의 어머니에게 어떻게 했는지 생각해보세요. ... ... 쇠페를레는 테클라에게 반유대인과 결혼한 여자가 자신의 상점에 드나들면 다른 손님들이 싫어할 수 있으니, 아주 정중하게 부탁하건대 앞으로는 자신의 가게에 매일 드나드는 일은 삼갔으면 좋겠다고 했답니다. 베라이터 가족이 겪어야 했던 그런 비열하고 치졸한 일들을 당신이 몰랐다는 것이 내겐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에요."(65~66쪽)



파울 베라이터와 반대로 독일로는 다시 돌아가지 못하고 영원한 이민자의 삶을 살았던 막스 페르버도 죽는 날까지 기억에서 지우지도 다시 모두 기억해내지도 못하는 고통을 안고 살아간다. 나치에 의해 부모님이 강제 수용소에서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혼자만이 영국으로 보내져 삼촌의 도움으로 학교를 졸업하지만 그는 삼촌이 있는 미국으로도 자신의 고향으로도 돌아가지 않고 그와 닮은, 쇠락한 공업도시 맨체스터에서 영원한 이민자로서의 삶을 택한다. 독일어를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독일 땅을 단 한번도 밟지 않았지만 잊었다고 생각했던 고향에 대한 기억은 억압할 수록 자꾸 튀어나와 그의 삶을 침잠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그는 그에게 단 하나 남은 어머니의 아름다운 시절의 동화와 같은 기록을 작가에게 넘긴 것이다. "결국에는 가슴을 옥죄어 지극한 고통을 느끼게 하는 동화"(244쪽)같은 고통을 끝내기 위해. 


막스 페르버의 과거를 추적하던 작가는 이렇게 썼다. 

  "... 나를 에워싸고 있는 독일인들의 정신적 빈곤과 기억상실, 그리고 과거의 흔적을 철저히 지워버린 그들의 교묘함으로 인해 내 머리와 신경이 공격받고 있다는 사실을 점점 더 또렷하게 의식할 수 있었다."(287쪽)고. 



제발트는 독일인들이 행하고 있는 추모와 참회, 반성의 행동들이 진실하지 못하다고, 아직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에겐 모범적으로 보이는데 사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하고 싶은 거다. 내 머릿 속엔 빌리 그란트 수상의 무릎꿇고 머리 숙인 그 사진이 또렷이 남아있고, 아직도 나치 협력자들을 법정에 세우고 있는 나라인데... 아니란다! 과거의 흔적을 교묘히 지우고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조용히(일지 알 수 없지만)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지를 상상하면 무서워진다. 유대인 학살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던 사람들도, 일본에 협력했던 사람들도 그저 그 익명성에 묻혀 조용히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상상하면 어떨 땐 끔찍하다. 그 익명성이... 그렇기 때문에 막스 페르버와 달리 고향을 떠나지 못하고 죽는 날까지 독일 땅에 살았던 파울 베라이터는 자신의 생을 고향인 S시에서 자살로 마무리함으로써 그 비열한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경종을 울리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렇더라도 일본의 현재와 비교해보면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사실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제 <토성의 고리>를 끝까지 읽을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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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3-12-10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발트의 이민자들이군요! 저고 있는데, 이 양반 글이 좀 지루해서 이 작품을 읽엉야 하는지 망셜이다가 지금 커플들 행인들 읽고 있는데..그 다음 타자가 이민자들입니다. 계속 고민되고 이 리뷰를 읽으니 더 고민이 됩니다. 보토슈트라우스의 커플들은 만족하면서 읽고 있지만....제발트는...하~ 이거 이거 계속 미룰거 같아요..^^;;

은하수 2023-12-09 11:13   좋아요 0 | URL
미룰거 같은 그 마음 이해됩니다~~^^
저도 <토성의 고리> 먼저 시작했다 실패하고 이사하면서 알라딘 중고로 팔았는데... 어제 다락방 서재 올라갔다 혹시나 싶어 열심히 찾았잖아요..ㅠㅠ 없더라고요..ㅠ
지금은 후회해요. 이제 잘 읽을거 같은데..힝...하면서요
지루한감이 있긴해요 그래서 별네개... 근데 생각보다 또 재밌었단 말도 맞아요..ㅎ~~~
 
표류도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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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역시 믿고 보는 작가 박경리 선생의 <표류도>를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이 책을 읽기 전에 <토지> 전 권을 읽은 것, 그리고 <파시> 정도가 내가 읽은 박경리 선생의 작품이었다. 너무도 오래전 까마득한 시간 속에 <토지>라는 작품이 자리잡고 있어서 내가 <토지>와 <파시>를 읽었단 사실 외에 나머지는 내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이 <표류도>와 <애가>를 선물 받았다. <애가>와 <표류도>는 박경리 컬렉션으로 '다산책방'에서 발간하고 있다. 책 날개의 정보를 확인해보면 총 16권으로 기획이 되어 있는 듯하고 그 중 현재 <김약국의 딸들>, <애가>, <표류도>의 3권이 발간이 되었다.

<김약국의 딸들>은 지난 번 <토지> 전집 발간 펀딩에 참여했을 때 우연찮게 1권이 페이지 오류가 발견이 되어 그에 대한 보상으로 받았고(아직 읽지 않음), 나머지 두 권은 출판사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은 것이다. 기대하지 않고 있었던 데다가 믿고 보는 작가라고 했지만 사실 읽은 책이라곤 <토지>, <파시> 뿐인지라 작가의 다른 책에 대한 정보는 전무한 상태였다.



먼저 읽게 되었던 <애가>는 내가 보는 관점에서 작품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양공주' 전력이 있었던 '진수'라고 보았다. 1950년대의 여성에 대한 혐오, 그리고 이중적인 잣대로 여성을 평가했던 당시의 윤리 의식이 여성을 얼마나 억압하면서 고통 속에 빠지게 만드는지, 또 속물적인 사고로 위장한 과도한 관심과 공격이 '진수'와 '민호',  그리고 또 다른 주인공인 '현회'와 '정규'라는 인물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어서 그러한 사실을 생각할 때마다 신물이 올라오기도 한다. 현실에서나 소설 속에서나 왜 그리 남의 사랑에 관심들이 많으신지.... 이 작품은 현대의 멜로 드라마와 같이 '양공주'라는 자극적인 소재, 삼각관계(진수와 민호, 그리고 민호의 아내인 설희)에 불륜 로맨스가 등장하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낭만성을 확보하면서 결국 사랑을 완성하는 인간의 숭고한 의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표류도>의 주인공인 '현회', 이 느낌 있고 개성적이며 특이한 이름은 <애가>에서도 등장을 해서 이것을 발견하곤  깜짝 놀랐다.

<애가>에서는 민호의 지도 교수의 부인으로, 그리고 민호와 결혼한 설희의 오빠이자 민호의 의대 동기이며 절친인 오정규와 서로 사랑하는 사이로 나온다. 지고지순한 둘의 사랑은 웬지 모르게 불륜인데도 응원을 하게 되는 힘을 지녔다.



아무튼 <표류도>의 현회는 's대학'에서 역사를 공부한 인텔리 여성이지만 지금은 사생아로 낳은 딸 훈아, 어머니, 그리고 배다른 동생을 부양해야하는 가장이다, 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사랑했던 찬수와는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결혼식을 하지 못했지만 아이를 임신을 한 상태였고, 그런 찬수가 전쟁의 와중에 비극적인 사고로 죽고 사생아인 '훈아'를 홀로 낳는다. 지금도 그렇겠지만 1950년대라는 시대 상황에서는 현회에게 결코 긍정적이지 못한 요소인 것이다. '현회'로서는 의도하지 않은 불가항력의 요인이지만 어느 누가 그런 걸 신경쓰면서 욕을 한단 말인가. 하지만 '현회'라는 여성은 그러한 외부의 통상적인 윤리라든가 여자로서의 규범에 대해 대범하면서도, 지식인 여성으로서의 논리로 무장한 용감성을 발휘한다. 자신의 가족에 대해서는 강한 책임 의식도 가지고 있고, 주위의 어려운 사람들을 애정을 가지고 도우려고 하는, 그러면서도 자신만의 확고한 윤리의식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려고 애쓴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여러 학교에서 교편을 잡았지만 그러한 그녀를 따듯하게 배려하는 시선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녀가 가는 곳마다 사생아를 낳았다는 이유로 번번히 그만두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인하여 그녀는 친구에게서 돈을 빌려 '마돈나'라는 다방을 열고 다방 마담이 되었던 것이다. '다방마담'이라는 직업으로 인하여 또 다른 남자들과의 만남을 야기하게 되는 것인데. 이는 불가피하게 아름다운 만남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결과적으로는 그녀에게 크나큰 불행을 안겨주는 인물과의 만남도 예비하게 된다.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 '상현. 그는 신문사의 논설위원이며 저명한 집안의 자제이다. 역시 저명한 집안의 영애를 만나 결혼을 했고 아이가 있다. 그는 다방 마담이라는 직업과 어울리지 않는 그녀의 내면을 알아본 것일지도 모른다.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이이지만 상현은 그녀가 다방 마담을 그만 두고 그와 결혼하기를 원한다. '현회'는 그와의 사랑을 키워나가며 장밋빛 미래를 상상하기도 하지만 - 사랑하는 사람과의 미래를 꿈꾸지 않는 여자가 있을 수 있을까? - 그녀는 언젠가 닥쳐올 그와의 이별을 기다린다. 자신 스스로는 그와의 사랑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가 신문사 논설위원이라는 - 노동을 하고 있듯 -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녀는 '다방마담'이라는 노동을 통하여 가족을 부양해야하는 의무를 저버릴수가 없다. 그녀의 절박함을 그는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여기에 또 다른 비극은 이미 내포가 되어 있다고 봐야한다. 그런데 이 샌님, 살아오느 내내 어려움이라곤 하나도 모르고 살아서 그런가 진짜 어려운 일이 있으면 정면 돌파가 아니라 도망을 간다. 그가 만난 최고의 어려움은 '현회'가 다방마담을 그만두고 자신과 결혼하자는데도 거부하는 것이겠지. '다방마담'과 결혼하려고 자신의 가정을 깰 용기는 있으신지 묻고 싶다. 아무튼 도망을 갔다. 내가 보기엔 두 번이나...! 그러니 정말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는 늘 ;'현회'의 곁에 없다. 이러니 믿고 의지할 수가 없는 거다.



그녀 주위의 또 다른 인물인 '환규'는 찬수의 친구이자 현재는 출판사 사장으로서 그녀에게 항상, 늘 의지가 된다. 그녀가 선생을 그만뒀을 때 일본어 원고의 번역을 의뢰하면서 도움을 주었고, 지금도 그녀에게 알게 모르게 금전적, 감정적 도움을 주는 존재이며 그녀를 사랑한다. 사실 '현회'가 마음을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은 거의 유일하게 '환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몰론, '현회'가 결혼을 해서 새로운 가정을 꾸린다면 '환규'와 같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환규'는 '현회'가 죄를 짓고 수형생활을 하는 중에도 변함없이 그녀에게 도움을 주고 그녀의 곁을 지킨다. 역시 의리의 상남자라 믿음이 간다. 이 둘의 앞날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뿐. 



여기에 가장 비열하고 혐오스러운 인물은 대학 강사이면서 실력은 없어 제자들로부터 '대가리가 콘크리트'로 놀림을 당하는, 번드르르한 외모의 '최영철'이 있다. '마돈나'의 손님이면서 '현회'에게 모멸감을 느끼게 하는데, 그런 그의 사람됨을 알아보고 무시를 당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문제는 자신은 그것을 잘 모른다는 것. 지극히 속물적이고 돈만 밝히는 수전노이면서 뭇 여성들을 갈취하고 다니는 사기꾼이다.  아무 관심도 없는데 자꾸 '현회'에게 되지도 않게 수작을 건다. 남들은 그의 비열함을 다 아는데 자신은 안 그런 줄 아는, 파렴치한으로 인하여 '현회'가 살인이라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죄를 짓게 되는데 아주 공헌을 하는 인물이다. 의도치 않은 한 번의 실수로 살인자가 되는 '현회'의 고난이 왜 이다지 끝도 없이 이어지는 것인지 안타깝기만 할 뿐 그가 죽은 것은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드라마 보면서 "저런 놈은 죽어야 혀, 잘 죽었어. 죽어도 싸지!" 하고 외치게 만드는 인물이다.  

 


'현회'라는 인물은 그 당시의 여성상으로서는 드물게 용기있고 강단있는 여성이 아닐까 싶다.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넘어지지 않고 스스로 의지를 다지면서 꿋꿋하게 가족을 부양하고자 다시 일어선다. 이는 그녀와 어머니를 버리고 떠돌면서 배 다른 아이를 낳아 그녀의 어머니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안긴 그녀의 아버지, 그녀가 갖은 고생을 하며 돈을 벌어 대학을 졸업하였으나 사생아를 낳았다는 이유만으로 배척을 당하게 하는 사회 규범과 비교해 볼 때 오히려 칭송 받아 마땅한 자질을 지닌 여성이 아닌가 말이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가족을 버리고 유랑하는 무능력한 남자였던 아버지는 누구도 욕하지 않는다. 사회 규범을 들먹이면서 한 때 시기를 잘 만나 거대한 부를 이루고 살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고리의 이자를 챙기는 그녀 주위의 친구들, 대학 강사라는 허울로 어렵게 모은 작은 돈을 등쳐먹는 '최영철'이라는 남자는 그럼에도 자신의 지위를 보전하며 다시 다른 사람을 등쳐먹을 궁리에 몰두한다. 심지어 외국인을 '마돈나'에 데리고 와 가만히 있는 '현회'를 희롱한다. 이 인간이 하는 말만 들어도 이후에 하게 되는 '현회'의 행동이 충분히 납득이 된다. 차라리 현회가 영어를 알아듣지 못했다면... 그건 그것대로 비극이며 그건 그저 비극을 잠시 유예한 것일지도 모른다..

  

      "미스터 스미스, 그렇게 그 여자가 욕심이 나요?"

      최 강사의 서툴지 않은 영어가 귀에 흘러들어 왔다. 이방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참 아름답소. 눈이 신비하고 슬픔에 젖어 있소."

     "스미스가 외로워서 그렇게 보이는 거요. 여자란 돈과 권력이면 정복되는 동물이 아니오?"

     "저 여자도 돈과 폭력이면 그만인가?"

     "물론."


     "흐음? 그렇다면 문제는 달라지겠는걸. 그럼 스미스는 날 도와주겠소?" 

     "아암, 돈 많이 주겠소."

     "안 돼, 그건. 일전에 내가 부탁한 일 들어주어야 돼요. 스미스, 사실 저 여자는 말이야. 내 것인데 조건에 따라 양보할 수 

      도 있어. 여자를 갖는 데는 낭비가 심해 골치야, 하하핫!"


     "이런 곳에 있는 여자는 레이디가 아니니까 손쉽고 또 뒤가 귀찮지 않거든 ..."



박경리의 작품들에서 보여지는 여성상은 한결같이 현실에 순응하지 않고 맞서 나아가고 절망 속에 매몰돼 있을지라도 어느 순간 그것에서 벗어나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능동적인 인물들이다. 이 작품의 '현회'는 물론이고 <애가>에서 보았던 '진수'와 또 다른 '현회' 그리고 <토지>의 서희 아가씨까지. 그리고 전쟁 중에 남편을 잃고 자식을 부양하기 위하여 더 열심히 창작 활동을 할 수 밖에 없었다던 작가 박경리 자신까지도. '현회'라는 여성 안에 작가 박경리가 강하게 투영되어 있다. 멋진 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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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12-05 12: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김약국의 딸들도 새로 나왔더군요 영화 ‘표류도‘는 원작과 결말이 다르더라고요 뭐 가능한 하나의 가정인데요 소설과 다른 평행우주가 펼쳐집니다 소위 통속소설이라지만 남다른 여주인공이라서 역시 박경리의 작품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애가는 잘 기억 안 나는데 동명이인 현회에 대해서 함 찾아봐야겠어요 잘 읽었습니다!

은하수 2023-12-05 14:32   좋아요 2 | URL
영화는 다른 결말이군요! 맞아요. 엄밀히 살피면 통속소설이죠. 신문연재 소설이니 순수소설이기는 아마 어렵지 않았을까 싶어요. 박경리 선생은 돈을 벌어야했고 이 소설이 작은 발판이 되어주기도 했다니까요.
그런점에서 작가와 주인공이 일맥상통하기도 한거 같아요.
애가에선 현회와 정규, 표류도에선 현회와 환규~~
남자이름도 비슷해서 웃음 났지 뭐예요^^

서니데이 2023-12-05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하수님, 올해의 서재의 달인과 북플마니아 축하드립니다.
따뜻한 연말 좋은 시간 보내세요.^^

은하수 2023-12-05 23:05   좋아요 1 | URL
어이쿠... 이런..
제가 좋아서 하고 서니데이님 비롯해서 도움도 많이 받았는데..
축하해 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어요
넘 감사합니다~~^^
남은 2023년의 시간 내내 책과 함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타키니아의 작은 말들 - 뒤라스가 펼쳐 보이는 프랑스판 ‘부부의 세계’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장소미 옮김 / 녹색광선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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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런 애매한 프랑스 소설 리뷰 쓰기 너무 힘들다. 읽긴 읽었지만 뭐라 써야 할지 도통 모르겠다. 그러면서 역시 프랑스 소설은 나와 안 맞는군 하고 절망하게 된다.

그냥 넘어가면 하나도 기억 안 날 거 같아 일단은 무언가를 좀 남겨야겠단 생각을 한다.

그런데 무얼 남겨야 할지 생각은 안 나고 그래서 오늘 하루 집안 일 하는 중간 중간 계속 생각을 해본다. 이거 때문에 머리가 좀 복잡하니까 일단 빨리 써버리자 싶어진다. 아, 정말 웃긴다. 안 써도 되는데 난 대체 왜 이럴까...?^^

그 와중에 또 위안이 되는 건 역시나 녹색광선의 책은 너무 예뻐서 책꽂이에 자꾸 꽂아 놓고 싶게 만든다.




이 책에 등장하는 주요 등장인물은 자크/사라 부부, 루디/지나 부부, 그리고 독신이면서 이들의 절친인 다이아나 이 다섯 사람이다. 자크/사라 부부에게는 아이가 하나 있고 가정부가 휴가지에 동행을 했다. 이탈리아의 폐쇄적인 바닷가 마을로 휴가 여행을 떠나 온 이 다섯 사람은 자신들이 원하던 여유로운 휴가지에서의 일상을 향유하지는 못한다. 앞은 바다이지만 마을 뒤쪽은 높은 산이 솟아있어 바람이 불어오지 않아 더욱 심각해진 더위 때문에 쉽게 잠들지 못하는 밤을 보내고, 아침이면 일어나 친구들을 만나 바다 수영을 하고 호텔이나 각자 빌린 집에서 식사를 하고 낮잠을 잔 다음 다시 친구들을 만나 바다 수영을 하고, 또 저녁을 먹고 잠든다. 휴가지에서의 이런 일상 탈출은 평소 바라던 바일 수 있지만, 여유롭게 책 한 권 읽을 수 없을 정도의 더위가 더해지면 휴가 여행은 그야말로 권태로움 그 자체가 되어버린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자주 떠오르는 단어가 '권태로움'이었을 정도이다. 일상을 탈출해 왔지만 다시 이어지는 지루하고 권태로운 일상, 그리고 이 젊은 부부들은 사랑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생각들을 하고 있다. 사랑에 있어서도 이들이 지금 권태기를 지나고 있는 것인가 싶어진다. 




자크와 사라는 대단한 부부 싸움을 한 것은 아니지만 사소한 말다툼으로 인해 관계가 약간 서먹하고, 루디와 지나 부부는 늘상 소리 높여 싸우는 듯 하지만, 처음 보는 사람이 느낄 정도로 둘은 정말 세상에 다시 없는 '영원한 사랑을 하는 커플'로 비칠 정도이다. 지나는 이 곳 외에 다른 곳으로 여행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면서 루디의 제안을 거부한다. 물론 루디는 지나와 함께라면 어딘들 굿굿인, 가고픈 곳이 너무 많은 남자다. 이들의 절친인 다이아나는 이들에게 촌철살인, 금과옥조와도 같은 말을 던지는데..  

"부부가 갖고 있는 서로에 대한 지식, 아마 그게 제일 형편없는 지식일걸.(52쪽)"

이 똑똑한 사람은 심지어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옆에서 두 부부를 보기만 하고도 꿰뚫어 봤다는 거다!!!




이런 권태로운 일상에 긴장감을 조성하는 두 가지의 사건이 거의 동시에 일어난다.

마을 뒷산에서 최근 일어났던 전쟁(제2차 세계대전) 중 매설됐던 지뢰 제거 작업을 하던 젊은 청년이 지뢰 폭발로 폭사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멀리에서 부랴부랴 달려온 청년의 늙은 부모는 산에서 아들의 시신을 수습하지만 사망 통지서에 사인을 미룬 채 며칠 동안 산에서 내려오지 않고 버틴다. 노 부부의 슬픔은 더위로 지친 마을의 피서객들의 마음도 슬픔 속에 잠기게 만든다. 폭사한 아들의 시신을 수습하여 비누상자에 담아두고 아들의 죽음을 인정하기까지의 시간은 휴가를 즐기러 온 사람들의 생각과 대비된다. 다시 이 바닷가 마을에 멋진 보트를 모는, 햇볕에 그을린 멋진 몸을 가진 낯선 남자가 등장한다. 이 남자는 자신에 대한 말을 삼간 채 누구나 한번쯤 타보고 싶어하는 역시 멋진 보트를 몰면서 바다 위를 유유히 지나다닌다. 그의 마른 듯 그을린 몸도 멋지고 요트를 타는 모습도 멋지니 이 권태로운 일상에 파문이 일고 휴가를 즐기러 온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런데 이 남자가 사라를 욕망하면서 자크와 묘한 삼각관계를 형성하게 되는데 이것이 또 다른 긴장감을 조성하는 요인이 된다. 여기서 정말정말 이해 안되지만 사라와 장이 어울리면서 섹스에까지 이르는데 자크는 이것을 알면서 지켜보기만 한다는 거다. 아, 정말 이 부부 대체 뭔가 싶어진다. 그러면서 잠시 그곳을 벗어난 짧은 여행을 계획하고(타키니아의 말들을 보러 가는 여행), 심지어 나중에는 그 남자 장을 마음에 들어하기까지 하면서 자신이 혼자 여행을 가면 사라와 같이 밤을 보낼 사람이니 당연히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한다며 사라가 낮잠을 자러 간 사이에 호텔에서 두 사람만의 대화를 하기에 이른다. 아 놔 진짜...




결론적으로 말하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권태로운 일상에 자크와 사라 부부가 말다툼을 하면서 소원해진 관계가 낯선 남자로 인하여 긴장감을 조성하게 되고 화해를 하게 되는 과정이 더해지고, 노 부부가 아들의 시신을 수습하고 사망 통지서에 사인을 함으로써 마을 전체에 드리웠던 우울한 슬픔의 기운이 걷혀가는 일련의 과정들에서 뒤라스는 남녀 간의 사랑과 우정을, 모성애와 인류애 등의 사랑의 형태의 다양성을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자크는 사라와의 사랑의 권태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의 발현으로 루디가 제안한 '타키니아의 작은 말들'을 보러 떠나는 여행을 제안하였는데, 자크는 사라가 이 제안을 받아들이기를 간절히 원하는 거 같았다. 그러므로 자크에게 있어 '타키니아의 작은 말들'이 그려진 벽화를 보러 간다는 것은 그들 사랑의 이상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라는 낯선 남자 '장(Jean)'과의 관계를 더 이상 이어가지 않기로 하고, 타키니아의 작은 말들을 보러 가자는 제안을 받아들임으로써 자크와의 사랑에 다시 한 번 다가가려고 했으니까 말이다. 




이 작품은 많은 부분을 대화에 의지하여 스토리가 전개가 되는데 친구들 간에 이루어지는 대화의 방식이 우리와는 사뭇 다른 것이 너무도 이질적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몰론 부부간의 대화도 나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도 많이 있었고. 이건 뭐 나의 꼰대력을 시험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할 정도였으니까. 그렇지만 뒤라스가 이 대화들을 통하여 제시한 사랑의 정의 내지는 사랑의 본성이라고 할 문장들은 꽤 신선하고 의미있게 다가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이라면, 강 건너의 무도회장에서 사라를 기다리는 장에게 루디를 가게하고 기다리는 사라는 오지 않을 것임을 말하라고 하는데 그 장면에서 루디가 사라에게 이런 말들을 한다.


"사랑엔 휴가가 없어. 그런 건 존재하지 않아. 사랑은 권태를 포함한 모든 것까지 온전히 감당하는 거야. 그러니까 사랑엔 휴가가 없어. ... 삶이 아름다움과 구질구질함과 권태를 끌어안듯, 사랑도 거기서 벗어날 수 없어." (315쪽)  




아차차... 이 작품에 주구장창 참 열심히도 등장하는 '캄파리'라고 하는... 작품 속에선 식전주(아페리티프)로서 쓴 맛이 나는 칵테일로 나오던데 그것이 궁금하여 검색을 해봤다. 

"캄파리는 아페리티프로 간주되는 이탈리아의 술로, 허브와 과일(치노토, 카스카릴라)을 알콜과 물에 우려내서 얻는다. 쓴 맛이 나며 어두운 빨간색이 특징이다. 1860년 이탈리아 노바라의 가스파레 캄파리에 의해 발명되었다"(위키백과 참조)고 한다. 작품에서도 쓴 맛이 나는데 자꾸 마시다 보니 좋아하게 된다고 낯선 남자 장(Jean)이 말한다. 주인공들이 정말 시도 때도 없이 마셔 대니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색깔도 붉은 색이라 잔에 따랐을 때 정말 예뻐서 누군가 그걸 마시고 있는 걸 본다면 나도 한 번쯤 마셔보고 싶은 생각이 들거 같다. 술에는 한없이 약하기만 한 나는 결코 느껴보지 못할 세계이리라..... 무지 아쉽다...                                                                                                                                                                 




그녀는 그의 품에 안겼다. 그리고 말했다.
"몇 해 전부터 난 밤이면 더러 다른 남자를 꿈꿔."
"알아, 나 역시 다른 여자를 꿈꿔."
"어찌해야 할까?"
"세상의 어떤 사랑도 사랑을 대신할 순 없어, 그건 어쩔 도리가 없는 거야."
"정말 어쩔 도리가 없을까, 정말 아무것도?"
"아무것도. 가서 자." - P236

루디는 말을 이었다. "어쩌면 오래된 사랑이 우리를 그렇게 악의적으로 만드는 건지도 몰라. 위대한 사랑의 황금 감옥 말이야. 사랑보다 우리를 더 옥죄는 감옥은 없지. 그렇게 오랜 세월 갇혀 있다 보면 세상에서 가장 선량한 사람까지 악의적인 사람이 돼 버려."
사라는 말했다. "그런 것 같아." 그녀는 잠시 사이를 두고 덧붙였다. "그래도 넌 날 사랑해야 돼, 난 최소한 내가 악의적인 걸 알고 있으니까."
루디는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아, 귀여운 사라, 난 널 영원히 사랑할 거야." - P295

그는 말했다. "사랑엔 휴가가 없어. 그런 건 존재하지 않아. 사랑은 권태를 포함한 모든 것까지 온전히 감당하는 거야, 그러니까 사랑엔 휴가가 없어."
그는 강물을 마주한 채 그녀를 보지 않고 말했다.
"그게 사랑이야. 삶이 아름다움과 구질구질함과 권태를 끌어안듯, 사랑도 거기서 벗어날 수 없어." - P315

그는 드러누운 뒤 불을 껐다.
"당신은 뭐했어?"
"아무것도. 그저 포도주 한잔씩 했어."
그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그래서, 그 친구는 갔어?"
"응"
그는 그녀를 품에 안았다.
"바람피우고 싶지 않아?"
"나도 당신과 마찬가지지."
... ...
"왜 나한테 바람피우고 싶다는 말을 하는 거야?"
"글쎄" 가끔은 당신한테 진실을 얘기하고 싶은가 보지."

...이것이 자크와 사라 부부 간의 대화라구???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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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자 2023-12-02 0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 사람들이 얽인 연애와 사랑 이야기가 포함된 프랑스 소설... 그 뭔가 그 특유의 ..그거.... 리뷰로 쓰기 감도 안오는데 은하수님 후기 너무 좋아요!!

은하수 2023-12-02 09:14   좋아요 1 | URL
달자남, 잘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전 저런 프랑스식 연애, 사랑 어렵더라구요. 지난번 읽었던 사강의 <패배의신호>도 그랬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