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 동네 친구와 멀리 점심 먹으러 갔다 오랜만에 폭풍 쇼핑도 하고 집에 돌아와 저녁 먹고 책을 보고 있었다. 홍정기 작가의 미스터리 소설 <살의의 형태>였는데 어두운 방에서 스텐드 켜고 책상에 앉아 보는데 중간 쯤 '보이지 않는 살의'의 내용이 넘 무서워서 불 켜고 거실에서 남편이랑 티비보다 오랜만의 외출에 지쳐 기절.... 사실은 무서워서 더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 버렸다는...ㅎㅎ  오늘 낮에 보니 별로 무서운 내용도 아녔는데...ㅋㅋㅋ

아무튼 그러느라 내 인생네권을 좀 전에서야 확인해보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거의 별 고민없이 떠오르긴 했다.



<쇼펜하워의 인생론>은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40년 전에 읽었던 책이다. 고등학교 때 윤리 선생님께서 추천해주신 책이었는데 선생님께서 직접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주신 책이었다. 선생님께서 직접 빌려 주신 책이니 읽기는 읽어야겠는데 그때까지 책읽기를 좋아하긴 했어도 문학 위주의 독서를 하던 내게 문학 이외의 독서, 그것도 철학서인 쇼펜하워의 책이라니.... 너무 어려워서 울뻔한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어렵지만 선생님 성의를 봐서? 어찌저찌 끝까지 글자만 겨우 읽고 반납했는데 염세주의자 쇼펜하워의 인생론을 읽어내고 나선 이보다 더 어려운 책이 있을 수 있을까 싶은 자신감에 이 책, 저 책 가리지 않고 열심히 시도한 경험은 내 독서 생활의 소중한 전기를 선물한 책으로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 다음 읽은 것이 대학 졸업하고 20 대 때였는데 역시 그때도 어렵더라는 씁쓸한 기억이! 

애愛보다는 증憎에 가까운.



톨스토이냐 도스토예프스키냐의 논쟁을 정리해준 책은 도스토예프스키의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었다. 역시 20 대 때 읽은 책인데 톨스토이의 <부활>,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백치> 등등을 읽고 상대적으로 적게 도스토예프스키의 책도 읽었지만 지금 기억하기로 4권?으로 출판되어 있었던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고 나서는 아...! 나에겐 도스토예프스키구나! 하는 깨달음이 왔다고 해야 할까. 이후로 나에게 러시아 최고의 작가는 언제나 대체불가! 도스토예프스키였다.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속 히드클리프의 미친 듯한 사랑의 광기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던 때가 있었다. 그게 진짜 사랑일까??? 집착일까??? 아마도 그건 사랑보단 집착에 더 가까운 것이 아녔을까. <제인 에어>를 읽고 세세한 부분의 부조리함까지는 아녀도 묘하게 반발심이 일어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런 느낌은 대프니 듀 모리에의 작품 <레베카>를 읽었을 때도 이어졌다. 그래서 <자메이카 여인숙>에 더 끌렸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에밀리와 샬럿의 작품을 비교하면서 읽었고 자꾸만 나쁜 남자에 끌리고 있단 걸 자각했었지! 그렇다고 <폭풍의 언덕>의 히드클리프의 사랑이 아름다워서는 아니다. 제인 에어에 등장하는 다락방의 미친 여자나 미쳐버린 히드클리프에 더 끌리는 것은 나도 어쩌지 못하는 본능적인 끌림인지라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을 고르라는 말을 들을 때면 자연스럽게 이 작품이 생각이 난다.



가장 최근의 강렬한 끌림이라면 역시 레이첼 모랜의 <페이드 포>를 들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 성매매에 대한 인식은 마치 자석의 이쪽과 저쪽 끝처럼 양립이 불가능하게 달라져 버렸다. 아니 그에 대한 인식을 확실하게 정립하게 되었다. 이제 뜨뜻미지근한 중간 지대에 머물지 못하게 되었다. 정희진 선생님의 <정희진처럼 읽기>를 놓고 고민을 하긴 했지만 정희진 선생님의 책이 단초를 제공했다면 레이첼 모랜의 책은 확실한 정립을 도와준 책이라 약간의 고민이 있었지만 <페이드 포>를 낙점하기로 했다.



<페이드 포>를 제외하고 나머지 세 권은 너무 오래전 읽은 책이라 표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폭풍의 언덕>은 두 번 읽었지만 다시 읽어야지 싶어 민음사로 다시 구입해 놓았다. 역시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이라는 제목으로 열린책들 상,중,하 세 권도 구입해 놓았다. 언제 읽을지는 알 수 없다. 물론 <쇼펜하워 인생론>도 다시 구비해 놓았지만... 지금 다락방 올라가긴 싫어..ㅠ.ㅠ 표지 기억도 안난다. 이 중 어떤 작품이 바뀌게 될까 시간이 흘러 다시 인생네권 한다면 말이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넬로페 2024-04-24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쇼펜하우어 많이 읽으시더라고요.
카라마조프도 포기하기 싫었어요.
하지만 네 권을 골라야하기에~~
차근차근 인용해 주신 책 읽어 보겠습니다^^

은하수 2024-04-24 21:20   좋아요 1 | URL
쇼펜하우어 다시 읽어보고 싶긴 한데 애보단 증에 가까운 감정이 극복이 안되네요^^
다시 읽어보고 싶은 고전 작품들이 참 많은데
시간은 한정적이라 그게 늘 아쉽네요^^
저도 차근차근 읽어보겟습니다~~

새파랑 2024-04-24 20: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ㄷㄷㄷ 40년전이라니요~!

저도 톨스토이 보다는 도스토예프스키~!!

은하수 2024-04-24 21:21   좋아요 1 | URL
고등학교 2학년때니까 정확히 그렇게 되네요^^
톨스토이 책을 섭렵해놓고 도스토예프스키에 빠지다니...
그런데 책을 읽고 나면 그런 마음이 자연스럽게 들죠~^^

다락방 2024-04-24 21: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인생 네권중에 페이드 포가 겹치다니요!! 뜻깊습니다! 어쩐지 감동이 밀려오네요 ㅠㅠ

은하수 2024-04-24 21:45   좋아요 1 | URL
ㅎㅎ 다락방님 덕분이죠!^^
충분히 그럴만한 책이란 생각이... 저 아니라 댜른 분들 중에 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걸요. 전 이 작가 글 전개방식도 문장도 다 좋았어요. 감탄하며 읽었잖아요~~^^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듯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