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작가 바오 닌의 작품을 처음 만났다.

B3 전선의 후방 기지인 깐 박 지역에 전쟁 이후 첫 건기가 고요하게 그러나 때늦게 찾아왔다. 9월과 10월, 11월이 지났는데도 야 롱 뽀꼬 강변을 따라 우기의 짙푸른 강물이 계속 범람했다. 날씨는 변덕스러웠다. 낮은 뜨거웠고 밤에는 비가 내렸다. 가는 빗발이었지만, 비・・・비・・・가 하염없이 내렸다.
산은 흐릿했고 멀리 길들은 안개 속에 잠겼다. 나무들은 흠씬 젖었고 숲은 고요했다. 대지가 밤낮으로 김을 물씬 뿜어 대어 온통 초록의 바다에 나뭇잎 썩는 냄새가 피어올랐다. - P14

섣달 초순에 들어서도 숲의 모든 길은 여전히 질척이는 진창이었고, 평화 속에 버려진 길들은 사람이 거의 다닐 수 없을 정도로 황폐해져 있었다. 
길들은 무성한 수풀 속에 가라앉아 조금씩 흔적을 잃어 가고 있었다. - P14

이런 얄궂은 날씨에 이 같은 진창길을 지나는 여정은 말할 수 없이 고되고 힘들었다. 사이 지방 동쪽에 있는 ‘악어 호수 계곡‘에서 67 현을 지나 뽀꼬 강변 서쪽의 ‘십자가 언덕 삼거리‘ 까지는 50킬로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인데 덩치 크고 튼튼한 질(Zil) 트럭의 성능 좋은 3기통 엔진으로 종일 쉬지 않고 달렸어도 제시간에 닿지 못했다. 밤이 늦어서야 고이 혼 덤불숲 어귀에 겨우 다다랐다. 시냇가에 차를 세웠다. - P14

냇물에는 썩은 나뭇가지가 가득 떠다녔다. 운전사는 운전석 안에서 자고 끼엔은 짐칸으로 올라가 해먹을 걸고 혼자 누웠다. 한밤중에 비가 내렸다. 
대부분 소리가 되지 못하고고요히 떨어져 내리는 안개처럼 감미로우며 얇고 가는 빗발이었다. 
낡고 오래된 트럭 덮개 천막에 빗물이 스며들어 얼룩이 졌다. 
트럭 바닥에 가지런히깔아 놓은, 전사자의 유골들이 담긴 나일론 자루 위로 빗물이 천천히 방울져 떨어졌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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