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시의 프란체스코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이창실 옮김 / 마음산책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일단 어느 한 작가에 빠지게 되면, 덮어 놓고 그 작가의 책부터 사고 본다. 지난달에 아름다운 문장으로 유명한 크리스티앙 보뱅에게 반해 버렸다. 알라딘 동지들이 계속해서 좋다 하길래, 도대체 얼마나 좋길래 하는 마음에 <환희의 인간>을 보기 시작했는데 뻑이 가 버렸다. 그 다음에는 <작은 파티 드레스>를 읽었다. 미치게 좋았다. 여전히 보뱅이 구사하는 문장이 가심을 후벼 파들어오진 않았지만. 어쨌든 좋았다.

 

비슷한 시기에 <아시시의 프란체스코>도 구해서 병행해서 읽기 시작했다. 한 작가가 쓴 세 권의 책들을 돌려 읽다 보니 집중력히 현저하게 떨어지더라. 세 번째로 다 읽은 이 책은 가톨릭 성인으로 추앙받는 아시시의 프란체스코에 대한 이야기다.

 

지금도 그렇지만 13세기에는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의 부재로 신에 대해 잘 알 수가 없었다고 한다. 아니 지금은 세상의 모든 정보들을 원하기만 한다면 바로 접할 수 있지만 여러 제약으로 신에 도달하기가 더 힘들어지지 않았던가. 부유한 직물 상인의 아들로 태어난 프란체스코는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프란체스코가 살던 시절은 사제와 군인 그리고 상인의 시대였다. 그는 자신이 원한다면 무엇이라도 될 수가 있었다. 심지어 산산조각난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의 전쟁에 직접 뛰어 들기도 했다.

 

프란체스코는 전쟁 포로가 되어 투옥되기도 했다. 다마섹으로 가던 길에 그리스도인들을 핍박하던 사울이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 개심한 것처럼, 우리의 주인공 프란체스코 역시 극적인 변신을 하게 된다. 어느 순간, 이 세상의 속박을 모두 던져 버리고 천상의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게 된 걸까.

 

육신의 아버지 베르나르도레로부터 소송을 당한 아들 프란체스코는 청빈의 성자로 거듭난다. 무언가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기존의 것들을 모두 제거해야 한다는 가르침일까. 내가 가진 것을 내려놓지 않고서는 변할 수 없다는 우리 인간의 한계에 대한 계시처럼 그렇게 다가왔다. 왜 그렇게 우리는 사소한 물질에 연연해하게 되는 걸까. 남들보다 좋은 집에, 좋은 자동차에, 보다 맛있는 것들을 먹는다고 해서 궁극의 진리에 도달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번잡한 세상을 살면서도 늘 고독하다고 여기게 되는 것도 결국 채울 수 없는 그런 진리의 공허함에서 오는 게 아닌가 싶다.

 

어디선가 본 바에 따르면 백년에 한 번씩 프란체스코 같은 이가 세상에 온다면 인류는 구원받을 것이란다. 자본이 모든 것을 삼켜 버리고, 어떤 가치보다도 우선시되는 21세기에 프란체스코가 와서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본다면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사랑은 결핍이라고 했던가. 사랑이 모든 것을 채워주지 않는다는 것을,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도 잘 안다. 가끔 보뱅 작가가 참 냉소적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미치광이와 성인 모두 진리를 말한다. 전자는 자신이 진리를 말하기 때문에 미치지 않았다는 궤변에 도달한다. 미친 사람이 진리를 말한다고? 하긴 어느 사회에서는 진리를 말하는 사람들이 미치광이 취급을 받기도 하지. 성인은 청빈의 사도였던 프란체스코처럼 높고 위대하신 분의 진리를 전하는 대리인일 뿐이다. 자신의 유익을 구하지 않는다. 진리 타령을 하면서 자신의 유익을 구하는 이들은 의심해봐야 한다.

 

동물들의 수호성인이기도 했던 프란체스코를 당나귀에 비유했던가. 내가 보기에 이 당나귀는 우리가 일상에서 수행하는 노동을 상징한다. 우리가 언제 노동 없이 먹고 살 수가 있었던가. 일용할 양식을 구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형태의 일터에서 묵묵하게 자신이 가진 노동과 시간을 팔고 그 대가로 금전을 취득한다. 우리가 버는 돈 역시 결핍으로 귀결된다. 아니 부족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러니 채울 수 없는 결핍과 적당히 타협하고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낸다. 그 엔딩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모두가 이미 알고 있다.

 

철저하게 보뱅 스타일로 구사되는 서사 속에 기대한 특별한 무언가는 보이지 않는다. 과연 내가 이 글을 꼭꼭 씹어 먹고 있는지 아닌지 모른 채, 글의 흐름에 몸을 맡긴 채 그렇게 부유하는 느낌으로 책을 읽었을 뿐. 150쪽이 안 되는 책을 읽는데 보름이나 걸리다니. 내가 세 권의 보뱅 책들을 읽으면서 발굴해낸 나만의 보뱅 독서 키워드는 바로 되새김질이다. 보뱅의 내면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한 번만 읽어서는 도저히 알 수가 없다는 점. 이런 불편한 독서가 나의 성장을 도와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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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10-07 16: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두께는 얇아도 만만치 않은 책인가봅니다.
<환희의 인간>과 <가벼운 마음> 조금씩 읽고 있는데
확실히 감동을 주는 포인트가 있더라구요.

레삭매냐님 믿고
일단 <작은 파티 드레스>부터 사두어야겠습니다.^^*

레삭매냐 2022-10-07 17:58   좋아요 2 | URL
보뱅의 책들은 하나 같이
소화가 쉽지 않네요...

감동 포인트와 더불어
염통에 스며 들지 않는
묘한 이질감이 참 거시
키했습니다.

<작은 파티 드레스>는
책쟁이들에게 감히 추
천하고픈 그런 책이었습니다.

stella.K 2022-10-07 20: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보뱅이 요즘 주목을 받고 있는데 이 책은
오래 전에 절판되었어요. 좀 아쉽긴 하지만
매냐님 이리 말씀하시니 전 그냥 패쓰해도 좋을 것 같네요.ㅋ

레삭매냐 2022-10-08 10:49   좋아요 2 | URL
다른 서점에서는
모두 절판되었지만,
이웃 교#문고에서는 지금도
판재 중이랍니다, 소근소근.

1년 정도 지난 다음에 다시
읽어 볼라구요.

바람돌이 2022-10-07 22: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보뱅은 작은 파티드레스부터.... 일단 기억해두고요. ^^
저는 아시시 진짜 좋아하는데.... 언제 다시 가서 한달쯤 편안하게 책읽고 동네 산책하면서 지내고 싶은 도시예요. 언젠가 다시 아시시를 가게 되면 이 책을 꼭 구해서 가져가는걸로..... ^^

레삭매냐 2022-10-08 10:54   좋아요 2 | URL
저도 이태리 갔을 적에 아시시
같은 소도시에 가보고 싶었는데
꼴랑 로마랑 밀라노 같은 대도시
간 게 전부네요.

다시 갈 수 있을라나 모르겠습니다.

한달살기 프로젝트 넘나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레이스 2022-10-12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뱅 읽고 있다 멈췄는데 예사 글들이 아니었습니다. 너무 좋았어요
 
그후의 삶
압둘라자크 구르나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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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에 고대하던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압둘라자크 구르나 작가의 책들이 나온다는 소식에 마음이 들떴다. 원래 이런 책들은 바로 나와줘야 하는데, 아마 판권 계약과 번역 때문에 노벨문학상 수상 후 6개월이나 지나서야 비로소 번역서가 나왔나 보다. 그리고 아쉽게도 노벨문학상 수상 약발은 떨어졌다. 우리 같은 책쟁이들이나 신나하겠지.

 

<낙원><바닷가에서>까지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해서 읽고 바로 구르나 작가의 최신작 <그후의 삶>에 도전했지만, 다시 읽기 시작하는데 넉 달이 걸렸고 읽는데는 고작 3일이 걸렸다. 역시 워밍업이 주효하지 않았나 싶다.

 

구르나 작가의 <그후의 삶>은 내가 개인적으로 궁금해하던 19세기 말, 독일령 아프리카 제국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유럽의 문명인을 자처하던 식민 지배자들은 야만의 세계를 문명화시킨다며 아프리카 대륙을 식민지로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자신과 피부색이 다른 원주민들을 거의 노예 상태로 만들어 버렸다. 그들의 지배에 저항하는 알 부시리 같은 인사들의 반란에 대해서는 폭력을 동원해서 분쇄해 버렸다. 자신들의 지배가 영원할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 고작 1세기도 가지 못할 독일의 식민지배는 폭력과 학살 그리고 기아, 굶주림이라는 상처를 그 땅에 남겼다. 식민 후발주자인 독일은 아프리카 대륙의 반대편인 나미비아에도 역시 식민지를 건설한 이야기도 궁금한데, 그 동네에서는 구르나 작가 같은 인물이 없는지 여전히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다.

 

상인 아무르 비아샤라 밑에서 경리 혹은 창고지기로 평범하게 살게 된 칼리파의 기구한 운명으로 소설 <그후의 삶>은 시작된다. 칼리파의 조상들은 인도 구자라트에서 건너온 무슬림이었다. 아프리카 여성과 만나 결혼한 칼리파의 아버지는 그곳에 정주했다. 구르나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이들은 태생부터 난민이었던 걸까. 어쩌면 우리 모두의 뿌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후의 삶>에는 칼리파를 필두로 해서 중심이 되는 인물들이 계속해서 투입된다. 독일 제국의 아프리카 군단인 슈츠트루페(Schutztruppe)에 자원입대한 일라이스를 필두로 해서, 일라이스 누이동생 아피야, 칼리파의 아내가 되는 비 아샤 그리고 역시 슈츠트루페 아스카리 출신의 함자 등등 평범한 삶과는 거리가 먼 인물들이다.

 

이들 모두는 제국주의 국가들의 식민 통치에 순응한 캐릭터들이다. 소설의 중심이 되는 캐릭터인 함자는 독일군 장교의 눈에 들어 지배자의 언어인 독일어를 배우게 된다. 먹고사니즘에 있어, 언어 구사능력은 예나 지금이나 중요한 모양이다. 다만, 독일 장교가 함자에게 독일어를 가르치는 방식이 놀이였고, 흑인 아스카리를 원숭이 취급하는 타인의 시선들이 불편하게 다가왔다. 나중에 함자를 못마땅하게 여긴 독일 장교의 칼부림으로 엉덩이 부상을 입은 그를 치료해준 독일 선교사와 그의 부인(프라우)이 흑인 아스카리에게 가진 편견 역시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문득 왜 압둘라자크 구르나 작가는 독일 식민주의자들에게 가열친한 항쟁에 나선 알 부시리 같은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지 않았나 싶다. 오히려 그 편이 보다 흥미진진하지 않았을까? 다수의 흑인들처럼 작가 역시 지배자들과 타협하는 길을 선택한 게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함자가 소속된 슈츠트루페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게릴라 전술로 영국군을 효과적으로 괴롭히는데 성공했다. 아무런 미래와 희망도 보이지 않는 고향을 떠나, 지배자들의 군대에 자원입대한 아스카리 용병들의 활약은 대단했다. 자신들을 제대로 대우도 해주지 않았는데 그들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그렇게 열심히 싸웠던 걸까. 설상가상으로 독일이 전쟁에서 패하면서 아스카리 용병 전력은 새로운 지배자가 된 영국에게 의심이 사기에 충분했다.

 

함자는 자신의 과거를 감추고, 자신의 고향이자 칼리파가 사는 마을을 찾는다. 전쟁에서 당한 부상이 낫지 않은 채. 칼리파의 집에는 오빠 일리아스에게 구원을 받았지만, 슈츠트루페로 변신해서 자원입대하면서 자신이 더부살이하던 집으로 돌아가 글을 안다는 이유로 바깥주인에게 얻어맞아 왼손을 심하게 다친 아피야가 살고 있었다. 함자와 아피야의 사랑은 작가가 예비한 수순대로 흘러간다.

 

나는 계속해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는 함자가 보여주는 삶의 행로에 집중했다. 함자는 아스카리 용병에서 창고지기로, 다시 목수로 변신한다. 어쩌면 이것은 독일령 동아프리카에서 탕카니카로 그리고 다시 새로운 국가 탄자니아로 나아가는 구르나가 나고 자란 땅에 대한 비유가 아닐까. 우리네 삶처럼 갖가지 굴곡이 있지만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앞으로 나아간다는.

 

함자와 아피야의 아들 일라이스가 어두운 영에 사로잡혀 결국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세키야 의식을 치르게 되자, 스스로를 개화된 인물로 생각하던 칼리파가 대노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야만과 문명의 대결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로 몰아가고 싶지 않지만, <그후의 삶>을 읽는 내내 의식하지 않을 수도 없지 않았나 싶다.

 

탕가를 지배했던 독일이라는 연결고리를 기점으로 삼아, 일라이스가 자신의 외삼촌 일라이스의 행적을 추적하는 장면에서는 전작 <바닷가에서>가 떠오르기도 했다. 젊은 일라이스가 교육을 통해 새로운 지배 계급의 엘리트로 성장해가는 과정도 주목할 한만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언어의 장벽을 뛰어 넘어, 자신들을 지배했던 국가에 유학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고국에서 대단한 대우를 받게 되지 않을까. 독일에서 일리아스가 마주하게 된 나치 독일 치하에서 추진된 재식민화 프로젝트의 진실 그리고 독립한 식민국가의 엘리트들과의 관계 형성을 통한 유대감 조성이라는 포스트콜로니얼리즘 시대의 과제를 엿볼 수도 있었다.

 

초반의 느슨한 전개에 비해, 후반으로 갈수록 조금은 급작스럽게 진행되면서 서사가 압축되지 않았나 싶다. 후발 식민국가로 아프리카 대륙에서 카이저라이히(Kaiserreich)를 꿈꾸던 독일 제국의 이면과 이국적이고 생소한 탄자니아 국가의 속살을 드러낸 인간 군상들의 드라마가 마음에 쏙 들었다.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배반>이 곧 출간될 거라고 들었는데, 해를 넘기지 않고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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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10-06 18: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도 생각으로 정리중이예요 ^^;;

레삭매냐 2022-10-06 19:36   좋아요 3 | URL
그레이스님의 정리를 기대해 봅니다 :>

빠이팅.

mini74 2022-10-06 18: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올해는 출판사들이 잔뜩 기대하고 있지 않을까요. 재판 리커버? 등으로 발빠르게 대응할거 같아요. 구르나 책들도 읽어야 하는데 ㅠㅠ 스노우맨이랑 회귀물 무협지?! 읽고 있습니다 ㅎㅎ 매냐님 글 넘 좋네요 *^^*

레삭매냐 2022-10-06 19:37   좋아요 3 | URL
어떤 작가가 수상을 하냐에
따라 여느 때처럼 희비가
갈리지 않을까 싶네요.

이제 30분 정도 남았는데
출판사들 비상 대기 중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도 발란데르 아자씨 책도
닐거야 하고... 보뱅도 마저
닐거야 하는디 - 그렇네요.

부족한 글,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페넬로페 2022-10-06 18: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프리카 작가들이 유럽에서 공부한 사람들이 많아 조금씩은 한계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럼에도 생각할 거리를 많이 받았어요.
그후의 삶으로 읽기 마감하려고 했는데 배반이 줄간된다고요? 휴~~

레삭매냐 2022-10-06 19:39   좋아요 4 | URL
어떤 작가가 수상을 하냐에
따라 여느 때처럼 희비가
갈리지 않을까 싶네요.

이제 30분 정도 남았는데
출판사들 비상 대기 중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도 발란데르 아자씨 책도
닐거야 하고... 보뱅도 마저
닐거야 하는디 - 그렇네요.

부족한 글,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미미 2022-10-06 18: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물 들어올때 노 저어야하는데
말입니다. 올해는 출판사가 좀
서두르길 바랍니다.ㅎㅎ
<배반>도 기대되네요^^

레삭매냐 2022-10-06 19:40   좋아요 3 | URL
출판사에서 구르나 쌤들의
책 출간 선정을 잘한 것 같
습니다.

<낙원>과 <바닷가에서>
는 모두 부커상 리스트에
오른 책이고, <그후의 삶>
은 최신작이더라구요.

<배반> 어서 나오너라~~~
 
사이드 트랙 발란데르 시리즈
헨닝 망켈 지음, 김현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읽을 책들은 항상 수급을 해두어야 한다. 그래서 책은 사서 읽는 게 아니라, 집에 있는 책을 읽는다는 말이 있는 걸까. 헨닝 만켈의 쿠르트 발란데르 시리즈 <리가의 개들>까지 3권을 달리고 나서 바로 옆에 있던 <사이드 트랙>을 집어 들었다. 이거 또 그전의 시리즈들과 결을 달리 하는데 그래. 추리물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시리얼 킬러가 등장한다.

 

<사이드 트랙>이 가진 다른 연쇄살인범이 등장하는 소설과 다른 변별점은 바로 킬러가 누구인지 먼저 알리고 시작한다는 점이다. 독자들은 그래서 누가 상상을 초월하는 범죄를 저지르는지 이미 알고 있다. 문제는 언제 우리의 주인공 발란데르 형사가 이 희대의 빌런을 검거하는가이다. 범인을 알고 있음에도 이렇게 전개가 쫄깃할 수 있을까? 능구렁이 헨닝 만켈 아재는 바로 그 지점을 예리하게 타격한다, 그리고 적어도 내게는 아주 성공적이었다. 이 맛에 추리물을 끊을 수 없는 걸까.

 

이제 모두가 다 알겠지만 쿠르트 발란데르 경관은 허점투성이 인간이다. 아내 모나와는 진작에 이혼했고, 하나 있는 딸 린다와는 소통불가다. 어머니는 작고하셨고, 홀로 남은 아버지는 자신보다 30세나 어린 돌보미 아줌마와 결혼해서 발란데르의 속을 썩인다. 전편에서도 치매기를 보이던 아버지는 정식으로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고 자신이 애써 그린 그림들을 불태우는 기행을 보이기도 한다. 나이가 든다는 건, 어쩌면 아무도 피할 수 없는 숙명을 속수무책으로 기다리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말이 왜 이렇게 실감이 나는 걸까.

 

바다 건너 라트비아에는 <리가의 개들>에서 만난 바이바 리예파가 있다. 그녀에게 구혼을 해보지만, 그녀의 전남편 경관이 라트비아 악당들에게 비참한 죽음을 당한 트라우마로 두 번째 남편을 해외에서 또 경관으로 고를 수 없다는 걸 발란데르는 너무나 잘 이해한다. 이런 중년의 위기를 보드카와 좋아하는 바버라 헨드릭스의 오페라만으로는 달랠 수가 없다고 헨닝 만켈은 독자들에게 조근조근 속사인다. 책을 다 읽을 때까지 바버라 헨드릭스를 검색해 본다고 하고선 잃어 버리고 있다가 지금 너튜브로 통해 그녀의 음성을 들어 보니, 과연 발란데르가 반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 수 배우는구만 그래.

 

발란데르 개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메인 스토리에서 한참 또 벗어나 버렸다. 스포도 최대한 자제하면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기란 쉽지 않다. 특히나 추리소설의 경우에선 말이지.

 

어쨌든 구린내를 풀풀 풍기는 전직 법무부장관 구스타프 베테르스테트가 자신의 저택 부근의 바닷가에서 척추에 도끼를 맞고 머리 가죽이 벗겨진 사체로 발견된다. 당연히 범인의 정체는 알 수 없다. , 그전에 서두에 도미니카에서 태어난 돌로레스 마리아 산타나(D.M.S.)란 아기의 이야기도 잠깐 등장하는구나. 추리물에 아무런 영양가 없는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는 법이다. 나중에 다 연관이 되니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그리고 어느 유채밭에 갈색 피부의 소녀가 휘발유을 끼얹고 분신하는 장면을 직접 목격하는 발란데르. 이런 끔찍한 사건들을 목격하고 분석해야 하는 경찰들이야말로 어쩌면 극한직업 중의 극한직업이 아닐까 싶다. 아마 어쩌면 이유와 격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경찰들이 일을 그만두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당연히 아내와의 결혼생활도 순탄하지 않게 흘러간다. 이 일을 좋아서 한다고 하면 아마 거짓말이지 싶다.

 

스스로를 후버라고 명명한 킬러는 잇달아 살인사건을 벌인다. 그런데 피해자들은 하나 같이 문제가 있는 인사들이었다. 심장의 저편에서 둥둥 북소리를 울리며 지령을 내리는 제로니모의 명령에 따라 얼굴을 위장하고, 신성한 임무에 나서기라도 하듯 냉정하게 일처리를 하는 후버의 모습은 공포 그 자체였다. 발란데르는 여러 가지 오류를 저지르기도 하지만, 어쨌든 꾸역꾸역 자신만의 직감에 근거해서 범인에 대한 몽타주를 작성한다. 일단 무자비하게 도끼 자루를 휘두르는 남자고, 날씬하고, 냉정하며 겸손하다는 점을 도출한다. 물론 거의 완벽에 가까운 범죄를 구사하는 만큼 그에 대한 정보는 일천하다.

 

사실 <사이드 트랙>을 읽으면서 내가 집중해서 본 것은 누가 범인인가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범인이 누구인지는 이미 노출되었고, 그의 범죄를 언제 멈출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결국 파국은 이미 피할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1990년대 급격한 사회 변화를 맞고 있었던 스웨덴 사회에 대한 헨닝 만켈이 기술한 보고서가 마음에 들었다.

 

복지천국으로 알려진 스웨덴에서 물질적 결핍과 가난은 이미 퇴치되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대중들이 느끼는 정신적 결핍은 확산일로였다. 전통적 가족의 위상이 해체되었을 때, 그것을 대신할 수 있는 무엇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 인간들은 필연적으로 고독한 존재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이 험한 세상의 파고를 헤쳐 나갈 멘탈 강화를 위해 과연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해본다.

 

좀 더 디테일하게 살펴 보자면, 스웨덴 인구의 1/4이 산다는 대도시 스톡홀름에서나 벌어질 법한, 강력 범죄들이 쿠르트 발란데르가 활동하는 위스타드 같이 작은 도시로까지 확대됐다. 그러니 그전에는 도망간 소와 망아지들을 체포하거나, 취객들이 무시로 벌이는 싸움질을 말리는 것이 주임무였던 위스타드 경찰서 경관들 역시 자신들의 역량을 넘어서는 일까지 맡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경찰 예산을 삭감하고, 주말 유치장 관리를 민영화한다는 프로젝트까지 구상 중이었다. 시민에 대한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물적 토대가 그렇게 허물어지고 있었다.

 

헨닝 만켈의 책을 통해 아직 제대로된 복지국가로의 이행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천박한 물질만능주의에서 유래된 온갖 기상천외한 범죄들이 난무하는 한국의 오늘과 비교할 수밖에 없었다. 28년 전에 이미 스웨덴은 우리가 현재 경험하고 있는 일들을 이미 다 겪은 건가. 개인의 위기, 다층화되어 가는 사회적 문제들 그리고 시리얼 킬러를 쫓는 긴박감이라는 세 가지 토끼사냥에 나선 쿠르트 발란데르의 종횡무진 활약을 통해 다시 한 번 이 시리즈가 과연 선전문구대로 노르딕 누아르의 레전드가 될 법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19946월과 7월은 미국에서 월드컵이 열린 해였다. 브라질과 같은 조에 속해 있었던 스웨덴은 4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헨닝 만켈은 위험천만한 후버의 복수극을 추적하는 동시에, 자국이 월드컵에서 최고의 성적을 기록하는데도 나처럼 축구에 별다른 관심 없는 쿠르트 발란데르의 무심함에 방점을 찍는다. 물론 후반으로 가면서 월드컵에 대한 이야기는 실종되어 버리지만.

 

다 필요 없다. 결론은 손에서 뗄 수 없을 정도로 재밌다는 거다. <사이드 트랙>을 집어 들면서 이거 너무 두꺼운 거 아니야라는 노파심은 이야기에 몰입되면서 순삭되었다. <사이드 트랙>을 다 읽자마자, 어제 도서관에서 수배한 <미소지은 남자>를 읽기 시작했다. 시리즈 네 권을 독파하면서 이제 발란데르 경관에 대한 파악은 끝났다. 이제 즐기기만 하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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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9-30 15: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쟁여두기˝라 쓰는데 ˝수급˝이라 하시니, 격이 다르십니다^^ 레삭매냐님,

바버라 핸드릭스를 지미 핸드릭스로 생각할 뻔

책에 나오는 노래도 다 찾아가보시는군요^^ 얼마나 몰입하시며 좋으셨으면

요샌 저도 소설을 못 읽었는데
보뱅부터 읽고. 플친님들 대열에 끼어봐야겠어요

레삭매냐 2022-09-30 23:51   좋아요 2 | URL
그럴 리가요 -
오늘 주식시장 공모주
망조의 여파로 수급이란
표현을 쓰지 않았나 싶
습니다.

전 처음에 바브라 스트
라이전드인 줄요 ㅋㅋㅋ
다채로운 오페라 곡을 듣고
싶은데 온통 <아베 마리아>
만 있더라구요.

보뱅은 고저 사랑입니다.

자목련 2022-09-30 16: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읽는 일만큼 쓰는 일도 중요한데, 매냐 님의 속도는 대단합니다!
연휴에도 신나게 읽고 그 이야기를 들려주시겠지 싶어요^^

레삭매냐 2022-09-30 23:52   좋아요 1 | URL
알라딘의 다른 독서 전사
들에 비하면 저는 그저
보탤 뿐이지요.

연휴에도 부지런히 읽겠
습니다. 충성!

coolcat329 2022-09-30 17: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앗! 이 책도 읽으셨군요.ㅋㅋ
실행력 추진력 최고세요~
저는 피니스 아프리카에서 나오는 대로 천천히 읽어보려고 해요.
근데 이 책 무지 재밌군요! 이게 다섯 번째죠?

레삭매냐 2022-09-30 23:54   좋아요 2 | URL
쿠르트 발란데르 너무
재밌습니다. 혹시 몰라서
연휴 때 읽어 볼라고 두
권 땡겼답니다.

발란데르 시리즈로는
네 번째인가 봅니다.

피니스아프리카에
젭알 빨랑 책 좀 내주세요.
못 기달리겄어요.

coolcat329 2022-10-01 10:51   좋아요 2 | URL
사이드트랙이 시리즈 다섯 번째라는 의미였습니다.😉
피니스 아프리카에에서 나온 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 혹시 아시나요? 유명한 경찰 추리물 시리즈인데 이것도 저는 너무 재미나게 읽었거든요.
레삭매냐님도 좋아하실 거 같아 추천해 봅니다.
 
작은 파티 드레스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이창실 옮김 / 1984Books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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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명절에 잔뜩 읽겠다고 공언했던 크리스티앙 보뱅 제 2탄이다. 아주 얇은 팜플렛 수준의 책으로 모두 7개의 책과 관련된 그런 이야기들이 오롯하게 담겨 있다. 금방 읽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보뱅이 직조한 밀도 높은 문장들을 계속해서 곱씹느라 그리고 이해 못하는 자신을 자책하느라 시간이 제법 걸렸다. 그래도 이번달을 넘기지 않고 읽는 것으로 위로를 삼으련다.

 

지난 토요일 호매실 어느 편의점에서 가방에 든 책의 서문을 읽다가 그야말로 눈물이 펑 터질 뻔했다. 제목만 보고는 무슨 드레스에 대한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이 책은 우리 책쟁이들을 위한 그런 책이었다. 오 마이 갓!

 

우리는 도대체 왜 책을 읽는가에 대한 보뱅 스타일의 성찰과 조우하는 순간, 나의 불안정한 감정은 그냥 폭발해 버렸다. 그에 따르면, 이 세상은 책을 읽는 사람들과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겠지만, 정말 명쾌한 이분법이 아닌가. 책읽기에 얼이 빠진 우리 같은 이들에게는 진리의 복음 같은 말이 아닐까.

 

세상에 돈이라는 가치로 환산된 물질주의가 판을 쳐도, 우리 책쟁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소설을 펴든다. 아니 어쩌면 10분 내에 우리 지구별이 멸망한다고 하더라도, 마지막 순간까지 어떤 책을 살지, 읽기 시작했지만 못 다 읽은 책을 읽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할 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또 어떤 신간이 나왔는지, 온라인 서점에서 찔끔찔끔 주는 적립금 천원을 쓰겠다고 돈 만원 이상을 쾌척하는 게 우리들의 모습이 아닌가 말이다. 바로 이런 시답잖은 책쟁이들의 일상을 보뱅 작가는 무척이나 고상한 표현으로 환원해서 우리의 독서욕을 또 자극한다.

 

보뱅은 또한 편견일 지도 모르겠지만, 가난한 마음을 가진 자만이 글을 쓸 수가 있다고 한다. 결핍을 모르는 부자들이, 권력자들이 글쓰기의 원천에 도달할 수 없다고 그는 생각한 걸까. 잠시 고통을 잊을 수 있게 해주는 진통제나 화려하게 포장한 당의정으로 가난한 마음을 치료할 수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 이유로 나는 자기개발서 부류의 책들에는 아예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자기계발서를 읽는다고 해서 자기계발이 되나? 나에게 숨겨진 재능이 있기는 한지도 궁금하다.

 

성서에 등장하는 요나 이야기의 다시쓰기도 신선했다. , 책의 어디선가 우리 인간에게 적용되는 신의 중력은 공정하다고 했던가. 아니 정확한 인용이 아닌 이미 나를 통해 적용된 개념일 지도 모르겠다. 니느웨에 가서 신의 징벌이 임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라는 신의 명령을 거부하고 선지자 요나는 배를 타고 엄한 곳으로 튄다. 아니 신으로부터 도주할 수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요나는 땡깡을 부린 게 아닐까. 모두가 알다시피 요나는 바다에서 풍랑을 만나고, 제비뽑기(보뱅의 책에는 나오지 않는다)로 뽑혀 신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바다에 내던져진다. 지나가던 고래 뱃속에 삼켜져 있다가 살아남아 결국 니느웨로 가게 된다. 요나가 원수처럼 생각하던 아시리아의 수도 니느웨는 회개하고 결국 구원을 얻게 된다는 게 전체 줄거리다.

 

요나가 받은 신의 메시지는 지금도 어디선가 글쟁이들이 열심히 검은색 잉크로 만들어내는 새로운 이야기들의 은유가 아닐까. 그 안에는 어쩌면 자기 구원의 서사가 담겨 있을 지도. 다만 그것의 수령을 거부하고 읽지 않음으로써 우리는 거저 얻은 구원의 기회를 냅다 걷어차 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이 정도면 무슨 이유가 되었던 간에 책을 읽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내가 매주 사는 로또와 책읽기는 유사점을 공유하고 있다. 전자가 경제적 구원이라면, 후자는 영혼의 구원이라는 점에서.

 

아서왕의 기사로 알려진 페르스발(파르지팔 혹은 퍼시벌)도 전설이 아닌 12세기 창작품이라고 하는 점도 눈길을 끈다. 문학의 세계에서 다채로운 변용은 디폴트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군주나 마찬가지지만 나이든 아서왕 역시 마찬가지였나 보다. 나이 들어 판단력이 흐려지고 실의에 빠진 왕과 눈부시게 아름다운 왕비의 존재감, 거기에 성배의 전설까지 덧씌우면서 기사 페르스발은 전설의 영역에서 현실 세계를 넘본다. 확증 편향까지 간다면 지나친걸까.

 

보뱅의 <작은 파티 드레스>는 책에 영혼을 송두리째 털린 이들에게 보내는 러브 레터다. 돈이 많은 이들에게 부족한 것은 결핍이라고 한다. 우리 책쟁이들 역시 결핍이 존재한다. 채울 수 없는 책에 대한 결핍이 그리고 읽기에 대한 결핍이. 그러니 책쟁이 동지들이여, 그 결핍들을 채우기 위해 오늘도 책을 사고 읽고 또 그것을 반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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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2-09-28 10: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책 추천이 많아 서점에 갔을 때 집어들었으나,
제목과 표지 사진만으로 제 스타일이 아닐 것 같다는 편견으로^^ 안샀는데,
레삭매냐님의 글 보니 급 읽고 싶어지네요~!!

레삭매냐 2022-09-28 10:54   좋아요 3 | URL
저도 제목만 보고 뭔 드레스에
대한 이바구인가 싶었답니다.

근데 내용은 정말... 크하 ~
울 책쟁이들을 위한 그런 책
이었습니다.

바람돌이 2022-09-28 13:3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의외의 내용이네요. 책쟁이들을 위한 복음서라니 안 읽을 수 없는 뽐뿌!! ^^
아 정말 읽고싶은 책이 너무 많아서 나중에 죽지도 못할듯요. ^^

scott 2022-09-28 13:38   좋아요 4 | URL
매냐님 책 전도사님😄

레삭매냐 2022-09-28 15:06   좋아요 3 | URL
그러니깐요 -

이건 뭐 읽어도 읽어도 끝이
없는 무간지옥 같은 지옥이
아닐까 싶습니다. 세상은 넓고
읽을 책들은 한 없더라.

[스캇트님] 전문용어로 JDSN이라고...

라로 2022-09-28 14: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단 한 권 읽었는데 문장이 너무 아름답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아름다움이 심장까지 전달이 잘 안 되었던. 그래도 밑줄 엄청 그었고 좋아요. 좋은데 그런 거 아시죠??😅😅😅

레삭매냐 2022-09-28 15:03   좋아요 2 | URL
한 편으로는 감동에 뻑이 가다가도
또 한 편에서는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지... 이해가 되질 않아.
염통에 와 닿질 않아의 반복이었습니다.
저만 그런 게 아니었군요.

그래서, 결론은 제가 받아 먹을 수 있는
건만 받아 먹는 것으로. 모든 걸 다 수용
할 수는 없으니깐요.

책은 끝장이었습니다.

coolcat329 2022-09-28 15: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을 수밖에 없게 만드는 리뷰네요. ‘책에 영혼을 털린 이들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라니...

레삭매냐 2022-09-28 15:04   좋아요 3 | URL
제가 MSG를 좀 많이 쳤나요 -0-

그렇긴 해도 군데군데 울 책쟁이
들을 자극하는 기맥힌 문장들이
너무 많아서 감동의 도가니탕이
었습니다.

지인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그런
책이라고나 할까요.


새파랑 2022-09-28 17: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 책쟁이 책이군요 ㅋ 책에 대한 이분법과 설명이 명쾌한거 같아요~!!
그놈의 천원 적립쿠폰이 뭐라고 ㅎㅎ

레삭매냐 2022-09-28 18:00   좋아요 3 | URL
그러니깐요 -
배보다 배꼽이 더 크더라는 ^^

돈보다도 더 무서운 경계가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과
책에 빠진 사람들 사이라는
분석에 경탄했습니다.

페넬로페 2022-09-28 17: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쟁이들을 위한 복음서!
접수합네다^^

레삭매냐 2022-09-28 18:01   좋아요 3 | URL
얇아서 금방 읽으실
수 있으리라 믿슙니다.

독서괭 2022-09-28 20: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옹?? 책 제목에서 내용을 전혀 연상할 수 없네요! 문장이 아름답다고만 알고 있었는데,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레삭매냐 2022-09-29 09:51   좋아요 2 | URL
제가 아름다운 문장 쪽에
문외한이라 그런지 왠지
모르게 가심이 팍팍 와닿지가
않더라구요.

거 참 문장이 좋다는 건 알겠
는데 말이죠... 여튼 좋았습니다.

그레이스 2022-09-29 06: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 안 읽으면 저는 니느웨인이 되겠군요 ^^
읽겠습니다 ㅋ

레삭매냐 2022-09-29 09:51   좋아요 2 | URL
분량이 그리 많지 않아서
보시는 데 부담이...

그레이스님의 보뱅 읽기
를 응원합니다.

그레이스 2022-09-29 14:58   좋아요 0 | URL
잠시 헷갈렸습니다 ㅋ
니느웨인은 말을 들었군요 ㅋ
그니까 잠도 덜깬 상태로 댓글 달면 안된다니까요 ㅋㅋ

mini74 2022-09-29 13: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친구들에게 선물로 줬는데 저만큼 좋은 건 아닌가봐요. 역시 책선물은 내맘 같지 않아요 ㅎㅎ 저도 이 책 넘 좋아요 매냐님 *^^*

레삭매냐 2022-09-29 13:31   좋아요 2 | URL
제 생각도 그러합니다 -

책 선물은 정말 어렵지 싶어요.

아마 저라면 이 책을 선물해준
친구를 머리에 이고 다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만.

신에게는 아직 보뱅의 두 권
이 더 남아 있답니다 ㅋㅋㅋ

초란공 2022-10-02 09: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느 맑은 가을 토요일, 이 글이 당신에게 도달한다.˝라는 문구에 그만 낚여버렸습니다. 아멘!! ㅋㅋ

레삭매냐 2022-10-03 19:56   좋아요 1 | URL
보뱅의 문장들은 대단합니다.

한 번 읽는 것으로는 소화가
되지 않나 싶더라구요.
 
리가의 개들 쿠르트 발란데르 경감
헨닝 만켈 지음, 박진세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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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잇따라 헨닝 만켈의 쿠르트 발란데르 형사 시리즈를 만나고 있다. 오늘 다 읽은 <리가의 개들>까지 해서 모두 3권의 책들을 읽었다. 3권에 해당하는 <하얀 암사자>를 먼저 읽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1권과 2권을 끝냈다. 그러고 나니 3권에서 계속 언급되던 되던 작고한 동료 뤼드베리와 바이바에 대한 사정을 알 수가 있었다. 순서를 뒤바꾸어 읽다 보니 또 이런 재미도 있지 싶다.

 

<리가의 개들>에서 언급되는 것처럼 이번 2탄의 공간적 배경은 발트 3국 가운데 하나인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다. 아니 어쩌다 스웨덴 시골마을 위스타드 출신 경찰 발란데르가 리가까지 흘러가게 되었지? 게다가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소련 제국이 아직 무너지지 않았던 1991212일에 시작된다. 그러니까 라트비아가 소련 제국 시절 하나의 공화국이었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북해를 누비던 밀수단은 구명보트에 실린 두 구의 시체를 발견한다. 자신들이 하고 있던 일 때문에 익명으로 위스타드 경찰서에 두 구의 시신들이 바닷가에 도달할 거라는 사실을 알리는 밀수꾼 한 명.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43세 중년 쿠르트 발란데르의 위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아내는 그의 곁을 떠났고, 딸 린다는 자신과의 대화를 거부한다. 뇌조 그림을 그리는 화가 아버지는 아들이 경찰일을 하는 걸 예나 지금이나 못마땅해 한다. 오페라 아리아를 사랑하는 발란데르는 독주와 음악으로부터 위안을 얻는다.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경찰을 때려 치우고 전직을 꿈꾼다. 아마 직업에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일까? 아무리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하지만, 결국 그게 직업이 되었을 때는 또다른 이야기가 된다는 만고불변의 법칙 때문이라고 해두자.

 

우리의 민완형사 발란데르는 구명보트에 실려온 신원 미상에 대한 추적을 개시해서, 그들이 동부에서 조류에 쓸려온 거라는 점을 밝힌다. 아 참, 전작에서 발란데르에게 많은 도움을 준 동료 뤼드베리는 전립선 암으로 사망했다. 앞으로 계속될 시리즈에서 주인공에게 많은 조력을 줄 만한 캐릭을 단 한 번 쓰고 빼버리는 건 또 놀라운 작가의 시도가 아닐까 싶다.

 

한편, 발란데르는 경찰서 지하실에 둔 구명보트를 소홀히 관리하면서 실책을 범하는데 그 안에 든 마약을 누군가 빼간 것이다. 아니 간도 크지 다른 곳도 아니고, 무려 경찰서에서 보관 중인 구명보트의 마약을 탈취해 갔단 말이지.

 

이야기는 바다 건너 라트비아 리가에서 카를리스 리예파 소령이 파견되어 오면서 작은 마을 위스타드에서 보다 큰 스케일로 변신을 도모하기 시작한다. 물론 차기작 <하얀 암사자>에 비하면 소소해 보이긴 하지만 말이다. 리예파 소령이 시신을 인수해 가면서 별 대수롭지 않게 끝날 것 같았던 사건은 리예파 소령이 리가로 복귀한 바로 그날 살해당하면서 또다른 차원의 사로 급발진한다. 그리고 발란데르 형사가 리가로 파견되어 사건 해결을 돕게 된다.

 

헨닝 만켈은 동년 1월에 라트비아의 리가에서 벌어진 바리케이드사건에 <리가의 개들>에서 잠시 언급한다. 베를린 장벽 붕괴 이래, 소련의 동구 위성국가들에 대한 장악력은 현저하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냉전으로 서방세계와 치열한 체제 경쟁을 벌이던 소련에 불만을 품고 있던 여러 공화국들 사이에서 민주화의 바람이 불고, 불만이 폭증하기 시작했다. 라트비아의 리가도 예외는 아니어서, 소련으로부터 독립을 원하는 시민들의 저항에 소련 정부에서는 최정예 특수부대 OMON을 투입해서 무고한 시민들을 진압했다.

 

그런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쿠르트 발란데르는 모두가 모두를 감시하는, 언어도 통하지 않는 경찰국가에 투입된 것이다. 그는 경찰 특유의 직감을 발휘해서, 리예파 소령의 죽음에 어떤 거대한 음모가 얽혀 있다는 것과 그의 상관인 푸트니스와 무르니에르스 대령 가운데 한 명이 빌런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누가 도대체 콘도르이고 댕기물떼새란 말인가. 거악에 협력하는 개들이 암약하고 미행하는 가운데, 리예파 소령 사건은 대충 희생양을 만들어 덮고 그는 본국으로 소환된다.

 

그 와중에 만나게 된 리예파 소령의 미망인 바이바와 갑자기 사랑에 빠지게 되는 쿠르트 발란데르. 이 인간도 정말 구제불능이다. 전작에서는 검사 아네테 브롤린에게 집적거리다가 개망신을 당하고서도 정신을 못 차리는구나. 어쨌든 잿빛 공간의 리가에서 발란데르가 할 수 있는 지극히 제한적이다. 반세기 가량 공산국가였던 라트비아의 암울한 현실을 헨닝 만켈은 시니컬하게 짚어낸다. 달러를 벌기 위해서라면, 자신의 어머니도 팔길 마다하지 않은 사람들이 줄을 설지도 모른다는 말이 참...

 

이 답없는 좌충우돌 형사는 바이바 리예파를 다시 만나 죽은 리예파 소령의 신원을 회복하고 그가 남긴 자료를 찾기 위해, 일생일대의 모험을 감행하게 되는데 그건 바로 라트비아 밀입국이었다. 스위스로 스키 여행을 간다는 핑계를 대고, 바이바의 조력자들의 도움을 얻어 독일-폴란드를 거쳐 라트비아에 잠입하는 과정은 스펙터클 그 자체다. 대령들의 개들이 눈에 불을 켜고,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는 걸 잘 알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사랑에 빠진 바이바를 만나겠다고 위험을 무릅쓰는 장면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거의 말미에 가서 경찰서에 잠입해서, 긴박한 순간에 아픈 배를 부여잡고 휴지통에 실례를 하는 장면에서는 결국 뿜고야 말았다. 그렇지 우리 인간은 처음부터 완벽하지 않았지. 아니 완벽할 수가 없는 그런 존재였지. 바로 그렇게 헨닝 만켈은 이 부족한 인간 쿠르트 발란데르가 이번에도 사선을 몇 번이나 넘기는 아스트랄한 그런 장면들을 숱하게 연출해 내면서 무시로 독자들의 염통을 아주 쫄깃하게 만들어주는 스릴을 창조해냈다. 역시 이 맛이야!

 

조금 억지스러운 설정도 없진 않았지만, 뭐 이 정도면 만족한다. 이미 <하얀 암사자>는 읽었고, 4번째 발란데르 시리즈와 만나려면 적어도 1년은 넘게 기다려야 할 모양이다. 그전에 도서관에서 빌려 놓은 <사이드트랙>을 읽어야 하나 어쩌나.



[뱀다리] 세 번째 헨닝 만켈의 책을 읽고 나서 마침 빌려 놓은 <사이드트랙>이 있어서 어디 조금 볼까 해서 집어 들었다. 그런데 이것도 장난이 아닌데 그래. 쿠르트 발란데르 사냥에 나서야 하나 아님 그냥 도서관을 이용해야 하나. 이번 가을은 발란데르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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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9-27 16: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리가의 개들도 읽으셨군요. 이 책 시리즈가 다시 나오던데 구판을 읽을지 말지 고민되시겠어요. 이토록 재밌다니 더더욱 말입니다. ^^
어쨋든 저도 보관함에 넣어두고 발란데르 형사 곧 만나러 가겠습니다.

레삭매냐 2022-09-27 16:04   좋아요 1 | URL
아마 전 구판으로 만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안타깝게도 신간 나오는 속도를
기다리다가 미춰 버릴 지도 ㅠㅠ

그러니 그냥 마음 접고, 여러 출
판사에서 나온 구간들을 사냥하
거나 아님 도서관에서 빌려다
볼라구요.

바람돌이님도 어서, 빨리, 신속
하게 고고씽~

coolcat329 2022-09-27 19:12   좋아요 1 | URL
4편 미소지은 남자 구판 도서관에 있을 거 같아요. 구해서 보시는게 어떠실지~신간 기다리시는거 레삭매냐님 힘드실듯요.🤣

라로 2022-09-27 16: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매냐님 4B 연필로 밑줄 그으심미꽈?? 연필심이 무척
두껍고 진해 보여요!!^^;;
그나저나 커피빈에서 뭘 드셨을까요???
암튼, 저는 책도 좋지만 드라마 꼭 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어요!!

레삭매냐 2022-09-27 16:40   좋아요 1 | URL
니에, 저는 연필을 애용한답니다 -
밑줄 죽죽 긋거나 메모할 때 연필
이를 애용하지요.

엷은 색은 싫어서 진한 포비루다가.
볼펜도 1.6mm 씁니다.

전 커피맛을 몰라서 콩커피에서는
늘 먹던 대로 아이스 라떼를 마셨
답니다 :>

드라마도 보고 잡네요.

stella.K 2022-09-27 16: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냉커피(?)가 추워보이는군요. 저는...ㅋ

레삭매냐 2022-09-27 16:43   좋아요 2 | URL
절대 아입니다. 저는 여적도 덥습니다.
낮에는 증맬루... 냉커피 션~했습니다.

coolcat329 2022-09-27 19: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 신청해 놓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큰 기대 안하고 읽어야 겠습니다.

레삭매냐 2022-09-27 19:31   좋아요 1 | URL
큰 기대라기 보다는 뭐랄까...

소소한 재미라고나 할까요?
<하얀 암사자>가 정말 스케일
이 크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