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선생의 8주기를 기념하여 여러 작가들이 짧은 글들을 묶어 냈다. 수필 같기도 소설 같기도 한, 그 안에 박완서를 기리는 마음들.

 

정세랑의 '아라의 소설'은 아라에게, 또 정세랑 작가 본인에게, 그리고 많은 여성 독자들에게 속내를 털어놓는 듯하다. 남성작가들 앞에 줄 서서 사인을 받던, 독자로서의 흑역사를 돌아보며 쓴 웃음을 짓는 나는 이제야 거울 앞에 돌아와 만난 여성 독자들과 여성 작가들에게 손을 내밀며 눈을 맞춘다. 장르라고요? 순수 문학이라고요? 진짜 글쟁이라고요?

 

됐고!

 

진짜 글과 이야기는 허세랑 폼재기 따위 말고 독자가 알아본다고요. 적어도 난 그런 '눈'이 슬슬 뜨이는 것만 같다고. 난 계속 아라의 소설을, 정세랑의 소설을 읽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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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장바구니에 들어있던 만화책을 결재했다. 힘 빼고 그린듯한 그림, 편안하고 예쁜 그림, 느긋한 자세.

 

자세한 작품 소개는 읽지 않았지. 그래서 BL 만화가 소재라는 것도, 할머니와 여고생의 우정 이야기라는 것도 몰랐지. 그러고 시작했는데 여고생이 아니라 할머니에게 감정이입 해버리니 당황스럽지만 어쩌겠어. 다행인 건 유키 할머니 보다 내가 25년 더 남아서 천천히 나오는 연재 만화책을 기다리면서 부지런히 책을 1년에 한 .... 80권쯤 (백 권 쓰려다가 말았다. 나는 나를 알지.) 읽으면서 아흔까지 힘내볼게요?!

 

다음으로 미루지 말것. 그 다음이 영영 오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오늘만 살 수는 없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버리는 (이제 나를 한참 넘게 커버린 막둥이도, 제대날을 꼽고 있는 상병 큰 아들도) 아이들과 허리 통증에 아구구하는 늙은 남편도 있으니까. 토요일 아침에 혼자 부스스 일어나서 어제의 폭주 (떡.볶.이. 앤드 맥.주. 플러스 감.자.튀.김.)로 부은 몸을 끙, 하고 쇼파에 던지고 만화책을 읽고 이렇게 뭔가를 끄적이고 있다. 맑은 하늘, 오늘은 좀 걸어볼까.

읽기 아깝네. 정말.

 

 

다음은 오지 않을 수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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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할인을 기다렸다가 어제 봤는데 딱 기대한 만큼의 영화였다. 더도 덜도 아닌. 프랑스 지방 출신의 여자가 영국 악센트의 영어를 쓰는 게 어색했지만. (잠시 콜레트가 영국인인가 싶었음)

 

 

 

 

 

 

 

 

 

 

 

 

 

 

 

전에 사둔 콜레트 책 두 권 중 (읽지도 않았지, 어쩜 나란 사람은 이럴까) 읽고 싶은 게 없다는 걸 깨닫고 또 다른 책을 주문했다. 내가 궁금한 건 파리로 올라와서 결혼 후 겪는 콜레트의 이야기, 일탈, 어쩌면 성장담이 아니라 어린 시절이었다. 

 

결혼 후 느슨한 '개목줄'에 메여있는 콜레트, 그녀의 자유로운 몸짓과 몸부림에는 얼핏 또다른 여인 젤다가 떠올랐다. 그렇다면 그녀들의 이야기를 만나는 나는 어떤가. 나는 이야기 속 인물들에 금세 빠지고 흉내내는 어설픈 독자쯤 되려나. 파마나 해볼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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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4-26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여명 가지고‘는‘ 있어요! ㅎㅎ

유부만두 2019-04-26 17:10   좋아요 0 | URL
일단 수중에 두어야 하니까요.
 

이야기는 지난 8권에서 정리되는 분위기였고 이번 권은 아쉬워하는 팬들을 달래는 '스페셜' 재방송 같다.

 

'나는 어디든지 갈 수 있어' 라고 힘차게 말하는 '성장한' 스즈를 보여준다. 하지만 스즈와 언니들의 성장이 왜 꼭 결혼, 커플, 출산으로만 표현되는 것일까. 네 자매들 중 한 두 명은 애인 없이 혼자서 독립해서 잘 먹고 잘 사는 게 뭐 나쁠까. 중학교 졸업 후 고등학교 진학, 그리고 대학, 사회인이 되고도 취직과 승진, 연애와 출산, 그리고 노년엔 깨달음과 너그러움이 착착착 이어져야한다는 강박/압박감이 느껴진다. 너무 공식적이다. 번외편으로 실려있는 스즈와 이복/이부 (완전 남남) 남동생과의 십이 년 이후 만남과 추억 더듬기는 더할 수 없이 아쉽다. 왜 스즈 얼굴을 안 보여주지? 왜 스즈의 몸이 축구선수 몸이 아니라 야리야리하지? (왜 ...... 스포를 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습니다만 도와주질 않는거야?)

 

이제 너무 잔잔잔잔....... 하게 가라앉은 파도만 남은 바닷마을. 그래도 나의 애정을 주고있다. 왜? 사람들이 착해. 너무 착해. 다들 '행복'에 매달리고 아끼고 살아. 답답하지만 이런 사람들이 현실에는 없지. 있어도 나는 귀찮아 질 것만 같고요. 만화책에서만 살아있는 이쁘고 착한 사람들. 아쉬운 마무리지만 그래도 이렇게 해주는 게 10권과 그 이후를 조르지 않게 될 유일한 방법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스즈, 결혼하지마. 그리고 축구 이야기로 돌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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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랑의 단편을 찾아서 읽었다.

 

금성,은 별이 아니라 경주의 옛 이름이다.  삼국통일 후 당나라에 사신을 동행해 갔다가 십 년이 흐른 다음 고향으로 돌아가는 샌님 자은은 답답한 마음에 불안이 가득하다. 그에게 다가서는 백제 출신 유학생 목인공은 친근하게 굴지만 어쩐지 경계하게 된다. 물고기를 닮았다니 좋을리가 없다.

 

선상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 사신단에서는 여지껏 챙기지도 않던 자은에게 살인범을 찾으라 명하고 ... 과연 이들은 금성에 무사히 다다를 것인가. 까만 밤, 까만 바다 위의 자은은 자신의 신분도, 얼핏 들리던 울음 소리에도 불안하다.

 

그리고 ... 재밌게 읽는 독자는 이 짧은 이야기의 뒤를 상상해본다. 20부작의 1부만 보고 난 느낌. 감질난다. 재미있는데 이렇게 똑, 끊어버리면 어쩌란말입니꺄. 세랑하는 작가님. 미스테리아는 소장하고 싶은 잡지다. 다 사 모을까, 생각만 하다가 책장을 쳐다보니 밉살스러운 '어린이과학동아'와 '보물찾기' 시리즈들이 버티고 있다. 저것들만 치우면 어찌어찌 미스테리아를 모실 수도 있을거야. 상상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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