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좋은 이야기를 이렇게밖에 안 만들다니. 설마설마하다 흐지부지 끝나는 영화는 초등용 드라마 벼락맞은 문방구보다도 심심하다.
혼자,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킨포크를 읽는 것으로
나는 여기가 아닌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다시 돌아와 보니, 아까 그 곳이어서 조금은 슬펐지만.
모든 행위가 먹는 행위에 우선할 수는 없지만 먹는 것에 견줄만한 유일한 행위가 있다. 그것은 바로 말하기다. 먹기와 말하기가 동등한 이유는 두 행위 모두 입과 혀를 거치기 때문이다. 입은 우리 몸의 외부와 내부 사이에 위치하며 통과와 중계를 위한 장소이다. 외부의 음식은 입을 통해 들어오고 내부의 말은 입을 통해 나간다. 물질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 도덕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이 입안에서 교차한다. 입이라는 장소에서 외부와 내부를 중계하는 주인은 혀다. 혀 주위에는 중계의 과정만이 아니라 전환의 과정까지 펼쳐진다. 혀는 자신이 받아들였던 것, 먹었던 것, 즐겼던 것을 언어로 다시 돌려준다.(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