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합총서>에서는 우리나라의 전통 음식문화를 한 문장으로 대변하고 있다. "밥 먹기는 봄같이 하고, 국 먹기는 여름같이 하고, 장 먹기는 가을같이 하고, 술 마시기는 겨울같이 하라"고 했다. 밥은 따뜻하게, 국은 뜨겁게, 장은 서늘하게, 술은 차게 즐겨야 제맛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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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행위가 먹는 행위에 우선할 수는 없지만 먹는 것에 견줄만한 유일한 행위가 있다. 그것은 바로 말하기다. 먹기와 말하기가 동등한 이유는 두 행위 모두 입과 혀를 거치기 때문이다. 입은 우리 몸의 외부와 내부 사이에 위치하며 통과와 중계를 위한 장소이다. 외부의 음식은 입을 통해 들어오고 내부의 말은 입을 통해 나간다. 물질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 도덕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이 입안에서 교차한다. 입이라는 장소에서 외부와 내부를 중계하는 주인은 혀다. 혀 주위에는 중계의 과정만이 아니라 전환의 과정까지 펼쳐진다. 혀는 자신이 받아들였던 것, 먹었던 것, 즐겼던 것을 언어로 다시 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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