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 & 줄리아 - Julie & Julia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미국 티비에서 보던 셰프 중 기억나는 세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 쥴리아 차일드, 네이키드 쉐프 (영국인이지만) 제이미 올리버, 그리고 뱀! 하고 양념을 떨치던 에메릴 라가시. 

50년대, 빨리 편하게를 외치던 미국 식탁에 제대로 된 소스의 프랑스 음식을 소개한 쥴리아는 90년대엔 허리와 어깨가 한참 굽고 풍성하게 화면을 가득 채우는 할머니가 되었다. 그녀는 메인 요리사 옆에서 손가락으로 양념 맛도 보고,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고, 프랑스 단어도 불쑥 불쑥 꺼내면서, 늘 활짝 웃고 말했다. "부온 아뻬티!" 맛있게, 즐겁게 음식을 준비하고 즐기는 것이 그녀의 모토. 

영화는 쥴리아 차일드가 사십대에 남편의 부임지인 프랑스에서 시작한 그녀의 요리인생을 보여준다. 그리고 40여년을 훌쩍 건너뛰어 뉴욕의 허름한 피자집 이층에 세들어 사는 젊은 부인 쥴리가 요리를 즐기게 되는 과정을 그려낸다. 인터넷 블로그의 쥴리아 따라잡기, 라면 과하고 뉴요커 쥴리는 두꺼운 프랑스 요리책을 도전과제로 잡고 일년 동안 바지런하게, 그러나 때론 힘겹게 사백 여개의 요리를 만들어낸다. 영화는 식객 류의 요리 탐구보다는 그녀들의 웃음과 착한 남편들의 이야기다. 어쩌면 지극히 평범하고, 또 단순한 진리. 내 옆의 그가, 그리고 그를 사랑하는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인생을 사랑하기. 그리고 그 사랑을 담는 정성스런 음식을 만들기. (칼로리 계산 말고 버터를 듬뿍 넣어서)

쥴리아 차일드의 행동과 말투를 어쩜 저리 잘 표현했는지!!! 다시 한 번 메릴 스트립에게 감탄했다. 메릴, 그녀는 내 영화라는 빵에 빠질 수 없는 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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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 1학년 2학기 국어 교과서에 실린 동화 <명혜>는 수원 명가댁 규수 '아기씨'가 서울로 유학 오면서 신학문과 격변하는 세대를 대하고  커나가는 일종의 성장소설이란다. 어제 읽기 시작해서 이제 어린 명혜가 오빠랑 기차로 서울을 향하는 중이다. 명혜는 기차 멀미를 하고 있다.  

 표지의 어린 아기를 업은 소녀가 있기에 명혜가 몽실언니랑 비슷한 처지인줄 알았다.  

 

 

 

 

 

 

그런데 첫 장면에서 명혜는 가마를 타고 이웃마을 사촌의 결혼식에 가더니, 1910년대에 서울에 있는 여학교에 가겠다고 결심을 한다. 표지의 슬픈 표정으로 짐작컨데 앞으로 펼쳐질 소녀의 인생이 평탄치만은 않겠지만 글은 조분조분, 나직나직하고, 주인공이 여자아이라서 인지 아들놈은 당최 흥미를 못 느낀다. (그 증거가 사흘내내 60쪽을 읽은게 고작)  

대신 얼마전 나온 '청소년 소설'을 붙들고 있다. 큰 애가 '완득이'에게 반해서 자기는 완득이 만큼 재밌는 책이 (꼭 주인공이 남자여야 한댄다) 있다면 바로 사달라고 부탁까지 했기에 건넸던 책이다. 나도 아직 읽지 않은 책이라 조금 불안하기는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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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어린이/청소년 분야 주목할 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야, 아들 (놈) 아! 요새 책을 좀 읽기 시작하더라? 요새 네가 철학 소설 <소피의 세계> 를 읽기에, 물론 학교 숙제이긴 했다만, 대견했다. 책읽는 아이의 모습은 부모 눈엔 더 없이 이쁜 법이다.  

가만히 내가 중학교땐 뭘 읽었더라, 생각해 봤더니....처음 배우는 세계사 시간에 나오는 작가들의 책을 (토마스 만, 막 이런거!!!!) 읽었지만 지금은 줄거리도 생각 안 나는거 있지. ㅜ ㅜ 하지만  헤르만 헷세, 전혜린. 딱 고맘때 성장기 문학으로 지나치게 되는 (하지만 그땐 나 혼자 이 좋은 책을 읽는다고 착각을 마구 마구 하면서 행복해 했던) 책들이 내 곁에 있었지. 

나는 기억도 남지 않을 너무 어려운 (논술 대비용) 고전을 너한테 들이대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고 허무맹랑하고 해법도 보이지 않는 청소년 소설도 위험하다. 아, 이럴 때 "책에 대한 책" 을 찾게 되나 보다.  

 청소년기에 읽은 책이 씨앗이 되어서 어른이 되었을 때 큰 위로가 되리라고 순진하게 생각하지는 않아. 세상엔 책으로, 그 속의 아름다운 이야기로도 설명할 수 없는 일 투성이지. 암. 하지만  네가 열심히 읽는 책이라면 그 속엔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소피의 세계> 처럼, 또  매일 화난 얼굴로 씩씩 거리는 네가 감동 받으면서 읽은 책 <아빠, 나를 죽이지 마세요> 처럼.  

나를 몰라주는 세상. 진짜 속마음을 표현할 수 답답함. 사랑하지만 또 미운 부모와 어른들. 어서 그들과  동등하게 서고 싶은 마음. 하지만 지금 당장은 어쩔 수도 없는 자신…. 이런게 아닐까.  

신간을 훑어보다 네 또래, 또 너보다 몇 살 더 큰 고등학생 같은 청소년들이, 또 답답한 나 같은 부모들이 읽으면 좋을 책을 찾았다.  <어서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 준아, 네가 지금의 매콤한 사춘기를 잘 견뎌내고 멋진 어른으로 커나갔으면 좋겠다. 정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얼까, 매일 고민하지만, 아, 나도 마음 따로 몸 따로이다. 자꾸만 너한테 험한 말을 한다. 미안하다.  

 <아빠, 나를 죽이지 마세요>는 엄마도 읽었어. 눈물도 조금 났지. 불쌍한 주인공이 너무 안돼어서 울었고, 잔인해 보이는 그애 아빠의 심정이 이해가 되어서 울었다. 넌 그 이야기의 어떤 점이 좋았을까. 왜 그 다음 이야기, 그애 형의 또다른 사춘기 드라마 Cruise Control 까지 찾아 읽었을까.  

우연은 아니지만, 이번 달 신간 목록에서 아픈 경험을 한 주인공 이야기를 찾았어. 책 설명도 눈길을 끌더라.   

 지은이 오히라 미쓰요는 중학교 때 당한 왕따 때문에 학교생활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고 할복 자살을 기도하기까지 한다. 그 이후 비행청소년으로 지내다가 급기야는 야쿠자의 아내가 된다. 그러다가 이혼을 하고 호스티스 생활을 전전하다가 어린 시절부터 알고 가깝게 지내던 아저씨를 자신이 일하는 술집에서 손님과 호스티스로 마주치게 되고 그 이후에 아저씨의 간곡한 설득으로 다시 공부를 시작하게 된다.

아저씨는 진정한 복수라는 것은 "상대방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모략하는 식으로 복수하면 그 쪽도 상처를 입을 거고, 일단 상처 입은 상대방은 두 번 다시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없는데다가, 결국 너 자신에게도 그 피해가 돌아오게 되지. 그보다는, 최대의 복수는 네가 보란 듯이 꿋꿋하게 일어서는 거야."라고 말한다. 상대방이 내가 망가지는 것을 원하고, 나를 망가뜨리기 위해 철저히 짓밟았다면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일어서면 되는 것이다. 그것은 무척 힘겨운 일임에 틀림없지만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복수이다. 자신에게도 득이 되는 복수. 


사랑과 이해가 아니라, 복수라니. 그래도 되는 걸까.  어쩌면 나도 이 비슷한 말을 너한테 한적이 있었던 것 같아. 널 못살게 굴었던 그 녀석들을 패주는 게 답은 아니지. 또 너 자신을 망가뜨리는 거야말로 제일 멍청한 짓이고.  무섭게 보이는 이런 진실을 말해주는 저 책 제목과 설명글을 읽고는 이건 너랑 나랑 같이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했어. 책이 오거들랑, 음, 내가 먼저 읽을께. 술집 이야기도 나오고 그런대서, 쪼금 걱정이 되서 그래. 너도 뭐 어느정도 알건 안다고 했지만, 난 아직 네가 19금 묘사가 나오는 책이나 영화를 접하는건 불편하다.    

그리고, 네가 항상 어렵다, 어렵다, 를 입에 달고 대하는 그 놈의(????) 詩를 좀 읽어 보자. 네가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 이나 "운수 좋은 날"을 재미없어 하는 건 어느정도 참을 수 있었어. 하지만 윤동주의 서시를 심심하다고 표현할 땐, 엄머나, 이 노릇을 어찌할 꼬! 앞이 그야말로 깜깜하더라. 난 나름 문학 소녀였지만 남자 중학생들은 책을 어떤 마음으로 대하는지 몰라. 하지만 시는 끔찍하거나, 무서운 게 아니야. (해치지 않아요~) 시를 너무 어렵다고, 재미없다고만 밀어놓지는 말자. (실은 내 꿈이 시인이었단다. 웃지마! 진짜야) 얘, 선생님들이 좋은 책을 내셨더라. 이거 한 번 읽어보자. 이건 19금 묘사 없겠다. 다행. 선생님들이 쓰셨대도 절대 우리 이 책을 공부하는 식으로, 아님 시험 준비 용으로 읽지 말자. 그냥 읽고 느낌을 (십대 vs 사십대) 나눠보자꾸나!!!  

이렇게 쓰고 보니 나도 엄청 멋진 엄마 같다. 너도 그렇게 생각 ....응, 안 한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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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0-10-04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왼쪽의 세 권이 이번달 관심 신간입니다.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 -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
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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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눈이 즐겁고 마음이 즐겁고 슬며시 코에도 즐거운 바닷바람이 든다. 중앙일보에 연재되었던 정약전 선생의 <자산어보>에 나오는 바닷 생물에 대한 글과 한창훈 작가의 바닷 생활 - 자칭 생계형 어부란다 - 이 실려있다. 
...
열 말 필요 없다. 읽고 느끼고, 생선을 씹어야만 한다. 
인생이 허기질때, 이 책을 읽으면 어서 그 허기를 채우고 힘차게 살고 싶어진다.  


책에 실린 이런 저런 사진들 덕에, 나도 모르게 마음으로는 회를 뜨는 작가 선생님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한 입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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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0-09-27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옆에 서 있던 아들 녀석 曰 " 작가 처럼 안 보여요. 그냥 어부 같아요."
 
수요일의 전쟁 생각하는 책이 좋아 5
게리 D. 슈미트 지음, 김영선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08년 11월
구판절판


선생님은 나에게 샤일록이라는 인물에 대해 이야기해 보라고 했다.
"그는 진짜 악당은 아니에요. 안 그래요?"
"그래. 악당은 아니야."
"그가 바라는 것이 뭔지 굳이 말하자면......"
"그가 바라는 게 뭐지, 후드후드?"
"샤일록은 그가 마땅히 되어야 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랐어요."
베이커 선생님은 내 말을 잠시 생각해 보고는 물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되지 못했지?"
"사람들이 그가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으니까요. 다른 사람들이 그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정해 버렸고, 그는 그 올가미에 꼼짝없이 갇혀 버렸어요. 그는 자신의 현재 모습 말고는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었지요."
"그래서 이 작품을 비극이라고 하는 거야."
베이커 선생님이 말했다.
-83쪽

실제 세계에서는 이런 식이다.

늘 미소만 있지 않다. 때때로 실제 세계는 햄릿과 같다. 조금 무섭고, 불확실하고, 조금 화가 나고. 바꿀 수 없는 것을 바꿀 수 있기를 바라고, 어떤 것은 저절로 바뀌기를 희망한다. 그런 식으로 희망을 품는 것이 어리석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358쪽

"희극은 주제넘게 마지막에 마음대로 해피엔딩을 선택할 수 있다고 믿는 등장인물들에 대한 이야기야. 그게 내가 알고 있는 희극의 정의야." -389-3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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