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꽃님이 가장이 이번에는 택배업에 뛰어들었다. 아쉽지만 사업가가 아니라 배송담당이다. 하지말라면 더 하고 몰라도 된다면 묻고 캐내는 메리. 보일러 방 뒤쪽에서 택배사무실을 찾아냈다. 초대형 사이즈의 공벌레, 돈벌레, 노린재들이 거미줄, 곰팡이 손들과 정신없이 박스를 분류하고 송장을 찍고 쌓는다. 바쁘고 바쁘고, 나누고 나누고.... 고양이 손이라도 빌린다더니 천방지축 메리와 아빠 병호씨의 손을 빌리다 황천쪽 비밀의 문을 연다. 쫘쫜. 택배 상자를 받아본 적 없는 메리는 이 모든 물건, 쇼핑 세계에 빠져들다 그 정점에서 대형 장삿꾼 혹은 사기꾼을 만난다. 한바탕 난리법석!
사람들과 영물들은 황천이나 이승이나 물건을 사고 쌓고 버린다. 금세 잊고 또 주문한다. 멀쩡한 물건을 버려 쌓인 것들은 산을 이루고 무너져 길을 덮는다. 1부의 (따져보면 끔찍한 호러용품인) 인두겁에 이어 ‘요지경’이 혼을 빼앗을 지경이되는데 의외로 수배범 까마귀들에게 도움을 얻는다. 잠깐 웅얼거리는 꽃님이의 과거는 슬픈 생각도 조금 들지만, 정신을 바짝 차려야한다. 여긴 이승이 아니여! 2부는 사람의 세상을 훌쩍 넘어서서 벌어지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저쪽으로 가버리기 때문이다. 괴물 혹은 저승사자 등에도 적응이 되었는지 덜 놀라지만 현실의 끈은 한 손으로 꼭 잡고 있어야 한다. 메리 친구들은 이 모든 구경거리를 그저 꿈으로 기억하겠지. 아빠 병호씨의 노래솜씨는 하나도 나아지지않고 메리의 숨겨진 농부 재능이 빛난다. 어쩐지 아침을 알리는 '수탉'이 3권에선 큰 일을 해낼 것만 같고 같고, 기대가 크고 크고.
마루에 쌓여있는 내 물욕의 상징, 택배 박스들과 책들... 내가 꽃님이 2권을 읽었다고 지난날을 반성할 날이 올까...? 뭐 꼭 반성을 해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