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잠자는 막내를 깨우면서 "이제 개학전 마지막 일주일이다" 라고 말했다. 꿍얼거리며 하는 답, "아닌데? 금요일 개학이에요."
아!!!!!
그렇구나. 삼일절 다음날, 3월 2일은 금요일이구나. 하루 벌었네.
종업식 전에 받아온 6학년 교과서는 좀 읽어봤니? 그럴리가. 웹툰이랑 게임이랑 재미있는게 널린 세상에 교과서를 읽는다니. 엄마는 그랬었는데, 예전에 새교과서를 받으면 작년 달력 흰 면을 겉으로 해서 교과서를 쌌어. 굵은 검정색 매직으로 과목명이랑 학년 반 번호를 줄 맞춰서 예쁘게 썼어. 책이 망가질까봐 잘 펴지도 않고 읽었지. 국어책이 제일 재미있었어. 동화랑 동시가 실려있었는데 내가 다 처음 읽는 이야기들이었거든. 정말 옛날 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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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국어책 (6-1가)를 읽었다. 시와 동화, 관점, 광고글, 마음표현하기 등 다양한 글쓰기와 읽기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2단원이 특히 흥미롭다. '다양한 관점'. 같은 소재를 서로 다른 관점으로 보면 여러 가지 글이 나올 수 있고 토론으로 이어진다. 6학년 동안 알차게, 재미있게 배웠으면 좋겠다.
유순희 작가의 '우주 호텔'이 1단원에 실려있다. 삽화도 함께 들어있는데 우주를 떠올리게 하는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산동네다. 땅만 보며 폐지를 악착같이 모으는 허리 굽은 '종이 할머니', 눈에 커다란 혹이 있는 새로 이사온 할머니, 젊은 엄마와 여자 아이 이웃. 다양한 나이대의 여자들이 따로 따로 나와서 서로 소통한다. 종이 할머니는 꼬마의 그림 덕에 하늘을 바라보려 허리를 편다. 젊은 엄마는 재활용 종이를 모아서 할머니께 주고, 꼬마는 꺼리지 않고 할머니네 집에 놀러온다. 그리고 종이 할머니와 눈에 혹이난 할머니는 친구가 되어 우주 같이 넓고 어두운 세상에서 잠깐 만나 쉬어가는 '우주 호텔'인 여기에서 함께 밥도 먹고 차도 마신다.
긴장하게 만드는 초반, 살벌한 매일매일의 삶이 그려지다가 눈을 들어 이웃과 하늘을 바라볼 여유를 말한다. 그런데.... 사회복지는? 하고 생각했다. 늙은 할머니가 폐지를 주워서 생활을 해결하고, 비슷한 처지의 혼자 사는 (고향을 등진) 할머니와 서로 기대 살아야 하는 이 세상이라니. 그 동네에도 선거철에는 악수하러 허리 굽혀주는 정치인들이 올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