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좋았지만 패딩을 포기하기는 어렵다. 바람은 옷을 파고 들고 몸은 작년과 올해가 다르다. 카페에서 볕이 잘 드는 자리에 앉아서 새책을 시작한다. 벌써 사춘기 관련 서적을 막내 때문에 다시 읽게 되다니.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면서 거칠게 삐죽거리는 아이. 이제 그 말랑거리는 예쁜 아가는 만나기 어렵다. 아가는 혼자 살아갈 연습을 하는 중이다.
이 책은 사춘기를 겪는 아이를 둔 부모들 대신 직접 청소년, 아마도 중학생쯤, 에게 직접 이야기를 건네고 있다. '너의 몸은 이렇게 자라고 있다. 네 머릿속은 이런 상태다. 가수 덕질은 하지말아야할 이유가 없다' 등. 하지만 이런 정도의 문장을 잘 읽어낼 중학생, 혹은 고등학생이 많을까. 책은 재미있는 만화가 곁들여 있지만 결코 가볍게, '즐 사춘기염'하고 읽어낼 책이 아니다. 아이들 입장에서 엄마와 아빠들이 읽을것만 같다. 아마도 나 같은. 그렇군요. 내 아이 발이 어쩐지 저보다 크더라고요. 키는 아직인데. 오늘 알았습니다. 아이 뇌의 시냅스 가지치기 진행중이군요. 요즘 게임을 너무 많이 하는데 그건 좀 지켜보겠습니다.
만나자 마자 막내는 배고프다고... 아, 그렇구나. 먹어야 하는구나. 몸에 단백질과 몽골의 향신료 기타 등등을 넣어주겠다. 논산의 형아 몫까지 먹으렴. 그리고 쑥쑥 자라렴. 엄마보다 아빠보다 더 커라. 그래서 네 여친은 하이힐도 맘껏 신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