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외우기 어려운 단편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읽었다. 책에 수록된 여섯 편 중 뒷쪽에 실린 두 편을 골라 읽고 그만 덮어야지, 했다가 표제작인 이 '눈송이' 단편을 그래도 읽어볼까, 하는 마음에. 그리고 내처 '스페인 도둑'도 읽었다. 표제작의 힘. 여전히 소심하고 외로운 등장인물들. '스페인 도둑'에는 처음으로 속을 들여다볼만한 청년 '완'이 나온다. 그는 어쩌면 '프랑스어 초급과정'의 그녀가 신도시에서 낳은 아들일지도 모른다. 완이 겪은 미국 유학 생활 경험을 어느정도 공감했고, 그 이사 과정의 풍광이 어떤지 상상할 수 있었다. 완과 소영의 재회 혹은 엇갈림, 그리고 막연한 저 멀리 상상 속의 스페인. 여기, 이 신도시, 혹은 서울도 나에게는 낯설고 남의 땅 같다. 남은 두 편도 마저 읽어야겠다. 이상하게 낯익은 오늘의 기온, 약속을 취소하고 어제 불려 놓았던 보리굴비를 쪘다. 환기도 못할 날씨에 쿰쿰한 냄새가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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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8-01-12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희경 좋아했는데 안읽은지 한참 되었네. 그건 그렇고... 보리굴비가 뭐야? 구어먹지 않고 쪄먹어야하는거야? 아흑 맛보고 싶다. 생선먹어본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나는데. 나는 뭘로 반격하지? 흑

라로 2018-01-12 16:14   좋아요 0 | URL
아흑, 저도 보리굴비라는 것은 먹어 본 적도 없어요,,,보리랑 함께 찌는 걸까요???
암튼 프님은 담에 만나면 제가 고등어 조림이라도 쏠께요!!! 기운내요~~~.ㅎㅎㅎㅎㅎ

유부만두 2018-01-13 08:54   좋아요 0 | URL
굴비를 보리쌀 통에 넣어 숙성시킨 게 보리굴비에요. 굴비보다 더 짜고 더 딱딱해요. 요즘엔 그냥 굴비보다 보리굴비를 더 많이 팔더라구요. 더 비싸서 그런가? ..
하루 불리고 찌는데 냄새가 ..ㅎㅎㅎ... 그래도 맛있어요. 딱딱하고 짭쪼름해서 냉녹차에 만 밥이랑 먹어요. 황석영 작가의 ‘여울물 소리‘에도 보리굴비 먹는 장면이 나와요. 전에 광주 여행갔을 때 그곳 한정식 집에서 제일 나중 코스로 나오더라고요. 오차스케랑은 다른데 깔끔하고 맛있...(추릅) ... 이건 반격이 어려우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