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외우기 어려운 단편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를 읽었다. 책에 수록된 여섯 편 중 뒷쪽에 실린 두 편을 골라 읽고 그만 덮어야지, 했다가 표제작인 이 '눈송이' 단편을 그래도 읽어볼까, 하는 마음에. 그리고 내처 '스페인 도둑'도 읽었다. 표제작의 힘. 여전히 소심하고 외로운 등장인물들. '스페인 도둑'에는 처음으로 속을 들여다볼만한 청년 '완'이 나온다. 그는 어쩌면 '프랑스어 초급과정'의 그녀가 신도시에서 낳은 아들일지도 모른다. 완이 겪은 미국 유학 생활 경험을 어느정도 공감했고, 그 이사 과정의 풍광이 어떤지 상상할 수 있었다. 완과 소영의 재회 혹은 엇갈림, 그리고 막연한 저 멀리 상상 속의 스페인. 여기, 이 신도시, 혹은 서울도 나에게는 낯설고 남의 땅 같다. 남은 두 편도 마저 읽어야겠다. 이상하게 낯익은 오늘의 기온, 약속을 취소하고 어제 불려 놓았던 보리굴비를 쪘다. 환기도 못할 날씨에 쿰쿰한 냄새가 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