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처음에 유부가 읽으라고 권하면서 제목을 얘기하길래 무슨 말인가 했다. 나중에 책을 보고나서야 피파는 얘기란 걸 알게 되었다.

어떻게 모를수가 있삼? 피 나오는 공포영화는 다 좋아하시는 양반이.

태어나서 헌혈 한 번 안한 나로서는 피를 팔아서 돈을 받을 수 있다는, 그리고 그 걸 소재로 장편소설을 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생소했다. 당신 헌혈 한 번도 안 했어? 은근 겁이 많은거야? 나도 안 했지만, 전에 건강검진 하느라 뽑은거 보니까 엄청 무섭더라...하지만 소설가는 어떤소설로도 다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들이야.

 

처음 허삼관이 어렸을 때의 장면은 오래전에 읽었던 아큐정전이 생각났다. (초등학교때 읽었기 때문에 내용도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느낌이 그러하다는 것이다.)

유학시절 중국인들에게 느꼈던 싫은 감정때문에 왠지 읽기를 주저했었는데, 유부의 추천대로 책은 잘 읽혔다. 난 아큐정전 안 읽었음. 왠지 중국 소설은 정이 안 갔거든. 아마도 한자에 약한 탓일까.

 

작가가 내용을 꽤 담백하게 써내려갔고 문장에 군더더기가 없는 것이 좋았다. 에피소드별로 마치 단편이 연결되는 듯한 느낌도 있었고, 하지만 적어도 허삼관이나 허옥란의 캐릭터는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 같았다. 물론 약간의 변화는 발견했지만, 그건 마치 캐릭터가 시간에 따라서 나이를 먹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도 나도 나도! 문장에 미사여구가 많거나, 비유가 넘치면 좀 느끼해 지는 기분이 들더라구. 전에 읽었던 <미실>이 그랬어. 문장은 공이 많이 들어간것 같은데, 역시나 과유불급이라고.

 

아쉬웠던 점 하나는 너무 해피엔딩이다. 주변에 사건 사고들은 많았는데, 오직 주인공 집안은 온전히 무사하게 잘 살아 남았다. 잔인하게 들리겠지만, 일락이 정도는 어찌 되도 전체적 결말에는 영향을 안 주었으리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일락이를 상하이로 만나러 가면서 얽히게 되는 매혈 브라더스는 매혈의 대물림(?)인지 불필요한 장면이 아니었나 생각했다. 글쎄....그건 나랑 조금 다르네. 난 일락이가 살아 남으면서 - 이거 스포일러일까?? - 더 의미가 깊어진거 같은데? 그리고 나중에 만나는 그 형제들은 약간 생뚱맞기는 해도, 젊은 날의 젊은 몸을 (하나도 아니고 둘을) 늙은 허삼관에게 빗대는 효과는 있는거 같애. 아마 허삼관도 자기가 이젠 늙고 약한 몸이라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을 거고. 그래도 끝까지 상하이로 간거 보면, 참, 그....피가 물보다 진하다는....어, 이건 아닌데, 어쨌거나, 그 정이라는게 무섭다는 생각이 들어.

중국의 현대역사를 관통하는 (포레스트 검프와는 달리 역사의 중심이 아닌 주변에 있는 인물이었지만) 인물이었지만, 사회얘기보다는 인간얘기를 한 것이 전체적으로 괜찮았다. 아마 역사 얘기가 더 많이 나왔더라면, 내가 놀라서 도망갔겠지? ㅋ

돼지 간볶음과 황주는 무슨 맛일까? 당신은 끝까지 모를껄? 술을 못 하시잖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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