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400. 소금 (강경애)

 

질기고 질긴 생명력으로 가족들의 죽음을 겪어내는 이 여인, "그"의 "배고픔"은 유난히 도드라져 보인다. 배고팠던 고향에서도 넉넉했던 소금이, 만주에서는 너무나 비싸서 된장도 제대로 만들 수 없다. 그리고 이념 투쟁에, 중국과 일본, 지주에 치여서 남편과 장남도 잃고 마는데 그들의 죽음이 그저 휙, 한 줄로, 마치 날이 선 칼처럼, 아니면 거짓말처럼 이 여인 "그"를 베고 지나간다. 죽고 싶다고 말을 해대지만 그는 간이 맞는 장을, 냉면을, 따뜻하게 김이 오르는 미역국을 먹고 싶다. 그리고 생명의 밑간을 맞추는 소금을 지고 강을 건너서 왔는데, 아, 식구들이 다 죽어버린 이 마당에 불현듯 그에게도 무슨 깨달음이 절실한 배고픔 만큼이나 올까. 처절한 그녀의 삶에서 자꾸 최서해의 소설을 떠올렸는데, 황석영 선생님도 그러셨다니 으쓱, 하고 고개에 힘이 간다.

 

그는 무심히 만져지는 소금덩이를 입에 넣으니 어느덧 입안에는 군물이 스르르 돌며 밥이라도 한술 먹었으면 싶게 입맛이 버쩍 당긴다. 그는 입맛을 다시며 침을 두어 번 삼킬 때 소금이란 맛을 나게 한다. 아무리 좋은 음식이나 소금이 들지 않으면 맛이 없다. 그렇다 하였다. 그때 그는 문득 남편과 아들딸이 생각나며 그들이 있으면 이 소금으로 장을 담가서 반찬해 먹으면 얼마나 맛이 있을까! 그러나 그들을 잃은 오늘에 와서 장을 담글 생각인들 할 수가 있으랴! 그저 죽지 못해 먹는 것이다. 그는 한숨을 푹 쉬었다. 생각하니 자신은 소금 들지 않은 음식과 같이 심심한 생활을 한다. 아니 괴로운 생활을 한다. 이렇게 괴로운...... 하며 그는 머리를 슬슬 어루만졌다. 머리는 얼마나 이그러지고 부어올랐는지 만질 수도 없이 아프고 쓰리었다. (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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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25 11: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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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25 12: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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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5-02-25 12:25   좋아요 0 | URL
그럼 잘 됐네요!!! 막내에겐 미안하지만 우리 만나서 실컷 책 얘기 사는 얘기 하자구요~~~~^^*
보슬비님도 유부만두님 글 읽고 함께 만나고 싶다시네요~~~^^* 그럼 12일로 해서 장소는 두분이 결정해도 좋고 아니면 보슬비님이 결정하는 곳에서 만나도 좋을 것 같아요~~^^*

2015-02-25 12: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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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25 12: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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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26 23: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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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26 23: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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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27 00: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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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27 11: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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