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400. 영자 (김훈)
다들 좋다고 칭찬 일색인데, 나에겐 별로였다.
구준생인 화자나 영자의 처지가 너무나 서늘하게 그려져 있어서 작가가 심술궂다고 느낄 정도였다. (바로 이게 작가의 스타일이지만) 삭막하고 퍽퍽하고, 그리고 차갑다. 문장은 쌩쌩하게 살아있는데 인물들은 허옇게 떠있다. 그들의 앞뒤 여정을 생각해보면 잘 맞지가 않아서 (아니, 내가 잘못 이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대작가께서 실수를 하실리가) 작가가 인물들에게 그리고 이 단편 소설 자체에 그리 살가운 마음을 갖지 않았나보다, 라고 생각해본다. 노량진 근처의 식당가, 전철역, 그리고 사육신 공원 풍경 묘사는 훌륭하고, 멋지다. 역시 김훈 선생님. 그런데 영자를 다 읽고 나서 쎄한 기분이 들었다. 뭘까, 내가 읽은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