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마나님 테레즈 데케루의 권태와 범죄 사이의 관계는 분명하지 않다. 그저 그녀는 "본질적인 테레즈"를 원했고, 무심한 남편 베르나르가 견딜 수 없었으며 강요된 모성이 끔찍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녀의 범죄는 뭔가를 흉내낸 기분이 들었고, 김형경의 담배 피우는 여인 처럼, 테레즈는 손가락이 누렇도록 담배를 피워대다 시트에 구멍을 낼 뿐이다. 이 여인은 아무것도 안한다. 책을 좀 읽었다지만 그녀의 독서는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플래시 백으로 보여지는 회상 장면은 영화 장면처럼 생생하지만 툭툭 끊어지는 그녀의 기억처럼 테레즈는 별 의욕이 없다. 차라리 안나 카레리나 처럼 연애을 확실하게 하던가, 테레즈 라캥 처럼 바닥을 치던가, 보바리 처럼 상류 사회의 로맨스를 꿈꾸던가.... 이도 저도 아닌 마나님의 한숨은 답답하기만 했다. 언뜻 지나가는 열여덟살 여드름 남자의 이름도 장 아제베도. 전혜린이 애닲게 부른 그 이름 처럼 이 책은 그저 현실이 따분한 여인의 푸념인가 싶었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 숲을 떠올리면서 혼자 가고싶은 대로 걷는 테레즈는 사실 아무것도, 아무도 필요하지 않은 여인이다. 모리아크가 쓴 나머지 테레즈 연작은 읽지 않으려한다.  파리에서, 아니면 다시 고향에서, 그녀가 살아있는 숲을 생각하며 혼자 잘 살아낼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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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5-11-07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행복하자님께서 올린 리뷰를 보고 너무 궁금해서 영화를 찾아봤어요. 첨 기대완 달리 영화보면서 느낀게 이 여자... 너무 무기력한거 아닌가... 했거든요. 시종일관 무표정하고 멍한 눈빛의 테레즈가 안타깝기도 하면서도 그저 남편이 놓아주는 것에 만족을 하는 결말부분까지 보고 뭔가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후애님 리뷰를 읽고나니 좀 더 명확해지네요. 가문이 원하는 내 모습과 내가 원하는 내 모습간의 괴리때문에 그 가문의 상징인 남편을 죽이려고도 , 또 자신을 죽이려고도 해보지만, 결국 남편에게서 벗어나 혼자 살아가는 테레즈의 얼굴에 희미하게 번지는 미소가 이해가 가는군요.

유부만두 2015-11-07 12:31   좋아요 0 | URL
유부만두입니당~ ^^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테레즈는 딱 어떻다고 정의하기는 어려운 인물이었어요. 다만 그녀에겐 남편은 필요없단 건 분명했죠. 좀 더 세게 무언가를 저질렀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아요.

살리미 2015-11-07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ㅋㅋㅋㅋ 제가 너무 몰입해서 착각을 ㅋㅋㅋㅋㅋ

살리미 2015-11-07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로 읽으면 더 좋았을 거 같아요. 거의 모든 영화가 그렇듯이 원작 소설이 더 낫잖아요. 일단 그 심리를 이해하기가 더 쉬우니까요. 영화는 많은게 생략되어있어서 놓치기 쉬운 부분도 많고요. 그후 테레즈 연작에서도 그다지 테레즈가 행복해지지는 않나봐요. 그걸 생각하니 이 작품은 역시 비극인가봅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