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안 가르쳐 줬다. 마른 미역, 냉동실에 넣어두면 얼마동안, 몇 년동안 버리지 않고 먹어도 되는건지. 2006년 여름 둘째를 낳고, 이사를 두번 다녔는데, 아직도 그때 그시절 미역중 얼마는 냉동실에 있다. 그동안 얼고, 녹고, 부서지고, 잊혀지면서.  

아무리 내가 몹쓸 주부 탱이라지만, 저건 못 먹겠다. 하지만 버리지도 못하겠다. 생각하면, 저 큰 검정 뭉치들은 음식물 쓰레기 통에서도 빳빳하게 고개를 치켜들고 있을거란 말이지. 이 여편네야, 책 사고 쟁겨두면서, 난 왜 잊었니? 넌 네가 몸을 푼것도 잊었니.  

아니, 난 그때 지긋지긋하게 먹은 뜨거운 국물, 그 땀띠 긁으면서 넘기던 미끄덩한 미역 줄기를 잊진 못해. 다만, 난 미역국을 맛있게 끓이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야. 미역은 늘 물에선 무섭게 불고, 국물에서 무섭게 풀어져.  

그래, 난 가짜 주부야. 무슨 주부가 가계부도 안쓰고, 설겆이는 모으고, 통장 잔고도 모르고, 그러냐. .... 그러니 우리집 재정 상태가..... 앗, 그건 남편님의 탓이라네. 

쨌든, 오늘 책 한권을 부르르 지르고 그 책을 받아보고 나니, 새삼 내가 더더욱 한심하다. 에잇, 저놈의 묵은 미역 버리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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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12-23 0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