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늦게 완독했다. (책의 앞 부분 감상문-> [알라딘서재]불타는 작품 1 (aladin.co.kr))

알라딘 책 설명, 특히 카드 뉴스 형식의 소개 그림에는 스포일러가 넘친다. 피하시는 게 낫고요.


책의 후반부. 주인공 안이지 작가가 통역 과정의 오류와 오해로 얼결에 결정한 주제 "오늘의 개"는 우습기도 잔인해 보이기도 한다. 어쨌거나 주제가 정해지면서 소설의 분위기는 달라진다. 이전까지는 짜증의 빌드업이랄까, 설정의 도미노 찬찬히 놓기 였다면 이젠 초반부의 여러 요소들이 재등장 해서 오류와 오해를 설명하고 심화시킨다. 안이지 작가뿐 아니라 윤고은 작가의 소설 설계 과정이 설명되는 것 같다. 이 와중에 완벽하고 근엄하며 오만하기까지 한 "로버트"가 헛점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와 함께 재단의 엉성한 금, 갤러리 뒷문의 틈, 새어나가는 비밀, 거짓말 아니 애초에 믿기지 않았던 설정들. 헛, 로버트가 *을 싼다. 


작품 제작에 집중할수록 주인공은 자신의 작품이 불타게 된다는 약속을 피할 궁리를 하게 된다. 불타야 작품의 의미가 있으니 불타지 않으면 안되는데 불타면 작품은 남지 않는다는 도돌이표 문제에 골몰하는 주인공. 그런데 로버트는 어디 갔어? 


깐깐하게 구는 재단측 사람들이나 이익을 취하려는 주변 사람들, 전설을 만들어 즐기려는 사람들 모두가 얼키고 설키는 이야기다. 이미 해외에 소설 판권이 많이 팔렸다고 들었는데 주인공이 한국인이고 배달 서비스 앱 이야기가 나오는 것 말고는 미국 소설 느낌이 많이 난다. 윤고은 작가가 자신감 있게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것이 마음에 든다. 겁을 먹지 않고 일단 전진! 윤고은과 안이지의 공통점. 상식과 관례가 삐걱거리는 틈새에서 여럿이 (아니면 나만?) 바보가 되다가 막판에 대난장판 쇼가 벌어진다. 그야말로 불타는 작품 그 자체다. 


초반 설정이 많고 억지스러운데다 주인공이 받는 압박과 짜증에 독서에 속도가 붙지 않았다. 그냥 느긋하게 난장쇼를 즐기자, 라는 마음으로 읽는다면 (나도 그랬어야 했음) 여러 날카로운 비판의식과 유머를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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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11-01 14: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저 태그 보고 깜짝 놀랐어요 40일째 매일 글쓰기 하시는 중이라니!

유부만두 2023-11-02 07:59   좋아요 1 | URL
목록이나 밑줄긋기, 책사진으로 대신하기도 했어요;;

건수하 2023-11-02 08:10   좋아요 0 | URL
그래도 대단하십니다 ^^ 100일 채우시면 연말에 뿌듯하실 것 같아요~

유부만두 2023-11-02 08:15   좋아요 1 | URL
계속 해 보겠습니다! (feat. 황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