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늦잠을 잤다. 보통은 6시반 알람이 울리기 한 시간 쯤 전에 일어나서 책도 읽고 (혼자 놀고) 하는데 오늘은 알람을 끄고 잠깐만 하는 사이에 한 시간 넘게 흘렀다. 일찍 나간다는 큰 아이 아침으로 머핀이랑 커피를 챙겨 주었다. 블루베리 머핀이 없어서 플레인으로.
항상 앉는 카운터 자리에 앉아, 항상 시키는 블랙커피와 플레인 머핀을 하나 먹었다(그날은 블루베리 머핀이 품절이었다). 항상 보는 직원이 카운터 안쪽에서 항상 그러듯 상냥하게 웃어 보였다. (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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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가는 가게에서 항상 같은 메뉴를 먹고 그 가게 직원은 나를 알아보는 상황. 유학 시절 학교 도서관 바로 옆의 간이 카페에서 일 주일에 세 번쯤 카푸치노(드라이하게)에 플레인 크로와상(대짜)을 먹었다. 돈 무서운 줄 몰랐지만 이것이 단벌 유학생의 사치였다. 하이, 한 마디에 양 팔 문신에 레게 머리의 그 사람(폴이던가 마크던가)은 씩 웃으면서 as usual? 묻고 바로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몸을 돌렸다. 이래서 주문을 바꾸기가 힘들었다. 가끔은 나도 머핀을 먹고 싶었는데.
하루키의 주인공은 항상 보는 커피집 그 직원과 말을 트고 저녁에 초대한다. 신경 써서 차리는 건 아니고 늘 혼자 먹는 식이라 조촐하다고 하면서.
"새우 허브 샐러드에, 오징어와 버섯을 넣은 스파게티로 괜찮다면, 거기 어울릴 만한 샤블리도 차갑게 식혀둔 게 있어요." (559)
도호쿠 지방의 작은 산속 마을에서 해산물 요리라... 흠, 송로 버섯 쯤 나올줄 알았잖아요. 하지만 난 시판 병소스에 양파나 썰어 넣는 주제라 그냥 네, 하고 읽었다. 우리집에도 냉동 새우 있는데 이따 파스타에 그거나 넣어봐야 겠다고 생각한다. 점심은 새우와 양파를 넣은 스파게티로 괜찮다면, 거기 어울릴 만한 두유도 차갑게 식혀둔 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