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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만에 완독하고 몇 줄 더한다. 


그제 이 책과 영화 소개 포스팅을 올릴 때 까지 소설은 재미있었는데, 곧 여러 문학적 (하지만 난이도 중하) 연상작용에 상세하고 자상하고 조금 지리한 작가의 설명이 이어진다. 이건 무슨 포스팅 징크스인가. 초반에 '재밌다'고 설레발을 치면 바로 소설은 산으로 향한다. 니 이런거 한두번 이가? 소설 한 남자의 전개나 결말은 치밀하지 않고 어정쩡하다. 그저 따땃한 10월 새벽의 보일러 온기 정도이다. 겨울이 다가온다. 하지만 얼어죽지는 않겠지. 


살인자의 아이라는 비난을 피해 거액의 빚과 폭력단의 추적을 피해, 개명을 하고 이사가며 신분을 바꾸는 이야기는 여러 소설에서 이미 읽었다. 제3자를 끼워 넣어 더 복잡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니 한 남자 '다이스케'의 비극과 고민은 새롭지 않다. 사이사이 나오는 오비디우스의 '변신'은 이 책의 주제를 더 우아해 보이도록 애쓴다. 하지만 재일 3세라는 것이 일본에서 이토록 족쇄 혹은 낙인이 되어 '한 남자'의 인생과 자의식에 남는다는 것이, 그것도 일본인 히라노 게이치로가 이렇게 그려낼 정도라는 것은 새삼 무겁다. 


그래도 이 '한 남자' 들의 고민은 철저하게 그들만의 것이다. 그들과 아이를 낳고 생활을 나누었던 부인들 레아와 가오리는 (어쩌면 미스즈도) 접근할 수 없다. 그들은 그 정체성의 고민을 사후에야 알게 되어 고통을 받고 어정쩡한 선에서 타협과 용서를 하거나, 완전하게 외부인으로만 남는다. 어정쩡한 온기와 강요되는 용서. 하지만 애잔한 음악을 더한 영상과 가을 날 공기에 낚였으니 영화도 찾아 볼라구요. 


참 이상도 하지. 마티네의 끝에서, 도 이런 느낌이었는데. 엄청 좋지는 않았는데 그렇다고 아주 싫지도 않은 소설. 굳이 읽으라고 추천은 안하지만 지난 이틀, 책을 손에 쥐고 읽으면서 난 좀 따땃했다? 그런데 이 정도로는 안돼. 히라노 게이치로 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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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10-14 10: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첫번째 페이퍼 읽고 한남자 샀는데요, 유부만두 님... ㅎㅎ

유부만두 2022-10-14 10:16   좋아요 1 | URL
아... 그게요.... 근데 나쁘지 않았다니까요. 결국 사랑이 중요하다, 어떤 정체성의 굴레는 벗어나기 매우 어렵지만, 그래도 사랑이 이긴다? 같은 뻔한 이야기인데 히라노 게이치로가 쉽고 우아하게 ‘남자의 눈과 손으로‘ 썼어요.


라로 2022-10-17 09:54   좋아요 1 | URL
아 저는 페이퍼 읽고 아니구나 생각했는데 댓글 읽으니까 사고(네 잘 안 읽으니 ‘사고‘가 맞죠! ㅠㅠ) 싶어졌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