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 하지현의 책과 방송을 꽤 챙겨 읽고 보고 들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무기' 독서가 주제인 책인데도 (제목이 무려 '정신과 의사의 서재') 초반은 새롭지 않고 지루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중반부에 접어들면서 조금 나아진다. 구체적인 책 이야기가 나오고, 그의 전문 분야 이야기 비중이 많아 지기 때문이다. 그가 추천해 주는 프로이트 입문서들은 장바구에 채워넣었다.
저자의 '서재'는 읽기 이상을 위한 공간이다. 그는 취미로 읽기는 물론, 책을 읽고 리뷰를 써서 지면에 발표하고, 좀 더 긴 호흡의 책도 묶어서 낸다. 그러니 그에게 서재의 책읽기는 '아웃풋'을 염두에 둔 활동이다. 이 책에는 그래서 책을 읽고 정리하는 법, 그에 유용한 도구/앱을 소개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독서 연륜 (과 인맥)이 쌓여서 이제는 독한 리뷰를 쓰지 않는다는 저자의 말에는 절반만 공감했다. 과장 광고와 현란한 표지의 책을 먼저 읽고 '당했다'면 다른 독자들에게 경고는 해줄 수 있지 않나 싶기 때문이다. 또한 서점에서 지인의 책을 매대 위, 눈에 잘 띄는 곳에 '실수인 양' 놓아둔다고 했는데, 그것은 저자도 알고 있다시피 서점 직원들이 싫어할 행동이고 매대의 그 자리를 계약한 다른 책(의 저자와 출판사)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이다. 이런 행동을 하고 책에 남기기 까지하는 '깡'에 놀랐다. (지난번 읽은 유홍준 작가의 '남의 나라 유적지 규칙 어기기' 처럼, 성공한 남자 작가들 몇몇은 책에 자신의 비행 기록을 남기는 데 별 거부감이 없는 것 같아 보인다.) 책은 전체적으로 느슨하고 헐거운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