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키르케, 가사일은 면제고 혼자 있는 키르케.
![](https://image.aladin.co.kr/product/24108/65/cover150/k482639535_1.jpg)
집 자체는 형벌이 아니었다. 곳곳에서 보물이 반짝였다. 무늬가 새겨진 궤짝, 폭신한 러그와 황금색 걸개, 침대, 걸상, 정교한 삼발이, 상아 조각상, 창턱은 흰색의 대리석이었고 덧문은 소용돌이 무늬가 있는 물푸레나무였다. 부엌으로 들어가 구리와 쇠뿐 아니라 자개와 흑요석으로 만들어진 칼을 엄지손가락으로 훑었다. 수정과 은을 두드려서 만든 사발도 있었다. 방안은 아무도 없어 황량했지만 먼지 한점 보이지 않았고, 나중에 알고 보니 먼지는 단 한 톨도 대리석 문지방을 넘지 못했다. 내가 아무리 밟고 지나다녀도 바닥은 항상 깨끗하고 식탁은 항상 반질거렸다. 난로의 재는 저절로 없어지고 접시는 저절로 씻기며 밤새 장작이 다시 자랐다. 식료품 곳간으로 가보면 단지에는 신선한 향유와 포도주가, 사발에는 치즈와 보리가 항상 그득 담겨 있었다.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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