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는 인물별로 구성이 되어 있어서 읽다보면 중요 인물들은 서로의 이야기에 걸쳐 두 번 이상 출연한다. 사마천의 사기를 만화로 정리한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사기>는 시간 순서로 풀면서 열기편에서 제후 장상들을 우정 출연 시키(며 복습하)는 방식을 취한다.
예전에 고우영 삼국지를 보면서 잔인하고 선정적인 표현에 거부감이 들었는데 요코야마 미츠테루는 더 묵묵한, 혹은 무뚝뚝한 그림인 편이다. 유방의 침소 장면도 운동경기 같기도, 그저 덩어리로만 보인다. 수많은 참형, 살해, 복수 장면도 (흑백 만화라) 그저 검은 먹물로 (하지만 그 참담함은 담아서) 보여준다. 더해서 여러 고사성어의 유래를 설명하고 전쟁터의 풍광 묘사 (특히 함곡관과 대협곡, 잔도)는 더할 수 없이 훌륭하다. 나는 역사서라기 보다는 '이야기 책'으로 사기를 대하고 있는데 요코야마 미츠테루는 '인간'에 더 집중하고 있다. 인간은 같은 실수를, 범죄를, 기교를 부리고 엎어지고 ... 다시 일어선다.
하지만 단점이라면 인물들이 서로 너무 닮았다. 그 사람이 그 사람 같아서 <사기>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겐 추천하지 않는다. 박시백 작가의 <조선왕조실록>의 다채로운 인물 묘사가 얼마나 대단한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당나라 까지 읽고 덮어둔 <십팔사략>을 다시 이어가야겠다. 언젠가 완성될 이중톈 중국사도 기다리고 있다. 그 전에 막내의 이번 학기 역사 시험 범위를 함께 읽기로 했다. 가능하면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또다른 걸작 <요술공주 샐리>를 찾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