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킨스의 작품을 대할 때는 접근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구애를
할 필요도 없고 꾸물거릴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디킨스의 목소리에 항복하면 됩니다. 그뿐입니다. 가능하다면, 나는
50분의 강의 시간을 항상 말없이 명상하고 집중하며 디킨스에게 감탄하는 데 바치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런 명상과 감탄을 지휘하고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나의 임무입니다.
<황폐한 집>을 읽을 때 우리는 그저 긴장을 풀고 뇌가 아닌 척추에 모든 것을
맡기면 됩니다. 물론 책은 머리로 읽는 것이지만, 예술적인
기쁨은 양쪽 어깨뼈 사이에 자리잡고 있으니까요. 등에서 느껴지는 그 작은 전율은 확실히 인류가 순수예술과
순수과학을 발전시키며 얻은 최고의 감정입니다. 그러니 척추에서 느껴지는 그 짜릿함과 설렘을 숭배합시다. 우리가 척추동물임을 자랑스러워합시다. 우리는 머리에 신의 불꽃을
이고 있는 척추동물입니다. 뇌는 오로지 척추의 연장일 뿐입니다. 양초의
심지는 양초의 몸을 끝까지 관통하는 법입니다. 만약 이 전율을 즐길 줄 모른다면, 문학을 즐길 줄 모른다면, 전부 다 포기하고 만화, 비디오, 라디오에서 발췌해 읽어주는 책에만 집중하세요. 하지만 나는 디킨스가 그보다 더 강한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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