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킨스의 작품을 대할 때는 접근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구애를 할 필요도 없고 꾸물거릴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디킨스의 목소리에 항복하면 됩니다. 그뿐입니다. 가능하다면, 나는 50분의 강의 시간을 항상 말없이 명상하고 집중하며 디킨스에게 감탄하는 데 바치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런 명상과 감탄을 지휘하고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나의 임무입니다. <황폐한 집>을 읽을 때 우리는 그저 긴장을 풀고 뇌가 아닌 척추에 모든 것을 맡기면 됩니다. 물론 책은 머리로 읽는 것이지만, 예술적인 기쁨은 양쪽 어깨뼈 사이에 자리잡고 있으니까요. 등에서 느껴지는 그 작은 전율은 확실히 인류가 순수예술과 순수과학을 발전시키며 얻은 최고의 감정입니다. 그러니 척추에서 느껴지는 그 짜릿함과 설렘을 숭배합시다. 우리가 척추동물임을 자랑스러워합시다. 우리는 머리에 신의 불꽃을 이고 있는 척추동물입니다. 뇌는 오로지 척추의 연장일 뿐입니다. 양초의 심지는 양초의 몸을 끝까지 관통하는 법입니다. 만약 이 전율을 즐길 줄 모른다면, 문학을 즐길 줄 모른다면, 전부 다 포기하고 만화, 비디오, 라디오에서 발췌해 읽어주는 책에만 집중하세요. 하지만 나는 디킨스가 그보다 더 강한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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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7-28 08: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유부만두님 페이퍼 보고 나니 <나보코프 문학 강의>를 먼저 읽어야 할지 <황폐한 집>을 먼저 읽어야 할지 모르겠네요. 위의 인용글 너무 좋은데요^^

유부만두 2020-07-28 10:12   좋아요 0 | URL
좋죠? ^^ 척추동물 독자로서 양 어깨 사이로 전율을 느끼며 책을 읽고 있습니다.

moonnight 2020-07-30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척추동물이라서 다행입니다ㅎㅎ 아이고 세상엔 읽을 책이 너무 많네요. 이런 행복♡

유부만두 2020-07-31 14:33   좋아요 0 | URL
머리에 신의 불꽃을 이고 있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