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못난이에 둔한 사람 코일이 캐나다의 바위 어촌 뉴펀들랜드로 이사해서 겪는 일년 남짓의 생활 이야기다. 코일은 짓밟히고 무시 당하다가, 조금씩 자존감을 찾고 (처음으로) 고통스럽지 않은 인생, 그리고 상처 받지 않을 수 있는, 편안한 사랑에 눈을 뜬다. 코일이 조금씩 나아지는 기사를 써낼 때, 나도 모르게 응원하게 되었다. 아이들을 대하는 여리고 고운 그의 마음씨는, 혹여나 이곳 얼음 바위섬에서도 흉칙한 일이라도 겪을까 불안할 지경이었고.

 

작가 애니 프루는 '작정하고' 해피엔딩을 위해서 이번 소설을 썼다고 한다. 그러더니, 끝에서 하하하 다행이라지만 어쩐지 너무 전원일기 같았고요. 마음이 놓이는 건 어쩔 수 없다. 소설에서라도 이렇게 해주어서 다행이랄까. 이 소설의 뉴펀들랜드 부분은 착한 사람들만 나온다. 착하다는 건...그러니까, 남을 죽이거나, 바람 피우거나, 패거나, 강간하지 않는 정도. 하지만 소설은 또한 이 모든 폭력으로 넘치고 끔찍한 상처를 안고 도망치거나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다행히 악인들에게는 목소리를 주지 않고 겨울 얼음물 속에 처박거나 처참한 교통사고로 뭉게버린다. 권.선.징.악.!! 폭력과 악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이만큼이라도 행복을, 아니 덤덤하고 슴슴한 생활을 가지고 싶은 마음을 들킨 기분이 들었다.

 

툭툭 끊어지고 여러 사연들이 이리저리 매듭처럼 손을 타고 지난다. 잔인하리만큼 눈에 들어오는 묘사와 디테일, 사냥 장면과 폭풍우 장면은 6월에도 추위에 어깨를 움츠리게 했다. 코일은 민폐 덩어리에서 독립적인 생활인으로 성장했고, 그 아이들은 야무지고 정의롭게 자란다. 웨이비는 건강한 장딴지로 뚜벅뚜벅 걸으며 헨리를 키울테고, 행동가 고모는 갚을 건 갚고 빚을 지지 않는 인생을 보여준다. 여성 인물들이 야무지게 행동해서 인상깊다. 그리고 그들 곁에는 개와 고양이들이 뛰어다니다 똥을 싼다. 그리고 바다가재, 그리고 껍질 벗기고 내장 파낸 물개, 그리고 낚시, 그리고 배, 배, 보험, 사고, ... 어쩔 수 없이 세월호 생각이 났다. 사고에 연관되는 사람들의 욕심도. 이리 저리 가지를 칠 에피소드 들이 넘치는 소설이라 그만큼 중심 밧줄 코일의 일은 자꾸 옆으로 밀리다가 눈에 들어온다. 산만하게 하지만 그 자리에. 이런게 인생일테지.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부만두 2019-07-03 0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싱 뉴스 아니고 시핑 뉴스.

목나무 2019-07-03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이 리뷰에 저는 피싱 당했습니다. ㅋㅋㅋ
생각보다 양이 좀 되어 언제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기억해서 찜!

유부만두 2019-07-07 06:17   좋아요 0 | URL
가독성이 좋아서 잘 읽혀! 지루할 틈이 없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