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단편집을 드디어 완독했다. 마지막으로 남겨두었던 이야기는 '신들의 미소', 뒤에서 두번째 실려 있다. 1570년, 일본에서 선교 활동을 시작한 포르투갈의 예수회 신부 오르간티노. 그의 시점에서 서술 되는 선교사의 두려움과 각오. 성당 뜰을 산책하며 이 낯설지만 아름다운 나라를 떠나고 싶은 속마음을 억누르고 섬뜩한 벚꽃을 마주하고 성호를 긋는다.

 

성당 안에서 기도를 하다 목도하는 일본 영, 혹은 악귀의 의례. 도발적인 무녀의 움직임과 육체로 더더욱 오르간티노는 위축된다. 다음날 백주대낮에 대면하는 '일본의 영', 은 차분한 목소리로 '당신의 신은 패배할 겁니다' 라고 단언한다. 바다를 건너 일본에 도착한 모든 새로운 '영'들, 공자, 맹자 뿐 아니라 중국의 문자와 어쩌면 오딧세우스 까지 일본의 영에 무릎을 꿇었다고 했다. 가까스로 하느님의 영광을 변호하는 신부. 그러나 그 역시 돌아가는 자리는...

 

이 모든 것을 아우르며 한 번 뒤집는 마무리. 이제 화자는 누구인가. 일본의 영, 혹은 아쿠타가와 당신? 즐거운 책 읽기, 혹은 옛이야기 듣기를 했습니다. 특이하고 별난데, 인간에 대한 측은한 마음을 가진 작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단편 소설들도 더 찾아 읽어보겠습니다.

 

그러고보니 17 세기 포르투갈 신부를 소재로 장편 소설 '바다 쪽으로 세 걸음' 연재를 하셨던  김연수 작가 생각이 나고요. 그 이후 이야기 '웃는 사람, 희조' 연재가 시작한 것도요. (아, 제가 단행본으로 나오기 전에 읽질 않아서;;;;; ) 그런데 그 사이에 세월이 꽤 흘렀군요. 그간 여러 번 여름을 보냈지만 올 여름이 제일 뜨겁습니다. 더운 날씨에 김 작가님의 일산 작업실 환경은 양호한가요, 맞다, 작가님 신간 사은품으로 맥주컵을 받아서 얼음 넣고 냉커피를 마시고 싶은 날씨입니다. 왜 커피냐고 물으신다면 제가 맥주를 끊었....습니다. 아니었다면 올 여름엔 매일 네 캔 쯤 꿀꺽꿀꺽 했을텐데요.

 

오늘은 아쿠타가와 - 오르간티노 - 김연수 - 맥주 로 이어지는 내 맘대로 포스팅.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psyche 2018-08-02 0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마 그 냉커피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겠지? 설탕 프림 팍팍 들어간 달달한 냉커피 아니고 ㅎㅎ

유부만두 2018-08-02 08:40   좋아요 0 | URL
네. 아이스 아메리카노 ^^